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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 국내 CCS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마라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기후재난과 이로 인한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나이 약 46 억 년 동안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10만 년 주기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지구 온난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산업화 이후 폭발적인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탄소 방출의 급증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범지구적인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성공하면 정말로 기후변화가 멈출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다툼과 찬반은 뒤로 하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전환으로 탄소 방출을 줄이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길은 어렵고 멀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인데 우리의 발걸음은 여전히 잰걸음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거나, 원전 또는 수소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에너지전환을 실행하고, 또한 산업체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여 재활용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기술을 활용해야한다. 에너지전환은 국민 경제 및 국가 산업 문제와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당장 활용이 가능한 방법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검증되고 활용 중인 CCS 기술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50개의 CCS사업이 운영 중에 있다. 2030년에 4억 톤, 2050년엔 10억 톤 저장을 목표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탄소중립의 선두 주자인 노르웨이의 탄소중립 실천 과정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르웨이는 북해에서 석유 하루 200만 배럴를 생산 중이며 가스를 포함하면 석유환산으로 약 385만 배럴 규모를 생산하고 있는 산유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35년 전인 1991년에 탄소세를 도입하여 꾸준히 탈탄소 정책을 추진한 결과 대표적인 유럽의 탄소저장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인구 500만인 이들은 어떻게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 먼저 꾸준히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는 북해의 유전으로부터 확보된 자금으로 장기적인 에너지전환 부문에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국가 에너지원 믹스를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이 공급하고 있어 풍력을 포함하면 전력의 100% 가까이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이 가능한 국가이다. 즉,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원과 막대한 자금의 바탕 위에 탄소세와 같은 정부 정책이 함께 작동되었기 때문에 탄소중립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2025년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 정부도 여러 차례에 걸쳐 청사진을 발표했다. 2010년 계획에는 CCS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3천만 톤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023년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5백만 톤, 2050년에 약 5천만 톤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국내에서 첫 번째 CCS 저장소로는 생산이 종료된 동해-1 폐가스전이 검토되고 있지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30년 목표를 맞추려면 1백만 톤 규모의 저장소가 5개 필요하고 2050년 목표를 맞추려면 1백만 톤 규모의 저장소가 50개 이상이 준비되어야 한다. CCS 사업도 자원개발처럼 지하의 저장소를 찾아서 주입 설비를 건설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5년~10년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 실행력 없는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언제까지 계획만 수정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신현돈

소방관 ‘보이지 않는 독’과 사투…화재 진압 때 ‘1급 발암물질’ 노출

29년간 1000건이 넘는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백혈병에 걸렸다면, 그 질병은 개인의 체질 문제일까, 아니면 직업이 남긴 흔적일까.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그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렸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소방관 A씨에 대해 법원은 공무상 질병을 인정하며 인사혁신처의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는 점을 명시했고, A씨의 근무 이력 대부분이 화재 진압과 구조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단순한 개인 소송의 승패를 넘어선다. 오랫동안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졌던 소방관의 직업성 질병 문제를,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공적 위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인사혁신처가 A씨의 화재 진압 경력을 2년 2개월로 축소 평가한 것과 달리, 법원은 실제 출동 건수와 직무 실태를 근거로 누적 노출의 현실을 인정했다. ◇불길만이 아니다, 화재 현장의 '화학 칵테일' 소방관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은 불꽃과 붕괴 위험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자재·가구·플라스틱·전자제품 등이 불에 탈 때 발생하는 연소 부산물은 수백 종의 화학물질이 뒤섞인 '화학 칵테일'을 형성한다. 여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벤젠, 포름알데히드, 중금속 성분,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포함된다. 이 물질들은 연기와 초미세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가고, 피부에 달라붙어 혈류로 흡수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러한 복합 노출의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IARC는 2023년 발표한 IARC 모노그래프 132권(Monographs Volume 132)에서 '소방관으로서의 직업적 노출'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음(Group 1)으로 분류했다. 