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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정상회의 개막…‘경주 선언’에 자유무역 담길까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1일 경주에서 개막했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자유무역 지지를 담은 '경주 선언'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통상 공동선언문에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번 회의가 이러한 원칙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에서 외교·통상 장관들은 정상회의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과 별도로 추진해온 AMM 공동성명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AMM은 정상회의의 성과물을 최종 점검하는 회의체로, 정상선언문 문안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 주요 문구를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동문안 발표가 보류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AMM 공동성명이 무산된 만큼 정상선언문 채택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와 관세 10%포인트 인하에 합의하면서, 무역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만큼 '경주 선언' 채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0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주 선언 채택에 매우 근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다수 회원국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MM 선언문에 몇 가지 쟁점이 남아 타결되지 않았지만, 정상선언문 협상과 연계된 사안으로 통상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미해결 쟁점' 중 하나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가치를 명시하는 문구에 모든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며 공동선언 채택이 무산됐다. 당시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및 투자환경 조성'과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개선' 관련 문구를 둘러싸고 양국 간 의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EC의 근본 가치인 자유무역 정신을 담은 선언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의장국인 한국의 조정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선언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경주선언이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고, 미중 사이 조정 역할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국제질서 중대 변곡점…협력·연대가 해답”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 개회사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 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전례 없는 위기이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APEC이 걸어온 여정 속에 지금의 위기를 헤쳐갈 답이 있다"며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에 언제나 같은 입장일 수는 없지만, 공동번영이라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APEC의 출범과 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APEC이 눈부신 성취를 이루며 다자주의 협력의 모범을 세웠던 순간마다 대한민국은 그 여정을 함께했다"며 “원년 회원으로서 1991년 '서울 선언'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2005년 부산에서는 아태지역 무역 자유화를 위한 '부산 로드맵'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하나로 연결될수록, 서로에게 서로를 개방할수록 회원국들은 번영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며 “APEC 출범 후 회원국의 국내총생산은 5배, 교역량은 10배 늘었고, 대한민국도 그 공동 번영의 토대 위에서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장소인 화백컨벤션센터의 이름을 언급하며 “고대 신라왕국은 나라의 중요한 일을 논의할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고,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조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일궈낸 천년고도 경주에서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의제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과 '연결·혁신·번영'은 5년 전 함께 채택한 APEC의 미래 청사진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세션에서는 '푸트라자야 비전'의 핵심축인 무역과 투자 증진에 대한 회원국들의 고견을 청취하고자 한다"며 “국제 경제 환경의 격변 속에서 APEC의 비전을 어떻게 달성해 나갈 수 있을지 허심탄회한 토론과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2025년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놀라운 저력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한 역사적인 해"라며 “이 막중한 시기에 APEC 경제지도자회의의 의장을 맡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력과 연대, 상호신뢰의 효능을 증명한 APEC 정신이 이곳 경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며 “함께 조화와 화합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다카이치 日 총리와 첫 회담…“셔틀 외교 지속”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새 일본 내각과의 우호 관계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의 첫 대면으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 2분부터 41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통상환경 속에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많은 한일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을 해 나가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 문제도 얼마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선출이라고 들었는데, 저희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또 “오늘 자리가 한일의 깊은 인연을 재확인하고 미래로 인연을 이어 나갈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회담에서도 양측은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양국이 안보·경제·사회 분야에서 폭넓은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서로 의지하고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큰 기념비적인 해"라고 짚었다. 또한 “셔틀 외교도 잘 활용하면서 저와 대통령님 사이에 잘 소통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조기에 복원한 셔틀 외교를 자신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차기 만남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갖기로 하고, 셔틀 외교를 지속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본과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여왔으며, 불과 4개월 사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세 차례 회담을 진행하며 '방문과 답방' 형식의 셔틀 외교를 조기 안착시킨 바 있다. 