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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달러 추락·코스피 ‘로켓장’에도…韓 원화 환율은 왜 오르나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달러 약세,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세(원화 약세)를 보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의 3500억달러(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전장 대비 0.05% 오른 97.31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던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와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138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 4조9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요인들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은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성기용 전략가는 “한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상당한 유입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60원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2.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1490원대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달러 약세·해외 투자자 유입 흐름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블룸버그는 “6월 말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80억달러(약 11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사들였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3% 상승했다"며 “연초 강한 모습을 보였던 원화는 하반기 들어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성 전략가는 원화 강세를 상쇄하는 잠재적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한 시장 우려"를 꼽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도 최근 투자노트에서 3500억 달러가 3년에 걸쳐 미국으로 송금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달러 환전 수요가 연간 960억달러에 달할 수 잇으며 이는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를 200% 이상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DB증권의 문홍철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은 무역분쟁과 관세에 취약하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는 달러 약세가 반드시 원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미간)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모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134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연말 원화 환율 전망치는 1370원으로 나타났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이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의가 남아 합의 내용 발효를 위한 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절친 덕분에 3890% 수익 거둔 버핏…中 BYD 지분 모두 매각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비야디)의 지분을 17년 만에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CNBC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가 지난 1분기 재무보고서에서 보유중인 BYD 지분에 대한 가치가 3월 31일 기준 “제로(0)"로 기재됐다고 보도했다. 버크셔는 버핏 회장의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고(故) 찰리 멍거의 추천으로 2008년 9월 당시 2억3000만달러를 들여 BYD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멍거는 2009년 주주총회에서 “워런과 내가 미쳤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회사와 왕촨푸 최고경영자를 기적같은 존재로 봤다"며 BYD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버크셔는 이후 2022년 8월부터 지분 매각에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엔 전체의 76%를 처분해 BYD에 대한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췄다. 당시 기준으로 버크셔가 약 5400만 주를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후부터 매각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버크셔의 지분율이 홍콩거래소 공개 의무선 이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때 당시 BYD에 대한 버크셔의 투자 가치는 17억4000억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작년 3분기, 4분기 버크셔의 투자 가치는 각각 8억3000만달러, 4억2000만달러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엔 전량 매각한 것이다. 버크셔 대변인도 BYD 지분의 전량 매도를 확인했다. CNBC는 “놀라운 결정"이라며 “버크셔가 지분을 보유하던 기간 BYD 주가는 3890% 치솟았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매각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23년 CNBC 인터뷰에서 “BYD는 훌륭한 인물이 이끄는 훌륭한 회사지만 지금은 그 돈으로 더 만족스러운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매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버크셔는 2022년 4분기 당시 보유하던 대만 TSMC 지분을 86% 줄였다. 이와 관련, 버핏 회장은 “중국과 미국이 두 강대국으로 오르겠지만 통제 불능의 사고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위험한 세상이다"라고 CNBC에 말한 바 있다. BYD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중국 내 출혈 겅쟁이 심화하면서 추가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 BYD 주가는 지난 5월 155.07위안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금까지 30% 가량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BYD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매도' 의견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버크셔의 BYD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더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를 의식하듯, BYD의 리윈페이 홍보 책임자는 22일 웨이보에 “주식 투자에서는 매수와 매도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BYD를 인정해주고 17년간의 투자와 지원을 이어온 멍거와 버핏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한편, CNBC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식은 애플(28.8%)로 나타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21.6%로 2위를 차지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13.2%), 코카콜라(11.1%), 셰브론(8.0%), 옥시덴탈 페트롤리움(5.1%), 무디스(5.0%), 미쓰비시상사(3.9%), 크래프트 하인즈(3.6%), 이토추상사(3.3%) 등이 뒤를 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인재 당장 늘려야”…‘LNG 판매’ 외면하던 美 엑손모빌·셰브론, 뒤늦게 뛰어든 이유는

