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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차병원 난임센터, 이달 17일부터 본격 진료

'난임치료의 명가' 차병원이 서울 마곡지구에 인공지능(AI) 특화 글로벌 난임센터를 개소했다. 마곡나루역 르웨스트시티 7층 타워 A·B동에 위치한 마곡차병원 난임센터는 6611㎡(약 2000평)규모로 아시아 최대이다. 마곡차병원은 12일 “9개의 진료실과 5개의 수술실, AI난자뱅크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클린룸 배양실 등을 갖추고 이달 17일부터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난임을 세계적으로 성장시켜 온 'K-난임의 선두주자'인 한세열 차병원 총괄원장과 국내 최초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문신용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진료한다. 업계 최초로 AI전문가도 영입했다. 마곡차병원은 차병원이 65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생식의학 데이터에 AI 기술력, 환자 중심 치료 철학을 더해 정밀의료 기반의 미래형 난임 치료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AI 배아 등급 분류, 생식세포(정자·난자) AI 자동 분석, 착상 가능성 예측, PGT(착상 전 유전자 검사) 보조 분석, AI 챗봇 등 첨단 시스템을 통해 정밀 난임 치료를 선보인다. 또한 난자 냉동 분야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난자의 품질과 냉동 시점을 정밀 예측하고, 해동 후 배아 형성 가능성까지 예측하고 분석함으로써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곡차병원장으로 선임된 한세열 차병원 난임 총괄은 고령 산모 임신, 생식세포 보관, 가임력 보존, 복강경·자궁경 수술, IVM(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 분야의 권위자다. 1998년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 연구소장팀에서 세계 최초로 유리화 난자동결법 개발에 기여했다. 2012년에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국내 최고령인 57세 산모의 쌍태아 임신을 성공시켰고, 37년간 1만 건 이상의 난임 부부 임신을 도와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전 서울대병원 문신용 교수도 명예원장으로 합류했다. 문신용 교수는 생식의학 분야에서 30년 이상 연구와 임상 경험을 쌓아왔으며, 국내외 난임 치료 기술 발전에 크게 공헌해온 권위자다. 또한 서울역센터의 양누리·염선형·임정미·김지은 교수, 분당차병원의 정자연 교수 등이 합류했다. 한세열 마곡차병원장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이 의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에, 마곡차병원은 첨단 기술을 결합해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난해 잠실차병원이 국내 최초로 '미성숙 난자 체외 배양(IVM) 전문 연구센터'를 개소해 개인 맞춤형 시험관 시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마곡차병원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난임 치료 전반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써 나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곡차병원에는 문신용 명예원장은 “세계 3대 난임센터 중 하나인 차병원은 국내 민간병원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1986년), 미성숙 난자의 임신·출산 성공 (1989년), 세계 최초 유리화 난자동결법 개발(1998년), 세계최초 난자은행 설립(1999년) 등의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난임생식의학을 선도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마곡 난임센터가 글로벌 난임 치료의 산실로 자리매김해 난임 부부들에게 임신의 기쁨을 선사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출산율 제고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곡차병원 AI 전반을 책임질 윤석환 차바이오텍 상무는 “AI를 활용해 치료와 편의성 전반에서 고객 서비스를 높여 난임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확장 등 인프라 강화

분당서울대병원이 고위험 미숙아 및 중증 신생아 집중 치료를 위한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기존 40병상에서 50병상으로 확장했다. 지난 11일 열린 개소식에서 송정한 원장은 “신생아중환자실의 확장은 단순한 공간 확대가 아닌 고위험산모 및 신생아를 위한 의료 인프라 강화의 실질적 구현"이라며 “앞으로도 국가 공공책임병원으로서 신생아 의료체계를 한 단계 더 진보시키고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경기도 권역모자의료센터로서 고위험산모 및 신생아 진료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경기도 유일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돼 중증 소아환자 집중치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진료체계를 더욱 공고히 한 바 있다. 이번 확장으로 경기도 최대 규모의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게 됐다. 집중치료 전담 인력도 강화해 7명의 전담전문의가 상주하면서 신생아중환자실을 관리할 방침으로, 지속 증가하는 고위험산모 및 신생아 전원 의뢰에 대한 수용력도 보다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은 “기존의 신생아중환자실 병상만으로는 권역 내 의료기관으로부터의 전원 의뢰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생아들의 중증도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병상 확대와 신생아 치료를 위한 안정적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돼 왔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장은 “이번에 고위험 신생아 집중치료를 위한 시설, 장비, 인력 등 인프라 확장과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면서 “그 결과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확장, 전담전문의 확충 등 의료 환경 개선을 통해 전원 의뢰 수용 범위의 확대는 물론, 더욱 안정적인 신생아집중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13일 단 하루”…청호나이스, 네이버 브랜드데이 기획전 진행