한미동맹·한미일 협력을 국익 중심 외교의 축으로 삼고,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일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구분해 다루는 '투트랙 접근법'을 유지해 왔으나,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이번 첫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과 “긍정적인 주파수"를 맞추며 우호적 흐름을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이 첫 대면인 만큼 양국 관계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시바 전 총리와의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사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일이 앞마당을 공유하는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또 “문제와 과제가 있다면,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과제는 과제대로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과거사 이슈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강경 행보를 자제해 온 다카이치 총리가 자국 내 정치적 이유로 보수층에 소구하는 언행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약속한 셔틀 외교를 이어가고 잦은 교류를 통해 과거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던 핵추진잠수함 및 한미 관세협상 등 현안은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예상 못한 韓-美 ‘깜짝 합의’…“명분 주고 실리 챙겼다”

“명분을 주고 실리를 취했다." 지난 29일 한국과 미국 정상간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차피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협상이다. 한국 입장에선 잘해도 손해, 못하면 '괴멸'인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미국에게 지난 8월 합의했던 금액은 유지해 '명분'을 주는 대신 연 200억 달러 씩 10년간 분할 투자 등 외환시장 보호책을 따냈고 농업 등 민감 분야도 지킬 수 있게 됐다. 일본보다도 좋은 조건이어서 국내외에서도 한국 정부의 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도 일부 세부 사항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나오고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30일 정재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외환시장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한미 양측은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해 왔지만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약 4200억달러)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한꺼번에 줄 수도 없고 준다고 해도 국가 부도에 처한다며 반발해왔다. 양측은 두달여 간의 협상 끝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을 위한 '직접 투자+선박금융 등 간접 투자'를 병행하기로 조율했다. 투자도 한꺼번이 아니라 사업이 진척되는 대로 돈을 보내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합의했다. 외환 시장이 불안할 때 연간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정부는 실제 150억~2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연간 투자액을 외화 자산 운용 수익, 국책은행의 정부 보증채 발행 등을 통해 국내 외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3500억 달러 투자라는 규모는 지켜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대신 우리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외환 시장의 안전성을 보장받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연간 200억 달러는 최근 한국은행이 '외환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밝힌 액수와 동일하다. 지난 10여년간의 연평균 대중, 대미 무역 흑자 규모, 해외 투자금액과도 비슷하다. 대미 투자금 회수의 안전판을 강화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다. 일본은 투자처를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 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되,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호 합의하에 투자처를 선정하는 구조다. 투자기간도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로 한정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빠른 시일내 송금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으로 상대적으로 길게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약 3년 남아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마스가를 위한 조선 협력 방식도 부담이 큰 직접 투자 외에 간접 투자도 병행하기로 합의한 것도 나름 성과다. 미국 선사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대주는 것을 투자 금액에 포함시킨 것이다. 외환시장의 부담을 더는 한편 우리나라 조선사가 미국 선사의 선박을 수주할 경우 투자금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양보한 것도 있다. 투자 수익 분배 방식에서 한국은 당초 투자금 회수 전까지 9대1의 배분 비율을 요구했지만 일본과 같은 5대5로 합의했다. 또 필요성이 제기된 '한미간 통화 스와프'도 장기 분납에 따라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개막 직전까지도 모든 국내외 전문가들이 '어렵다'고 전망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과 관련 자국 내에서 물가 인상 등에 따라 큰 반발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순방에서 성과가 필요했다. 우리나라도 장기간 표류할 경우 경제적·안보적 불확실성이 고조돼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협상의 틈을 잘 파고들어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는 버티기 전략을 펼친 것이 통한 것 같다"면서 “가만히 놔두면 쌓여야 할 외환 보유고 운용 수익이 빠져나가게 된 것이니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줬을 때를 생각하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비슷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이번 협정이 한국 정부에 큰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정책상 승리(major foreign policy win)"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이 모호한데다 구체적인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조율할 지는 과제다. 양측의 합의안이 최종 명문화되지 않아 일부 항목을 둘러 싸고 '연장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SNS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 “한국이 시장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반도체는 대만 수준의 조건을 보장받았으며,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반도체 관세를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최대 15%로 확약받지 못했는데 대만은 아직 협상 중인 상황으로 이번 협상의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며 “현재 철강, 알루미늄의 미국 관세율이 50%인데, 이로 인해 대미 철강 수출이 올 상반기 11%나 줄어들어는데도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연간 30조원 가량의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중장기적인 환율 인상 압력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굴욕협상', '국익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도 과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경주APEC] 트럼프 “韓 핵 추진 잠수함 승인”…상업적 핵 이용 급물살 타나?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만에 전격 '승인'했다. 