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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너지’ 수소의 역설 - 대기 누출되면 온난화 가속화 역할

수소(H₂)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전력·산업·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이끌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각국은 수소 경제를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는 수소가 대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소는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화학 반응을 통해 강력한 '간접 온실가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수소는 어떻게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드는가 수소의 기후 영향은 대기 중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화학 반응에서 비롯된다. 노르웨이 시세로(CICERO) 국제기후연구센터의 마리아 산드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23년 6월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로 누출된 수소는 대기의 핵심 산화제인 수산화기(OH)와 빠르게 반응한다. OH는 흔히 '대기의 세정제(cleanser)'로 불리며, 메탄(CH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를 분해해 대기 중 체류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소가 증가하면 OH가 수소와 먼저 반응해 소모되고, 그 결과 메탄을 분해할 수 있는 OH의 양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메탄의 대기 중 수명이 연장되고, 메탄 농도는 이전보다 더 오래, 더 높게 유지된다. 즉, 수소는 스스로 열을 가두지는 않지만, 메탄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간접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증폭시킨다. 여기에 더해 수소의 산화 과정은 대기 하층에서 오존(O₃) 생성을 증가시키고, 성층권에서는 수증기(H₂O) 농도를 높여 복사 강제력을 키운다. 이러한 복합 효과가 누적되면서 지표면 온도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수소의 온난화 효과…CO₂보다 11배 강한 '간접 영향' 수소의 기후 영향은 이미 정량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의 주타오 오양 박사와 로버트 잭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100년의 시간 범위로 계산한 수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100)를 11 ± 4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질량의 수소가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약 11배 큰 온난화 효과를 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리아 산드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수소의 GWP100은 11.6 ± 2.8로 추정돼, 연구 방법과 모델이 달라져도 계산 결과가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단기 영향을 보는 2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GWP20)에서는 수치가 37 ± 15 수준까지 상승해, 수소 누출이 단기간 기후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0~2020년, 수소 농도 상승이 기온 끌어올렸다 대기 중 수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70% 증가했으며, 2010년 이후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양 박사팀은 2010~2020년 사이 증가한 대기 중 수소가 전 지구 평균 지표 기온을 약 0.02 ± 0.006°C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미해 보일 수 있는 수치지만, 단일 물질의 간접 효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수소가 분자가 매우 작고 가벼워 생산·저장·운송 과정에서 쉽게 새어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산업용 수소 시스템에서도 평균 약 1% 내외의 누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 경제가 본격화될수록 이 누출량은 절대적인 규모에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10~2020년 기간 동안 전 지구 대기로 공급된(배출된) 수소의 양은 연평균 약 70 Tg(테라그램, 1Tg=100만톤), 즉 7000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배출원은 인간 활동이 아니라, 메탄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광화학적 산화로, 전체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화석연료 연소, 정유·화학 공정, 산업적 수소 생산과 이용 과정에서의 누출이 중요한 인위적 배출원으로 더해진다. ◇대기로부터 제거되기도…배출원-흡수원 불균형 대기 중 수소를 제거하는 주요 흡수원은 두 가지다. 첫째는 토양 미생물에 의한 흡수로, 전체 제거량의 약 70%를 담당한다. 둘째는 OH와의 반응이다. 토양 흡수 능력은 지역별 토양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 수소의 대기 중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자 동시에 불확실성이 큰 요소로 지적된다.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수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출된 수소가 문제라는 점이다. 오양 박사팀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미래 수소 사용량이 급증하더라도 누출률을 1% 이하로 억제한다면 수소 전환을 통한 기후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누출률이 10% 수준에 이르면, 수소로 인해 발생하는 온난화 효과가 메탄 배출 감축으로 얻는 이익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수소 '누출률'이 기후 혜택을 결정한다 수소는 분명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은 수소는 대기 중 메탄의 수명을 연장하는 '온난화 조력자'로 돌변한다. 마리아 산드 박사팀과 주타오 오양 박사팀이 공통적으로 수소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규제와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가정용 배관, 장거리 파이프라인, 저장 시설, 수송 수단 등 수소 활용 영역이 넓어질수록 누출 관리의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수소 경제의 성공 여부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정밀한 측정과 관리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꿈의 에너지' 수소를 진정한 청정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새어 나가는 작은 양의 수소까지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3일 전국 곳곳에 비…도로 살얼음 주의

