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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8년만에 대형 M&A… ‘B&W’ 품는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한다. 삼성전자가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건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만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6일(현지시간)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하만이 인수하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은 바워스앤윌킨스(B&W)를 비롯해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 등에게 사랑을 받는 럭셔리 오디오의 대표 브랜드다. B&W와 함께 확보한 데논은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한 115년 전통의 브랜드이고, 마란츠는 프리미엄 앰프·리시버 제품군에서 고품질 음향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하만은 JBL과 하만 카돈, AKG, 인피니티, 마크 레빈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기반으로 지난해 포터블 오디오에서 약 6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큰 헤드폰과 무선이어폰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앞서 2015년에는 뱅앤올룹슨의 카오디오 사업을 인수했고, 2017년에는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아캄도 인수했다. 하만은 이번에 B&W와 데논 등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인수해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컨슈머 오디오부터 카오디오 사업까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만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 2025년 608억달러에서 2029년 700억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하만 카돈과 JBL, 뱅앤올룹슨 등 기존 브랜드 외에도 B&W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자동차 업체와 고객에게 브랜드별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며 사업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하만, 美 마시모 오디오 인수…‘B&W’ 품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글로벌 오디오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이 미국 마시모(Masimo)사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하만은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문의 인수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만이 인수하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은 '바워스앤윌킨스(B&W)'와 함께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럭셔리 오디오의 대표 브랜드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마크레빈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토대로 지난해 글로벌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약 60% 점유율로 1위를 지속했다. 시장 규모가 큰 헤드폰과 무선이어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마시모 인수로 자동차·소비자용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모바일·TV·가전 사업과의 시너지도 추진해 글로벌 오디오 명가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다. 하만은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합쳐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게 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와 고객에게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해 사업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모바일·TV·가전 등에도 하만과 마시모의 음향·오디오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양한 스피커와 오디오 기기 간 연결·제어 등 스마트싱스 기반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하만 AKG와 하만카돈 등 사운드 튜닝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품질을 높이는 등 시너지를 강화해 왔다.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축적된 전문 오디오 기술과 노하우를 삼성전자 제품군에 적용해 시장 확대와 고객 경험 강화를 추진 계획이다. 데이브 로저스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 사장은 “하만은 75년 역사의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성장해 온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또 하나의 명품 오디오 B&W까지 확보해 명실상부한 오디오 명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화솔루션, 자기자본 65% 채무보증…15개월만에 차입금 4.4조 증가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계열사 채무보증금액이 자기자본의 65% 수준에 이르렀다. 차입금 부담도 최근 15개월 만에 4조4393억원이나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인 화학산업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신쟁생에너지 산업도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차입금으로 미국 현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솔루션의 차입금과 이자가 갈수록 늘어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한화솔루션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월과 지난달 두 차례나 해외 자회사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지난 1월에는 자회사 '한화큐셀 EPC USA'의 미국 배터리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공사 진행을 위한 배터리 구매 계약에 따른 구매자금(매입채무) 지급 2629억원에 대한 채무를 보증했다. 지난달에도 한화솔루션은 계열사인 '한화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의 외화표시 보증부 채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자들에게 5932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 같은 두 차례의 결정이 합쳐져 한화솔루션의 채무보증 전체 잔액은 6조8645억원 규모로 늘었다. 