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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또 잃지 않도록…경기도, 위험물 관리부터 현장 안전까지 전면 혁신

부천 공장 화재 순직사고 계기 6개 분야 TF 가동…12월 10일까지 종합대책 수립 위험물 취급 사업장 842곳 긴급단속서 248곳 위반 적발…관리 사각지대 드러나 보호장비·인력·처우개선과 31개 시군 협업체계 구축…현장 중심 안전대책 추진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을 막으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위험물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했는지, 현장 대응절차와 보호장비는 적절했는지, 소방대원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근무환경을 갖췄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경기도가 이 같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소방안전 혁신에 착수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16일 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대원 1명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화재 예방부터 현장 대응, 소방관 보호장비와 처우개선까지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오는 12월 10일까지 마련한다고 5일 밝혔다. 하종목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소방 현장 안전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사고 이후인 지난달 21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철저한 원인 조사와 소방관 안전 확보, 위험물 화재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도는 지난달 27일 행정1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소방·경찰 등 관계기관, 민간전문가, 소방노조가 참여하는 범기관 협의체다. TF는 총괄 조정, 불법·위험물질 대응, 소방 현장안전 혁신, 보호장비·인력·처우 혁신, 법·제도 혁신, 31개 시군 안전관리 혁신 등 6개 반으로 운영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위험물질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이다. 경기도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도내 7개 지역의 사업장 842곳을 긴급 특별단속한 결과, 248곳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점검 대상의 약 29.5%에 해당한다. 도는 입건 48건, 과태료 18건, 조치명령 184건, 관계기관 통보 74건 등 총 324건의 조치를 취했다. 적발 사업장 수보다 조치 건수가 많은 것은 한 사업장에 여러 조치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속 결과는 위험물질 저장·취급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건물 내부에 어떤 위험물질이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 진압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경기도는 불법 위험물질 저장·취급 실태조사와 관계기관 합동점검, 위험정보 공유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출동대원에게 위험물질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전달하는 방안도 주요 추진과제로 다루고 있다. 부천 공장 화재의 원인 규명도 진행 중이다. 소방대원 순직 사고는 소방청 소방합동조사단이 조사하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소방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재 원인 조사에는 6차례에 걸쳐 총 52명이 참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립소방연구원은 발화 가능성 검증과 용제 성분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조사 결과와 별개로 아파트형 공장과 소규모 위험물 취급 사업장 등 지역 산업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화재 예방 및 대응체계 개선 과제도 발굴하고 있다.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비와 인력 운영 개선도 중요한 축이다. 경기도는 소방장비와 개인 보호장비의 보유 현황 및 노후도, 소방인력 운영 실태, 근무환경과 건강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현장대원과 소방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당장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예산·제도 정비가 필요한 중장기 과제를 구분할 방침이다. 현장 안전은 장비 확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을 판단할 충분한 정보와 대응절차, 적정한 인력 배치, 대원의 건강을 보호하는 근무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법과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 도는 소방 현장안전 관련 법령과 매뉴얼, 인력 운영 및 근무제도를 점검해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제와 중앙정부에 건의할 사항을 구분할 계획이다. 31개 시군과의 협업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도와 시군, 소방 등 관계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위험정보를 연계해 지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기도형 위험물 안전관리 서비스 모델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위험물 관리와 화재 예방, 현장 대응이 여러 기관의 업무에 걸쳐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기관별로 보유한 정보가 실제 출동 현장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는지가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3일 열린 TF 제2차 전체회의에서 분야별 추진 실적과 과제를 점검했다. 