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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ESTP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

어린이집에 가보면 유독 에너지가 넘치고 즉흥적이며 현실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어린이가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하기로 했던 일보다 바로 하고 싶은 일에만 관심을 가진다. '나는 자라서 대통령이 될 거야' 같은 허황된 꿈을 입 밖으론 내지 않는다. 당장에 치토스 한 봉지를 먹기 위해 어떻게든 친구를 꼬드겨 낸다. 말싸움으로 이길 재간이 없다. 무엇에든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전략적이고 상당히 똑똑하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좀 피곤한 아이다. MBTI로 보면 ESTP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연일 전 세계를 들어다 놨다 한다. 관세를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리는 건 예사다. 이민 장벽을 높게 치면서도 올리가르히에게도 영주권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이전 정부가 시행했던 각종 보조금 정책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거대한 미국 재정으로 암호화폐를 비축자산에 편입할까한다는 혼란스런 메시지로 비트코인 가격을 흔들어 댄다. 군비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자원을 미국 수중에 넣어버린다. MBTI로 보면 ESTP에 가깝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광인 전략'을 최근 잠시 멈춘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부과를 추진하다 지난 4일 돌연 관세를 한 달 연기한다. 그 중심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있다. '얼음여왕'이라 불리는 셰인바움은 계산적이고 기술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의 트럼프를 대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의 '펜타닐 공급'을 비난하자 미국의 멕시코 상대 '무기 공급'을 문제 삼으며 되받아쳤다. 관세 폭탄에 대해 '캐나다와 같은 다른 무역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적극 응수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정상간 통화가 이어지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해서 욕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전화를 함께 듣고 있던 셰인바움은 온화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는 트뤼도에 대해선 '멍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혹평했지만, 셰인바움에겐 '존경'의 뜻을 밝혔다. 관세가 유예되는 동안 멕시코는 협상의 여지와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확보했다. 외교가는 트럼프를 들었다 놨다한 셰인바움이 '2승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련한 어린이집 교사는 ESTP 어린이를 보고 있다 결심이 서면 옹호자형(INFJ)이나 선도자형(ENFJ)으로 변신한다. 옹호자형으로 변신하면 차분하게 인내심을 보여준다. 즉흥성과 감정의 기복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준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자연스레 옳은 방향으로 유도한다. 감정적인 공감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만든다. 실수할 기회를 주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유도한다. 자연히 존경을 불러일으켜 아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선도자형으로 변신한 교사는 ESTP 아이의 높은 에너지 레벨을 맞춰준다.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면 긍정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어준다. 아이들의 사회적 욕구를 이해하고 협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리더십의 기회를 줘봐서 경쟁적이면서도 협력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멕시코 교사가 INFJ나 ENFJ를 적절히 오가는 능숙한 교사라면, 아직 어린이집에 출근하지 않은 한국인 교사는 어떤 유형의 성격이어야 할까.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기자의 눈] 크립토 서밋, 기대와 다른 현실

지난 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크립토 서밋'은 미 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본격적으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지정하고 매입할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주요 가상자산 기업 대표들도 참석해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서밋에서 발표된 내용은 기대만큼 구체적이지 않았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어떤 규모로, 어떤 빈도로 매입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자본이득세 면제 논의도 모든 프로젝트가 아닌 일부 미국 기반 프로젝트로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돼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정부의 발표가 실질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실망감과 함께 시장 불확실성만 확대됐다. 서밋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5%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최근 벌어졌던 50억달러 규모의 옵션 만기, 11억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바이비트(Bybit) 거래소의 대규모 해킹 사건 등 악재들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흐름을 뒤바꿀 호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렸다. 