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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3분기 영업익 2381억…전년 동기비 99%↑

삼성중공업이 고수익 선종의 매출 비중 확대로 3분기에도 견조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6348억 원, 영업이익 2381억 원을 기록했다고 23일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99%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 역시 9.0%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5.2%) 대비 3.8%포인트 개선됐다. 이러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저선가 컨테이너선 매출이 줄고 고수익 선종인 해양 부문 매출이 증가하는 등 '프로덕트 믹스'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매출 7조8121억 원, 영업이익 5660억 원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이후 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선박과 해양 부문 매출 비중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올해 매출액은 연초 제시했던 가이던스인 10조5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10월 현재까지 LNG 운반선 7척·셔틀 탱커 9척 등 총 27척 50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이다. 상선 부문은 연간 목표 58억 달러 중 74%(43억 달러)를 수주했다. 7억 달러를 수주한 해양 부문은 연내 코랄(Coral) FLNG와 델핀(Delfin) FLNG 수주를 마무리해 수주 목표 4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시황도 긍정적이다. LNG 운반선은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 승인 등을 배경으로 2027년까지 연간 80~100척 규모의 발주가 전망되며, FLNG 역시 견조한 LNG 수요를 바탕으로 꾸준한 발주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상선과 해양 모두 현재 수주 안건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양질의 수주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한진그룹 80주년 기념 행사서 인삿말 전하는 조현민 ㈜한진 사장

23일 한진그룹은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 소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현민 ㈜한진 사장은 한진그룹의 새로운 미래 전략이 담긴 '그룹 VISION 2045'도 선포했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을 대비한 장기적 미래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의 지난 80년은 도전과 혁신의 역사"였다며 “수송보국 경영 이념을 미래에도 계승·발전시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사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한진그룹의 80년 열정과 도전은 우리 고객과 파트너들 덕분"이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한진그룹은 지난해 자산 58조 원, 매출 31조 원, 영업이익 2조5000억 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항공과 물류를 중심으로 한 42개 계열사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임직원이 함께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또 “80년 전 창업주 조중훈 초대 회장의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출발한 한진그룹은 이제 다가올 100년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진그룹이 이날 선포한 새로운 그룹 비전은 '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혁신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끌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세상을 움직인다)'다. 한진그룹은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해 △항공우주·미래모빌리티·이커머스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AI 기반 초자율화(Hyper-Autonomous Logi-Tech)를 통해 물류 기술 혁신 선도 △국내 방위산업 및 우주발사체 제작 등 축적한 기술력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우주 물류 솔루션 구축 △IT역량 및 첨단 AI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수송 물류 경험 제공 △항공 및 물류의 유기적 연계·활용한 관광·호텔·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부가가치 창출 △인재 및 물류 전문가 양성을 위한 투자 지원 확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CSV 및 사회공헌 활동 등 ESG 경영 확대 등 총 7가지로 나눠 미래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진그룹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사랑하는 글로벌 종합 물류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토 뉴스] 한진그룹 80주년 기념 행사서 인삿말 전하는 조원태 회장

23일 한진그룹은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 소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1945년 11월 한진상사 창업으로 시작된 한진그룹의 역사는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창업주 조중훈 회장님의 수송보국(輸送報國) 경영철학의 기틀과 선대 회장님의 헌신 속에서 새로운 물류의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한진그룹의 빛나는 80년 역사는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한 임직원들이 있었다"며 “회사 성장의 튼튼한 기반이 돼준 임직원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의 성장은 고객들의 사랑과 신뢰 덕분이라는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조원태 회장은 “고객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는 한진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며 “수송의 본질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임을 생각하며 국민 성원에 보답하고 고객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이 그간 걸어온 길이 곧 대한민국이 전진해 온 길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대한민국의 발걸음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며 “각 계열사가 공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더욱 사랑받는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보잉 “전투헬기 아파치·치누크, 미래 전장 지배할 것”

