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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구청장, 소각장 보다 쓰레기 줄일 ‘기반 복원’이 먼저

서울시의 마포 소각장 건립 결정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시장의 쓰레기 대책 비판에 나섰다. 소각장 증설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쓰레기 감량 체계부터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가 생활 쓰레기 감량을 돕는 기존 정책들에 대한 지원을 삭감해왔다고 비판했다. 쓰레기를 줄이라고 하면서 정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축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구청장은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주는 '재활용정거장'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2013년 서울시 시범 사업으로 시작돼 많은 자치구에서 도입했으나 2021년 시가 예산을 전액 삭감한 뒤로 성동구를 비롯한 일부 자치구만 구비로 버텨 왔다는 설명이다. 2021년 성동구에서 시작한 '커피박(커피찌꺼기) 수거' 정책도 마찬가지다. 커피박을 퇴비나 연료로 재사용하는 순환경제 사업이지만 이 역시 2023년부터 시 지원이 끊겨 구가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구청은 스마트 무인 수거함 운영과 폐금속·폐봉제 원단 재활용 사업 등을 통해 수거 체계를 다각화하고, 자원회수센터를 중심으로 한 자원 순환 인프라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행정이 준비가 안 돼 일어난 문제의 대책 조차 민간에만 기대고 있다"며 “시민이 애쓰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량이 줄어들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로봇 기업 케이엔알시스템, 슈퍼 휴머노이드 개발 나선다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대표 김명한)이 로봇 시장 선점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158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번 조달은 리픽싱(전환 가액 조정) 조건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케이엔알시스템 측은 이에 대해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입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엔알시스템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158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케이엔알시스템이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 단행하는 자본성 자금 조달로 주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조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수익률이 각각 0%와 1%로 설정됐으며 만기일은 2031년 2월 26일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등 로봇기술 로드맵의 핵심기술을 순차적으로 상용화하는 데 투입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기술 로드맵의 정점에 있는 '슈퍼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해 올해 말 그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하는 슈퍼 휴머노이드는 다섯 손가락의 로봇손과 로봇팔을 갖추고 유무인 탑승 방식을 호환하는 이족보행 고하중 대형 로봇이다. 극한 산업현장에서 작업자가 로봇에 승차해 직접 운용하거나 작업자 없이 원격 운용이 모두 가능한 방식이다. 높이 2.5m, 폭 1.5m 크기로 설계됐고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다른 휴머노이드의 가반하중(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 대비 10배 이상인 400kg부터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디자인 특허출원을 완료한 케이엔알시스템의 '슈퍼 휴머노이드'는 기존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춘 기체들에 붙이는 명칭이다. 다른 휴머노이드가 인간이 할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불가능한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최대 가반하중 600kg급 슈퍼 휴머노이드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이 된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 같은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고중량물 핸들링이 필수적인 산업현장은 물론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고온, 고방사선 등 극한의 환경에 투입돼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이 회사가 개발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을 집약한 고성능 로봇팔을 탑재해 강력한 구동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해 특수설계된 다섯 손가락의 로봇손을 추가해 기존 휴머노이드가 수행하지 못한 고중량 핸들링 등 고난도 작업을 현실화한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 과정에서 파생된 로봇팔과 로봇손을 완성형 로봇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구성요소를 개별 제품화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봇 핵심부품 시장에서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는 “전시관 부스에서 복싱과 댄스 등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현장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인간을 대신해서 일하는 슈퍼맨형 로봇을 개발해 세상을 안전하게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상장 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번 CB 발행은 로봇 핵심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완성형 로봇시스템 영역까지 확장하기 위한 소중한 투자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공식 참여기업과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미 심해에서 작업하는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를 관리하는 로봇 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될 정도로 뛰어난 로봇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로봇팔보다 두 배 향상된 고성능 '다목적 유압 로봇팔' 개발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동 모터와 유압액추에이터를 하나로 결합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라인업'을 완성했으며 최근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관련 본계약을 체결하고 원전 해체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도 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도시가스업계 미래 먹거리 ‘연료전지’, 관건은 탄소 감축