이는 2010년의 '발암 가능성 있음(2B군)'에서 최고 등급으로의 상향 조정이다. IARC는 소방관 집단에서 관찰된 암 발생 증가에 대한 역학적 증거와, 연소 부산물의 발암 기전 연구 결과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IARC 모노그래프는 다양한 화학물질과 직업·환경적 노출 요인이 인간에게 발암성을 가지는지를 과학적 근거에 따라 평가·분류해 정리한 국제적 권위의 발암성 평가 보고서다. ◇수치로 확인된 노출…환경 기준의 수십·수백 배 화재 현장의 위험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국립소방연구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24년 2월 발표한 '화재 현장 활동대원에게 노출되는 미세먼지 평가' 연구에 따르면, 실제 화재 및 모의 화재 현장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평균 3306.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 달했다. 이는 환경부가 '나쁨'으로 분류하는 기준의 94배이며, 1만1670㎍/㎥로 측정된 최고값은 '나쁨' 기준의 300배가 넘었다. 문제는 불이 꺼진 뒤에도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잔불 정리와 화재 원인 조사 과정에서 바닥에 쌓인 분진이 다시 공기 중으로 떠오르며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형성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소방관이 불편함 때문에 공기호흡기를 벗기도 한다. 연구진은 바로 이 시점이 가장 취약한 노출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이 교진행한 연구 결과는 노출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화재 진압 전후 소방관의 소변을 분석해 PAH 대사체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결과를 지난 2021년 '노출과학 및 환경 역학 저널(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흡입뿐 아니라 피부 접촉이 주요 노출 경로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방화복과 후드, 장갑 등 보호 장비가 '보호막'인 동시에 관리가 부실할 경우 '2차 오염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염된 장비를 제때 세척하지 않고 반복 착용할 경우, 유해물질은 소방관의 몸 주변에 상시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보호 장비 속의 또 다른 위험, PFAS 최근 들어 논란이 커진 것은 방화복에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 PFAS)다. PFAS는 물과 기름을 튕겨내는 성질 때문에 사용돼 왔지만, 환경과 인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2023년과 2024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소방관 방화복 직물에는 많으면 20종 이상의 PFAS가 존재한다. 이 PFAS는 마모와 열, 자외선 노출이 증가할수록 방출량도 늘어난다. PFAS는 일부 암과 면역계 이상, 생식 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제기돼 왔다. 소방관은 화재 연기뿐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장비를 통해서도 장기간 저농도 노출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위험에 놓여 있다. 역학 연구는 소방관 집단에서 특정 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고해 왔다. 예일대 보건대학원의 엘리자베드 B. 클라우드 박사가 주도한 연구팀은 2025년 '암(Cancer)'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방관이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종에서 특정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시그니처는 난연제와 냉매 등에 쓰이는 할로알칸 계열 화학물질 노출과 연관돼 있다. 미국 암학회(ACS)의 로렌 테라스 박사 연구팀은 2025년 '국제 역학 저녈(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소방관은 일반인에 비해 피부암 위험이 72%, 신장암 위험이 39% 더 높다고 밝혔다.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 역시 여러 연구에서 직업적 노출과의 관련성이 제기돼 왔다. ◇피해 예방과 보상을 위한 제도는 '걸음마' 수준 보이지 않는 독과의 사투는 이제 소방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응답해야 할 공공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3년 '공상추정제'가 도입되면서 위험 업무에 장기간 종사한 공무원의 질병에 대해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길이 열렸다. 같은 해 개정된 공무원재해보상법에는 소방공무원의 직업성 암이 특례 질병으로 포함됐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상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출 자체를 줄이기 위한 장비 개선, PFAS 대체 소재 도입, 화재 단계별 호흡기 착용 기준의 엄격한 적용, 그리고 퇴직 이후까지 이어지는 장기 건강 모니터링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29년간 화재 현장을 누빈 소방관의 백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소방관의 질병을 더 이상 개인의 체질이나 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방관은 불길과 싸우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화학물질과 평생에 걸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판결은 묻고 있다. 생명을 구하는 이들이 감내해 온 위험을, 사회는 어디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남미 아마존, 전례 없던 ‘초열대기후’로 진입

브라질 타파조스 강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지역 부족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건기"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생태수문학자 마갈리 네미 박사는 이 부족장 증언을 '아마존의 역설'로 소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소속으로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남미 아마존 생태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네미 박사는 대학 보도 자료를 통해 연구 뒷얘기를 전했다. 당시 타파조스 강 수위는 건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이 거대한 탄소·수분 저장고로서 지구 기후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단 한 번의 이례적 건기만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받을 만큼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들은 아마존이 지금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후 체제, 즉 초열대기후(hypertropics)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초열대기후란 무엇인가 초열대기후는 기존 열대 기후의 변동 범위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고온·건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뜻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연구팀은 지난 10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무(無)유사(no-analogue,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비슷한 사례가 없는) 기후"라고 규정했다. 기온이 역사적 열대 기후의 99퍼센타일을 넘어서는 상황(상위 1%에 해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태를 초열대라고 정의한다. 