글로벌 항공사 보잉이 드론 등 무인기 시스템이 현대 전장 환경에서 급부상하는 환경에서도 자사의 전투용 헬리콥터 AH-64 아파치와 CH-47 치누크가가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산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파치의 독보적인 유·무인 복합 운용(MUM-T) 능력과 대(對)드론(C-UAS) 작전 성공 사례, 치누크의 검증된 생존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향후 수십 년간 이들 유인 플랫폼이 전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잉은 밝혔다. 23일 보잉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 제2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 부스에서 '수직 이착륙 프로그램 최신 동향'을 주제로 미디어 브리핑을 개최했다. 발표에 나선 랜디 로티 보잉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외 사업 개발 총괄은 자신을 “헬리콥터와 회전익 항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미 육군 항공대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로티 총괄은 “미래 전장에서 유인 공격 헬기의 역할, 특히 무인 시스템과 드론의 발전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우리가 전 세계 군 관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받는 피드백은, 유인기와 무인기 '둘 다(both)'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두 체계가 함께 작동할 때 그 역량은 각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며 시너지 효과를 역설했다. 로티 총괄은 아파치의 가치가 전 세계적인 수요로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아파치를 선택해 최근 1·2호기를 인도받았으며, 18번째 국제 고객이 됐다. 폴란드는 96대의 아파치 도입을 결정해 19번째 국제 고객이 될 예정이며, 현재 폴란드군은 D 모델로 훈련을 진행 중이다. 최대 운용국인 미국 육군은 '육군 변혁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래 전장에 맞춰 군 구조를 개편하고 있음에도 아파치를 여전히 “항공 함대의 중심"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 육군은 아파치를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핵심 역량"으로 보고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모색 중이다. 더그 샌더스 공격용 헬리콥터 담당은 자신을 “미 육군에서 22년간 5000시간 이상, 그중 2000시간을 모든 환경의 전투 현장에서 아파치를 조종했던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라며 발표에 강력한 신뢰를 더했다. 샌더스 담당은 “간단히 말해 오늘날 어떤 무인기나 무인기 그룹도 아파치가 제공하는 역량을 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은 전 세계적인 높은 수요와 더불어, 미 육군이 아파치를 2050년,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주요 공격 플랫폼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사실로 입증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장에서 무인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는 아군 드론 활용과 적 드론 무력화 등 두 가지 핵심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잉 측에 따르면 아파치는 이미 10년 이상 유·무인 복합 운용(MUM-T)을 수행해왔다다. 특히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OSA)'는 향후 발전될 무인 기술들을 신속하게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는 “아파치의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는 어떤 제조사가 만든 시스템이든 신속하게 통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심지어 한국이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도 아파치의 임무 시스템에 매우 빠르고 경제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보잉은 불과 지난달 애리조나주 메사 시설에서 타사 2곳의 공중 발사 효과체(ALE)를 단 몇 주 만에 아파치 조종석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에 통합하고 지휘 통제(C2) 임무를 수행하는 가상 시연을 성공시켰다. 보잉은 2026년 실기체 탑재 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샌더스 담당은 아파치가 적 드론을 격퇴하는 데 “이미 역량을 갖추고 있다(already capable)"고 말했다. 아파치의 C-UAS 능력은 △화력 통제 레이더 (FCR) △전자 광학 표적 획득 시스템 (M-TADS) △네트워크 상호 운용성 등을 포함한다. 랜디 로티 총괄은 이어 CH-47 치누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치누크를 “독특한 외형 덕분에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iconic) 플랫폼"이라고 칭했다. 그는 “치누크의 첫 비행은 60여 년 전(1964년)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비행하는 치누크는 10년 전의 그것과도 완전히(far, far) 다르다"며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로티 총괄은 아파치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국가들이 중동, 유럽 등지의 전훈을 바탕으로 항공 전력 구조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그 결론은 “치누크가 미래 전장에서의 성공에 핵심적(critical)"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누크의 가치 역시 전 세계적인 수요가 증명한다는 게 보잉 측 입장이다. 우선 우리 육군은 치누크를 오랜 기간 운용해왔고 수 년 전 CH-47F 모델 18대 도입을 결정했다. 현재 한국에 인도할 기체가 제작 중에 있다. 미국 육군은 최근 치누크 블록 II F-모델 4·5차분(총 9대)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치누크가 미 육군 항공 전력의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일본은 최근 자위대를 위해 18대의 업그레이드 또는 신규 기체 도입 계약을 맺었다. 독일은 치누크 운용국이 아니었음에도 60대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로써 미국 외 두 번째로 큰 국제 운용국이 될 예정이다. 로티 총괄은 치누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누크를 보면 '많은 짐을 싣는 거대한 트럭'이라고 생각하며, 그 말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이 기체가 현대 전장에서 얼마나 생존성이 높은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치누크가 적절한 대응 체계와 방어 장비, 기동성을 갖추고 위협 아래서 '빠르고 낮게' 비행할 때 이 플랫폼은 현존하는 가장 생존성 높은 항공기 중 하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로 미 특수 작전 부대(SOF)를 들었다. 