이는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자본총계)인 10조6069억원의 64.7%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의 채무보증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2023년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화솔루션의 채무보증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한화큐셀 USA가 1조9102억원, 한화큐셀 조지아가 1조380억원으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단지 '솔라허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솔라허브에서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발전의 필수 요소를 각각을 3.3기가와트(GW) 규모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중반까지 솔라허브를 완공하고 하반기에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문제는 한화솔루션의 최근 실적이 견조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직후 올해 1분기 303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태양광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사업부가 롤러코스터 실적을 보인 탓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손실 2757억원으로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362억원으로 흑자를 견인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이외에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영업손실 91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화학 업황이 최악에 가까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실적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이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지역 계열사들에 대한 채무보증을 늘린 탓에 한화솔루션의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한화솔루션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 2023년 말 9조3499억원에서 올해 1월 말 13조7892억원으로 15개월 만에 4조4393억원(47.48%) 늘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크게 늘어나 한화솔루션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금융비용은 5484억원으로 지난 2023년 4114억원에 비해서 33.3% 늘었다. 올해는 차입금 규모가 더 늘어난 만큼 금융비용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의 관세 전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한화솔루션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올해 1월부터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 및 폴리실리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했다. 반면 한화솔루션은 일찌감치 미국 현지에서 공장 건설을 추진해온 만큼 완공 이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기업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보유한 생산설비로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가격도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최태원 “과방위 ‘SKT 해킹’ 청문회 출석 어렵다”…최민희 “불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해킹 사건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일 최민희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회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게재했다. 최 회장은 사유서를 통해 “청문회 당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과의 한미 통상 관련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행사다. 앞서 과방위는 오는 8일 개최 예정인 SK텔레콤 해킹 사태 청문회 증인으로 최 회장과 유영상 SKT 사장 등을 채택했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전체 청문회 당시 과방위원들이 “SKT의 유심 해킹 사고 대응이 부실했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미흡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유 대표가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종합 검토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여야 의원들은 그룹 차원 책임을 따지기 위해 총수 출석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이번 SKT 유심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저와 SKT 전 임직원은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으며 추가 피해 방지와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락해 주시면 현재 대응 현황에 대해 유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출석해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을 소상히 파악하고,피해방지 및 수습방안에 대해 준비되는 대로 조속히 국회와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최 회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가 첨부된 게시글을 통해 “(최 회장의 이번 청문회 불출석을) 불허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포스코·현대제철, 탄소 중립 기조 속 ‘에너지용 고기능성 후판’으로 철강 위기 넘는다

전세계 각국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낸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철강 산업의 생존 전략을 고기능성 후판에서 찾고 있다. 양사는 액화 천연 가스(LNG)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저장·수송을 위한 철강 수요에 발맞춰 극저온·고압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LNG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과 유럽연합(EU)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기준 정립을 위해 제정한 녹색 분류 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LNG를 포함해 탄소 전환기의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관세와 연계해 통상 협상 카드로 활발히 활용함에 따라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밸류 체인 전반에 걸친 시장의 확대가 기대된다. 포스코가 다년 간 독자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고망간강'은 철에 22.5~25.5% 수준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고강도·내마모성·비자성(非磁性)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 시킨 철강 소재다. 고망간강은 LNG 운송·저장용 소재로서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 기존 적용하던 니켈이나 알루미늄보다 비교 우위점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소재 성질과 가공성에서는 강도가 높으면서 연신율이 우수하다. 또한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도 기존 소재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석유와 LNG를 포함하는 천연가스를 통칭하는 유가스 밸류 체인은 통상 탐사와 생산 분야인 '업스트림'과 운송과 저장을 담당하는 '미드스트림', 발전소와 충전소 등 소비 역할인 '다운스트림' 3종으로 분류된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탐사·생산을 제외한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전 과정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NG는 천연 가스에서 암모니아·황화 수소·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대량 수송을 위해 -163°C에서 600분의 1 수준으로 압축·액화해 선박으로 운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에 LNG를 대량 운반·저장하기 위한 인프라는 극저온성과 함께 고강도와 내마모성 등 특별한 물성을 요구한다. 고망간강이 활용된 대표적인 미드스트림의 사례로는 포스코이앤씨가 건설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터미널 5·6호기의 내조 탱크를 들 수 있고, 현재 공사중인 7·8호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LNG 운송 차량의 저장 탱크나 파이프 라인에도 사용될 수 있다. 