청호나이스가 오는 13일 단 하루 동안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에서 '네이버 브랜드데이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청호나이스 브랜드스토어 전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렌탈 제품은 최대 6개월 렌탈료 면제, 일시불 제품은 최대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구매 고객에게는 제품별로 최대 25만 네이버 포인트가 지급된다. 추후 포토리뷰를 남기면 1만 네이버 포인트를 추가로 제공 받을 수 있고, 최대 26만 포인트 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행사 당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네이버 쇼핑라이브 중 구매 시 신세계상품권 5만원을 추가로 증정한다. 이번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소개하는 주력 제품인 '뉴 러블리트리'는 18㎝의 초소형 크기로 공간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온수를 45도부터 100도까지 5도 단위로 총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분유·차·라면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냉수도 약냉부터 강냉까지 4단계로 조절 가능하며, 취수용량은 80㎖부터 1000㎖까지 50㎖단위로 총 20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에서 진행하는 브랜드데이 행사는 고객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은 행사"라며 “올 한 해 동안 받은 고객 성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혜택을 한층 더 크고 다양하게 준비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풍성한 혜택 받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국립암센터의 목표는 연구를 통한 표준치료 정립입니다

“국가 암 관리·치료 및 연구의 중심인 국립암센터의 역할은 다른 병원들과 다릅니다. 표준치료를 정립하고 더 좋은 치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12일 이근석 부속병원장과 김열 대외협력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들과 만나 “환자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진료체계를 정립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혁신 암 연구로 세계 암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암 연구·진료·정책·교육이 결합된 국가 암 관리 중앙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근거에 기반한 진료와 미충족 필수의료, 공익적 암 진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국립암센터 전국 13개 권역암센터와 협력해 진단, 치료, 말기 돌봄까지 아우르는 '지역 완결형 암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국가암검진 가이드라인도 개정하며 '제5차 암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의 핵심 기반을 구축했다. 양 원장은 지난 1년간 △국가 암 관리 중앙기관 기능 강화 △코트디부아르 국립암센터 건립 지원 △재정 안정 △청렴도 개선 TFT(테스크포스팀) 구성 △상급자 역량평가 도입 등에 주력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무색할 정도로 보직자들과 함께 동분서주했다. 세계적인 위암 명의이지만 수술은 미국에서 의뢰된 환자를 대상으로 단 1건만 집도했다. 국립암센터는 향후 국가 암 관리의 중앙컨트롤타워로서 AI를 접목한 임상연구와 세포·유전자치료(CGT)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암환자 98% 정보가 포함된 450만명 규모의 국가암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정보, 통계청 암환자 생존데이터 등을 연계해 암 진단부터 치료, 추적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출범한 면역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연구단에선 5년간 488억원을 투입해 CGT 연구를 진행한다. 지난 9월엔 육종암센터를 개소해 희귀암 임상연구와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양 원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암 정보를 선별하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국가암지식정보센터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국립암센터 홈페이지·유튜브·블로그 등을 통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내년 3월 '의료·요양 통합돌봄' 전국 시행을 앞두고선 13개 권역암센터와 함께 암 생존자 관리 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양 원장은 “약 250만명으로 예상되는 암생존자들(암 치료를 받는 중이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전국 권역암센터와 협력해 암환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기고] 사람과 지역, 그리고 지속가능한 의료의 길

굿닥터스나눔단(이하 나눔단)은 사단법인 약침학회의 사회공헌팀이다. 나눔단은 지난 1년간 전국의 농축산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의료의 길을 걸어왔다. 진천, 증평, 원주, 가평은 물론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까지, 우리가 머문 자리마다 의료와 나눔의 풍경이 새로 피어났다. 한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 310여 명이 함께한 봉사 현장은 단순한 진료소가 아니라, '의료가 사람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이었다. 진료를 받은 주민 약 1200명은 대부분 농축산업 종사자나 고령층, 오랜 기간 통증을 참고 살아온 이들이었다. 의료진은 약침과 침 치료, 한방 과립제 처방, 건강 상담을 함께 진행하며 단순한 통증 완화를 넘어 생활습관까지 살폈다. 증평군에서는 군청과 자원봉사센터, 지역 한의원이 손을 맞잡아 한의의료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 영덕군에서는 산불 피해 주민을 찾아 긴급진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의료의 공공성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느낀 의술과 인술의 현장이었다. 나눔단의 현장에는 세대의 구분이 없다. 한의사와 간호사, 학생, 직장인, 지역 주민이 함께 어르신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웃음을 나눈다. 청년들은 의료가 단지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배우고,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의 손길에 위로를 얻는다. 