미국 석유공룡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유럽계 경쟁사들이 최근 몇 년간 LNG 직접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한 것이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글로벌 LNG 성장을 주도하는 아시아를 거점으로 LNG 거래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최근 고용했다. 이들은 또 연 700만톤의 LNG를 거래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엑손모빌에선 3가지만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현재 개발 중인 가이아나, 미국, 그리고 LNG 거래"라고 FT에 말했다. 그동안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에만 집중하며 유럽계 기업에 비해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상대적으로 거래보다 생산이 위험이 적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LNG 수요가 급증했고 셸, BP, 토탈에너지 등 유럽 석유공룡들은 LNG 거래를 통해 1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반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사실상 관전자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고 FT는 전했다. LNG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이들의 거래 수익은 지난해 700억달러로 줄었지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1150억달러까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기업들도 글로벌 LNG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LNG 생산과 거래를 더욱 늘리고 있다. 셸은 매년 발표하는 LNG 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LNG 수요가 현재 대비 60%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셸은 자사 생산량의 두 배를 웃도는 6600만톤의 LNG를 거래해 세계 1위 'LNG 트레이더'로 자리매김했다. 셸은 2030년까지 LNG 생산 능력을 1200만톤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3위 LNG 거래 업체인 토탈에너지도 2030년까지 LNG 판매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최근 공개했고 BP의 경우, 현재 세네갈과 모리타니아에 개발 중인 LNG 프로젝트를 핵심 LNG허브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처럼 유럽 경쟁사들이 LNG 거래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자 미국 기업들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미 에너지 업계의 한 임원은 “LNG 거래 사업 규모를 당장 키우고 싶다"며 “인재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FT에 말했다. LNG 시장 환경도 이들의 이같은 결정을 뒷받침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LNG 수출능력은 지난해 연간 8500만톤에서 2028년 1억8000톤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스위스 에너지 기업 MET그룹의 벤자민 라카토스 회장은 “과거엔 미국이 생산한 가스를 모두 자국에서 소비했지만 이제는 과잉 생산분을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구조상 LNG 사업 수익은 가치사슬의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항상 달라진다"며 “가치사슬 중 한 분야에만 집중한다면 2~3년간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그 다음엔 손실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NG 생산, 운송, 판매 등 모든 분야에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LNG 수입국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며 “공급자간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 구매자들은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엑손모빌과 셰브론도 장기 계약 중심이던 LNG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엑손모빌의 LNG 사업을 총괄하는 피터 클라크는 “과거에는 특정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고 한 척의 선박으로 고정 운송을 했지만, 지금은 다른 생산자로부터 물량을 사들여 전 세계 고객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FT에 말했다. 셰브론 글로벌 가스 총괄 프리먼 샤힌 역시 “고객은 날씨에 따라 더 많은 물량을 원하기도, 덜 원하기도 한다"며 “다양한 공급처와 고객을 확보해 맞춤형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다만 엑손모빌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LNG 거래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트레이더는 “엑손모빌은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입사한 인력들이 18개월 정도 지나면 지쳐서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업들은 LNG 트레이더에게 최고경영자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반면 유럽 기업들은 이미 이런 보상 체계에 적응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1.4억 비자 수수료 폭탄’ 일파만파…백악관 진화에도 美 기업들 불안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가 1인당 연간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100배 인상되자 외국인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해온 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은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될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외국인 근로자와 기업들의 불안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1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H-1B 비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기존 신청 수수료는 1000달러인데, 이를 100배인 10만 달러로 크게 올린 것이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이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새 수수료 규정은 21일 0시 1분(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된다. ◇ 美 빅테크 등 '출국 자제령'…백악관 “신규 신청자에게만 적용" 이에 외국인 전문가 고용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 알파벳,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출국을 자제하고 미국으로 복귀할 것을 권고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MS 측은 “직원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이해하지만, 당사 역시 뚜렷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아 사내 권고사항을 따를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알파벳 자회사 구글의 한 직원은 가족 방문차 예정됐던 일본 행을 취소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아마존은 H-1B 소지자 가족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보유자들에게도 미국 내 체류를 권고했다. 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 미 유통공룡 월마트 등도 이와 비슷한 지침을 내렸다. EY 측은 “비자 유형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해외 여행은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백악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기존 H-1B 소지자들은 새 수수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출입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자를 새로 신청할 때 부과되는 10만달러 수수료는 “일회성(one-time fee)"라며 매년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하워드 러트릭 상무장관이 포고문 서명식에서 10만 달러의 수수료가 '연간' 수수료라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백악관은 또 별도로 발표한 사실관계 설명 자료에서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엔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허용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업계 “美 경쟁력 약화 불가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자 제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미국 기업 전반에 혼란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당장 외국인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하는 미국의 테크기업들에는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는 등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새로운 비자 제도 개편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개인이나 기업이 미국으로 숙련된 인재를 데려오는 능력이 사실상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대봤다. 