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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광고 “꼼짝 마”…과징금 최대 100% 부과

7월부터 사업자가 허위 광고 등으로 1회만 적발돼도 최대 50% 가중된 과징금을 물게 된다. 최근 5년간 상습 위반 사업자에는 과징금이 최대 100%까지 강화된다. 소비자 피해 보상 등으로 과징금을 깎아주는 한도는 기존 30%에서 10%로 줄어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등 소비자 보호 관련 3법 시행령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라 허위 광고 등 소비자 기만 행위에 따른 과징금이 최근 3년 내 위반 기준 최대 50%에서 최근 5년 내 위반 기준 최대 100%까지 가중된다. 반복적 위반 사업자에게는 과징금 부과가 더 세진다. 한 번만 위반해도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2회 이상은 70%까지, 3회 이상 90%까지, 4회 이상 100%까지 가중되는 방식이다. 과징금 가중은 과거 시정조치에 따라 점수를 합산해 결정된다. 예컨대, 경고 0.5점, 시정권고 1점, 시정명령 2점, 과징금 처분 2.5점, 고발은 3점 등이다. 이와 달리, 과징금 감경 비율은 축소된다. 현재 사업자가 법 위반 후 소비자 피해를 보상한 경우 과징금은 최대 30%까지 감경됐는데 앞으로는 10%로 줄어든다. 10% 감경도 공정위 조사와 심의에 모두 협조한 경우에만 적용한다. 위법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사업자의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는 규정은 삭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문판매, 표시·광고, 할부거래 등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서의 사업자 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이 확보돼 시장의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권리 보호라는 법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李정부 1년] “반도체 덕” 확장재정에 기댄 경기부양…성장·건전성 ‘이중 과제’

이재명 정부의 출범 1년은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과 성장 반등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기반 마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정책의 방향도 경기 대응 목적의 적극적 재정 확대에 맞춰졌다. 올해 정부 지출 예산만 728조원, 역대급 규모로 인공지능(AI) 전환과 반도체 육성, 민생경제 회복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0%대 저성장에 머물렀던 우리 경제는 올해 예견치 못 했던 중동 전쟁 여파에도 2%대 성장을 내다보게 됐다. 출범 1년 만에 코스피는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수출 9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5%를 밑돌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은 뼈아프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 성장률 반등에 취해 있을 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서다. 반도체 편중의 'K자형 양극화 성장'과 불어나는 국가채무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은 2년 차에 접어든 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 예산안을 전년보다 8.1% 늘어난 727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26조2000억원을 편성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지출을 더 늘렸다. 공격적으로 재정을 쏟아부은 끝에 우리 경제는 예상 밖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0.9%포인트(p) 높여 잡았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영향으로 한국의 성장률을 1.7%로 낮췄다 3개월 만에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올려 잡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2.5%, 정부 2.0%, 국제통화기금(IMF) 1.9% 전망치보다 높다. OECD의 이번 성장률 조정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와 IMF도 반도체 효과를 토대로 하반기 때 성장 전망을 2%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미국발 관세 압박,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역시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수출액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처음 연간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5월까지 수출액도 877억 달러를 웃돌았다. 경상수지도 올 1분기 기준 733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 올해 세계 5대 무역 강국 진입도 예상된다. 덩달아 국내 증시도 치솟았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8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대통령 취임 당시, 지난해 6월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밑돌았던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등이다. 반도체 호황에 증시 활성화까지 힘을 보태며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되는 대규모 초과세수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으로 법인세만 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증시 호황에 따라 증권거래세도 정부가 추산한 10조6000억원을 넘어 12조원 이상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더 걷힌 세수를 토대로 정부는 확장재정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K자형 성장'에 따른 양극화 심화, 내수 부진 등 구조적 취약성은 2년 차를 맞는 이 정부가 짊어지고 갈 핵심 과제가 됐다. 집권 1년이란 짧은 기간 내 성장률과 증시, 수출 반등은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의존도가 컸다는 평가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건설업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제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 중동 사태로 공급망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침체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자영업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올해 2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호황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편중 성장에 따른 'K자형 양극화' 심화 우려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결 시점에 따라 경기 급락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반도체 산업은 낙수 효과가 작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경우 제조업 경기 전반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된 확장 재정 기조 속에 국가채무 급증 등 재정 건전성 악화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초과세수는 반도체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호황에 기댄 '반짝' 결과물이란 시각도 있다. 고령화 심화로 연금과 복지 지출이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데 추경의 추가 편성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는 나라빚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 중장기 재정 운용에도 부담이 된다. 