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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구글 스마트 안경 ‘깜짝 협업’ 연내 출시

구글이 삼성전자와 확장현실(XR) 헤드셋에 이어 스마트 안경까지 협업을 확대한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 안경을 공동 개발해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13년 '구글 글래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을 시범 출시했지만, 성과 부진으로 2015년 단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시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디자인을 맡는다. 공개된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연동돼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도 전화, 문자, 앱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구글의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이 적용돼, 사용자가 보고 듣는 정보를 AI가 카메라를 통해 인식하고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질문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사안을 실시간으로 알린다. 또한 스마트 안경에는 실시간 번역 기능도 포함돼 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며, 이날 시연에서는 힌두어와 페르시아어 화자가 각각 말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협업으로 구글과 삼성전자의 XR 분야 협력은 한층 강화됐다. 양사는 앞서 '프로젝트 무한'이라는 이름의 XR 전용 헤드셋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헤드셋은 안드로이드 기반 XR 플랫폼 위에 구축되며, 고급 디스플레이와 외부 현실을 함께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XR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라며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XR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경과원, ‘In-Best 판교’ 참여기업 모집...내달 2일까지 접수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21일 판교 제1·2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In-Best 판교' 참여기업을 내달 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과원에 따르면 이번 투자교류회는 도내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타트업의 단계별 투자유치 전략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경기도가 운영하는 1조 원 규모의 G-펀드와 연계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선정 기업에는 △IR 집중 멘토링 △투자교류회(데모데이) 참여 △경기도 G-펀드 및 국내·외 투자자와의 1:1 매칭 투자 상담 △대기업 및 선도기업과의 기술 파트너 협약 △후속 투자유치 연계 등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어진다. 올해는 총 4회 운영되며 판교테크노밸리 내 대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 교류 등의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오픈이노베이션 추진기업 및 전략적 투자 담당자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런치 교류회'가 새롭게 마련됐다. 비즈니스 식사와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실질적 교류를 유도하며, 참가 기업의 협력 기회를 한층 확대할 예정이다. 모집 대상은 판교 제1·2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창업 7년 이내 첨단 업종 또는 혁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며, 최종 20개사를 선정한다. 경과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투자유치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지역 투자 생태계와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이번 'In-Best 판교'는 단순한 투자유치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전주기 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판교 내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In-Best 판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경기기업비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과원 테크노밸리기획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sih31@ekn.kr

엇갈리는 D램 가격 전망···반도체 업계 ‘셈법 복잡’

반도체 업계가 D램 가격 변동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선구매 효과'가 끝나면 업황이 어두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어서다. 2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2.2% 급등한 수치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 등에 따라 고객사들이 선구매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D램 가격은 지난해 9월(-17.07%)과 11월(-20.59%)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였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4개월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일단 공급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관세 불확실성을 반영해 납품가를 올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움직였다. 그동안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구형 D램 가격이 신형(DDR5) 보다 인상률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D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분야인 만큼 기업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이 꾸준히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소비여력이 충분하고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수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구형 제품 감산을 미리 결정해놨다는 점도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일부 대형 고객사들의 선구매 움직임도 '트럼프 불확실성'에 적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고를 쌓아뒀다는 이유로 향후 관세 장벽이 생기거나 사라진다 해도 주문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자 한국 기업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1~2년 단위 장기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하반기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희박하다.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AI 붐'이 또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된 상태기도 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업황은 제한된 공급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서버·그래픽향 수요로 인해 안정적인 수급 밸런스를 보일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PC의 경우 하반기 아이폰 17 시리즈와 AI 기능 탑재한 PC 출시로 출하량보다는 용량 증가로 D램 수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D램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관세와 인플레이션 등이 하반기 수요에 영향을 우려가 여전하다"며 “관세 불확실성과 국가 사이 무역 장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D램 가격 상승폭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도 고객사들의 선구매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재고를 쌓아둔 것과 별개로 소비 시장이 위축될 경우 가격 하락폭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까지는 D램 업황이 당초 우려보다 양호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선구매 부작용과 생산량 증가에 따른 레거시 D램 업황이 재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의 DDR5 재고는 2~3주치에 불과하나 유통 재고가 증가 중"이라며 “DDR5 현물 가격 반등은 조만간 종료될 듯하고 재고가 과다한 DDR4 가격 반등 역시 2분기까지 장기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업계는 HBM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가격 변동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구형 제품은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DDR4와 3세대 HBM인 HBM2E 등 제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DDR4 생산 비중을 낮추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최신 D램은 DDR5와 HBM3E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 등을 앞세워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라인 증설을 위한 신규 투자를 계획 중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두 자릿수씩 성장하는 中 가전…韓 수익성 악화에 ‘고심’