과거 열대 지역에서 경험된 가장 무더운 날들보다 더 뜨거운 날이 자꾸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열대가 원래 더운 기후이지만, 그 범위조차 벗어나는 '이상하게 더운 기후'가 계속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조건은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던 에오세(世)~마이오세(약 1000만~4000만 년 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UBC 연구팀은 “아마존은 현재도 해마다 며칠 또는 몇 주간 이런 조건을 경험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면 2100년경에는 연간 150일 이상 초열대 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구진은 특히 이 현상이 건기를 넘어 우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아마존 생태계가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체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을 초열대로 밀어 넣는 원인들 아마존의 초열대화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라는 두 요인이 결합해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는 건기의 길이를 늘리고 기온을 상승시켜 대기의 수분 요구량(VPD)을 높여 '고온 건조(hot drought)' 상태를 유발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가 7%가량 늘어난다.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이 가속화되는데, 이를 대기의 수분 요구량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토양 수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나무들은 급격한 수분 스트레스를 받아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중단하며, '탄소 기아(carbon starvation)'에 빠진다는 사실을 실측을 통해 확인했다. 둘째, 아마존은 스스로 비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를 가진 숲이다. 네미 박사탐의 논문에 따르면, 아마존 동부 지역의 나무는 건기에도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증산작용을 지속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수십 m 깊은 지하수가 아니라 최근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내린 강우가 머무는 토양 상층부(50㎝ 이내)에서 공급된다. 이는 숲이 빗물 재활용에 매우 의존하는 체계임을 의미한다. 산림 벌채·산불·도로 건설 등으로 증산이 줄면 숲 전체의 강우 순환이 흔들리고, 나무 고사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 즉 초열대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존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넘어 결국 사바나화(savann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열대우림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 구조를 잃고, 훨씬 건조하고 나무가 성기게 드문드문 분포하는 '사바나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 생태계가 맞닥뜨릴 변화 초열대 기후가 본격화될 경우 아마존의 종 조성·기능·구조는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UC 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은 고온 건조 조건에서 연간 나무 고사율이 기존 대비 약 55%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열대우림 평균 고사율이 약 1%라면, 극한 조건에서는 최대 1.55%까지 상승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나무 고사는 생리학적 임계점과 직접 연결된다. UCB 논문이 밝힌 바와 같이, 토양 수분이 임계값을 넘어서 감소하면 증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후 지속되는 건조는 물관부 색전(embolism) 현상을 일으켜 수분 이동 경로가 차단된다. 이는 인간의 뇌졸중과 유사한 과정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질을 잎까지 끌어올리는 통로인 물관부의 조직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이후 나무는 잎 온도를 낮출 능력을 잃고 '열 스트레스'로 결국 말라죽게 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 밀도가 낮은 종이 고온·건조 조건에서 더 취약해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밀도 목재 종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고밀도 목재로의 대체 속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역과 지구에 미칠 파급 효과 초열대 기후로의 전환은 지역 주민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네미 박사의 현장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주민 대다수는 도로보다 강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강 수위 감소는 식량·의약품 공급망을 단절시켜 생계 기반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탄소 순환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인류 배출 CO₂ 의 상당량을 흡수해 왔으나, 고온·건조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숲은 탄소 흡수원에서 순배출원(sourc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UC 버클리 연구는 2015~2016년 엘니뇨 시기 아마존을 포함한 전체 열대 지역이 평년보다 약 25억 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탄소 저장고 기능을 상실할 경우 대기 CO₂ 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즉 전 지구적 악순환—을 촉발한다. 이러한 영향은 서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다른 열대우림에도 파급될 수 있다. ◇'기후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네미 박사는 대기과학자 루시아나 가티의 말을 인용해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가 아닌 '지구의 에어백(airbag)' 으로 비유한다. 충격을 흡수해 완화시키는 장치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에어백이 이미 과부하 상태라는 점이다. 증산 중단, 색전 발생, 고사율 증가라는 일련의 과정은 '압력이 한계에 달한 에어백'과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 버클리 연구팀 역시 향후 10~20년이 아마존 생태계의 운명뿐 아니라 지구 기후 안정성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시기라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보전 정책이 지금 즉시 강화되지 않는다면, 초열대기후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세탁기 배출 미세플라스틱, 물고기 아가미 닮은 필터로 걸러낸다

