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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 ‘자본시장 민주화’ 대수술… 최대주주 vs 소액주주 균형 과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법 전면 개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가 있다. 소수주주들은 새 정부가 이 개혁 과제를 실질적으로 추진해, 이제는 '이사회에 한 자리를 가질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다수 주주의 절대 지배력을 제한하고, 소액주주도 연합을 통해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는 경영 판단의 기준을 '모든 주주의 이익'으로 확장해,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을 제어하는 장치다. 기업들에겐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는 변화지만, 소수주주들에겐 형식에 머물렀던 권리를 실질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새 정부가 이를 단순한 입법 과제가 아닌, 자본시장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 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들의 '집중투표제 기피'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며, 제도 변화와 기업 현실 간의 간극을 드러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 코스피시장에서 보고서를 공시한 상장사(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359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고 밝힌 기업은 단 15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정관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소극적 방식의 도입으로, 사실상 제도의 실효성은 낮았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한 기업은 KT&G 한 곳뿐이다. 하지만 KT&G도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 이사 선출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형식적 공시 수준에 그친 채 실질적 이행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머지 기업들 역시 집중투표제를 회피하기 위한 정관 유지나 공시상 '도입' 표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이 제도가 이사 선임 방식의 근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이사 후보를 놓고 주주들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표를 행사한 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순서대로 이사가 선출된다. 하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각 이사 자리에 대해 개별 투표가 이뤄지며, 주주는 자신이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 1인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방식은 다수 주주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소수주주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기존 지배주중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매년 주총을 앞두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노출된다. 소수주주가 연합하거나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 외국계 기관투자자 등 대형 주주가 연합할 경우, 특정 후보를 밀어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지배주주는 더 이상 이사회 다수를 장악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정기주총이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경영권 경쟁의 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은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위임장 확보, 우호지분 결집 전략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며, 이사회의 다양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까지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도 이사회 내부의 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총수 또는 지배주주의 의사'를 기준으로 삼아온 이사들의 판단이, 이제는 모든 주주의 이익이라는 넓은 기준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이사는 의사결정 시마다 사후 책임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하며, 이는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사의 민사상 책임이 강화되면, 이사회 구성 자체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도입되면 이사직 수락에 앞서 책임 부담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내부적으로는 법무·준법부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사 결정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과감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가 모두 입법화될 경우, 기업의 이사회 운영 전략은 전면 재편이 불가피하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사전 조율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이사 후보자 구성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정기주총이 기업 전략보다 지배구조 방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핵심 사업 결정이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적 대응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따라 이사의 행위는 이사회 의결서나 회의록, 이해상충 자료 등으로 입증될 책임이 커진다. 이사회 사무의 문서화, 법무팀과의 사전 검토 강화, 내부통제 기준의 재정비 등 행정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위임장 확보, 우호주주 전략, 이사 보수체계 및 위원회 운영 방식 등도 제도 환경 변화에 맞춰 재설계가 요구된다. 기업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 활동 등도 적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단순히 대주주 지분율 유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사회 지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를 예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 조항은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며, 이사들이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보다 주주 전체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도록 구조를 바꾼다. 이사회에 소수주주 추천 이사가 들어오고, 이사 개개인의 법적 책임이 강화되는 상황은 대주주의 단순 이사회 장악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과 자본시장에서 유래없던 수준의 변화다. 과거에는 단일 최대주주 체계만 유지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주총, 다양한 주주 연합, 복수 의사결정 채널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 실제로 회사와 주주에 이익을 주는 결정을 내린다고 인정받는 경영진만이 회사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 조항은 모두 이사회라는 구조적 거버넌스를 겨냥한 제도"라며 “지분율은 유지되더라도 이사회 장악력이 약화되면 실질적인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소위 '오너'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페이, 2시간 째 결제 오류…삼성 “복구 작업 중”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결제 장애로 일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부터 현재 9시 30분 기준 2시간이 넘도록 삼성페이가 결제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금 삼성페이 결제 안 된다" 등의 제목으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다수의 사용자는 “지갑도 없는데 삼성페이가 안 돼서 편의점에서 물건도 못 사고 나왔다", “삼성페이 안 되니까 지갑을 꼭 챙겨나와라" 등 불편함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제 오류 