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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확대 권고’에도…전력거래소, 주요 위원회서 ‘사업자 전원 배제’ 추진 논란 [이슈]

국민권익위원회가 민간 발전사업자의 전력시장 핵심 위원회 참여 확대를 권고한 가운데 한국전력거래소가 오히려 한전과 발전공기업, 민간발전사를 모두 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권익위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요 전력시장 운영 사례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차단한 채 전문가 중심 위원회로 재편할 경우 오히려 전문성과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최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민간 발전사업자의 비용평가위원회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한전과 발전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자 위원을 비용평가위원회와 규칙개정위원회, 계통평가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민간발전사 소속 임직원도 비용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규칙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한 직후 나온 대응이다. 권익위는 의결 과정에서 비용평가위원회가 전력거래대금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민간발전사업자가 사실상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평가위원회는 발전기의 연료비와 발전원가를 평가해 전력시장 정산기준을 결정하는 기구로 발전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칙개정위원회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시장 참여 조건과 정산제도 등 사업 환경 전반을 좌우한다. 계통평가위원회는 발전소 계통 접속과 송전제약, 출력제어 등 전력계통 운영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발전사업자의 실제 발전량과 투자 회수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전력거래소의 이번 방안이 권익위 취지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권익위는 참여 확대를 주문했는데 거래소는 오히려 모든 사업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실상 권익위 판단을 우회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0조에 따르면 권익위의 권고나 의견표명을 받은 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며, 3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며 “만약 권고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력거래소는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 등 회원으로 구성된 회원제 기관"이라며 “거래소 운영 재원 역시 회원들의 회비와 전력거래 수수료로 충당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회원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절차적 참여권 보장 문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전력거래소가 어떤 입장을 권익위에 제출할지, 권익위가 추가적인 권고나 후속 조치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업계는 해외 주요 전력시장 운영 사례와 비교해도 거래소의 방향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시장 거버넌스 원칙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수 의견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은 회원위원회를 통해 발전사와 송전사, 소비자 등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 일본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OCCTO) 역시 발전사업자와 송배전사업자, 소매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공동 거버넌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회원제 기관인 한국거래소(KRX)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증권사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장감시위원회 역시 금융투자협회 추천 위원의 참여를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반면 전력거래소가 검토 중인 '전문가 중심 위원회' 체계는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민간발전사들은 2022년부터 비용평가위원회 개선을 요구해 왔으며, 비용평가위원회가 발전비용 평가와 정산단가 결정 등 사업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민간사업자를 대표할 위원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반론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전문가들이 현안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당사자를 모두 배제하면 오히려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위원회 운영의 실질적 영향력은 정부와 거래소가 갖고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해 소수 의견이 들어올 통로 자체를 없애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소통과 참여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간 발전업계는 비용평가위원회에 민간발전사 위원을 추가하고 회원사에 안건 제안권과 회의 개최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향의 시장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는 향후 규칙개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전력당국은 민간 발전사업자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 필요성과 위원회 독립성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라며 “관련 안건은 향후 규칙개정위원회에 상정돼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원전 산업과 전력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

한수원이 영덕과 기장을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두 곳 모두 원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인허가와 건설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는 것이 선정위원회의 평가다. 낭비적인 이념적 갈등에 지친 주민들이 국가적 수요와 경제적 실리를 선택한 결과다. 지역 주민의 거부감 때문에 신규 원전 부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던 대통령의 우려는 괜한 것이었다. 당장 원전 건설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안전성 평가 등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 무려 5년이 걸린다. 실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2031년부터다. 영덕에 들어서는 국내 33·34번째 1.4GW급 대형 원전(APR 1400)은 2037년·2038년에나 완공이고, 기장의 첫 0.7GW급 SMR은 2035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특히 4기의 원전을 세울 수 있는 영덕의 부지는 2011년 천지원전 예정지로 선정되었다가 2018년 사업이 취소되기까지 무려 7년 동안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미 진행됐던 곳이다. 과거의 조사 자료를 적극 활용해서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는 하루가 여삼추(如三秋)다. 물론 인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전에 대한 지나친 이념적·당파적 갈등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2011년 지진해일 때문에 발생했던 재앙적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잦아들었던 원전에 관한 불안·거부감이 빠르게 잦아들고, 소위 '원전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모두 그렇고, 심지어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미국은 1974년부터 가동을 시작해서 2019년 경제성 악화로 가동을 포기했던 쓰리마일아일랜드(TMI) 1호기를 내년부터 재가동한다. 크레인(Crane)청정에너지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가장 이상적인 '무(無)탄소 전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이다. 이제 원전이 위험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비겁한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거칠고 위험한 자연에서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기술이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기술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와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원자력과 전력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으면서 무작정 목소리만 높이는 짝퉁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영국의 민간단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들고나온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지나친 억지도 경계해야 한다. RE100이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RE100 때문에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는 일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RE100이 가장 대표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태양광·풍력의 한계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극심한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길이 없다.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나 환경 파괴가 심각한 양수발전과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역부족이다. 기술 개발 대신 햇빛·바람 연금까지 들고나온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미래 기술의 육성이 아니라 퇴출을 부추길 뿐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100GW로 확대하겠다는 기후부의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에 대한 착각도 버려야 한다. 전력 생산에서의 오염과 위험을 인구·공장 밀집 지역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히려 송전망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송전선로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강화하고, 새로운 송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전 산업은 산업부가 담당하고,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은 기후부가 관리하는 정부의 낭비적인 관리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과기부가 맡고 있는 원자력 진흥까지 고려하면 원자력을 두고 3개 부처가 서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원전과 전력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확실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부끄러운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bienns@ekn.kr

