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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깬다…李, 첨단산업 지도 다시 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다. 1000조 원을 넘어서는 전체 투자 규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광주·전남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만난 이후 삼성전자의 광주·전남 반도체 전공정 팹(fab) 투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전공정 팹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망라한 투자로 광주·전남 클러스터에 먼저 힘을 보탰다. 투자가 현실화되면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내 첨단산업 지형도가 호남(반도체)·영남(피지컬 AI)·충청·강원(AI 데이터센터) 등 권역별 특화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3대 권역별 산업 특화다.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남 창원·사천 등 영남권에는 한화·두산 등을 중심으로 우주항공과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종합 벨트'가 조성된다. 강원(동해)과 충청(당진)에는 GS그룹 등이 주도하는 기가와트(GW)급 통합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첨단산업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본격화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첨단산업의 뼈대가 될 이 구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까지는 개선해야 할 인프라 과제도 적지 않다. 전공정 팹 1기를 가동하려면 20만 평 규모의 부지와 하루 20만t 수준의 용수, 1GW 안팎의 전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만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건 현실"이라며 “지자체 간에 협업이 있어야 한다. 전남은 전기, 다른 지역은 부품과 소재, 또 다른 지역은 용수 이런 식으로 특색을 갖고 협업해 넓혀나가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부지 확보는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3지구(339만㎡), 빛그린국가산업단지(407만㎡), 군공항 이전 부지(826만㎡) 등이 이미 가동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289만㎡),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415만㎡)와 맞먹는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용인 산단은 2050년 하루 109만t 이상의 용수 부족이 예상돼, 광주·전남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광주는 장성호와 영산강, 용연정수장 등을 활용해 물량 자체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평가지만, 관건은 '양'이 아닌 '질'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 공정인 만큼 고순도 수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확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반도체 팹 1기는 대형 원전 한 기와 맞먹는 24기가와트시(GWh)급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팹에서는 0.01초의 순간 정전조차 조 단위 손실로 직결되는 탓에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조성 중인 클러스터의 총 전력 수요는 5.8GW에 달하지만, 3·4기 팹에 공급할 전력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자립도 197%(전남 기준)인 호남은 수치상 최적지로 꼽힌다.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영남권과 달리, 호남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기반의 잉여 전력이 풍부하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5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해남은 풍부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 전력 수요 충당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태양광·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미세한 전압 변화조차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반도체 라인은 단 1밀리초(0.001초)의 전압 강하로도 수백억 원의 웨이퍼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양'을 넘어 '질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각적인 보완 과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호남권 클러스터의 성패는 단순히 전력이 많다는 차원을 넘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정제해 반도체용 '1급수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호남권 계통에 동기조상기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무탄소 기저전원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인프라 투자를 선행해야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빛 원전의 계속운전, 여수 권역과 경상권 원전 단지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확충, 광주 권역의 LNG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정 팹 관리에 필요한 석·박사급 엔지니어 수천 명의 지방 근무 기피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경기 평택·이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에 산업단지를 구축할 당시에도 우수 인력의 지방 이주 기피로 고전한 사례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29일 발표를 시작으로 후속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30일에는 SK가 광주에서, 다음 달 2일에는 삼성이 충남 아산에서 각각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후공정 기반을 살려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천안·온양 캠퍼스의 후공정 고도화를,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3高 악재’ 하반기 경제 전망…정부 낙관에 “성장 0.1%p 그쳐”

올 하반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 속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다. 동시에 내수 회복과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외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합의에도 재봉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파괴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고환율,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상은 성장률 반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잔불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경제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 정부, 하반기 성장률 상향 조정 예고…종전 후 성장 '제한적' 정부는 종전 합의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전 합의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하반기 전망으론 나쁠 것이 없다"며 “국제유가가 계속 낮아져 하반기 물가 부담도 상쇄되면 올 초 정부 전망치 2%에서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7월 초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올해 성장률을 당초 2.0%에서 2% 중후반대로 끌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확실한 개방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국제유가가 8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굉장히 좋은 사인"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잇따른 성장률 상향 조정 움직임도 정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2.5%로, 한국은행은 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에서 2.6%로 무려 0.9%포인트(p) 끌어올렸다. 