오는 23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23일 오후부터 수도권과 강원 내륙, 충청권, 전라권, 제주도에 비가 내리겠고 밤부터는 그 밖의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비는 24일 아침 대부분 그치겠으나 제주도는 오후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5~10㎜, 충남과 전라권 5~20㎜, 충북과 강원 내륙·산지 5~10㎜다. 강원 동해안은 5㎜ 미만의 적은 비가 내리겠고, 강원 북부 산지에는 1㎝ 안팎의 눈이 예보됐다. 23일 전국의 최저기온은 -5∼8℃, 최고기온은 4∼15도로 예상된다. 아침에는 비나 눈이 얼어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녹사평역 유류 오염, 미군기지가 원인…24년만에 입증

지난 2001년 초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수가 대량의 유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는 2001년 2~3월 녹사평역 지하철역 집수정과 터널 내 맨홀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고, 부근의 유류취급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으로부터 남서쪽 방향의 약 120m 거리 미군 용산기지 내에 있는 유류 저장 시설을 비롯해 녹사평역 주변 유류 시설, 주유소 등이 원인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염 원인과 정화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다. 오염이 미군기지 내부에서 비롯됐다는 강력한 정황과 여러 전문가·시민단체의 주장은 존재하지만, 정부 간 공식 인식 차, 공개 자료 제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인해 공식 결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여 년 만에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이 미군 기지에서 시작됐음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고려대 환경지구환경과학과 윤성택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유순영 박사 등은 녹사평역 지하수의 복합 오염 실체와 미군 기지의 책임을 첨단 과학 기법으로 규명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하수(Groundwater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첨단 '환경 감식' 기법이 찾아낸 미군 기지의 오염 지문 연구팀은 오염원을 추적하기 위해 단순 농도 측정을 넘어 유류 지문법(Oil fingerprinting)과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CSIA) 등 이른바 '환경 과학 수사' 기법을 총동원했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서 발견된 유류 성분은 기지 내 보급되었던 등유(kerosene), 휘발유(gasoline), 항공유(JP-8)의 화학적 특성과 정확히 일치했다. 오염이 발견된 녹사평역 인근 미군 기지 내부에 등유, 휘발유, 항공유(JP-8), 디젤 등을 저장하는 8개의 지상 저장 탱크(AST)와 4개의 지하 저장 탱크(UST)가 존재했는데, 연구팀은 지하수에서 검출된 유류 유형(휘발유 및 등유)이 기지 내에서 사용 및 저장된 유류의 종류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오염물질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 결과, 미군 기지로부터의 거리와 지하수 흐름에 따라 오염의 시기와 종류가 뚜렷하게 구분됨이 확인됐다. 이는 오염원이 기지 외부의 다른 시설이 아닌, 기지 내부 유류 저장 시설에서 시작돼 외부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기지 내 저장 탱크 및 배관 결함이 낳은 '확실한 증거' 연구는 기지 내 설치된 지상 저장 탱크(AST)와 지하 저장 탱크(UST),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배관망을 오염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실제로 과거 기록에 따르면, 1998년(유출량 7560L)과 2007년(유출량 2268L), 2015년 등 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대규모 누출 사고가 이번 연구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녹사평역 주변 오염은 자정 작용이 진행 중인 구역(제1구역)과 고농도 벤젠이 여전히 잔류하는 구역(제2구역)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제1구역괴 제2구역 모두의 오염 원인이 인근 미군 기지라는 점을 과학적 증거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제1구역은 2004년 이전 기지 내부에서 누출된 등유나 디젤 같은 중간 유분에 의한 '오래된 오염'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11월과 12월에 기지 내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 누출 사고 기록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제2구역의 고농도 벤젠 오염은 2004년 이후, 특히 2007년 10월경 기지 남쪽에서 발생한 누출 사고에서 기인한 휘발유와 같은 경질 유분 오염 탓임이 밝혀졌다. ◇심각한 벤젠 오염과 한강 유출 위험 경고 특히 남쪽 제2구역의 벤젠 농도는 지하수 수질 기준(0.015 ㎎/L)을 최대 1170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극히 위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지 내부에서 누출되어 잔류하던 유류가 지하수 유동 방향을 따라 기지 외부(녹사평역 주변)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논문 또한 이러한 지하수 흐름과 오염 확산 패턴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녹사평역 일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발암물질이 수십만 톤에 달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30~40년 