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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 르노코리아, 콜레오스·세닉 흥행질주 ‘액셀 밟기’

'전략·구매통'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맞이한 르노코리아가 전동화 전환과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공략 전략 및 사업장 운영 재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오는 9월1일부터 니콜라 빠리 신임 CEO 체제로 전환한다. 빠리 신임 CEO는 프랑스 출신이다. 랭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 ZF를 거쳐 2015년 르노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행보는 대부분 '전략'과 '구매'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랑스 및 인도 법인 A-세그먼트 구매 담당 부사장, 중국 법인 이노베이션 랩 구매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는 배터리와 E-파워트레인,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구매 담당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20여년 간 글로벌 자동차업계 구매업무 및 전략·기술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으로, 내부에서도 르노그룹의 기술 혁신 및 전기차 전환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빠리 르노코리아 CEO가 전동화부터 부품까지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르노그룹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한국사업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SM3, SM5, SM7 등 승용 라인업을 구축한 것과 달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침을 겪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르노코리아가 꺼낸 카드가 'QM' 모델이었다. 스페인 공장에서 만드는 QM3를 국내에 수입·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소형 SUV 전성시대 서막을 열었다. 이후 QM6, SM6 등이 연이어 국내에서 흥행하며 분위기를 탔지만 이후 모델 노후화로 2020년대 들어 영업적자를 내며 다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직원들 희망퇴직으로 이어지자 한때 '르노 한국 철수설'까지 나돌았다. 결국 르노코리아가 선택한 돌파구는 '오로라 프로젝트'다. 전세계 자동차업계 기술 변화가 빠른 상황에 효율적으로 전동화 차량을 선보여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오로라 프로젝트 첫 모델이 국내시장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UV '그랑 콜레오스'이다. 지난해 상반기 1만1213대였던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는 올해 1~6월에만 2만8065대로 150.3%나 뛰었다. 다만 업계는 르노코리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QM6와 SM6가 현대자동차·기아를 위협하던 2016년 당시 르노코리아의 국내 판매량은 11만1101대였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 새 수장을 맡은 빠리 CEO는 향후 전동화 전환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첫 관문은 르노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순수전기차 '세닉'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회사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모델로 주목받은 적은 있지만 전기차와는 인연이 없었다. 판매량 회복 및 내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작업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에 선보인 르노코리아 브랜드 복합공간 '르노 성수'를 중심으로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콜레오스에 이어 다른 차종까지 성공적시키며 '프랑스 차' 인상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부산공장의 정상화도 빠리 CEO 앞에 놓인 과제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함께 전기차를 혼합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등 미래차 생산 기지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 북미 수출용 전기차 '폴스타 4'도 위탁 생산한다. 공장 가동률 향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출 물량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빠리 신임 CEO가 구매 분야에서 성과를 낸 만큼 회사 원가 경쟁력 개선 작업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노조와 상생을 통해 임금협상 등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방법도 터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현 르노코리아 사장은 르노 그룹 인도 총괄 CEO로 영전했다. 2022년 3월 한국에 와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엑사원 4.0, 메타 라마4보다 우수”…LG ‘AI 굴기’ 돛 펼쳤다

LG그룹의 인공지능(AI)산업 전략이 'AI 생태계 확장'과 'B2B(기업간 거래) 다변화'라는 구체적인 윤곽으로 드러났다. LG AI연구원은 22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5'를 열고 LG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생태계 '엑사원(EXAONE)'을 전면 공개했다. 지난 5년에 걸쳐 기술 고도화를 거쳐 처음으로 실증사례 중심으로 외부에 공유한 것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실증 적용을 통해 범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사원은 LG AI연구원이 2021년 말 처음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멀티모달 AI다. 이후 빠르게 거듭된 연구개발 성과에 힘입어 이날 공개한 '엑사원 4.0'까지 도달했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정밀의료와 임직원용·기업용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 엑사원을 확대적용하고 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최고AI과학자(CSAI)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공개한 엑사원 4.0과 엑사원 패스 2.0을 시작으로 LG AI연구원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소개했다. 