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027년도 예산안의 방향으로 '모두의 성장'을 내걸고 성장동력 확충과 불평등·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정 투자를 강조했다.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청년·지방·미래산업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수도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방도 함께 잘 사는 나라, 성장의 결과뿐이 아닌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경제 회복 성과도 부각했다. 그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로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던 우리 경제의 흐름을 되돌리고 어려운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기간, 정부는 두 차례의 추경과 확장적 본예산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중동전쟁의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와 민생을 지켜냈다"며 “그 결과 우리 경제는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시권" 경제 성과로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수출 증가, 국민소득 향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40여 년 만에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올해 상반기에만 3.8%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활약으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1인당 국민총소득도 4만 달러를 넘으며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세계 6번째로 '5040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라 경제는 좋아졌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거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며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대규모 민생 일자리와 서민 금융, 주거 안정 등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획기적인 대규모 민생 일자리, 서민 금융, 주거 안정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넘어 사각지대 없는 두툼한 사회안전매트를 지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단단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위기에 대비한 경제안보 투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급망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안보 체계를 갖추기 위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자원안보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 비축시설을 2000만 배럴 추가 확충하고, 핵심광물 확보와 해외 공급망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선도국가 만들 미래선점"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가 마련한 2027년 예산안은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지향하며 선도국가로 만들어 갈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재정 운용의 핵심 장치로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했다. 추가 세수는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여유자금은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지출 효율화와 지방 우대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담대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우선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우대한다"고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재정지출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2100여 개 사업 폐지를 포함하여 6476개 사업, 총 107조 2000억원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혼인·출산 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1조9000억원은 재정지원으로 전환하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지방우대 사업도 61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과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투자"라며 “우리가 이룬 경제적 성취에 걸맞게, 국민이 누려야 할 삶의 수준과 국가의 미래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도록 살림 규모를 키운 것"이라고 했다. ◇“국가채무 비율 48.3%로 낮아질 것" 재정 건전성 개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48.3%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MF, OECD 등 국제기구와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재정수지 개선과 미래대응기금의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야별 예산에서는 취약계층 복지와 청년 지원 확대를 앞세웠다. 청년 예산은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방주도성장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원을 투자한다. 미래산업 투자에서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했다.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73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여야의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 그는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밖으로는 국가대항전의 치열한 경쟁에서 국익 확보를 위해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격차 완화와 성장동력 확보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정부는 심의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與 “대한민국 미래 준비" vs 野 “재정 적자 해소 뒷전"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갈렸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AI·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청년·인재 양성에 투자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예산안"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산업 경쟁에서 투자할 때를 놓치면 미래의 일자리도, 나라 곳간을 채울 성장동력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미래 투자를 뒤로 미루는 것만이 재정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주장한다"며 “낭비가 걱정된다면 예산 심사에서 걸러내고, 기금 운용이 우려된다면 통제 장치를 보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세수 증가만 믿고 경기 침체 대비와 재정 적자 해소는 뒷전으로 미룬 채 지출을 12.8%나 늘린 무책임한 편성"이라며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편법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호남 반도체 지원 사업과 대미 투자 등 대형 국책사업마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국회 심의를 패싱한 채 기금 등으로 우회 투입되고 있다"며 “일시적 세수 호황에 기대어 2년 새 예산을 150조원가량 늘리면서 국가재정법상 채무 상환 의무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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