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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820조 예산안 野 설득 나서

이재명 대통령이 2027년도 예산안의 방향으로 '모두의 성장'을 내걸고 성장동력 확충과 불평등·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정 투자를 강조했다.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청년·지방·미래산업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수도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방도 함께 잘 사는 나라, 성장의 결과뿐이 아닌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경제 회복 성과도 부각했다. 그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로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던 우리 경제의 흐름을 되돌리고 어려운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기간, 정부는 두 차례의 추경과 확장적 본예산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중동전쟁의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와 민생을 지켜냈다"며 “그 결과 우리 경제는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시권" 경제 성과로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수출 증가, 국민소득 향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40여 년 만에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올해 상반기에만 3.8%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활약으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1인당 국민총소득도 4만 달러를 넘으며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세계 6번째로 '5040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라 경제는 좋아졌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거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며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대규모 민생 일자리와 서민 금융, 주거 안정 등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획기적인 대규모 민생 일자리, 서민 금융, 주거 안정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넘어 사각지대 없는 두툼한 사회안전매트를 지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단단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위기에 대비한 경제안보 투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급망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안보 체계를 갖추기 위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자원안보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 비축시설을 2000만 배럴 추가 확충하고, 핵심광물 확보와 해외 공급망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선도국가 만들 미래선점"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가 마련한 2027년 예산안은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지향하며 선도국가로 만들어 갈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재정 운용의 핵심 장치로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했다. 추가 세수는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여유자금은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지출 효율화와 지방 우대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담대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우선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우대한다"고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재정지출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2100여 개 사업 폐지를 포함하여 6476개 사업, 총 107조 2000억원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혼인·출산 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1조9000억원은 재정지원으로 전환하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지방우대 사업도 61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과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투자"라며 “우리가 이룬 경제적 성취에 걸맞게, 국민이 누려야 할 삶의 수준과 국가의 미래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도록 살림 규모를 키운 것"이라고 했다. ◇“국가채무 비율 48.3%로 낮아질 것" 재정 건전성 개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48.3%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MF, OECD 등 국제기구와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재정수지 개선과 미래대응기금의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야별 예산에서는 취약계층 복지와 청년 지원 확대를 앞세웠다. 청년 예산은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방주도성장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원을 투자한다. 미래산업 투자에서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했다.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73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여야의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 그는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밖으로는 국가대항전의 치열한 경쟁에서 국익 확보를 위해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격차 완화와 성장동력 확보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정부는 심의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與 “대한민국 미래 준비" vs 野 “재정 적자 해소 뒷전"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갈렸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AI·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청년·인재 양성에 투자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예산안"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산업 경쟁에서 투자할 때를 놓치면 미래의 일자리도, 나라 곳간을 채울 성장동력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미래 투자를 뒤로 미루는 것만이 재정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주장한다"며 “낭비가 걱정된다면 예산 심사에서 걸러내고, 기금 운용이 우려된다면 통제 장치를 보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세수 증가만 믿고 경기 침체 대비와 재정 적자 해소는 뒷전으로 미룬 채 지출을 12.8%나 늘린 무책임한 편성"이라며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편법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호남 반도체 지원 사업과 대미 투자 등 대형 국책사업마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국회 심의를 패싱한 채 기금 등으로 우회 투입되고 있다"며 “일시적 세수 호황에 기대어 2년 새 예산을 150조원가량 늘리면서 국가재정법상 채무 상환 의무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슈&인사이트] 반도체의 두 얼굴