벤처캐피탈 멘로 벤처스의 디디 다스 파트너는 엑스를 통해 “새로운 수수료가 추가되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에게 미국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이 똑똑한 인재 유치를 중단할 경우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악화된다"고 경고했다. 미 뉴욕에서 금융업계에 근무하는 아시아 출신의 한 직원은 “상황이 더 악화되면 근무지를 유럽이나 아시아로 옮기겠다고 주변 사람드렝게 말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작년말 엑스를 통해 “내가 스페이스X, 테슬라, 그리고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덕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모두가 만족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생산적인 사람들만 미국에 머물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비제 자도가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WP는 “각종 취업비자의 구체적 요건은 미 의회가 정하는 사안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에 의문이 있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시진핑, 10월 경주APEC서 만난다…미-중 정상 13년만에 동시 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우리나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는 것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이자,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의 일이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에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의 만남이 정식 회담이 될지, 약식 회동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가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할 경우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8년여 만에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찾은 일은 없다. 이보다 앞서 시 주석은 2017년 4월 미국을 방문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가 시 주석과 거의 2시간을 통화했다면서 “매우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했다면서 “난 그(시진핑) 또한 종전을 정말로 원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가 이제 우리와 협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러시아의 무기 공장에 필요한 원자재와 이중용도 품목(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병용될 수 있는 품목)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트럼프 “미국 전문직비자 수수료 1인당 연간 1.4억원” 내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명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연간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증액한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처럼 H-1B 비자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고 연장이 가능하다.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신청 수수료는 1000달러인데, 이를 100배인 10만달러로 크게 인상했다. 그나마도 이 금액은 1인당 1년치로, 체류 기간 매년 같은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갱신해야 한다. 포고문 서명식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갱신 때나 처음에나 회사는 이 사람이 정부에 10만 달러를 지급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핵심은 연간이라는 것이다. 6년까지 적용되며 연간 10만 달러를 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해당 인물이 회사와 미국에 매우 가치 있는지, 아니라면 (이 사람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회사는 미국인을 고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이민정책의 핵심이다.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최고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을 위해서 가치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경우에 따라, 기업들은 H-1B 비자를 위해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책은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공장 현장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300여명 구금 사태 이후 한국 대미 투자 기업의 전문 기술 인력이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한미 양측이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포된 사안이어서 이목을 끈다. 결국 이번 조치가 전반적으로 외국인 기술 인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직원의 비자 문제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머니+] 5개월만에 시총 154조 불었는데 여전히 저평가?…어떤 주식이길래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의 주가가 최근 5개월 동안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시가총액 또한 154조원가량 불어났지만 여전히 저평가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몇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종목을 '저렴하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투자자들은 CATL을 예외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 증시에서 CATL 주가는 전장 대비 0.44% 오른 368.49위안에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던 지난 4월 당시 211위안선까지 밀렸던 주가는 이후 약 75%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100억 달러(약 154조원) 늘어났다.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CATL의 주가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ATL은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6687억달러(약 933조 8400억원)에서 2034년까지 5조 1200억달러(약 7150조 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인프라 교체, 신규 전력망 구축 대신 ESS를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 발효 후 태양광, 풍력은 청정전력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되지만 ESS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중국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ESS 저장 용량을 현재 대비 거의 두 배인 180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약 2500억위안(약 35조원)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소식에 CATL 주가는 지난 15일 1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 CATL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 대비 2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주가가 잠재적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록시 웡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는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ESS는 용량을 확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ESS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크게 의존하는데 CATL이 해당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CATL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배터리 