앞으로 발굴된 과제를 즉시·단기·중기·장기로 나누고 현장대원과 전문가, 소방노조, 관계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종목 행정1부지사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 개선에 그치지 않고 31개 시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종합대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화재 예방부터 현장 대응, 소방관 처우개선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대책을 12월 10일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의 성패는 계획의 규모보다 현장에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위험물 정보가 출동대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보호장비와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는지, 개선된 제도가 실제 근무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한 소방대원의 희생을 계기로 시작된 안전 혁신이 또 다른 사고를 막는 실질적인 예방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경기도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李대통령이 수능 앞두고 ‘특단의 대책’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스마트안경 등 첨단기기를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오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감독관 교육과 현장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국가·공공기관과 각급 학교가 주관하는 모든 시험으로 대책을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 안경 같은 첨단 기기를 활용해서 부정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를 차단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관들의 역량 교육을 강화하고, 또 현장 대응 체계를 빈틈없이 정비해 부정 행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수능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와 공공기관, 각급 학교가 주관하는 시험 전반의 관리체계를 손보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 대통령은 “국가와 공공, 또 각급 학교들이 주관하는 모든 종류의 시험에서 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한 부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좀 신속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시험 감독관 보호 대책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감독관들이 부당한 민원에 위축되지 않고 정당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도 충실하게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성실한 노력의 가치가 부정당하지 않도록 작은 부분, 구석구석까지 공정성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가야겠다"고 덧붙였다. ◇ “복지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찾아가는 것" 이날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와 창업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기술 발전으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기존의 성장 중심 고용 모델에서 벗어나 창업을 통한 일자리와 산업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직접 새로운 산업, 기업, 시장을 만들어내는 창업 사회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거대한 창업 인큐베이터가 되어 국민 모두가 성장의 주체가 되는 국민 창업 시대로 나아가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창업과 재도전이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과정 개선과 재정 지원 확대, 규제 혁신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과 기술, 판로 개척을 아우르는 다층적 지원체계 구축도 주문했다.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성장의 성과를 내수와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확산하는 경제구조 마련도 강조했다.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 성과가 국내 소비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 경제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루려면 성장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민생 대책도 회의 의제로 올랐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와 물가 불안으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난방비 지원제도를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쪽방촌과 고시원 등 주거 취약시설의 안전점검과 한파 대응을 강화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복지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찾아가는 것"이라며 “제도를 잘 모르거나, 또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필요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고흥·사천,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공동전선’

고흥=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고흥군과 사천시가 우주항공산업의 국가적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았다. 우주발사체 산업 기반을 갖춘 고흥과 항공산업 중심지인 사천이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 우주항공산업의 성장 기반을 함께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고흥군은 5일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 개막한 '2026 국회 입법박람회'에 참가해 사천시와 공동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및 지원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국회사무처가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국민의 정책 제안을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경제·산업, 문화·예술, 미래세대, 입법 등 4개 분야의 전시와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양 지자체는 '영호남이 함께하는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및 우주산업 홍보'를 공동 주제로 내걸었다. 