지난달 26일 코스피는 5,469로 마감했다. 코스피 5,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여섯 달 만이다. 6월과 7월 한때 9,100선을 넘보며 “만스피"라는 말이 돌던 지수를 떠올리면, 올 한 해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쌓아 올린 탑이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흔들린 셈이다. 그런데 같은 날 외환시장의 풍경은 정반대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3원으로, 주요 교역국 통화와 비교할 때 우리 원화의 가치는 약 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불과 넉 달 전 1,600원에 육박하여 필자가 우려하던 바로 그 환율이다. 이제 그림이 바뀌어 한쪽에서는 주가가 급락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상전벽해가 불과 넉 달 만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에 따르면 주가와 원화 가치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주가가 무너지면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고, 그 과정에서 원화를 팔아 달러로 바꾸니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26일 하루에만 7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런데도 원화 강세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라는 두 지표의 방향이 계속 엇갈리는 기묘한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 답은 이미 우리가 아는 단어에 있다. 반도체다. 지금 증시를 끌어내리는 힘도, 원화 가치를 떠받치는 힘도 모두 같은 요소에서 나온다. 먼저 환율을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가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다. 수출 대기업들이 이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국은행이 그 흐름에 더욱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반도체가 증시에서는 정반대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다. 미국에서는 거대 인공지능 기업의 매출 규모를 둘러싼 논란과 데이터센터 업체의 신용위기, 빅테크의 투자 부담이 잇따라 불거졌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기업이 차세대 제품 양산 계획을 내놓으며 공급과잉 공포가 시장 전반에 번졌다.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달고 가장 높이 날아오르던 반도체주가, 그 꿈이 흔들리며 가장 깊이 추락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반도체가 정말 든든한 보험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안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할 일이 아닌가 싶다. 바로 그 반도체가 흔들리는 순간 주가는 추락하고, 원화 가치마저 동시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장의 우려로 남아 있는 반도체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이를 선반영해 온 증시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동시에 원화 가치를 떠받치던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던 두 시장이, 그때는 나란히 아래를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성적표 위에서 짙어지고 있다. 바로 이번 주,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영업이익 83조 원대를, 삼성전자는 29일 107조 원대를 발표하며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전대미문의 실적이다. 그러나 시장이 바라보는 곳은 이 빛나는 지난 성적표가 아니라, 그 이익을 떠받친 메모리 가격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라는 물음인 듯하다. 사상 최대 실적에 증시는 다시 크게 반등했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회복의 시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이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원화의 강세는 튼튼한 경제구조의 증거라기보다, 소수의 반도체 품목에 과도하게 기댄 우리 경제의 민낯일 수 있다. 여기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와 20여 년 만의 고점에 올라선 미국 국채금리까지 더해지면, 에너지를 수입하고 반도체를 수출하는 우리 경제에 그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울 수 있다. 주가가 부진한데 원화만 홀로 빛나는 지금, 많은 이들이 원화 강세에서 위안을 찾기 쉽다. 그러나 필자는 그 빛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횃불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될 때, 부디 함께 웃는 얼굴이기를 바랄 뿐이다. bienns@ekn.kr

[EE칼럼] 손님이 하나뿐인 시장의 탄소 가격

시장가격을 믿을 수 있는 건 사고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값을 매긴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온실가스 한 톤을 줄이는 데 대략 얼마가 드는지를 시장이 알려 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발전'을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바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경쟁을 시키겠다며 다섯으로 나눈 지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주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회사가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에는 발전회사들이 정부 경매에서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2030년에는 절반에 이르는데, 경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바로 그 무렵에 가장 큰 손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파는 쪽은 정부 하나였으니, 이제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사실상 하나 (즉 쌍방독점, Dual Monopoly)인 경매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매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가 된 회사로서는 굳이 높은 값을 써낼 이유가 줄어들고, 정부가 정해 둔 최저 낙찰가 근처에서 응찰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매 가격은 감축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니라 한 회사의 입찰 전략으로 정해지게 된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최저 낙찰가가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인데, 통합 회사는 거래소에서도 가장 큰 거래 주체이니 경매 가격과 거래소 가격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맞물릴 여지도 없지 않다.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석탄 비중이나 가동률이 서로 다른 다섯 발전사 사이의 거래가 적지 않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데, 통합이 되면 이 거래는 한 회사 안의 장부 정리로 바뀐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가격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쉬워진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축으로 남긴 배출권을 팔려 해도 가장 큰 매수자가 하나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값은 낮아지기 쉽다. 배출권 값이 낮아지면 당장 발전 비용 면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감축 투자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감축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은 아닌데도, 시장은 그렇게 읽게 된다. 그 가격이 감축의 실제 비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낮게 형성된 것이라면 기업들은 해야 할 투자를 미루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주요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리 탄소 가격은 신호로서의 의미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 5사가 경매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니 통합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요독점이 곧바로 가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통합 회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맡은 만큼 지배적 사업자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시장에서는 그런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배출권 시장에서 통합 회사가 사실상 유일한 큰손이 되고 가격에 하락 요인이 하나 더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기업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근거까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더더욱 통합 이전에 따로 짚어야 한다. 우선 한 회사가 경매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지금의 낙찰 한도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한도를 그대로 두면 통합 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사지 못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한도를 풀면 수요독점을 제도가 인정해 주는 꼴이 되니, 어느 쪽이든 통합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한다. 최저 낙찰가를 거래소 가격이 아니라 미리 공표한 경로에 묶거나, 경매 참여자를 넓혀 사는 쪽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산절차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지겠지만, 가격을 한 회사의 손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소 가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그 가격을 지키는 일까지 통합 설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한미 조선협력센터’ 등 사례 보니…정상외교 성과, 수출·수주 연결