모두 중동전쟁 발발 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한 것으로 종전 후 불확실성 제거, 반도체 호황과 내수 개선세 등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종전 합의가 당장 하반기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유가 안정, 공급망 회복까지 수개월에서 최대 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은도 종전 협상 타결 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상승 기여도는 0.1%p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종전 후에도 시설 파괴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80~90 달러 이상 고유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0.1%p란 성장률 인상 효과를 보듯 향후 중동 상황에 따라 국내 미치는 영향이 가변적이라서 매우 제한적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도 “사실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말고는 회복세를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2%대 이상 성장률 전망도 작년 1%에 그쳤던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 리스크…7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당분간 유지" 종전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도 올 하반기 고물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또, 석유류 등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실제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3.1% 오르며 처음 3%대를 넘어섰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4월 21.9%, 5월 24.2% 등 상승 폭이 커지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2.2%에서 2.7%로, 내년 2%에서 2.3%로 각각 올려 잡았다. 유가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곧바로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를 점검하며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 기름값을 누르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된다. 정부는 27일 0시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보다 리터(ℓ)당 15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인하됐다. 중동 정세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정화 등 정부가 내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종전 합의 후 실제 바뀐 게 없어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이르다"며 “종료 여부는 석유의 시장 공급가 차이가 최대한 줄어 물가 충격이 최소화되고, 민생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 전에 종료 여지도 남겼다. 최근 1500원 안팎에서 널뛰는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 내수 회복과 물가 안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은 완화됐지만 전쟁 후유증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금이 쏠리고, 외국인 자금 유출도 지속돼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인하 효과도 상쇄돼 국내 기업들은 수입 비용에 물류비 상승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고물가·고환율은 하반기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통화당국은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신 한은 총재는 5월 말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성장·환율 등으로 봤을 때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쟁점은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올리느냐"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까지 겹치면 이자 비용이 커져 내수 위축, 서민 부담 등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반기 고용 부진·반도체 쏠림 걸림돌…“중동 재건 사업은 기회" 정부는 지속되는 청년 고용난과 함께 일자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감소 등을 하반기 성장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고용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고용에 반영된다. 강기룡 차관보는 “5월 취업자가 4만명 줄어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일자리도 14만개 감소해 고용 부진은 우려스런 대목"이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달리 고용 감소세는 부정적 요소로 하반기에는 청년 뉴딜 정책, 양극화 해소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산업과 고용 양극화를 야기하는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신 성장 동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KDI 위원은 “하반기 경제는 반도체 호황으로 주식시장의 지나친 기대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정부는 코스피 급락에 대비 위험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금리 인상 후 부동산 쏠림에 따른 버블 위험 등 한쪽 쏠림 현상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반도체 호황이 식었을 때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AI와 빅데이터, 항공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종전 후 중동의 재건 사업 참여,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대한 정책적 주문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전후 복구 과정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하반기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동에 편중된 공급망 다변화, 경제 안보 품목의 안정적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적정 최저임금 ‘동상이몽’…노동계 “1만2천원” vs. 