우리나라의 핵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핵 관련 기술 개발에서 나아가 핵보유까지 우리나라의 핵 관련 안보 지형이 급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핵 대응과 한·미동맹 현대화, 조선·원자력 산업에 파급을 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체류 중이던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국이 현재 보유한 기동성이 떨어지는 구식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에는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등 핵심 기술이 필요한데, 미국은 과거 핵확산 우려로 한국의 저농축 우라늄 지원 요청을 거절해온 만큼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은 파격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적대국이 핵무기로 공격해와도 '최후의 보복'을 가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북핵 대응이라는 안보적 필요와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전략적 구상, 나아가 조선·원자력 산업 협력과 대중 견제까지 맞물린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수십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올해 5000t급 구축함 '최현호', '강건호'를 진수했으며, 자체 핵잠 건조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잠은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며 재래식 탄두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는 공격형 잠수함(SSN)으로, 기존 디젤잠보다 잠항·작전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또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위성락 안보실장이 전날 전했다. 한미간 조선 협력에도 큰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적 거점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로, 지난 8월에는 양국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50억달러(약 7조원)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목록에 올리며 한미 협력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또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할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수십 발의 핵폭탄을 실전 배치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핵잠도 동해와 남중국해에서 은밀히 활동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 핵추진 잠수함 출항 시 즉각 공격형 핵잠으로 추적·감시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작전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성사될 경우, 한미동맹의 위상을 높이는 전기가 되는 동시에 '동맹 현대화'를 내세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비롯해 더 많은 역할을 한국에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운용을 위해선 핵연료 확보가 선결 과제인데, 이를 위해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 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가 필수다. 우리나라는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 측의 서면 협의 없이는 농축 우라늄(농축도 20% 미만)을 직접 생산할 수 없다. 한·미는 지난 8월 정상회담 전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의견을 같이했으며,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 달라"며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의 조속한 착수를 강조했다. 핵 연료 재처리를 통한 농축 우라늄 기술 확보는 군사용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핵연료들은 현재 모두 수입품인데, 이를 국산화할 경우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게 되면 잠수함뿐 아니라 LNG 운반선·쇄빙선·극지 탐사선·해양플랜트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돼 관련 산업 생태계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민간 선박에 저농축 우라늄을 적용한 추진 체계가 먼저 상용화돼야 하고, 그다음에 파생적으로 핵추진잠수함 등 군사적·비군사적 적용이 따라와야 현실성이 있다"면서 “핵잠수함 확보가 목적이라면 몇 척을 왜 필요한지,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등 기본적 개념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봉합”…관세 인하·희토류 합의

글로벌 G2인 미국과 중국이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전쟁의 '봉합'을 합의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합성마약 펜타닐 차단에 협력하는 대신 미국은 관세 일부를 인하해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12시 50분부터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의전시설 '나루마래'에서 약 1시간 40분 동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정상이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펜타닐의 미국 유입 방지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기로 했다"며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10%포인트(p)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중국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원료를 공급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해당 관세를 철회하기 전까지 수입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날 협상에서 중국은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이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올해 내내 이어져온 미·중 무역 전쟁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중 관세는 47%로 낮아졌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는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종전을 위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또 내년 초 재회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에 맞춰 시 주석도 미국을 답방하기로 했다. 시 주석의 방미는 플로리다주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김해공항에 대기 중이던 전용기에 올라 귀국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의전 차량을 타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했다. 시 주석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다음달 1일 회담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與 “외교 천재” vs 野 “국익 훼손”