그는 “미 SOF가 가장 어렵고 험난한 환경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 그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 그들만의 치누크 버전을 활용한다"고 말하며 치누크의 극한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보잉은 한국 산업계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로티 총괄은 “최근 휴니드와 1억3000만달러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이 계약은 “단지 한국 항공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치누크에 탑재될 와이어링 하네스와 전기 패널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이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들 한국 기업의 재능, 역량, 가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휴니드는 우리 플랫폼 공급망의 핵심이 됐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합] 한진그룹 80주년 출입 기자 간담회 Q&A

23일 한진그룹은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 소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매체 설명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설명회 중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조현민 ㈜한진 사장·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출입 기자들 간 질의응답 내용. 오늘부터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기존 한진 로고를 써왔던 모든 저희 그룹 계열사에 적용된다. 원동레저·KAL 호텔 네트워크도 이미 바뀌었다. 기존의 'H' 마크는 조중훈 창업주가 직접 디자인한 것을 유지하되, 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꿨다.(조현민 ㈜한진 사장) 공약은 아니지만 매출을 더블 업 시켜보겠다. 최근에 대한항공과 ㈜한진은 새로운 분야에 계속 진입을 하고 있고 그에 따른 투자도 하고 있다. ㈜한진은 조현민 사장 주도로 세계 여러 곳에 그간 없었던 지점을 신설하며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주사로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계열사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 LA 윌셔 그랜드 호텔은 LA 올림픽과 월드컵 수요에 대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서귀포 칼호텔 등은 리노베이션 등 필요한 수준에서 새단장을 할 것이다.(조현민 사장)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에서 무인기 분야 사업을 가장 먼저 했고, 그런 만큼 가장 앞서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운용 측면에 집중을 해 왔다. 우리는 K-UAM 컨소시엄에서 운항 체계나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약간 지연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ADEX 2025서 전시를 하고 있다. 당사는 여러 해외 파트너와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함께 개발 중이고,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진출이 가능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우기홍 대표이사 부회장) 부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주·모빌리티 사업이 가능해지면 국제 택배 처리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조현민 사장) 우주에 안 쓰는 인공 위성을 포함한 쓰레기가 정말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이제 우주선을 타고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기 전에 우주에 대한 그런 이해와 교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너무 먼 미래보다는 당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조현민 사장) 사실 5년 전에 발표를 한 적 있다. 물론 달성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그러나 ㈜한진 임직원들은 노력을 정말 열심히 해 5년 안에 매출 2조원에서 3조원을 이룩했다. 여기에 조금 더 집중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언젠가는 꼭 저희가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기 때문에 예쁘고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한다.(조현민 사장) 호텔만이 아니라 명동 한진빌딩이 사실 정석기업이 관리하는 자산이고,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도 그러하다. 업무 공간들이 아무래도 오래됐다 보니 건물에 새 얼굴을 입히는 작업인 리노베이션을 하는 게 부동산 사업 전개를 의미한다. 특히 이제 물류 쪽은 저희가 부동산이 핵심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부분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조현민 사장)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진그룹 80주년, ‘비전 2045’·신규 CI 선포… 류경표 부회장 “매출 더블업 해보겠다”

1945년 트럭 한 대로 시작해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일념으로 80년을 달려온 한진그룹이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을 향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23일 한진그룹은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 소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매체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항공우주 및 미래 모빌리티 △인공 지능(AI) 기반 초자율 물류 기술 △지속가능한 우주 물류 솔루션 구축 등을 핵심으로 하는 '그룹 비전(VISION) 2045'가 선포됐다. 