등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복구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페이는 지난달 16일에도 네트워크 장비의 일시적 문제로 결제 오류 현상이 발생했다가 3분 만에 복구된 바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인천경제청, AI·데이터 기반 스마트도시 구축 ‘박차’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1일 송도 G타워에서 'IFEZ 스마트도시서비스 2단계 구축사업'의 실시설계용역 중간보고회를 지난달 29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회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적용될 AI·데이터 기반 스마트도시서비스 구축 전략을 공유하고, 시민의 안전과 편의 증진을 위한 핵심 서비스 설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이날 중간보고회에서는 △스마트 교통 안내 및 최적화 △재난·기상 맞춤형 알림 서비스 △관광객 이동 패턴 분석 △스마트 상권 분석 △도시 안전 관리 분석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번 사업은 자가통신망과 V2X(Vehicle to Everything)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AI 기반 교통 안전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기반 맨홀 관리, 군중 밀집도 분석, 현장형 엣지(edge) AI 기기(로봇, 드론 등) 등을 통해 지능형 스마트도시 기반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지역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데이터 기반 POOM(품) 플랫폼고도화 방안, AI 학습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략도 함께 논의됐다. 이를 통해 인천경제청은 지역 혁신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 기반 기업 성장 지원 체계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POOM(품)'은 영어로 Platform, Open Data, Open Living Lab, Make Value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으며 플랫폼 기반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재창조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이번 스마트도시서비스 2단계 구축사업 용역은 올해 하반기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이후 단계별 구축과 실증을 거쳐 2040년까지 AI 기반 스마트도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원석 인천경제청장은 “이번 중간보고회를 통해 스마트도시 인프라와 서비스 전략을 점검하고 민간·공공·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반 도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중심의 도시 운영체계를 구축해 시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LS-호반 갈등, 사업 충돌 넘어 지배구조 전쟁으로

LS그룹과 호반그룹의 갈등이 단순한 사업 경쟁을 넘어,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둘러싼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에서 비롯된 법적 다툼은 이제 지주사 지분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번졌고, LS는 대응 차원에서 한진그룹과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방어에 나섰다. 최근 호반그룹이 ㈜LS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며 회계장부 열람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자, 양측의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갈등의 출발점은 버스덕트 특허 소송 및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분쟁이다. 2019년 시작된 부스덕트 관련 특허 분쟁에서 LS전선은 최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추가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도면 유출 의혹도 있다. 대한전선이 관련 기술을 부정 취득했다는 LS전선의 주장에 따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반그룹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하며 전선 산업에 본격 진입했고, LS전선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사업 영역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법적, 전략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기술 분쟁과 별개로, 갈등은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둘러싼 문제로 확장되는 중이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호반 측이 ㈜LS의 지분을 3%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상법상 상장회사 지분 3%는 회계장부 및 기록 열람 청구권, 주총 소집 청구권, 이사·감사 해임 청구권 등 강력한 소수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선이다. ㈜LS는 구자은 회장이 3.63%를 보유하고 있고, 총수 일가 45인의 합산 지분이 32.11%에 이르는 구조다. 1인 중심의 절대 지분이 존재하지 않아 외부 지분 압력에 취약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호반의 '3% 돌파'는 이러한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정조준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LS그룹도 방어적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LS는 한진그룹과 미래사업 협력을 골자로 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이후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 교환사채는 향후 LS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해, 사실상 전략적 백기사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구조다. 한진그룹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의 개인 지분이 5.78%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20.8%에 그친다. 반면 호반그룹은 18.46%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한진 측은 자사주 0.66%를 복지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LS와 한진의 연대는 '반호반 동맹'으로 불린다. 공통적으로 지배구조가 분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외부 자본의 위협을 인지하고 공동 방어전선을 구축한 사례로 해석된다. 호반그룹은 ㈜LS 및 한진칼 지분 확보가 모두 “단순 재무적 투자"라는 공식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들은 이 해명에 회의적이다. LS 지분 매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주가는 하루 만에 18% 급등했으며, 한진칼 역시 호반의 지분 확대가 공시된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 투자 이상의 '지배권 변수'로 시장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분 확보 시점과 기술 소송의 전개가 맞물린다는 점, 상법상 주주권 행사 기준선을 정교하게 넘겼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그룹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전통 대기업의 틈을 노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흐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중견 그룹의 공세에 대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방어 전선을 형성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것도 생경하다. 결국 이러한 방어 전략이 “경영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자사주를 복지기금 등에 이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반의 행보가 적대적 인수합병(M&A)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지배구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자본시장과 규제당국이 바라보는 '투자의 선'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LG전자 ‘年 15조원’ 러시아 가전 시장 재진출 카드 ‘만지작’