각 지역의 산업 기반과 주요 사업을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번 공동 대응의 핵심은 산업적 상호보완성이다. 고흥은 우주발사체 산업 기반을, 사천은 항공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두 지역의 강점을 연계하면 우주항공 분야의 연구개발과 기업 유치, 산업 집적화를 함께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우주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기술개발이 필요한 국가 전략산업이다.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국가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고흥군과 사천시는 특별법을 통해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남해안권을 우주항공산업의 주요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특별법 제정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두 지역의 역할 분담과 공동사업 추진체계, 기업 투자 유치 전략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 고흥군 우주항공전략실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고 공감을 구하는 자리"라며 “사천시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특별법 제정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 지자체는 6일까지 공동 홍보와 서명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호남의 협력이 국회 입법 논의로 이어져 국가 우주항공산업 육성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정부 821조 내년 예산 “미래성장·양극화 완화”

정부가 4일 821조 규모 내년 예산안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양극화 완화에 주력하는 '성장 주도형' 적극 재정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는 적기에 필요한 지원과 투자를 위해 예산안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과감한 투자로 성장을 이끌고 그 성장이 다시 재정 기반을 튼튼히 하는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총지출 820조9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12.8% 늘어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10.9%) 증가율보다 높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 등으로 내년 국세수입을 584조4000억원으로 잡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박 장관은 내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 두 가지 기본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첫째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담대한 투자"라며 “우리는 인공지능(AI)발 호황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남들보다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재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고 미래 성장의 토대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둘째는 민생 안정을 위한 K자형 양극화 완화"라며 “일부만 성장하는 경제로는 대한민국 전체의 도약을 이룰 수 없고, '모두의 성장'은 다 함께 잘사는 것을 넘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날 내년 예산안 관련 “새로운 기회를 앞당기는 미래 선점과 그 성과를 국민께 넓히는 성장 확산에 중점을 뒀다"며 “적기에 필요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 예산 편성의 3대 원칙으로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비효율적인 사업은 정비하고, 조세 감면보다 재정 지원을 우선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필요한 분야에 투자 재원으로 2100여개 사업을 폐지, 107조2000억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세 감면 방식으로 지원하던 1조9000억원은 재정 지원으로 전환한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지방 우대 사업은 61개로 늘린다. 아울러, 정부는 적극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지출 증가 속도를 매해 단계적으로 낮춰 나가겠다고 했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대비 3.8%포인트(p) 줄여 최근 20년 내 가장 양호한 -0.1%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전년(51.6%)보다 하락한 48.3%, 50%대 아래로 관리해 재정건전성도 개선한다는 목표다. 한 총리는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해 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을 법정 기한까지 처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또, 반도체 등 추가 세수로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은 대규모 세수를 생산적 지출로 활용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라며 “여유자금은 세수가 부족할 때 재정 여력을 보강하고, 국채 신규 발행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은 미래대응기금의 경우 주요 지출의 30%를 정부 재량으로 변경할 수 있어 '쌈짓돈'처럼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다른 금융성 기금도 마찬가지로 자변경 범위가 30%로 돼 있다"며 “자체 변경을 하더라도 국회 심의에서 삭제된 사업을 임의로 살리거나 증액할 수 없다"고 답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막 오른 예산 정국, 여야 증액 vs 삭감 신경전