후에는 한강으로 유출돼 서울시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유류 오염 외에도 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과불화화합물(PFOS, PFOA)과 같은 또 다른 발암물질의 검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은 이미 2006년부터 이어진 수차례의 소송에서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의 보존·관리상 과실로 인해 유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어 서울시 부지를 오염시켰다"고 판단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근본적 정화 대책 마련 시급 이번 논문은 이러한 법적 판단을 넘어, 화학적 분석을 통해 미군 기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논문은 첨단 환경 감식 기법(유류 지문법,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발견된 화학적 '지문'이 미군 기지의 유류 저장 이력 및 누출 사고 기록과 정확히 일치함을 보여줌으로써, 두 구역 모두 미군 기지가 명백한 오염원임을 확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양수 처리 기술을 동원해 벤젠 농도를 과거 대비 약 40% 감소시켰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수천 배 웃도는 지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자연적인 분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농도 구역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미군에 정화 책임을 명확히 묻지 못한다면 이는 시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군 측에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근본적인 원인 조사와 정화 비용 분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미세플라스틱 수프가 된 바다…태풍이 도로 뱉어낸다

전 세계 해양이 플라스틱 혹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이 문제를 다루는 연구 결과가 여러 저널을 통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들 논문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에 휩싸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전 지구적 압력: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의 연대 플라스틱 오염과 인위적인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 가해지는 수많은 압력 중 잠재적으로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특히 이들이 '공동 스트레스 요인(joint stressors)'으로서 함께 발생할 때 그 위험이 증폭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프론티어스(Frontiers)'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플라스틱과 기후변화, 이 두 가지 문제는 유한 자원의 과소비라는 동일한 근본 원인을 공유하며, 20세기에 화석 연료 소비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은 탄소 기반의 폴리머로 구성된 복잡한 물질이다. 내구성·유연성·발수성 등 고유한 특성 덕분에 현대 사회의 기본 요소이자 상징적인 물질이 됐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 미만에서 2023년에는 4억톤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매년 약 22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 등 자연환경으로 유입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느린 환경적 풍화 과정을 거치며 큰 플라스틱(5㎜ 초과)에서 미세플라스틱(MPs, 5㎜ 미만) 및 나노플라스틱(NPs, 1㎛ 미만)으로 파편화된다. 이러한 작은 입자들은 육상·대기·수생 환경 전반에 걸쳐 어디나 존재하는 오염원이다. 2019년에만 도로 교통, 가정용 직물, 폐수 슬러지 등 주요 출처를 통해 약 270만톤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 플라스틱 오염을 악화시킨다. 기온 상승, 자외선 강도 증가, 습도 증가와 같은 온난화 조건은 산화·광분해·가수분해를 통해 폴리머의 분해를 가속화하고 풍화를 심화시킨다. 실제로 기온이 10°C 상승하면 플라스틱 분해 속도가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는 플라스틱이 잘 깨지도록 만들고, 표면 균열을 가속화해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촉진한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색상·유연성·발수성 등을 위해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데, 이들 물질은 발암 물질이거나 신경 독성 물질, 내분비 교란 물질일 수도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수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이 풍화되면 화학 첨가제가 더 많이 녹아나오게 된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존재하는 다른 독성 물질을 쉽게 흡착하기도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극심한 폭풍과 홍수는 플라스틱 잔해의 이동과 파편화를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주요한 경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립지나 노천 쓰레기장에 쌓이는데, 이 시설들은 도시 중심부 근처의 저지대나 홍수 평원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홍수나 침식에 매우 취약하다.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고 저지대인 지역에서는 홍수 시 플라스틱 이동이 4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간에 걸쳐 해빙(바다얼음)이 형성되는 동안 해수면의 인공 입자들이 모이고 농축되기 때문에, 해빙은 미세플라스틱을 오랜 시간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이 저장소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오염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심해 퇴적물로의 미세플라스틱 운반 경로 최근 유럽의 연합 연구팀은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를 짚었다. 