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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철강 부진에 순익 1조 붕괴…초격차·비핵심 매각해 돌파구 찾는다

포스코그룹이 철강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 속에서 유동성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력인 철강 부문의 수익성 저하와 비철강 부문 투자 확대로 순차입금이 2년 새 2배 가량 불어난 현재 그룹은 저수익 자산 매각과 고부가 기술 전략을 앞세워 구조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철강 부문은 작년 전 계열사 매출의 51.1%, 총자산의 66.7%, 상각 전 영업이익의 6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과 유관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 그룹의 외형과 이익의 과반을 차지해 철강 시황은 그룹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2022년 3월 포스코홀딩스 중심의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포스코그룹은 새로운 먹거리로 2차 전지 소재에 적극 투자했고, 그 결과 미래 소재 부문이 외형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 외 건설과 물류, 디지털 전환(DX)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무역·에너지 부문은 그룹 실적의 20% 내외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 사업인 철강의 실적이 확연한 둔화세를 보임에 따라 미래 소재·건설 부문의 이익은 동반 감소해 그룹 영업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확립된 이래 연결 재무제표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22년 4조8500억원·3조5610억원 △2023년 3조5310억원·1조8460억원 △2024년 2조1740억원·9480억원으로 집계된다. 작년 그룹 순이익이 1조원을 밑도는 건 철강·2차 전지 소재 부문에서 노후 설비에 대한 손상차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부문은 수요 부진과 중국산 철강의 역내 잠식으로 수급 부담이 심화됐다. 특히 판가 하락에 따라 철강 제품 판매가에서 주원료비 가격을 뺀 나머지 액수인 '밀 마진' 감소, 가동률 저하로 인한 고정비 부담, 일회성 노무비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경기 침체에 대응한 주요국 재정 확대 기조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의 수입산 철강 규제 확대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히 국내 철강 수요 회복이 요원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조강 생산량을 줄이지 않은 상태로 수출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단기간 내 시장의 공급 부담이 완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관세 정책 역시 철강 수요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철강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포스코그룹은 긴축 운영에 따라 운전 자본이 줄어 영업 현금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 비철강 부문에서 이를 상회하는 투자 자금 소요로 순차입금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사정도 궤를 같이 한다. 작년 미국 매출 비중은 33.1%인 이 회사는 밸류 체인상 미국 현지 시설을 조성 중인 전방 배터리 셀 업체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역외 수입 물량 비중이 상당한 미국 자동차 시장 특성상 수입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가 심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정익수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철강 부문에서 잉여 현금을 창출했지만 강달러에 기인한 외화 표시 부채 환손시 규모가 이를 웃돈다"며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2년 말 6조5000억원이던 포스코홀딩스의 순차입금은 2년 새 1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동시다발적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포스코그룹은 구조조정과 초격차 기술로 난국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자산 효율성을 제고하고 현금을 확보하고자 한다. 작년 총 45개의 자산을 정리해 현금 6625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1분기에는 6개를 정리해 2866억원을 마련했고, 연내 총 62개에서 손을 뗌으로써 1조5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최종적으로 2026년까지 총 126개의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누적 2조6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창출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철에 22.5~25.5%의 망간을 첨가해 196℃의 극저온에서도 강도·내마모성·비자성 등 우수한 물성을 지닌 특화 시킨 소재 '고망간강'으로 철강과 에너지, 건설 등 그룹 전사적 밸류 체인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특히 액화 천연 가스(LNG) 인프라용 소재부터 스텔스 기능을 요하는 방산용까지 수요처를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0조~35조원 규모의 성장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부문별 배분율은 철강 35%, 2차 전지 소재 40%, 인프라 15%, 신사업 10%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MD, 삼성 대신 TSMC 4나노 선택… 파운드리 패권 결국 수율이 관건