도시가스 공급량이 난방용과 연료전지용 수요 증가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연료전지 원료로 쓰이는 도시가스는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현 정부에서는 지지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업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도시가스 공급량은 총 10억4694만GJ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공급 증가를 이끈 분야는 난방과 연료전지이다. 용도별 공급량을 보면 △가정용 4억4493만GJ(전년 대비 5.9% 증가) △일반용 9794만GJ(5.7% 감소) △업무용 5402만GJ(4.5% 증가) △산업용 3억2761만GJ(0.6% 감소) △열병합1 452만GJ(6.3% 증가) △열병합2 837만GJ(27.7% 증가) △열전용 970만GJ(5.9% 증가) △수송용 3649만GJ(7.1% 감소) △연료전지용 6338만GJ(11.5% 증가) 등이다. 특히 연료전지 공급량은 2020년 1269만GJ에서 2025년 6338만GJ로 5년만에 500%나 증가하며 도시가스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지난해 도시가사별 공급량 및 증감은 △삼천리 1억7147만GJ(전년 대비 4.8% 증가) △경동도시가스 8873만GJ(4.1% 증가) △서울도시가스 8398만GJ(6.2% 증가) △코원에너지서비스 6700만GJ(4.5% 증가) △부산도시가스 5615만GJ(1.2% 증가) △예스코 5495만GJ(4.6% 증가) △인천도시가스 4923만GJ(7.3% 증가) △대성에너지 4552만GJ(1.2% 증가) △JB 3989만GJ(0.6% 증가) △경남에너지 3969만GJ(8.1% 증가) △충청에너지서비스 3890만GJ(6% 증가) △대륜에너지 3692만GJ(5% 증가) △해양에너지 3385만GJ(1.9% 증가) △CNCITY 2842만GJ(1.5% 증가) △서해도시가스 2672만GJ(2.6% 증가) 순을 보였다. 가장 높은 공급 증가율을 보인 경남에너지의 비결도 연료전지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료전지용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공급량도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에너지는 경남 함안 사내산업단지엔 남부발전, SK에코플랜트 등과 협력해 19.8MW급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해 2025년 3월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도 39.8MW급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산퓨얼셀의 인산형 연료전지 70기(30.8MW)와 SOFC 30기(9.0MW)가 설치된다. 또한 경남 거제 연초면에 9.6MW급 연료전지 발전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연료전지 보급량은 2019년 464MW에서 2023년 1036MW로 확대됐으며, 올해 2월 현재는 1296MW가 가동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시스템이다. 도시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원료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연료전지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력 및 수소산업을 관장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열린 세계수소엑스포 2025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는데 수소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큰 역할을 해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며 “다만 LNG 개질수소 비중은 줄이고, 국내 수전해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도시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연료전지는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분산전원으로, 미래 AI 시대에 유망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도시가스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탄소가 배출되는 화석연료를 쓰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부생가스, 바이오가스, 그린수소, 핑크수소 등 저탄소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LX인터, 연 31만톤 인니 탄소배출권 수익화 나서

LX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확보한 탄소감축 실적을 국가 간 이전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실질적 여건을 확보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하상(Hasang) 수력발전 사업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환경부로부터 파리협정 제6.4조(Article 6.4, 이하 파리협정 체제) 기반의 탄소감축 사업으로 공식 승인받았다고 12일 밝혔다. 파리협정 체제가 발효된 2021년 이후 인도네시아가 자국 프로젝트를 공식 승인한 첫 사례다. 파리협정 체제는 교토의정서 청정개발체제(CDM)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탄소감축 메커니즘으로, 유엔(UN) 주도 아래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국제적으로 이전·활용할 수 있게 설계된 체제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수익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유엔 승인 등 후속 절차를 거쳐 국내 배출권으로 전환하거나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을 계기로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통해 연간 31만톤(t) 규모의 탄소배출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하상 수력발전 사업에서 21만톤, 팜(Palm) 농장 바이오가스발전 사업에서 10만톤이다. 이를 국내 배출권 가격(12일 배출권 종가 톤당 1만2750원)으로 환산하면 약 40억원이다. 하상 수력발전소는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지역에 위치한 설비용량 41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소로 수로의 낙차를 이용해 무탄소 전력을 생산해 지역사회에 공급한다. 