합성섬유가 들어있는 옷감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미세한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MP)이 배출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상당 부분 강이나 바다로 배출된다. 생태계에 영향이 우려되는 이 세탁기의 MP 섬유를 가정에서부터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여과 시스템이 개발됐다. 기존 세탁기 필터의 한계였던 낮은 효율성과 잦은 막힘 문제를 해결한 이 장치는 놀랍게도 '물고기'의 아가미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독일 본대학교 유기체생물학연구소와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npj 신규 오염물질(Emerging Contaminan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체 모방 필터를 소개했다. ◇왜 새로운 여과 시스템이 필요한가? MP는 5㎜보다 작은 플라스틱 입자나 섬유로, 물·토양·공기 등 모든 환경에서 발견되는 유해 오염물질이다. 특히 세탁기는 MP 섬유가 환경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인데, 한 사람이 1년에 10g에서 최대 120g의 MP 섬유를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과되지 않는 MP는 하수도로 배출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84~94%의 MP를 제거하지만, 나머지는 강과 바다로 들어간다. 따라서 MP가 하수 시스템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세탁기에는 펌프 보호를 위한 거친 필터만 있을 뿐, MP를 거르는 장치는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서 관련 여과장치를 개발했지만, 본격적인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가정용 여과 솔루션들은 막힘에 취약하고 포집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아가미 속 숨겨진 과학, FiF 필터의 원리 새로 개발된 생체 모방 필터(fish-inspired filter, FiF)는 활발하게 먹이를 먹는 '돌진 여과어(ram-feeding fishes)'의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모방했다. 이 물고기들은 앞으로 헤엄치면서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통해 물의 흐름을 유도하는데, 물고기 아가미는 식도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FiF는 이 구조를 본떠 원뿔형 필터 요소와 주기적인 자체 청소 메커니즘을 결합한 '반교차 흐름 여과(semi-cross-flow filtration)' 방식을 사용한다. 가장 큰 효과는 필터 막힘 지연에 있다. FiF는 포집된 MP 섬유의 최대 84.8%를 주기적인 청소 메커니즘을 통해 필터 외부의 농축액(concentrate)으로 수집한다. 우선 반교차 흐름 여과는 필터 표면에 입자가 쌓이는 데드 엔드 여과(dead-end filtration)와는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FiF는 원뿔형 구조를 통해 물이 필터 표면에 접하는 각도를 낮춰 MP 섬유가 필터에 달라붙지 않고 계속 굴러가도록 유도한다. ◇세탁기에 부착하면 나타나는 놀라운 효과 자체 청소 메커니즘은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듯, FiF는 주기적으로 농축액 밸브를 열어 필터 요소에 쌓인 입자들을 외부의 농축액 배출구로 배출시킨다. 이를 통해 필터 막힘을 지연시킬 수 있다. FiF가 수집하는 농축액의 부피는 여과된 유체 부피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교차 흐름 여과 공정에서 농축액 부피가 10~5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으로, 수거된 MP의 처리 및 폐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성능 덕분에, FiF는 농축액 배출구가 없는 일반적인 데드 엔드 필터와 비교했을 때, 필터 자체에 MP 섬유가 남아 있는 양이 약 7분의 1에 불과해 막힘이 최대 7배까지 지연될 수 있다. 세탁기에 FiF를 부착해 사용할 경우, 높은 효율성과 모듈식 설계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실험실 테스트 결과, FiF는 MP 테스트 섬유의 최대 99.6%를 포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에서 실제 효과가 있을까?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FiF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가장 성능이 좋았던 FiF 조합(Large-11 필터 요소, 78 μm 메쉬, 소용돌이형 유입구)은 99% 이상의 MP 섬유를 포집했고, 투과액(깨끗한 물)에 남는 MP 섬유의 양은 0.8 ± 2.2%에 불과했다. 이는 FiF가 거친 섬유 분리, 낮은 농축액 부피, 모듈식 청소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세탁기와 같은 응용 분야에 특히 적합한 대안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세탁기 환경에 맞게 필터 크기, 공격각, 메쉬 크기 등 다양한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낮은 공격각이 섬유가 구르도록 유도하여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iF는 생체 모방 여과 메커니즘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복잡한 분리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청소 간격을 필터 압력 차이에 연결하는 감각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모래·먼지·머리카락 등 다른 입자들과 혼합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먼지 사라지면서 온난화는 더 심해져

지난 2011~2023년 중국 전역에서는 대기질 개선 정책 덕분에 미세먼지 오염이 크게 줄었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줄면서 대기 냉각 효과도 줄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폭염 발생 빈도는 15%, 폭염 평균 지속시간은 37%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심화되면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기로 부상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 정책은 대개 대기오염 물질도 함께 감소시키는 '공동 이익(Co-benefits)'을 가져온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줄어든 에어로졸(미세먼지)이 오히려 지구 표면의 냉각 효과를 약화시켜, 단기적으로는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의 결과가 다시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악순환까지 겹치면서, 기후와 공기질은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주 '기후 신호등'에서는 이러한 기후와 공기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공중 보건과 기후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통합 전략을 모색한다. ◇도시의 이중 부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의 공동 배출 전 세계 도시 지역은 인류가 배출하는 오염 물질의 핵심 발생지다. 