중국 가전업체들이 내수 진작 정책과 글로벌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디, 하이얼 등 주요 업체들이 1분기 두 자릿수 실적 개선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하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기술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의 공세에 한국 가전업계가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 24조8046억원, 순이익 2조39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8% 증가한 수치다. 하이얼은 매출 15조3000억원으로 10.1% 늘었고, 순이익은 15.1% 증가한 1조원으로 집계됐다. 하이센스는 매출 4조8000억원(+5.8%), 순이익 2172억원(+14.9%)을 기록했고, TCL그룹은 매출 7조7334억원으로 소폭 증가(+0.5%)했으나 순이익이 322% 급증하며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부문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서는 뒷걸음질 쳤다.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VD·가전사업부는 1분기 매출 14조5000억원으로 7.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그치며 43.4% 감소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TV 사업을 맡는 HS·MS 사업본부 역시 매출 11조6571억원으로 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95억원으로 15.4% 줄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사이, 중국 업체들은 내수 확대와 해외 공략을 앞세워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 진작 정책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구환신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소비자가 자동차·가전·가구 등을 교체하거나 새로 구매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중국 상무부가 소비 촉진과 환경 보호를 목표로 도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하이무역관 관계자는 “지난해 추진된 이구환신 정책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며, 보조금 지원 대상 가전제품은 기존 8개에서 12개로 확대됐다"며 “중국 가전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전 수요 확대를 비롯한 소비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주민 1인당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가전제품 수출액은 2019년 700억달러(약 97조원)에서 지난해 1124억달러(약 156조원)로 60% 이상 증가했다. 과거 중국산 가전은 '가격만 저렴한 제품'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의 중국 가전 수출은 15% 이상 증가했다. 하이얼은 1분기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메이디는 프리미엄 브랜드 '콜모'를 앞세워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술집약형 제품군인 TV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이센스는 올해 CES 2025에서 'RGB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기존 백색 LED에 컬러 필터를 씌우는 방식과 달리, 빨강(R)·초록(G)·파랑(B) LED를 각각 독립 구동시켜 색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킨 구조다. 하이센스는 이 제품을 삼성전자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와 직접 비교하며 색 표현력과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주장했다. 안드레 클라크 하이센스 이사는 “세계 최초로 RGB LED 칩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QD-OLED보다 우수한 색 재현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며 “이 제품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가전제품의 기술 격차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좁혀졌다고 평가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CES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산 TV는 기술 완성도가 이전보다 확연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저가형'으로 인식되던 중국 제품이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응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인공지능(AI) 가전과 신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구독형 모델과 TV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우위를 이어가며, 앞선 기술력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무기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상법 vs 자본시장법…차기 대권의 지배구조 해법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요 정책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주요 후보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권 강화라는 목표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실현할 수단과 방식에서는 각 후보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익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자본시장법을 중심으로 시장 친화적인 유도책을 제시한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쪼개기 상장 제한 등 기존 경영 관행을 손질하는 상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단순히 소수주주 보호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1400만 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운다. 이 후보의 구상은 '경제민주화' 기조 아래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억제하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확립하겠다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상장사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최근 한진그룹과 LS그룹의 자사주를 활용한 의결권 부활 시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슈와 관련됐다. 쪼개기 상장 규제 역시 모회사 주주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추진된다. 해당 제도들이 모두 시행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 적잖은 지배구조 충격이 예상된다. 반면 재계는 이 같은 개정이 경영 판단 위축, 이사회의 책임 회피, 외국인 투자 유입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법 개정 시 상장사의 상장 유지 비용이 평균 12.8%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준법 부담과 불확실성 증대가 현실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후보의 안건은 재계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지배구조 관련 제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반대로 같은 이유로 일반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의 환영을 받는 공약이기도 하다. 김문수 후보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핵심은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 유인이다. 그는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공시 의무 강화, 그리고 대통령 해외 순방 시 IR(투자유치 활동)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김 후보는 시장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상장사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직접적인 기업 규제보다, 유인을 통한 환경 조성이 기업 경영 안정성과 주주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접근에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할 경우, 단순한 세제 유인보다 지배구조 투명성과 관련한 법제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의 정책은 단기 성과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의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 핵심 쟁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등 주주권 보호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가에 있다. 이는 곧 상법 개정이라는 강제적 수단을 택할지, 자본시장법 중심의 유인책에 의존할지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상법 개정안은 법률로 기업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구조적 개입'에 가깝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자율에 기반한 유도책으로 간접 효과를 기대한다. 후보 간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제도 선택을 넘어, 경제 철학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적 선택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투자자 보호 간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횡성군, 이모빌리티 산업 본격화…미래모빌리티 중심도시 향한 힘찬 시동