인도네시아 약 15만 가구가 1년 가량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바이오가스발전 사업과 연계한 탄소감축 실적에 대해서도 파리협정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서부 칼리만탄 소재 팜 농장에서 가동 중인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농장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바이오가스를 포집해 전력으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사업이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승인은 신재생에너지 자산 운영 역량을 탄소배출권 사업과 결합해 거둔 신성장 사업의 성과"라며, “해외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국내 및 글로벌 배출권 시장과 연계해 수익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고] 고로(高爐)가 꺼진 자리,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던 철강이 녹슬고 있다. 글로벌 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탄소 중립이라는 파고는 거세다.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들은 100년 넘게 태워온 석탄 고로를 끄고,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생존을 위한 혁신이다. 그러나 막상 불을 끄니 더 무서운 적이 나타났다. '전기요금'이다. 전기로는 말 그대로 전기로 쇳물을 녹인다. 에너지가 곧 원가다. 그런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3년간 70% 넘게 급등했다. 제조 원가의 임계점이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계산서를 들이민다. 대(對)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 품목의 수출액 중 약 90%가 철강이다. 피할 길은 없다. 철강 기업들은 진퇴양난이다. 탄소를 줄이려 전기로를 도입했더니 비용 폭탄을 맞고, 그 전기마저 '그린'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출길에서 페널티를 받는다. 제조 원가는 치솟는데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이것은 경영 난이도가 아니라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대형 철강사는 그나마 낫다. 진짜 위기는 그 아래 수천 개의 중견·중소 철강 가공 업체들이다. 주조, 금형, 표면처리 등 뿌리 산업 기업들은 대기업보다 전력 의존도가 높다. 이들에게 '비싼 전기료를 내고, 웃돈을 얹어 RE100을 이행하라'는 요구는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 지금의 전력 시장 구조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몇 개 짓는다고 해결될 물량이 아니다. 게다가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전기를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 공급은 부족하고 가격은 비싸다. 이대로면 한국 철강은 탄소세에 짓눌려 고사(枯死)할 것이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먼 곳의 대형 발전소만 바라볼 게 아니다. 우리 머리 위를 봐야 한다. 철강 산단, 공장 지붕, 유휴 부지 등 전국에 흩어진 '롱테일(Long-tail)' 자원이 해답이다. 우리는 이 흩어진 자원들을 IT 기술로 묶어 거대한 '가상발전소(VPP)'를 만들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첫째, 규모의 경제다. 수천 개의 지붕 태양광을 하나로 묶으면 대형 발전소 못지않은 공급 능력이 생긴다. 둘째, 가격 경쟁력이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플랫폼을 통해 직거래하면, 중소 철강사도 감당 가능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다. 셋째, 접근성이다. 기업 규모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철강 산업 경쟁력이 '누가 더 뜨거운 불을 지피느냐'였다면, 미래의 경쟁력은 '누가 더 똑똑하게 전기를 쓰느냐'에 달렸다. 전국의 공장 지붕에서 생산된 전기가, 그 아래 공장의 전기로를 돌리는 구조.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시스템만이 송전망 병목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철강은 여전히 대한민국 제조업의 척추다. 척추가 무너지면 전신이 마비된다. 고로의 불꽃은 꺼져가지만,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에너지는 이미 준비돼 있다.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일 시장의 결단이다. 데이터로 연결된 햇빛만이 녹슬어가는 철강을 다시 빛나게 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부, LNG 용량시장·청정수소발전 입찰 설 이후 공고 검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규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설비의 시장 진입을 위한 LNG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CHPS)입찰 공고를 설 연휴 이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부는 최근 한국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여한 실무 논의를 열고 입찰 세부 사항과 공고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는 석탄발전 암모니아 혼소 방식은 사실상 제외하고 수소 혼소와 전소 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LNG 용량시장의 경우 열병합 발전소 등 LNG를 활용하는 설비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설비 규모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공고 시점은 지역 민원 가능성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실제 일정이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입찰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후부 출범에 따른 전력시장 제도 정비와 특히 LNG 이용 발전설비에 정책 방향 조정 과정에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신규로 화석연료 발전소가 늘어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대표적 인사다. 김 장관은 기후부 출범 직후 전력거래소가 진행 중이던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을 전격 중단 시켰다. 입찰 취소 사유는 “새로운 공고로 대체하기 위함"으로 명시됐다. 