정부의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조원 이상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였던 2020년 846조원, 2021년 970조원, 그리고 2022년 1067조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는 잠정 1300조원, 내년에는 약 1500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49%로 전년(46%)보다 3%p 상승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라빚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 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작년 104조2000억원 적자가 나면서 2년 연속 100조원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둔화세로 돌아서고 세입도 다시 줄어들면 정부의 확장 재정에 따른 건전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돼 재정 부담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 종료에 대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되 취약계층 등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처음 1.5% 아래로 낮춘 데는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노동 생산성이 줄어들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는 등 경제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보다 재정을 쏟아붓는 단기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MF는 최근 '재정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출이 단기 경기 부양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고,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도 집권 2년 차부터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 반도체 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장기 육성 전략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2%대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반의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으로 볼 수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추경은 예견됐는데 중동 사태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고, 1차 추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금리마저 오르면 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어 지출보다 재정건전성 관리, 양극화 해소 등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반도체 초호황에 미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은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다. 반도체 호황이 과거와 같이 단기 사이클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과 궤도를 같이 하면서 장기화하고 초호황 국면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호황이 여타 산업의 침체를 커버하고 유례 없는 수출을 이끌면서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를 일본을 제치고 5위까지 끌어올렸다. 산업연구원은 금년도 수출액이 지난해(7,093억 달러) 대비 무려 30.3% 증가한 9,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전망치(1.9%) 대비 0.6% 포인트 상승한 2.5%로 전망하였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이 시점에 냉정하게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AI 산업이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도 상당 기간 우상향할 전망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고점에 가까워질수록 우하향 사이클에 접어들 때 그 충격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정도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첨단 제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태양광, 풍력, 디스플레이, 드론, 전기차 및 배터리,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 중국에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글로벌 시장은 중국에 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D램에서는 CXMT가 빅3에 이어 4위(5%)에 올라섰고 낸드플래시에서는 YMTC가 6위(11%)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SMIC가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유지하며 삼성전자와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분야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설계, 생산설비, 후공정, 소재 등 여타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에 맞서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여 전반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 지원 외에도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였으며, 지방 정부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계약학과 형식의 반도체 학과를 넘어서 일반 학과로 반도체 학과를 확대하여 중소 반도체 관련 기업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KDI “경기 하방 위험…반도체 덕에 개선세 유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원유 수송 차질, 석유제품 수출 물량 감소 등 중동 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경기 개선세는 반도체 수출 효과 등으로 분석됐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경기 회복세'로 낙관적 평가를 했던 KDI는 지난 달 '완만한 개선세'로 표현 수위를 낮췄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수와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유가, 원유 수급 차질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실물지표에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하며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관련 투자 중심으로 설비투자(8.1%)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 경기는 건설업생산(-5.5%)이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원유 수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은 20.5% 감소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는 1~3월 평균 대비 0.4% 증가하며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4월 소매판매액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로 상승 폭이 전월(5%)에 비해 축소됐다. 반면, 지난 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99.2에서 106.1로 상승했다. KDI는 “4월 말부터 지급된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 효과 등으로 소비 개선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호조세에 힘입어 반도체(182.5%), 컴퓨터(309.8%)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3.1%로 전월(2.6%)보다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도 4월 2.5%로 오르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2.5%)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KDI는 “고유가 지속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된 가운데 생산 비용도 상승했다"며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과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코스피의 환호 환율의 경고

2026년 6월 1일 코스피는 장중 8,800선을 넘어 9,000을 넘보았고,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은 단일 종목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7,000조 원을 넘었다. 연초 5,000을 공약처럼 외치던 시장이 불과 다섯 달 만에 그 숫자를 두 자리 위에서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날 원/달러 환율은 1,514원 안팎, 1,500원 위에 굳게 머물러 있다. 작년 말 월평균 1,470원이 이미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음을 떠올리면, 1,500원 고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니다. 사상 최고의 주가지수와 외환위기에 준하는 통화가치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기묘한 동조가, 오늘 보여준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이 둘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그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 현상을 보인지 꽤 오래다. 6월 1일 장중에도 외국인은 1조 8천억 원 안팎을 순매도했고, 지수를 떠받친 것은 기관과 국내 유동성이었다. 즉 이번 랠리는 외국인이 몰려와 만든 장이 아니라, 국내 자금이 소수 대형주로 집중되며 만든 장이다. 그렇기에 원화에 대한 추가 수요도 없으며 환율은 내려가지 않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의 성적표는 우리가 원화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500원을 넘는 환율은 그 자체로 명목 지수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을 수 있는 환율 리스크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환율은 1,500원에 갇혔는가. 