엑사원 4.0은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며, 엑사원 패스 2.0은 질병 진단시간을 2주에서 1분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정밀의료 AI 모델이라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또한, 복잡한 전문 문서부터 이미지와 분자 구조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 4.0 VL'도 이날 처음 공개했다. 이홍락 원장은 “엑사원 4.0 VL은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보다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며 “엑사원의 눈 역할을 할 핵심모델"이라고 강조했다. LG는 산업별 맞춤형 AI 적용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도 선보였다. '챗엑사원'은 LG의 기업용 AI 에이전트로, ISO 보안 인증을 획득해 국가 핵심기술 문서 처리까지 가능한 수준의 보안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엑사원 온프레미스'는 AI반도체부터 모델까지 순수 국산기술로 구성된 기업 맞춤형 솔루션이다. 아울러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고품질 데이터를 빠르게 생산하는 AI 플랫폼으로, 기존 60명의 전문가들이 3개월간 생성하던 데이터를 단 1명이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LG 계열사와 국책 기관 등과 실증 사업을 진행한 결과, 기존 대비 데이터 생산성은 최소 1000배, 데이터 품질은 평균 20% 이상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이같은 엑사원 생태계를 기반으로 향후 AI B2B사업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미 여러 현장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민경 교수팀이 엑사원을 활용한 AI 기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은 뉴스·공시·정책자료 등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올해 3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연구원은 전했다. 이밖에 로봇·장비 등 피지컬 AI 분야 기업과 협업도 추진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AI 기술을 산업별로 어떻게 패키징하느냐가 B2B 성공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중"이라고 밝혔다. 이홍락 공동 연구원장은 “엑사원은 현재 글로벌 오픈 모델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고객이 '1순위로 선택하는 AI'가 되도록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 보조금 족쇄 풀렸지만 “파격인하 느낌 없다”…고객들 머뭇

“10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이용하고서 원래 쓰던 요금제로 옮기면 휴대폰 값이 더 싸진다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랑 가격 차이는 딱히 없는 것 같아. 가입 조건이 원래 그렇다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서울 마포구 휴대폰 대리점에서 만난 70대 고객 김창수씨) 통신사 간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이 22일 사라졌다. 이에 따라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며 보조금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통신사들은 공통지원금을 설정해 지원 규모를 책정하지만, 대리점·판매점은 이와 상관 없이 추가지원금을 자율로 설정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를 전액 지급하는 '공짜폰'이나 출고가 이상의 지원금을 현금 형태로 돌려주는 '페이백'도 가능하다. 그동안 암암리에 불법보조금을 살포해 오던 '성지' 영업도 합법화된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 첫날부터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통신사와 유통망 모두 선제적으로 지원 규모를 높게 책정하기보단 시장경쟁 상황을 살피는 눈치싸움이 펼쳐진 탓이다. 통신 3사는 이날 오전 갤럭시 Z폴드7·플립7에 최대 공통지원금을 각각 50만원, 60만원으로 책정했다. 폴드7은 사전예약 당시와 가격대가 동일했지만,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플립7의 경우 10만원가량 올렸다. 추가지원금 또한 공통지원금의 15%를 벗어나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 초반부터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기보단 전체적인 경쟁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마포·용산·종로구 일대 휴대폰 판매점 약 10곳을 방문했으나, 단통법 폐지를 알리는 입간판이 부착된 매장은 2~3곳에 불과했다. 앞서 이달 초~중순 동안 통신 3사 간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지며 보조금을 대량 살포한 데 따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구의 한 통신사 직영점 관계자는 “사전예약 기간 동안 10만원 요금제 가입 기준 Z플립7의 추가지원금은 30만~40만원가량 지급됐다"며 “공통지원금·기기반납 등 혜택을 더하면 무료로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리즈의 경우 사전예약 쪽에 힘을 더 많이 줬기 때문에 즉시개통에 대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며 “향후 위약금 부과 기준 등이 정비되면 추가지원금 규모가 변동될 순 있지만, 사전예약 당시 지급액보다는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추가지원금 지급 규모와 혜택 제공 방식 등은 방문한 매장별로 천차만별이었다. 갤럭시 Z플립7의 기기값은 20만~30만원대 선에서 형성됐으며, 일부 매장에선 10만원 아래로 내려가거나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해선 20만~30만원 페이백을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두 고가 요금제를 3~6개월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오늘 통신사를 옮기고 플립7을 구매하면 기기값은 20만원만 내면 된다. 할인가는 실시간으로 변경돼 내일은 지금보다 가격대가 더 저렴해질지 예측이 어렵다"며 “가족 단위로 옮길 경우 1명당 상품권 2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이를 현금으로 받아 남은 기기값에 적용해 비용을 청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선 법안 폐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종로구의 통신사 대리점에서 만난 30대 고객 문규리씨는 “10년 사이 단말기 가격이 많이 인상돼선지 최신 휴대폰 기기값이 파격적으로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며 “매장 3~4곳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분석하고 있는데 크게 차이는 없어서 좀 더 지켜보고 휴대폰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단기적으로는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수 있지만, 통신사들의 마케팅 예산 한계와 신사업 투자 기조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경쟁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도 정부 부처의 상시 모니터링, 과징금 부과 등 사후 규제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통신사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관리하고 있어 무작정 마케팅 비용을 늘리긴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단독] 이해관계자 배제 규정 알고도…조종사협회 “무안공항 참사조사 유족측 참여” 억지

