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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래 전장의 서막…ADEX 2025 키워드는 ‘AI·무인·우주’

미래 전장의 해법을 제시하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가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20일 국내외 방산 관계자들로 북적이던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은 인공 지능(AI)·유무인 복합 체계(MUM-T)·우주 기술이 단순한 구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증명하는 경연장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은 저마다의 청사진을 내걸고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섰다. 각 부스에서 오가는 대화와 첨단 무기체계의 위용 속에서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엿봤다. 한화그룹 방산 3사의 거대한 부스에 들어서자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내일을 위한 AI 국방(AI Defense for Tomorrow)'라는 슬로건 아래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모든 무기체계에 AI를 접목하려는 야심이 엿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K-9 솔루션' 존에 전시된 K-9 자주포의 진화 로드맵이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9A2는 포탑 자동화로 운용 병력이 3명으로 줄고, K-9A3는 완전 무인화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통해 1대의 사격 지휘 장갑차가 최대 3문의 K-9A3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미래 전장의 모습이 그려졌다. MUM-T 존에서는 유럽 최대 무인차량 기업과 협력해 한국 지형에 최적화한 궤도형 무인 지상 차량(UGV) '테미스-K'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스페이스 존에서는 다음 달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모형이 관람객을 맞았다. 한 관계자는 “2032년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주를 향한 비전을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의 핵심 화두는 단연 'MUM-T'였고, 이목을 끈 것은 이번에 처음 실물 크기로 공개된 다목적 무인기(AAP)였다. KAI 관계자는 “해당 무인기가 나중에는 KF-21이나 FA-50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윙맨'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개발 중인 'AI 파일럿'이 탑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AP는 자폭·기만·표적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미래 공중 전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전익 존에서는 육군 항공의 새로운 주력이 될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실물이 위용을 뽐냈다. LAH 역시 헬리콥터에서 사출되는 무인기(ALE)와 함께 작전을 펼치는 '헬리콥터 MUM-T'로 진화하고 있으며, 2030년 실제 운용을 목표로 연구가 한창이다. 한편에선 관람객들이 AI 파일럿과 직접 공중전을 벌여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긴 줄을 만들며 인기를 끌었다. 대한항공 부스는 미래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이번 ADEX에서 최초로 공개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시제기였다. 유인 전투기 1대와 무인기 3~4대가 편대를 이뤄 감시·정찰·정밀 타격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MUM-T의 핵심 기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지금 보시는 것이 실제 크기의 2호기이고, 1호기는 현재 지상 시험 중"이라며 “2026년 상반기에 단독 초도 비행을, 2027년에는 유·무인 복합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연장 로켓에서 최대 9발을 연속 발사하거나 항공기에 장착해 공중에서 미사일처럼 투하할 수 있는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도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 대한항공은 AI 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안두릴 등과 협력해 무인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탐지-방어-장악-지배-지휘'라는 5개 구역으로 구성된 LIG넥스원 부스는 자사의 미래 전장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특히 KF-21에 탑재될 국산 항공 무장 체계가 전면에 나섰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을 필두로 장거리·단거리 공대공 유도탄이 위용을 드러내며 '자주 국방'의 의지를 과시했다. LIG넥스원이 제시한 'K-방공망 벨트' 비전도 주목할 만하다. 고고도 요격 체계 'L-SAM'부터 천궁-II(중고도)·해궁(함대공)·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에 이르기까지 고도별로 촘촘하게 짜인 다층 방공망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단순히 유도탄뿐만 아니라 전자전과 감시 정찰 등 모든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해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하늘의 수호자' 전자전기 사업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사업은 8년 반에 걸쳐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2034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상 무기 체계의 강자 현대로템은 이번 ADEX를 통해 '지상에서 우주까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과연 지상을 넘어 우주로, 내연 기관을 넘어 수소 동력으로 향하는 현대로템의 야심찬 비전이 전시장에 가득했다. 