현재 도시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GHGs)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구조 탓에 비도시 지역보다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화석 연료와 바이오 연료의 연소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화석연료 유래 이산화탄소, FFCO₂)와 함께, 인체에 치명적인 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 오존(O₃)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동시에 배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오염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심폐 질환, 암, 조산 등 심각한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 2021년 기준 미세먼지와 오존은 전 세계적으로 약 52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초래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의 연구는 이러한 오염 물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함께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지난 5월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5~2019년 전 세계 1만 3189개 도시 지역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도시에서 모든 오염물질 쌍(雙)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이 공통적으로 '화석 연료 연소'라는 동일한 배출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강력한 환경 규제를 시행한 고소득 국가들에서는 PM2.5, NO₂, 오존, FFCO₂ 배출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반면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겪고 있는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PM2.5와 오존 농도가 크게 증가한 것과 동시에 FFCO₂ 배출도 함께 늘어났다.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화석 연료 사용 확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깨끗한 공기의 역설: 대기오염 개선이 온난화 '부채질'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대기오염 물질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순리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노르웨이 CICERO 국제기후연구센터 등 국제연구팀이 지난 7월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환경'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0년 전후 이후 동아시아의 대규모 에어로졸 감축이 최근 전 지구적인 온난화 가속화에 상당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어로졸은 산업화 이후 인위적 배출 증가로 인해 지구 에너지 수지(收支)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왔다. 특히 황산염 에어로졸(sulfate aerosols)은 구름의 반사율(알베도)과 구름 분포를 변화시키는 '에어로졸-구름 상호작용', 태양 복사를 직접 반사하는 '에어로졸-복사 상호작용'을 통해 지표를 냉각시켜 왔다. 이 효과는 그동안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가림막'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력한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시행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이 지역에서는 황산염 에어로졸의 전구체인 이산화황(SO₂) 배출량이 약 75%나 감소하는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감축이 이뤄졌다. 중국 난징 정보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지난 7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1~2023년 중국의 에어로졸 광학 깊이(AOD)가 10년당 -0.054의 속도로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이로 인해 약해진 에어로졸 냉각 효과가 중국의 최고 기온(TXx) 상승 추세에서 27%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중국 지역에서는 에어로졸 감소가 TXx 상승 추세의 79%를 차지해 온실가스(CO₂)의 기여도(52%)를 넘어섰다. CICERO 국제기후연구센터 등 국제연구팀은 이러한 동아시아 에어로졸 정화가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를 더 이상 가려주지 못하는 '언마스킹(unmasking)'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0년 이후 전 지구 평균 온난화율 증가(10년당 0.25℃)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연평균 약 0.07 ± 0.05℃의 급격한 추가 온난화를 유발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대기 질 개선이라는 공중 보건 목표의 성취가, 의도치 않게 기후변화 가속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깨끗한 공기의 역설'이다. 또한 지난달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북대서양과 북동태평양 해역의 저층 구름 반사율은 2003~2022년 사이 10년당 평균 2.8% 감소했다. 이 가운데 69%(범위 55~85%)는 SO₂ 및 기타 에어로졸 전구체 배출 감소에 따른 에어로졸-구름 상호작용 변화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수면에서 태양 복사 흡수가 증가했고, 해당 해역의 해수면 온난화 역시 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변화의 역습: 폭염이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다 한편 기후변화의 대표적 결과인 폭염과 극단적 기상 현상은 대기오염을 다시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폭염은 오염 물질의 배출, 화학 반응, 확산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후 동인(climatic impact-drivers, CIDs)이다. 폭염이 대기오염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고온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오존(O₃) 전구 물질의 광화학 반응 속도를 높여 지표면 오존 생성을 크게 늘린다. 실제로 오존 농도는 기온과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폭염 시기에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둘째, 폭염은 대기 정체 조건을 강화하고 대기 혼합 고도를 낮춰 오염 물질이 지표면 부근에 머무르게 만든다. 이로 인해 PM2.5와 NO₂ 같은 오염 물질 농도도 함께 상승한다.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은 지난 9월 'npj 클린 에어(njp Clean Air)'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온 변화가 오염 배출, 화학 반응, 확산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기오염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세먼지와 오존이 가장 빈번히 연구되는 오염 물질이며, 기온과 바람이 가장 핵심적인 기후 동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복합 위험은 급속한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 모니터링 인프라가 부족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SA)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연구팀이 지난 7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르완다 키갈리 지역에서는 폭염 기간 동안 오존 농도가 평소보다 최대 40%까지 상승했다. 폭염과 대기오염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 위험은 심폐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높이며, 특히 노약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에 더욱 가혹한 건강 부담을 안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합 전략: 모순을 넘어 해법으로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오염도 개선하는 것은 인류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단기적으로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모순'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해법은 기후 완화(GHG 감축) 정책과 대기오염 통제 정책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 전략으로 묶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첫째, 통합적이고 조정된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CO₂ 감축은 장기적으로 지구 냉각에 기여하지만, 에어로졸 감축은 단기적으로 온난화를 촉진할 수 있다. 