세 갈래의 힘이 동시에 원화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이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의장 체제는 물가 징후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고금리', 그러면서도 금융 규제는 완화하는 '규제완화'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고금리·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신흥·중견 통화인 원화는 구조적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이자 본질은 에너지와 지정학적 위험이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올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바로 이 길목을 차단했고, 유가와 원유 수입 부담을 높여 경상수지와 외환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최근 종전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증시 상승의 한 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백악관 회의에서도 핵과 호르무즈 개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론 없이' 끝났듯이, 그 합의는 아직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언가가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호르무즈의 불확실성은 곧 통화가치의 불확실성이며, 이것이 1,500원이라는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는 이러한 외환시장 약세요인과 맞물려 있는 자본유출 경계심이다.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원화약세에 대한 우려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하여 약세에 추가적인 힘을 더한다. 문제는 이 강한 지수가 서 있는 토대 자체가 위태롭다는 데 있다. 우선 쏠림이 극단적이다. 시총 상위 4종목의 비중이 연초 38%대에서 5월 초 50% 가까이로 치솟았다. 지수는 사상 최고인데, 시장의 폭은 거꾸로 좁아지고 있다. 한 예로 5월 초 코스피가 6% 정도 급등한 날에도, 정작 오른 종목은 200여 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679개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기둥, 즉 메모리·HBM 슈퍼사이클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머지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이 랠리의 연료와도 같은 수출 호조가 원화약세에 일부 기인한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상승한 바도 있으나, 원화로 환산한 실적 역시 원화약세로 인하여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 5월 반도체 중심 수출이 전년 대비 50%를 넘게 급증했다고 하나, 그 원화 환산 실적의 일부는 환율 효과다. 수출 기업의 장부를 빛나게 하는 약한 원화가, 동시에 거시금융의 스트레스라는 사실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지수와 외환위기급 통화가치는, 사실 같은 경제를 향한 두 개의 해석이다. 하나는 소수의 글로벌 AI·반도체 챔피언을 보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수입국이자 중동 전쟁과 강달러에 노출된 개방경제를 보는 불안이다. 둘 다 진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구천피를 넘느냐, 만스피를 찍느냐"가 아니다. 진짜 시험대는 두 가지다. 첫째,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가. 둘째, 환율이 다시 1,500원 아래로 내려오는가. 그리고 그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반도체가 아니라 호르무즈와 연준이 쥐고 있다. 투자자라면 지수 전광판만큼이나 환율 전광판을 정독해야 할 때다. 쏠림은 추세가 강할 때 가장 무서워 보이지만, 주도주가 흔들리는 순간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다는 역사의 경고를, 1,500원의 환율이 조용히 되새기고 있다. bienns@ekn.kr

장성 AI 데이터센터 2년 뒤 들어선다…정부, 투자심사 면제

전남 장성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관련 정부가 투자심사를 면제하면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완화 목적으로 이 사업을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7호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7호 프로젝트 신속 추진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번째 프로젝트로 전남 장성에 4000억원 규모의 첨단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지역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2027년 내 센터 준공을 목표로 지방재정 투자심사 면제 등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 면제 트랙을 적용해 지방정부 출자를 위한 사전 절차인 지방재정 투자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사업 관련 출자도 9∼10개월 빨라질 전망이다. 2028년 3월 운영 예정인 전남 장성 데이터센터 사업은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전력 용량 26메가와트(MW) 규모로 건설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등에 임대될 예정이다. 이후, 전남도와 장성군은 전력량을 60MW까지 확장해 AI 전진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3959억원이다. 자본금 1000억원과 대출금 2959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전남도와 장성군은 각각 48억원, 32억원을 출자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7호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약정을 거쳐 올해 2월 착공했다. 전남도와 장성군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내년 2월까지 총 8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SPC 출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방정부 투자심사를 면제하기로 한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AI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해 지역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첨단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8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3000명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 부총리는 “초혁신경제 추진과 지역투자, 구조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인 과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 등에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며 “중동전쟁 영향 등 민생경제를 더욱 단단히 챙기는 한편,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수입 ‘닭·돼지고기’ 공급 확대…“체감물가 안정 기대”

정부는 수입 돼지고기 1만2000t, 닭고기 3만t 등 시장 공급 물량을 늘리고, 이달 중 먹거리 관련 긴급 할당관세도 검토한다. 7월 1일까지 계란 할인단가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린다. 이달 중 2만원대 데이터 안심 요금제도 출시해 서민층 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경우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화되고, 호르무즈 통항 재개로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 해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6월 중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논의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도 발족한다. 재정경제부는 4일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점검 및 대응방안'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선,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등 수급 불안 우려품목에 대해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돼지고기(1만2000t)와 닭고기(3만t), 계란가공품(4000t) 할당관세를 적용해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과 원자재 수급을 위해 수입품목에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가 비축해놓은 배추 1만5000t, 무 6000t 등도 확보해 출하량 감소 시 비상 공급한다. 사전 수매계약을 통해 9월 이후 출하분 재배면적 확대도 유도한다. 