부스 전면에는 세계적 추세인 재사용 발사체에 적용될 메탄 엔진과 극초음속 비행체의 핵심인 이중 램제트 엔진 등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물론 기존 주력 제품군의 진화도 멈추지 않았다. 폴란드 현지 수요에 맞춰 능동 방호 장치(APS) 등을 탑재한 폴란드향 K-2 전차(K-2PL) 실물이 최초로 공개됐고 수소 연료 전지를 기반으로 한 무인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도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블랙 베일은 저소음 기동이 가능해 은밀한 임무 수행에 적합하다"며 “이 기술을 향후 차륜형 장갑차나 전차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ADEX 2025서 자사 전시품 살펴보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공병호 상무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소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15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부회장, 왼쪽에서 두 번째)와 공병호 사업기획부 담당(상무)가 자사 부스에 전시된 방산 제품군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현장에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실물을 최초 공개했고 △전투기 협업 다목적 무인 항공기(KUS-FX) △중고도 무인기(MUAV) △소형·중형 자폭 무인기(Loitering Munition) △항공 통제기(AEW&C) 모형을 배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ADEX 2025 현장 시찰하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소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15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부회장, 왼쪽에서 두 번째)와 공병호 사업기획부 담당(상무)가 자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현장에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실물을 최초 공개했고 △전투기 협업 다목적 무인 항공기(KUS-FX) △중고도 무인기(MUAV) △소형·중형 자폭 무인기(Loitering Munition) △항공 통제기(AEW&C) 모형을 배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국감 2025] “속 빈 韓 조선업 경쟁력···LNG선 화물창 로열티 30년간 7조4000억원”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지난 30년 동안 액화천연가스(LNG)선 화물창 로열티로 프랑스 GTT사에 지불한 금액이 7조40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9년까지 지급해야 할 금액도 3조원 넘게 쌓여있다. 20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이 GTT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통상 선가의 평균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건조이익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LNG선 핵심기술인 화물창(저장탱크) 기술 국산화를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선박을 수주할 때마다 원천기술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사에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한다. GTT사에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는 멤브레인형(선체일체형) LNG 운반선은 1995년 한진중공업이 건조한 '한진평택 호'가 시작이었다. 한국 조선사들은 이후 1999년까지 3척의 LNG선을 더 건조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는 143척, 2010년대에는 203척으로 수주 규모가 급증했다.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는 5년여만에 230척의 계약을 따냈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조선사들이 만든 LNG선은 총 579척이다. 로열티 규모(7조4097억원)는 클락슨리서치 기준 각 년도 LNG선 평균선가와 한국은행의 평균 달러-원 환율을 감안하고 건조가격의 5%를 적용해 계산했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178척에 2조4847억원, 삼성중공업이 188척에 2조3993억원, 한화오션이 202척에 2조4050억원을 썼다. 여기에 조선 3사가 이미 수주를 완료해 2929년까지 건조할 예정인 LNG선은 모두 162척이다. 현재 선가와 환율 수준을 적용해 추산한 GTT 로열티는 2조9332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LNG 화물창 기술은 액화수소·암모니아·이산화탄소 등 차세대 선박으로 기술 확장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한국가스공사와 주요 조선사는 2004년부터 관련 기술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김 의원은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 개발은 K-조선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원"이라며 “산업통상부가 무한 책임을 지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한국가스공사, 조선사, 해운사 등과 원팀을 가동해 국산화의 최종적인 성공을 위해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스타항공, 19호기 B737-8 도입…연내 20대 체제 갖춘다