정부 차원의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 조사에 유가족측 외부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키라는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이하 조종사협회)의 요구에 국내 항공 전문가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규정에 위배된다"며 정면반박했다. 더욱이 조종사협회가 이같은 국내외 관련 규정을 분명히 알고도 참사의 국민 정서를 핑계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종사협회는 하루 전인 21일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에 조종사 과실 프레임을 씌우려는 국토교통부와 항철사조위의 잘못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조사위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지난 19일 갖고 “조종사가 손상되지 않은 왼쪽 엔진을 꺼 사고가 확대됐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에 조종사협회와 제주항공조종사 노동조합, 유족 등은 “편향된 책임 전가“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어 조종사협회는 21일 성명서에서 “국토부 산하 사조위가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선다"며 “불투명한 조사 진행과 책임전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를 포함한 전체 사고 조사 관련자료를 공개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를 향해서도 사고의 근본 원인인 조류 충돌 및 로컬라이져 둔덕 설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항공안전법을 개정해 조류 관리·감시체계, 공항 시설물 관리규정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공항 구조물과 위험요소 제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조종사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한 비행 환경의 구현을 위해 책임 있는 조치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건 사고 조사를 가장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조위가 현재 국토부에 종속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체로 조사에 대한 독립성·객관성을 무너뜨릴 만한 명백한 이해 충돌 여지가 있고, 사고의 책임 당사자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조사에 개입한 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조종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면 그 어떤 국민도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협회는 “사고 조사에 유가족 단체가 지정하는 외부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조사 진행 전 과정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협회 주장에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국제·국내 항공사고 조사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내용이며, 평소 규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조종사협회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ICAO Annex) 13의 제3장 3.1과 3.2에 따르면, '조사는 사고 예방이 유일한 목적이고, 책임 소재를 가리거나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조사단 구성에 대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내 규정도 이를 준용하고 있어 동일한 입장이다. 사조위 운영 규정 제29조 제1항에는 조사단 구성 시 '사고 당사자 및 이해 관계자는 제척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역시 사고 조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원칙으로, 유가족·항공사·조종사 등 직접적인 이해 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조사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조종사협회 관계자는 “해당 규정을 알고 있지만 지난 주말 급작스런 사조위의 발표 시도가 그동안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한 조사를 기대하던 우리의 믿음을 저버린 행위라고 판단했다"며 “사조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입장을 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의 개입을 허용할 경우 과학적인 조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조종사협회 말대로라면 사고 조사기관이 유족들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국내외 사고 조사 규정을 어기는 언행"이라고 힐난했다. 더욱이 제주항공 참사 조사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도 참여할 정도로 국제 공조가 이뤄졌기 때문에 사조위가 단독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종사단체가 사고기 기장(PIC)의 '무오주의(無誤主義)'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 관계기관이 특정 내용을 조사 공표할 때에는 해당 분야에 근거 자료를 꼭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인 항공사고 중 60~80%가 '인적 오류(human error)'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따라서, 무안공항 참사 사조위가 국토부 하부조직으로 있다는 점만 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방향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게 항공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사조위가 정무적 감각이 없는 탓에 과도하게 몸을 사린다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에서 익명을 요구한 항공 관계자는 “사조위가 공청회 직전에 모든 자료를 공개했을텐데, 사실상 조종사 과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며 그 어느 것도 보여주지 않아 오해를 샀다"면서 “국토부와 유착관계 논란을 해소할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이 반발한다고 발표를 미룬 것은 국가기관의 권위와 위신을 스스로 해치는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원주시, ‘원주공항 국제공항 승격’ 총력전…연말 공항개발계획 반영 목표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가 '원주공항 국제공항 승격 추진사업'에 민선 8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연말 수립 예정인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사업 반영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원주시에 따르면 원주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추진사업은 지난 4~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원도민 82.8%, 원주시민 87.3%가 사업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결과를 얻으며, 지난해 원주시가 추진한 시책 가운데 '가장 잘한 사업'으로 꼽혔다. 