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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한국 공략 나서는 ‘BYD 씰·아토3’… 디자인은 매력적 주행감은 무난

“생각보다 괜찮네?" 차량 시승을 마친 기자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중국산이란 이미지로 인해 크게 기대하지 않은 탓인지 예상보다 괜찮은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19일 내년 1월 한국 출시를 앞둔 중국 BYD의 대표 모델 씰과 아토3를 시승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작은 서킷에서 S자, 8자, 가속 등으로 구성된 짐카나 코스를 돌며 차량의 주행 성능을 가볍게 느꼈다. 씰은 혁신적인 CTB(셀투바디)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양산형 모델로 뛰어난 안전, 핸들링, 효율성을 자랑한다. 셀투바디는 배터리셀 자체를 차량 바디에 통합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씰은 날렵한 차체에도 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씰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이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BYD 모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이었다. 전체적인 라인이 낮고 날렵했으며 옆으로 뻗은 헤드라이트는 이 차의 이미지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실내는 심플한 감성을 지녔다. 센터페시아를 디스플레이로 통일하면서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가로, 세로 전환이 가능했다. 주행 중 내비게이션을 볼 땐 세로, 차안에서 영상을 볼 땐 가로로 설정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씰의 진짜 매력은 민첩한 주행감이다. 3.8초의 제로백 성능을 갖춘 차답게 치고나가는 속도가 강했으며 핸들링도 매우 부드러웠다. 촘촘한 S자 구간을 시속 약 60km의 속도로 주행했음에도 무리 없이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는 테슬라, 현대차 등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차체 강성도 합격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8자 코스를 진입했음에도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량의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줬고 쏠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씰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약 4000~5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LFP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성능으로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차량으로 보인다. 이어 시승한 차는 소형 SUV '아토3'였다. 보다 실용적인 매력을 갖춘 차량으로 합리적인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울릴 모델이었다. 아토3은 무난한 외관을 보였다. 일반적인 소형 SUV들과 비슷한 라인, 크기에 전기차다운 역동적 이미지가 가미됐다. 실내는 다소 새로웠다. 공조장치, 문 개페 장치가 모두 '원'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BYD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아토3만의 컨셉이라고 한다. 스티어링 휠에 새겨진 '元(원)' 한자에 맞게 차량의 세세한 부분을 동그랗게 설계한 것이다. 차량의 주행감은 다소 투박했다. 날렵했던 씰을 먼저 시승해서 그런지 투박한 주행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민첩한 주행이 목적이 아닌 차량이긴 하지만 여느 소형 전기 SUV 모델과 비교해도 좀 부족한 성능이었다. 특히 스티어링 휠 세팅이 너무 여유롭게 맞춰져 있는 탓에 회전반경이 생각보다 컸다. 이에 씰로는 무난하게 지나갔던 S자, 8자 코스를 주행할 때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서스펜션도 물렁해서 회전을 할 때 마다 쏠림이 크게 느껴졌다. 이에 멀미가 심한 운전자에겐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아토3의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2500만~300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한국에 들어올 때도 무난하게 3000만원 초반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성능보다 저렴한 구매 비용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에겐 나쁘지 않을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HD현대, 그룹 임원인사 단행…74명 승진·선임

HD현대가 25일 2024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14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인사로 모두 74명이 승진·선임됐다. 이날 인사에서 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전무 등 5명이 부사장으로, HD현대중공업 윤훈희 상무 등 24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 김동목 수석 등 45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 중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임원인사에 이어 다음 달 중순 이틀간에 걸쳐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2025년 경영계획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확정해 그룹의 미래전략을 가속화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르포] BYD 충칭 배터리 공장, 못으로 뚫어도 끄떡없는 기술력 비결은?

