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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확충 딜레마…한전은 돈이 없고, 민간은 규제에 막혀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AI(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재정난과 기업들의 전력망 이탈 현상이 맞물리며, '누가 송배전망을 깔 것인가'라는 질문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딜레마로 부상했다. 정부는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 인프라 확충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행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누적 적자로 인해 자체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직접 설치한 전력망을 '남 좋은 일'이라며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7일 전력산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누가 송배전망을 확충할지, 누구를 위해 깔아야 하는지를 두고 한전과 민간 기업, 정부 사이에서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혹은 민간이 전력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제도를 정비하는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RE100 산단 조성 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선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상 전력망 사업자는 한전이 유일하다. 한전이 최근 발표한 송전망설치계획과 배전망설치계획에 따른 투자비는 각각 72조8000억원과 10조2000억원으로 총 83조원이다. 대부분은 한전이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이 투자비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2023년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을 때 물가안정 차원에서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 그 부담을 다 떠안아 현재 총부채는 200조원이 넘고, 부채율은 480%에 이르고 있다. 요금에 전력망 투자비를 가산해야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요금을 올려주지도 않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자 산업체들이 전력직접구매(PPA), 자가발전, RE100 우회전력 조달 등으로 한전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상황도 확대되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력망 확충이 오히려 기업 이탈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한전이 재원을 들여 전력망을 깔아줘야 할 동기도 부족하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요금을 억제하고 인프라를 깔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기업을 뒤따라가며 전력망을 확충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적자 구조에서는 민간을 위한 추가 설비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에선 전력망 구축 난제를 풀 해법으로 '민간 기업의 전력망 투자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직접 전력망을 설치하고 이를 국가에 기부채납한 뒤, 향후 일정 수익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국가 인프라에 투자한 뒤 최소수입보장(MRG) 형태로 수익을 얻는 맥쿼리자본 방식과 비슷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전력망을 지으면 정부가 이를 인프라 자산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간 운영 수익을 나눠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민간의 선제적 투자를 유도할 '수익공유형 전력망 투자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전력망 확충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전력망을 공공자산으로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민관 협력 기반의 '에너지 인프라 개방형 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금처럼 전력망은 공공이 깔고, 민간은 자유롭게 이탈해 나가는 구조에서는 어느 누구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민간이 전력망을 설치하고 기부채납하거나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받는 모델을 법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나서 전기요금 현실화 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하거나, 민간 전력망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근거와 수익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전력망 투자 주체를 둘러싼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바이오사이언스,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임상 순항…상용화 기대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순항하면서 글로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예방하는 이 백신은 기존 제품보다 많은 21개 혈청형을 포함해 현재 상용화된 폐렴구균 백신 중 가장 광범위한 혈청형 커버리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GBP410은 미국, 유럽, 호주, 한국 등에서 생후 6주부터 만 17세까지의 영유아와 청소년 약 77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임상은 전체 대상군을 아우르는 글로벌 다국가 시험으로, 안전성과 면역원성은 앞선 임상 1·2상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확보된 임상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진국 규제기관의 허가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며, 특히 연령대와 접종력별 세분화된 군을 통해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된 예방효과 입증도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의약품평가센터(CDE)로부터 임상 1상 및 3상 시험계획(CTA) 승인을 획득, 향후 세계 최대 백신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진출의 초석도 다졌다. 중국은 자국 내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허가를 심사하는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상 시험을 빠르게 마친 후 3상으로 전환해 현지 등록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GBP410의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와 하버드대학교가 공동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을 경우 최종 품목허가로 이어질 확률은 평균 85.4%에 달한다. GBP410의 경우 글로벌 규제환경에 맞춘 다국가 임상 설계와 대규모 피험자 확보, 국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기반 생산 인프라까지 갖춘 만큼, 승인 가능성과 제품화 이후의 경쟁력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의 성장성도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올해 약 90억달러에서 2030년 약 1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70만명에 달하는 5세 미만 아동이 폐렴으로 사망하며, 이 중 약 30만명이 폐렴구균 감염에 기인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GBP410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할 경우, 해당 시장에서 수천억 원대 연매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 백신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 생산기반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경북 안동 백신생산시설 'L HOUSE' 내에 약 4200㎡ 규모의 GBP410 전용 생산동을 증축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cGMP 기준을 충족하는 이 설비는 향후 글로벌 시장 공급을 위한 핵심 생산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열린 준공식에는 사노피 글로벌 임원진도 참석해 협력 진전을 확인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410 이후를 대비해 사노피와 협력한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개발도 착수한 상태다. 