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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이후 ‘주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6주만에 확대

6·27 대출 규제 이후 6주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상승 추세로 전환됐다기 보다는 거래량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풍선 효과, 1급지, 재개발 호재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기 때문에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7일 발표한 2025년 8월 1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2%에서 이번 주 0.14%로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도 0.04%에서 0.05%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방은 -0.02%에서 -0.03%로 낙폭이 커졌다. 전국 기준으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0.01%씩 상승했다. 앞서 6·27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인 6월 넷째 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0.43%까지 오르며 상승폭이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6월 다섯째 주 0.40%를 시작으로 0.29%→0.19%→0.16%→0.12% 등으로 계속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주 들어 6주만에 처음으로 흐름이 반전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은 강북 지역에서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성동구(0.22%→0.33%)와 용산구(0.17%→0.22%), 광진구(0.17%→0.24%)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마포구(0.11%→0.14%)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또, 강남에서는 강남구(0.11%→0.15%)와 양천구(0.17%→0.18%)에서 상승폭이 나타났다. 반면 서초구(0.21%→0.16%)와 송파구(0.41%→0.38%)는 전주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여전히 매수세가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나 학군, 역세권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도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국지 지역에서 상승거래가 일어난 결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시장애 반등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즉, 계속 오름폭이 줄어들다가 0.02% 소폭 상승한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는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 분당구(0.25%→0.47%)가 큰 폭으로 올랐고, 과천시(0.29%→0.34%), 안양시 동안구(0.19%→0.26%) 역시 상승폭이 커졌다. 반면 평택시(-0.17%→-0.32%)는 하락폭이 확대됐다. 지방에서는 5대 광역시(-0.04%→-0.03%)의 낙폭이 소폭 줄었고, 세종시(0.04%→0.09%)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8개 도 지역(-0.02%→-0.03%)은 하락폭이 커졌다. 시도별로는 △경기(0.02%) △울산(0.02%) △전북(0.02%) △충북(0.01%) 등은 소폭 상승했고, 경북(0.00%)은 보합이었다. △충남(-0.08%) △대구(-0.07%) △강원(-0.06%) △전남(-0.05%) △제주(-0.03%) △대전(-0.03%)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편,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와 동일하게 0.01% 상승했다. 수도권(0.01%→0.02%)은 상승폭이 확대됐고 서울(0.06%→0.05%)은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지방(0.00%→0.00%)은 보합을 유지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산재나면 문 닫나?”…건설업계 李 초강경 발언에 ‘전전 긍긍’

이재명 대통령이 잦은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나 '공공 공사 입찰 금지' 등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날 정희민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음에도 사실상 '사형 선고'에 해당하는 정부의 조치가 예고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다른 업체들도 이재명 정부가 '징벌적 배상제도' 등 기존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산재 관련 제재가 예상되면서 바짝 긴장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초강력 규제보다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근본 원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 등 추가 제재 방안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건설산업기본법은 해당 법인의 영업정지 처분, 시공능력평가액 감점,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등을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중대 산업 재해(사망 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산재 피해로 장애를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콕 집어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후 전국의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한 작업 중단·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지난 4일 또 다시 경기도 광명 고속도로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전날 저녁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대형 산업 재해로 경영진에 대한 문책, 사법 처리가 이뤄진 적은 있어도 대형 건설사의 최고 경영진이 물러난 일은 극히 드문 사례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정부가 산업 재해 예방을 명분으로 얼마나 어떻게 규제를 강화할 지 몰라 전전 긍긍하고 있다. 건설업은 매년 300명 이상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전체 산업재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 건설 불황 장기화 등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3%에 불과하는 등 건설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 발생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면허 취소 등의 제재는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소 건설사일수록 재정·인력 구조가 취약해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와 대응 비용은 물론, 작업 중지나 영업정지 명령으로 공기가 지연되고, 소송비·손해배상·벌금 등 법적 절차 비용까지 발생해 손실이 크다"며 “결국 사고를 막는 것이 우리로서도 최선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들은 최대한 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30일 긴급 회의를 열고 안전 관리 강화를 다짐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도 전날 '중대재해 근절 전담팀(TF)'을 발족했다.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강력한 규제도 좋지만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건설업체가 불법 하도급 구조 등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며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가 무서워 잠깐 머리 숙이는 식의 대응은 정권이 힘을 잃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 변화를 원한다면 기업의 사업방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이나 제도적 보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 관계자도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며 책임을 지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현상의 일부만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현장 상황과 여건을 면밀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가덕도신공항 ‘8월 재입찰설’ 사실 무근…장기 표류 우려

