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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도 “트럼프 상호관세는 불법”…대법원 최종 결론만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여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사라지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IEEPA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중대한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지만, 이들 중 어떤 조치도 명시적으로 관세, 관세 부과금,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을 부과하거나 과세할 권한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무제한적 권한을 주려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법은 관세(또는 그런 종류의 동의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도 갖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앞서 미 국제무역법원(USCIT)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즉각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결정은 항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관세는 유효하다"며 “오늘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들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올 것이고 우리를 재무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며 “미국은 더 이상 거대한 무역적자, 다른 나라들이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그것(관세)들을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법원 상고 방침을 시사했다. 항소 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취소된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벌여왔던 합의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철강, 반도체, 의약품 등 제품에 부과하거나 부과할 예정인 품목 관세는 해당이 안된다.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많은 파트너들이 미국과 프레임워크(틀)에 도달했고 일부는 아직 협상 중"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문서가 없이 구두로 합의한 일본과 한국은 법적으로 더 명확해질 때까지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늦추면서 자동차 관세 인하를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이라며 50%의 관세 폭탄을 받은 인도는 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6·27 대책 이후 지방 부동산 시장 더 침체됐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을 꾀한 6.27 대책 시행 이후 7월 한 달간 되레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욱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57가구로 전달 대비 341가구(1.3%) 증가했다. 일명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22개월 연속 증세를 보이다가 6월 처음으로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악성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전체 물량의 83.5%(2만2589가구)가 지방 소재 주택이었다. 각 지방별로 살펴보면 대구가 370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3468가구), 경북(3235가구), 부산(2567가구), 경기(2255가구) 등 순이었다. 대표적 주택 공급지표 중 인허가 역시 6.27 대책 이후 되레 지방이 더욱 부진했다. 수도권(9879가구)은 7.3% 증가한 반면 지방(6천236가구)은 오히려 50.6% 감소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통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키고 수요를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던 당국의 정책 목표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통계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27 대책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값이 진정세를 보이긴 했지만 대출 규제만으로 불황이 깊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엔 무리가 있다"며 “추가적으로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국토균형 발전 정책이 후속 조치로 이뤄져야 지방 주택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현대건설, 회사채 발행에 목표치 5배 달성…‘흥행 대박’ 이유는?

현대건설이 ESG 인증을 받은 공모사채를 발행한 결과 당초 목표액의 5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대박'을 터트렸다. 31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8일 2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ESG채권)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1조9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만기구조(트랜치, Tranche)별로 2년물 700억원 모집에 3800억원, 3년물 700억원 모집에 5700억원, 5년물 600억원 모집에 1400억원 주문을 받아 완판에 성공했다. 희망 금리 밴드는 개별민평(민간 채권평가사 평균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으며 모든 물량이 마이너스 금리(2년물 -11bp, 3년물 -10bp, 5년물 -10bp)로 목표 신고금액 2000억원을 채웠다. 현대건설은 이번 채권 발행에서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총 7곳을 공동 대표주관회사로 선정했다. 추가로 메리츠증권과 한양증권, 현대차증권을 인수단으로 확보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도 마련했다. 이 같은 흥행 요인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룹사의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판단한다"며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그룹사의 수익성과 건실한 재무구조로 시장 변동 상황이나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 대응이 가능한 점이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재무실적 공개만이 아닌 회사의 성장 가능성, 리스크 관리 노력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업계 내에서 현대건설의 굳건한 입지로 타 건설사 대비 투자 선호도 높은데다 타 건설사 대비 수익성, 재무구조, 수주실적, 브랜드 가치 등 전반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뢰 지표로 활용되는데 당사 신용등급은 AA-로 건설채 중에는 매우 드물게 기관투자자 수요를 확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채권은 9월 3일 발행 예정이다. 녹색채권인 만큼 조달 자금 대부분이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일부 자금은 미 텍사스주 LUCY 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사용될 방침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주담대 ‘6억’ 넘는 곳 없다…“6·27대책 한계 올 듯”