이스타항공이 19번째 항공기로 보잉의 B737-8 기종을 새로 도입하며 기단 확대에 속도를 낸다. 오는 12월 20호기까지 도입을 완료하면, 전체 항공기의 절반을 신기재로 채우게 된다. 이스타항공(대표 조중석)은 지난 17일 189석 규모의 B737-8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19호기는 제작 완료 후 이스타항공에 처음으로 인도된 신규 항공기로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평균 기령은 7년대로 낮아졌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12월 중 20호기를 추가로 도입해 연내 20대 기단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20호기 도입이 완료되면 신규 항공기가 전체 기단의 50%를 차지하게 돼 기단 현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새로 도입된 항공기는 통합 항공사 출범에 따라 이관받는 노선과 신규 취항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B737-8 기종은 기존 항공기 대비 연료 효율과 탄소 배출량이 약 20% 개선된 고효율 친환경 항공기"라며 “신기종 도입을 통한 점진적 기단 현대화로 원가 절감과 운항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공급망 ESG 리스크 차단”…제주항공, 협력사들과 선제 대응 나서

제주항공이 20개 핵심 협력사와 함께 공급망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공동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체계 구축에 나서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주항공(대표이사 김이배)은 지난 17일 애경타워에서 주요 협력사들과 만나 '지속 가능 공급망 관리'를 위한 상생 간담회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 자체의 ESG 경영뿐만 아니라, 원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의 인권·환경·안전 보건 기준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협력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ESG 경영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지원 구조를 모색했다. 이는 협력사의 경영 리스크를 완화시켜 안정적인 항공 부품 및 서비스 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제주항공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ESG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이미 협력사 ESG 진단 및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日 직구, 더 빠르고 편해진다…‘TCK 맞손’ CJ대한통운,  현지 마케팅·물류 ‘원스톱’ 지원

일본의 인기 뷰티, 아웃도어 상품을 국내에서 받아보는 시간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이 일본 이커머스 판매자들을 위해 현지 마케팅부터 국내 배송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면서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BPO 기업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TCK)와 초국경물류 협력 MOU를 맺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판매자들을 위한 통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일본 직구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 직구액은 14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판매자들은 언어 장벽이나 한국 내 물류망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협력으로 TCK가 상품 기획과 마케팅, 쇼핑몰 운영 등을 맡고, CJ대한통운이 일본 현지 △풀필먼트 △국제 운송 △국내 최종 배송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판매자는 복잡한 과정 없이 상품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고, 국내 소비자는 더 안정적이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일본 사이타마·오사카 등지에 위치한 풀필먼트센터와 전국 단위의 택배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KF-21 보라매의 포효, F-35A의 비상…서울공항 ADEX 하늘 수놓은 공군 블랙 이글스

“이렇게 멋진 가을 하늘, 정말 화창한 날씨 속에서 오늘 서울 아덱스 2025 에어쇼 축하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 간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방산 전시회로 성장한 ADEX의 발전과 더불어 지난 시간 대한민국 공군도 힘차게 비상하며 5세대 전투기 F-35A를 운용하고,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전력화를 눈앞에 둔 첨단 정예 공군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공군과 항공우주 분야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격을 선사하는 공군, 믿음직한 공군,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정예 공군으로 거듭나 강력한 공군력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뒷받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손석락 공군참모총장) 17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 소재 서울공항에서 제15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가 개최됐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각각 주최하고 주관하는 ADEX는 우주항공과 K-방산 역량을 전세계 무대에 선보여 국민적 자긍심 고취와 안보 인식 강화를 목적으로 열렸다. 손석락 총장의 목소리가 성남 서울공항에 울려 퍼지자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텅 빈 하늘로 향했다. 단순한 개회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하늘을 무대로 펼쳐질 압도적인 힘의 향연인 대한민국 항공우주력의 현재와 미래를 증명할 강철의 서막을 여는 신호였다. 첫 순서는 심장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시작된 공군 주력 항공기들의 대규모 축하 비행이었다. 다목적 공중 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스텔스 전투기 F-35A 편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전투기의 임무 시간과 작전 반경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중단 없는 영공 방위 임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자산의 등장이었다. 이어 육중한 포식자 F-15K 슬램 이글 편대가 하늘을 가르며 등장했다. 월등한 무장 탑재량과 고도의 정밀 타격 능력으로 '하늘의 방패'라 불리는 F-15K의 위용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뒤이어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중추인 F-16 편대, 그리고 우리 기술로 면허 생산한 KF-5 제공호와 KF-16 혼합 편대가 완벽한 대형을 이루며 상공을 수놓았다. 특히 폴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 6개국에 수출돼 K-방산의 위상을 드높인 국산 초음속 경공격기 FA-50 편대가 등장했을 때 관중들의 박수는 더욱 뜨거워졌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강철의 날개가 세계의 하늘을 누비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웅장한 편대 비행이 막을 내리자 무대는 오롯이 한 대의 항공기를 위해 비워졌다. 대한민국을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 반열에 올린 T-50 골든 이글이었다. 총 비행시간 1400시간이상의 조영욱 소령과 1100시간 이상의 이경환 대위 두 베테랑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았다. T-50은 최소 공간에서 두 번 연속 수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고난도 '8자 기동'으로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시속 200km의 저속에서도 안정적인 비행을 선보이며 최신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성능을 증명했다. 이내 최대 출력으로 수직 상승하며 강력한 F404 엔진의 추력을 과시하는 모습은 T-50이 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 훈련기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장내에는 미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이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 비행 시간 4000시간 이상의 베테랑 시험 조종사 이상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책임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보라매는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022년 7월 19일 역사적인 첫 비행에 성공한 KF-21은 현재 초음속·야간 비행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날 보라매는 시속 200km의 저속 비행부터 눈 깜짝할 사이인 시속 920km의 고속으로 관중석 앞을 통과한 뒤 그대로 수직 상승하는 압도적인 기동을 선보였다. 특히 선회 후 60도 각도로 솟구치며 회전하는 '보라매 피치 아웃' 기동은 KF-21의 뛰어난 기동성과 생존 능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미래에 유무인 복합 운용 체계까지 갖추며 전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전투 체계의 위용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세계가 인정한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였다. 8대의 T-50B 항공기가 일사불란하게 이륙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이아몬드 대형을 이루며 나타나자 관중들은 열광했다. 블랙 이글스는 단순한 곡예 비행을 넘어 하늘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8대의 항공기가 한 마리의 독수리가 돼 360도 회전하는 '이글 롤', 관중들을 향해 거대한 하트를 그리는 '큐피드' 기동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백미는 대한민국을 하늘에 새기는 순간이었다. 4대의 항공기가 연기를 뿜어 완벽한 태극 문양을 그려내고, 이어 8대의 항공기가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무궁화를 피워 올리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두 대의 항공기가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기동에서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국민의 승리를 상징하듯 7개의 방향으로 화려한 연막을 뿜어내는 '빅토리 브레이크'를 끝으로, 임무를 마친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착륙을 위해 차례로 하늘로 솟구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완벽한 비행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국민과 함께하는 믿음직한 공군'이 되겠다는 굳건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몽준 3남 정기선, HD현대 회장에 선임…오너경영 전환

