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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인공지능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작년 말 충격적인 비상계엄 선포 후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는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을 헤쳐 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고, 세계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혼란한 시기에 출마한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인공지능(AI) 관련 공약은 향후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대선에서 주로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내세우기 바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현재의 인터넷 이상으로 인간 문명의 근본적 기반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기에 이러한 열성이 당연하다 여겨지기도 하나,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행의 현실성에 있어서는 차분한 복기가 필요해 보인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현 주소를 보면 아직도 수익이 주로 발생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개발된 모델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설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 분야이다. 물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미국의 엔비디아지만 기존부터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도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국가 경쟁력 유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과 구분되지 않으면 오히려 인공지능 산업의 보다 본질적인 요소인 소프트웨어 몫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더구나 현재 공약으로 제시된 GPU나 AI데이터센터 확보와 같이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 가능한 방법으로는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엔비디아가 오늘날 인공지능 업계 정상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GPU만 제조한 것이 아니라 '쿠다(CUDA)'라는 GPU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툴로 AI 개발 생태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반 전환(AX, AI Transfomation) 역시 AI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지, 인공지능 칩이나 데이터센터 확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버린 AI 구축이냐 해외 인공지능 모델 기반 서비스 활성화냐 논쟁도 결국 국내 인공지능 기반 산업 생태계가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의 본격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의 가장 핵심이 되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 명확화 및 자율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 쌓여 있다고 홍보가 많이 되는 의료데이터는 품질 문제나 개인정보 보호 등 가공의 어려움으로 활용에 많은 난관이 있다.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형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데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각 부처별로 관할 법령에서 따로 규제를 하고 있어 하나의 장애물을 넘어도 다른 장애물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하는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을 핵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향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이자 아시아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법을 선도적으로 제정한 우리는 수년간 시범운행지구에서 제한된 방식의 운행만 허용한 결과 자율주행자동차 업계의 기술력이 중국, 미국 등 세계 수준과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자국에서 이미 충분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한 중국의 자율주행 업체가 최근 국내에서 로보택시 운행을 위한 임시운행 허가를 신청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자율주행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데이터에 대한 규제 방식과 정책 방향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데이터 보호기관이자 동시에 데이터 활용 규제의 중심축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최근 전 분야 마이데이터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는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데이터를 원료로 발전하기에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활용 범위와 방법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야 한다. 또한 이제 초창기에 들어선 인공지능 산업에 규제 만능주의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길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원인제공자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후보들이 대선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인공지능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지길 빈다. 양희철

트럼프 견제에 중국 떠나는 한국 찾는 글로벌 선사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이 글로벌 조선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변경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늘면서 한국이 잃었던 수주 기회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중국 조선업체에 발주하려던 옵션 물량을 한국업체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한 영향이다. 하팍로이드는 애초 뉴타임즈조선에 1만2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12척, 양쯔장조선에 1만6000TEU급 LNG 추진선 6∼8척 발주를 검토했다. 두 중국 조선업체는 현재 하팍로이드가 이전 발주한 선박들을 건조 중이다. 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하팍로이드는 발주 대상을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업체로 선회했다. 선사가 인도받은 선박에 문제가 없는데도 옵션 물량 발주처를 바꾸는 것은 조선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한국 조선업체들이 중국업체보다 선박 한 척당 최대 3500만달러(480억원)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하팍로이드는 다시 중국 측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2년이 넘는 수주잔고를 보유해 중국과 같은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격 차이에도 한국 발주를 검토했다는 것은 선사들이 미국의 중국 견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인 일본 ONE도 최근 25억달러(3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12척 건조계약을 HD현대중공업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ONE은 HD현대중공업과 1만6000TEU급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8척 계약을 마무리했고, 4척의 옵션 계약도 논의하고 있다. 선박 한 척당 가격은 2억2000만달러(30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트레이드윈즈는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향후 부과할 입항 수수료 등으로 선사들이 중국 조선업체를 떠나고 한국 조선업체를 찾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조선 시장 발주가 주춤한 상황에서 컨테이너선 발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LNG 운반선 등 대비 중국업체들의 수주 점유율이 높았던 분야"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업체들이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항소심 7년 구형’ 김정규 사법 리스크 재점화…에어프레미아 경영 불확실성↑

