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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장은 커지는데 규제가 길을 막았다…경산 기업들 “투자할 수 있게 낡은 빗장부터 풀어달라”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산의 산업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기계·전기전자 산업이 이끌어온 전통 제조도시에 바이오·화장품·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기술과 시장은 앞서가는데 입지와 산업단지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장을 넓히려 해도 건폐율에 막히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려 해도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에 발목이 잡힌다. 공동 교육장과 세미나 공간이 부족하고, 산업단지 내부 도로의 불편한 교통체계는 물류 흐름까지 더디게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특혜가 아니다. 이미 투자한 기업이 공장을 확장하고,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경북도가 지난 3일 경북테크노파크 국제회의실에서 연 '기업규제 개선 현장 간담회'는 이 같은 기업 현장의 고민을 한자리에서 드러낸 자리였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경산시와 관계기관, 지역 기업인 등 40여 명이 참석했지만 논의의 중심은 행정기관의 정책 설명이 아닌 기업이 실제 경영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에 맞춰졌다. ▲성장한 공장, 달라진 주변 여건…투자 시계 멈춰 세운 입지 규제 이날 현장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제기된 문제는 기업의 투자 확대와 직결된 입지 규제였다. 한 제조기업은 공장을 설립한 이후 주변 지역의 용도 지정이 달라지면서 건폐율 제한에 묶여 생산시설을 확장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설명했다. 기업은 같은 장소에서 사업을 이어왔지만 주변의 행정적 여건이 바뀌면서 오히려 성장의 제약을 받게 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공장 증설은 단순히 건물을 넓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량 확대와 신규 설비 도입, 고용 창출을 결정하는 투자 행위다. 증설이 막히면 기업은 투자를 늦추거나 다른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은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과 물류망, 협력업체, 숙련 인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획일적인 규제 적용에서 벗어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단지의 입주업종 제한도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과거 하나의 업종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도 기술 융합과 시장 변화에 따라 사업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부품 기업이 전기차나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고, 소재기업이 바이오와 친환경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 정해진 업종 범위가 새로운 사업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면 기업은 기술과 투자 여력을 갖추고도 신사업에 진출하기 어렵다. 산업단지가 기업을 모으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되려면 입주 당시의 업종을 기준으로 기업 활동을 묶어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변화에 맞춘 유연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도시에서 신산업 거점으로…경산의 변화가 규제 개선 서두르는 이유 경산은 경북 남부권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표적인 제조업 도시다. 자동차부품과 기계,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쌓아왔고, 진량산업단지와 경산지식산업지구를 중심으로 기업 집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바이오·의약품과 화장품,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이 기존 제조업 기반 위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기회지만 기존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키운다. 신산업은 전통 제조업보다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하다. 하나의 기업이 연구개발과 제조, 자원순환, 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 산업 분류를 기준으로 설계된 입지와 인허가 제도가 기업의 사업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규제 자체가 투자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경북도가 이번 간담회에서 입지 문제뿐 아니라 환경 인허가, 순환자원, 수출, 산업안전, 기업지원 절차까지 폭넓게 들여다본 것도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문제가 하나의 부서나 제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 안 규제만 문제가 아니다"…도로·교육시설도 기업 경쟁력 좌우 기업 현장의 요구는 법과 제도의 개선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산지식산업지구 기업들은 교육과 세미나, 기업 간 교류에 활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 확충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단지에 기업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입주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지원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량산업단지에서는 도로 여건이 문제로 떠올랐다. 공단 내부에 필요한 좌회전 통행로 설치 요구가 대표적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작은 불편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형 화물차와 납품 차량의 이동이 잦은 산업단지에서는 교통체계가 물류비와 운송시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과 기술 지원뿐 아니라 공장 주변의 도로와 교통환경까지 산업정책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친환경 산업을 둘러싼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재활용 스티로폼의 수거체계를 강화하고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환경 관련 인허가 절차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재활용과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와 제한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K-뷰티 수출부터 재생에너지까지…규제의 경계 넓어졌다 경산의 새로운 성장산업 가운데 하나인 화장품 분야에서는 수출 경쟁력과 브랜드 보호 문제가 제기됐다. 화장품 제조업자 의무표시 제도가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국내 브랜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현장의 의견이 나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K-뷰티의 해외시장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규정이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소득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역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지역 업체가 배제되면 투자 효과가 지역경제로 충분히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복잡한 신청절차,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안전관리 지원, 대구·경북 공공사업의 통합발주, 기술력을 갖춘 여성기업 육성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더 이상 자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지와 행정절차, 인력, 안전, 교통, 수출제도까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복잡해지면서 규제 개선 역시 개별 민원 처리에서 종합적인 기업환경 개선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담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해결 여부 끝까지 추적한다 기업 규제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나온 건의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경북도는 이번에 접수된 사안을 처리 가능성에 따라 나눠 대응할 방침이다. 도와 시·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관계부서 검토를 거쳐 조치하고, 법령 개정이나 중앙정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중앙부처 건의과제로 넘겨 지속적으로 협의한다.