BYD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지 20년 만에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오를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저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순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진짜 무기는 '배터리'다. 성능, 안전성, 가격 3박자를 모두 갖춘 배터리를 통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충칭에 위치한 BYD 배터리 공장을 찾아 이들의 무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 봤다. 지난 21일 중국 충칭시에 위치한 BYD 배터리 공장에 방문했다. 한국 진출을 앞두고 BYD가 진행한 한국 미디어 초청 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자사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 공장은 BYD의 자회사 '핀드림 배터리'의 공장이다. 핀드림 배터리는 100% BYD의 자회사로 배터리 사업부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투어는 관계자의 공장 구역 설명으로 시작됐다. 공장 약도를 보며 어떤 구역에서 어떤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BYD 충칭 배터리 공장은 중국 남서부 충칭시 비산구에 위치한 첫번째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 기지로 총 투자액은 180억위안, 건축 면적은 약 100만㎡에 달하며 연간 20GWh 이상의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2020년도 완공된 1기 공장은 8개 생산 라인 보유했고 연간 2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2기 공장은 2021년 완공돼 6개 생산 라인에서 연간 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BYD 관계자는 “이런 생산 구조는 더 연속성을 유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생산의 원가랑 그리고 생산의 전반적인 주기를 더 개선을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개의 공장 뒤엔 부품 생산 서브공장이 위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에선 알루미늄 케이스, 배전함 등이 생샌되고 있다. 투어는 1기 공장부터 진행됐다. 공장 입구엔 그간 BYD가 개발하고 납품했던 제품들에 대한 내용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BYD는 1996년 리튬 배터리 영역에 진출해 모토로라, 노키아 등 휴대폰 배터리 납품을 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이후 2008년엔 세계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F3DM을 출시했다. 충칭 공장은 BYD가 영위하는 3개의 분야 중 전기차 배터리인 '파워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이미 1000만대 넘게 세계 곳곳에 공급돼 있다. BYD는 자사 제품의 장점으로 7S를 꼽았다. 7S란 슈퍼 코스트, 슈퍼 안전, 슈퍼 수명, 슈퍼 주행거리, 슈퍼 강도, 슈퍼 파워, 슈퍼 저온 성능을 의미한다. 공장 입구에서 몇 걸음 지나면 BYD의 대표 제품 '블레이드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전시된 셀은 충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으로 셀 하나에 1600개의 특허가 등록됐다. 이어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못 관통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못 관통 테스트는 NCM배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에 못을 통과시켜 각각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시험하는 과정이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NCM배터리의 경우 못이 통과한 순간 열폭주가 일어나며 굉음과 함께 불이 붙은 반면, 블레이드 배터리는 연기조차 나지 않으며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BYD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영상 시청 후 생산라인 관람이 진행됐다. 유리벽 넘어 있는 생산라인은 '자동화의 향연'이었다. 모든 생산 과정은 로봇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정은 '자동화율 100%'에 달한다. 공정 단계는 원재료 배분, 장막 도포, 압축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장막 도포 단계였다. 차곡차곡 쌓은 셀의 전면, 단면에 도포를 하는 단계로 장비 사이로 배터리 셀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양극엔 알루미늄, 음극엔 흑연이 도포되고 있다고 한다. 라인 한쪽엔 실제 생산공정의 셀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충칭 공장은 배터리 생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청결을 위해 바닥면은 모두 철로 이뤄졌고, 온도는 25도 습도는 1000분의 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BYD가 얼마나 제품 생산에 심혈을 기울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투어는 BYD가 개발한 모노레일 '스카이 셔틀'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 됐다. 스카이 셔틀은 직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한 BYD의 제품이다. 특히 BYD의 스카이 셔틀은 일반 레일 교통수단 부지의 10분의 1에 그치는 면적을 차지하는 등 효율성 또한 좋은 수단이다. BYD 관계자는 “충칭 배터리 공장은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배터리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해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기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르포] BYD 선전 자동차공장, 사람·로봇 조화 이룬 생산기지

BYD 선전자동차 공장은 풍부한 인력과 자동화 로봇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산기지였다. 생산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안감 낮출 수 있었다. 지난 19일 BYD의 선전 자동차 공업단지를 방문했다. 이는 BYD 한국 언론 초청 행사의 첫 번째 일정으로 스탬핑, 용접, 조립 공장 3곳을 둘러보며 진행됐다. BYD 본사로부터 약 100㎞ 떨어져 있는 선전 공업단지는 2021년 9월 100% BYD 그룹 자본으로 설립된 BYD 차량 생산 공장이다. 선전 특별 협력구에 위치해 있으며 약 14만㎡ 규모의 구아부(Goebu) 단지와 40만㎡ 규모의 샤오막(Xiaomo) 단지로 나뉜 대규모 공장 부지다. BYD는 2021년에 50억위안을 투자해 1단계 구아부 공업 단지를 건설했고, 2022년에는 2단계 샤오막 공업단지 건설을 위해 추가로 200억위안을 투자했다. 이번 투어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은 스탬핑, 용접, 조립 공장 등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스탬핑 공장이다. 스탬핑이란 차량 도어 등 외부패널 부품을 찍는 공정이다. 부품을 먼지 한 톨 안남기게 세척하고 커팅해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HAN, 덴자 D9, 양왕 등이다. 선전 공장엔 3개의 스탬핑 기기가 있다.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 로봇으로 진행됐다. 로봇이 철, 알루미늄 등으로 구성된 철재를 들고 차량 디자인에 맞게 압축해 틀을 만든다. 관계자에 따르면 부품에 가해지는 압력은 250t에 달한다. 자동화 공장답게 스탬핑의 모든 과정은 서버로 관리된다.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다. 이어 방문한 곳은 용접공장이다. 스탬핑돼 나온 부품을 용접해 붙이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곳에선 1일 600~650개, 월 3만대의 차량이 제작된다. 용접 공장 역시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가 진행됐다. BYD 관계자는 “해당 공장의 자동화율은 87%에 달하며 1740개의 로봇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58초당 1대를 생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가운데엔 이 곳에서 제작되는 HAN의 차체가 전시됐다. 해당 부품에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 여러 색으로 표현해 놓은 차체다. 자동화 공장답게 정밀도 체크도 컴퓨터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모든 공정을 모니터로 체크하며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밀도의 기준은 0.15~0.2㎜ 범위다. 이처럼 철저한 과정을 통해 BYD는 불량률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조립공장이다. 이 곳은 앞선 2 공장과 달리 사람의 개입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여러 인력들이 차체에 붙어 차량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에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25%로 다소 낮았다. 다만 무겁고 힘든 일은 로봇이 도맡았다. 무거운 부품의 수송은 AGV나 견인차로 실어 나른다. 비교적 가벼운 부품은 AGV가 무거운 부품은 견인차가 수송한다. 두 수단 모두 무인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여러대의 무인 AGV가 돌아다니며 물건을 옮겼다. 해당 공장은 100대 이상의 AGV를 보유하고 있다. 타이어 조립은 100% 자동화로 진행된다. 리프트에 들려진 차체 밑에 타이어 장착로봇이 빠른 속도로 타이어를 탑재한다. 타이어 장착 시간은 개당 약 30초다. 사람과 로봇의 협력을 통해 이 공장은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방문 당시 1일 생산 목표는 1260대였고, 공장 가동률은 98%에 달했다. 조립이 끝난 차량은 배터리 장착 후 범피 구간 주행 등을 통해 작업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엇갈리는 철강 전망 “바닥 찍었다” vs “지하실 있다”