소상공인 “9천원 미만”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계와 소상공인·자영업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은 3000원가량 차이가 나고 있는 만큼 올해도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도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0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적정 최저임금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논의의 핵심 플레이어인 소상공인업계는 다음 달 2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경영계는 지난 23일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시급 1만320원을 제시했다. 윤곽이 드러난 노사 최초 요구안 격차는 1680원이지만, 이것이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업계는 현재 고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이 '9000원 미만'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적정 최저임금 1만2000원과 3000원 차이가 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소상공인의 54.7%는 현재의 고용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8500원~9000원 미만'을 꼽았다. 직원을 새로 뽑을 수 있는 추가 고용 가능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8500원 이하'가 가장 많이 꼽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30일 10차 전원회의에서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에 진전된 수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7차 석유최고가격 150원씩 내린다…“4주 적용”

정부가 7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ℓ)당 15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 상한가는 6차 대비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인하된다. 정부는 향후 주유소 기름값도 리터당 18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7차 최고가격은 27일 0시부터 4주 간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6일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에 맞춰 국내 석유가격 안정과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 7차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후 국제유가가 70~80달러대로 하락한 추세를 시장 가격에 미리 적용해 석유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5달러로 전쟁 직전(72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72달러, 두바이유는 64달러까지 하락하며 70달러 수준을 밑돌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종전 MOU 합의 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사례가 증가하는 등 중동정세의 불확실성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 초·중반까지 하락했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6월 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3월 27일부터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1차(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6차까지 가격을 동결하면서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상한가가 석 달가량 유지돼 왔다. 정부는 7차 최고가를 150원씩 내리면 최근 2000원 초반대의 주유소 가격도 18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들의 기존 유류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주유소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국내 기름값 하락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정유 업계로서는 유가 하락 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 유류를 소진할 때까지 기존 최고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분을 미리 반영해 최고가를 내린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최고가격 하락을 국민들이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존 재고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비자 단체와 공공기관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범부처 시장점검단'이 고강도 현장 점검을 실시해 주유소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 전에 종료 여지도 남겼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한미, 1500억달러 조선협력투자 시동…“美 시장 진출 발판”

1500억 달러(232조원) 규모 한미 간 조선협력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KUIC)와 정책금융기관, 국내 조선 3사는 25일 한미 조선 협력 투자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관련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금융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업무협약에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함께했다. 조선 3사는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기관 상호 간 정보 교류와 사업 기회 발굴, 정책금융 지원 등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이 간사를 맡아 대내외 소통과 사업 추진 현황을 관리한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이 맺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중 1500억 달러 규모 조선협력 투자를 보다 구체화하기 마련됐다. 조선협력 투자는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다. 조선협력 투자로 생기는 수익은 한국 기업 몫이 된다. 앞서 지난 18일 3500억달러 규모 한미 전략투자의 전담기구인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미국 조선업 재건 목적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조선협력 투자는 대미 투자와 함께 한미 전략투자의 양대 축"이라며 “대형 조선사부터 중소 조선사·기자재 협력업체까지 우리 조선 생태계 전체가 새로운 일감과 시장을 얻는 호혜적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적시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과 초기 투자의 불확실성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도 “이날 협약식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마중물이자 우리 조선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책 금융기관들 간 원활한 공조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전략투자공사와 정책금융기관, 민간금융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필요한 금융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구미의 1조2,000억 승부수, “82만 평을 평당 1,000원에”…반도체 지형 흔든다