더 넓은 혈청형을 포함해 고위험군 및 고령층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글로벌 백신 시장 내 점유율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mRNA 플랫폼 기반 일본뇌염 백신 'GBP560'을 비롯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백신, 면역증강 독감백신 등 기타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통해 팬데믹 대응과 백신 플랫폼 기술 확보라는 양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619억원, 상반기 누적 매출은 3164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6.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51억원에서 37억원으로 줄며 손익 구조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적 상승에는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효과와 함께 GBP410 임상 진행, 자체 제품 및 유통 제품 매출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GBP410을 통해 글로벌 허가 가능성과 수익성, 공중보건 기여를 모두 갖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향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李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연말까지 소비 늘려 내수 살린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 살리기 소비 붐업을 통해 내수 회복에 나서겠다는 다짐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렵게 되살린 소비가 확실히 살아나도록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이어 연말까지 매달 대규모 소비행사 개최 등 '소비 이어달리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개월간 비상경제 점검과 관세협상 대응을 위해 총력을 다해왔으나, 우리 경제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성장전략 TF를 통해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를 했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도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로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대혁신으로 '진짜 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첫 과제로 지방 상생소비 활성화 방안,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주요내용 등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인구감소 등 구조적 제약으로 소비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강력한 '소비 붐업'을 추진해 내수 회복 모멘텀이 전국에 신속하게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연말까지 매월 대규모 국내관광과 소비행사를 추진한다. 8월 숙박세일페스타, 9월 여행가는가을 캠페인과 동행축제, 10월 듀티프리페스타,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연이어 개최한다. 아울러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1곳당 최소 2개 이상의 중앙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수도권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도록 해 관광 교류와 특산품 구매 활성화 등 상생소비를 확산한다. 지방에 각종 소비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미술전시쿠폰 160만장, 공연예술 쿠폰 50만장은 비수도권 전용쿠폰에 추가한도를 부여해 이달 8일부터 발급하고 비수도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숙박쿠폰 80만장도 이달 20일부터 발급한다. 8월 1일부터 10월 9일 사이에 비수도권 소재 소상공인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추첨을 통해 1등 10명에게 각 2000만원을 지급하는 '대박 경품' 이벤트도 연다. 정부는 경기회복 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8월 중하순 발표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구체적인 초혁신경제 아이템을 선정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I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생부터 전문기술자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AI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유급없는 의대생 복귀 안 돼”…국회 청원 10만명 육박

유급 의대생 복귀 조치를 철회하라는 국민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복귀 특례를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은 7일 오전 11시 기준 9만2047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자동 회부 기준인 10만명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국회 회부 이후 '형식적 심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청원인은 “전공의 부재로 인해 응급실과 수술실 등 주요 진료 현장에서 실제 공백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며 “교육과 수련을 자진 포기한 이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복귀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과 공공성에 기반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특례를 허용하면 유사한 집단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2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접수됐고,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복지위는 사안의 성격상 교육위원회가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해 8월 4일 회송했고, 교육위는 같은 날 심사를 마쳐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는 상임위 심사 단계에 있으며, 이후 본회의 심의와 정부 이송, 처리 통지 등의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총협)는 지난 7월 12일 전원 복귀를 선언했고, 같은 달 25일 교육부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미복귀생의 2학기 복귀를 공식화했으며, 본과 3·4학년 학생들은 학년별 수업 참여를 통해 각각 2027년 2월 또는 8월, 2026년 8월 졸업을 목표로 학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이수 학점은 방학 등을 활용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의총협은 복귀 학생들을 위한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과 대학 간 재정지원 형평성 확보도 함께 요청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사 자율성과 책임성을 인정하며, 교육 안정화를 위해 행·재정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국시 추가 시행 역시 검토 중이다. 