본지 2025년 10월 17일자 [단독]김성환 기후부 장관, 화석연료 퇴출 '속도전'…청정수소발전 입찰 전격 취소 기후부는 3달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공고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물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도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NG 용량시장도 감감무소식이다. 이 제도는 LNG를 주연료로 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 선정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용량 상한을 정해 공급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 폐쇄 일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전력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환기 전원 확보 정책의 핵심 제도로 입찰이 예정대로 진행되길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비용 부담을 고려할 때 LNG 발전이 과도기 전원으로 일정 기간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탄소저감을 위해 신규 건설이나 노후설비 교체·증설을 추진하는 LNG 기반 발전사업자들은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 입찰을 거쳐야 하는 구조여서 올해도 다수 사업자가 입찰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무 논의에서도 LNG 혼소 발전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성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석탄발전의 암모니아 혼소는 경제성과 기술 불확실성 문제로 사실상 정책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지난 2024년 LNG 용량시장 시범사업에서는 공고물량 1100MW 가운데 묘도열병합과 대전열병합 등 2개 사업자가 총 876.24MW 규모로 최종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석탄발전 폐쇄 일정과 전력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입찰 물량도 1GW 내외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입찰 공고는 설 연휴 이후 발표되고, 사업자 선정은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은 여전히 초기 시장 단계라는 점에서 물량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입찰에서는 연간 750GWh 공급 규모로 공기업인 남부발전만 단독으로 선정됐으며, 이는 설비 기준으로 약 140MW 수준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물량도 150~200MW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 감축 속도와 전력수요 증가를 동시에 고려하면 LNG 설비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기후부가 신규 원전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 만큼 이번 입찰시장도 당초 계획대로 일정 물량은 조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MR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AI•탄소중립 시대 전력수급 선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SMR 관련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구을)은 12일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SMR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법은 SMR 기술개발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SMR 및 관련 시스템 연구·개발·실증 촉진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 ▲민간기업 참여 확대 ▲부지·비용 지원 등 행정·재정·기술 지원 체계 구축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 규모가 작고 모듈화 설계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대응, 에너지 안보 확보 측면에서 주요 대안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중국·영국 등 주요 원전 기술 보유국들은 SMR 연구개발과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기반 조성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황정아 의원은 “SMR 특별법의 본회의 통과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SMR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라며 “AI 시대 전력수요 증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SMR 기술개발과 실증, 인력양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 기술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에너지 기술 강국이자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자와 원전 산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SMR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한전기협회, 법정단체 ‘대한전기산업연합회’로 재탄생

대한전기협회가 '전기산업발전기본법'에 의한 법정단체인 '대한전기산업연합회'로 재탄생한다. 전기산업의 체계적·효율적 지원을 위하여 대한전기협회를 법정단체인 대한전기산업연합회로 지정하는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대표발의)이 2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따라 협회는 법적 지위 확보와 함께 ▲전기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 ▲기술개발 지원 ▲국제협력 ▲디지털 전환 촉진 등 전기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대한전기협회는 지난 2019년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타당성조사 및 제도 검토를 시작으로, 전기산업 육성·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국회와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관련단체협의회 등 유관기관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 2024년 1월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2025년 5월 이철규 의원이 전기산업의 활성화와 전기산업계의 통합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일부개정법률안이 금일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전기산업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완성하게 