정부가 6·27 대출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6억원 미만으로 제안한 후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거래가 급감했다. 그런데 서울 지역의 평균 주담대는 약 3억원 정도였으며 강남, 서초, 용산 등 규제 지역까지도 이보다 약 2억원 정도 많은 5억원대에 그쳤다. 6억원 대출 규제 조치가 실제 시장에선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수요자들이 주택 공급이 부족하거나 계속 오를 것이라고 확실히 예측될 경우 언제든지 패닉 바잉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르면 이달 초 발표될 공급 대책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불안을 구조적으로 잠재워야 집값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31일 부동산R114 리서치랩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주택담보대출 약정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2억9557만원이었다. 올해 1월 평균 2억8632만원에서 1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구별로 강남구 아파트의 대출 평균이 4억8362만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고였다. 이는 주담대 금액이 가장 낮은 금천구(1억8174만원)나 강북구(1억8185만원)의 약 2.7배 수준이다. 또, 서초구 4억6541만원, 용산구는 4억1038만원으로 강남구와 함께 이들 3개 구의 평균 주담대 금액이 4억원을 넘었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규제지역으로 묶여 LTV 50%(유주택 30%), DTI 40%로 제한(비규제지역은 LTV 70%, DTI 60%)되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아 대출액도 많았다. 부동산R114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시세는 서초구가 8499만원, 강남구 8473만원으로 8000만원을 넘었다. 이어 송파구(6207만원), 용산구(6107만원), 성동구(4998만원), 마포구(4598만원), 광진구(4556만원) 등의 순으로 시세가 높았다. 이들 3개 구의 거주자들은 대출 상환 능력으로 볼 수 있는 연간 소득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와 용산구 거주자의 연소득은 각각 평균 1억5464만원으로 서울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 거주자의 평균 소득(9475만원) 대비 6000만원 가까이 높은 것이다. 서초구의 연소득은 1억4953만원으로 강남·용산구 뒤를 바짝 추격했다. 이들 3개 구 외에 주담대가 높은 곳은 성동구로 평균 3억7081만원이었다. 이는 송파구의 3억5000만원보다도 높은 것으로, 연평균 소득은 송파구(1억1024만원)가 성동구(1억560만원)보다 많지만 주담대는 비규제지역인 성동구가 높게 형성됐다. 수동 일대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한강변 고가 주상복합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며 소득과 주담대 모두 상위권에 위치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주담대 평균이 낮은 곳은 금천구, 강북구와 도봉구 등으로 1억9000만원대로 2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어 중랑구(2억1062만원), 구로구(2억1626만원), 관악구(2억1700만원) 순으로 대출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기준일이 6·27대책 이전인 5월인데도 구별 주담대 평균이 6억원이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정부는 6·27대책에서 수도권의 주택은 차주의 소득 여부와 무관하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으나 대책 이전에도 평균 대출액은 한도보다 낮은 것이다. 현재 강남구 아파트 평균가는 30억5000만원으로 LTV 50% 적용 시 최대 15억2500만원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실제 평균 대출액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LTV 외에 소득에 따라 대출이 줄어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 중이고 대체로는 보유 현금에서 부족한 자금만 대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끝나면 대출 제약이 없는 현금 보유자나 갈아타기 수요를 중심으로 다시 거래가 늘면서 대책의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달 초 발표할 공급 대책과 이후 공시가격 및 보유세 변화 등에 따라 시장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녹색에 빠졌다”…식음료·패션까지 ‘말차 앓이’

국내외에서 '말차' 열풍이 불고 있다. 말차 맛을 접목한 음료뿐 아니라 각종 디저트, 술, 패션 신제품까지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말차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편의점이다. 트렌드 지표로 통하는 만큼 말차맛 제품의 흥행성을 눈여겨보고, 일제히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아이스크림, 베이커리, 샌드위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올 여름 성수기 선점을 위한 이색 주류 대전의 키워드도 말차에 꽂혔다. 전통주인 막걸리와 말차를 합친 '말차맛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은 '더기와 말차막'을 선보였고, GS25도 유명 셰프 에드워드 리와 협업해 '이균말차막걸리'를 내놓았다. CU도 오는 9월 10일께 '말차생막걸리' 출시를 예고했다. 유통업계가 말차에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이색적인 맛과 색, 성분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춰 젊은 층 위주로 독특한 건강 식재료로 알려지면서다. 말차는 녹차 대비 항산화물질인 카테킨, 비타민 C·E, 베타카로틴 등이 많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다. 재배·가공 과정뿐 아니라 마시는 방법까지 말차는 녹차와 차이를 보인다. 일광 재배하는 녹차와 달리, 말차는 차광 재배한 찻잎을 사용한다. 녹차는 찻잎을 우려 마시는 반면. 