연구팀은 “해저는 해양 쓰레기의 궁극적인 저장소인데, 미세플라스틱은 복잡한 물리적, 생물학적 메카니즘을 커져 심해 퇴적물까지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 연구 센터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ne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북태평양 해수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8∼2600개 범위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표층의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지점(hotspots)과 수층 전체 깊이별 평균 농도가 높은 지점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표층에 떠 있던 플라스틱 잔해가 풍화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아래로 침강하는 “낙진(fallout)"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원래 해수보다 밀도가 낮아 부력을 갖는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미세플라스틱은 밀도가 증가해야 심해로 침강할 수 있다. 이러한 밀도 증가는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미생물이나 조류가 플라스틱 표면에 부착해 생물막을 형성하면 입자의 부피 밀도가 높아져 침강이 시작된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응집체(marine snow)나 동물성 플랑크톤이 배설한 분변 펠릿(fecal pellets)에 통합되면 밀도가 증가하고 침강 속도가 빨라져 심해로 운반된다. ◇수층 내에서의 복잡한 이동 경로 일본 규슈대학 응용역학연구소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서 태평양에서 작은 미세플라스틱(SMPs, 10−300 µm)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밀도에 따라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먼저 '약한 침강' 경로다. 밀도가 해수와 거의 중립에 가까워져 약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에서 노출되는 등밀도면(isopycnal surface)을 따라 잠입해 표층 바로 아래 '아(亞)표층'에 축적된다 두번째는 '강한 침강'이다. 해수보다 밀도가 훨씬 무거워져 강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과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영역인 중층수 아래의 깊은 층으로 운반된다. 이 외에도 유럽팀의 논문에 따르면, '해저 협곡(육지의 계곡처럼 해저에 깊게 패여 형성된 골짜기 지형)'이 플라스틱과 육상 쓰레기의 상당량을 심해로 운반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다. ◇생태계 영향: 복합 스트레스와 저서 생물 교란의 역할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했을 때, 육상 및 수생 생태계에서 상호작용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먹이 사슬의 더 높은 영양 단계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높은 수온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된 물벼룩(Daphnia magna)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번식력이 감소했다. 담수 어류의 경우, 나노플라스틱과 온도가 상승작용을 일으켰는데, 독성을 증가되면서 DNA 손상이나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을 걸러서 먹이를 먹는바다의 홍합은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해양 산성화가 결합했을 때 소화 효소 활동이 현저히 저해됐다. 먹이 사슬 상위에 위치하며 크기가 크고 수명이 긴 수생 생물종은 이러한 복합 스트레스 요인에 가장 취약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저 퇴적물에 최종적으로 저장되는데, 여기서 바닥에서 사는 저서생물과 미세플라스틱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저서생물은 퇴적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을 교란하게 된다. 저서생물의 교란 활동은 미세플라스틱을 더 깊은 퇴적층으로 이동시켜 장기적으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동시에 저서생물의 교란활동은 생물학적 재부유(resuspension) 및 재분배를 통해 저서 생물들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중국 난카이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서 생물 중에서도 굴과 같은 여과 섭식종은 이동성 포식자(게·새우)보다 미세플라스틱을 훨씬 더 많이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미세플라스틱을 다시 육지로 보낸다 중국 노팅엄 닝보대학 연구팀은 동중국에서 2023~2024년 세 번의 태풍(Doksuri, Gaemi, Bebinca)이 발생하는 동안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MP) 침적 샘플을 수집, 태풍이 대기 MP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연구는 '환경 과학 기술'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 결과, 태풍 기간 동안 MP 침적률이 ㎡당 하루에 6291~1만2722 개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비(非)태풍 기간 대비 최고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한 침적 수준은 상하이의 4배, 런던의 16배 수준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48~779 개/m²/일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태풍 기간에는 플라스틱 성분이 다양해졌다. 