시는 이를 토대로 사업의 공감대와 당위성을 확보한 만큼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원주공항의 현 여객청사를 이전·신축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해 국제선 취항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1차로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원주시와 횡성군이 공동 제안한 사업계획을 반영하고, 이후 연차별 예산을 확보해 국제선 취항을 실현하며, 장기적으로는 국토교통부에 국제공항 승격을 정식 요청·승인받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지금까지의 주요 추진 현황을 보면 ▲2024년 2월 관계기관 협의 △9월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포럼 개최 △2025년 1월 원주시의회 건의안 채택 △2월 원주시-횡성군 공동 건의문 서명식 △제7차 공항개발계획 사업제안서 강원특별자치도 제출 △3월 시민사회단체 주관 홍보캠페인 전개 △4~5월 시민 설문조사 및 여론조사 △6월 '사통팔달 교통망 중심지 원주' 심포지엄 개최 등으로, 시민 참여와 정치권 협력, 전문가 논의를 병행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시는 앞으로도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및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지역 정치권과 긴밀히 공조해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드시 사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원주공항 국제공항 승격 추진사업을 지역 현안 국정 과제에 추가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연말 수립될 공항개발계획에 국제선 취항 여건 조성사업이 반영되도록 정치권과 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 끝까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국제선이 유치될 경우 지역 위상 강화와 도시 발전, 교통 허브 기능 확대, 첨단산업 및 MRO(항공기 정비) 사업 육성, 해외 관광객 유치 및 관광 인프라 확충, 국제 물류 거점화, 자유무역지대 조성 등 경제 활성화 효과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문화 교류 확대, 지역 균형발전 등 다방면의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 미래고등학교와 영서고등학교가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5년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두 학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춘 혁신적 학과 개편을 추진하며 지역 전략 산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인재를 본격 양성하게 된다.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사업'은 산업 구조 변화와 지역 전략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으로, 교육부와 강원도교육청이 실습 기자재 구축,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자료 개발, 실습 환경 개선 등을 지원한다. 22일 원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번 사업을 교육발전특구 사업과 연계해 예산 및 행정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미래고등학교는 지역 특화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 '컴퓨터응용기계과'를 '반도체기계과'로 재구조화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장비 운용 기술자 양성 과정을 운영하며, 관련 기자재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영서고등학교는 '유통경영학과'와 '사무행정과'를 통합해 'AI마케팅과'로 재편한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마케팅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역량 교육을 통해 지역 유통·광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이번 성과는 원주시가 지난해 교육발전특구 시범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후 직업계고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지원해 온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역 내 4개 직업계고에 총 5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학과 재구조화와 미래 산업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을 뒷받침해 왔다. 이를 통해 미래고는 반도체 제조장비 운용 기술자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자재(HI-TECH 200)를 구축했고, 영서고는 AI 활용 방과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두 학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과 개편 작업에 착수해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새 학과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이번 재구조화는 단순한 학과 개편을 넘어 지역 전략 산업과 직업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모델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지역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는 21일 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2025 원주몰 입점기업 홍보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네오플램, 뉴랜드올네이처, 금성식당 등 16개 입점기업의 제품 홍보 및 오프라인 판매가 진행됐으며, 원주몰의 홍보 및 회원가입 독려도 함께 이뤄졌다. 