내년도 820조9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증액과 삭감 규모를 놓고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모두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재정과 민생·안전 분야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불필요한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청년·생업·안전 분야에 재원을 재배분하겠다고 맞섰다. 특히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갈리면서 예산 심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의 예산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제시된 정부의 예산안은 미래선점 예산, 성장 확산 예산이고 모두의 성장 예산"이라며 “법정시한 내 처리에 대해서는 국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의 전향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제시한 4대 증액 분야는 사람·인프라 투자, 지방재정 지원, 민생경제 활성화, 안전사회 투자다. 구체적으로 어린이집 급식 개선과 보육 예산, 초·중·고교 시설 개선, 지방대학 지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철도 사업을 증액 대상으로 꼽았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창업 지원, 서민 정책금융, 공적주택 확충, 소상공인 경영 안정, 농업 예산도 늘릴 계획이다. 소방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해킹 피해 방지, 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참전 명예수당과 무공영예수당 확대도 추진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野 “정권의 돈잔치 안 돼" 반면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정권의 돈잔치가 아닌 국민의 삶을 위해 쓰이도록 이번 예산안 심의에 전심전력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삭감이 필요한 예산으로는 ▲협동조합사업 ▲사회연대사업 ▲기본사회위원회 예산 ▲민주평통 자문위원 역량사업 ▲프론티어급 AI 관련예산 등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국민 혈세로 특정 세력에게 예산 폭탄을 안겨주는 사례로 대폭 삭감 조정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 삶 해결 예산 국민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선정한 100대 문제 사업에서 27조원 이상을 감액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안전·생업·일자리·생활 불안 등 5대 분야에는 총 11조5924억원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청년의 삶 해결 3조4287억원 ▲국민 안전 2조9100억원 ▲국민 생업 2조8306억원 ▲국민 일자리 1조2250억원 ▲생활 불안 해소 1조1981억원을 배정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여야 간 재정 운용 철학의 차이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추가 세수를 미래 투자에 활용하고 경기 하강기에 민생을 지원하는 재정 안전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기금 운용이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약화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월 2일 처리까지 격돌 예고 국민의힘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예산정책처 주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104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우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전액을 국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채를 조기 상환하면 약 3조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공청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기금 조성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제도적, 안정적 장치를 좀 마련하자라는 그 취지다. 지금 골든타임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던 재원이 중앙정부가 용도를 정하는 목적성 재원으로 바뀐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예결위는 5일까지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뒤 9∼12일 경제·비경제 부처별 심사를 진행한다. 예산안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는 오는 16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슈&인사이트] 북극해 물류 혁명, 운항 기술 넘어서 규범의 리더십으로 발전해야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한 한국 해운회사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북극해를 거쳐 유럽에 도착한 뒤, 10월 11일 귀항하였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항로에 비해서 운항 시간을 크게 줄이며 50일 만에 완수한 이번 왕복 항해는, 국적 선사의 실질적인 북극항로(NSR) 운항 역량을 증명하고 물류비 절감과 수송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북극해의 유빙과 극심한 기후 변동 속에서도 첨단 항해 기술로 안전을 확보하고 통항 절차와 운항 데이터를 축적한 경험은, 극지 항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명확히 보여준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이번 항해는 한국이 북극항로의 수동적 이용국 수준을 넘어서 관련 산업까지 주도할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해양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보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운항이 입증한 이러한 가능성은, 북극의 자원 보유국인 러시아와 신흥 물동량 거점인 동남아시아를 잇는 운송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확보와 새로운 물류 수송관 구축을 추진하는 ASEAN, 그리고 북극권 개발과 항로 활성화를 도모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북극항로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핵심 공급망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자원이 북극항로를 통해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최근 사례들은, 동북아시아의 해양 관문에 적절하게 위치한 한국이 러시아의 북극항로와 ASEAN의 남방 물류망을 중계·연결하는 최적의 지리적·산업적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항해로 입증된 한국의 해운 역량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시적 지정학 지형과 결합하며,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북극항로의 상용화 이면에는 다층적 관할권(Multiple Jurisdictions)과 복합적 해사 규제라는 법적 위험도 있다. 