정부의 복귀 조치에 대한 반발은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전공의 복귀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과 수련협의체 제3차 회의를 열고 수련환경 개선과 복귀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의 핵심 쟁점은 '수련 연속성 보장' 여부다. 이는 군 복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수련을 중단했던 전공의가 동일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뜻한다.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수련 연속성 보장은 미래 의료를 위한 핵심"이라며 이를 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수련협의체 회의를 마지막으로 각 수련병원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 주 초 전공의 하반기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병원별 면접을 거쳐 9월 1일부터 수련이 재개되면,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조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전히 예민하다. 특히 복귀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 달성을 앞두면서, 국회의 실질적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민동의청원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 회의도 여전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52건의 청원이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실제 처리된 건은 10건에도 못 미쳤다. 정책 철회나 법 개정 등 실질적 변화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22대 국회에서 이번 청원이 제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SKT, KT와 시총 격차 좁힌다…주가 불씨는 ‘배당 안정성’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SK텔레콤(SKT)과 KT의 시가총액 차이가 좁혀졌다. 8~9월을 고점으로 하반기에는 이 격차가 더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2분기 실적 부진에도 주가가 우상향하는 배경에는 SKT의 배당 정책과 신사업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배당 수준 유지 여부는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SKT의 시가총액은 13조7099억원으로, KT(12조926억원)와의 격차가 약 13%까지 좁혀졌다. KT 시총이 지난달 14조원대에서 이달 13조원대로 하락한 반면, SKT는 11조원대에서 12조원대로 우상향하는 흐름이다. 하반기에는 이 격차가 10% 미만으로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총 격차 축소 배경에는 SKT의 배당 안정성에 대한 기대와 2분기 실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SKT는 실적 악화에도 작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정적인 배당 정책은 투자자 신뢰를 되찾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주가 상승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SKT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383억원, 83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7%, 76% 하락한 수준이다. 2분기 중 발생한 유심 해킹 사건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신사업 부문에서 인공지능(AI)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AI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했으며,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13.3%, AI 익스피리언스(AIX) 사업은 15.3% 매출 증가를 보였다.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에이닷'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신규 서비스 '에이닷 노트'와 '브리핑'도 빠르게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러한 성장성과 배당 안정성에 주목하며 SKT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SKT의 단기 고점을 6만5000원, KT는 6만원으로 평가하며 SKT가 이통3사 중 가장 큰 주가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8~9월 KT 단기 고점이 6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보면 SKT의 경우 6만5000원까지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주주이익환원 가치로 볼 때 SKT가 통신 3사 중 8~9월 주가 상승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단기적으로 고객 신뢰 회복과 장기 점유율 방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다만, 배당 안정성이 확인될 경우 투자 심리 개선과 함께 긍정적인 주가 흐름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T는 연결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2024~2026년)을 유지 중이며, 과거 정책 변경에도 배당은 전년 대비 유지되거나 상향돼 왔다"며 “올해 실적이 급감하더라도 배당은 전년과 동일한 3540원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해당 수준의 배당금이 유지된다면 수익률 7% 기준 주가 5만1000원이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만일 배당이 축소될 경우 3320원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주가 하락은 4만7000원 선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DB증권은 SKT가 3분기부터 50% 요금 할인 종료와 데이터 추가 제공 등의 영향으로 이동통신 매출이 전분기 대비 약 3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위약금 환불 비용 300억원까지 반영되며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7% 줄어든 1028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배당금 유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실적 손상에도 최근 주가가 5만5000원 선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올해 연간 배당금이 최소 3540원은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2~3분기에 해킹 관련 매출 및 비용이 대부분 반영된다는 점에서 내년부터는 실적 턴어라운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라온북, 미국 간호사 10인의 성공기 담은 ‘미국 간호사로 살아남기’ 출간