특히 제품의 시식 및 시착을 통한 체험형 마케팅과 기업과 소비자 간의 쌍방향 소통으로 소비자 만족 및 기업매출을 이끌었으며, O2O(Online to Offline) 전략으로 기업에서 마련한 현장특가에 더해 로컬상품관 입점 제품 일부를 대상으로 40% 추가 할인쿠폰을 지원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엄병국 기업지원일자리과장은 “이번 행사에 보여주신 뜨거운 반응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원주시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와 기업과 소비자 간의 상생을 위한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삼성 갤럭시Z 폴드7·플립7 사전판매 104만대 ‘폴더블폰 최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국내 사전판매가 104만대 기록을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역대 갤럭시 폴더블 사전판매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이다. 이전까지 갤럭시 폴더블 최다 사전판매 기록은 '갤럭시 Z 폴드5·Z 플립5'로, 2023년 8월 1주일간 진행한 사전판매에서 102만대를 기록한 바 있다.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의 사전 예약은 판매 비중이 각각 60%와 40%이며, 폴드 비중이 지난해 40% 수준에서 60%로 늘어났다. 색상은 '갤럭시 Z 폴드7'는 제트블랙, 블루 쉐도우 선호도가 높았다. '갤럭시 Z 플립7'은 블루 쉐도우와 코랄레드가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의 슬림한 폴더블 폼팩터를 구현한 하드웨어 혁신, 편리한 갤럭시 AI 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은 역대급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갤럭시 Z 폴드7'은 접었을 때 8.9㎜, 펼쳤을 때 4.2㎜ 두께에 215g의 가벼운 무게와 21:9 화면비로 접은상태에서도 바(Bar)형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갤럭시 Z 플립7'은 1.25㎜ 슬림 베젤을 적용한 전면 플렉스윈도우와 한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결합해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사전 구매 고객은 오늘부터 제품 수령과 개통이 가능하다.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은 7월 25일부터 한국, 미국, 영국 등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 출시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제주항공, 737-8 6호 구매기 도입…기단 현대화 박차

제주항공은 지난 19일 보잉 737-8 6호기를 구매 방식으로 도입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사는 이번 6호기 도입을 포함, 최근 3개월간 매월 1대씩 총 3대의 항공기를 연속으로 들여오며 기단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연말까지 동일 기종 2대를 추가로 같은 방식으로 들여와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기재 확충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총 44대(여객기 42대, 화물기 2대)로 늘었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B737-800NG 기종 5대와 차세대 항공기 B737-8 6대 등 전체 44대 중 11대의 구매기를 보유하게 됐으며, 전체 기재의 25%를 구매 항공기로 전환했다. 제주항공은 향후 계약이 만료된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고, 신규 기재를 구매 도입하는 등 항공기 운용 방식의 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이익구조를 갖춰 연간 14% 가량의 운용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새로이 확충된 기재들을 바탕으로 기존 노선들을 증편하고 신규 노선에 취항하며 효율적인 노선 운영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여행 수요가 몰리는 7·8월 성수기 기간과 고객 수요에 맞춰 후쿠오카·웨이하이·세부·울란바토르 등 12개 노선에서 주 74회를 증편 운항한다. 또 △7월 24일 인천-싱가포르 주 7회 △7월 25일 부산-상하이 주 4회(월·수·금·일요일) △10월 1일 인천-구이린 주 4회 일정(수·목·토·일요일)으로 신규 취항하는 등 고객들의 여행 선택지 확대와 이동 편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항공기 도입을 이어 나가며 기단 현대화와 함께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라며 “차세대 항공기 운용과 효율적인 노선 운영을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中 설비증설 공세에 K-석화 “구조조정·고부가화가 살 길”

최근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따른 자급률 상승으로 국내 석유화학 제품 연간 수출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 과잉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사업 축소까지 겹쳐 국내 석화업계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석화 제품 수출량은 연간 3700만~3900만톤 수준이지만 중국향 수출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중국에 관련 제품 1765만톤 어치를 수출했으나 2023년에는 1469만톤으로 17% 가량 줄었다. 2024년에는 1598만톤으로 전년 대비 9% 반등했지만, 과거 수출 물량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수치다. 수출 비중이 줄어들었어도 중국 의존도는 40%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은 중국 설비 증설에 따른 자급률 상승이 꼽힌다. 중국은 2021년부터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대규모 에틸렌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며, 이는 2027년까지 이어진다.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에틸렌 생산 능력인 연 4600만톤을 확보했다. 올해에는 6000만톤, 2027년에는 72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증설 여파로 글로벌 석화 공급이 수요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것으로 보여 수급 불균형 심화와 국내 기업의 입지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의 생산 구조상 핵심은 나프타 분해(NCC) 기반의 범용 제품이다. NCC 공정은 다양한 제품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유가에 절대적으로 민감해 생산 원가가 높다는 태생적 약점을 갖고 있다. 특히 가격 하락기에는 북미·중동의 '가스 기반'(ECC), 중국의 '석탄 기반'(CTO) 경쟁 업체에 원가 측면에서 압도당한다. 즉, 유가가 100달러일 때 NCC 에틸렌 생산 원가는 ECC 대비 톤당 800달러 이상 비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까지 더해지며 각종 원료 스프레드는 오히려 심화됐다. 