비태풍 기간의 4~5종류에 비해 9종류나 됐다. PET와 PVC와 같은 고밀도 폴리머를 포함해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기후변화 외면한 ‘MAGA’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기후 위기 증거를 '사기'라고 폄훼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비용이 큰 규제로 간주해 완화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선은, 최근 축적되고 있는 경제학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미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를 방치하는 정책은 'MAGA'가 아니라 'MAPA(Make America Poorer Again,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미국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피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미국 애리조나대학 경제학과 데릭 르무안 교수의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이미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소득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전역의 카운티 자료를 활용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일 기온 분포를 어떻게 바꾸었고, 그 변화가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가장 단순하게, 특정 지역의 해당 연도 기온 변화만을 고려할 경우에도 기후변화는 미국의 연간 소득을 약 0.32%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기후변화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기후변화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지속되고 공간적으로 전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르무안 교수의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이른바 '전체 계산(full calculation)'이다. 이는 현재의 기온 변화뿐 아니라 과거 수년간 누적된 기온 변화, 그리고 다른 지역의 기온 변화가 무역과 가격, 투자 경로를 통해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반영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2000~2019년 기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의 국가 소득은 평균적으로 약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신뢰구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2%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환경 비용이 아니라, 무역 정책이나 조세 개편, 대규모 이민 정책 변화에 버금가는 거시경제적 충격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는 이미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 자체를 낮추고 있으며, 이를 외면하는 것은 '경제 우선' 전략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피해는 왜 전국으로 확산되는가 기후변화의 경제적 피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촘촘한 무역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폭염이나 이상 기후는 그 지역의 생산성만 떨어뜨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 에너지 비용, 제조업 공급망을 통해 다른 지역의 소득과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일반균형 효과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무역을 통한 가격 경로가 피해 확산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실질적인 완화와 적응 노력이 없는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최대 20~24%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케임브리지대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이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PLOS) '기후(Climate)'에 발표한 국가별 거시경제 분석 결과다. 특히 화석연료 확대와 정책 후퇴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기온 상승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성장률 자체가 훼손된다. 이는 일부 부문에서의 적응으로 상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장기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손실이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MAGA를 원한다면, 기후정책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적극적인 기후 완화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파리 기후협정 목표에 부합해 연간 기온 상승 폭을 낮출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득 손실을 크게 줄이거나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순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는 기후정책이 곧 성장정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선택은 분명하다.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단기적 규제 완화와 화석연료 확대에 매달리는 전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 만드는 경로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의미의 MAGA를 원한다면, 기후변화를 비용이 아닌 경제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환경을 위한 선택이기 이전에, 미국 경제의 장기적 번영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날씨] 토요일 비 온 뒤 일요일 기온 뚝 떨어져

오는 20일 토요일 전국에서 비가 내리고 21일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밤사이 부산과 울산, 경남동부내륙, 경남남해안에 가끔 비가 내리겠다. 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남풍이 불어 들기 때문이다. 토요일인 20일에는 중부지방·호남·제주에 새벽부터, 경남과 경북서부는 오전부터, 경북북부내륙과 경북북동산지에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락가락 이어지겠다. 20일 비는 날을 넘기지 않고 중부지방에서는 늦은 오후부터, 남부지방과 제주에서는 밤에 대부분 그치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 5∼20㎜, 전남해안 5∼10㎜, 호남(전남해안 제외)·부산·울산·경남 5㎜ 안팎, 수도권·서해5도·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경북서부·경북북동내륙·경북북동산지 5㎜ 미만으로 많지 않을 전망이다. 비가 그치면 우리나라가 대륙고기압 영향에 들면서 추워지겠다. 20일까진 남풍이 불어 들면서 기온이 아침 최저 1∼11도, 낮 최고 7∼19도로 평년기온을 웃도는 등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겠으나 21일은 아침 기온이 -7∼5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도 1∼8도에 그치면서 춥겠다. 