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과제는 '기업규제 현장지원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처리 과정과 결과를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의 건의사항을 단순히 '접수'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해결 여부를 추적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기업들이 규제 개선을 체감하려면 건의 건수보다 해결된 과제와 투자로 연결된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기업규제 현장지원단을 중심으로 산업별·지역별 현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바이오 분야에 이어 이번에는 경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앞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식품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경산 간담회가 주목되는 이유는 기업의 요구가 단순한 지원 확대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보조금을 늘려달라기보다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며, 생산과 물류 과정의 불편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경산이 전통 제조업 도시를 넘어 바이오와 화장품,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신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변화 속도와 행정의 제도 개선 속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기업이 떠난 뒤 규제를 고치는 것보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지역경제에는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에 쏟아진 현장의 요구가 실제 공장 증설과 신규 투자,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OECD 경고, 한국 연금 68세부터…재정개혁 없다면 “2050년 나랏빚 2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 재정 부담 등이 지속되면 오는 2050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연금·교육·노동 구조개혁과 함께 재정건전화 노력을 병행하면 부채 비율을 100% 안팎에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51.4%로 이전 전망치(48.2%)보다 상향 조정됐다. 내년에도 50.2%에서 52.3%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현재 정책 유지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이어지면 정부부채 비율은 2050년까지 20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화 노력을 하면 2050년 100% 안팎, 2060년에는 125%로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생산성과 고용을 높이는 구조개혁까지 함께 추진하면 2060년 60%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경제 정상화 이후 재정 건전화를 시작하고 추가 연금 개혁과 세입 기반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부채비율 급증 지적에 정부는 증가 추세인 명목 GDP가 반영되지 않아 재정 상황, 부채 비율 전망은 물가 등 다른 지표와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목 GDP는 실질 GDP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이 더해진 지표로,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파악할 때 활용된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추정치를 보여준 현실성 없는 수치"라며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명목 GDP도 감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의 고령화 심화에 주목, 불어나는 재정 고갈 위험에 대비한 연금 개혁 추진도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지출은 2025년 대비 2060년 GDP의 약 5%포인트(p) 늘어 OECD 평균 증가 폭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OECD는 오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납입 상한 연령을 함께 올릴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OECD는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고,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 추가로 연동하는 포괄적 연금 개혁을 단행할 경우 2060년 GDP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OECD는 교육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71%에 달하지만 성인의 교육훈련 참여율이 낮고, 학위 과잉 공급 등으로 청년들이 고용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는 “고등교육 등록금 인상 허용과 초·중등 과정의 세수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정규직 근로자 고용보호 완화,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OECD는 한국 정부에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정책은 지속하되 부정확한 재정 지출 축소를 위한 지출 재배분 노력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OECD는 “장기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중기 재정 목표와 의무적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화된 재정 틀에 대해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 재정기구를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경부는 “OECD가 제안한 정책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태백 매봉산 찾아 고랭지 배추 생육 점검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배추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국 최대 고랭지 배추 산지를 찾아 생육 상황을 점검했다. 강원도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태백시 창죽동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를 방문해 작황을 살피고 농업인들의 현장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여중협 행정부지사와 이상호 태백시장, 농촌진흥청, 농협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배추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병해충 방제와 생육관리 지원, 씨스트선충 공적방제 추진 상황, 노지 스마트팜 지원사업 등을 점검했다. 매봉산은 여름철 배추 공급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고랭지 산지다. 8월 중·하순 출하가 집중되지만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줄고 연작으로 인한 병해충 피해가 늘어나면서 생산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농가는 양배추 등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원도는 이러한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농산물 광역수급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배추 재배 농가에 예비묘와 저온성 멀칭필름, 점적관수 테이프 등 생산 안정 자재를 지원하고, 공동방제 비용과 가뭄 시 급수차 운영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격 하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도매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채소류 가격차보전 사업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수급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재배면적 감소와 병해충 확산,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겹치면서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공급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중협 도 행정부지사는 “기후변화와 병해충은 이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농업 현장의 상시 위험요인이 됐다"며 “농산물 광역수급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수급 관리체계를 운영해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줄이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수도권에만 몰렸던 투자금”...국민성장펀드 ‘1조 지방리그’ 신설