되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철규 의원은 “이번 전기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전기산업계의 일원화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관련 지원사업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한전기산업연합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동맥과도 같은 전기산업의 지속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대한전기협회는 이사회 및 총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대한전기산업연합회'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법정단체 위상에 걸맞은 조직 개편과 운영체계 정비를 통해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관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는 전기산업이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재도약할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마련된 것"이라며 “단순한 기관의 명칭 변경을 넘어, 급변하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해 산업계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신(新)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와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강화하여 대한민국 전기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북한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남한이 참여한다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지 1년이 지난 2014년 1월 1일 육성 신년사에서 “한 와트(W)의 전기도 극력 아껴 쓰도록 하며 나라 살림살이를 깐지게(까다로울 정도로 빈틈없고 아무지게) 해나가자"고 전기 절약 투쟁을 강조했다.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과거보다 전력 사정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 그 나마 나아진 전력도 모든 곳이 균등하게 나아진 것이 아니다. 김정은이 허락한 곳, 그의 통치에 꼭 필요한 곳에서만 나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의 소리(VOA0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내각을 통해 평양에는 무조건 전력을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따라서 하루 5시간 정도 전기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60~80W의 낮은 전압이 들어와 전기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제재가 풀리고 난 후 북한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중국에서 중간재와 자본재, 부품 등 상당한 규모의 조달이 돼야 한다. 현재는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과 우호국으로부터 수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남북 관계가 개선돼 경제협력이 추진 된다면 우선적으로 북한의 심각한 전력 해결을 위해 남북 간 협력이 논의 되어야 한다. 2019년 10월 북한이 중국에 태양광발전소 투자를 대가로 희토류 채굴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중국 희토류산업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제안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한 고위급 관료는 중국 라오닝성 선양시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의 전력난 해결을 위해 중국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면 이에 대한 대가로 황해도 철산군 희토류 광산 개발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중국 희토류협회는 평양에 매일 250KW의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약 25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 했으며 중국 내 희토류 업계 관계자를 이용해 “북한의 제안을 세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대북 투자는 국제적으로 안전하지 못하지만 상호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좋은 사업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은 풍부한 석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무역으로 확보하지 않고 자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자급자족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북한의 에너지 공급량은 남한의 5~10% 정도로 전력 공급의 어려움이 상당하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를 필요로 하는 석유를 최소화하고 석탄을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전력은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석탄과 수력에 의존해 석탄을 이용한 화력과 수력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북한 전체 에너지 수급 구조를 낙후시킨 중요한 요인이 됐다. 또한 설비의 노후화, 에너지원 공급의 감소, 발전 및 송배전 체계의 불안, 중공업 우선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구조로 인해 전력난이 심화됐다. 사회주의 경제권 해체에 따른 대외 지원 감소와 북핵 문제에 따른 국제사회의 원조 축소 등도 북한의 전력난을 가속화 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2020년 기준 766만㎾(남한: 전력거래소 2024년 말 기준 총 152,768MW)이다. 북한의 수력과 화력발전 비율은 수력 60%, 화력 40%이며, 대형 발전소 60개 등 중소형 발전소 포함해 약 1,190여개가 있다. 특히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평양과 그 주변 지역에 건설돼 있다. 이들 발전소는 대부분 30년 넘는 설비가 73% 정도 차지해 약 65%가 개보수 또는 폐지 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이 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우선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을 얘기할 수 있다. 지난해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장관은 “호혜적, 다자적. 