삼성·SK 호남 투자설 속 긴급 기자회견“정치 아닌 산업 경쟁력으로 결정해야" 정부에 투자 전략 재검토 촉구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국내 반도체 투자 지형을 뒤흔들 파격 제안이 나왔다. 구미시가 25일 반도체 제조시설(Fab) 유치를 위해 제5 국가산업단지 82만 평을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이 받는 혜택만 최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지원책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신규 투자가 호남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국가 반도체 투자 전략'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투자 유치 경쟁을 넘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점을 정면으로 묻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수백 개 협력기업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입지 선정이 정치적 고려보다 공급망과 생산 효율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미시는 이미 구축된 산업 인프라와 파격적인 지원책을 앞세워 “대한민국 반도체 생산거점의 최적지는 구미"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부가 향후 반도체 투자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5 국가산업단지 2단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팹 유치 전략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국가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장경제 원리와 산업 생태계를 훼손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인 만큼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기준으로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한 정책적 고려에 치우쳐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를 외면한다면 훗날 역사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함께 살릴 수 있도록 지방 투자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미시가 내놓은 카드는 국내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5 국가산단 2단계 82만 평을 반도체 생산시설 용지로 활용할 경우 평당 1,000원 수준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지원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에 달하며, 우선 반도체 팹 2기 건설이 가능한 40만 평을 먼저 공급해 약 6,000억 원 상당의 투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구미는 이미 국내 대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거점 가운데 하나다. SK실트론과 LG이노텍을 비롯해 309개 반도체 연관 기업이 집적돼 있으며,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반도체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다.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도 경쟁력을 갖췄다. 전력 자립도는 전국 최고 수준인 228%이며, 낙동강 수계를 활용해 하루 68만 톤 규모의 추가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향후 개항 예정인 대구 경북 신공항과 제5 국가산단이 10㎞ 이내에 위치해 글로벌 물류 접근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구미시는 첨단반도체 연구단지 조성과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센터,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검증 테스트베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해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실증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표는 최근 반도체 신규 투자 후보지로 호남권이 거론되면서 제기된 대구·경북 소외론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대응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을 지역 안배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호 시장은 “구미는 소부장 기업 집적도와 전력·용수 공급 능력, 물류 접근성까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조건을 모두 갖춘 도시"라며 “기업이 가장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 반도체 혁신 벨트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슈&인사이트] 워시의 연준 2.0: 5대 TF와 포워드 가이던스의 종말

2011년 연준을 떠난 케빈 워시가 15년 만에 연준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연준의 근본적인 개혁을 예고하며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재검토하고, 새로운 원칙에 따라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워드 가이던스도 없애고 점도표도 없애고 연준이 그동안 했던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톨 인해 불어난 대차대조표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연준이 전통적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을 마구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금의환향한 케빈 워시는 이 레거시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의 개혁안은 크게 소통 방식의 혁신과 통화 정책 운용의 전면 재검토라는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준 내에 5개의 TF를 가동할 것을 밝혔다. 그 5개 TF는 1. 연준의 소통(Fed Communications): 향후 발표할 경제 전망 요약(SEP)의 내용과 방식, 기자회견 개최 빈도 등 연준의 모든 대외 소통 채널을 재검토. 2.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불어난 6조 7천억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의 연구. 3. 데이터 의존도 및 활용(Data Sources): 연준이 정책 결정에 사용하는 기존 데이터(특히 정부 발표 지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을 도입하는 방안의 검토. 4. 생산성과 일자리(Productivity and Jobs): 급격히 발전하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생산성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것이 연준의 물가 및 고용 목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연구. 그리고 마지막 5. 인플레이션 체계(Inflation Frameworks):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재점검하고,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춰 물가 안정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케빈 워시의 취임으로 이제 세계, 특히 자산을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워시가 들어서자마자 모든 걸 없앨 수는 없기에 일단은 점도표 찍는 것을 거부하고 포워드 가이던스 부분은 많이 축소했다. 케빈 워시는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차대조표도 축소하고 싶어하고, 기존의 근원 PCE 말고 절사평균물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 데이터의 기준 역시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 AI가 물가상승 없는 이상적 성장을 가져다주리라 믿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인플레이션 관리 실패를 보여준 현재의 프레임워크를 송두리째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그 방법을 위시는 TF를 통해서 각 주제에 대한 연준 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내부의 저항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 기존 연준 의원들이 반발을 염려하여 TF를 통해서 하나하나씩 변화의 과정을 빌드업하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혼자서 연준 이사들을 설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TF를 통해 우회적으로 그리고 논리로 연준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어느 TF가 먼저 결과를 낼지 모른다. 아니면 그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지금의 연준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워시의 연준이라는 배가 출항을 했다. 이제 시장은 친절한 연준씨가 없어졌다. 향후 금리에 대한 예고편인 점도표도 경기 전망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도 사라졌다. 시장은 이제 각자도생하면서 스스로 금리와 경제를 전망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위시에게는 트럼프의 압력과 기존 연준 내부의 인사들과도 싸워야 한다. 우리 또한 이제 미국의 경제 전망과 금리 전망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하는 워시의 시대가 열렸다. bienns@ekn.kr