계란은 미국과 태국, 브라질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 신선란 3123만개를 공급한다. 수입 신선란은 30구당 5990원으로 5월(7404원)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최소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7월 1일까지 계란 할인단가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린다. 명태, 고등어,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수산물도 정부비축물량 8000t을 소매가 대비 30∼40% 할인해 방출한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달부터 2만원대 데이터 안심 요금제도 출시한다. 아울러,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의 경우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될 경우 해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호르무즈 통항이 재개되면서 수급 불안이 해소되거나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하면 제도 해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중동 정세와 시장 여건 변화 등에 따라 기민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한 차례 인상한 뒤 4차례 동결했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내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발족해 정유사의 손실 보전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의 원칙·기준을 담은 고시도 마련하고, 7~8월 중 정유사의 손실보전 입증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또 가격안정에 기여한 주유소를 '착한 주유소'로 추가 선정해 포상 등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2.7%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4월(2.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강 차관보는 “향후 물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석유류 가격에 달려 있다"며 “1∼5월 누적은 2.4%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2.7%를 전망했는데,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환율 1530원대 개장에…구윤철 “과도한 쏠림 즉시 조치”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구 부총리 포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4개 기관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과 외국인 주식 매도 지속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 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일시적 비중 조정(리밸런싱) 및 차익 실현을 하면서 수급 요인이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행사 후 서울외환시장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13.6원 오른 1530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0일(1554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국내 금리 인상 기대 등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수출액이 작년 5월보다 53.2% 증가하는 등 양호한 경기 흐름을 토대로 주식시장도 전반적인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 시가 총액 규모는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또 최근 주식 신용거래융자 등 차입 거래 증가하고 있어 관련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투자자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시장 참가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과도한 변동성 발생 시 관계 기관이 공조해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비축유 스와프’ 6월까지 연장…“8월 원유, 80% 이상 확보 가능”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해 운영 중인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8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정부는 8월 도입 예정인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7월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 발발 95일째를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에너지 수급 동향을 보고했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정부가 우선 비축유를 빌려주고, 대체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돌려받는 제도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정유사들이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산업부는 5월까지 비축유 스와프 운영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현재까지 2100만배럴에 대해 스와프를 진행했고, 현재 단계적으로 상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8월에 도입하기로 한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까지 지속될 경우 8월부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김 장관은 “8월 원유 도입 예상 물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그간의 추세를 고려할 때 7월 중에는 평시 대비 80% 중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5∼7월 원유는 전년 대비 86%, 나프타는 83%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나프타 가동률은 5월 말 기준 75%로 전쟁 전 평시 수준인 8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류, 의료용 장갑 등 보건·의료 분야 원료도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물가 3% 넘었다”…‘석유류·생활물가’ 당분간 ‘들썩’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0% 이상 급등한데다 먹거리, 외식 등 생활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돼 당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2.0%에서 중동 전쟁 발발 후 3월 2.2%, 4월 2.6%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달 3%대로 껑충 뛰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 물가는 24.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p)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3.1%), 경유(33.3%), 등유(21.7%) 등도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 포함 공업제품 물가는 4.2% 상승했다. 고유가에 5월 연휴 영향이 맞물리면서 서비스 가격도 2.8% 올랐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가 33.5% 올랐는데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덩달아 석유류를 재료로 쓰는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등도 크게 올랐다. 외식은 2.6%,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4.4% 각각 상승했다. 해외단체여행비(26.3%), 승용차입차료(25.7%), 보험서비스료(13.4%) 등으로 상승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먹거리인 농·축·수산물은 2.2% 오르는 데 그쳤다. 갈치(15.1%)와 쌀(13.5%), 달걀(10.2%)이 많이 올랐고, 축산물인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고온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인데 농축산물 가격 상승 폭을 보면 아직 중동 전쟁의 영향이 다른 분야까지 확대된 것 같지는 않다"며 “전쟁과 5월 연휴 영향으로 석유류,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등도 상승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식품 물가는 2.1%, 식품 이외 물가는 4.2%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의 여파가 서비스 물가 등 다른 부문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6월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등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석유류 가격 안정, 여름철 폭염·폭우 대비 선제적 수급 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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