이번 서밋을 통해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혁신적이고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기를 기대했던 업계의 실망감도 컸다. 정부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나 투자자 보호 대책 없이 원론적이고 모호한 메시지만 반복했다. 이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의 현실적 필요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지원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크립토 서밋은 정부의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정부가 시장의 기대와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한 명확한 로드맵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백악관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다이소 영양제로 드러난 약사-제약사 ‘갑을 관계’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이 지난달 24일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3000~5000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자 아니나 다를까 약사들 반발이 거세다. 오는 11일 취임하는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 당선인은 지난달 26~27일 다이소에 영양제를 공급한 대웅제약·일양약품과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종근당건강 등 제약사 관계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가졌다. 이어 다음날 28일 대한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제약사들이 약국보다 저렴하게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제약사의 다이소 건기식 출시 자체보다 마케팅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해당 제약사들이 고품질의 건기식을 생활용품점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해 그동안 약국이 폭리를 취해 온 것처럼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약사의 마케팅 방식에 대한 약사업계의 반발이 사실상 제약사에게 사업 철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제약사도 생겼다는 점이다. 일양약품은 대한약사회가 성명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현재 출시된 제품 외에 더이상 다이소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은 공급 중단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대한약사회도 사업 철수 압박이 없었음을 강조했지만 일련의 사태가 전개된 정황을 보면 약사들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케 한다. 반면에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현재 사업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제약사 역시 약사업계 집단반발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제약사의 다이소 건기식 사업 철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개월치에 수만원대 하는 약국 제품 구매를 주저하던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부담없이 다이소 제품을 먹어보고 효과가 있다고 느끼면 약국에서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해 먹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선택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약사들은 '그동안 약국이 폭리를 취해 왔다는 오해'를 걱정하기보다 '그동안 약사들이 제약사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해 왔다는 인식'을 해소시켜주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제약사 역시 단순히 '고품질'을 강조하기보다는 약국에 공급하는 제품과 다이소에 공급하는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윤홍근 BBQ회장,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장 연임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의 윤홍근 회장이 사단법인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회장에 연임됐다. 제너시스BBQ그룹은 “지난 5일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정기총회 이사회에서 윤홍근 현 회장이 새로 인준을 받고 13대 회장에 추대됐다"고 7일 밝혔다. 윤 회장은 “김상옥 의사의 애국정신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수 있어 큰 기쁨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김상옥 의사와 순국선열들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잊지 않고 후세에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김상옥 의사는 일제 강점에 맞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는 등 항일무장투쟁을 이끌었고, 1923년 1월 22일 서울 시가지에서 일본 군경 1000명과 '일 대 천 전투'를 벌이다 순국했다.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는 1948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 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이다. 윤홍근 회장은 지난 2021년 12대 회장으로 취임해 김상옥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를 비롯해 특별전 '김상옥, 겨레를 깨우다', '항일 서울시가전 승전 기념식' 등 행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개헌과 양원제 이야기