29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천재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찬사를 쏟아낸 반면, 제1야당 국민의힘은 “얻은 게 없는 협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9일 밤 구두 논평을 통해 “오늘 관세 협상 타결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빛날 금자탑"이라며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신 이 대통령과 뚝심 있는 협상력을 보여준 대통령실과 정부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오늘 협상은 한미동맹과 한국경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성과"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표단을 '거친 협상가'라며 극찬했다. 이 대통령의 뚝심이 이룬 빛나는 업적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활짝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외교 천재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한미 관세 협상 합의를 크게 환영한다"며 “국익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격랑을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관세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 타결에 대한 대내외의 압박과 낭설을 이겨낸 국익·실용·실리 외교의 큰 성과"라며 “코스피 4000시대는 뉴노멀이 되고, 코스피 5000시대를 향한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을 “미래 10년을 옭아맨 결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페이스북 글에서 “한국은 무려 10년간 매년 현금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며 “자동차 관세 우위도 잃었다. EU·일본 경제 대비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쌀·소고기 개방 설명도 없고, 핵 잠수함 건조도 미국 무기를 사야 하며, 핵연료 승인을 받았을 뿐"이라며 “현금 투자 규모가 당초 정부 설명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건 의원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초 정부가 설명한 것보다 직접 투자가 늘어나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7월 설명한 내용은 3500억달러 보증이고 현금투자는 5% 수준이었는데, 이번 합의는 2000억달러 현금 투자"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협상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며 “GDP가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구조로 협상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협상 직전까지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협상에서는 빠졌다"며 “2000억달러 현금 투자 약속으로 환율 급등과 국가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관세율 25%에서 10%포인트를 낮춘 것은 최선에 가까운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공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탑이 형해화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또 “GDP 대비 투자 부담이 일본은 14% 수준인데 우리는 약 20%로 상대적으로 과중하다"며 “정치 상황 탓에 유리한 협상 타이밍을 놓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날 한미 양국은 총 3500억달러 대미 투자금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200억달러로 한도를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고, 약품·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으며,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책정됐고, 쌀·소고기 등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막았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韓中 경제협상채널 확대…FTA 서비스투자협상 가속”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진행된 중국 신화통신 서면 인터뷰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협상을 가속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분야의 실질 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양국 간 경제협력 채널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실질적 진전 이뤄지도록 협의를 가속화해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공급망 협력 필요성도 부각했다. 그는 “(중국과) 1992년 수교 이래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와 공급망을 형성해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양국의 교역·투자 관계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활발한 경제적 교류는 아태 지역, 나아가 글로벌 산업·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라며 “양국이 향후 지속적으로 산업·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고,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열리는 한중 정상 간 회담에서 통상·산업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한반도 평화·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공동인식을 기초로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평화를 실현할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평화의 문제'에서 한반도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는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오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경주로 이동한다. 시 주석은 이후 31일 APEC 정상회의와 만찬에 참석하고 11월 1일에는 이 대통령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방한 기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과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윤준병·신영대 맞대결…지방선거 ‘전초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보궐선거가 윤준병(재선·정읍·고창)·신영대(재선·군산·김제·부안갑) 의원의 양자 대결로 확정되면서 내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사실상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북지사 선거 출마로 이원택 전 전북도당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생긴 공석을 놓고 윤준병·신영대 의원이 맞붙게 됐다. 투표는 권리당원 90%·대의원 10% 반영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의 공천을 총괄하는 자리로, 17개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자 선정 전 과정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또한 시·도당 소속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 업무까지 맡고 있어, 당내 정치 지형과 향후 선거 구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먼저 지난 21일 전북도의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윤준병 의원은 이재명 정부 성공, 2026년 지방선거 승리, 전북도 발전이라는 세 가지 과제 완수를 공약했다. 윤 의원은 “동학농민혁명의 후예로서 억강부약과 대동세상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일조하고, 당원주권정당을 천명한 정청래 대표의 정당운영에 힘을 보태겠다"며 전북도당을 이재명 정부 성공의 선봉장이자 지방선거 승리의 요람, 전북 대도약의 강력한 엔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행정-정치 융합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역임하며 쌓은 36년간의 행정 경력은 그의 주요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해 123대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1000만 시민 도시 서울을 운영한 경험은 거대 조직 관리와 복잡한 정책 조정 능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공천 관리 능력도 검증된 영역이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원칙과 기준에 따른 개혁 공천을 단행해 무소속 강세 지역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는 지역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도민을 위한 헌신과 정책 실행 능력, 참신함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공정한 경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 윤 의원은 도당 운영 방향으로 5대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당원주권정당 실현 △당무혁신정당 완성 △인재 육성·혁신 공천·열린 공천으로 승리하는 전북도민정당 구축 △책임정당·윤리정당 확립 △현장중심정당·민생실천정당 등이 골자다. 