삼성·LG전자가 전쟁 여파로 철수했던 러시아에 재진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장 재가동을 추진하고 마케팅 활동 재개 방안을 고민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한국 기업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채운 상황이라 연간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지 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고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러 성향을 지닌데다 후보 시절 “전쟁을 당장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종전 또는 휴전에 대한 언급이 나온 올해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재진출 시기·방법을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광고·마케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연초 게재된 광고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 생산을 일부 재개했다. 생산설비 노후화 방지 차원에서 일부 물량을 만들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보유 재고를 활용해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서) 당장 공격적으로 뭔가 하는 것은 아니고 규제가 해제되거나 하면 다시 (공장 가동 및 영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러시아 칼루가주에 47만㎡ 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들어오다 2022년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 역시 2006년 모스크바주 루자 지역에 가전·TV 공장을 지었다. 연간 100만대 생산 목표로 1억달러를 투자했지만 2022년 생산을 멈췄다. 전쟁 이전인 2021년 양사 현지 법인의 매출액은 각각 4조4000억원, 1조원 수준이다. 삼성·LG전자가 제품 생산을 멈춘 사이 가전 시장 지배력은 중국 업체들이 가져간 상황이다. 코메르산트는 2022년 25%가 넘던 삼성전자의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이 2023년 5% 가량으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LG전자 역시 2021년 세탁기·냉장고 등 분야 점유율이 2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스마트폰 역시 1위 삼성전자 지배력이 30%대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간 상태다. 중국 영향력이 커졌다고 인구 1억4000만명의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현지에서 전쟁 이후에도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부는 만큼 소비재 판매 기업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한국산 음반 수입액은 약 139만달러(약 19억원)다. 국가별로는 독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POP 그룹 러시아 공연도 작년부터 재개됐다. 'W24' 등 5개 팀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7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작년 11월 열린 'X:IN'은 총 6000장 이상 티켓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한류를 매개로 형성된 콘텐츠 소비가 브랜드 가치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한류와 함께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종전이 언제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협상 내용·방식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보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식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일각에서 나온다. 시장조시기관 Mordor Intelligence는 러시아 가전 시장 규모가 올해 115억달러(약 15조7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크기는 연평균 3.4% 커져 2030년 135억9000만달러(약 18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 인력 등은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기도, ‘AI 혁신클러스터’ 6개 거점 선정하고 구축 ‘본격화’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30일 '2025년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최종 대상지로 기존 조성 예정지인 판교, 성남일반산업단지(하이테크벨리) 2곳과 함께 시흥시, 부천시, 하남시, 의정부시 등 4개 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총 6개의 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도에 따르면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AI 기반 산업 생태계 구축 △시·군 맞춤형 스타트업 육성 공간 마련 △중점산업의 AI 대전환 지원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며 도는 발표 평가와 현장 심사 과정을 거쳐 공모에 참여한 10개 시 가운데 △공간의 적합성 △행정·재정적 지원 및 협력 의지 △조성효과 등이 우수한 4개 시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선정 지역에는 스마트 오피스 환경이 적용된 온·오프라인 융합 업무 공간이 조성되며 글로벌 AI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산업 AX(인공지능 대전환. AI Transformation) 지원 사업 등이 연계된다. 도는 AI 혁신클러스터를 통해 지역별 경쟁력 있는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AI 기반 스타트업 성장 인프라를 마련하여 AI 경쟁력 확보와 함께 AI 생태계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은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기업이 AI를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선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디스플레이 업계 ‘불확실성 파도’ 기술력으로 넘는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관세 전쟁, 중국 저가 공세,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돌파구로 '기술력'을 택했다.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인 '울트라씬 원'(UT One)을 최초로 공개했다. UT One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최초로 '1헤르츠 가변 주사율'이 가능한 차세대 저전력 기술이다. 기존 패널 대비 소비전력을 30% 더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UT One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경우 줄어든 무게만큼 노트북 등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휴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1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5'에서 성능이 개선된 '전계발광 퀀텀닷'(EL-QD)을 공개하기도 했다. EL-QD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이용해 적녹청(RGB) 픽셀을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 고휘도 제품과 264PPI(1인치당 픽셀 수) 고해상도 제품 등을 소개했다. 고휘도 제품은 작년 대비 화면이 50% 이상 밝아진 게 특징이다. 고해상도 제품도 기존 202PPI 제품보다 픽셀 밀도를 더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센서 OLED 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정 부분이 아닌 화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하고 빛으로 혈류량을 측정해 심혈관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4세대 OLED 패널에는 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쌓아 빛을 내는 독자 기술인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를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이 제품은 이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휘도 4000니트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 4세대 OLED 패널 신기술 연구 논문은 SID에서 '올해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휘도, 색 표현력, 에너지 효율 등 측면에서 기존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4세대 OLED 패널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 라인에서 청색 인광 OLED 패널 제품화 성능 검증에 성공한 것도 LG디스플레이 기술 리더십 확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OLED 패널의 발광 방식은 크게 형광과 인광으로 나뉜다. 