정기선(43)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17일 회장으로 선임됐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1월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을 맡은 지 약 11개월 만에 재계순위 8위 그룹의 총수자리에 올랐다. 직전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HD현대는 정기선 회장의 '오너경영 체제' 전환을 계기로 중국 조선업 공세와 미국 보호무역 강화로 위기에 몰린 국내 조선산업과 HD현대 그룹의 기술 경쟁력 강화, 시장 우위 전략을 적극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HD현대가 단행한 2025년 사장단 인사에서 HD현대중공업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조영철 부회장은 HD현대 대표이사로 내정돼 정기선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사장에 금석호 부사장이 승진하면서 이상균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에 내정됐다. 오는 12월 1일 HD현대중공업으로 통합되는 HD현대미포의 김형관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기존 김성준 대표는 사장 승진과 함께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밖에 내년 1월 1일 통합되는 HD건설기계 대표로 문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대표 부사장이 사장으로 나란히 승진 내정됐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내정됐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경우 정기선 신임회장과 송희준 부사장이 공동대표직을 수행한다.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권오갑 회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HD현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HD현대 인사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에어버스와 ‘디지털 항공기 주치의’ 계약…AI로 지연·결항 원천 차단

대한항공이 인공 지능(AI)를 활용해 기체의 잠재적 결함을 예언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첨단 정비 시스템을 도입해 항공기 결항·지연의 가장 큰 원인인 예상치 못한 정비 문제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전날 런던에서 열린 항공 정비(MRO) 박람회 'MRO 유럽 2025'에서 에어버스와 데이터 기반 예지정비 솔루션 '스카이와이즈 플리트 퍼포먼스 플러스(S.FP+)'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예측'이다. 전 세계 9000대 이상의 에어버스 항공기에서 수집된 방대한 운항·정비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특정 부품의 수명이 다하거나 이상 징후가 보이면 사전에 정비팀에 알려주는 '디지털 주치의' 역할을 한다. 기존 정비가 고장이 발생한 후에 수리하는 '사후 대응' 방식이었다면, S.FP+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부품을 교체하는 예방 정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부품 결함으로 인한 운항 불가 상태(AOG)로 인해 발생하는 대규모 지연과 결항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부품 교체나 비효율적인 정비 작업을 줄여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첨단 시스템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A321neo·A330·A350·A380 등 에어버스 기종에 우선 적용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향후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버스 항공기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거대 통합 항공사의 출범을 앞두고 기단의 정비 효율성과 운용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오종훈 대한항공 예지정비팀장은 “통합 대한항공 출범과 기단 확대에 발맞춰 정비 체계·항공기 운용 효율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번 협력으로 잠재적 결함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운항 중단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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