말차는 곱게 갈아낸 가루까지 섭취해 색과 풍미가 보다 진한 편이라 평가 받는다. 말차 인기는 커피 전문점 위주로 외식업계의 판매 성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상반기 '제주 말차 라떼', '제추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등 말차 음료를 출시했는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투썸플레이스가 내놓은 말차 음료 3종(아이스 말차·말차 크림 라떼·스트로베리 말차 라떼)은 출시 2주 만에 50만 잔이 팔리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식품업계도 기존 대표 제품에 말차 맛을 입혀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말차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11일 남양유업은 기존 초코에몽 후속 제품으로 '말차에몽'을 선보였으며, 앞서 해태제과(홈런볼 말차딸기)와 오리온(초코파이 말차 쇼콜라), 빙그레(쿠앤크 말차)도 주요 제품의 말차 버전을 줄줄이 출시했다. 롯데웰푸드는 빈츠·빼빼로 등 과자류에 더해, 월드콘·설레임·티코 등 아이스크림 3종까지 말차 옷을 입혔다. 이 밖에 먹거리를 넘어 말차는 패션 등 문화 전반으로 유행 범위가 번지고 있다. '말차 코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녹색을 강조한 패션 아이템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LF몰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LF몰 내 '그린·카키·민트' 녹색 계열 제품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보다 2.5배 가량 늘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말차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블랙핑크 제니, 가수 전소미, 팝스타 두아 리파, 배우 젠데이아 등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말차 관련 제품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들이 이를 소위 '힙'하게 여기며 따라하게 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성 강한 색과 맛, 건강적인 요소까지 담은 말차는 요즘 젊은 세대의 소비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식재료"라며 “개발 과정에서도 어떤 품목이든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 덕분에 더 다양한 제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윤석헌 시평] 금융감독체계 개편 마무리해야

“이번엔 되는 줄 알았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대통령의 주담대 6억원 규제 칭찬 후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사 후엔 방향성과 추진 여부까지 헷갈린다. 핵심인 금융위 해체설은 약화되고 소비자보호기구 분리설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초심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수차례 반복된 금융감독개편 논의가 빛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약자를 합성한 조어)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사고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던 이유 역시 모피아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금융위를 해체하여 관치금융을 단절하고 모피아 낙하산을 중지하는 것이 소비자보호 강화 및 금융산업 발전의 첩경이라 할 것이다. 금융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보호기구만 분리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 격으로 소비자보호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기대가 높았던 데는 새 정부 역량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몇 가지 배경논리가 작용했다. 첫째, 한국경제 선진화 과정에서 국내 금융권은 중개역량을 키워 경제 선진화를 지원할 소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래 지속된 관치금융과 모피아 낙하산 등은 경제 성장기 역할에 불구하고 국내금융에 무능력과 무책임이라는 후과를 남겼다. 금융사는 정부 보호막 뒤에 숨어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고 중개역할 수행보다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다. 부실 상품을 불완전 판매하면서 정부의 허가를 핑계댔다. 감독당국은 자신들의 집행책임은 제한적일 뿐이란다. 금융위는 산업진흥과 감독 간 최적 선택을 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금융권에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았는데, 이를 개혁하지 않고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내 금융산업은 IMF 체제 이전에는 정부 지시로 기업금융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정부의 금융산업 건전성 우선 정책 하에 위험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면서 위험관리 역량이 자라지 못했다. 그 결과 카드사태, 저축은행사태, DLF사태, 사모펀드사태 및 최근 홍콩ELS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계속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산업진흥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감독체계 개편 반대론자들은 하드웨어를 건드리면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앞뒤가 바뀐 논리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 비유가 견제와 균형을 의미함에도, 운전자 입장에서 둘을 함께 운영하는게 편리하다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소비자 피해의 지속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글로벌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의 지나친 양적성장이 위험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한국경제도 관치 덕분에 양적성장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질적성숙이 필요하고 민간금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즉 앞으로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과 참여를 자제하고 금융제도와 정책 수립 등으로 시장의 예측가능성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 이제 민간 중심 금융감독체계 전환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민간기구의 공권력 행사 문제다. 