중국 난징대학 연구팀은 논문에서 “CO₂ 감축의 중요성은 여전히 절대적이며, 에어로졸 농도를 적절히 관리하는 전략 역시 폭염 완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대기질 개선과 기후 극한 완화 사이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 에너지 확대, 청정 연료 전환, 차량 연비 개선 등은 기후 대응과 대기오염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중첩 정책이다. 둘째, 지역 맞춤형 전략과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지역별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추세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고소득 국가는 엄격한 배출 기준과 청정에너지 투자로 대부분의 오염 물질 감소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처럼 급격한 성장 국면에 있는 지역은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효율 향상, 대중교통 확대, 폐기물 관리 개선 등을 통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베이징대학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 세계 기후와 대기 질 연구는 실제 기후 위험이나 건강 피해보다는소득이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의 연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연구팀 역시 논문에서 “기상 당국과 보건 당국이 협력해 폭염 경보와 대기질 경보를 통합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도시 녹지 확대와 청정 교통망 구축 같은 자연 기반 해법(NbS)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 가져오는 공동 이익은 분명하지만, 에어로졸 감소에 따른 단기적인 온난화 가속이라는 역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오염 개선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해법은 CO₂와 비CO₂ 온실가스를 포함한 단기 기후 영향 물질(SLCFs)의 감축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질 개선으로 발생하는 단기 온난화 효과를 상쇄하면서, 공중 보건 보호와 장기적인 기후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날씨] 일요일 전국 눈비…낮 최고 1∼10도

일요일인 14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눈이나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수는 대체로 오후 들어 잦아들겠으나, 전라 서부 지역과 제주에서는 밤까지 계속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적설량은 서해5도와 충청권, 전북 내륙이 1∼5㎝ 수준이며, 제주에는 3∼8㎝의 눈이 쌓일 가능성이 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1㎝ 안팎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수량은 울릉도·독도와 제주가 5∼10㎜, 전라권과 서해5도는 5㎜ 내외, 충북 중·남부는 1㎜ 안팎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려울 수 있고, 기온이 낮은 곳에서는 도로 결빙이나 살얼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침 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4도 사이로 분포하겠고, 낮 기온은 1∼10도 수준에 머물겠다. 해상에서는 동해 앞바다의 물결이 0.5∼3.5m, 서해 앞바다는 0.5∼3.0m, 남해 앞바다는 0.5∼2.5m로 일 것으로 전망된다. 먼바다의 경우 동해는 최대 5.0m, 서해는 3.5m, 남해는 4.0m까지 파도가 높아질 수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청정열에너지 의무화 제도 추진…난방요금 오르나

일정 규모 이상 열을 생산하는 난방사업자에 청정열 생산을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력뿐 아니라 열 부문에서도 탈탄소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난방 등 열 생산 과정에 환경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난방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국회에서는 위성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청정열에너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은 청정열에너지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위한 전환 전략과 지원체계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2018년 대비 2035년 온실가스를 53~61% 감축하겠다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했다.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열에너지가 2021년 기준 48%를 차지하는 만큼 전력 중심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 속에 입법이 추진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입법안의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법안은 청정열에너지의 범위를 재생열·미활용열·폐열 등으로 규정한다. 현재 별도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 공기열 히트펌프가 재생열로 인정될 경우 청정열 범위에 포함된다. 청정열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는 '청정열에너지공급의무화' 도입이 제시됐다. 이는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생산 의무를 부여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RPS는 발전사가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거나 외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연도별 의무량을 채우도록 한 제도다. 올해 기준 의무비율은 14%다. 청정열 공급의무화도 이와 유사하게 한국지역난방공사·서울에너지공사·GS파워 등 주요 난방사업자가 직접 청정열원을 도입하거나 외부 사업자로부터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RPS로 발생한 비용은 전기요금 내 기후환경요금을 통해 회수된다. 현재 기후환경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9원이 부과되고 있으며 월 33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약 2970원을 부담한다. 청정열공급의무화 도입 시 비슷한 방식의 비용 회수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화력 기반 난방보다 청정열 생산비용이 높은 만큼 의무비율이 설정되면 난방요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에게 미칠 부담 등을 고려해 국회는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 목표비율과 이행방안을 법에 명기하지 않고 법 통과 이후 시행령에서 세부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성조 국회기후변화포험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공급량, 목표 시점을 법안에 명기하지 않았고 이후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며 “다만 단 1%라도 청정열 공급을 시작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열요금에도 전기요금 내에 기후환경요금 같은 걸 신설해서 청정열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열에너지법은 청정열공급의무화 도입과 함께 4년마다 10년 단위의 '청정열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세제 지원 근거도 담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날씨] 전국 곳곳 눈비…수도권 최대 5cm 적설