횡성=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횡성군이 강원도 전략산업 중 하나인 이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며, 미래 모빌리티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군은 21일 횡성 이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에서 '경상용 특장 시작차 제작 지원센터' 준공식을 개최하고, 이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구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 직접사업으로 총사업비 259억8000만 원(국비 124억7000만원, 도비 135억1000만원)이 투입돼 조성됐으며,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센터는 연면적 2017㎡ 규모에 시험평가 장비 14종을 갖추고, 배터리 안전성 및 주행 내구 평가, 모듈형 전기 특장차 제작을 위한 시험평가 장비 14종 갖추고 EV용 배터리 시험장비 안전성·신뢰성 평가, 시제품 지원, 배터리 주행 내구시험 평가 등 중소·중견기업의 자립화를 위한 핵심 지원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군은 다음달 10일 '실도로 기반 Lv4 자율주행차량 운전능력 평가기반 구축사업' 착공식을 통해 자율주행차 실증 기반을 강화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환경에서 주행 능력을 평가받는 트랙을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 운전능력 평가 플랫폼과 연계돼 있다. 군은 횡성읍 묵계리·가담리·입석리 일원 22만평 부지에 총사업비 3500억원을 들여 미래모빌리티 거점 특화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는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조성된다. 현재 1단계 부지 40% 조성을 위해 국비 900억원을 포함한 17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1단계에는 △이모빌리티 기업지원센터 △배터리 평가센터 △자율주행 실증센터 등 7개 시설이 구축되며, 2단계에는 R&D 및 부품 제조 중심 시설, 3단계에는 실증·체험 및 정주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단계별 기술 집적과 시설 융햡으로 이모빌리티 산업 확산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완료된 AI 운전능력 평가 플랫폼과 시작차 제작 지원센터의 준공은 횡성군의 이모빌리티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권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군은 지난해 7월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되며, 거점 진입도로 개설과 커뮤니티센터 등 기반 인프라 확보를 위한 1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더불어 조곡리 일원 이모빌리티 특화농공단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추진 중이다. 이모빌리티 연계 산업 기반에 국비 및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될 경우 유망기업의 조기 입주와 첨단기술 기업 집적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군은 조곡리 인근 '횡성 읍하'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상업·주거·행정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첨단산업단지와 연계된 주거 및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구 유입 기반을 조성해 공동체 회복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그간 횡성읍 일대는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약되어 왔지만, 최근 탄약중대 이전 및 기반사업 추진 등으로 개발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횡성군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산업과 주거, 정주환경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며 '군민이 부자되는 희망횡성·행복횡성' 실현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편 군은 이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강원형 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과 연계, 지역 대학·기업·연구기관이 함께 미래차 정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산업 기반뿐 아니라 인력 기반까지 갖춘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중심도시로 성장할 계획이다. 유은경 횡성군 투자유치과장은 “정부의 미래모빌리티 전략산업 방향에 발맞춰 2026년까지 원스톱 기업지원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며 “중부내륙의 핵심 거점이자,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성장도시로 횡성을 새롭게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ess003@ekn.kr

경과원,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맞춤형 AI 전문인재 100명 육성 본격 착수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이 20일 기업 수요에 맞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전문인력 양성 사업' 교육생을 오는 28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과원에 따르면 이 사업은 도내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 분야의 실무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내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과 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최신 AI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이론 중심의 강의를 넘어 실전형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제공해 취·창업까지 연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는 빅테크기업 3개사(AWS, Google Cloud, NAVER Cloud)와 협력해 60명의 AI인재를 배출했으며 올해는 참여 기업을 5개사(AWS, Google Cloud, NAVER Cloud, NVIDIA, Microsoft)로 확대해 기업별 20명씩 총 100명의 AI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은 네이버클라우드(NAVER Cloud)의 'Hyper Clova X 프로젝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Azure 플랫폼 기반 AI 서비스 프로젝트 개발 과정'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2개월간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운영되며 각 기업은 자사의 플랫폼과 기술을 활용해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교육생들은 AI 이론부터 프로젝트 실습, 포트폴리오 구성까지 실전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빅테크 기업 인증 자격증 취득 기회 △빅테크기업 현장 견학 △취업 멘토링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특히 우수 수료생에게는 오는 10월 열리는 '테크데이'에서 IR 피칭 컨설팅 및 멘토링 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은 경기기업비서 홈페이지에서 과정별 공고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자격은 도내에 거주하거나 도내 대학(원) 졸업(예정)자 중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이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AI 산업 환경 속에서 도내 청년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빅테크기업들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 협력방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단순한 기술교육을 넘어, 지역 청년들이 직접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AI 분야 스타트업 창업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sih31@ekn.kr