김정규 타이어뱅크그룹 회장이 2심에서 원심 판결보다 높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2019년 첫 항소심 공판 이후 6년 만의 판결을 앞둔 가운데 김 회장의 실형 확정 시 에어프레미아 경영에도 장기적으로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단기적 운영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성장 전략은 김 회장의 사법적 결론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1일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정규 타이어뱅크그룹 회장의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포탈)과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을 구형했다. 2019년 항소심 재판 시작 6년 만이다. 앞서 김 회장은 전국 365개의 위·수탁 매장을 운영해왔고, 타이어뱅크 직원인 점장들을 사업자로 앞세워 현금 매출 누락 또는 거래 내용 축소 신고 등 '명의 위장' 수법을 통해 종합소득세 약 80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2017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은 2019년 징역 4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조직적 소득 포탈과 명의 위장 수법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일 타이어뱅크그룹 자회사 AP홀딩스는 JC 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 전량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유분 48%에 더해 타이어뱅크의 에어프레미아 지분율은 총 70%로 올라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은 2023년 7월부터 에어프레미아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그는 “항공사는 국가의 품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만큼 에어프레미아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되는 고품격 항공사로 성장시키겠다"며 책임 경영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유명섭·김재현 각자 대표이사 2인으로 구성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당장 큰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앞서 2023년 6월 에어프레미아는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보유 기재 수를 10대까지 늘리면 미주·유럽 각각 2~3개, 이외 7개 노선에 추가로 취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2027년까지 15대까지 확대해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김 회장은 “항공업의 특성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있다"며 “추가 기재 확보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에어프레미아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그룹 다수의 계열사가 분산 참여하거나 타이어뱅크가 단독으로 하는 방식 모두 가능해 전혀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됐고 항소심에서 검찰이 더 높은 형량을 구형한 점을 고려하면 실형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형량이 늘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실형 확정 등으로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 될 경우 추가 투자나 신규 사업, 항공 운수권 확보 등 제반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자금 소요 등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오너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는 기업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 무형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 측은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면 해결이 되는 문제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김 회장이 납세할 경우 일정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세무 관련 형사 사건은 행정 소송 결과와 납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김 회장이 세금을 완납하면 집행 유예 선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전자, 美서 가전 신뢰도 1위

국내 가전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LG전자가 종합 가전 분야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의 리뷰 전문 매체 '리뷰드닷컴'이 선정한 '2025년 가장 신뢰받는 가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리뷰드닷컴은 “지난 수년간의 제품 리뷰, 독자 피드백, 사용자 리뷰, 가전업계 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LG의 이름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리뷰드닷컴은 “한두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틈새 브랜드와 달리 LG전자는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오븐,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모든 가전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전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를 얻으려면 제품이 잘 작동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보증 정책과 교체 부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도 중요하다"며 “LG전자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 가전별로는 삼성전자가 타워형 세탁건조기와 인덕션 레인지 부문에서, 보쉬가 식기세척기, 제너럴일렉트릭(GE)이 통돌이세탁기와 일체형 세탁건조기, 하이센스가 냉장고, 일렉트로룩스가 건조기와 드럼세탁기 부문에서 각각 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LG전자는 미국 최대 비영리 소비자매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실시하는 가전 브랜드 신뢰성 평가에서도 6년 연속 종합 가전(8종) 브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실제 제품 소유자의 만족도 점수와 고장률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평가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도 해당 조사에서 6위에 올랐다. 이 같은 신뢰도는 LG전자의 기업간거래(B2B) 가전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유력 세탁 솔루션 기업 워시에 상업용 세탁기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북미 1위 세탁 솔루션 전문 기업 CSC 서비스웍스와 상업용 세탁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빌더(미국 내 주택·상업용 건물 등을 건설하는 사업자) 중심의 B2B 가전 사업은 2026년 '톱3'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전문 영업조직인 'LG 프로 빌더' 조직을 육성하는 등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역대급 폭염 앞두고 에어컨 특수 온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면서 AI 기능을 앞세운 주요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가정용 에어컨 일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6월 중순보다 약 한 달 앞당겨진 기록이다. LG전자도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집계 대상은 일반 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 무풍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창문형, 시스템에어컨 등 가정용 제품이다. 5일간 1분에 7대 이상씩 팔려나간 셈이다. 지난주 삼성전자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가정용 일반 에어컨의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두 업체 모두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능 탑재 가정용 일반 에어컨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비스포크 AI 무풍 클래식, AI 무풍콤보 벽걸이, AI Q9000 등 4개 라인업의 2025년형 AI 에어컨을 출시했다. 신제품에는 AI가 자동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AI 쾌적' 기능과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AI 절약모드'가 탑재됐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와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땀나네", “오늘도 열대야네" 같은 일상적인 표현만으로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AI 바람'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이용 패턴과 공간 구조를 학습해 맞춤형 냉방을 제공하며, “내가 좋아하는 온도 알지?"