게다가 중국과 중동은 정유 과정 없이 원유를 바로 석화 제품으로 전환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방식의 통합 설비를 전면에 도입하며 국내보다 더 강한 원가·공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울산·여수·대산 등 핵심 석화 단지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중복 투자를 단행해왔다. 구조 전환 없이 과잉 설비둘을 방치하면 가동률 하락과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요 NCC 업체 가동률이 2021년 86%에서 2024년 77%로 떨어졌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 △미사용·노후 공정 폐쇄 △전략적 설비 교환 △기업 간 인수·합병(M&A) △공동 투자 등 집중화나 합리화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이미 LG화학·롯데케미칼·SKC 등이 일부 해외 사업을 양수·매각하거나 국내 유휴 라인 매각·청산 등 다운 사이징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이해 관계·인수자 부족·정부 지원 지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1980~2000년대 불황 구조조정 사례는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일본은 규제 일시 완화와 정부 주도 구조조정 정책, 그룹 내 사업부 통폐합 등으로 중복 투자와 소규모 설비를 줄이고, 범용 중심에서 고부가·정밀 화학 주력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장기적으로 일본 석화업계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신성장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2차 전지·첨단 소재·정밀 화학·바이오·플라스틱 재활용 등 고부가 분야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한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재활용 클러스터·프랑스 아케마 등과 협업한 기능성 폴리올레핀 강화를 추진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타이어용 합성 고무 등 고성능 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에쓰-오일(S-Oil)은 9조원을 들여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6년 국내 첫 COTC를 상업 가동함으로써 정유·화학 통합 공정으로 원가 혁신과 탄소 저감 효과를 높인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며, 전 세계적 규제와 순환경제 모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가스화 등 화학적 재활용과 바이오매스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물리적 재활용의 품질·범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러한 기술 혁신은 자원의 선순환·신 성장 동력 확보에 긴요하다. 실제로 바이오플라스틱·고강도 생분해 소재 시장은 연 20% 이상의 고성장이 예측되고, LG·롯데·SK그룹 계열사들은 대규모 생산 전환 로드맵을 실행하고자 한다. 글로벌 생산성과 품질·안전·친환경 혁신의 한계는 AI와 디지털 전환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최근 쉘·다우·BASF 등 글로벌 선도 화학사들은 AI 기반 예지 보전·공정 자율 제어·품질 자동화·예측·탄소 배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효율과 안전을 극대화하고 있다. LG화학·SK지오센트릭도 예지 보전·불량 예측·공급망 자동화·디지털 트윈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AI는 사람의 경험·감각에 의존하던 플랜트 운영을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체계로 전환시키고, 사업부 전반의 생산성 폭증을 현실화하는 주요 무기가 되고 있다. 나아가 화학 소재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고성능 신소재 후보를 빠르게 도출하고, 시장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한편 시장과 기업 노력이나 각 개별 기업의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석화업계 구조조정·통폐합의 핵심에는 중앙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M&A에 대한 독점 금지법 예외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일본처럼 정책적 불황 카르텔이나 구조조정 인센티브 지급, 설비매각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은 적극 참고해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범용품 대체 고부가 시장과 친환경 전환이 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업계-학계-금융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팀 코리아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이 관계자는 부연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종사단체 JPU·ALPA-K “무안공항 참사 ‘제주항공 조종사 과실 몰아가기’ 규탄”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와 관련,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지난 19일 중간 브리핑에서 “조종사가 손상되지 않은 왼쪽 엔진을 꺼 사고가 확대됐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에 조종사 단체 두 곳은 “편향된 책임 전가"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JPU)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사조위에 비행 기록 장치(FDR)·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등 모든 원자료 공개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요구했다. 제주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사고는 다양한 기여 요인들이 얽힌 복합 사건인데도 사조위는 '조종사의 단순 오판'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고 직후 양쪽 엔진 모두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조위 발표에 대해 '정상 엔진을 껐다'는 표현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조위 항공분과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포함돼 있어 “조사 독립성이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참사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활주로 인근 로컬라이저 둔덕을 지목해 국토부와 공항 당국이 구조적 위험을 방치했다며 “사조위가 최종 보고서를 내기도 전에 특정 결론을 흘리는 행위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LPA‑K는 이날 배포한 두 쪽짜리 성명서에서 사조위와 국토부를 향해 △불투명한 조사 중단 및 FDR·CVR 등 전체 자료 즉각 공개 △유가족이 지정하는 민간 전문가를 조사 전 과정에 참여시켜 재검토할 것 △조류 충돌·로컬라이저 둔덕 등 근본 원인에 대한 국토부 책임 인정과 관련 법·규정 강화 △공항 구조물‧위험 요소 제거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실행 방안을 제시할 것 등 네 가지를 촉구했다. 