위메이드, 1~3회차 CB 조기상환에 이어 4회차 CB도 ‘리스크’

위메이드가 이미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의 조기상환을 결정한 가운데, 추가로 20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에 대해서도 상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4회차 CB는 전통적인 풋옵션 조항이 없지만, 특정 조건 발생 시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위믹스(WEMIX)에 대한 국내 주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해당 조항이 정한 '상환 청구 요건'을 실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위메이드는 또 다른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할 상황이다. 19일 위메이드는 지난 4월 18일 2022년 11월 발행한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을 조기상환한다. 이들 전환사채는 마이크로소프트,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 복수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모 발행된 물량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익 실현이 어려운 시점에는 풋옵션이 적극 행사되는 구조다. 특히 1~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약 4만948원이었는데, 상환 결정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약 2만4000원 수준으로 하회하고 있었다. 전환 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면 2023년 9월 발행된 제4회차 전환사채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인수한 물량으로, 전통적 풋옵션은 제외된 구조지만 상환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바로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 때문이다. 해당 CB는 위믹스 사업과 관련된 특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채권자가 만기 이전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SK플래닛은 위메이드와 전환사채 계약 체결 이후 위믹스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공동 사업을 추진해온 전략적 파트너다.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 연계까지 염두에 둔 협력 관계였지만,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당초 구상된 협업 구조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로 인해 SK플래닛이 전략적 연대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었으며, 계약상 조기상환 요건이 충족된 이상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환 요건 중 첫 번째 항목은 “위믹스 토큰이 국내 원화 마켓 또는 해외 달러 마켓에서 1곳 이상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이다. 위믹스는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에 소속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태로, 이 요건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충족됐다. 상환 청구 시 별도의 사채권자 집회 없이 서면 통지만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구조상 일반적인 채권과 유사하게, 특정 조건이 맞춰지면 계약상의 권리가 즉시 현실화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4회차 CB에는 이 외에도 위믹스 관련 형사소송으로 인한 거래정지, 지식재산권 상실로 인한 손실, 가상자산 관련 규제 미이행 등의 상황도 상환 요건으로 포함돼 있다. 1~3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는 구조상 차이가 분명하다. 1~3회차는 복수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 전환사채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자 보호 조항이 폭넓게 포함돼 있었다. 반면 4회차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전략적 목적으로 인수한 구조로, 일반적인 풋옵션은 빠져 있지만 위믹스와 관련된 리스크 발생에 따라 선택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삽입돼 있다. 조건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으며, 트리거 발동 시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 없이 바로 실행 가능한 구조다. SK플래닛이 투자 성격을 전략적 관점에서 유지할지, 아니면 재무적 판단에 따라 조기 회수를 선택할지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위믹스 생태계에 대한 시장 신뢰가 급속히 약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위믹스는 빗썸에서 투자유의 공시된 상태로 거래 중이며 오는 6월 2일 거래 지원이 종료된다. 한편 위메이드는 2025년 1분기 기준 개별 재무제표에서 11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외형상 흑자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회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배당수익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위메이드는 영업손실 약 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분석에 따르면, 전기아이피에서 약 400억원, 위메이드맥스에서 1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이 유입됐으며, 나머지 700억원 이상은 위믹스코리아 등 비상장 자회사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형적인 내부 유보금 회수로,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유동성 확보 방식에 가깝다. 연결 기준 실적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2025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13억원에 달했다. 분기순손실은 206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블록체인 기반 수익이 사실상 정지된 가운데, 기존 게임 부문만으로는 전체 손익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등으로 유입된 현금의 상당부분은 CB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며 “위믹스에 대한 관리만 잘 됐더라도 주가 하락과 CB 조기 상환 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가전업계 HVAC에 힘 싣는다…삼성 ‘중동’·LG ‘인도’에 시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고성능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두 회사는 각각 중동과 인도에 주목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대형 시설용 HVAC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기존 삼성은 가정용과 소형 빌딩 중심의 개별 공조 솔루션에 주력해 왔으나,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형 시설에 특화된 중앙 공조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네트워크 부족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Award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냉각수를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CDU) 방식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 용량과 효율을 갖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한발 앞서 HVAC 사업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왔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H&A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HVAC 사업을 분리해 에너지솔루션(ES) 사업본부로 독립시켰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며 HVAC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ES사업본부는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을 포함해 원전, 메가팩토리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은 HVAC 시장의 주요 수요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연산 작업을 수행하는 AI 서버는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식히는 고효율 공조 시스템이 필수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 공조 시장은 연평균 8% 성장해 2024년 610억달러(약 85조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39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관련 HVAC 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18%로 고성장해 441억달러(약 6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은 중동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주와 상하이에서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40여명의 공조 전문 인력에게 자사 솔루션을 소개했다. 에어솔루션 데이는 매년 해외 주요 공조 전문 거래선과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시장 트렌드와 업계 현황을 공유하고 삼성만의 차별화된 공조 솔루션을 제안하는 세미나 방식의 행사다. 중동은 최근 UAE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본격화되는 지역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UAE에 여의도 4배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을 지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의 전략적 거점은 인도다. 자회사인 에이스냉동공조는 올해 1분기 인도 첸나이에 첫 법인을 설립했다. 신규 법인이 들어선 첸나이는 뭄바이와 함께 인도 내 데이터센터가 집중 구축되고 있는 지역이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 열관리에 최적화된 칠러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맞춤형 솔루션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SNS를 통해 “인도에서는 에너지 효율적인 HVAC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해당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HVAC 시장의 성공 여부가 결국 '현지화 전략'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후, 전력 사정, 에너지 정책 등 지역별 변수에 대응해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공간 줄이고 더 똑똑하게···삼성·LG전자 ‘세탁건조기 경쟁’ 후끈