관련주"라며 목표주가를 480위안으로 26%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비중확대'(Overweight)로 높였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30% 추가 상승이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CLSA의 호레스 체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주가 상승은 재평가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규모의 경제성과 공급망 최적화 덕분에 CATL은 ESS용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훨씬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ATL의 강세는 중국 증시 전반의 상승세와도 맞물려 있다. CATL이 속한 중국 CSI300 지수는 4월 저점 대비 25% 가량 올랐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 둔화와 중국 내 과열 경쟁이 CATL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미국의 보조금 중단 및 관세 정책도 테슬라와 포드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CATL에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TL은 중국 증시의 대표적 우량주로, 해외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경우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기업으로 지목된다. 맥쿼리의 유진 시아오 중국 주식 전략 총괄은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경우 CATL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셀 아메리카’의 반전…미 증시는 신고가, 달러는 패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 이후 주목받았던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트레이딩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맹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에는 미국 주식·국채·달러가 일제히 매도세에 휘말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증시에는 자금이 몰리는 반면 달러를 기피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달러화 환헤지(환율 위험 회피)를 확대한 결과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지난 3개월 간 해외에 등록된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약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가 유입됐는데, 이 중 약 80%가 환헤지 ETF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연초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미 ETF에서 환헤지 자금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환노출 자금을 넘어섰다. 미 국채 역시 유입 자금의 절반가량이 환헤지가 적용됐다. 이에 미국 자산(주식·채권)에 들어온 해외 자금의 약 3분의 2는 환헤지가 적용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형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환헤지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은 올 상반기에만 달러 노출 규모를 절반 이상 줄였으며, 덴마크 연기금은 6월 말 기준 달러 노출을 160억달러(약 22조3400억원) 축소했다. 네덜란드 연기금과 프랑스 자산운용사 엘레바 캐피탈 등은 연초부터 미국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늘리기 시작해 달러 약세에 대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달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8%가 달러 약세에 대비해 헤지 포지션 확대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반면 달러 강세에 대비해 헤지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2%에 그쳤다. 이렇듯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헤지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8일(현지시간)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누빈의 로라 쿠퍼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후 위태로워 보였던 '미국 예외주의'가 달러 기피와 함께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등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투자자의 실질 수익은 줄어든다. 예컨대 미국 주식 투자로 100달러의 수익을 올렸더라도 달러 가치가 10% 하락하면 환전 후 실제 수익도 10% 줄어든다. 이러한 잠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가 필수 전략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11% 가량 폭락했다. 하락폭은 대부분 지난 3~4월 발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4% 가까이 오르며 4년 만에 초강세를 기록 중이다.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은 환헤지 전략을 통해 올 상반기 동안 달러 약세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 약세 전망 속 환헤지 확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특히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환헤지는 보편적이지 않은 전략이었다. 위기 발생 시 안전자산인 달러에 매수세가 몰려 환헤지 효과가 약화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달러의 안전자산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이 달러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금리 인하 압박으로 연준의 독립성마저 흔들고 있다. 스탠다드은행의 스티븐 배로우 전략가는 “연준이 백악관 압박에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면 미국 단기채와 주식은 주목할 만하지만, 달러는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대립하는 정부 기관과 기업들에게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용 통계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고했고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15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날에는 “방송사가 저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들이 하는 게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뿐이라면 면허를 박탈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방송사에 대한 압박도 가했다. 30조달러(약 4경1800조원)가 넘는 미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환헤지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이 활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환헤지 방식은 선물환을 통한 달러 매도로, 이는 현물시장에서 달러 매도 압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나인티 원 자산운용의 사힐 마타니 이사는 “(헤지 비율의) 조정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약 1조달러(약1400조원)가 매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엘레바 캐피탈의 스테파니 데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에 다시 투자했다"며 “현재로서는 달러 약세와 미국 증시 상승이 동시에 예상되므로 달러 헤지 포지션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역시 “투자자들은 달러에 약세 입장을 취하면서도 빅테크에 대해 강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탈(脫)달러화' 흐름이 통화 영역을 넘어 미국 자산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이런 흐름이 달라질 조짐도 크지 않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연준 금리 인하했는데 국제금값은 하락…“시세 조정 주의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국제금값이 하락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3시 11분(한국시간 오전 4시 11분) 금 현물 가격이 전장 대비 0.9% 내린 온스당 3658.25달러를 보였다. 