획기적 협력 구상을 통해 남북 교류 협력을 재기하겠다" 며 그 한 방안으로 북한과의 광물 교역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신평화 교역 시스템 구축을 위해 북한 광물과 희토류를 남한에 수출하면 남한은 그 대금을 에스크로(ESCROW) 자금 중계 계좌에 넣으면 국제사회가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게 검증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크로는 국제 무역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결재 방식 또는 특정 조건이 충족될때까지 자금이나 자산을 보관하는 중립적인 제3자 서비스를 뜻 한다. 북한이 광물을 수출하면 남한은 수입 대금을 에스크로에 지급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은 그 금액으로 민생 품목 등을 수입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코발트, 니켈, 흑연과 희토류, 텡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으며 특히 희토류, 텡스텐, 몰리브덴, 흑연, 마그네사이트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갈 정도로 풍부하다. 따라서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극심한 전력난 해소를 남한이 지원하고 그 댓가로 남한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반입하는 남북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 북한은 현재의 경제 상황 및 운영 시스템으로는 전력 부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남북 간 협력이 재기되면 정부 차원에서 우리의 우수한 발전 설비와 관리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해 북한 산업과 주민 생활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것이 남북 교류의 물꼬를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풍력에 6배 더 필요한 ‘구리’…물량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

같은 용량의 발전을 할 때 해상풍력이 화력보다 구리 사용량이 6.7배나 더 많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구리 확보 여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간한 '2025 해외자원산업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해상풍력의 메가와트(MW)당 구리 사용량은 8.0톤으로, 화력발전(1.2톤) 대비 6.7배에 달한다. 태양광 역시 MW당 2.8톤으로 화력 대비 2.3배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 반면, 원전은 MW당 1.5톤으로 집계됐다. 설비용량 대비 화력과 원자력보다 부품의 비중이 큰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구리를 사용하는 구조다. 전기차 보급 확대 역시 구리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전기차 1대에는 평균 53~83kg의 구리가 사용돼 내연기관 차량(23kg)보다 2~4배 많다. 배터리, 모터, 인버터, 충전 인프라 등에 구리가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구리는 은에 이어 전기 및 열전도성이 두 번째로 높은 금속으로 합금 처리와 가공이 용이해 송전망, 발전설비, 통신 인프라, 가전제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돼 전략광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발전 및 전력 사용 증가로 글로벌 구리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은 2021년 2521만톤에서 2030년 3089만톤, 2040년 3831만톤, 2050년 4751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약 2.2% 수준이다. 수요 확대 기대에 따라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지난 2024년 평균 톤당 9147달러에서 지난해 9945달러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한때 1만45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고점 대비 약 10% 하락하며 최근에는 1만30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구리의 사용량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중국은 구리 확보 경쟁에 나섰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 제조업체를 위해 핵심광물을 조달하고 저장하는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중국발 공급 충격에 대비해 약 60일치 분량의 핵심 광물을 미국 내에 비축하는 것이다. 핵심광물에는 구리도 포함돼 있다. 비축된 광물은 비상 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원사에 우선 공급된다. 현재 참여의사를 보인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보잉, 구글, 록히드마틴, 클라리오스(배터리) 등이다. 소요 예산은 미국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대출과 민간 자본 약 16억7000만달러(2조4000억원)가 투입된다. 중국도 구리 비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중국 비철금속산업협회(CNIA)는 정부에 구리 전략비축 확대를 촉구했다. 국유 광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상업 재고 확충과 구리 정광을 국가 전략비축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협회의 제안은 미국의 프로젝트 볼트 발표 직후 나왔다. 미국 전략의 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구리 확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구리 정광 수입량은 약 173만톤으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은 칠레(34.1%), 인도네시아(16.2%), 페루(14.5%), 캐나다(10.5%) 순이다. 공단 보고서는 향후 글로벌 구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정제 구리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경우 글로벌 가격 및 공급 구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동 수출물량의 약 70%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 확보 △제품 차별화 △판매처 다변화 △재자원화 확대 등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원료 확보 측면에서 중국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 중심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장기 구매계약 및 광산 투자, 전략 비축 등을 통해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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