최근 개헌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단골로 등장하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 가운데 국민의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도 넘쳐난다. 개헌의 시기도 마치 조기 대통령선거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참에 아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까지 함께 하자는 의견부터 이번에는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후보로 언급되는 몇몇은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의 임기를 개헌을 통해 3년으로 줄이고 2028년 국회의원선거에서 4년 중임제 동시선거를 하자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개헌론에도 꿈쩍하지 않는 이도 있다. 개헌의 단골 주제 가운데 하나는 양원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새헌법안』을 출판했는데 “국회를 양원제(공화원·민주원)"로 바꾸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검찰 출신 전 여당 대표는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두되 비례대표 의원을 상원으로 전환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는 양원제 도입"을 주장한다. 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헌법의 순간』이라는 책에 의하면 사실 양원제는 한국에서 1948년 제헌을 할 때부터 아주 고전적인 주제였고 매우 열띤 찬반의 대상이었다. 잠시 시간을 대한민국의 헌법을 기초하던 시점으로 돌아가자. 유진오 헌법기초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안한 양원제는 “지역대표와 경제, 교육, 종교 등 직능대표들로" 상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헌법기초위원들 사이에는 12대 10으로 단원제 지지가 더 많았다. 양원제를 선호하는 입장은 무엇보다 하원과 상원 사이에 서로 견제가 가능하고 두 번의 절차를 거쳐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와 반대로 단원제를 고집하는 입장은 양원제에서 의사결정에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상원이 귀족제의 유산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한민국 헌법은 단원제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제헌 헌법의 잉크가 미처 다 마르기도 전인 1948년 양원제 도입 논의가 다시 제기되었다.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 12월 18일 제1회 국회 폐회식에서 “(다음) 국회에서 작정할 것은 상원법과 규례를 정하여 어떻게 조직하며 어떻게 선거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이에요"라고 발언했다. 195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승만 대통령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졌고 국회는 이승만을 위한 대통령제 대신 의원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1952년 한국 전쟁 중 피난 수도 부산에서 군인과 경찰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양원제까지 포함하여 이루어졌다. 그다음으로 한국에서 양원제가 등장한 것은 4.19혁명 이후 제2공화국 시절이었다. 제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하원 격인 민의원이 233명, 상원 격인 참의원이 58명 뽑혔다. 민의원은 4년 임기인데 참의원은 6년 임기였다. 참의원은 특별시나 도 단위에서 선출되었고 3년마다 29명씩 뽑는 방식이었다. 권한은 민의원이 더 강했고 양원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민의원의 몫이었다. 그나마 실체를 가지고 잠시나마 작동했던 제2공화국의 양원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명목상으로 구분만 이루어졌지 역할의 분담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똑같은 일을 양원에서 두 번씩 반복하고 말았다. 또한 참의원은 우려했듯이 나이가 많고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았으며 이른바 고관대작으로 즐비했다. 당시 언론은 이런 참의원을 보고 쓸모없는 장식품이고 세금만 낭비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5.16쿠데타 이후 양원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양원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의 핵심은 똑같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사의 경험은 양원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 사이에 심어주기 충분하다. 학술적인 연구결과는 결코 양원제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이른바 선진 국가에서 작동하는 우월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대신 양원제가 정착된 나라들이란 대체로 인구가 많고 땅덩어리가 큰 연방제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학계의 중론이 모여졌을 뿐이다. 한국과는 먼 이야기인 것이다. 1987년 헌법이 진짜 오늘 한국 위기의 근원일까. 요새 정치인들이 희망하듯이 헌법을 바꾸면 정치 문제가 다 풀릴 것인가. 이준한

[EE칼럼] 어렵지만 시급한 시멘트산업의 탄소감축

시멘트에 모래, 자갈, 물을 섞어 만드는 콘크리트는 현대 물질문명의 토대이다. 콘크리트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자재의 80%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 1인당 80톤이 넘는 콘크리트가 존재하는데, 이를 전부 합하면 총 650기가톤에 달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무게가 나간다. 건축의 세계에서 시멘트는 콘크리트가 서로 단단히 달라붙도록 돕는 마법의 성분이다. 인류는 수천 년간 석회를 구워서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1만 년 전 신석기 유적의 바닥과 기둥에 시멘트를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의 기초를 만들 때 사용한 것도 콘크리트의 일종이다. 현대의 시멘트 제조법은 1824년 영국의 조셉 애스프딘이 특허를 낸 방법이다. 