환영사에 나선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우리 한진그룹은 창업주 조중훈 초대 회장의 수송 보국 창업 이념을 바탕으로 지난 80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한 길만 걸어왔다"며 “오늘 이 자리는 한진그룹의 발자취를 다시 되돌아보고 100년 기업을 향한 다짐을 기자님들께 설명드리고자 마련했다"고 운을 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945년 11월 한진상사 창업으로 시작된 한진그룹의 역사는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창업주 회장님의 수송보국 경영 철학의 기틀과 선대 회장님의 헌신 속에서 새로운 물류의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왔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빛나는 80년 역사는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한 임직원들이 있었다"며 감사를 표하는 한편, “고객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는 한진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고, 수송의 본질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임을 생각하며 국민 성원에 보답하고 고객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그룹이 그간 걸어온 길이 곧 대한민국이 전진해 온 길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대한민국의 발걸음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며 “100년,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더욱 사랑받는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룹 비전 2045' 발표는 조현민 ㈜한진 사장이 맡았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은 지난해 자산 58조 원, 매출 31조 원, 영업이익 2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성과를 달성했고, 전 세계 4만여 명의 임직원이 함께 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숫자는 단순한 규모를 넘어 연결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한진그룹 모든 직원들의 헌신을 의미한다"며 “80년 전 조중훈 창업주의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출발한 한진그룹은 이제 다가올 100년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진그룹이 선포한 새로운 그룹 비전은 '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향해 세상을 움직인다)'이다. 한진그룹은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 도약 △AI 기반 물류 기술 혁신 △지속가능한 우주 물류 솔루션 구축 △미래 모빌리티(UAM) 시장 선도 △디지털 전환(DX) 및 IT 역량 강화 △연관 사업 부가가치 창출 △인재 양성 및 ESG 경영 확대 등 7가지 미래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대한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To be the world's most loved airline)'라는 비전 아래 항공우주·미래 모빌리티·이커머스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제 한 가족이 된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를 통해 여객 부문 글로벌 탑 7, 화물 부문 탑 5를 넘어 글로벌 탑 티어 항공사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종합 물류 기업 ㈜한진은 '글로벌 스마트 로지스틱스 솔루션' 비전에 입각해 AI 기반의 '초자율 물류 기술(Hyper-Autonomous Logi-Tech)' 혁신을 선도한다. '삶의 계획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 물류'와 '초연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북극 항로 상용화 참여·중요 직배송망 확장을 통해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지금껏 축적해온 방위산업·무인기·우주 발사체 제작 기술력을 기반으로 항공 우주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이와 관련, 도심 항공 교통(UAM) 시장을 선도하겠다고도 했다.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K-UAM 사업에 참여해 그룹의 운항 통제 노하우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주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유·무인 탐사와 위성 물류, 우주 운송 산업까지 다가온 우주 경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물류 전문 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우주 물류 솔루션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항공과 물류에 특화된 '토탈 스마트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을 통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수송 물류 경험을 만들어 가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또 항공·물류 핵심 역량을 관광·호텔·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 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고객 여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관광 서비스, 웰니스와 친환경 스마트 서비스를 결합한 차세대 호텔, 혁신적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부동산 개발 또한 예고했다. 조현민 사장은 “경영의 기본은 사람"이라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고(故) 조양호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항공대·인하대 등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물류 전문가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고효율 신형 항공기 도입과 지속 가능 항공유(SAF) 사용 확대, 전기·수소차 활용 등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통해 ESG 경영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한진그룹은 헤리티지를 계승·발전시킨 신규 CI(Corporate Identity)도 공개했다. 새 로고는 한진그룹의 상징인 'H' 마크와 영문명 'HANJIN GROUP', 그리고 대한항공의 신규 CI 태극마크를 나란히 배치했다. 'H' 마크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미니멀한 분위기를 차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상승 곡선으로 유연성과 역동성을, 개방된 원형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열린 태도를 담았다. 또한 그룹 전용 서체 '한진그룹 산스(Hanjin Group Sans)'를 공통 적용해 계열사 간 시각적 연계를 강화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가독성을 높였다. 비전 발표에 이어, 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을 포함한 한진그룹 연합 합창단 45명이 부른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공연 영상이 상영됐다. 또한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대전 한진 메가 허브·인천국제공항·미국 포틀랜드·오스트리아 비엔나·중국 시안 등 전 세계 20여 개 사업장 임직원들이 참여한 'You're my sunshine' 뮤직 비디오 특별 영상도 공개해 감동을 더했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류경표 부회장은 2045년 그룹의 자산 규모와 매출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한항공과 한진이 새로운 분야에 계속 진입을 하고 있고 그에 따른 투자도 하고 있다"며 “'매출 더블 업'을 이뤄내겠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우리나라 노사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수정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와 노동선진화 연구포럼은 23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노란봉투법 정책 토론회-노란 경영, 기업 살릴 방법은?'