주말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12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13일 늦은 오후부터 경기 북부·남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충북 북부, 제주도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1~3㎝의 많은 눈이 내린다. 예상 적설량은 강원 내륙·산지 5~10㎝, 경기 북부·남동부, 충북 중·북부, 제주도 산지 3~8㎝, 서울·인천·경기 남서부, 서해5도, 충북 남부, 경북 북부 내륙·북동 산지 1~5㎝, 대전·세종·충남 내륙, 전북 동부 1~3㎝, 경남 서부 내륙 1㎝ 안팎이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5~20㎜, 서울·인천·경기와 서해 5도, 강원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충북, 울릉도·독도 5~10㎜ 등으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 광주, 전남, 전북, 부산, 울산, 경남, 대구·경북은 5㎜ 안팎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지면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비나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아 차량 운행 시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일요일인 14일에도 충남과 호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눈이 오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말라가는 탄소예산…1.5℃ ‘오버슈트’ 현실화, 2℃마저 위태롭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과학계의 전반적인 분석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였던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제한은 이미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2℃ 온난화 제한을 위한 '잔여 탄소 예산'마저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 잔여 탄소 예산(remaining carbon budget)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나 2℃와 같은 중요한 기후변화 목표값을 초과하기 전까지 배출이 허용되는 총 이산화탄소의 양을 말한다. 현재 각국이 제출한 국가별 기여 약속(NDC), 국가별 감축목표로는 2050년대 이전에 1.5℃를 훨씬 초과하는 경로에 놓여 있다. 심지어 조건이 달린 감축목표까지 모두 이행하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은 최대 2.6℃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1.5℃를 초과하는 이른바 '기후 오버슈트(climate overshoot)' 단계가 수십 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도 지난 2023년 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오버슈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바닥난 2℃ 잔여 탄소 예산: 남은 시간은 수십 년뿐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일본 국립환경연구소(NIES) 지구시스템부 연구팀이 '원 어스(One Eart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2℃ 온난화 제한을 위해 남아있던 탄소 예산의 평균 추정치는 458.9 GtC(4589억 탄소톤)였다. 이는 종전 추정치(352.2 GtC)보다 늘어난 것인데, 전망치의 불확실성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20년 기준이다. 전 세계는 연간 약 11 GtC(110억 탄소톤, CO2 기준으로는 연간 약 400억 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2020년 이후 현재(2026년이 가까운 시점)까지 5년 이상이 경과했는데, 이는 잔여 예산 중 약 55 GtC 이상이 이미 소진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1.5℃는 말할 것도 없고, 2℃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 남아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이러한 상향 조정된 (더 낙관적인) 잔여 예산 추정치로도 현재의 연간 배출량(11 GtC/년)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지구 기온 상승이 2℃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잔여 예산이 커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행동 지연의 완충제 역할을 해서는 안 되고, 고배출을 지속한다면 오버슈트 위험은 그 만큼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 피할 수 없는 오버슈트의 막대한 대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드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가 1.5℃ 이상 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기후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PNAS Nexus)'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전에 평가된 것보다 생태계와 사회 시스템은 1.5℃나 2℃ 온도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위험 수준도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온난화 목표치를 일시적으로 초과한다면 온도가 다시 목표치 아래로 내려온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많은 영향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오버슈트가 발생하면 우선 해수면 상승과 같은 물리적 위험은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리적 위험은 일단 발생하면 나중에 지구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뭄이나 산불이 증가하는 기간(오버슈트 기간)이 수십 년간 지속될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 수준에서 겪게될 사회적, 경제적 손실 역시 비가역적이다. 