세대와 직업의 경계를 넘어 서로가 연결되는 과정이야말로 나눔단이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공공의료'의 모습이다. 필자는 나눔단의 실무자로서 현장의 얼굴들을 마주하며 의료가 제도나 시스템보다 먼저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미래, 청년이 선도하다' 국제 컨퍼런스에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과 웰빙 보장(SDG3)'을 주제로 의료봉사 사례를 발표했다. 의료 취약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의료가 단순한 치료를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의료는 병원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의료의 본질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손길에 있다. 나눔단이 걸어온 1년은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기후재난과 고령화, 농촌의 의료공백이 깊어지는 지금, 의료는 더 이상 병원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고, 지역의 삶과 함께 호흡하는 의료만이 지속가능한 공공성을 가진다. 내년에도 그 길 위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사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의료의 그 꾸준한 걸음이야말로 의료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그림일 것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난치성 폐고혈압, 미리 찾아서 제대로 치료해야

대한폐고혈압학회(회장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가 11월 세계 폐고혈압의 달을 맞아 11일 '폐고혈압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학회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 미리(Family) 희망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조기진단과 적극치료'를 강조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정욱진 회장은 “국내 보험 제도에서는 초기 단독요법을 요구하지만, 중등도 이상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저위험군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유병률은 2002년 100만명당 0.4명에서 2018년 29.9명으로 약 75배 늘었고, 발생률도 0.5명에서 6.3명으로 약 12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과거보다 폐동맥고혈압의 인지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많은 의료진이 관심을 갖고 환자를 진료한 때문으로 학회는 분석했다. 정 회장은 “폐동맥고혈압 등 폐고혈압은 진단이 늦어지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며, 빨리 진단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아진다"면서 “이번 진료지침은 국내 폐고혈압 진료 표준화를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경희 학회 진료지침이사(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는 “국내 데이터에 따르면, 3제 병용요법을 진행해야 하는 폐동맥고혈압 고위험 환자의 생존율과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 저위험 환자의 생존율은 결국 비슷해졌다"면서 “단독요법을 받은 저위험군이 강력한 치료를 받은 고위험군과 비슷한 생존율을 보인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해야 하며, 향후 저위험군 또는 중등도 위험군이 더 많은 약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보험 제도 개선 논의를 촉진하고자 이 같은 알고리즘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김대희 학회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폐고혈압 전문센터 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일부 대형병원에서 '폐고혈압센터'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나 병원 자체의 전문화 노력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며 “국내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을 위해선 전문적인 진단 및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센터 건립 및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커피, 우울증 환자 장내 미생물 환경 좋게한다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감과 흥미 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며, 일상생활과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8.3명으로 OECD 평균(약 11명)의 두 배 이상이며, 성인 우울증 평생유병률도 8%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규 교수는 “하루 대부분 우울하거나 무기력하고, 흥미가 사라지며, 수면·식욕 변화, 피로감, 무가치감, 자살사고 등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된다면 '주요우울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을 개선하는 다양한 생활 건강요법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커피와 카페인이 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커피 섭취가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1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일본 쇼와 의대 의학부 사나다 켄지 교수팀이 모두 66명을 대상으로 커피(카페인) 섭취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과 커피 및 카페인 섭취의 연관성: 관찰연구)는 일본 '쇼와 의과대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커피는 항산화 물질과 카페인 등 생리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존 역학연구에선 우울증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커피 섭취 후 장-뇌축(gut-brain axis)을 통한 미생물 변화 가능성은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진단된 우울장애 환자 32명과 건강한 대조군 34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장내 미생물 구성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울장애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커피와 카페인 섭취 수준에 따라 특정 장내 미생물군의 조성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커피나 카페인의 지속적 섭취는 장내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관련 미생물(Coriobacteriales Incertae Sedis)의 증식을 유도하고, 그 결과 장-뇌축을 통해 염증 완화, 스트레스 반응 경감 등을 도왔다. 