협회는 “사조위가 '조종사의 실수'라는 단일 요소로 사고를 단정지으려 한다"며 이를 “처음부터 조종사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설정함으로써 왜곡된 결론을 지었다"며 “국토부 산하 조직이라는 점 자체가 명백한 이해 충돌"이라며 독립 조사 기구로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두 단체는 모두 조류 충돌·공항 인프라 결함 등 시스템 원인 조명과 조사 자료 공개·외부 견제 장치 확보, 사조위 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조종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후진국형 방식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경고도 동일하다. 한편 사조위는 내년 4월 최종 보고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출구 없는 유료방송 “정책 개입 규제완화 시급”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SO) 산업이 구조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가운데 규제 불균형으로 비용 통제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정책 개입을 통한 규제 완화와 산업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광고 등 매출은 해마다 감소한 반면, 콘텐츠 사용료·재송신료와 같은 필수 지출은 크게 늘며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가입자 수가 급감하며 유료방송사업자 간 협상력 차이가 극명해진 가운데 SO 사업자의 경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협상력을 사실상 상실한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산업 실태조사'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자료집'을 종합하면, SO 가입자 수는 2015년 1400만명대에서 2024년 1227만3100명으로 130만명가량 줄었다. 시장점유율의 경우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4.12%를 차지했다. 이 기간 SO 산업의 총 영업익은 4367억원에서 149억원으로 96% 넘게 급감했다. 전국 90개 SO 중 38곳은 영업적자를, 52곳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SO의 수익 기반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9386억원이었던 수신료 매출은 2024년 5719억원으로 약 39.1% 급감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광고 수익도 각각 8.1%, 22.8% 줄었다. 반면 지상파 재송신료는 2017년 대비 38.5%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 대비 4.5%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는 전체 방송 프로그램 관련 비용의 80.4%를 차지했다. SO의 협상력이 지상파 대비 약화한 가운데, 일부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협상력이 강해지면서 비용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징수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분담금 제도 개선 또한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케이블TV의 매출 감소를 반영한 징수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영업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방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탓이다. 방발기금 분담금은 지상파와 종편·보도PP는 방송광고 매출액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인터넷TV(IPTV) 등 플랫폼사업자는 방송사업 매출액이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업황 및 수익성과 무관하게 기금이 부과되면서 영업익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케이블TV업계 중 SO 사업자 전체가 납부한 방발기금은 약 250억원으로, 총 영업익의 168.4%에 달하는 수준이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38개 사업자들도 95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방송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해당 기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방발기금 납부 목적은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회수하기 위함인데, SO의 경우 영업적자를 내도 방발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라며 “주로 대기업 계열사가 SO를 운영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정작 대기업의 자본력·협상력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한 '통합미디어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책 개입을 통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선 △재송신 제도 개혁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산정 기준 마련 △콘텐츠 사용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 교수가 해법으로 제안한 3단계 정책 로드맵을 살펴보면, 올해(1단계) 최우선 과제로는 적자 SO를 대상으로 한 방발기금 감면을 꼽았다. 이와 함께 재송신료 동결, 유동성 지원, 홈쇼핑 규제 완화 등이 이뤄질 경우, 최소 8개 사업자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단계(2026~2027년)에는 방발기금 체계 개편, 콘텐츠 대가 가이드라인 마련, 편성 자율성 확대를 추진하고, 3단계(2028년 이후)에는 SO-OTT 융합,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 지역 미디어 허브 전환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뉴미디어 생태계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혁신 역량 회복을 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대책 마련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1개사 정도는 사업 지속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이 부실한 다른 지역 SO들의 경우에도 더 이상 인수해줄 사업자가 없어 지역 미디어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O는 IPTV의 경쟁자이자 지역 미디어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간 규제로 인해 SO가 희생한 부분을 보상해줄 시점이 도래했다고 본다"며 “수익성 악화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만큼 정책적 개입의 시급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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