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박민규 의원님, 관악구갑을 향한 마음이 이렇게 깊으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관악구갑을 이렇게까지 성실하게 사랑하시는 국회의원은 흔치 않습니다. 봉천동 신우오피스텔 한 건물 안에서만 무려 11개 호실. 종전가액만 합쳐도 13억 원이 훌쩍 넘고, 이번 신고에서만 건물 전체 가액이 1600만 원 넘게 뛰었더군요. 여기에 세입자 11명이 낸 임대보증금, 즉 '건물임대채무'도 3억9000만 원 잡혀 있습니다. 지역구 유권자 한 분 한 분을 챙기시는 것도 모자라, 지역구 오피스텔 한 채 한 채까지 이렇게 애틋하게 품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관악구를 떠나실 생각이 전혀 없으시다는 뜻으로 읽어도 되겠지요.
그런데 의원님, 본인 지갑은 봉천동 부동산 등으로 든든히 채워두시고, 근로자들 지갑은 지역화폐로 채우자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더군요. 지난 8일 발의하신 근로기준법 개정안 말입니다. 근로자 동의만 있으면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된 월급을, 사용 지역과 가맹점과 유효기간이 다 정해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줘도 된다는 그 법안. 의원님은 발의 이유로 '기업의 이윤과 성과급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더군요. 선순환, 참 좋은 말입니다. 다만 그 순환의 첫 번째 자리에 왜 늘 노동자만 서야 하는걸까요.
노동자는 그 월급으로 월세를 내고, 병원비를 내고, 아이 학원비를 냅니다. 대출이 있다면 이자와 원금도 갚아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특정 지역구 안에서만, 정해진 가맹점에서만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를 가면 그 지역화폐는 무용지물이 되고,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 병원이 가맹점이 아니면 그 돈은 잠시 쓸모를 잃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아예 사라집니다. 노동자에게 월급이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입니다. 근로기준법이 반세기 넘게 '임금은 통화로'라는 원칙을 지켜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의 대가만큼은 예외 없이 자유로운 돈이어야 한다는 합의입니다.
▲박민규 의원 재산 중 건물 현황. 사진=공직자윤리시스템
흥미로운 건 삼성 노조가 던진 반문이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정말 통화와 다를 바 없다고 확신하신다면, 그 실험을 근로자 임금이 아니라 “발의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먼저 적용해보시라"는 제안. 저도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의원님의 세비 일부를, 이를테면 관악구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아보시는 겁니다. 마침 이번 재산공개를 보니 정치후원금 계좌도 8753만 원이나 늘어 현재 1억1653만6000원이 됐더군요. 유권자들이 십시일반 보내주신 그 후원금부터 먼저 지역화폐로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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