중동발 ‘원유 쇼크’ 막아낸 도입선 다변화 정책…미국산 원유가 ‘소방수’ 됐다

사상 최악의 석유 수급 위기로 번질 수 있었던 중동 사태(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산 원유를 세계 여느 나라보다 가장 많이 수입한 영향이 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부의 빛나는 숨은 정책이 있다. 바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브리프 5월호에 실린 김태헌 선임연구위원의 '미국-이란 전쟁과 글로벌 석유 공급망' 리포트에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 수급 위기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잘 나와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란 미주나 아프리카 등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발생하는 중동산 원유 대비 운임 초과분을 석유수입부과금(리터당 16원) 한도 내에서 지원 및 환급하는 제도이다. 198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공급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중동 전쟁 전까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의존도는 70%나 됐다. 이처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대혼돈에 빠지고 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무려 40년간 이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본 적은 없다. 해협이 막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번 중동 전쟁으로 해협이 무려 4개월째 막혔고, 드디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글로벌 석유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노출했다. 개전 직후인 지난 3~4월, 중동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는 폭등했고, 5월 말까지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됐다. 이처럼 중동발 공급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 대체 공급원으로서 미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그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을 통해 수입부과금을 활용한 운송비 지원을 지속해 왔으며, 그 결과 2025년 기준 북미산 원유 도입 비중을 2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정부는 고시를 개정해 4~6월 통관되는 다변화 물량에 대해 수입부과금을 전액 환급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공급망 위기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3~4월 중 일평균 약 6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며 글로벌 수입국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 도입 경쟁이 심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 평균 도입량보다 3~4월 도입량이 오히려 약 33%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 단순한 수치상의 목표를 넘어, 실제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미국산 원유를 가장 많이 들여옴에 따라 비축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이번 석유 수급 위기를 버틸 수 있었다. 사실 미국산 원유는 경(輕)질유 성분이 많아, 중(重)질유 성분 스펙의 국내 정유시설에 곧바로 투입하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정유업계와 스왑제도를 활용했다.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를 석유공사에 제공하고, 그 양만큼 석유공사가 비축해 둔 중질유를 정유사에 내준 것이다. 석유공사는 최대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 시설에 약 1억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80%는 원유이고, 나머지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이다. 정부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 석유공사의 석유 비축사업, 그리고 민관의 유연한 원유 스왑제도까지 조화를 이루면서 이번 중동 전쟁 위기는 큰 무리없이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저자인 김태헌 선임연구위원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원유 덕분에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역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의 경우 미국산 물량이 1679만 배럴 수입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5월에는 1502만 배럴이 수입돼 다시 사우디아라비아(1884만 배럴)에 이은 2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은 수입기간이 1년 이상 지속돼야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에 미국산 물량은 당분간 계속 들어올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리스크를 피하려다 미국 등 특정 지역으로 재편중 될 경우, 북미 지역의 자연재해(허리케인 등)나 돌발 사고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며 “캐나다, 남미 등 지역별 위기 특성을 상호 보완적으로 배치하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끝으로 중동 전쟁에서 세계 각국이 한국의 항공유 등 석유제품 공급을 갈망하던 것을 바탕으로 이를 전략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단순 원유 수입국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호주,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핵심 공급자다. 이러한 석유제품 공급자 지위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광물, LNG 등이 부족한데 석유제품 공급에 취약한 호주, 일본 등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급망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카타르 LNG기지 복구 중 ‘대형 폭발’…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에서 복구 작업 중 또다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지난 테러 피해로 발동된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에 따른 공급 차질 사태가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지난 21일 저녁 도하 북쪽 약 80km 지점에 위치한 라스 라판(Ras Laffan) 산업단지 내 바르잔 가스 공급 시설에서 가동 개시 과정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내무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내부 폭발로 규명했으며, 현재까지 최소 54명이 부상을 입고 1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카타르 국제 수색 구조대를 현장에 급파한 상태다. 카타르에너지 측은 “긴급 대응팀이 즉시 투입되어 현재 불길은 진압됐으며, 공공 안전을 위협할 만한 외부 누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발이 일어난 라스 라판 산업단지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담당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기지다. 앞서 지난 3월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 인해 연간 총 1280만톤(MTPA)의 생산 능력을 갖춘 LNG 4호기·6호기와 펄(Pearl) GTL(가스액화) 시설이 대규모 피격을 당한 바 있다. 카타르 정부는 당시 테러 공격으로 인해 연간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의 매출 손실과 함께 완전 복구까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주요 장기 계약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 의무를 일시 면제하는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화를 위한 재가동 과정 중에 또다시 대형 폭발 사고가 터지면서 공급 재개 시점의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사드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에너지 CEO는 앞선 피격 당시 “이번 사태는 세계 에너지 안보와 안정에 대한 공격"이라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 차질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사고 여파로 LNG뿐만 아니라 카타르 수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와 LPG(13%), 헬륨(14%) 등의련 제품 생산 감소세도 길어질 전망이다. 이번 폭발사고로 카타르에너지의 한국 우선 LNG 공급도 지켜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김정관 산업통상부장관은 원유·가스 수급 안정화를 위해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에 카타르도 방문했다. 한국은 지난해 카타르로부터 연간 700만톤의 LNG를 수입했다. 이는 전체 수입량의 14.9%이다. 김 장관은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카타르에너지 본사를 찾아 알 카비 장관과 면담을 갖고,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도 한국에 LNG와 콘덴세이트를 최우선으로 공급하겠다는 카타르 측의 변함없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공정의 필수 원료인 콘덴세이트의 차질 없는 도입에 방점을 뒀다. 또한, 김 장관은 셰이크 파이살 통상산업부 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을 에너지 중심에서 조선·첨단산업·투자 등 전방위 분야로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범부처 장관급 채널인 '한-카타르 고위급 전략협의회'를 도하에서 조만간 개최해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이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도하를 떠난 지 불과 수일 만에 핵심 가스 시설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터지면서, 카타르 측이 확약한 '한국향 우선 공급' 약속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폭염 앞두고 에너지바우처 신청 시작…취약계층 최대 70만원 지원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취약계층이 냉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 신청이 시작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취약계층의 냉·난방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2026년도 에너지바우처' 사업 신청을 오는 12월 31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신청은 주민등록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전기, 도시가스, 등유, LPG 등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이용권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 가구 가운데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다자녀가구 등 세대원 특성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다. 수급자는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 고지서에서 자동 차감받거나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원하는 에너지원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지원금은 세대원 수에 따라 29만5200원에서 최대 70만1300원까지 차등 지급되며, 올해 7월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신규 제도도 도입된다. 고시원이나 쪽방촌 등 에너지 비용이 월세에 포함돼 있어 바우처 사용이 어려운 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별도로 지원하는 '사전 예외 지급 제도'가 신설됐다. 또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던 취약계층이 연탄 외 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로 교체한 경우 연료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연탄전환 에너지바우처'도 새롭게 시행된다. 에너지공단은 바우처를 신청하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를 직접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도 확대 운영한다. 우체국 집배원과 사회복지사 등이 미사용 가구를 방문해 제도 안내와 사용 지원을 제공하며, 지원 대상은 기존 5만9000세대에서 12만2000세대로 확대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삼천리, ‘서교림 효과’에 싱글벙글… 우승 기념 전사 프로모션 돌입