정부가 정상 간 경제외교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수주 계약으로 연결되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한다. 올해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 포스코퓨처엠의 베트남 음극재 공장 착공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부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경제5단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제4차 정상 경제행사 성과관리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정상 경제외교의 주요 성과를 점검했다. 경제5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석했다. 조선 분야의 경우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정상외교 후 한미 간 조선협력센터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월 미국 순방을 계기로 미국 측과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산업부는 올해 5월 미국 상무부와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MOU를 맺었다. 6월에는 정책금융기관과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하는 한미 조선협력투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어 7월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열었다. 국내 기업의 조선업 관련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정부가 뒷받침한 결과물이란 평가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4월 베트남 순방을 계기로 3570억원 규모의 음극재 공장 건립 프로젝트 승인을 확보했다. 이후 정부는 한국·베트남 산업장관 면담에서 베트남 측의 지원을 요청했다. 양국 간 정부 협의를 거쳐 지난 7월 이차전지 배터리에 사용되는 음극재 공장을 착공했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물질이다. 정부는 이번 베트남 내 공장 설립을 통해 음극재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다. 아트박스의 카자흐스탄 진출 사례도 공유됐다. 지난해 다른 매장 안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in-Shop) 방식으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아트박스는 코트라와 협업해 올해 6월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계기 비즈니스 행사에서는 현지 업체 카시아 임포츠(Casia Imports)와 300만 달러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향후 추진될 정상 경제외교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신시장 진출 수요와 현지 애로사항이 정부 간 논의와 경제 행사에 연계될 수 있도록 민관 합동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국가별 전담 관리체계를 통해 협력사업 이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관계부처와 상대국 정부 간 양자 채널을 활용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어려움도 해소하기로 했다. 경제5단체와 코트라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1대1 수출상담회 등 후속 지원에 나선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TF의 역할은 정상 경제외교를 바탕으로 물꼬를 튼 경제협력 기회들이 우리 기업의 실질적인 수출과 수주 성과로 직결되도록 끝까지 챙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민관이 원팀으로 사후관리와 기업 애로 해소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국민연금 수급자 800만명 넘…10명 중 7명은 월 60만원도 못 받아

국민연금 수급자가 올해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처음 400만명을 돌파한 지 1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30년에는 수급자가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전체 수급자의 3분의 2가 월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31일까지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806만21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령연금과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 연금급여와 일시금 수급자를 포함해 올해 1~7월 한 차례라도 국민연금을 받은 사람을 집계한 수치다. 해당 기간 연금을 받은 뒤 사망한 수급자도 포함됐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고령인구 증가와 제도 성숙에 따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수급자는 402만8671명으로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후 11년 만에 800만명 선까지 증가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입 기간을 채우고 수급 연령에 진입하는 세대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수급자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8월 내놓은 '중기재정전망(2026~2030)'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수급자는 연간 약 828만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액은 총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행 63세에서 64세로 높아지는 2028년에는 수급자 증가 속도가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전체 수급자는 2028년 약 900만1000명까지 늘어난 뒤 2030년에는 약 1006만명으로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4년 뒤에는 국민 5명 중 1명꼴에 가까운 규모가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수급자 증가와 비교해 실제 받는 연금액은 여전히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7월 기준 월 수급액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20만원 이상 40만원 미만' 수급자가 전체 786만3299명 가운데 299만1230명으로 38.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40만원 이상 60만원 미만'이 166만6760명으로 21.2%를 차지했다. 월 20만원도 받지 못하는 수급자 역시 53만5279명으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월 수급액이 6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급자는 전체의 66.0%다. 국민연금 수급자 10명 가운데 약 7명이 한 달에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가입 기간과 가입 기간 중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제도 도입 초기 가입했거나 가입 기간이 짧은 고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향후 장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평균 수급액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문제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글로벌 AI 허브 유치 나선 경기도…31개 시군 묶는 산업 생태계 승부수