라는 말에도 반응해 온도를 맞춰준다. 에어컨 구독 서비스 이용 고객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에어컨 구독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구독을 이용하면 제품 상태 점검, 필터 교체, UV 살균 등 전문 케어 서비스와 무상 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두 업체 모두 생산 체제를 조기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0일 이상 앞당겨 에어컨 생산라인 풀가동을 시작했고, 4천700여 명의 에어컨 설치 전담팀을 조기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경남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 3월부터 풀가동 중이며 설치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에어컨·세탁기·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광고에는 과거 에어컨 모델이었던 김연아가 다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주거 환경과 사용 목적에 맞춰 벽걸이·창호형·이동식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판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대차 아이오닉, 4년 만에 글로벌 판매 50만대 돌파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이 출시 4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 등 아이오닉 시리즈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까지 총 51만4588대를 기록했다. 2021년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출시된 지 4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아이오닉 시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6만5906대로 시작해 2022년 11만4548대, 2023년 16만9812대로 매년 판매량이 늘며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영향으로 12만1375대 판매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아이오닉 시리즈 판매량은 1만63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증가했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해외 판매 비중은 77.8%(40만545대)로, 내수 판매 22.2%(11만4043대)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오닉 시리즈 10대 중 8대가 해외에서 팔리는 셈이다. 차종별로는 가장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가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5N(8729대)을 포함해 총 40만7607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했다. 아이오닉6과 아이오닉9는 각각 10만4458대, 2523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인기 요인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높은 경쟁력이 꼽힌다.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 시리즈는 동급 차량 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18분 만에 배터리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3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차', '2023 싱가포르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아이오닉6도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올랐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가 승용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6의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와 고성능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N라인'의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아이오닉9의 판매를 향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성 강화 및 판매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 인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재계의 판이 바뀐다’…에너지로 재설계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에너지는 힘이다. 그리고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이 힘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쓰기도 한다. 재계의 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넘어,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과 유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LG, SK, 포스코, 한화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차전지·수소·원전 등 고부가 신사업을 지주회사 체제 강화, 계열사 지배력 유지,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단순 사업 확장의 틀을 넘어, 에너지 사업의 분사와 상장, 지주사 투자 연결, 합병 등을 통해 그룹의 핵심 지배 경로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LG그룹은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2022년 상장시켰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2차전지 시장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LG화학을 통해 에너지사업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고정시키는 전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도 LG화학이 81.84%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인 (주)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그룹 내 최대 성장 동력이 된 이후에도, LG그룹 총수일가와 지주사는 배터리 사업의 성과를 직접 지배구조에 반영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유지한 셈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의 상장과 분리를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계열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고안한 사례다. 향후 LG화학이 추가 지분 매각이나 자회사 신주 발행을 단행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통로는 유지된다. SK그룹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SK온을 설립했다. 이후 2024년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55.91% 까지 확대됐다. 이 구조는 단순한 에너지 부문 재편이 아니라, SK㈜가 배터리와 LNG, 도시가스, 친환경 발전까지 포괄하는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지주사-핵심 사업' 재설계 작업이었다. 특히 SK온은 아직 상장 전 상태지만, 향후 IPO가 실현되더라도 SK㈜ → SK이노베이션 → SK온이라는 지배 흐름이 고정돼 있어, 그룹의 전략적 통제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SK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외부 자본 유치는 추진하면서도 핵심 사업군의 경영권은 지주사 경로 아래 놓이도록 설계한 셈이다. SK온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분을 실제로 넘기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맡긴 뒤, 주가 상승분(차익)을 외부 투자자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 역시 지주사 지배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무적 부담을 조정하려는 설계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그룹의 방산·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핵심은 인수 주체가 김동관 부회장 중심 계열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태양광, 수소, 해상풍력 등 에너지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조선사업 인수로 해당 산업군 지배 기반을 확대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원전 EPC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사업을 맡으며, 형제 간 신사업 중심의 역할 분담이 지배구조 차원의 체제 설계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신사업이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총수일가 후계 구도 내에서 사업적 정당성과 권한을 배분하는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룹 내 신사업 성공 여부가 경영능력 입증과 후계 정당성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POSCO홀딩스로 전환하며, 철강·2차전지·수소 등 각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퓨처엠(2차전지 소재)은 핵심 자회사로 육성되었고, POSCO홀딩스는 약 5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과거 포스코가 철강 중심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지주회사가 그룹 전략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면서 개별 자회사는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분산 통제를 강화한 모델이다. 