부산·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약속한 2029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 주간사 현대건설이 돌연 공사를 포기하면서 생긴 공백이 두 달째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재입찰 일정 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며, 현대건설을 대신할 건설업체들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공사 난이도 및 비용·사업성 자체에 대한 의혹도 계속 불거지면서 자칫 사업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도 점쳐진다. 국토부는 6일 가덕도신공항 공사 재입찰 일정을 묻는 에너지경제 질의에 “이달중 재입찰 공고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아직 재입찰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국토부 가덕도신공항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점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안내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른바 '8월 재입찰설'에 대해서도 “정부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업체들이 준비 과정에서 추측하는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며, 정해지면 안내할 예정"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는 현대건설이 지난 5월 말 불참을 선언하면서 표류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나치게 짧은 공사기간과 부족한 공사비를 이유로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권 시절 대통령 한남동 관저·집무실 공사를 공짜로 해주고 대가성으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를 수의계약할 수 있었으며, 정권이 바뀌자 이게 탄로날까봐 불참을 선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대건설을 대신할 건설업체도 뚜렷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컨소시엄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이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쑥 들어간 상태다. 부산, 경님 지역에선 연고가 있는 롯데건설이 사업에 참여해 공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대규모 공공 사업을 따낼 필요성이 있어 '적임자'라는 분석도 있다. 신용평가사 분석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순차입금은 2023년 말 875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5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채비율은 211%, 차입금 의존도는 28%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과 한도성 대출을 합쳐도 약 1조3500억 원 수준인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차환 부담만 6400억 원을 넘는다. 롯데건설은 여전히 '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반조사 공사 이후 컨소시엄 내에서 구체적인 지분 배분이나 협약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현대건설 이탈 이후 기존 컨소시엄 내에서 기투입비 정리 정도만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덕도 수주가 롯데건설의 단기 유동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금을 받더라도 대부분 협력사 지급 등으로 소진돼 현금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결국 사업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 재무 구조 때문에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사가 이번 사업의 주관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우건설 등과의 협의를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내부 심의나 구체적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산·경남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고려만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회의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29일 “부적절한 곳에 계획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활주로 방향 변경과 연약 지반 공법 재검토를 요구하는 건의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경우 2029년 개항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시장 자율만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로드맵 없이 '정상화 방안 검토'만 반복되면 장기 표류로 지역 경제와 국가사업 신뢰도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李 대통령 “미필적 고의 살인” 언급에…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전격 사임

잇따른 중대 산업 재해가 포스코이앤씨의 경영진 교체로 이어졌다. 산재 피해자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임기 내내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리스크 관리의 주요 요소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5일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사장이 최근 잇따른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이앤씨를 책임지는 사장으로서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안전 관리 실패가 아닌,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안전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새기고, 체질적 혁신을 위한 결단의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 안전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안전 체계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이날 사퇴는 전날 또다시 발생한 중대 산재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광명시 인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30대 외국인 남성 근로자가 전기에 감전돼 의식 불명에 빠진 것이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4건이나 대형 사고로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정 사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무기한 공사 중단, 전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막 공사를 재개한 상태였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콕 집어 '악성 산재 사업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을 거론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꼬집었다. 