정부가 수도권에 쏠린 벤처투자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방 기업을 겨냥한 전용 투자펀드를 신설한다. 국민성장펀드 내 '지역전용리그'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원을 지방 기업에 집중 공급하고, 부산을 비롯한 지역 첨단산업 육성에도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부산 유라시아플랫폼에서 '부산지역 첨단산업·벤처생태계 간담회'를 열고 지역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과 동남권 첨단산업 현장의 애로를 듣고 국민성장펀드 운영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는 지역 창업과 상생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보육 플랫폼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안에 지역전용리그를 새로 만들어 향후 5년간 1조원을 지방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결성 자금의 60% 이상을 지방 소재 기업에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달 중 3곳 안팎의 운용사를 선정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펀드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현재까지 국민성장펀드 승인을 받은 21개 사업 가운데 부산 기업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향후 2차 메가 프로젝트에 포함된 미래 모빌리티와 방산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부산에서도 국민성장펀드 승인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역으로 자본이 흘러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정보의 불균형과 생산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으로 자본이 스스로 찾아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경쟁력으로 항만 인프라와 MRO(유지·보수·정비) 클러스터를 꼽으며, 첨단산업을 대표할 기업 육성과 벤처생태계 활성화가 함께 이뤄져야 부산의 강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업계에서는 투자 생태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이어졌다. 지역 벤처캐피탈 시리즈벤처스의 곽성욱 대표는 지역에는 투자 운용사뿐 아니라 자본과 산업이 연결될 수 있는 교류 공간도 부족하다며 도심 복합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NK벤처투자는 지역 전용 세컨더리 펀드가 마련되면 투자 회수와 재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은 간담회에서 항공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지능형 전장관리 운영체제(OS) 등을 기반으로 무인기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미래항공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과의 상생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오늘 간담회에서 제기된 지역 운용사 인센티브, 지역 첨단 생태계 기업의 자금 접근성 확대 등 의견을 수렴해 현재 준비 중인 '국민성장펀드 운영 개선방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재수 부산시장과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김성주 부산은행장을 비롯해 대한항공, 크리스틴컴퍼니, 한국정밀소재, 레디로버스트머신 등 지역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부산이 기업의 창업과 성장, 투자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갖춰야 지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금융권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고환율’ 타격 中企, ‘긴급경영자금’ 문턱 낮춰…총 14.9조 지원

원자재 수입 비중이 매출액의 20%를 넘는 중소기업은 영업이익 감소 요건 없이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14조9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수입보험료도 50% 경감해주고, 법인세나 소득세 등 세금 납부기한도 연장해주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비상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고환율 등에 따른 경영애로 중소기업 긴급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으로 치솟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피해기업 지원 목적으로 마련한 정책금융 23조7000억원 중 남은 13조8000억원을 수입 중소·중견기업 등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신규 자금 1조1000억원도 추가 공급한다.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매출액의 20% 이상인 중소기업에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감소 요건 없이도 긴급경영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건도 완화한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당초 7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리고, 금리우대도 0.2%포인트(p) 확대한다. 수은은 수입 중소기업 대상 3000억원 규모의 '고환율 극복 초저금리 상생대출'도 신설한다. 또, 기술보증기금 긴급경영안정보증의 보증 비율은 95%에서 100%로 높이고, 보증료율 감면 폭도 0.3%p에서 0.4%p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들 중소기업 대상 정책자금 대출의 상환 유예, 만기 연장도 추진한다. 무역보험과 환변동보험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수출 실적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도 수입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수입보험료도 내년 4월까지 50% 할인한다. 핵심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한 중소·중견기업에는 무역보험공사의 수입자금 대출 보증 한도를 최대 2배까지 우대한다. 중소기업의 환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변동보험 지원 규모는 올해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린다. 중소기업 보험료 할인율은 내년 4월까지 15%에서 30%로 높인다. 환변동보험 가입 대상도 일부 원자재 수입기업에서 사치재를 제외한 전 품목 수입기업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세제·세정 지원도 병행한다. 고환율로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대상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관세 납부 기한을 연장한다. 고환율 대응을 위한 기업 컨설팅 지원 규모와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외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고 6월 소비자 물가가 3.2% 상승하는 등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 고용 둔화, 환율, 금리 변동성 확대 등에 대응한 민생 지원 방안을 더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충남에 202조 투자…박수현 “기존 산업기반이 최대 강점”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청권 392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충남은 202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기존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 투자가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용수·전력·인력 확보와 신속한 인허가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는 박 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셀트리온그룹의 충청권 투자 계획 발표와 산업통상부의 차세대 첨단산업 육성 전략 발표, 충청권 4개 시도와 정부·기업 간 투자협약이 진행됐다. 협약에 따라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은 충청권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 총 392조 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충남 투자 규모는 202조 원이다. 