포스코퓨처엠의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POSCO홀딩스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재무적 뒷받침이 명확히 수반되는 지주회사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향후 수소사업 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한국퓨얼셀(연료전지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한 경험이 있고, 향후 수소부문이 일정 수준의 외형을 갖추면 지주회사 산하 수소전문 자회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향후 성장 속도에 따라 지배구조 재설계를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유보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2025년 현재 에너지 신사업은 대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일 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설계·안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사 출자, 계열사 합병 등은 겉으로는 성장과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로 유지, 총수 일가의 간접 지배력 확보, 세대교체 기반 마련이라는 목적 아래 설계되고 있다. 이 흐름은 2차전지, 수소, 원전 등 고부가 에너지 산업이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지배 전략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는 이제 단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몇몇 그룹의 특수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일반적 진화 경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순환출자나 내부지분 확대로 지배력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신사업을 분할해 상장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지주회사-자회사 간 지배 연결망을 설계하는 구조적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제 회피와 자금 유입, 경영권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신사업은 지배구조 전략의 '최적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성패는 단지 시장성과 기술력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어떤 지배 구조로 안착시킬 것인가, 그룹 전략 속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한국 재계에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과제"라며 “결국 에너지 신사업은 사업 전략인 동시에 지배 전략이며, 세대 교체의 증명 도구"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WOW를 이긴 MMORPG…엔씨 ‘아이온’ 시리즈가 돌아온다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아이온2'가 닻을 올렸다. 지난 13일 엔씨소프트는 원작 '아이온'의 날개를 형상화한 아이온2의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개발 중인 게임의 콘셉트를 추정할 수 있는 브랜드 웹페이지를 공개했다. 오는 29일에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이용자 소통까지 예고하며 아이온 시리즈를 향한 게임 커뮤니티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아이온'을 정식 계승한 언리얼 엔진5 기반 신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방대한 '플레이어 대 환경(PvE)'과 보스 레이드 중심의 다수 콘텐츠가 특징이다. 브랜드 웹페이지를 통해 아이온 IP의 핵심 설정인 '천족'과 '마족' 구도 역시 공개되며 이용자들은 또 한 번 수준 높은 '종족 대 종족(RvR)' 콘텐츠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작 '아이온'은 엔씨소프트의 전성기를 열었던 국내 대표 MMORPG로 손꼽힌다. 지난 2008년 11월 출시된 아이온은 출시 직후 160주 동안 PC방 점유율 1위라는 새로운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이긴 MMORPG라는 타이틀도 손에 쥐었다. 지금보다 PC방 사용률이 높았던 시절인 만큼 아이온이 달성한 공전의 기록은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게이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이온은 세계 각지에서 게임상을 휩쓸기도 했다. 2008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대통령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9년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최고의 온라인 게임상(Best Online Game)' △2009년 북미 최대 게임쇼 '팍스(PAX)'에서 '최고 MMO 게임상(Best MMO)' △2011년 '제1회 아시아 온라인게임 어워드'에서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달성했다. 아이온이 출시된 이듬해 엔씨소프트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아이온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2009년 엔씨소프트 매출은 6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854억원으로 623% 급증했다. 당시 2009년 전체 매출의 43%를 아이온이 차지하는 등 엔씨소프트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출시 5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MMORPG 장르에서 이례적인 성과로 꼽힌다. 올해 새롭게 공개되는 아이온2는 한국 게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아이온 IP의 후속작인 만큼 게임 업계의 기대감이 뜨거운 상태다. 엔씨소프트 측도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상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내부에서 아이온2를 향한 자신감이 상당하다"며 “내외부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시행하고 출시 전까지 게임을 계속해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9일 공식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아이온2의 인게임 영상과 클래스, 필드, 던전 콘텐츠 등 핵심 정보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번 방송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정식 출시되는 올 하반기까지 이용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대선 공약에 없는 사이버보안…‘안보 구멍’ 재정비 시급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정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 체계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들의 공약에선 관련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해킹 수법이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 대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 공개된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하곤 사이버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김 후보는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안보' 공약에 △화이트 해커 1만명 양성을 통한 사이버전 역량 강화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을 통한 범국가적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구축 △AI·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사이버 방첩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관련 분야 정책 방향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인공지능(AI) 데이터 활용의 균형을 맞추는 게 골자다. AI 기술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최대한 발굴하되, 개인정보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순도 높은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최대한 확보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근 퇴직 경찰의 전문성을 활용한 '공인 탐정 제도'를 15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무자격 정보업체의 불법 행위로 인해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침해 피해를 막고, 정당한 정보 조사 수요를 제도권 내로 흡수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업뿐 아니라 정부 또한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해킹이 통신망 장악이나 마비로 이어질 경우,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적 사이버 안보 위협으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해킹된 SKT의 홈 가입자 서버(HSS)가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정 범위 및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현행 제도는 통신사가 지정대상을 자율 선정하고, 정부가 이를 사후 검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HSS 서버의 경우 보안 침해 시 국가 통신 기반에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서 제외돼 있었다. 