건설업계에선 정 사장의 전격 사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은 현장 시공 위주의 업종 특성상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엔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경영진 교체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해 대출을 줄이거나 공사 입찰 자격에 제한을 두는 등 강력한 제재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중대 산업 재해 관리가 건설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리스크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현장' 출신 CEO로 최근 들어 주춤하던 포스코이앤씨의 주택 사업 부문을 되살릴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 실제 취임 반년 만에 3조원이 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하지만 잇딴 중대 산업 재해를 막지 못해 8개월여 만에 하차하게 됐다. 정 사장은 1964년으로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이앤씨의 주택·건축 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포스코이앤씨는 2연속 CEO 조기 교체라는 난관을 겪게 됐다. 전임 전중선 사장도 재무 전문가 출신으로 부동산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구조 조정과 재무 관리 등의 기대를 모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하이엔드 없어도 선방? HDC현산 주택 실적 ‘파란불’

HDC현대산업개발이 상반기 영업이익 1343억원, 수주 2조85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40.7%, 68.5%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주택 부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조6758억원의 수주를 따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아파트 '프리미엄'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이엔드 브랜드 없이도 성과를 낸 점이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의 '명품 아파트' 선호가 높아짐에도 아이파크 브랜드를 유지하며 운영하고 있다. 조합 눈높이에 맞춰 현대건설이 디에이치(DH), 롯데건설이 '르엘' 등을 내놓는 등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과 차별화한 하이엔드 상품임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이다. 실제로 국토부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는 회사는 삼성물산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뿐일 정도다. 다만 삼성물산은 강남 등 주요 지역에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이곳 아파트에는 기존 래미안에 하나를 뜻하는 '원'을 덧붙이고 있다. GS건설도 지난해 자이 브랜드를 재단장하며 새 가치를 부여해, 기존 가치를 유지하며 브랜드를 그대로 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 뿐인 셈이다. 이에 HDC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계획은 없다"며 저희가 지금까지 약 50만 가구를 공급하면서 보여준 실적들이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 없이도 삼성동 아이파크나 해운대 아이파크처럼 랜드마크 건물로 지어드릴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에는 사업비가 9244억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에서 포스코이앤씨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와 경쟁해 수주를 따내는 승리를 거뒀다. 원주 단계주공, 부산 광안4·연산10구역 등 지방 대도시에도 깃발을 꽂았다. 덕분에 상반기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은 2조689억원, 영업이익은 1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40.7% 증가했다. 수주도 2조8548억원을 기록하며 68.5% 증가해 잔고를 두둑히 채웠다. 상반기 수주한 주택 실적은 2조6758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93.7%에 달할 정도이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하반기 실적 확대를 위해 송파 한양2차 재건축정비사업 및 성수1지구 등 주요 정비사업지를 노리고 있다. 강남에도 깃발을 꽂고자 최근 개포우성4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강남을 비롯한 '노른자위' 지역을 노리기에는 '아이파크'만으로 경쟁력이 부족할 거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와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3%가 “건설사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수도권 거주자는 이보다도 더 높은 92.5%가 긍정 응답을 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하이엔드라고 하지만 결국은 브랜드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라며 “예시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반, 입지가 뛰어난 곳에 짓는 아파트에만 브랜드명을 붙여줬지만 최근 현대건설에서 짓는 아파트는 전부 힐스테이트"라고 말했다. 즉, 지역별로 브랜드가 평준화돼 경쟁력이 사라진 만큼, 분양가를 높이고 고급 아파트로 짓는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인기 지역에만 붙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기존 주민들은 아이파크 브랜드에 익숙할 수 있으나 시장은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돼 아이파크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압구정처럼 조합의 기준이 높은 곳에서는 결국 새 브랜드가 필요하다. 최근 맞붙은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도 프리미엄 브랜드라 하나, 브랜드 인지도 부족으로 재건축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주요 인기 지역 진입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건설업계, 잇단 산재에 딜레마…“개선해야” vs “가혹한 규제”