애스프딘은 '포틀랜드시멘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시멘트의 색이 영국 포틀랜드섬에서 산출되는 천연석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포틀랜드시멘트는 전체 시멘트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토마스 에디슨은 시멘트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디슨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시멘트 소성로(kiln)를 만들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근간이 될 기간산업을 시멘트, 비료, 화학섬유 등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우리나라에 그나마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이 석회석이라, 1960년대부터 국가산업으로 육성했다. 시멘트는 한자로 양회(洋灰)라고도 하는데, 이 무렵부터 여러 시멘트 기업이 탄생했다. 2023년 한국은 연간 5천만톤이 넘는 시멘트를 생산하는 세계 11위의 시멘트 대국이 되었다. 소비량으로는 세계 10위이다. 국내 석회석 매장량은 118억톤이며, 향후 약 200년간 시멘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시멘트의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주원료인 석회석과 부원료인 진흙, 모래, 산화철 등을 원료 분쇄기에 투입하여 분쇄한 후 소성로에서 최고 2,000℃의 고열로 가열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가 생성된다. 클링커에 석고와 같은 첨가제를 혼합한 후 분쇄기에서 아주 잘게 분쇄하여 시멘트를 만든다. 시멘트산업은 철강, 석유화학과 함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8%를 차지한다. 석회석(CaCO3)을 가열하면 탈탄산과정에 따라 클링커(CaO)가 생성되면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소성로 가열을 위해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약 33%, 원료 분쇄기, 냉각기 등 각종 설비에서 전기를 소모하면서 약 7%가 발생한다. 2023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0위 기업 중에는 시멘트 회사가 5개나 있다. 이들 기업의 배출량은 3천만톤이 넘는다. 국내 배출량의 약 4.7%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제품 생산 단위당 평균 0.83tCO2로 글로벌 평균(0.62tCO2)보다 높다. 영업이익이 많지 않은 시멘트 회사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산업은 전형적인 온실가스 난감축(hard to abate) 분야이다. 에너지 연소 때문이 아닌 공정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시멘트산업에서 발생하는 공정배출 감축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에는 원료전환이 있다. 석회석을 슬래그, 애시류 같은 비탄산염 원료로 대체하거나, 클링커 비중을 줄이고 석고와 같은 혼합재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수단은 연료전환으로,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폐목재, 폐유 등의 순환자원이나 수소, 바이오매스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열기, 냉각기 등의 효율 향상을 통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감축기술 도입 이후에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결국 CCUS 기술을 이용해서 처리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이지만, 아직은 너무 비싸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양은 많고 마진은 박한 시멘트산업은 더욱 그렇다.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시급하다. 시멘트산업은 전형적인 원료 지향성 제조업이다. 운송비 부담이 커서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하는 광산 인근에 생산 공장을 짓는 편이다.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도 없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는 비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지붕과 벽이 있고, 발밑에 단단한 바닥이 있으면 건축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그러나 주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의 하나이다. 없어선 안 될 시멘트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도 제대로 된 평가를 계속 받으려면 탄소배출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박성우

[기자의 눈] 민주당, 진정 중도보수라면 기후에너지정책 다 바꿔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의 이념 정체성을 진정 중도보수라 규정했다면 민주당은 기후에너지정책을 다 바꿔야 한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 대비용으로 풀고 있는 기후에너지정책은 아무리봐도 진보적이다. 중도보수라고 우겨봐야 국민이 납득할까 싶다. 민주당은 지난 22대 총선 이후와 비교할 때 기후에너지정책에서 중도보수로 갔다고 할 만큼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나마 의미있는 변화는 더이상 탈원전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탈원전 기조 폐기는 민주당이 우클릭을 한 건 맞다. 그러나 에너지 고립섬인 우리나라에서 탈원전을 하겠다는 계획은 원체 실현 가능성 없는 급진적인 정책이었다. 극좌에서 오른쪽으로 한칸 갔다고 중도보수라 할 수 없다. 기후경제부, 기후에너지부는 기후 분야에 힘을 줘서 경제 혹은 에너지 산업을 통제하겠다는 민주당에서 언급된 정부부처 구성안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큰 힘을 쏟겠다는 것인데 중도보수에서는 구상하기 힘든 정부부처다.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이미 과감하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1.6%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고 했는데 지금이 10% 정도니 두 배나 늘려야 한다. 이 대표가 강조해오던 에너지 고속도로는 본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35년까지 40%로 늘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중도보수가 추진하기엔 너무 과감하지 않나.