도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천안·아산에 56조 원을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거점을 구축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67조 원을 들여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조성하고, 삼성SDI는 천안에 9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마더팩토리를 구축한다. SK는 7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셀트리온은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에 약속한 3000억 원 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박 지사는 행사 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충청권 투자 규모는 392조 원으로 정리됐다"며 “투자 금액을 지역별로 단순 비교할 문제가 아니라 비수도권에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은 신규 투자가 실제 가동되기까지 5∼7년 정도 걸리지만 충남은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이 이미 구축돼 있다"며 “증설 투자가 중심이 되는 만큼 매출과 수출 증가 등 투자 효과도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지사는 특히 용수·전력·인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3력'을 충남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어 “3력을 가장 먼저 갖추고 인허가도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투자가 조기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충청광역연합을 활용해 첨단산업 투자 계획에 대한 충청권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4개 시·도지사 모두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도는 투자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충청권 첨단전략산업 대도약 TF에 참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천안시·아산시·당진시와 투자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분야별 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입지 코드 변경과 도시계획 변경 등 각종 인허가를 신속히 지원하고 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인력 양성에도 속도를 낸다. 반도체 분야는 특성화대학을 통해 올해부터 2년간 780명을, 마이스터고를 통해 2029년까지 152명의 현장 인력을 양성한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라이즈(RISE) 사업을 통해 한기대와 호서대 등에서 연간 65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도는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에 5년간 100억 원을 투입하고, 반도체 후공정 소부장 특화단지와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첨단산업 투자펀드도 지난해 말 기준 6000억 원에서 2030년까지 1조5000억 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OECD, 한국 부동산과세 일침 “거래세→보유세로 바꿔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주택시장 효율화를 위해 부동산 과세를 현재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가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세,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우선 활용할 것도 권고했다. OECD는 2일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보유세 비율을 늘리는 세수 중립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주거 이동성을 뒷받침하고, 더 효율적이고 회복력 있게 주택 시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OECD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 세수는 3.0%로 OECD 평균 1.6%보다 높다. 전체 조세 수입에서 부동산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1.7%로 OECD 평균(5.1%)의 두 배 이상이다. 다만, 보유세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는 “부동산 세율을 시장가격 기반 과세로 전환하고, 실거주가 아닌 주택의 보유세율을 높이면 조세 누진성도 높일 수 있다"며 “보유세를 확대하려면 한국 주택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 기반을 확대하고 비과세 근로자는 축소하라는 제언도 나왔다. OECD는 한국 근로자의 32.5%가 비과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등 자본이득도 대주주를 제외한 개인에 대해 사실상 비과세인 점도 짚었다. OECD는 담뱃세 등은 더 걷어 세수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OECD 회원국들에 비해 한국은 담뱃세와 담배 소매가격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주류세도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이 공중 보건의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OECD는 법인세율도 점진적 단일세율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의 조세지출은 법인세 세수의 15.5%에 달하고 4단계 누진세율 구조여서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한국은 고령화와 관련된 지출 압박이 늘어나고 있고 현재의 세수 구조는 왜곡이 적은 간접세·교정세 등의 비중 낮은 편"이라며 “추가 세수를 확보하려면 부가세·교정세를 우선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각각 2.6%로 이전과 같이 유지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특별기획-서남권 반도체]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① ‘소외의 땅’에서 ‘첨단산업의 심장’으로

최근 정부와 삼성, SK그룹의 전남·광주권 1000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입지, 파급효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과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5부작 특별기획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왜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이재현 백준 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 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미국은 AI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산기지 확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는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 속에 정부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부족이라는 수도권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AI 시대를 뒷받침할 제2의 반도체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지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오랫동안 산업화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었던 호남, 그리고 40년 만에 하나가 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정부가 최근 국민보고회를 통해 발표한 서남권 첨단산업 구상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반도체 생산기지, AI 데이터센터, 첨단 패키징 산업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 국민보고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호남이 AI 시대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갖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수도권 1극 체제로 계속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지역 지원 논리가 아니었다. 그는 기업들이 서남권을 선택한 배경을 “경제 원리"라고 설명했다. △ AI 시대가 만든 새로운 산업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용인과 평택, 화성, 이천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벨트가 최적의 입지로 평가됐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은 산업의 공식을 바꿔 놓았다. 초거대 AI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고, 이를 처리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는 용인과 평택의 생산시설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AI 산업 발전으로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될 정도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세계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의 물리적 한계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이미 송·배전망과 용수 공급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추가 전력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수 역시 생활용수 공급만으로도 한계에 도달해 추가 증설이 사실상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생산거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호남을 지목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가능한 용수 등 산업 기반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며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던 호남이 이제는 용수와 전력, 용지라는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춘 