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햇빛소득마을, 패널보다 계통이 먼저다](http://www.ekn.kr/mnt/thum/202608/news-p.v1.20240321.6ca4afd8aac54bca9fc807e60a5d18b0_T1.jpg)
이재명 정부는 마을 주민이 태양광 발전소의 설치와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햇빛소득마을'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 구상은 단순하다. 마을의 지붕과 유휴부지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팔아 수익을 주민 배당, 전기요금 절감, 마을 기금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패널을 설치했다고 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으면 생산한 전기를 팔 수 없고, 연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면 주민에게 돌아갈 몫부터 줄어든다. 현재 논의는 대체로 설비비 지원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업성을 좌우하는 것은 계통접속비, 마을에서 접속점까지 이어지는 인입선 구축비, 필요한 구간의 지중화비,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비 등이다. 비용은 사업 초기에 발생하지만, 수익은 상업 운전 이후에야 생긴다. 더구나 비용 규모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주민에게는 태양광 설비보다 “얼마를 더 내야 할지 모르는 전력망"이 더 큰 장벽이다. 핵심은 하나다. 햇빛소득마을의 병목은 패널이 아니라 계통이다. 따라서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접속비를 얼마나 보조할 것인가가 아니라, 계통 관련 비용을 개별 마을의 발전사업비로 볼 것인가, 여러 마을이 함께 쓰는 공익 인프라 비용으로 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이 지역 소득·에너지복지·주민 수용성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 기반인 전력망까지 마을마다 각자 해결하게 할 수는 없다. 대안은 권역 공동접속이다. 인접한 여러 마을과 공공시설, 농공단지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공동 접속점과 변전설비, 인입선을 함께 계획하는 방식이다. 마을마다 선로를 따로 설치하는 중복을 줄이고, 접속용량과 공사 순서도 미리 조정할 수 있다. 공동 ESS를 두면 낮에 몰리는 태양광 출력을 조절해 계통 혼잡과 출력제한도 줄일 수 있다.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접속용량과 전력망 투자를 지역 단위로 사전 계획하고, 호주의 재생에너지구역은 공유망을 먼저 조성한 뒤 발전·저장사업자가 접속하도록 한다. 제도는 달라도 메시지는 같다. 전력망은 개별 사업자의 사후 부담이 아니라 권역 단위의 선행 투자로 다뤄야 한다. 또한, 지중화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주거밀집지역, 학교·복지시설 주변, 산불·침수 취약구간, 관광·경관 핵심구간에서는 지중화가 안전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을 주민에게 전가하면 수용성을 높이려던 지중화가 오히려 참여를 막는다. 전면 지중화보다 꼭 필요한 구간을 선별해 공익 비용으로 처리하는 타깃 지중화가 현실적이다. 다만 공공이 인프라 비용을 맡는다고 발전 사업권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 발전 사업권과 수익은 마을법인과 주민에게 남겨야 한다. 공공은 공동접속망, 인입선, 타깃 지중화, 공동 ESS에 먼저 투자하고, 정해진 범위에서 장기간 비용을 회수하는 인프라 수탁자에 머물러야 한다. 민간 사업자는 설계·시공·운영을 맡되 주민 수익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공공이 사업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위험만 대신 맡는 데 있다. “주민부담 0원"도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장치로 설계해야 한다. 주민 개인에게 접속비나 지중화비를 직접 청구하지 않고, 초기 선납금과 의무출자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마을법인이 상업 운전 뒤 내는 공동접속망 사용료에는 상한을 두고, 이를 공제한 뒤에도 주민 배당과 마을 기금의 최소 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공공 인프라의 적자를 주민에게 자동 전가하지 않는 원칙도 필요하다. 첫걸음은 지자체, 지방공기업, 마을 대표,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권역 준비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범지역에서 공동접속망과 ESS가 비용과 대기 기간을 얼마나 줄이는지 검증하는 일이다. 결국, 햇빛소득마을의 성패는 패널 수가 아니라 비용구조에 달려 있다. 마을마다 접속비를 조금씩 보조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권역 공동망을 공공이 먼저 만들고 마을이 발전 사업권과 수익권을 갖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지중화가 공익이라면 비용을 주민에게 더 물릴 것이 아니라, 주민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비용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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