금융위설치법상 금융위사무처는 '금융위원회의 사무 처리 및 설치법에 규정된 업무'를 수행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소속기관에 대한 업무 지원'과 더불어 '검사 및 제재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검사 및 제재 업무'는 금감원의 고유업무이고, 그 외는 양자간에 실질적 차이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위사무처 업무를 금감원으로 합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음, 감독정책의 공적 민간기구 이양 과정에서 시장의 불안정 발생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법과 제도로 꼼꼼히 준비하여 시행하면 문제될 게 없고 이행과정에서 금융선진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 호주, 네델란드 등 공적 민간감독기구 운영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할 수도 있겠다. 이제와 개편작업을 접는 것은 관치금융 지속을 시그널하는 의미가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지속되면 금융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국회 산하에 TF를 구성하고 그간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올바른 개편방향을 찾는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계기로 한국금융이 관치를 벗고 한국경제 선진화 동력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윤석헌

‘맨땅에 헤딩’은 옛말…中企 인수로 창업 기회 찾는다

“높은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맨땅'에서 시작하는 창업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이미 검증된 중소기업을 인수해 창업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진국형 창업 모델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김재윤 딥서치 대표) 온라인 인수합병(M&A) 플랫폼 리스팅(Listing)의 운영사 딥서치가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개최한 '한국형 ETA 프로그램 설명회'에 200여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렸다. 당초 주최측의 참가 예상 인원은 150명이었지만, 참석 희망자가 대거 몰리면서 좌석 수를 늘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날 설명회의 화두는 '중소기업 인수 창업(ETA)'. ETA(Entrepreneurship Through Acquisition)는 아이디어 기반의 신규 창업 방식에서 벗어나, 검증된 우량 중소기업을 유능한 창업가가 인수하여 더 크게 성장시키는 혁신적인 창업 모델을 뜻한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작하는 신규 창업보다 ETA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인수 창업'을 고민하는 20대 예비 창업가부터 은퇴 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인 70대 예비 창업가, 신사업 확장을 타진하는 기업 관계자 등 다양한 이들이 참석했다. '한국형 ETA 프로그램'을 제시한 업체는 온라인 M&A 플랫폼 '리스팅'의 운영사 딥서치다. 딥서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회계사인 김재윤 대표가 설립한 금융 전문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지난해 5월 '리스팅'을 출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리스팅'을 통해 딜이 성사된 중소기업은 8곳으로, 현재 약 700여개 딜이 진행 중이다. 한국형 ETA는 중소기업 M&A 중개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이 겪는 가장 큰 장벽인 인수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수금융, M&A 투자, 정부지원 연계 등 다각적인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인수 후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것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김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 앞서 오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ETA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의 우량 중소기업을 새로운 비전과 기술력을 갖춘 창업가와 연결하는 '사회적 승계'가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수십 년간 축적된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 양질의 일자리를 보존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딥서치는 한국형 ETA의 성공을 위해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액셀러레이터인 스토리앤데이터와 4자간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몰려있는 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성공 사례를 축적한 후 전국적으로 모델을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주현 경북창경센터 대표는 “한국형 ETA는 특히 디지털 전환(DX)이나 인공지능 전환(AX)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들에게 알맞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의 우량 기업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진 창업가를 만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김남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ETA의 핵심은 물려받을 '가업'은 없을지라도 물려받을 만한 '기업'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라며 “이번 사업이 잘 되면 기술보증기금 등에도 건의해 인수창업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美 유명 셀럽 킴 카다시안도 반한 ‘K-시술’…뷰티 넘어 미용의료 관심↑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패션·미용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이 한국을 찾아 피부 시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K-뷰티가 화장품을 넘어 미용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돼 눈길을 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킴 카다시안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 클리닉에서 시술을 받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게재했다. 이번 방한에 동행한 동생 클로이 카다시안, 미국 뷰티전문가 바네사 리도 함께 시술을 받고 경험담을 각자 SNS에 올렸다. 킴 카다시안의 경험으로 K-시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는 'K-뷰티 투어'의 인기가 높다. 