관리 기관이 선정한 세부 시설 범위에 대한 정부의 타당성 검토나 조정 조치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보보호 인증제도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통신 3사 모두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았으나, 고도화된 해킹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생한 경우 관련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는 해당 조항이 존재하지만, 정보통신망법에는 빠져 있어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와 같은 고위험 산업군에 대해선 정부의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타당성 검토와 전문가 협의회 심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은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고위험 산업군인 통신사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인증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ISMS-P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재를 실질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버 안보법 제정과 함께 통합 조직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책임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관 역할 분담이 모호해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관리 조직은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이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국정원이 행정안전부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안보를 일부 담당하고, 민간 부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감독한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청이 대응한다. 그러나 기관별로 역할 수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채 대통령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에 의존하고 있어 부처 기관의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민간 분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미흡해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대응 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법령의 경우 △전자정부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기반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는 사고 발생 후 법 적용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어렵고, 중복 적용으로 인한 이중처벌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영역을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전담 부처 신설을 통해 사이버 위기 대응 체계를 통합·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엄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이미 사이버안보 통합 법률을 제정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된 사이버 안보법을 제정한다면 공공·민간을 구분하지 않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일원화되고 체계적인 예방·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더 커지는 HBM 시장···삼성전자 ‘엔비디아 납품’ 언제?

'인공지능(AI) 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고속 성장이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5세대 HBM3E 등 제품을 앞세워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HBM 관련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 총 출하량은 300억 기가비트(Gb)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등 신기술 관련 수요가 워낙 강력한 탓이다.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내년 하반기에는 6세대 HBM4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류 제품은 5세대 HBM3E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과 AMD의 차세대 AI 칩 'MI400' 시리즈에 HBM4 탑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성장 수혜를 잘 누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 보고서를 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34%)를 앞지르며 최초로 'D램 왕좌'에 오른 것이다. 이 시기 연결 영업이익(7조4405억원) 역시 국내 전체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차세대 HBM4 샘플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제7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고객사들과 내년 생산 예정인 HBM 계약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역시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았다. 그는 HBM4 샘플 등을 살펴본 뒤 “정말 아름답다", “원 팀", “사랑한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 삼성전자 분위기는 다르다.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위한 품질 테스트를 받은지 1년 가량 됐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황 CEO가 삼성의 기술력과 관련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는 따로 없었다. 삼성전자는 '기술통'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HBM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총장에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HBM3E 12단 생산을 확대하는 등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엔비디아 공급 승인이 완료되면 실적이 확 뛸 수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납품 이력이 없으면 부가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6세대 HBM4 물량을 따내는 데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HBM3E 가격이 프리미엄 약 20%로 출시됐으나 HBM4는 제조 난도 상승으로 프리미엄이 3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면서 계약 물량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HBM 판매량은 1분기 저점을 찍겠지만 HBM3E 개선 제품 판매 확대와 함께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HBM2E 개선 제품은 주요 고객사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며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 폭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HBM4의 경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IT 관련 수요는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로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HBM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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