유일한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 서남해안의 해상풍력과 태양광은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달성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평탄한 지형은 대규모 공장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지는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개발이 더디다는 이유로 약점으로 여겨졌던 조건들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 통합특별시가 만든 결정적 변수, 새로운 산업축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산업 전략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광주와 전남의 행정 통합이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 통합 결정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구역 통합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며 “이번 통합이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주요 동인이 됐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하나의 권역에서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 정주 여건 개선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서남권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기업 투자와 함께 전력망과 용수 공급, 교통 인프라,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산업도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장을 하나 더 짓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과 도시,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와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그 소외의 시간이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통합특별시라는 행정 기반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조건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이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기름값, 밥상물가 들썩” 두달째 3%대…정부 “당분간 상승세 지속”

소비자 물가가 두 달째 3%대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중동 전쟁 여파로 휘발유 등 석유류 물가가 4년 만에 최대 폭 오른데다 여름철 먹거리 가격도 치솟으면서 체감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당분간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3% 이내로 물가를 관리하기로 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세다. 올해 1월과 2월 2.0%로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전쟁 발발 후 4월 2.6%, 5월 3.1%로 오른 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후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 포함 전체 석유류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석유류 물가가 약 4년 만에 최대 폭 24.7%로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93%포인트(p)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던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휘발유(23.1%)와 경유(33.7%), 등유(23.1%) 등도 덩달아 상승했다. 석유류와 함께 공업제품도 4.4%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1.47%p 끌어올렸다. 그나마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더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고가격제가 없었을 경우 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수급 부족으로 먹거리 가격도 치솟고 있다. 6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대비 3.2% 오르며 5월(2.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파(37.1%), 쌀(11.7%) 등이 올라 농산물이 1.1%로 전월 감소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배면적과 생육 지연 등 대파 출하량이 줄고, 채소류 물가도 오른 영향이란 게 데이터처 설명이다. 국산쇠고기(7.5%), 수입쇠고기(6.8%), 돼지고기(4.5%) 등도 큰 폭으로 오르며 축산물은 6.2% 상승했다. 수산물도 3.7% 올랐다. 국제항공료, 외식 등이 오르며 전체 서비스 가격도 2.6% 상승했다. 국제항공료(28.2%)와 해외단체여행비(24.3%), 보험서비스료(13.4%) 등이 큰 폭으로 올랐고, 개인 서비스 중 외식도 2.6% 상승했다. 집세는 전년 보다 1.0%, 전기·가스·수도는 0.1% 각각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4% 상승했다.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밥상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도 0.4% 올랐다. 정부는 최근 중동 전쟁 종전 합의에 따른 유가 하락세에도 수요 급증으로 인해 당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 확대가 상쇄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차관도 “민생물가 안정 대책 과제를 신속하게 집행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데 전 부처가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리터(ℓ)당 150원씩 낮췄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내려갔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 7∼8월 중 농축수산물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신선란 2억개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李대통령 “충청, AI 시대 세계적 거점…기업 압박 투자는 구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청에는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기업의 전략적 투자와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더해진다면 충청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을 넘어 AI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혁신 거점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셀트리온 등의 충청권 투자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4대 첨단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충청"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결단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향해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했던 선견지명이 대한민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었듯, 이재용 회장의 결단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압박을 통한 투자 유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세상에 압력을 넣는다고 기업이 옮겨오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제가 이재용 회장을 압박해서 그런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구태적인 생각도 하던데, 그렇게 투자 유치를 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관치 행정을 하던 시절의 생각으로 압력을 넣거나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태"라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분열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균형 발전은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입지에 기업이 입주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나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투자 요구를 겨냥해 “광주에 반도체 단지를 만드니 우리 동네에도 해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정치하는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화를 낸다면 동네가 발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판을 다시 여는 대전환을 충청에서 시작하겠다"며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가 원팀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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