형광은 전기가 들어오면 바로 반응해 빛을 내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발광 효율은 25%에 그친다. 인광은 전기를 받은 뒤 잠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빛을 내는 방식이다. 기술 난도는 높지만 발광 효율이 100%에 달한다.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모두 인광으로 구현한 OLED 패널은 '꿈의 제품'으로 불린다. 다만 청색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인광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래층에 청색 형광 물질을, 위층에는 청색 인광을 쌓는 '하이브리드 투스택 탠덤' 구조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OLED 패널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을 15% 가량 절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통상 갈등,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시야를 더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패널 출하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지만 세트 부문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세 변수로 인한 고객사 '선구매 효과'로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 등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업황 반등을 이끌 소재로 작용하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에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 업체들 견제를 위해 '기술 장벽'을 쌓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시장 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2년 81.3%, 17.9%로 격차가 컸지만 지난해에는 67.2%, 33.3%까지 좁혀졌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꼽힌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계) 대외환경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전체적인 수요 증가를 가정하기는 어렵다"며 “외부 환경에 적게 영향을 받는 동시에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업체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新가전 추격전’… 입지 다진 LG, 반격 나선 삼성

LG전자가 신(新)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상 공간을 재해석한 혁신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며 시장 지형을 선도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기술 차별화 전략을 중심으로 신가전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신가전 라인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며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다. 무빙스탠드 디자인과 무선사용 기능을 앞세운 이 제품은 침실, 주방, 서재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제품 출시 초기 예약판매 당시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출시된 후속작 '스탠바이미2' 역시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의 누적 판매량은 전작 같은 기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스탠바이미2는 제품 분리 방식을 개선해, 버튼 하나로 화면부를 스탠드에서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스탠드에 내장돼 있던 배터리도 화면부로 이동시켜,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책상 위에 세워 쓸 수 있는 폴리오 커버, 이동이 편리한 스트랩 액세서리, 액자처럼 벽에 거치할 수 있는 홀더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사무실, 교육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일러'는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기록 중이며, 위생 기능을 강조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OTT 보급 확산과 맞물려 성장 중인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제맥주 제조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으로 신생활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신가전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가전 분야에서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중심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최근 터치 기능을 적용한 가정용 초단초점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5'를 출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약 43㎝ 거리에서 최대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벽·바닥·테이블 등 평면이 있는 어디서든 대형 스크린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초단초점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도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대형 TV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일반 프로젝터가 100인치 화면 구현에 3~4m 거리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초단초점 제품은 20~50㎝만으로 동일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 앞을 지나가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아 몰입감도 높다는 평가다. 이동식 스크린 시장에서도 삼성은 새로운 카드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탠바이미에 맞서는 무선 이동식 스크린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OLED 및 Q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하며, 하드웨어 스펙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가전 제품군 전반에서도 삼성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인원' 콘셉트를 내세운 로봇청소기 및 세탁건조기 통합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올인원 제품을 선보였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2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세탁건조기의 경우 고성능과 합리적 가격대를 동시에 갖춘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가전이 향후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 TV·냉장고·세탁기 등 전통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신가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 성장은 신가전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LG전자는 신가전 사업 확장세에 힘입어 2023년 생활가전 부문이 사상 첫 연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가전 분야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이동성, 공간 연계성 등 다층적인 영역에서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제품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신가전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험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오픈AI, 왜 한국을 선택했나…K-AI의 강점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서울에 공식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도쿄, 싱가포르 등에 이은 행보다.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가 한국을 찾은 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은 주요 기술·정책·사회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는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한국 내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29일 AI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45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5'를 보면 한국의 AI 관련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17.3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 미국(5.2건)을 모두 상회했다. 