기온은 오는 22일 낮부터 평년기온 수준을 회복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위기 취약계층 보호 강화”…탄소중립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를 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명시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여러 법안을 병합한 것으로,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 규정을 새로 신설했다. 법안은 노인, 아동,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등 생물학적·사회경제적·지리적 여건으로 기후위기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후 회복력이 낮은 집단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규정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이행할 때 이들 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책무를 명시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실태를 파악하고 폭염·한파·재해 등 기후 관련 피해에 대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담겼다. 개정안에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녹색건축물 전환을 위한 이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변경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적 통제 장치도 마련됐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법안은 기후시민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주요 기후 정책과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숙의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 연구와 데이터 생산·관리를 총괄하는 국립기후과학원 설치 근거를 신설하고,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후정책연구협의체 구성 내용도 담겼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경우 위원 규모를 현행 50∼100명 이내에서 30∼60명 이내로 조정하고, 기후재정·금융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번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 여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재생에너지 분야 가짜 정보 팩트체크하는 ‘리:팩트(RE:FACT)’ 출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를 찾아내 신뢰할 만한 정보,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팩트체크 플랫폼이 출범했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인 '리팩트(RE:FACT)'는 18일 서울 종로구 아미드호텔에서 출범을 알리는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 등을 설명했다. 리팩트는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윤순진·임용진·박진희)와 기후미디어허브(대표 김태종)가 공동 운영한다. 리팩트는 전문가 네트워크도 구성했는데, 에너지전환포럼의 정희정 이사와 석광훈 전문위원, 플랜1.5의 최창민 정책활동가(변호사),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과 김범석 교수 등 12명이 참여했다. 리팩트는 이날 간담회에서 “리팩트의 목표는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검증된 정보 위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건강한 공론장을 유지하고, 필요한 정책이 제때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와 언론보도 등에 등장한 허위 정보에 대응 ▶정책·이슈 대응을 위한 선제적 분석 제공 ▶전문가 네트워크 확충 및 언론 지원 강화 ▶지속적인 여론 모니터링과 시민사회·학계·산업계 등과 협업 대응 등을 수행하겠다고 리팩트 측은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 전환포럼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1%가 “재생에너지 관련 허위 정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42.2%는 '어느 정도 심각함', 19.9%는 '매우 심각함'으로 응답).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6.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희정 이사는 “응답자 중에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비싸다는 주장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재생에너지 전력의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정책에 반대하는 비율도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면 사실과 다르게 잘못된 내용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허위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상청, 전력시장 맞춤형 햇빛·바람 예측 서비스 내년 6월 시작

기상청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외청으로서 본격적인 역할에 나섰다. 기상청은 전력시장 운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전력시장 맞춤형 기상예측 서비스를 내년 6월부터 본격 제공한다. 풍력발전 입지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풍력자원지도도 내년 12월 개발을 목표로 한다. 기상청은 18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내년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상청은 내년 6월부터 햇빛과 바람 기상자료를 2일 전까지는 1시간 단위, 3시간 전까지는 10분 단위로 예측해 제공한다. 이는 향후 도입될 재생에너지입찰제도의 거래 구조에 맞춘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입찰제도에서는 하루 전 시장과 실시간시장은 각각 기상청 예측 서비스 시간 단위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입찰제도는 내년 중 육지로도 확대 도입될 예정이며 실시간 시장은 하루전 시장에서 발생한 예측 오차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청은 예측서비스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오차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계통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력발전 입지 개발 지원도 강화된다. 