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과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저출생, 주 4.5일제, 노란봉투법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경직화와 이로 인한 자본유출이 한국과 대만의 성장률 차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입법 과정이 정치 현안과 연결돼 급격히 진행됐다"며 “국가 경제나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정치·이념형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 정부가 지침이나 매뉴얼로 기준을 제시한다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혼란과 노사관계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하청 기업을 갈등과 투쟁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관계 생태계 파괴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을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강영기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노란봉투법은 회사의 손실에 대해 이사들이 노조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정된 상법은 노조로 인해 기업에 손해가 발생할 때 이사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노란봉투법과 개정 상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짚었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고용부가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 방안으로 원청과 하청업체 교섭단위를 나누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이론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쟁의행위에 포함되면 평화의무 조항이 형해화될 수 있다"며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단독] 코이카, 외교부와 ‘엇박자 행정’…172억 캄보디아 원조사업 강행 논란

외교부가 한국인 납치·살해 범죄가 폭증하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를 발령한 지난 15일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현지에 우리 국민을 장기파견하는 172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코이카는 해당 사업의 공식 위험관리 계획서에서 캄보디아의 치안 위험도를 '낮은 등급'으로 평가하고, 주된 위협을 '질병'으로 명시하는 등 최근 한국인 스캠(사기) 사태의 위중함과는 동떨어진 안일한 안전 인식을 드러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같은 코이카의 사업 적절성과 현지 치안 인식은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외교부와 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산하 기관의 '엇박자 행정'으로 해석되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코이카는 외교부가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흑색 경보)'를 발령한 지난 15일 '캄보디아 국립민간항공교육원(NICA) 민간항공 교육시스템 강화 사업'의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 용역 입찰을 나라장터에 재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서 접수 마감일은 오는 11월 4일이다. ​코이카 문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총 12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투입해 캄보디아의 항공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관리자(PM)와 현장 관리자(FM) 등 다수의 한국인 전문가들이 5년간 수도 프놈펜에 장기 체류하며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지 NICA에 강의실·기숙사 등을 갖춘 5층 규모의 새 교육 건물을 지어주고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방안과 항공 관제 시뮬레이터, X-레이 보안 검색 장비 등 낙후된 교육 장비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거나 새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또 캄보디아 측 강사와 관리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하고, 최종적으로 캄보디아 NICA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인 교육 기관으로 인증받아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의 항공 교육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 추진 시점이다. 코이카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낸 10월 15일은 외교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살·범죄 급증을 이유로 캄폿주 보코산 지역·바벳시·포이펫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권법상 최고 단계 조치인 '여행 금지'를 발령한 당일이다. 사업 수행지인 프놈펜에 대해 외교부는 특별 여행 주의보(2.5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정부 당국은 “절대 가지 말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여권법에 따른 처벌도 시사하는 등 법적 금지령을 내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서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인 프놈펜은 특별 여행 주의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방문 금지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지의 심각한 치안 불안에 대한 코이카의 안일한 인식이다. 코이카 문서에는 사업의 공식 위험 관리 계획서상 '치안 상황, 시국 불안 등'의 안전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풍토병 예방 접종 강화가 전부다. 심지어 이 위험의 발생 가능성은 '하(下, Low)' 등급으로 평가돼 있다. 