라온북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현직 간호사 10인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신간 '미국 간호사로 살아남기'를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책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10명의 저자(고세라, 민수정, 임영섭, 엄혜경, 홍예솔, 유수정, 조영식, 변금희, 김지성, 태윤주)가 미국 간호사라는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 정착하기까지의 솔직한 과정을 담아낸다. '미국 간호사로 살아남기'는 미국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단순한 지침서를 넘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온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각 저자의 개성 있는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다. 제1장에서는 고세라 저자가 미국 간호사로서 갖춰야 할 직업적 마인드와 다문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2장에서는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 2세인 민수정(크리스탈 민) 저자가 양국 문화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직장 생활 노하우를 전하며, 제3장에서는 미군 예비군 출신인 임영섭 저자가 간호사와 군인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비결을 공개한다. 또한 50세에 간호사의 꿈을 이룬 엄혜경 저자(제4장), 네 아이의 엄마이자 간호사로 활약하는 홍예솔 저자(제5장), 연방정부 교도소 간호사로 근무하며 영어의 한계를 극복한 유수정 저자(제6장)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ESL 유학생에서 대학교수 및 국방부 메디컬 오피서(Medical Officer)가 된 조영식 저자(제7장), 정신과 전문간호사(NP) 및 텔레헬스(Telehealth)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변금희 저자(제8장), 아프가니스탄 참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동료 참전 군인을 돌보는 간호사가 된 김지성 저자(제9장), 간호사를 넘어 매니저를 목표로 하며 이상적인 워라밸을 실현해 나가는 태윤주 저자(제10장)의 다채로운 경험담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성공적인 미국 간호사로 자리 잡은 10인의 저자가 공개하는 체험과 느낌, 직업적 노하우를 통해 미국 간호사를 꿈꾸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준비된 여정'을 선물하고 싶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수출 한계 넘자…‘공유성장’이 미래 무역 모델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세계 무역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자유무역이 당연시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40%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오래된 과제지만, 이제는 그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협력은 원조, 단순 무역, 또는 OEM 중심의 투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협력형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변화의 출발점은 기존 무역의 장벽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관세, 물류비, 가격경쟁력 등은 여전히 주요 진입장벽이며, 중남미 시장은 지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더욱 높은 장벽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장벽은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넘을 수 있다. 공동 생산, 공동 기술개발, 공동 브랜드 전략이 바로 그 해법이다. 지난 6월 말, 에콰도르 수도 키토시의 고위 공무원 연수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숭실대학교, 서울산업진흥원(SBA), 이노비즈협회,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창업 및 혁신 기관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고, 다자간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창업 협력과 기술 역량 공유,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키토시 산하 혁신기관 콩키토(CONQUITO)가 체결한 협약은 양국 스타트업 간의 1:1 기술 매칭, 공동 연구개발(R&D),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등 다층적인 협력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산업 기반을 함께 설계하고 성장하는 '공유성장형 파트너십'의 구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노비즈협회 역시 기술 기반 중소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 시장개척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전, 혁신 교육, 스마트팩토리 도입 등을 포함한 '역량 전이(capacity transfer)' 중심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양국 기업은 '시장 + 기술'이라는 두 가지 자산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숭실대학교가 주관한 키토시 고위급 연수 또한 같은 흐름에 있다. 창업 정책, 제도, 지원 시스템 등 비가시적 인프라의 공유는 단기적인 수익과는 직결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신뢰와 상호 이해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제는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시대를 넘어, 서로 성장하는 상호협력 모델을 본격적으로 설계할 때다. 한국은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개발도상국은 시장과 인재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이는 무역 장벽을 본질적으로 낮추는 전략이자,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중남미는 이러한 '공유성장' 접근이 특히 효과적인 지역이다. 스마트시티 인프라, 적정 농업기술, 친환경 제조, 청년 창업지원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중남미 현지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기술을 단순히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전통적 수출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생산과 수익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공동 프로젝트형 ODA, 세이프가드 없는 기술이전 모델, 스타트업 간 교차 연수 프로그램 등의 실질적 제도가 요구된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키토시와의 협력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먼저 포착한 기업만이 미래의 무역 장벽을 뛰어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박주영

벤하트(BENHEART), 아시아 공략 시동… JR Inc.와 글로벌 판권 계약 체결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벤하트(BENHEART)가 지난 6월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띠워모(Pitti Uomo)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BENHEART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 JR inc(제이알아이엔씨)를 공식 발표하며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JR inc은 벤하트의 전 세계 판권 라이센스를 획득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벤하트는 이번 피띠워모에서 파크골프를 주제로 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활동성과 캐주얼함을 조화시킨 BENHEART의 디자인이 유럽 바이어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며, “전 세계 파크골프 판권을 보유한 JR Inc.와의 협력을 통해 이탈리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파크골프 문화를 확산시키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오징어게임의 한국 전통 딱지치기 게임을 재현한 이벤트도 진행되어 현지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은 “유럽 브랜드가 아시아의 문화적 요소를 유럽 무대에서 선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벤하트의 혁신적인 마케팅을 주목했다. BENHEART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기반으로 밀라노 등 5개 매장을 운영 중인 프리미엄 가죽 브랜드로, 전통 장인 정신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올해 하반기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아시아 첫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피띠워모에서 호평받은 파크골프 컬렉션을 한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JR inc과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벤하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유럽 전역의 체계적인 브랜딩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대차, GM과 파트너십 1호 성과 ‘차량 5종 공동개발’