금 현물 시세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소식 직후 3707.5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 반전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매파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12월 선물은 연준 금리인하 직후 잠시 96선이 붕괴됐지만 빠르게 반등해 97선 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값은 금리 인하를 예고한 지난달 잭슨홀 회의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랠리를 이어왔다. 금 시세는 이달에만 6%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 강세는 금값에 악재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투표권을 가진 한 명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기 힘들 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빅 컷'(0.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이 지지받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야마모토 타케루 트레이더는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회의 직후 달러화가 매도됐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금리를 한 번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달러에 매수세가 다시 붙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하락을 계기로 추가 조정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적인 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파월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를 '위험 관리 인하'로 규정하면서 연준이 불확실성을 시사하자 차익 실현이 촉발됐다"며 기술적 지지선인 3550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금값 상승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 거래 업체 버팔로 바유 코모디티즈의 프랭크 몬캄 매크로 트레이딩 총괄은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여전히 70을 웃돌고 있어 단기 조정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RSI가 70 이상이면 과매수 영역에 진입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마이클 수에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내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37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연준이 이달 FOMC를 포함해 올해 세 차례 내리고 내년엔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치뱅크는 또 중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중국의 금 매입량은 9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 전망치도 공급 부족에 기존 온스당 40달러에서 45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연준, 연내 추가 2회 인하 시사했지만…미 금리전망 불확실한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가운데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해온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동조한 위원은 한 명에 그쳤고, 향후 추가 인하 횟수를 둘러싼 위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향후 금리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0.25%p 내렸다. 주목받는 점은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0.25%p 인하에 반대해 '빅 컷'(금리 0.5%p 인하) 의견을 낸 의원은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겸임)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마이런 이사의 빅컷 투표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도 빅컷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 둘은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었던 '금리 동결'에 반대해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연준 이사 2명이 동시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서 반대표가 1표에 그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구성원 교체만으로 원하는 금리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표권을 가진 한 명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기 힘들 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FOMC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반대표가 1표에 그쳤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또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3.6%로 나왔다. 연말까지 0.25%p씩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점도표에 반영된 전망은 어디까지나 '중간값'일 뿐이고 위원 간 의견 분산이 컸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투표권이 없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포함해 총 19명의 위원이 제출한 예상치를 반영한다. 2025년 연말에 기준금리가 현 수준과 같거나 높을 것이라 전망한 위원은 7명에 달했고 1회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다. 2회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9명이었고, 마이런 이사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2.75∼3.00%로 현 수준 대비 1.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FOMC 위원 중 절반 가량이 적극적인 금리인하가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심지어 2026년 금리 인하는 1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시장이 기대한 3회 인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6년 말 금리 전망 분포도 역시 2.75∼3.75%로 넓게 분산돼 있었다. 이는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경계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것임을 보여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25bp 인하에 동의했다"며 “인플레이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책금리가 낮아질수록 매파적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냈다. 그는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회성 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SEP)를 통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전망치는 6월에 발표된 1.4%였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노동시장 약화 우려가 커진 점이 이번 금리 인하의 핵심 배경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파월 의장의 진단은 향후 고용·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이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웰스파고 증권의 브랜던 맥케나 전략가는 “파월의 '위험관리 인하' 발언은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된다"며 “연준은 추가 인하에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울프 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양대 책무(물가 안정·최대 고용)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어 금리 결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면 다른 쪽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연준을 떠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지만 전임 연준 의장들은 보통 임기 종료 후 이사직도 내려놨다. 파월 의장이 이 같은 전례를 깨고 잔류할 경우 2028년까지 FOMC 금리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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