고양 킨텍스서 전문가 200여 명 참여 유치전략 포럼 개최 산업·연구 인프라와 국제협력 연계…중소기업 AI 전환 지원 구상 정부 입지 공모 앞두고 대응 본격화…지역 간 성과 공유가 관건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경기도가 정부의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위해 산업과 연구개발, 국제협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 마련에 나섰다. 단순히 국제기구 협력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내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31개 시군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지페어 코리아(G-FAIR KOREA) 2026' 현장에서 '경기도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AI 대전환, 경기와 세계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김태형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장, AI 전문가와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AI 허브는 정부가 유엔 산하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등과 협력해 국내 구축을 추진하는 국제 AI 다자협력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입지 선정 공청회를 열었으며 후보지 공모와 평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최종 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12일 유치 추진 지원단을 출범시키고 시군 및 공공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경기도의 산업적 강점을 국제협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글로벌 AI 허브가 정책 연구와 국제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신산업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우 세종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AI 대전환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을, 김용호 성균관대 교수는 AI와 과학기술혁신을 연계한 글로벌 과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정책대담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업 집적도, 산업 현장의 AI 수요를 활용해 국제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기도가 가진 강점은 다양한 산업과 연구기관,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설 유치 자체가 곧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 성과를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허브가 특정 지역에 들어서더라도 도내 다른 시군과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주형철 경제부지사는 “글로벌 AI 허브가 도내 어느 곳에 자리 잡더라도 31개 시군과 도내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유치 전략에 반영하고 정부 공모와 평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성패는 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국제협력을 실제 산업 현장의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가 제시할 구체적인 산업 연계 전략과 시군 협력 방안이 향후 평가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수출, 11월 1조달러 “확실시”…“반도체 호황에, 벌써 9000억달러 돌파”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이 사상 첫 9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연간 1조 달러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액이 9월부터 2개월 연속 1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11월 중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이달 안에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1조 달러 달성 기록을 쓰게 된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1152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93.7% 증가했다. 지난 9월(1211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고, 두 달째 1100억 달러 이상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 수출로 보면 9300억 달러로 전년보다 60.6% 증가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연 수출 1조 달러까지 700억 달러 남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10월에도 우리 수출이 1100억 달러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1월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1995년 첫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지속 증가해 지난해 7093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인공지능(AI) 호조세에 힘입어 단숨에 9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1조 달러를 눈앞에 두게 됐다. 10월에도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59.4% 급증하며 두 달 째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높은 수출 단가와 물량이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도 34% 증가했다.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선박과 생활용품을 제외한 18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컴퓨터 수출은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서버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전년보다 496.6% 급증한 5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도 애플 신제품 출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19억5000만 달러로 6.7% 증가했다. 자동차 또한 18.1% 증가한 6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조업일수 증가와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10월로는 최다 실적이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시장 중 7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반도체·석유화학 호조로 133.6% 급증한 26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도 반도체·컴퓨터·전기기기 등 AI 관련 품목과 자동차·철강 동반 증가로 185.8% 늘어난 249억 달러를 달성했다. 10월 수입은 36.0% 증가한 727억8000만 달러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425억 달러 흑자를 봤다. 두 달째 400억 달러 이상이고, 올해 1~10월 누적으로는 2949억 달러 흑자다. 정부는 연말까지 견조한 수출 증가세와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내 1억 달러 목표 달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주요국과의 통상협력을 강화해 중소·중견기업까지 수출 성장의 성과를 폭넓게 누릴 수 있게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E칼럼]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식욕이 크게 높아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로토닌(serotonin)이 일조량 감소에 따라서 같이 감소하는 것이 가을철 식욕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계절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입맛대로 먹다가 보면 '이렇게 먹다가는 사달이 나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무언가 본래부터 잘못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과장하거나 숨기다가 결국 문제가 터질 때 사용한다.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터질 때도 '사달이 난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상통하고,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와도 짐짓 연결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에는 주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버스나 전차에 먼저 적용되었었다. 2018년 파리 국제 모터쇼 때 프랑스는 자국의 모빌리티 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자율주행 버스를 행사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기자들을 태운 버스 앞을 그만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가 가로막았고, 버스는 급정거와 함께 크게 경적을 울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기자가 귀국한 후 이 사건을 두고 적은 신문 만평의 제목도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였다. 인류가 살아온 내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청소부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면 청소부에게 급정거와 경적을 울려 쫒기보다는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였을 것이라는 거다. 기자는 만평에 그때 영국 기자가 전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기계 따위가 사람에게...'. 하지만 기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다. 자율주행이 이렇게 빨리 상용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AI, 즉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의 자리에 등판한 것 같다. 환호성을 지르며 곧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하는 이들도 많고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0 퍼센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비관론도 그 힘을 기르고 있다. 인공지능 호황이 일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걱정하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건설할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필요한 전력과 물 부족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정유산업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급에서의 큰불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막아버리자 우리나라가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유와 항공유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기 떄문이다. 얼나마 급한지 EU조차도 공급망와 안보를 들먹이며 정유시설의 추가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석유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유사들은 수출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고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너지 관련 모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급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정책을 1년 가까이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인 지금, 에너지 절약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는커녕 가격 안정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 결국에는 사달이 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모두 넋이 나가도 안 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과 합의만을 이야기한다면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유산업은 호황인데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 제도들을 유지한다면 시장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을 모두 놓치는 것이 된다. 늘 거기서 사달이 나지만 또 늘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 비만만 걱정하면 가을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혜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걱정만 하고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에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그게 높일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bienns@ekn.kr