다운스트림계에서는 포스코가 2017년 세계 최초로 LNG 추진선 그린 아이리스호 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양산화·가공성 검증 후 LNG 연료 탱크를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 탑재했고, 2024년에는 컨테이너선에도 LNG 연료 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온실 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특성에 탄소 다배출 산업군인 철강업계에서도 환원제를 수소로 대체하기 위한 기술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50년 국내 수소 사용량이 약 1690만톤으로 2015년 대비 7배 가량 늘어 연간 필요 에너지의 21%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제철은 시장 동향에 부합하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 생산·수소환원제철 등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지식 재산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7월에는 '현대기술투자 수소 펀드'에 5억8400만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023년에는 고압 수소 수송용 강관 소재(후판)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2024년에는 수소취성 저항성이 우수한 고인성 1.8G급 GA 핫스탬핑강도 개발해냈다. 지난달에는 자사의 고기능 후판이 적용된 수소 수송용 강관이 국제 인증기관 RINA-CSM의 고압 수소 환경 시험을 통과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소 배관 설계·시공 규격인 ASME B31.12 성능 요건에 충족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현대제철의 후판을 사용해 자회사인 현대스틸파이프가 수소 수송용 대구경 강관을 제작하고, 현대종합금속이 용접 재료를 담당하는 기술 협업으로 진행됐다. 고압의 수소를 생산지에서 수요지까지 이송하는 대구경 강관은 높은 압력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고내압·고인성 후판 강재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에도 고기능 후판을 수소 배관망과 저장 설비 등 다양한 인프라에 폭넓게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석유시장 동향] 관세전쟁 우려 줄면서 3월 국내수요 회복…바닥 딛고 반등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영향이 다소 줄어들면서 지난 3월 국내 석유제품 수요도 다소 회복됐다. 국내에서는 상호관세 여파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석유제품 수요가 지금 이상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원유수입량은 8029만 배럴로 지난해 3월 8260만 배럴 대비 231만 배럴(2.8%) 줄었다. 다만 올해 2월 7663만 배럴에 비해서는 366만 배럴(4.78%)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정제처리된 원유도 7683만 배럴로 2월 7670만 배럴 대비 13만 배럴(0.17%) 늘었다. 다만 지난해 3월 8713만 배럴에 비해서는 11.82% 줄어든 규모다. 석유제품 소비량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3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7801만 배럴로 전월 7256만 배럴 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3월 8069만 배럴 수준만큼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올해 2월 소비량이 지난 2023년 4월 7045만 배럴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감했으나 3월에 바로 반등한 점이 눈에 띈다. 상품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올해 1~3월 아스팔트 생산량이 지난해 1~3월 대비 36.2% 줄었다. 벙커씨유 16.29%, LPG 10.9%, 경유 9.41%, 윤활유 7.04% 등 대부분 제품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유 생산이 지난해 대비 2.7% 상승해 견조한 생산량을 보였다. 난방용으로 활용되는 등유도 지난해보다 2.79% 많이 생산됐다.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지난 2월 급감했다가 3월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전쟁 영향이 다소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3월 초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상호 관세 조치가 결국 유예된 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포함 57국에 10~50%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발표 다음 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가 사라지는 등 경기 위축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3월 발효됐지만 트럼프는 자동차·부품 관세와 중복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하는 기본 관세(10%)는 이미 그만큼 내고 있던 국가가 적지 않아 효과가 매우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향후 2월 만큼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정책 영향에 따라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은 있으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상호관세 등에서 다소 유예적 조치를 취하고 있어 향후 여파가 2월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정부도 협상을 통해서 최대한 관세 리스크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연휴엔 집콕” 똑똑한 ‘홈캉스’ 돕는 가전제품 살펴보니

가전업계가 '홈캉스족'을 겨냥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긴 연휴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집에서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겨냥해 '호텔 감성' 가전들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제품을 앞세워 고객들에게 호텔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소재로 선택할 수 있어 주방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스마트 기능'을 이용하면 원격으로 온도 조절 및 식품 관리도 가능하다. 비스포크 에어드레서도 인기다. 에어드레서는 의류를 세탁하지 않고도 살균과 주름 제거를 통해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줘 '홈캉스' 용품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해 의류의 종류에 맞는 최적 관리도 제공한다. LG전자는 '스마트 가전'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LG 오브제컬렉션 세탁기는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다양한 세탁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세탁 습관을 학습해 최적의 세탁 환경을 제공하는 만큼 집으로 여행을 온 듯한 감성을 느끼기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360도 전방위 공기 청정을 통해 실내 공기를 빠르게 정화하는 제품이다. 스마트 기능을 통해 실시간 공기 질을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조절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밖에 '씽큐' 앱을 통해 다양한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집에서 홈캉스를 즐기며 가전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 힐링미 안마의자 MX9의 AI 코스는 각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안마 부위, 동작, 강도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에 최적화된 코스를 제공한다. 지문 등록을 통해 체형을 인식시키거나 원하는 코스를 저장하면 다음에도 빠르게 안마를 받을 수 있다. 