영해에서의 외국 선박이 가지는 무해통항권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자유항행권이 UN해양법협약(UNCLOS)에 근거하여 보장되지만, 연안국인 러시아는 주요 해협에 직선기선을 적용하며 넓은 해역을 자국 내수로 편입시키고 사전 통항 허가제 및 쇄빙선·도선사 강제 탑승을 요구하며 관할권을 행사한다. UNCLOS 제234조(결빙해역)가 연안국의 환경오염 예방 권한을 정당화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ECJ)의 Bosphorus Queen 판결 등으로 확인된 강제 집행에서의 '명백한 객관적 증거'와 '비례성의 원칙' 준수 원칙이 있고, 심지어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는 제234조의 전제 조건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든다. 만약 한국 선사 소속인 파나마 국적의 선박이 러시아 연안을 항해하고 유럽에 입항한 경우와 같이 다국의 연관성이 있는 항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관할권 충돌과 억류 위험 등 복잡한 권리관계가 발생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 준수 의무와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에 따른 중유(HFO) 사용·운송 금지 및 블랙카본 규제는 선사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과 고가의 친환경 연료 전환이라는 법적·경제적 부담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깊어진 대러시아 경제제재와 해상운송계약상의 위험 분담 미비는, 상업적 운항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국영 쇄빙선사(Atomflot) 및 주요 북극 항만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여 통항료 및 쇄빙 지원금 송금 과정에서 경제제재 위반의 위험이 발생하고, 이는 글로벌 재보험사들의 담보 제공 거부나 추가 보험료 부과로 이어진다. 또한 해빙으로 인한 지연손해, 항로 변경 권한, 제재 위반 경우의 불가항력 인정 여부, 위성 통신 장애 발생의 경우 화물 손해의 면책 범위 등을 명시한 특약 없이 기존 표준 약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장기적인 다국적 소송으로 확대되어 선사 전체가 마비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한국은 팬스타 아크로호의 시범 항해를 계기로 단기적 북극항로 항해 성공을 넘어서, 법률서비스 지원체계와 정교한 계약 약관의 정립 등으로 중립적 중견국으로서 능동적 '규범 촉진자(Enabl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북극항로 출항 전부터 해역별 법적 지위와 제재 위반 여부를 검증하고, 유연한 자금 결제 및 민·관 합동 법률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해운 강국이자 북극항로 핵심 이용자로서, 친환경 쇄빙선 기술과 디지털 해빙 정보 분석 체계를 공유하는 협력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다. 한국이 보편적 국제법 원칙에 부합하는 포용적 북극 규범 제정을 이끌고 법적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때, 불확실성이 높은 북극해 무대에서 지속가능한 해상교통 질서를 주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봉철

“창업공간 넘어 투자·판로까지”…경기도, 제2판교서 스타트업 성장 지원

경기스타트업브릿지 개소 1년…120개 기업 보육·60회 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솔브레인·코스메카코리아·HFR 참여…21개 기업에 21억원 투자 13개 기업 TIPS 선정·정부 R&D 65억원 확보…기술 검증·사업화 연계 강화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경기도가 제2판교를 거점으로 민간 선도기업의 기술과 자본, 사업 경험을 결합한 창업지원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운영하는 '경기스타트업브릿지'가 그 중심이다. 창업기업의 보육부터 기술협력, 투자유치, 해외시장 진출까지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는 민간 협력형 창업 거점이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운영을 맡은 스테이션케이㈜는 코스닥 상장사인 솔브레인과 코스메카코리아, 에치에프알(HFR)이 공동 설립한 창업기획 기업이다. 지난해 9월 보육공간 개소 이후 약 1년 동안 120개 스타트업을 입주·보육하고 실무 중심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약 60회 운영했다.이 사업의 특징은 민간기업이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기술 검증과 사업화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K뷰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 컨설팅과 해외시장 진출 자문을 제공한다. 제품 개발 이후 안전성과 효능 관련 검증, 글로벌 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지원이다.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솔브레인이 분석·평가 장비와 전문인력을 활용한 기술 자문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시험·평가 인프라를 활용해 개발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통신장비 기업 HFR은 스타트업과 사업협력 간담회를 열어 공동사업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다. 사옥 내 제품 전시·홍보 공간 제공과 자회사 연계 협력도 추진 중이다. 투자 성과도 나타났다. 참여 기업들은 현재까지 21개 스타트업에 총 21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13개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TIPS에 선정돼 정부 연구개발 자금 65억원을 확보했다. 민간의 초기 투자가 정부 연구개발 지원으로 이어지면서 스타트업의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재원을 추가로 마련한 셈이다. 특히 기존 공공 창업지원이 공간 제공과 교육, 초기 사업비 지원에 집중됐다면 경기스타트업브릿지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전문성과 사업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보육기업 수나 투자 실적만으로 창업지원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술 검증을 거친 제품이 실제 납품과 매출로 이어지는지, 후속 투자를 유치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지가 장기적인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다. 경기도는 앞으로 경기스타트업브릿지를 중심으로 공공의 창업지원 정책과 민간의 투자·기술·사업화 역량을 결합해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류순열 경기도 벤처스타트업과장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초기 교육과 보육뿐 아니라 투자유치, 기술 검증, 판로 확보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원이 중요하다"며 “민간기업의 전문성과 자원을 창업기업의 성장 기회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수원페이 쓰면 5% 돌려준다”…수원시, 골목상권 소비 살리기 나서