정부의 산업재해 처벌 강화 기조에 건설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잇따르는 산재 사고에 현장 안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옥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투자와 인센티브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30대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 추정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착수했다가 공사를 재개한 첫 날에 또 다시 중대 사고가 발생하자 '멘붕'에 빠진 상태다. 회사 안팎에서 현장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는 '소년공'이자 산재 피해자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 재해에 초강경 대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건설 현장의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름없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었다. 이에 경찰은 전국 18개 지방청에 '산재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중대재해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여당과 함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작업을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 최대 3% 과징금 △1년 이하 영업정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부과를 골자로 한다. 발주자와 설계자, 감리자까지 책임 주체를 확대해 중대재해처벌법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를 담았다. 건설업계는 안 그래도 불황 장기화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 규제가 강화되자 불만이 가득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현장 부담이 큰데, 매출 3% 과징금과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면 사실상 사고 한 번이 사업 중단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걱정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사는 한 번의 사고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며 “법 취지가 산업 재편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 현장 사망자는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2024년 20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건설업 비중은 70~80%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과징금과 영업정지 규정은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며 “중복 규제 정비와 과징금 차등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현대건설 vs 대우건설, 가덕도신공항 설계비 논란…입찰 재공고 차질 우려

현대건설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서 빠지면서 남은 시공사들과의 설계비 정산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분에 따른 110억원만 부담하겠지만, 대우건설 등 컨소시엄 구성원사들은 “추가 설계비 책임까지 현대건설이 져야 한다"며 서면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가덕도신공항 설계비 협상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말 사업 참여 포기와 함께 설계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지분 25.5%에 해당하는 110억 원은 매몰 비용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 입장이 공식 문서로 명문화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컨소시엄 구성원사들은 현대건설의 110억 원 방침이 구두 확인 수준에 그칠 뿐만 아니라 추가 설계비 부담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기존 설계비를 포기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실무 협상 테이블에선 이를 명문화한 합의가 없다"며 “추가 설계비에 대한 입장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설계비 책임을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현대건설이 포기하겠다고 한 110억 원은 이미 진행된 기존 설계비에 한정된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일부 구성원사들은 “현대건설 불참으로 새로운 설계 작업이 필요해진 만큼 추가 설계비도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가 설계비가 최소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건설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평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빠지면서 공사 조건이 달라졌고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며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부담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 설계비는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리했다"며 “추가 설계비는 사업 재입찰 후 구체적인 설계 조건이 확정된 뒤에야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협상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포기 방침이 공식화돼야 남은 시공사들이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추가 설계비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가덕도신공항을 조속히 착공해 동남권 메가시티의 관문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도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사업이 좌초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한편 한편 정부와 부산시 등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을 서두르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일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최근 부산 타운홀미팅에서 약속한 것처럼 가덕도신공항 재입찰을 조속히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다만 설계비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재입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김윤덕 보니 김현미 떠올라?”…李 정부 첫 국토부 장관 ‘전문성’ 우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취임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끌 첫 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택공급 확충과 시장 안정화, 부동산 양극화 해소, 국토 균형 발전 등 중책을 띄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문성이 부족해 부동산 급등을 막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전 장관의 '데자뷰'가 느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건설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임명된 김 장관은 이재명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과 속도를 좌우할 핵심 인물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심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만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태다. 따라서 주택 공급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 국토 균형 발전 정책과 교통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 등 김 장관의 핵심 업무가 이재명 정부의 초기 업적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6·27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었지만,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번복 이후 서울 집값은 언제 치솟을지 모르는 벌집과도 같다. 