홈캉스에 TV도 빼놓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최근 2025년형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진정한 AI TV의 시작'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TV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기존 TV의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니즈와 취향, 의도까지 미리 파악해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넘어서 기존의 스크린으로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최근 2025년형 LG QNED TV를 선보였다. 올해 LG QNED TV 신제품은 중소형부터 초대형까지 아우르는 풀라인업(43, 50, 55, 65, 75, 86, 100형)과 무선 제품으로 더욱 다양해졌다. 100형 QNED 에보국내 출하가는 890만원, 무선 QNED 에보 출하가는 86형 제품이 639만원, 75형 제품이 499만원이다. LG전자는 2025년형 신제품을 통해 △사용 패턴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키워드를 제안하는 AI 컨시어지(AI Concierge)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고객의 발화를 이해하고 의도를 추론해 검색하는 AI 서치 △TV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간단한 문제 해결을 돕는 AI 챗봇 등 기능도 제공 중이다. 박형세 LG전자 MS사업본부장(사장)은 “압도적 자발광 화질의 올레드 TV와 진일보한 기술을 대거 적용한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인 QNED TV의 듀얼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와 실용성을 앞세운 중소 가전업체들의 제품들도 이목을 잡는다. 레드벨벳 공기청정기는 강력한 필터링 시스템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면 전문 브랜드 브레오의 '눈 마사지기' 역시 홈캉스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루벤스 스마트 로스터 커피머신', 에코체 '펫샤워360' 위닉스 타워형 공기청정기 등도 호텔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가전제품으로 꼽힌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콘텐츠·협업·기술’ 삼각 전략 강화한 넷플릭스, 토종 OTT와 격차 확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힌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 전략적 협업, 기술 고도화를 삼각 축으로 삼아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종 OTT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6일 넷플릭스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899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4억원으로 44.2% 늘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반면 토종 OTT는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710억원의 영업손실을, 웨이브는 2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격차도 확연하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국내 OTT 구독률은 넷플릭스가 45%로 1위를 차지했다. 티빙(27%), 웨이브(11%)는 크게 뒤처졌다. 업계는 이러한 성과가 콘텐츠 경쟁력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 시즌2', '흑백요리사' 등 굵직한 흥행작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청자 충성도를 확보했다. 반면, 토종 OTT는 콘텐츠 화제성과 완성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타 OTT 대비 콘텐츠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충성도 높은 실구독자 확보가 OTT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상승세는 콘텐츠 투자와 협업 확대를 통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체 콘텐츠 제작은 물론, 타 플랫폼의 인기 지식재산권(IP)도 흡수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약한 영웅 Class 2'다. 전작은 웨이브 오리지널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제작사인 웨이브가 자금 문제 등으로 후속작 제작을 포기하면서 넷플릭스가 판권을 인수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약한 영웅 Class 2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KT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넷플릭스로 유입되고 있다. 오는 12일 공개되는 '당신의 맛'은 지니TV와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KT가 자사 채널 외 플랫폼과 동시 공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콘텐츠 확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넷플릭스는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강화하며 다양한 연령·지역층 이용자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연동한 요금제를 도입한 이후, 35~49세 남성층과 수도권 외 지역 가입자가 증가해 이용자층의 성별·지역 분포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방송사와의 콘텐츠 제휴도 확대 중이다. 지난해 말 SBS와 콘텐츠 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들어 과거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 '여인천하'뿐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향후 다양한 방송사와 협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VP는 최근 한 행사에서 “다른 방송사들과도 지속해서 긴밀하게 협업을 준비 중"이라며 “예전부터 CJ 계열과 JTBC 등과도 협업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기술적 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 검색 기능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가 감정, 분위기, 상황 키워드 등을 입력하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기존 장르 기반 추천보다 정교한 탐색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는 사용자 체류 시간 증가와 이탈률 감소를 노린 전략으로, 장기적인 플랫폼 충성도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이어지는 가운데, 토종 OTT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티빙)과 SK스퀘어(웨이브)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단행하며 양사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 OTT는 국내 2위 수준의 이용자 기반과 콘텐츠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티빙 지분 13%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는 현재 보류된 상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이제는 토종 OTT도 글로벌 수준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콘텐츠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해킹 논란 SKT, 6개월 전 정부 정보보호 심사 잇달아 통과”