이를 통해 정청래 대표의 '당원'과 '개혁' 기조에 부응해 당원 소통을 강화하고, 당원과 도민의 목소리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출사표를 던진 신영대 의원은 새만금 국제공항 재개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등 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군산 출신인 신 의원은 “전북 출신 인사들이 주요 내각과 대통령실에 포진한 지금이 전북의 시대"라며 군산 전북대병원 건립,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지정, 남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공공의대 설치 등 현안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서는 “노컷이 원칙"이라며 “현장에서 단련된 후보들에게 기회를 보장하고 실력 있는 후보들의 경쟁을 통해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틀간 권리당원 투표, 다음 달 2일 대의원 투표를 거쳐 최종 당선자를 확정한다. 민주당은 시·도당 위원장 보궐 절차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을 열어 조직 정비로 당내 결속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이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개최될 예정이라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노딜도 불사” 배수진, ‘연 200억弗’ 10년 할부 관철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방안을 핵심으로 한 한미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일본이 미국에 '투자 백지수표'를 제공하는 5500억달러 투자 MOU에 서명해 우리 협상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서도 교착 장기화를 각오한 배수진 끝에 연간 200억달러 투자 한도 설정 등 일본보다 개선된 조건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 세부내역에 합의했다"며 “양해각서(MOU)는 거의 문안이 마무리 돼 있고, 팩트시트도 양국간 세부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경주 정상회담 담판을 통해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최대 쟁점이던 현금 직접투자는 2000억달러로 정하되, 한국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묶었다. 애초 미국은 7월 30일 큰 틀 합의 이후 투자 패키지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그것도 단기간 '선불'로 송금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측이 '외환 위기'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자 미국이 분할 투자안에 동의했고, 이에 따라 극적 합의가 성사됐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인 현금 투자 비율을 놓고도 한미 간 공방이 격화됐다. 우리 정부는 당초 3500억달러 중 직접(현금) 투자를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일본이 '백지수표'식 5500억달러 MOU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정부 내부에선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 차이, 원화와 기축통화인 엔화의 위상 차이를 감안할 때 일본식 조건을 수용하면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이에 정부는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보다 불리하다는 내부 여론에도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합리적 패키지를 만들겠다며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다. “(미국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타임 인터뷰)이라는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당시 정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무 채널에선 설득 중심의 '강온 병행' 전략을 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라인을 축으로 한국이 조선 등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필수적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과도한 현금 요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조정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라고 들었다. 조금 더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협상 기류를 방증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늦게 투자 협의를 매듭지었지만, 분할 투자와 함께 여러 조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일본이 5500억달러 전액을 현금 투자 중심으로 합의한 반면, 한국은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만 현금으로 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 산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별도 할당했다. 마스가 협력 투자는 한국 주도로 진행되며, 한국 조선사의 대미 직접투자(FDI)는 물론 국내 공적금융·민간은행 보증을 포함하는 구조다. 신규 선박 도입 시 장기 금융을 통한 선박금융도 포함돼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은 높였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한화그룹 필리조선소 사례 등 대미 조선 투자 확대 흐름을 감안하면, 정부 직접 부담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1500억달러를 경감한 효과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 MOU에는 '원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원칙과, 프로젝트 진행 정도에 따른 단계적 집행(선불 금지)이 담긴다. 또한 일본이 프로젝트별 SPV(특수목적법인)로 자본금을 대는 방식인 데 반해, 한국은 전체 프로젝트를 '엄브렐러(우산) 구조'로 묶어 운용함으로써 특정 프로젝트 손실을 다른 프로젝트에서 상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확보했다. 관세 측면에서는 자동차 관세 25%→15% 인하와 함께,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최혜국 대우가 향후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 MOU 서명은 특별법 제정과 국회 동의 이후에야 가능하다. 김용범 실장은 “우리는 (한미 투자) MOU에 MOU 서명을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하고,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며 “이름은 몰라도 대미 투자기금이 신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다는 측면에서 국내 외환시장과 산업에 충격이 없을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번 타결안에는 그동안 언급되던 통화스와프는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치 상황에 따라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걱정이 계속 따라다닐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수요가 연간 30조원 새로 생기는 말인데, 외환시장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영향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국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시경제 관점에서 그나마 플러스를 기록했던 부문이 설비투자인데, 기업 돈이든 정부 지원이든 한국 설비를 늘릴 돈이 매년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어떻게 우리 국내총생산(GDP) 구성항목 중 투자에 영향이 없을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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