현대자동차와 제네럴모터스(GM)가 글로벌 전략 시장을 겨냥해 총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부터 북미 전용 전기 상용 밴까지 포괄하는 이번 협업은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본격적인 첫 결실로,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제네럴 모터스(GM)는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7일 밝혔다. 양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SUV 4종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양사는 공동 개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을 생산 및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된다. 양사는 공통의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내외장을 개발할 계획이다. 양사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중남미 시장용 신차를 위한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관련 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2028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 상용 밴을 생산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Jose Muñoz)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세그먼트 영역과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나은 가치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 및 남미 시장에서의 양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디자인, 고품질, 안전 지향의 차량과 만족할 만한 기술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 부문 최고 책임자인 실판 아민(Shilpan Amin) 수석 부사장은 “오늘 발표된 차량들은 중남미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그먼트와 북미 시장의 상용차 부문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GM과 현대차는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공동 개발하는 첫 번째 차량들은 양사가 보유한 상호 보완적 강점과 스케일의 시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북미 및 남미에서 소재 및 운송, 물류에 관한 공동 소싱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며, 원자재, 부품, 복합 시스템 등 영역에서의 협력도 고려 중에 있다. 이 밖에도 양사는 지속가능한 제조 방식(Sustainable Manufacturing Practices) 실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저감 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지난 해 9월 체결한 MOU에 기반하여 △글로벌 시장을 위한 추가 공동 차량 개발 프로그램 및 △내연 기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협업과 관련해 세부 검토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E칼럼] 자원협력으로 남북관계 풀어 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냉각기를 유지해 온 남북 소통의 길이 조금씩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천명이나 통일 의지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한국을 상대하기보다 미국과 직거래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실질적인 먹고 사는 일,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KOTRA의 “2024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9억 604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4% 감소한 23억 3567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19억 752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발 등 솜털 가공 제품이며 2023년 3위였던 광물이 40.7% 증가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2023년까지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모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는 커다란 목표 설정보다 우선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등 통상을 넘어 소리없는 전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관계를 갈등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관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협력을 관계 복원의 마중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 양측의 필요 하에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몰리브덴 등의 광물 반입부터 시작해 차츰 신뢰가 축적되면 남북 광물개발 협력도 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북한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생산에 들어가 남한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1,000톤의 흑연을 반입한 사례가 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개성공단 북측 안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실무자 만남을 통해 정촌 흑연광산 재가동과 중단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합의 이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는 2006년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며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을 받았다. 그리고 광물공사와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북한 내 주요 광물이 남북 경제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 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구리·마그네사이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니켈·코발트·흑연과 희토류·텅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텅스텐·몰리브덴·흑연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광물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 연한은 최소 25년 이상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자원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남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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