정부·기업, ‘중동 재건사업’ 뭉친다…“에너지·인프라 투자 예상”

한국 기업이 참여 가능한 중동 재건 사업으로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시설 복구, 물류·도로 인프라 구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로 우리 기업의 중동 재건시장 진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중동 인프라 협력 태스크포스(TF)'도 가동된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이란을 포함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 전반을 대상으로 재건 수요를 파악 중"이라며 “정유, 석유화학, 가스처리 등 훼손된 에너지 시설 복구와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보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에너지 설비 투자에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전쟁으로 감소했던 업계의 발주 물량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후 복구 사업으로 기반시설인 사회간접자본(SOC) 보수 외에도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중동전쟁으로 이란 포함 9개국에서 40~50개 이상의 핵심 에너지 자산이 파괴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이 이란 전후 복구 목적으로 3000억 달러(450조원) 규모 이란 재건 기금 조성을 검토 중이어서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예상된다. 이 경우 정유·화학 플랜트와 전력, LNG 등에서 경쟁력 있고, 중동에서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E&A, GS건설 등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와 등에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가스 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해 왔다. 국토교통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중동 전쟁 발발 전 2021~2025년 5년 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총 1792억 달러(271조1475억원), 이 중 중동 수주액만 620억 달러(93조822억원)로 전체의 35% 가량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중동 재건 사업 수주를 선점할 수 있도록 민관이 참여하는 중동 인프라 협력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포스트 중동 대외 경제 정책을 본격화하겠다"며 “중동 국가들의 재건과 경제 체질 개선에 따른 협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중동 인프라 협력 실무 TF를 발족하고, 고위급 인사도 현지에 파견해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국토부와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해외건설협회 등은 중동 인프라 협력 목적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3일 첫 회의를 열었다. 중동의 현지 상황 안정, 계약 조건 합의 등을 고려할 때 정부 간 협력과 외교적 지원이 필요해 협의체 중심으로 주요국별 시장 동향을 파악해 수주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중동의 대형 인프라 사업 발주가 투자개발사업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맞춰 KIND 등 투자기관과 연계한 공동 진출 전략도 강화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이날 재건 인프라와 수출복원, 유망 품목 수출, 물류대응, 동향분석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포스트 중동 TF'를 발족했다. TF는 중동 국가들의 인프라 복구, 에너지 안보 프로젝트 발주에 대비, 민관 협업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종전 후 우리 기업들이 중동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이란 경제개방 대응 세미나, 현지 네트워크 복원 등도 추진한다. 방산과 소비재, 의료기기 등 유망 품목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한다. UAE, 쿠웨이트, 오만 등 국영 방산기업과 정부 기관 초청 상담회를 마련한다.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현지화 협력 수요 확대에 대비, 투자유치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최근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을 신설했다. 우리 기업의 중동 지역 재건 사업 참여, 중동과의 경제협력 방안 마련 등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다. 중동 재건 사업이 실제 수주로 이어지려면 외교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재외공관을 통해 중동 국가들의 협력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다. 종전 후 피해 복구를 넘어 탈석유, 산업 다변화 등 복잡한 문제에 대비해 이란 포함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란 게 외교부 설명이다. 다만, 종전 후에도 중동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들의 재건 사업 참여, 수주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정확한 전쟁 피해 규모도 집계되지 않아 복구 사업 관련 발주 계획도 확인된 게 없는 상황이다. 재원 조달 방식 등 사업 조건 확정, 현지 안전 문제 등 변수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사업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제재 방향과 범위에 따라 현지 안전 보장 문제와 금융 조달, 계약 구조 등 세부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구나 중동 재건 사업에 미국과 유럽 기업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도 가담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점도 우리 기업으로서는 부담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 재건 사업은 단순히 감소했던 중동 수주의 재개 차원보다 중장기적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전력 등 에너지 인프라 시장 참여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호르무즈 통행 정상화, 대이란 제재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북극항로 거점 될 해수부 신청사…부산 입지 경쟁 시작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해양수산부 신청사 유치를 둘러싼 부산 기초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된다. 