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꽤 높게 잡을 생각이 있다면 접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NDC에 대해 조사할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은 정부가 2035 NDC 수립 시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선언은 국민의힘을 극우로 몰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기후에너지정책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차라리 중도보수에 가까워 보인다. 이 대표는 진보, 보수 상관없이 경제정책을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기후에너지정책은 필요하다면 진보로 가도 괜찮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념적 기반 없이 쇼핑하듯 골라 쓰는 정책은 혼란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기후를 중시하는 규제정책은 중도보수가 지향하는 자유와 반드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통 민주당 지지층이 믿고 있는 이 대표의 이미지는 흔들릴 수 있다. 노동규제는 풀어주면서 기후규제를 옥죄면 지지층이 납득하겠는가. 이러니 이 대표가 대선을 의식해 중도층의 민심을 얻으려 전략적으로 중도보수를 선언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싶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교무 부총장 겸 인재양성사업본부장 겸 차세대정보화추진단장 정순영(정보대학 컴퓨터학과) △연구 부총장 윤성택(이과대학 지구환경과학과) △문과대학장 이희경(문과대학 영어영문학과) △미디어대학장 겸 미디어대학원장 박지훈(미디어대학 미디어학부) △글로벌비즈니스대학장 겸 창업경영대학원장 겸 경상대학장 서리 겸 경영정보대학원장 서리 정규언(글로벌비즈니스대학 융합경영학부 글로벌경영전공) △공공정책대학장 전수영(공공정책대학 빅데이터사이언스학부) △문화스포츠대학장 겸 문화스포츠대학원장 겸 인문대학장 서리 겸 인문정보대학원장 서리 배상우(문화스포츠대학 국제스포츠학부 스포츠비즈니스 전공) △스마트보안학부장 김휘강(정보보호대학원 정보보호학과) △미래교육원장 문정빈(경영대학 경영학과) △국제교류교육원장 김정학(행정전문대학원) △고대신문사 주간 신호정(경영대학 경영학과) △미래성장연구원장 김동수(산학협력단) △대외협력처장 전재욱(경영대학 경영학과) △학생복지처장 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장 이병희(글로벌비즈니스대학 융합경영학부)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슈&인사이트] 겁에 질린 고양이 경제(Scared-cat economy)에 빠진 한국과 미국

트럼프의 관세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가며 금리를 내리고 자국 통화를 절하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금통위도 지난 달 25일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25bp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수년간 침체되어 있는 내수를 살리고 탄핵 정국으로 막혀 있는 재정정책을 대신하여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대부분 통화 가치를 절하한 탓에 우리 원달러는 크게 요동치지 않으면서 달러당 1450원대를 유지하며 아직까지는 잘 버텨주고 있다. 금리인하는 침체되어 있는 내수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켜 돈맥경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목표일 거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유동성 함정에 빠져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거다. 게다가 금리 인하의 발표 전인 2월 7일 부동산 매매의 숨통을 틔워 준다는 명목으로 소위 말하는 강남의 '잠삼대청' 지역에 재건축을 제외한 토지거래 허가 규제를 해지하였다. 오비이락일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토지거래허가 해지 뉴스가 발표되고 2주후에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해 돈이 산업계와 골목 상권이 아닌 부동산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도 트럼프가 숨 쉴 틈도 없이 관세, 이민 정책과 함께 정부 공무원들의 해고를 밀어 부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정부개혁부(DOGE) 창설을 내용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DOGE 수장 머스크에게 합법적으로 정부 기구축소와 정리해고에 나서도록 힘을 실어줬다. 빅테크 금융진출과 가상화폐를 규제했던 1만명이 넘는 직원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폐지하고 기상청과 해양대기청에서도 1만 3천 명 중 800 명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제개발처(USAID)는 15분만에 모든 짐을 가지고 회사를 떠나라는 명령으로 기존 직원 1만 명 중 290명만 남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일주일만에 2만 건이 증가했고 이 숫자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거다. 트럼프는 관세부과와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무역과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채무도 갚겠다고 한다. 대통령 유세 때는 2조 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일론 머스크는 갑자기 지난 달 27일 백악관 정부 각료회의에서 2026년까지 정부 빚을 1조 줄이겠다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과격한 정책추진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관세부과와 불법체류 노동자 추방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도 경기예측에 자신감을 잃고 투자를 과감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또한 '겁에 질린 고양이(scared-cat) 경제'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도 여전히 불안하다. 다행히 2월 무역수지가 1월의 19억 달러 적자에서 43억 달러 흑자를 보였지만 반도체의 수출이 급격히 줄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작년 후반기부터 레거시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부과로 인해 3월 달 무역수지를 낙관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는 작년 12월 계엄 선포 이후 가뜩이나 불황이 진행 중이었던 내수는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향후 들어설 수 있는 새정부의 정책 결정시까지 신규 투자를 올 스톱한 상태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에 부과될 미국의 관세도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 경제 또한 미국 관세 부과와 탄핵결과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겁에 질린 고양이(scared-cat) 경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건 대통령 대행이자 경제부총리인 최상목 장관이다. 모든 결정을 미루고만 있는 그의 무능이 안타깝고 한심할 뿐이다. 최용