이에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또 다른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국토부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여당의 3선 중진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내 대표적 '친명' 정치인이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은 86세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21년 20대 대선 당내 경선에서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 중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은 김 장관 지명 이유에 대해 “서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분야 정치 철학-공약을 강력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이 사실상 부동산·국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위원회 활동도 잠시뿐이었다. 그나마 새만금 사업, 새만금 신공항, 호남고속철도 등 지역 현안만 다뤘고 국토부 전체 업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등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김 장관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집착해서 그 일을 체화해서 집행할 줄 아는 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부족으로 섣부른 개혁 정책을 강행했던 문재인 정부 초 김현미 장관의 '데자뷰'가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 등 민감한 사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속도전'에 나설 경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무나 판단해야 하는 주요 결정 대상이 비교적 단순하고 일관된 부처가 있는 반면, 국토부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있는 부처"라며 “전문성이 있는 장관이 오면 주요 판단을 신속히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달씩 늦어진다. 정부 초기에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데, 실제로는 장관이 결정을 못해도 차관이나 관료들이 밀어붙이면 되나 정권이 바뀐 초기에는 관료들 역시 판단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탄소중립 건축기술 탐방⑪]“탄소 삼키는 시멘트”…물 대신 CO₂로 굳힌다

“시멘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를 차지한다. 그런데 시멘트에 물이 아니라 이산화탄소(CO₂)를 넣어 굳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탄소 배출량의 3분의1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훨씬 더 빨리 굳힐 수 있어 공기도 대폭 단축된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탄소국경세, 탄소감축 목표의 압박 속에서 시멘트 산업도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굴뚝 산업의 상징이던 시멘트가 이제는 CO₂를 먹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 산업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건설이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기술이 나왔다. ◇“물 대신 CO₂로"…시멘트 상식 뒤집는 기술 롯데건설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된 'CO₂ 반응경화 시멘트(CSC)' 기술을 건설 현장에 실증 적용했다. 기존 시멘트는 물과 반응해 경화되는 반면 CSC는 물 대신 CO₂와 반응하며 단단해지는 구조다. 지난달 24일 오후 롯데건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김영선 롯데건설 건축기술연구팀 수석(공학박사)은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OPC)는 수화반응을 통해 굳지만 CSC는 칼슘계 재료가 CO₂와 직접 반응해 탄산칼슘(CaCO₃)을 형성하면서 경화된다"며 “말하자면 시멘트가 스스로 탄소를 '흡수하며' 굳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 콘크리트처럼 골재와 함께 배합한 뒤 이를 챔버(밀폐 공간)에 넣고 고농도의 CO₂를 주입하면 경화가 이뤄진다. 주입 농도와 압력 조절에 따라 일반 시멘트가 28일 걸리는 압축강도를 CSC는 1~3일 만에 확보할 수 있다. CSC 기술은 현재 보도블럭, 벽돌, 염해 방지용 코팅제 등 2차 제품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오산 세마 오피스텔 외부 조경 블럭(8㎡), 부산롯데타워 외벽(10㎡) 등에 시범 적용됐으며, 모두 KS 기준을 충족했다. ◇1톤당 0.63톤 탄소 감축…기술은 갖췄지만 CSC는 일반 OPC 시멘트 대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뚜렷하다. OPC는 1톤 생산 시 약 0.92톤의 CO₂를 배출하는 반면, CSC는 석회석 사용 절감과 저온 소성, CO₂ 경화 반응을 통해 약 0.63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훨씬 더 빠르게 굳고, 강도나 내구성 역시 일반 콘크리트에 준하는 수준이다. 공기가 단축되고 그만큼 비용도 줄어든다. 다만, 대량 생산이나 구조물 타설 등 본격적 현장 적용을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김영선 수석은 “성능은 확보됐지만, 생산성과 경제성, 운반성 등 다양한 변수를 더 검증해야 한다"며 “기술보다 현장성과 제도적 기반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 개발된 탄소광물화 시멘트로 이루어진 콘크리트는 초기에 강도 발현 속도가 늦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2~3개월의 양생 기간이 지나면 일반 시멘트 콘크리트와 유사한 강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CCS만 인정, CCU는 제외"…제도에 갇힌 기술 기술은 갖춰졌지만 상용화에는 제도라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 김 수석은 “정부는 탄소를 저장하는 CCS(이산화탄소 저장) 기술만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가 개발한 CCU(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직접 탄소를 줄이고 고정화시키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용화를 위한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다. 설비 추가, CO₂ 저장 및 주입 비용 등이 건설사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지금처럼 CCU 기술에 대한 지원이나 세제 혜택 없이 상용화만 요구된다면, 탄소를 줄인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관련 자재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공기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청정수소 인정제도가 시행됐지만 CSC 기술을 CO₂ 고정화로 포함시켜보려 한 시도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도와 기술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현장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 전반의 제도 혁신이 열쇠 홍 교수는 탄소중립 건축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설계·시공·유지관리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탄소저감 자재 개발에 대해 신기술 선정 품목을 확대하고, 시멘트 생산공정의 대대적인 변혁과 대체재 품질 유지를 위한 인증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광물화 시멘트 기술이 '탄소중립 건축'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기술은 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로, 탄소저감을 위한 성공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와 내구성이 다소 낮은 값을 나타내는 만큼 