철강업계가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한파'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0.9%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2.6%p 하회하는 셈이다. 지난 1월5일 t당 142.58달러였던 철광석값이 11월15일 99.88달러까지 떨어진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올 4분기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산업연구원은 철강업종의 11월 업황 현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10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2월 전망치는 78로 33p 하락했다. 내수·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생산수준과 채산성도 좋지 않은 탓이다. 10월 현황 PSI는 122로 높았으나, 8월과 9월이 각각 56·67로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포함한 4분기 매출 전망 PSI는 92로 나타났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전기 대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내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철강은 74로 주요 업종 중 가장 낮았다고 우려했다. 8월 자동차 생산량이 24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철강의 경우 3분기 BSI(79)도 평균을 크게 하회했는데 4분기가 더 힘들다는 뜻이다. 10월 중국 조강생산이 8188만t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것도 언급된다. 보수를 마친 설비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11월 철근 등 현지 철강재 가격이 하락전환했다. 바오산철강이 12월 자국 내 열연제품 가격을 동결한 데 이어 안강도 12월 동결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내 철강사들의 가동률이 높지 않은 상황으로,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1제강과 1선재공장의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일부 제품의 수급이 불리한 까닭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선재시장의 생산력이 2억t에 달하지만, 실제 수요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노조에 건설용 형강 등을 생산하는 포항 2공장 폐쇄를 통보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끝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중국이 금리 인하와 일부 지역에서 주택구매제한을 해제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이규익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가의 구형 철근 물량이 해소되고, 철강재 재고도 예년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1선도시 주택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생산량 확대가 예상되는 인도에서도 도시화율 증가에 따른 순수입 상태 지속을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중국이) 수요 감소와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조강 생산을 2.2% 줄일 것"이라며 “감산과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로 수출은 1억t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지 소비가 활성화되고 공급이 축소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저가 철강재 물량이 줄어들면서 판가 하방 압력도 완화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귀환이 중국 제조업 반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0%에 달하는 관세가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분야의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세계철강협회도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8억1500t로 올해(17억9000만t)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수요가 소폭 감소하겠으나, 다른 지역에서 이를 만회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은 마진 회복 신호가 있으면 감산 기조를 완화하는 만큼 설비 구조조정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힘들고, 경기부양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한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비용도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글로벌 OTT 성공방정식’…티빙, 요금제 개편 카드 언제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계정 공유 제한과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면서 국내 OTT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적자에 시달리는 티빙의 향후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 3분기 98억2500만달러(약 13조7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억900만달러(약 4조73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앞서 올 1분기와 2분기도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 성장을 이뤄낸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디즈니플러스도 반등에 성공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ESPN+ 등 OTT를 포함한 스트리밍 사업 영업이익이 3억2100만달러(약 4495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기록한 영업손실 3억8700만달러(약 5419억원)과 비교하면 대폭 흑자 전환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스트리밍 사업은 지속 적자를 내다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700만달러(약 659억원)를 기록,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바 있다. 기존 가입자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비즈니스 전략을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한 점이 이들 기업이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모두 계정 공유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요금제 개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계정 공유 제한이란 한 집에 살지 않는 이용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면 추가 금액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캐나다와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을 포함한 100여개 나라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했고, 디즈니플러스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 단행한 요금 인상이 글로벌 OTT의 수익을 늘리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에 각각 스페인·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요금을 추가적으로 올리며 수익성 중심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티빙도 이러한 글로벌 OTT의 성공 사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티빙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매 분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건 OTT 플랫폼이 늘어나고 관련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며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에 직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OTT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전략을 튼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요소다. 