AMD가 삼성전자에 맡길 예정이던 4나노 공정 물량을 철회하고 대만 TSMC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yield) 저하와 미중 무역환경 등을 우려한 결정으로, AMD는 삼성 대신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에서 4나노 제품 생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MD는 삼성 4나노 공정을 EPYC 서버 프로세서, 라이젠 APU, 라데온 GPU 등 폭넓게 활용하는 듀얼소싱 전략을 구상했으나, 이러한 협력 계획이 최근 공정 안정성 이슈로 무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파운드리 업계에선 “역시 수율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율은 한 웨이퍼에서 나오는 양품 칩의 비율로, 수율이 높아야 생산 효율이 올라가고 단위 비용이 낮아져 파운드리와 고객사가 윈윈할 수 있다. 반대로 수율이 낮으면 웨이퍼 투입 대비 쓸만한 칩이 적어지기 때문에 공급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져 고객사 불만을 초래한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선언하며 7nm EUV 공정부터 5nm, 4nm, 세계 최초 3nm GAA 공정까지 초미세 기술 개발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잇따른 수율 난조로 주요 고객 이탈을 겪는 중이다. 7nm 이하 공정으로 진입한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제품 출시 지연과 수율 개선 지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팹리스 고객들이 생산 주문을 TSMC로 대거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최신 아이폰·아이패드 칩 생산을 전적으로 TSMC에 맡기고 있고, 삼성전자는 한동안 이 물량을 유치하지 못했다. 구글도 자체 스마트폰용 텐서(Tensor) 프로세서를 초기엔 삼성 파운드리에 맡겼지만, 3나노 노드 도입 시점인 차기 세대부터는 TSMC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주력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마저 미세공정 수율 문제에 발목이 잡혀 신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는 등, 선단 공정 수율 부진은 사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4나노 공정에서도 수율이 문제였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4나노 수율이 불과 35% 수준에 그친 반면, TSMC는 같은 시기 70% 안팎의 양품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했다. 웨이퍼당 절반 이상이 불량으로 폐기되는 상황에서, 설계사인 퀄컴은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냅드래곤 8 Gen1 칩의 생산을 삼성에서 TSMC로 긴급 이관했다. 그 결과 TSMC 공정으로 제조된 스냅드래곤 8+ Gen1이 2022년 중반 새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삼성 수율 문제에 대응해 급히 마련된 대체 제품이었다. 엔비디아 역시 한때 삼성 8나노 공정을 활용하기도 했으나(GeForce RTX 3000 시리즈), 차세대 GPU에서는 삼성전자의 7nm급 물량을 TSMC에 완전히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도 마찬가지였다. TSMC의 첫 번째 3nm 양산 초기 수율이 60~80%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반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3nm GAA 공정의 초기 수율은 10~20% 수준에 불과했고 개선도 더디었다. 삼성은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양산을 선언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정작 수율 문제로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 등 당초 기대됐던 외부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반대로 TSMC는 2022년 말~2023년 초 3nm (핀펫 기반 N3 공정) 양산에 들어가 애플 A17 Pro 칩 등을 계획대로 공급했고, 업계에서는 “TSMC의 3나노 초기 수율이 5나노 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안정적인 수율 관리가 TSMC의 무기였다. AMD는 CPU·GPU를 포함한 자사 주력 제품을 7nm 이후 모두 TSMC에 맡겨오고 있으며, 차세대 2nm 제품까지 TSMC와 함께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퀄컴 역시 최신 모바일 AP 생산을 TSMC 4nm 공정으로 일원화했고, 엔비디아의 GPU와 미디어텍, 브로드컴, 심지어 인텔의 일부 주문까지 TSMC가 도맡고 있다. 그 결과 7nm 이하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현재 가동 중인 세계 최첨단 반도체 칩 10개 중 9개는 대만 타이난이나 신주 등의 TSMC 팹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수율 리더십이 수주 리더십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제조 공정의 안정성과 제품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수율이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속도나 초기 홍보전보다 실제 양산 수율 확보가 곧 고객사 확보로 직결된다"며 “파운드리 패권 경쟁의 승자는 결국 최고의 수율로 고객 신뢰를 얻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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