적용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고 향후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도 '탈탄소' 전환 박차…“기술이 생존을 가른다" 롯데건설 외에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탈탄소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SMR(소형모듈원자로)·모듈러 등을 3대 미래 사업으로 삼고, 김천 그린수소 기지 등 국내외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특히 3D 모듈러 공법과 디지털트윈 기반 운영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건축 전략으로 ESG 성과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ESG 비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원자력·수소 플랜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SMR 기반 수소 플랜트 설계에 나섰으며,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2045년까지 전사 밸류체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설정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 자회사 '카본코'를 통해 CCUS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북미·유럽 암모니아 사업, SMR 투자 등 글로벌 탄소 저감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디벨로퍼'라는 비전 아래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OSC(공장 제작 조립공법) 확대와 함께 연료전지·그린수소·BESS(배터리 저장시스템) 등 탄소중립 건축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OSC는 기존 공법 대비 약 40%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공공 부문 확대에 맞춰 인력·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각사 모두 “탄소저감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인식 아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제도 기반과 경제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에 맞춘 제도 정비와 함께,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건설 생태계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은 해체물로 탄소 줄이고, 미국은 도로에서 충전한다 이미 해외에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시멘트 관련 기술들이 일반화되고 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유럽에선 해체 건축물의 잔재에 남은 미반응 시멘트를 공기 중 CO₂와 반응시켜 순환골재로 재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에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상상 이상의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 사용되는 '해체 콘크리트 재탄산화 기술'의 경우 철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야적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자연 반응시키고, 이로 인해 알칼리성을 줄인 뒤 이를 순환골재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미 상용화됐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콘크리트를 '에너지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김 수석에 따르면 미국 일부 고속도로는 콘크리트 포장 내부에 무선 충전 코일을 내장해 전기차가 주행 중에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그는 “해외에선 콘크리트를 단순한 구조재가 아닌 에너지와 환경을 연결하는 융합재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술의 생존 과제와 시장 대응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탄소 저감 기술은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앞으로 건설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기후협약과 무역환경 변화 속에서 이러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상용화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탄소 감축 효과가 뚜렷하다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글로벌 건설 발주 시에도 탄소 감축 의무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지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성과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수석은 “CO₂ 반응 경화 기술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 국내외 공동연구와 다수의 실증 작업을 통해 완성된 기술"이라며 “현재 기술은 충분히 준비돼 있으며 이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수요처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도적 지원과 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탄소중립 건설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연이은 산재에 민관 공사 현장 철저 점검

공사 현장서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와 건설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안전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날 부로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출범시켰다. TF팀은 학계, 기관 등 외부전문가들과 직원, 노조 등 대의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그룹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모든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는 7월 28일 발생한 인명사고에 따른 것이다.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들어서만 발생한 네 번째 사망사고로,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에 이어 지난달 말 사고로 올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네 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중대재해가 연이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직접 건설사 이름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 앞서 포스코이앤씨 사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강한 질책이 이어지자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전 공사 현장에서 작업 무기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감행했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 행보도 분주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사옥을 방문해 철저한 안전 진단 여부를 주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함양~울산고속도로 사고 현장을 찾아 철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공사 현장 사망사고로 매우 엄중한 시국인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를 시공사 측에 주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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