해수부는 부산 신청사 건립을 위한 후보지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신청사 건립은 지난해 말 부산으로 이전한 해수부의 안정적인 정착과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해양정책 거점 마련을 위해 추진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 내 16개 구·군들은 관할 구역 내 1만㎡ 이상 규모의 부지 중 연면적 5만㎡ 이상 청사 건립이 가능한 후보지 1곳을 제안할 수 있다. 제안서는 내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후보지 평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지선정 심사위원회가 맡는다. 토지 확보 가능성과 개발 여건, 접근성, 해양수도 조성과의 연계성 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해수부는 부산 동구 중앙대로 일대 건물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며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8월 초 최종 부지를 확정한 뒤 올해 안에 청사 규모를 결정하고 설계비 확보 절차에 착수해, 2030년 준공이 목표로 뒀다. 신청사 입지로는 북항 재개발의 중심지인 동구와 해운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중구, 문현금융단지를 품은 남구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와 함께 북항 재개발지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대, 영도구 해양클러스터 인근 등도 거론된다. 황성오 해양수산부 운영지원과장은 “부지 선정 이후 신청사 건립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이슈&인사이트] 모아타운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당시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오세훈 시장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지지율이 상승했다.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는 5% 차이로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밤새 진행된 개표 결과 역전해 최종적으로 당선되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5선 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표심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분석 결과 드러난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지지층 중에는 오세훈 시장이 기존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모아타운 대상지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언론사는 오세훈 시장이 상대 후보보다 적은 비율을 득표했던 자치구에서도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는 행정동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득표를 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신(속)통(합)기획뿐만 아니라 모아타운도 오세훈 시장을 다시 지지해 사업의 추진력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아타운은 주로 도심의 주거 환경이 노후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모아 하나의 마을처럼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공공지원을 하여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신통기획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모아타운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기존의 낮은 사업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소규모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단계가 생략되어 있고,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에 관리처분계획을 포함해 받으면서 행정 업무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이런 절차적 완화는 정비사업 추진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금융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수단으로 기능하므로 상대적으로 큰 인센티브로 인식된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는 모아타운을 구성하는 모아주택이라는 소규모 정비사업들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일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사업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물론 도심에서 대규모로 정비사업을 하려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이나 동의율 충족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부 구역만 소규모로 사업을 시행하면 더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소규모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정비기반시설을 개선할 여지가 줄어들고, 일반 분양 물량 증가로 사업성 확보가 곤란하다. 실제로 2025. 8. 기준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장 총 107곳 중 93%가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보다 공시지가가 낮은 지역이다.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지가에 비례하기 때문에 낮은 지가는 사업성에 제약 요인이다. 서울시는 이런 낮은 사업성을 해결하고자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고, 보정계수를 도입해 임대주택 비율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모아타운 내 모아주택 간 건축협정이나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정비기반시설 통합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타운은 근본적으로 여러 소규모 정비사업의 집합체다. 모아타운 전체가 하나의 사업지가 아니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높아진 공사비로 분양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1군 건설사들은 참여를 꺼린다. 설령 중소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도 공사비가 이미 높은 상황이라 미분양, 임대 수입 상실, 추가 분담금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최초 모아타운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던 정비업체나 조합 관계자가 실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많아진 추가 분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순간 조합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 임원 급여에 대한 불만이 더해 지면 조합은 극심한 내분을 겪게 된다. 여기에 사업비나 이주비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에 조합원들의 시름은 깊어 가고, 정비사업은 출구를 찾지 못하게 된다. 모아타운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초 모아타운 지정 시부터 신중하게 대상지를 선정하고, 필요시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의 연임에는 모아타운 정책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구역은 공공지원 강화로 신속한 추진을 돕고, 그렇지 않다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매몰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지지해 준 주민들을 위한 길일 것이다. 양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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