기상청은 인공지능(AI)과 수치모델 관측자료를 결합한 재현바람장을 내년 1월부터 제공하고, 풍력발전 입지 선정을 위한 풍력자원지도를 내년 12월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이 바람이 잘 부는 입지를 선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 체계도 한층 강화된다. 내년 6월부터 기존 폭염경보를 넘어서는 '폭염 중대경보'와 '열대야 주의보'가 새로 도입된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집중호우 등 재난성 호우에 대해서는 상위 단계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대응 속도를 높인다. 특보 구역 세분화도 추진된다. 수도권과 세종 등 일부 시·군은 세부 권역으로 나뉘어 보다 정밀한 기상 특보가 제공된다. 감시·예측 인프라 측면에서는 기상·기후 레이더 통합 운영, 차세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 완료, 천리안위성 5호 도입 등이 추진된다. 기후변화 감시 시스템도 고도화된다. 해수면 온도 3개월 전망을 정식 서비스하고, 10년까지의 기후를 예측하는 '국가기후예측시스템'을 개발한다. 돌발가뭄과 3개월·6개월 누적 강수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합 기상가뭄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위험기상·기후 감시 및 예측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예측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기상 전 분야로 확대 활용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상청은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해 과학 기반의 기후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각광 받는 히트펌프…난방의 패러다임 전환 부른다

겨울철 난방의 표준이었던 석유·가스 보일러를 대신해 '히트펌프(Heat Pump)'가 차세대 난방 기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직접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 주변에 존재하는 열을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적 차이는 난방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열을 '만들지' 않고 '옮긴다'…냉장고와 비슷한 작동 원리 히트펌프의 기본 원리는 냉장고와 같지만, 실제 작동 과정은 그 반대다. 냉장고가 내부의 열을 외부로 내보내 음식물을 차갑게 하는 것처럼 히트펌프는 바깥 공기나 땅, 물 속에 있는 열을 실내로 끌어와 난방에 활용한다. 많은 사람이 “겨울철 차가운 공기에 무슨 열이 있느냐"고 묻지만, 영하의 공기에도 분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절대온도 0K(–273.15℃)가 아니라면, 영하의 공기에도 열에너지는 존재한다. 히트펌프는 바로 이 미세한 열을 모아 쓴다. 히트펌프는 냉매가 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열을 이동시키는데, 그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먼저 증발기에서 냉매가 외부 열을 흡수하며 기체로 변한다. 이어 압축기에서 냉매를 압축해 온도와 압력을 급격히 높인다. 이때 전기는 열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압축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된다. 다음으로 응축기에서 고온·고압의 냉매가 실내 배관을 지나며 열을 방출하고 액체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팽창 밸브를 통해 냉매의 압력과 온도를 낮춰 다시 증발기로 보내며 이 과정이 반복된다. 냉장고에서 볼 수 있는 구조다. 열을 어디에서 끌어오느냐에 따라 히트펌프는 공기열, 지열, 수열 방식으로 구분된다. ◇가스보일러 대비 3배 높은 효율 히트펌프의 가장 큰 강점은 에너지 효율이다. 일반적으로 히트펌프는 전기 1kWh를 사용해 3~5kWh에 해당하는 열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성능계수(COP) 또는 계절성능지표(SPF) 3~5로 표현한다. 반면 전기히터는 전기 1을 넣어 열 1을 얻는 구조이고, 가스보일러는 연료 연소와 배관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구조적 차이만으로도 히트펌프는 보수적으로 약 3배의 효율 우위를 가진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더욱 분명하다. 가스보일러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만, 히트펌프는 사용 단계에서 직접 배출이 없다. 온실가스 배출은 전력 생산 단계에서만 발생하며,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가 진행될수록 히트펌프의 환경적 이점은 자동으로 커진다. 이 같은 효과는 국내 학술 연구에서도 수치로 확인됐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최준영 수석연구원과 이기원 주임연구원이 지난달 '대한설비공학회 논문집(Korean Journal of Air-Conditioning and Refrigeration Engineerin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독주택 난방·급탕 시스템을 고효율 전기 히트펌프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364만 톤의 CO₂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독주택 난방·급탕 부문 배출량의 약 36%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난방열 1GJ(기가줄)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도시가스 보일러는 약 62kgCO₂를 배출하는 반면, 전기 히트펌프는 SPF 3.0을 적용할 경우 약 40.7kgCO₂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열 단위당 배출량이 약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전력망 안정에도 기여 해외에서는 히트펌프가 단순한 전력 소비 설비를 넘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에서 히트펌프는 난방 부문의 전기화를 통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팀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히트펌프와 전기차를 유연하게 제어할 경우, 2050년 기준 전력 수입을 약 20% 줄이고 겨울철 도매 전력 가격을 최대 6%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열 기준을 충족한 주택에서는 외부 기온이 0℃일 때도 히트펌프를 최대 10시간 꺼두어도 실내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패트릭 제임스 교수가 주도한 연구 역시 스마트 제어 히트펌프가 피크 시간대 전력 수요를 최대 90%까지 낮추면서도 주거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해당 결과는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응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됐다. 