납치와 살해가 아닌 '질병'을 주된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참여 업체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인권 경영 실천 서약서' 역시 '안전권'과 '생명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무장 범죄 조직으로부터 물리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인 '종이 방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사 조직과 개발 협력 성과를 중시하는 ODA 조직 간의 심각한 '칸막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10년 이상 공들여온 사업을 중단할 경우 외교적 신뢰도 하락이나 기존 투자의 손실 등 코이카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최우선 책무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인 만큼 어떠한 외교·경제적 이익도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외교부는 '여행 금지' 명령과 ODA 사업 강행이라는 정책 충돌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이카 측은 현재 사업자 선정 단계로, 실제 현지에서의 사업 착수까지는 준비 기간이 남아 있어 향후 현지 안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봉사단원을 비롯한 파견 인력을 대상으로 일일 안전 점검을 실시해 실시간 응신을 확인하고 있고, 국별 핫라인 운영을 통해 비상 연락망을 유지해 파견 인력 안전 상황 확인과 정세 불안 등의 안전 정보를 상시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본 사업의 '위험 관리' 계획은 캄보디아의 범죄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인 올해 2월에 이뤄진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됐다"며 “본부와 사무소는 현지 정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파견 인력 대상 안전 관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활동 중 사고·질병·범죄 등에 대응하고자 긴급 이·후송 서비스와 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사무소에서 수립한 안전 관리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 집합 교육·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엄중한 상황 관리에 입각해 범죄 발생 지역 방문 금지 등 이미 파견돼 있는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KAI 상대로 ‘방산 수주 3전3승’ 이유 있었다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블랙 호크(UH-60) 헬기 성능 개량·차세대 전자전기 개발·2차 항공 통제기 도입 등 3대 핵심 사업에서 연달아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 업체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꺾는 이변이 발생했다. 총 사업비 4조 원에 육박하는 이번 3연전의 결과는 K-방산의 경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대한민국 방위산업계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수십 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유지·보수·정비(MRO)와 연구·개발(R&D)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대한항공의 뚝심과 시장의 변화를 꿰뚫은 영리한 동맹 전략이 빚어낸 필연적 승리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중 적자 규모는 약 776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R&D에 투입할 예산을 줄이지만 적자가 쌓이는 와중에도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갔다. 2020년 347억원에 이르던 R&D 투자 액수는 작년 말 기준 802억원 수준까지 뛰어올라 131.28%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기적 수익보다 미래 핵심 역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확고한 경영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재무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하이브리드 드론 개발 △저피탐 무인 편대기 △P-3C 해상 초계기 성능개량' 등 무인기(UAV)·스텔스 기술을 비롯한 복잡한 시스템 개조 역량 강화에 집중됐다. 이는 신규 플랫폼 개발보다 기존 플랫폼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성능 개량' 사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한 결과였다. 이 같은 R&D 투자의 근간에는 1975년 항공우주사업본부 설립 이래 반세기 가까이 축적해 온 MRO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항공은 KT-1·T-50·KF-21 등 새로운 항공기를 만드는 '플랫폼 창조자'를 지향한 KAI와 달리 기존 플랫폼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플랫폼 관리자'의 길을 걸어왔다. 1970년대 500MD 헬기와 F-5 전투기, 1990년대 UH-60 블랙 호크 130여 대를 면허 생산하며 기체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확보했고, 1979년 10월 미군 F-4 전투기 창정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500대가 넘는 한·미 양국 군용기를 정비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군용기 MRO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실운용 데이터는 경쟁사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독점적 자산이 됐고, 이는 성능 개량 사업 제안 시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결정적 무기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수주전에서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과 집중' 원칙에 입각해 자사의 핵심 역량인 기체 플랫폼 통합 능력에 집중하고, 각 분야 최고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업들과 전략적 동맹을 맺어 '최고 기술의 집합체' 솔루션을 제시하는 '마스터 통합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블랙 호크 성능 개량 사업이 대표적이다. '개발 경험'을 압도한 '운용 경험' KAI는 국산 헬기 '수리온' 개발 경험을 내세웠지만 방위사업청의 선택은 대한항공이었다. 이는 신규 헬기를 '개발'하는 능력보다, 30년 넘게 해당 기종을 직접 면허 생산하고 창정비를 독점하며 축적한 대한항공의 압도적인 '운용 및 정비' 경험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30년 이상 축적된 UH-60 MRO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총괄하고 미군 헬리콥터 개량 경험이 풍부한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가 검증된 항전 장비를 적용한 최첨단 디지털 조종석을, 국내 방산 전자 분야의 강자인 LIG넥스원이 국산 생존 장비를 공급하는 '드림팀'을 구성했다. 이는 사업의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도를 극대화한 조합이어서 사업 실패 리스크가 가장 낮은 제안이었다는 관측이다. 1조7775억원 규모의 전자전기(SOJ) 개발 사업에서는 이러한 동맹 전략의 정수를 보여줬다. KAI는 'E737 피스아이' 조기 경보 통제기 체계 통합 경험을 내세운 반면, 대한항공은 비즈니스 제트기인 봉바르디에(봄바디어, Bombardier) 글로벌 6500을 특수 임무기로 개조하고 감항 인증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통합을 책임졌다. 그리고 LIG넥스원에게는 전자전(EW) 시스템 분야를 맡겼다. 이 사업의 승패는 '누가 더 기체를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얼마나 완벽하게 이식하느냐에 있었다. 