목포 수산식품수출단지 준공…수출산업 새 거점

목포=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목포에 국내 첫 수산식품수출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역 수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원물 생산과 유통 중심이던 수산업을 가공·연구개발·수출 중심으로 확장하는 산업 거점이 될지 주목된다. 목포시는 30일 대양일반산업단지에서 목포수산식품수출단지 준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강성휘 목포시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이형완 목포시의회 의장, 수산업 유관기관과 기업 관계자, 지역주민 등이 참석했다. 해양수산부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첫 번째 사업인 이 단지는 총사업비 1,179억 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국비는 770억 원, 지방비는 409억 원이며, 대양일반산업단지 내 2만8,133㎡ 부지에 연면적 4만6,612㎡ 규모로 조성됐다. 건물은 지상 4~5층 규모의 2개 동으로 구성됐다. 주요 시설은 임대형 가공공장 36개실과 마른김거래소, 연구시설, 수출지원센터, 냉동·냉장창고 등이다. 수산식품 기업들이 제품 생산과 가공은 물론 연구개발, 보관·물류, 해외시장 진출까지 연계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집약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임대형 가공공장은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을 충족하는 시설로 조성됐으며, 기업 규모와 사업 계획에 따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형·중형·소형으로 구성됐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가공시설을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부담을 줄이고, 중소 수산식품 기업의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목포시는 현재 가공공장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모집 내용에 따르면 전체 36개실 가운데 대형 2실, 중형 10실, 소형 17실 등 모두 29개실을 모집 대상으로 안내했다. 입주 대상은 수산물 가공과 저장·처리 관련 기업이며, 재무구조와 수출 계획,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할 예정이다. 최초 입주 기간은 5년으로, 평가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 입주기업 지원도 생산시설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운영기관인 목포수산식품수출센터를 통해 가공·수출 교육과 품질관리, 인증 지원, 연구개발 및 제품 고도화 등을 연계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수출 마케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공동 연구장비와 공용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 간 기술·정보 교류와 협력 기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는 해남·완도·진도·신안 등 서남권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집산지로, 김을 비롯한 해조류와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번 단지는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단순 유통하는 데서 나아가 가공식품과 수출 상품으로 개발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목포시는 마른김거래소를 중심으로 김 거래 기반을 조성하고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지역 수산식품의 판로 확대와 수출 증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입주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기업 수요에 맞는 후속 지원사업을 발굴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강성휘 시장은 “목포수산식품수출단지 준공은 목포 수산식품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의 성장과 수출 확대를 적극 뒷받침해 목포를 고부가가치 수산식품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영광 40조 해상풍력, 군사구역 벽 넘을까…국방부에 협의 요청

영광=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영광군이 약 40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군사구역 중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에 관계기관 간 범정부 협의를 요청했다. 국가안보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정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두희 국방부 차관을 만나 영광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군사구역 중첩 문제 해소와 관계기관 협력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광 해역에서는 풍부한 풍황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용량 약 4GW, 사업비 약 40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미래산업 육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부 발전사업 예정지가 군사작전 및 훈련 구역과 겹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위해서는 군사작전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관계기관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군사시설과 작전 관련 사안은 국방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검토가 수반돼야 해 지방자치단체나 개별 사업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영광군의 설명이다. 협의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 일정과 투자 결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장 군수는 이날 면담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작전과 훈련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면서도 국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해상풍력 개발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방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군사작전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전제로 발전시설의 위치와 배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계기관 합동 검토와 실무협의를 통해 군사작전과 해상풍력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번 건의는 정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정책과도 연계된다. 지난 3월 시행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하고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정책조정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영광군은 이러한 국가 차원의 협력체계를 활용해 군사구역 중첩 문제를 해소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사구역과 발전사업 간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지면 해상풍력 개발에 대한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기업 참여와 일자리 창출, RE100 기반 산업 유치 등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일 군수는 “국가안보와 에너지 안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중요한 국가적 책무"라며 “국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면밀한 검토와 협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영광군의 건의사항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광군은 앞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군사작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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