대규모 가입자식별모듈(USIM·유심)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SKT)이 6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심사를 잇달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KT가 현재 보유한 정부의 정보보호 인증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 2개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 1개 등 총 3개다. SKT는 지난해 9월23일부터 10월1일까지 '이동전화 고객관리 서비스'에 대한 ISMS-P 최초심사와 'T 전화·누구(NUGU) 서비스 운영'에 대한 ISMS 사후심사를 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이동통신서비스 인프라 운용'에 대한 ISMS 갱신심사를 거쳤다. ISMS 인증은 정보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위험 관리, 사고 예방 및 대응, 복구 등 80개 기준을 통과한 기업이 받을 수 있다. 의무 대상은 주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정보통신서비스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경우 등이다. ISMS-P 인증은 ISMS 인증에 개인정보보호 요구사항 21개가 추가된 101개 기준을 통과한 기업이 획득 가능하다. 두 인증 체계 모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과기정통부가 관리한다. 최초심사를 통해 관련 인증을 취득하면 3년의 유효기간이 부여된다. 앞서 받은 인증 범위에 중대한 변경이 있어 다시 인증을 신청할 때도 최초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사후심사를 매년 1회 이상 거쳐야 하고, 인증 기간이 만료돼 유효기간을 연장하려면 갱신심사도 필요하다. 업계는 정부의 각종 보안 인증 심사를 받은 지 불과 6개월 후인 지난 4월 SKT 해킹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관련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ISMS 인증기업이 신고한 침해사고 건수는 2020년 0건에서 2021년 6건, 2022년 13건, 2023년 101건으로 증가 추세다. 작년에도 96건, 올해의 경우 지난달 28일까지 37건의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의원은 “정부 정보보호 인증 제도가 기업의 보안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사후 관리도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 SKT 해킹 사태로 드러났다"며 “통신·금융 등 국가 핵심 기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강화된 인증 기준을 적용하고 철저한 사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선 2025] ‘기술성장’엔 기대 ‘노동규제’는 경계…산업계 셈법 꼬여간다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산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셈법에 빠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서 양측이 제시하는 경제·산업 정책 방향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기업들은 정권 교체 가능성과 정책 전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에 대비해 신중한 전략 수립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 육성과 공정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민간의 창의와 자율성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제 운영의 주체가 정부 중심이 될 것인가, 민간 중심이 될 것인가. 둘째,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완화할 것인가. 셋째,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방향과 강도다. 이재명 후보는 수락 연설을 통해 “AI 중심 신문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규제 개혁, 법인세 인하, 10대 전략기술 국가 프로젝트화 등 민간주도 성장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반도체, AI, 배터리 등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육성 정책에는 공통된 기대를 갖고 있다. 이 후보는 “반도체 초격차를 영구히 유지하겠다"며 메가클러스터 조성, R&D 세액공제 확대를 약속했다. 김 후보도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을 포함한 10대 기술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관련 규제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AI 분야에 있어 이 후보는 데이터 주권, 디지털 전환 등 국가기반 구축을 강조하며 AI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 후보는 “AI G3 국가 도약"을 목표로 민관합동 100조원 펀드 조성, AI 인재 20만명 양성,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을 공약해 투자 규모 면에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도 양측은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기술 고도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각각 '한국판 IRA' 및 '규제 완화 + 세제 인센티브' 조합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 역시 주요 공통 아젠다다. 이 후보는 데이터 산업 육성과 공공 AI 활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김 후보는 5G·6G 인프라 투자 및 사이버보안 강화와 함께 AI 청년 교육을 통한 고용 연계도 언급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KT, SK텔레콤 등 주요 IT기업들 입장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법적 규제 변화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주4.5일제 도입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주4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에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주4일제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제조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 전환과 자동화 확대를 통해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주 52시간제를 월·분기·연 단위로 유연하게 확대하는 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도 예고하고 있어 산업현장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지적된다.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온도차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의료 확대와 기본소득형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복지지출 효율화를 공약하고 있다. 이 경우 유통, 소비재 등 내수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실적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이 후보는 탄소중립 조기 달성과 사회적 책임 경영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김 후보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부담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ESG 중심 경영에 무게를 두어온 기업들은 향후 규제 완화가 사회적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 거론되는 공약들은 국내 산업 입장에서 기대와 우려가 모두 있는 것들이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며 공정과 재분배를 강조하고 있고, 김문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성장,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 여부, 노동시장 구조 개편 강도, 세제 정책 변화 등은 대선 결과에 따라 급격히 바뀔 수 있다"며 “기업들은 유연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들은 두 후보의 산업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정책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정교하게 분류하는 분위기"라며 “각 캠프의 추가 세부 공약과 경제팀 인선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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