5일부터 15일까지 추가 캐시백…1인당 최대 1만원 지급 정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연계…지역화폐 소비 촉진 예산 소진 시 조기 종료…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 주목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수원특례시가 지역화폐 추가 캐시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민에게는 소비 부담을 덜어주고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증가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수원시는 오는 5일부터 15일까지 지역화폐 '수원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결제 금액의 5%를 추가로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추진하는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한 지역 소비 촉진 사업이다. 대규모 소비 행사에 지역화폐 혜택을 더해 소비자의 발길을 동네 상점으로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 기간 수원페이 가맹점에서 수원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5%를 추가 캐시백으로 받을 수 있다. 1인당 최대 지급액은 1만원이며, 확보된 예산이 모두 소진되면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행사가 종료된다. 예를 들어 수원페이로 10만원을 결제하면 5000원, 20만원을 결제하면 최대한도인 1만원을 추가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혜택은 행사 기간의 누적 결제액과 지급 한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지역 내 매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지역화폐는 지정된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만큼 추가 캐시백이 동네 음식점과 생활밀착형 점포 등의 소비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지출하더라도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행사 기간 신규 고객을 확보하거나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기회가 된다. 다만 단기간의 소비 지원이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행사 기간에 집중된 소비가 종료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 점포의 경쟁력 강화와 고객 확보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예산 소진에 따른 조기 종료 가능성도 변수다. 시민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행사 기간과 지급 한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원시는 이번 이벤트가 시민들의 지역화폐 이용을 확대하고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추가 캐시백 지원이 시민들의 소비 부담을 덜고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소비자물가 당분간 2%대 후반 상승률 이어갈 듯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2%대 후반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물가는 9월 2.9%에 이어 10월에도 2.8% 올랐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도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큰 폭 올랐고, 중동전쟁 여파로 기름값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크다 보고, 11월에도 2%대 후반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 2.6%를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3.1%에서 9월 2.9%로 낮아진 뒤 두 달째 2%대 후반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7%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p) 끌어내렸다. 농산물이 7.5% 하락했는데 배추(-11.8%), 열무(-30.6%) 등 채소류가 11.2% 큰 폭으로 내렸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5.4% 올랐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태풍 피해가 없고 작황 호조로 채소류 가격이 하락했다"며 “농축수산물 하락세가 2%대 물가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가공식품이 상승 추세라서 향후 김장 물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가공식품은 2.9% 상승해 전월 2.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즉석식품이 12.4% 올랐고, 빵 5.9%, 라면 1.4% 등도 상승했다. 최근 출고가 인상과 함께 추석 기간 할인 행사가 종료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외식 물가도 2.9% 상승해 전월(2.5%)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올해 2월(2.9%) 이후 가장 높았다. 생선회(5.9%) 가격 등이 오른 영향이다. 중동 긴장 격화로 석유류도 14.9%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유 19.7%, 휘발유 11.6% 올랐다. 석유류 상승으로 전체 물가를 0.56%p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 상한성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0.8%p 낮췄다고 봤다. 밥상물가를 보여주는 신선식품지수는 채소가 하락 등 영향으로 6.2% 내렸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6% 올랐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세에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고 물가 상방 압력도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올해 1~10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11월에도 2%대 후반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은 물론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도 웃도는 수준이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김장철 물가 상승에 대비, 50% 김장재료 할인 등 역대 최대 규모 약 640억원의 김장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권 차관은 “물가는 통계가 아니라 장바구니로 평가받는다"며 “물가 상방 압력과 리스크도 남아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물가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도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측 압력 증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821조 예산을 읽는 국민계정의 문법