업계에선 플랫폼 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콘텐츠 투자 등에 제한이 생기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적자를 안고 간다면 콘텐츠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막대한 제작비로 대작을 쏟아내는 글로벌 OTT들과 비교해 콘텐츠 경쟁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티빙도 최근 글로벌 OTT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최근 진행된 CJ ENM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넷플릭스 등이 계정 공유 제한을 통해 성장했는데, 티빙은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료 인상을 단행할지도 주목된다. 시장에선 티빙이 흑자를 내기 위해선 구독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는 웨이브와의 합병 이후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OTT가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글로벌 OTT에게 밀리는 현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이용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며 “티빙이 웨이브와 합쳐져 글로벌 OTT와 대적할만한 수준이 되면 요금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과반노조 시대 맞은 네카오…노사 소통·협력 확대 관건

네이버·카카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설립 6년 만에 5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실질적 협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정보기술(IT)업계에 불고 있는 '노조 바람'이 한층 거세질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지난 19일 기준 50%를 돌파했다. 여기엔 본사와 함께 △네이버웹툰 △엔테크서비스 △네이버제트 △스노우 △스튜디오 리코 등 6곳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엔 카카오 통합 노조인 '크루유니언'의 가입률도 5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노조와 사측은 전체 직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반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수 집계 기준 수립 등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해당 작업을 거쳐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과반노조로 인정될 경우, 전체 근로자들을 대신해 임금 협상 및 의사결정 과정에 나설 권리가 확대된다. 가장 큰 특징은 정리해고 및 근로 조건 변경 등을 사측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과반노조 의견 청취(동의)가 이뤄지도록 의무화했다. 취업규칙은 △근무·휴게시간 △휴일·휴가·교대제△임금 계산·지급 방식 △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포상 △징계 등 사항을 규정한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권한도 가지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권도 커진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협의회에선 △생산성 향상 △성과 배분 △고충처리 △인사·노무 제도 개선 △작업·휴게시간 △복지증진 △모성보호 등을 논의할 수 있다. 경영상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노조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과반노조가 있을 경우, 구조조정 단행 50일 전에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연차유급휴가, 보상휴가 등도 변경 사항을 시행하기 전 과반노조와의 서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내 안전·보건 관련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위원 역시 과반노조가 지명한다. IT업계는 과거 '노조 불모지'로 통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불안이 증폭되며 가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이은 임단협 합의 불발 및 보상 체계, 근무 제도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며 노조 가입으로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네카오는 가장 먼저 노조 깃발이 꽂힌 기업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과반 달성 여부가 기업 경영 활동 및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IT노조 조사 결과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 조건은 개선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속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신생 노조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조직 문화·운영 방식 등 대기업 경영 체계를 중견·중소 스타트업 등이 벤치마킹하면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상 의결 과정이 늦어지거나 조직 개편의 유연성 등 강점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속한 판단이 필수적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소통·협력 확대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근로자 복지 향상 및 기업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며 “의결 과정에서 과반노조와의 협의 사안이 많아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부 혼란을 줄이는 방향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2025년 4대 그룹 임원 인사] 성과주의 기조 속 현대차·LG ‘안정’ 삼성·SK ‘쇄신’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철도 돌아온 가운데 현대차·LG그룹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삼성·SK는 대규모 물갈이를 추진하며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되는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대한 임원 인사를 지난 15일 실시했다. 이번 현대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표이사(사장)직에 최초로 외국인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장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했다는 점이다. 1989년 푸조-시트로엥 딜러로 자동처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대우자동차 이베리아 법인의 네트워크 개발 이사, 토요타 유럽 법인의 여러 관리직을 역임한 바 있다. 2019년부터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미주 권역 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 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인도·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COO 보임과 더불어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커졌고,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검증된 경영자의 입지를 다져왔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사장)은 완성차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완성차 담당 부회장직에 임명됐다. 그는 2020년 말부터 현대차 대표직을 맡은 이래 △지정학 리스크 확대 △제품·기술 패러다임 변화 △팬데믹 등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공격적인 사업 전략 실행과 기민한 시장 대응, 다양한 수익성 개선 활동 등을 통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울러 수소 이니셔티브 주도·인도 내 기업 공개(IPO) 성공 등 현대차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 구축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국무부 외교관 출신 성 김 고문역은 그룹 싱크 탱크 수장인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LG그룹의 2025년 임원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다.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를 인공 지능(AI)·바이오·클린 테크 분야에서 발탁했다. 