때문에 전자전 장비 기술력이 KAI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화시스템을 압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LIG넥스원과의 파트너십은 기술 평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한 결정적인 한 수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항공 통제기 2차 사업에서도 대한항공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L3해리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전기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나다 봉바르디에의 고성능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 6500'을 플랫폼으로 제안했다. KAI는 스웨덴 사브와 손잡고 기술 이전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결정적인 이유는 전자전기 사업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백두' 정찰기 사업을 통해 비즈니스 제트기를 특수 임무기로 성공적으로 개조하고 감항 인증까지 획득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었던 데에 있었다. 이는 사업 리스크가 현저히 낮고 안정적인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신뢰를 줬고, KAI는 플랫폼 통합 능력 경쟁에서 대한항공의 실제 개조 사업 이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 업체로서 승승장구하던 KAI의 3연패는 전략적 초점의 불일치·파트너십 전략의 실패·리더십 공백 및 내부 위기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드러나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KAI는 KF-21 보라매·수리온 등 신규 플랫폼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이를 강조했지만 최근 시장의 주요 수요는 기존 플랫폼의 안정적 성능 개량·개조에 있었다. 이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이 압도적인 경험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블랙 호크 사업에서 KAI는 과거 KF-16 성능 개량 사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원제작사 시코르스키(Sikorsky Aircraft)와 손을 잡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오히려 이를 해외 기술 의존도 심화와 기술 유출 가능성으로 평가하며 기술 점수를 낮게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강구영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장기간 이어진 경영 공백은 중요한 사업 수주전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전략적 판단을 저해하고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강력한 패인이 됐다는 게 지배적이다. KAI 노동조합 역시 최근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새 사장을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KF-21 사업의 인도네시아 분담금 문제와 빠듯한 초도 양산 예산 등으로 인한 재정적 압박은 KAI가 처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처럼 대한항공의 3연승과 KAI의 3연패는 대한민국 방산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신규 플랫폼 개발' 중심에서 '기존 플랫폼의 고도화'와 '핵심 임무 시스템 통합' 능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한정된 국방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일치한다. 대한항공은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공군 F-16 전투기 수명 연장 사업 등 향후 예정된 다수의 성능 개량 사업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무인기 기술은 향후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는 뼈아픈 패배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KAI는 여전히 KF-21·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등 신규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리더십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시장의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수립하며, 개방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부족한 기술 역량을 보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평이다. 때문에 최근 3연전의 결과는 대한민국 방위산업계 전반에 미래 전장 환경에서 단순히 새로운 비행기를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기존 자산을 첨단 기술과 융합해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 최고의 기술을 가진 파트너들과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이 승리의 핵심 조건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사는 미래 성장 차원에서 신호 정보기와 P-3C 해상 초계기 등 사업 수행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항공기 성능 개량 전문 업체로서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기선 HD현대 회장, 취임 첫날 GRC 구내 식당서 ‘소통 행보’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 강화에 나섰다. 21일 HD현대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경기 성남 소재 HD현대글로벌R&D센터(GRC) 구내 식당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점심 메뉴로 나온 국수를 직접 받아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다. 또한 직원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셀카를 촬영하는 등 격식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앞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소통을 강조했던 것과 일치한다. 당시 정 회장은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과 만나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며 “새로운 생각을 주저없이 말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HD현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 3세인 정 회장은 지난 17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포럼을 통해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설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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