삼성·LG전자가 세탁기와 건조기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신가전 '세탁건조기'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 등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제품 대비 가격대가 높아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국내 시장에 최초로 출시하고 관련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25년형 신제품을 선보이며 인공지능(AI)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무기는 7형 터치스크린 'AI 홈'이다. 스크린이 탑재돼 다양한 코스와 기능을 한눈에 보고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AI 홈' 스크린에서 집안 도면을 3차원으로 보여주고 연결된 가전의 위치와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3D 맵뷰' 활용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기기를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2020년 세탁건조기를 내놓고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타워형 결합 제품이 주력이지만 지난 2월 성능을 끌어올린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출시하며 방어전에 나섰다. LG전자의 마케팅 포인트 역시 AI다. 신제품이 핵심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Core Tech)를 상징하는 AI DD모터가 탑재됐다는 점을 앞세웠다. 딥러닝 AI 기술을 통해 옷감의 재질, 무게, 오염도에 따라 옷감 손상을 줄여주는 6모션으로 맞춤 세탁·건조한다는 사실도 홍보 중이다. 세탁건조기 시장을 둘러싼 양사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2월 워시콤보 신규 라인업을 선보이고 상품성을 강화하자 삼성전자가 한달여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며 용량을 더 키운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건조 용량'이라는 수식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타사 제품을 비방하며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LG전자가 트럼 워시콤보 소비전력이 낮다며 경쟁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자 삼성전자가 크게 반발했다. 건조 방식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있었다. LG전자는 세탁건조기에 100% 히트펌프 기술만을 사용해 옷감 손상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고 주장했고 삼성전자는 기존 히터방식과 결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맞섰다. 삼성·LG전자가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세탁건조기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기준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가 출시 1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3일만에 1000대, 12일만에 3000대가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LG전자 트롬 워시타워는 2020년 4월 데뷔 이후 국내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출시 후 작년까지 연평균 25%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워시타워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타워형으로 결합한 제품이다. 동급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설치할 때보다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는 장점과 AI 기능이 적용됐다는 점 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세탁건조기 신가전 판매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 제품가가 300만원대부터 최대 600만원대까지 형성돼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세탁·건조기를 국내에 속속 들여오는 상황에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고품질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탁건조기 시장은 커지지만 제조사 기술력이 정점에 오른 상태는 아니라 삼성·LG전자 모두 한동안 신제품 개발·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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