사우샘프턴대학 에너지·기후변화학과의 패트릭 제임스 교수는 “우리 연구는 히트펌프가 쾌적한 난방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력망이 혼잡한 시간대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 스마트 제어를 통해 히트펌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시스템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공과금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에너지 전환 분야의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EMBER)는 지난 17일 히트펌프와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히트펌프의 기술적 효율성은 이미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보급이 더딘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가격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유럽연함(EU) 국가에서 전기요금에 각종 세금과 정책 비용이 집중적으로 부과되면서, 전기가 가스보다 2~4배 비싸게 책정돼 히트펌프의 효율 이점이 상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히트펌프 확산의 관건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지목한다. 재생에너지 지원금이나 비에너지 정책 비용을 전기요금에서 분리하거나, 가스 쪽으로 이전할 경우 전기·가스 가격 비율이 크게 낮아져 히트펌프의 경제성이 개선된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처럼 전기요금 부담을 낮춘 국가는 실제로 히트펌프 보급률이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 결국 히트펌프 확산은 개별 가구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전기화 시대에 맞지 않는 요금·세제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다. 전기를 가장 청정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정책 전환이 이뤄질 때, 히트펌프는 기후 대응 수단을 넘어 유럽 에너지 전환의 '표준 난방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에너지 믹스도 중요…재생에너지 비중 높아야 효과 난방의 전기화는 전력 소비 증가를 동반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독주택을 모두 히트펌프로 전환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는 약 14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전력 소비의 약 2~3% 수준이다. 연구진은 단열 개선과 스마트 제어를 병행할 경우 전력 피크 부담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히트펌프의 탄소 감축 효과는 전력 생산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달 초 국회예산정책처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높은 전력 믹스에서는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의 탄소 배출계수가 낮아질수록 히트펌프의 감축 효과는 커지며, 전력 부문이 완전 탈탄소화될 경우 난방 부문의 배출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히트펌프를 통해 탄소배출을 저감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전력설비가 구축되어 있는 가구를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면밀히 파악한 뒤 중장기 사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히트펌프가 사용하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유럽 다수 국가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법적 지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며, 인정될 경우 공공기관 의무비율과 제로에너지건축 인증에서 활용 폭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보급의 관건은 비용과 제도 정부는 히트펌프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2035년까지 350만 대 보급을 통해 이산화탄소 518만 톤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초기 설치비, 공간 제약, 전기요금 누진제는 여전히 큰 장벽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583억원을 투입해 가구당 초기설치비 100만원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정용 히트펌프 설치비는 1,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보조금을 적용해도 가구 부담이 크다. 실제로 기후부가 추산한 가구당 히트펌프 설치비는 1400만 원으로, 정부 보조(560만원)와 지방비(280만원)를 제외하더라도 가구당 56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에너지 취약계층이 참여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반면 사우나나 수영장처럼 온수 사용량이 많은 시설에서는 가스 대비 15~2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이미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초기 설치비 지원, 노후 주택 단열 개선과 연계한 그린리모델링 등을 통해 보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히트펌프는 단순한 보일러 교체 기술이 아니다. 연료를 태우는 난방에서, 열의 흐름을 관리하는 난방으로의 전환이다. 비용과 탄소, 전력망과 산업 구조까지 함께 바꾸는 변화다. 난방의 미래는 더 이상 불꽃에 있지 않다.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루느냐가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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