인구 규모 대비 고밀도의 지적 재산 축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혁신 기반의 질적 수준을 보여준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 수준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은 3만14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해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등 고정밀 산업 분야에서 AI 통합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영역에서도 경쟁력은 확인된다. 스탠포드 보고서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K–12 정규 교육 과정에 AI 교육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소수 국가 중 하나로 소개했다. 또 2022년 기준, 한국은 약 3만7000명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고등 교육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석사 졸업자는 9716명, 박사 졸업자는 247명이다. 오픈AI가 연구·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고급 인재가 밀집된 국가를 우선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치는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AI 인덱스에 포함된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AI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보이는 국가군에 포함된다. 이는 AI 제품 및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 베타 서비스 수용, 신규 기능 테스트 등에 유리한 조건이다. 한편 오픈AI는 2023년 이후 일본,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는 한국 지사 설립의 기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유효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4월 문을 연 도쿄 지사에서 오픈AI는 일본어에 최적화된 GPT-4 모델을 공개했다. 일본 내 사용자 경험과 언어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기존 모델 대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SB OpenAI Japan'을 설립하고, 그룹 내 AI 솔루션을 우선 적용한 뒤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추가로 일본 22개 지자체와의 협업도 병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지사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허브로 기능 중이다. 오픈AI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AI Singapore와 협업해 동남아 언어 및 문화 특성을 반영한 로컬화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기업 Grab과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및 지도 정보 업데이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2024년부터 싱가포르는 OpenAI의 데이터 레지던시(Data Residency) 제도가 적용되는 국가에 포함되어, 기업 고객의 데이터가 자국 내에 저장된다. 오픈AI는 한국에서도 데이터 레이던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인 데이터 주권에 대해서도 우려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보는 오픈AI가 각 국가에서 단순한 지사 기능을 넘어, 현지화된 모델 개발, 대기업 협력, 정책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오픈AI가 한국에서 수행할 주요 역할로는 △한국어에 특화된 GPT 모델 고도화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대상 Chat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산학연 협력 기반 연구 거점화 △현지 AI 인재 채용 및 육성 △AI 인프라 투자 및 정책 파트너십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가능성도 크다. 오픈AI가 주도하는 'OpenAI for Countries'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나 모델 테스트 인프라 등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기술, 산업, 교육, 사회 수용도, 정책 환경 모든 면에서 AI에 최적화된 국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오픈AI가 수행한 현지화 전략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나아가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AI 전략 속에서 실질적인 실험과 확산이 가능한 '기술 실증 국가'"라며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단순한 지사 개설이 아닌 전략적 전환점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강원 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 준공… 미래차 산업 전환의 핵심 거점 출범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는 28일 원주 한라대학교에서 '강원 미래모빌리티 혁신센터' 준공식을 개최하며, 강원도의 미래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태 도지사를 비롯해 원강수 원주시장, 김응권 한라대학교 총장, 김진균 고등기술연구원장 등 관계기관과 기업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미래차 부품산업 전환의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강원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 혁신지원센터 구축'(174억 원)과 '바이오트윈 기반 미래차부품 고도화 기반 구축'(160억 원) 두 사업을 통합해 건립된 시설이다. 총사업비 334억원(국비 118억, 지방비 216억)이 투입됐다. 센터는 연면적 2920㎡, 지상 4층 규모로 연구동과 장비동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는 디지털 트윈과 바이오 트윈 기반의 첨단 장비 13종을 갖추고 있으며, 미래차 소재ㆍ부품 설계, 시제품 제작, 공정장비 및 시험평가, 제품 인증 등 미래차 기술개발 전주기 프로세스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실제 주행 조건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생체정보 인식 기반 HVI(Human Vehicle Interface) 기술은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센터는 한라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강원테크노파크가 건축을 총괄했으며, 고등기술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운영을 맡는다. 향후 고등기술연구원, 한라대학교, 강원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강원 내 50여 개 자동차 부품 기업의 미래차 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컨설팅과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센터는 산·학·연 연계 기술 세미나, 포럼 운영, 사업 맞춤형 직무교육 등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 및 네트워킹 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진태 도지사는 “원주와 횡성을 중심으로 총 12개 미래차 관련 사업을 통해 클러스터화를 추진 중이며, 이번 센터 준공은 그 출발점"이라며 “자동차 대기업 유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강원도의 미래차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강원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는 기업이 성장하고, 인재가 양성되며, 신기술이 탄생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원주의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센터의 기술지원과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센터 준공을 계기로 강원도는 원주와 횡성을 연계한 미래차 산업 전주기(설계→개발→시험ㆍ인증→생산→재사용) 실증 지원체계를 본격 가동하며, 전국적인 미래차 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하고자 한다. ess00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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