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폭탄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8일 코스피는 전날 미국 나스닥 지수 급락세 여파로 8%대 급락 출발해 결국 8000선마저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8.29%(676.18포인트) 하락한 7484.41, 코스닥도 9.08%(91.05포인트) 하락한 911.39에 거래를 마쳤다.
연이는 외인의 '셀 코리아' 영향이 컸다. '셀 코리아'의 배경에 미국이 있다. 미국에서 예상을 웃도는 고용 지표가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5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이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키우면서 이미 20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는 '셀 코리아'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美 고용 서프라이즈가 촉발한 금리 충격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각 지난 5일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전월보다 17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9만6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3~4월 고용자 수도 총 9만3000명 상향 조정되면서 3개월 이동평균은 18만8000명까지 올라섰다. 2024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수치 자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레저와 접객업(7만명)과 월드컵 특수 관련 고용이 증가한 점을 들어 “월드컵이라는 일시적 영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민감한 선행 업종의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ADP, Revelio 등 민간 고용지표도 모두 1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며 “고용이 연초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흐름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고용 발표 직후 10bp 이상 뛰어 연 4.54%까지 올랐다. 달러화 지수(DXY)는 전주 대비 1.14% 상승한 100.1을 기록했다. 브로드컴 주가 하락에서 시작된 빅테크 조정과 맞물리며 미국 주식시장도 하락했다.
임재균 연구원은 “물가가 목표치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고용도 예상외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연준의 매파적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6월 FOMC에서 '추가 조정(additional adjustments)'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이 높고, 연내 금리 인상을 제시하는 점도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 금리 급등에 환율 155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미국 금리 충격은 환율을 거쳐 국내 증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 →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커스터디 달러 수요 증가 → 원화 약세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달러 수급 여건이 원·달러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호황에 따른 무역 경상수지 흑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따른 달러 수급 불안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약 760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국내 1~5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와 월 평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각각 1019억 달러, 204억 달러 규모임을 고려하면 올해 외국인의 월 평균 주식 순매도 규모는 월 평균 무역수지 흑자액의 약 74% 수준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3원을 기록했다.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6월 들어 1550원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말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는 1560원을 웃돌았다. 2월 28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낙폭(-7.7%)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 순매도도 고환율 자극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중 부담을 준다. 주가 변동에 따른 투자 손실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로 환산한 수익률이 추가로 떨어지는 환차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추가로 매도하는 유인이 된다.
▲2016년 6월~2026년 6월 5일, 외국인의 코스피 일별 순매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제작=클로드AI]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이미 전례 없는 규모로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69조586억원에 달한다. 올해 연간 누적으로는 118조원을 웃돌아 지난 10년 내 최대 수준이다.
▲2017~2026년 6월 5일까지 연간 누적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추이. 연한 회색선은 2023년 이전 [자료=한국거래소, 제작=클로드AI]
분수령은 미 CPI와 FOMC
증권가에서는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0일 발표)와 6월 FOMC(18일)를 외국인 수급 방향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확인될 경우 고용 호조와 결합해 금리 인상 베팅이 한층 강화될 수 있어서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 CPI에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까지 확인된다면 시장의 인상 베팅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연내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기 시작했고, 10년 금리가 4.5%를 넘어설 때마다 주가가 주춤하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금리는 4.50~4.75% 수준에서 등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CPI와 차주 FOMC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를 재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라며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나 연준의 매파적 발언이 확인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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