그러면서도 총 123명을 승진시킨 이번 인사에선 계열사 대표이사 대부분을 유임시키며 안정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작년에 대폭 세대 교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LG그룹 최대 매출 계열사인 LG전자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1명 포함, 사장 1명, 부사장 4명, 전무 8명, 상무 29명 등 총 42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LG그룹에서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바뀐 곳은 LG유플러스다. SK텔레콤 출신이고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 비 상무이사 이력이 있는 홍범식 신임 LG유플러스 대표이사(사장)은 통신·미디어·테크놀로지 등 IT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또한 사업 비전·전략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의 '반성문'을 계기로 메모리·시스템 LSI·파운드리 사업부장 등 주요 반도체 사업의 사장급 수장들을 전격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 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과 더 나아가 회사의 근본 경쟁력인 D램 선단 개발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또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히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인력을 집중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부서 간 소통의 벽'과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인사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가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저연차 직원들을 쓸어가는 SK하이닉스의 '주니어 탤런트' 제도에 젊은 인재들을 빼앗기고 있어 성과에 따른 과감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그룹은 12월 5일 그룹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계열사의 임원을 30% 가량 감축하고, 이공계 출신의 40대 후반 '젊은 기술형 사장'들을 발탁하는 등 세대 교체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앞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은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만큼 계열사 구조 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조직 개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SK그룹이 복잡한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의 조직 개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쇄신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 한화오션 10년 만에 공모 성공… ‘조선업 2위 ’순항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평가받는 한화오션이 내년부터 확실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피인수 인후 10년 만에 공모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미국 해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대해 국내 조선업계 2위 탈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24일 조선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피인수 이후 첫 공모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화오션은 지난 19일 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수요를 확보했다. 18개월물 200억원에는 1470억원이, 24개월물 300억원에는 273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기였던 2015년 3500억원을 조달할 것을 마지막으로 공모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 산하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의 지원 이외에 자금 조달 통로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지난 2022년 9월 한화그룹이 인수할 때만하더라도 한화오션의 이른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이연법인세 등 일회성 요인의 덕에 12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일회성 요인 없이도 흑자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3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예상보다 훨씬 신속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내년부터 한화오션의 급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과거부터 국내에서 MRO 사업에서 1위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군의 해군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취임 이후 해운 함정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산업 1위인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만 20조원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의 80% 정도가 2010년 이전 진수됐다. 이에 MRO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은 MRO를 진행할 만한 조선소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해외에서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조선산업을 양분하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으로 꼽힌다. 경쟁자인 중국에 해운 함정을 맡길 수 없다보니 한국 조선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트럼프는 미 대선 결과가 알려진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그룹 차원에서 함정 MRO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8월에는 통상 1년이 소요되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7개월로 단축하며 기술력도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트럼프 취임 전부터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t(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의 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이달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의 MRO 사업까지 수주했다. 반면 국내 조선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트럼프 특수'에서는 한발 비껴나 있다. 아직 MRO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선업계 일각에선 트럼프 임기 동안 한화오션이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업계 2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MRO 사업 이외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등에서도 한화오션이 삼성중공업에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화오션이 트럼프 특수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지원까지 톡톡히 받고 있어 삼성중공업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엔비디아, 삼성 AI칩 승인 절차 서두른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칩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3일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삼성전자의 AI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황 CEO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군인 HBM3E의 8단과 12단 모델을 모두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에서 중요 단계를 완료했고 4분기 중 판매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황 CEO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업체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언급하면서도 삼성전자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서 대부분의 HBM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를 활용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납품이 필수적이며, 엔비디아 역시 가격 협상과 수급 안정성을 위해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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