이번 연구는 커피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 효과를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나다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은 일반인과 달리 염증성 미생물의 비율이 높다"면서 “커피나 카페인이 이런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면, 커피 섭취를 통한 우울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피의 건강 효과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하루 2∼3잔의 커피 섭취가 심혈관질환ㆍ당뇨병ㆍ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대규모 역학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편, 우울하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활동을 줄이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오히려 우울할수록 계획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 3회 이상, 30분가량의 꾸준한 운동은 우울감 완화에 효과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면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인지행동치료·행동활성화치료·정신화 기반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를 시행한다.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김현규 교수는 “최근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라며 “정신건강은 신체건강만큼 소중하며,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폭염·가을장마로 ‘집콕’…두둑해진 뱃살에 대사증후군 ‘빨간불’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두둑한 뱃살 때문에 건강에 '빨간불'이 짙어졌다. 올해는 여름이 되기 전부터 가을까지 폭염과 잦은 비 때문에 '집콕'·'회사콕'이 많았고, 이로 인해 운동량은 크게 줄고 이것 저것 먹는 양도 늘어났다. 최근 직장인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허리둘레, 혈압, 혈당,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등 5가지 지표 중에서 3가지 이상이 정상치를 벗어났다.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이다. A씨 같은 사람들에 대해 전문의들은 복부비만을 줄이고, 허벅지 굵기는 키우는 것이 대사증후군을 극복하고 만성질환 관리 등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에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한다. 우선적으로 운동과 식이, 두 기본 요법을 쌍두마차로 불룩한 뱃살을 탈출하고 내장 기름을 빼야 한다는 얘기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복부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관상동맥질환·뇌혈관질환·골관절염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떨어져 살이 쉽게 찌고, 만성 질환(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은 걷기나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과 함께 저항성 운동을 주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6개월~1년 이상 지속하면 뱃살을 줄이고 근감소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저항성 운동이란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신체나 기구 등 무게를 활용해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운동을 말한다. 생명체는 체온 유지, 호흡, 심장박동, 두뇌활동 등 기초적인 생명활동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것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나머지 에너지는 신체를 움직이면서 소모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은 체중 1㎏당 1시간에 1㎉를 기초대사량으로 소모한다. 여성은 0.9㎉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빼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다. 효율적으로 체중과 뱃살을 빼려면 유산소 운동으로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고, 복부운동(윗몸일으키기) 등 부위별 근력운동을 병행 실시하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평소 혈당, 혈압, 고지혈증, 비만도 등 위험인자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면서 “금연과 절주, 스트레스 해소 등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식이·운동·약물 요법 등을 전방위적으로 펼쳐야 '만성질환 예비군'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같이하는 것이 기본이다.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 소모에 효과적이고, 근육의 양이 늘어나면 운동에서 열량을 소비하는 효율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은 체중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각종 만성질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 식사는 고칼로리에 신경쓰면서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되 골고루 먹는다. 그리고 화학조미료나 방부제가 많이 들어간 식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비만치료제, 약물 전적 의존은 금물…운동·식이·수술로 보완해야