11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의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올해 본예산 728조 원에서 또 한 번 크게 늘어난 숫자다. 이런 수치를 마주할 때 우리는 흔히 “나라 곳간이 비는 것 아니냐"는 걱정부터 하지만, 정작 그 돈이 경제 전체의 어디로 흘러 무엇과 연결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오늘은 거시경제학이 오래전부터 써온 가장 기본적인 문법, 바로 국민계정(national accounts)의 눈으로 이 예산을 읽어보고자 한다. 출발점은 단순한 상식 하나다. 한 나라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보다 더 많이 쓰면, 그 차액은 어디선가 빌려올 수밖에 없다. 가계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거시경제학은 이 '쓴 것'을 흡수(absorption)라고 부른다. 소비와 투자를 모두 합한, 한 나라가 한 해에 실제로 흡수한 자원의 총량이다. 그리고 이 흡수가 국민소득을 넘어서는 그만큼이 바로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난다. 식으로 쓰면 '경상수지 적자 = 국내흡수 − 국민소득'이라는 한 줄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뜻은 명료하다. 경상수지란 결국 우리가 번 것보다 많이 썼는가, 적게 썼는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큰 폭의 경상흑자를 내고 있다는 말은,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바꾸면, 우리가 버는 것보다 덜 쓰고 그 차액을 해외에 빌려주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예산 이야기와 만난다. 국민계정 항등식은 경제를 민간과 정부로 나누어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면 '민간투자 = 민간저축 + 정부수지 + 경상수지 적자'라는 관계가 드러난다. 이 식이 품은 메시지는 묵직하다. 정부의 수지가 나빠지는 것, 즉 정부가 저축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은 공짜로 일어나지 않는다. 반드시 셋 중 하나로 상쇄되어야 한다. 민간의 투자가 줄어들거나, 민간의 저축이 늘거나, 아니면 경상수지 흑자가 줄고 적자가 커지거나다. 이것은 어떤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회계적으로 반드시 성립하는 항등식이다. 821조라는 확장예산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재정이 건전한가"라는 추상적 물음이 아니라, “그 적자의 청구서를 민간투자가 받을 것인가, 민간저축이 받을 것인가, 아니면 경상수지가 받을 것인가"라는 구체적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에는 그 청구서를 받아낼 완충판이 있다. 반도체가 이끄는 사상 최대의 수출과 그로 인한 대규모 경상흑자다. 민간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덜 쓰며 쌓아 올린 이 거대한 저축이, 정부의 확장재정을 떠받치는 바닥이 되어주고 있다. 앞의 항등식으로 말하면, 늘어난 정부지출이 아직은 두터운 민간저축과 경상흑자에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역대 최대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경상수지의 변화를 읽을 때는 그것이 '흡수'가 늘어서인지 '소득'이 줄어서인지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상흑자는 소득, 즉 반도체 수출이 워낙 크게 늘어난 데서 온다. 이것은 바람직한 흑자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소득의 원천이 지나치게 한 곳에 쏠려 있다는 데 있다. 만약 반도체 경기가 꺾여 수출이라는 소득이 얇아지는데, 흡수 쪽에서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항등식은 냉정하게 작동한다. 소득이 줄어든 만큼 경상흑자가 쪼그라들고, 그래도 재정적자가 계속 벌어진다면 그 간극은 결국 경상수지 적자로, 혹은 민간투자의 위축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의 완충판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의 흑자가 두터울 때 재정의 씀씀이가 어떤 성격인지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중요한 것이다. 같은 재정적자라도 그 돈이 미래의 소득을 키우는 투자에 쓰였는가, 아니면 당장의 소비를 늘리는 데 쓰였는가에 따라 항등식이 주는 함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의 생산능력을, 또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투자라면, 지금의 적자는 내일의 더 큰 소득으로 돌아와 스스로 청구서를 갚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반대로 당장의 소비를 메우는 지출이라면, 그것은 민간저축을 당겨쓰거나 경상흑자를 깎아내는 순수한 비용으로만 남게 된다. 821조 원을 평가하는 올바른 자리는 '총액이 크다, 작다'의 다툼이 아니라, 바로 이 '성격'을 따지는 자리여야 한다. 국민계정은 뭔가 화려한 이론이 아니다. 번 만큼 쓰고, 덜 쓰면 남고, 더 쓰면 빌린다는, 가계부의 상식을 나라 단위로 옮겨놓은 회계의 문법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이 문법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역대 최대의 예산과 역대 최대의 경상흑자가 하나의 항등식 안에서 서로를 나란히 마주 보고 있다. 흑자라는 완충판이 두터운 지금, “늘어난 정부의 씀씀이는 내일의 소득을 키우는 투자인가, 아니면 오늘의 소비를 당겨쓰는 순수한 비용인가"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될 것이다. 그 답에 따라 지금의 현재 역대급 재정흑자가 미래의 축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어려운 시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청구서로 돌아올지가 달려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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