유명 병원 홈페이지는 일본어나 중국어로도 운영하고, 외국어가 가능한 상담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4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피부과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총 70만50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3만9060명에서 약 3배 증가했다.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시작된 2009년의 6015명과 비교하면 15년 사이에 무려 117배나 크게 늘었다. 2023년부터 진료 과목 가운데 피부과 환자가 1위를 차지하더니 2009년 9.3%였던 비중은 지난해 56.6%로 급증했다. 외국인 환자 중에서는 일본 국적이 4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24.4%), 대만(9.6%), 미국(5.7%), 태국(3.5%)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도 의료 관광을 적극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2~23일 중국 베이징에서 '2025 한국 헬스&뷰티 페스타'를 열고 의료관광을 넘어 헬스와 뷰티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이벤트로 한국을 홍보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는 프리미엄 고객 대상 설명회에서 중국 최대 부유층 교류클럽과 업무협약을 체결, 한국의 의료·뷰티 테마로 고부가 여행상품을 개발해 회원 대상 공동 홍보하는 등 장기적인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홍콩서 글로벌 행보…국외점포장과 워크샵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29~30일 홍콩에서 현장경영을 실시하고 '아시아권 국외점포장 워크샵'을 통해 글로벌 사업 추진 방향과 계획을 점검했다. 29일에는 홍콩 지점을 방문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뤄낸 직원들을 격려하고, 글로벌 금융허브 이점을 활용해 현지 글로벌 선도금융기관과의 협력 확대와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30일에는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5개국 7개소 국외점포장을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고 경영 현안을 직접 청취했다. 강 행장은 △고속성장권역 내 로컬기업대상 영업력 제고 △변동성 확대에 따른 건전성 중심 비상경영체제 유지 △현지 고객 공략 지속과 업무시스템 개선 △원리원칙에 입각한 국외점포 내부통제체계 강화 등을 주문했다. 그는 “국외점포별 상이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점포장 이하 직원들 노력으로 단기간 내 로컬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며 “현지 맞춤형 영업 전략과 촘촘한 내부통제로 글로벌 사업을 주요 수익 축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금감원장, ‘이자장사’ 저격...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1위는 어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손쉬운 이자장사'를 질타한 가운데 카카오뱅크, 신한은행이 금리인하요구권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은행 모두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이자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를 강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3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기업대출을 합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가 5만건 이상인 인터넷은행 3사와 시중은행 4곳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비교한 결과 카카오뱅크가 수용률 35.6%로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는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 총 65만8616건 가운데 23만4733건을 수용했다. 이 회사는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 수용건수도 모두 주요 은행 중 압도적인 1위였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매분기 신용상태가 개선된 고객들에게 금리인하요구권 행사를 안내한 결과다. 카카오뱅크 측은 “알림을 통해 고객의 권리 행사를 적극 유도하고, 모바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34.5%로 2위였다. 신한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 11만5198건 가운데 3만9770건을 수용했다. 신한은행은 매월 초 고객솔루션부에서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이 되는 고객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자체 기준에 의해 인하 가능성이나 수용시 감면금리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들을 선별해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에게는 고객별로 6개월에 한 번씩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신한은행은 이자감면액 지표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89억5300만원의 이자를 감면해줬다. 신한은행도 이자감면액 72억9200만원으로 상위권이었다. 이 중 신한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했을 때 이자 감면 혜택이 큰 고객을 위주로 안내를 강화하고 있어 이자감면액도 타행 대비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이자감면액은 52억7200만원으로 3위였지만, 수용률은 17.8%로 타행 대비 낮은 편이었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평균 금리 인하 폭은 케이뱅크와 하나은행이 가장 컸다. 케이뱅크와 하나은행은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대출금리 0.40%를 각각 인하했다. 토스뱅크(0.30%), KB국민은행(0.30%), 신한은행(0.22%), 카카오뱅크(0.20%), 우리은행(0.20%)이 뒤를 이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재산 증가, 신용펑점 상승 등으로 본인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개인사업자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단,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대출상품이 신용상태별로 금리에 차등을 두는 상품이어야 한다. 은행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금리인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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