살을 빼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위고비(Wegovy)와 마운자로(Mounjaro)는 그 기대에 답하는 새로운 약물이다. 예전 다이어트 약들이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 약물들은 몸속 호르몬을 조절해서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해준다. 쉽게 말해, 뇌와 장이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고 더 강하게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흉내내는 약이다. 원래는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비만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마운자로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GLP-1뿐 아니라 GIP라는 또 다른 호르몬까지 건드리는 약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준다. 두 약물 모두 아주 큰 규모의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참가자들은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이었고, 단순히 약만 주사맞은 것이 아니라 식사와 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도 함께 받았다. 즉 약물은 단독 치료제가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할 때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먼저 위고비의 대표 연구인 'STEP 1' 연구(국제학술지 NEJM, 2021)에서는 약 2000명이 참여해 68주 동안 위고비 또는 위약을 맞았다(주 1회 투여). 결과는 놀라웠다. 위고비를 맞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15%를 줄였는데, 단순히 2~3㎏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10㎏, 15㎏ 이상을 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체중의 15% 이상을 줄였고, 혈압이나 혈당 같은 건강 지표도 함께 좋아졌다. 다만 메스꺼움이나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가볍게 지나갔다. 중요한 점은, 치료를 멈추면 체중이 다시 오르는 경향이다. 즉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이어 발표된 'SURMOUNT-1' 연구(국제학술지 NEJM, 2022)는 마운자로의 위력을 입증했다.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72주 동안 약물을 맞았는데(주 1회 투여), 고용량 그룹에서는 체중의 20% 이상을 줄인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다시 말해 100㎏이던 사람이 20㎏ 넘게 감량한 셈이다. 이전에는 약물치료에서 거의 불가능했던 수준의 결과였다. 또한 혈압·콜레스테롤 같은 대사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 부작용은 위고비와 비슷하게 위장관 증상이었는데, 대부분은 약을 시작하는 초기에 나타났고 점차 적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의사들에게 “비만 치료가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주었다. 예전에는 약물로 큰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수술 못지않은 효과를 일부 환자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물만으로 충분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대략 “그럼 이제 약만 있으면 수술은 필요 없는 거 아냐?"인데,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약물은 맞는 동안에는 분명 효과가 나타난다. 체중이 줄고, 혈당이나 혈압도 좋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중단했을 때이다. 연구에서도 확인되듯이, 약을 끊으면 체중이 서서히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인데, 약물치료만으로는 그 '지속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비만대사수술은 몸의 구조를 바꾼다. 위를 작게 만들거나 음식이 지나가는 길을 바꾸면서, 단순히 배가 덜 고프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호르몬 체계 자체가 장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단순히 몇 달 동안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도 체중 감량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당뇨병이 좋아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내려가며, 수면무호흡증이나 관절 통증 같은 생활 속 불편함도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단순히 날씬해진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을 바꾸는 치료'라고 부른다.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수없이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요요 때문에 늘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사람, 약물치료를 받아봤지만 효과가 미미하거나 장기간 약을 맞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 당뇨병이나 고혈압·고지혈증이 점점 악화되는 사람, 체중 때문에 무릎이나 허리 관절이 아프고 계단 오르기조차 힘든 사람, 밤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도 피곤한 사람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이런 경우 수술은 단순히 '살 빼기'를 넘어서 '건강을 되찾는 길'이 될 수 있다. 사실 많은 환자들이 수술 전에는 “나도 그냥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다가, 수술 후에야 “이제야 진짜 내 몸이 바뀌었구나"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건강이다. 