이와 함께 오버슈트가 장기화되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취약한 공동체들은 더욱 복잡한 기상 및 기후 극한 현상에 노출돼 부적응(maladaptation)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 지연할 시간이 없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어진 숙제 잔여 탄소 예산이 급속도로 소진되는 현재 상황은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늦출 여유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오버슈트로 인해 발생할 비가역적 영향을 피하고, 재난 구호 활동 등 인도주의 수요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1.5℃ 아래로 되돌아갈 현실적인 경로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가 NDC를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과학계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2℃를 초과하는 세계뿐만 아니라 기후 오버슈트의 뚜렷한 단계들에 대한 계획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인 정책 결정이 중장기적인 정책 환경과 취약 계층 지원 등 인도주의적 대응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기후 오버슈트가 사회·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적절한 적응, 위험 감소 및 선제적 조치 전략을 충분히 파악하고 실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파리 협정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 초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영향과 복잡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힌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겨울 냉기 땅속 저장 ‘21세기 석빙고’…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절약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암호화폐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국가 단위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 지층을 '냉기 저장고'로 활용하는 저류층 지열 에너지 저장(reservoir thermal energy storage, RTES)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의 새로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RTES가 전력 소비 대폭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약, 폭염 대응력 확보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겨울 냉기의 저장'…물 절약 효과도 RTES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기술이 '지열'을 직접 냉각에 활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RTES는 땅속의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차가운 에너지'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겨울이나 야간처럼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드라이 쿨러를 이용해 물을 차갑게 식힌 뒤, 이를 기수 또는 염수 대수층에 주입해 저장한다. 이 지층은 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냉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저장된 차가운 물을 다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에서 보내오는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열을 머금은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져 다음 겨울까지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기는 거의 가동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RTES는 폭염 속에서도 냉각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RTES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물 사용량 절감 효과다. 기존 냉각탑 방식은 대량의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지만, RTES와 드라이 쿨러 조합은 현장에서 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RTES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의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겨울의 냉기를 저장해 여름의 폭염에 대응하는 구조는 기후변화 시대에 특히 강점을 갖는다. ◇5MW 데이터센터 실증…냉각 비용 3분의 1로 감소 RTES의 경제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정밀하게 입증한 연구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오현준 박사 연구팀이 국제 저널인 '용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냉각 부하 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RTES를 적용했을 때의 연중 성능과 20년 수명 주기 경제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냉각기와 드라이 쿨러를 사용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RTES 적용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냉각기의 냉각 평준화 비용(LCOC) 은 전력 1MWh당 약 15달러였지만, RTES를 적용하면 약 5달러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RTES는 압축기 기반 냉각기와 달리 순환 펌프와 드라이 쿨러만으로 냉각이 가능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피크 시간대 성능계수(COP) 는 기존 냉각기가 2.4 수준인 반면, RTES는 16.5에 달해 효율이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RTES에 열 회수 시스템까지 결합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최대 78.2% 감소하고, 연간 약 148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만으로도 상당한 기후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MW 초대형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용 가능 RTES는 중소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저널 (Journal of Clean Energy and Energy Stor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70MW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30MW 암호화폐 채굴 시설에 RTES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RTES 적용 시 냉각 평준화 비용은 70MW급 센터가 11.9달러/MWh, 30MW 암호화폐 센터가 14.8달러/MWh로 분석됐다. RTES는 전체 냉각 부하의 최대 60%까지 공급했고, 나머지는 드라이 쿨러가 담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 장비의 작동 온도를 기존 70~75도에서 20~25도 수준으로 낮추면, 장비 효율 향상으로 추가 전력 사용량이 18~28%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RTES는 폭염으로 인해 냉각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열 폭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 평가됐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도 기후 인프라가 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RTES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통해 흡수된 열은 다른 곳을 난방하는 데 활용될 잠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TES는 단순한 냉각 설비를 넘어, 에너지 저장 기술이자 기후 적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뿌리를 내린다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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