[EE칼럼]행정명령을 통해서 본 트럼프의 에너지정책 방향

취임한지 두 달여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무섭다. 관세 폭탄, 불법 이민자 추방, 이스라엘-하마스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개입, 트랜스 젠더의 스포츠계에서 추방 등 여러 쟁점 이슈를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수단은 대통령 행정명령(President Executive Order)이다. 2월 12일 현재까지 총 6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후 열흘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 수가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서명한 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명령 중 에너지 및 환경과 관련된 내용은 6개이다. 제일 먼저 내린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및 조치 78개를 폐지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서명한 행정명령 5개와 인플레이션 감축 법(IRA)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행정명령 그리고 인프라 투자와 고용에 관한 법률(IIJA)의 이행에 대한 명령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UNFCCC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하였으며 국제기후재무계획을 즉시 철회하기로 하였다. 돈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하여 연방정부 토지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공급과 개발행위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프라, 에너지, 환경, 자연 자원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준공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네 번째는 미국의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것인데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군사적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영토, 영해 및 대륙붕에서의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장려하며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중국 등의 광물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 및 특권을 폐지하고 항만, 액화기지, 파이프라인 등 LNG 수출 인프라를 비롯한 에너지설비에 대해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주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알래스카의 자원 개발을 촉진하는 것으로서 알래스카 북극권에 있는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알래스카 남부로 이송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기지 및 항만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상 및 육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토 임대, 허가, 금융 대출 등을 정지하라는 사실상의 풍력발전 건설정지 명령이다. 이상 여섯 개의 에너지·환경 관련 행정명령은 임기 초반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색깔과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탄소저감,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에 반대하며 전통적 화석 에너지의 생산과 개발을 확대해서 미국 국민에게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일례로 알래스카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촉진함에 있어서 지난 바이든 및 그 이전의 대통령 때 진행되었던 환경영향평가, 국토관리청(Bureau of Land Management)의 결정사항, 내무부 장관의 공공토지명령(Public Land Order) 등을 비롯한 개발 관련 정부 결정 및 핵심 세부사항에 대한 조처방안을 담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간의 업무분장 및 협업 사항을 미리 파악하여 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방해가 되는 핵심 규제와 장애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주도면밀하게 지시하고 있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수단에 대해 미리 잘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정부를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과 환경 및 시민단체의 반발, 법원의 제동 등 트럼프 정부 앞에 놓여 있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민감한 유럽 각국도 최근 우파가 집권한 독일 총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보다는 성장, 에너지 전환보다는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역점을 기울이려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몇몇 국가는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태세를 취하고 있다. 몇 년 전 탈원전과 탈탄소를 향하여 치닫는 모습과는 꽤 다른 낯선 장면이 당분간 지구촌 곳곳에서 연출될 것 같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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