비만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심장병·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약물치료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는 '약물 vs 수술' 구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치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박효순의 메디피셜] 다기능 자전거 기술 탈취 사건, ‘구멍 뚫린’ 경찰 수사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기술을 훔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술 탈취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침해 등 기술탈취 행위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산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전거 특허와 관련된 J사의 '업무상 배임' 고소 사건을 보면, 대통령의 이러한 뜻과는 엇박자, 아니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시한 증거들에 반하는 피고소인들의 주장을 상당수 신뢰하며 불송치 결정을 내린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 또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피해자의 항고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원용한 '항고기각' 처분을 내림으로써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의 개요를 보면, 국내 기업인 J사가 10년 연구 끝에 개발, 20년간 6회나 업그레이드(추가 특허)를 이룬 다기능 특허 크랭크(유니세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다. 기존 실내·외 자전거에 장착할 경우 자전거 페달의 360도 회전뿐 아니라 양발 동시 360도 페달링, 양발 동시 170도 상하 페달링, 한발 360도 페달링, 한발 170도 상하 페달링, 양발 상하 교차 170도 페달링 등 6가지 방법으로 전신의 근육 발달은 물론 재활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기술은 팔을 사용하여 운동하는 12가지 페달링 기술이다. 위 6가지 기능의 반대 방향으로도 페달링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J사는 2023년 10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인 'V스포츠'의 대표 K회장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로 이관됐고 다시 양천경찰서로 넘어갔다. V스포츠는 과거 세계 최대의 축구공을 만들어 화제에 오르며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지명도가 있는 기업이다. 이와 함께 J사에서 특허기술 개발 업무를 맡아 왔으며, 'J사 재직 중에 V스포츠에 자신이 발명한 12가지 페달링 기술을 2016년 4월에 먼저 유출한 후 퇴직처리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던 발명자 S씨도 피소됐다. 고소인 측은 300억원 대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J사는 12기능·6기능 크랭크세트(유니세트)를 함께 장착한 다목적 자전거 운동기구를 2014년 특허 출원하여 국내에 등록을 마쳤다. 2013년 12월 V스포츠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사의 특허기술에 대한 교육을 시행했던 J사는 V스포츠와 2014년 4월 국내 실내용 자전거 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5년 12월부터 V스포츠와 헬스 바이크 합자사업을 추진했으나 2016년 3월 최종 무산됐다. J사 측은 “합자사업이 결렬되자 V스포츠는 2016년 4월 12일과 8월 9일, 우리의 2가지 핵심 특허기술과 같은 실용신안의 대만 출원과 2016년 12월 국내 출원에 이어 2017년 3월부터 일본, 중국, 유럽을 비롯한 16개국에 출원하고 등록했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심지어 V스포츠는 대만에 보관하고 있던 우리 제품에 V스포츠의 상표를 부착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국제스포츠산업 레저전과 대만, 독일, 일본 등의 해외 자전거 전시회에 참가해 자사의 제품인 것처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J사의 고소장과 혐의 입증 서류들, 불송치 결정서,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에 제출된 재정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양천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의 근거가 된 피고소인들(피의자)의 주요 주장은 상당 부분 허위로 나타났음에도 경찰은 피의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요구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고소인과 피의자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대질신문을 하는 것이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도 없이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고소인은 '절망'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양천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서를 보면, 피의자들은 “V스포츠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전거 기술은 고소인 회사(J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V스포츠와 S씨가 기술 탈취를 공모한 사실도 없으며, V스포츠 상표를 부착하고 전시회에 참가한 것도 해당 제품이 대만의 '오픈 몰드' 제품으로 어느 기업이든 상표를 부착해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수사관 역시 “고소인 및 피의자들의 특허는 이 사건 외 다른 법인 특허들도 유사하다고 검색되는 만큼 (기술 탈취)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들어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J사는 “S씨가 J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 V스포츠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J사의 기술적 자료를 근거로 V스포츠의 실용신안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J사의 영업용 주요 자산을 유출한 것"이라며 “(피의자들이 오픈 몰드 제품이라 주장하는) 대만 제품도 모두 J사의 고유 모델"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수사관 역시 S씨의 (J사 및 V스포츠) 재직기간 등에 관해 법리 위반을 범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번 고소 건은 내용이 매우 복잡해 산업기술에 특화된 수사관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사건은 단순 경찰 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안일 수 있다. 그래서 고소인 스스로 천신만고 끝에 여러 증거들을 재입증하는 자료들을 찾아서 제출했는데, 그 내용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의문이다. '구멍 뚫린' 수사는 경찰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두 회사의 자전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문가들의 입회 아래 뜯어보면 된다. 이런 일은 공권력이 하는 게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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