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정의선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전략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AI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새만금 프로젝트'가 엔비디아의 AI 기술력과 맞물릴 경우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정 회장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황 CEO와 만나 미래 모빌리티와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현대차그룹 사옥에 도착한 황 CEO는 정 회장의 직접 영접을 받았다. 정 회장은 황 CEO가 도착하기 전부터 1층 로비 현관에서 기다리며 그를 맞았고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을 나누며 각별한 친분을 드러냈다.
현장에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 진은숙 ICT담당 사장 등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도 함께했다.
황 CEO는 정 회장과 함께 새로 리모델링된 사옥 1층을 둘러보며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기술과 로보틱스 사업 현황을 살폈다. 이동 중에는 임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사진 촬영과 셀카 요청에도 응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임직원들을 향해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며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실제 환경에서 유용한 일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이 바로 현대차그룹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 회장은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로비 투어를 마친 양사 경영진은 회의실로 이동해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황 CEO는 “한국은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국가 중 하나"라며 “그런 측면에서 정 회장이 한국의 'AI 밸리'가 될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도 “AI와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새만금 AI 밸리를 설명했다"며 “함께할 의향이 있다면 더 완벽한 AI·로보틱스·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에 대해 “훌륭한 삼겹살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며 웃음을 보인 뒤 “새만금에 엔비디아 데이터센터를 짓게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AI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AI 역시 자동차 공장처럼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며 “한국은 로봇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AI 공장이 필요하다. 이 두 분야는 앞으로 중요한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라며 “젠슨 황 CEO의 창업 정신이 정주영 선대회장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마치 할아버님과 함께 일하는 느낌"이라고 화답했다.
황 CEO는 AI를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개발 전반에서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정 회장은 기술 개발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안전한 모빌리티가 양사 협력 논의의 핵심 주제"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파트너십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AI를 모든 형태의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며 미래 모빌리티는 매우 놀라운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틱스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황 CEO는 “어떻게 하면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가속화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로보틱스의 산업 현장 적용은 생각보다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가진 플랫폼을 어떻게 범용적으로 활용할지, AI와 로보틱스, 공장을 통합해 미래 제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로봇과 자율주행, AI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적용 분야다. 황 CEO가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미래 산업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사업 역시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비전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특히 새만금 프로젝트가 양사 협력의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로봇 플랫폼을,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상호 보완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사의 협력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확대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확보하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사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양사는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국내에 엔비디아 AI 기술센터와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자체 SDV 역량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도입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 가능한 통합 아키텍처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 기술을 일부 차종에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과 새만금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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