KLPGA 투어에 그야말로 '서교림 돌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2025시즌 신인왕 출신인 서교림 프로(삼천리)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시즌 다승 반열에 오르며, 소속팀인 삼천리그룹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신바람을 내고 있습니다. 22일 삼천리에 따르면 서교림 프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열린 KLPGA 투어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완벽한 승리였다. 2025시즌 KLPGA 신인왕 출신인 서교림 프로는 2026시즌 현재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그는 제18회 두산 매치플레이 공동 3위, 제14회 E1 채리티 오픈 공동 3위, 더 시에나 오픈 2026 준우승(2위) 이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어 2주 만에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거두며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달성했다. 서 프로는 올 시즌 두 번째 다승자 반열에 합류했으며, KLPGA 투어 대상 포인트 1위, 상금 랭킹 2위로 올라섰다. 또한 평균 퍼트 수 1위(28.97개), 티샷 평균 비거리 5위(252.48야드) 등 롱게임과 숏게임 모두에서 최상위권의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서 프로의 거침없는 질주에 가장 신이 난 곳은 역시 소속팀인 삼천리그룹이다. 삼천리의 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SL&C(삼천리ENG 외식사업부문)는 서교림 프로의 우승을 기념해 전 브랜드에서 메뉴 증정 행사를 실시한다.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Chai797은 유린기, 차이 딤섬앤누들바는 레몬 고추 유린기, 호우섬은 크리스피 라페 치킨, 살롱드 호우섬은 새우 가지 강정, 이타마에스시는 혼마구로 붉은살 사시미, 서리재는 단호박 식혜(1인 1음료)를 증정한다. 바른고기 정육점은 불고기·구이메뉴 2인 이상 주문 고객에게 한우 육회를 제공한다. 삼천리그룹의 외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L&C는 Chai797, 차이 딤섬앤누들바, 서리재, 이타마에 스시, 호우섬, 바른고기 정육점 등 중식, 한식, 일식을 아우르는 외식 브랜드로 전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외식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유럽 히트펌프 보급 핵심은 ‘비용 절감’…시공 디지털화·세제 개편 속도

냉난방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청정에너지 기술인 '히트펌프' 보급이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유럽이 보급의 최대 장벽인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감축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역시 난방용 히트펌프 도입 촉진을 위해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한국형 지원 제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이슈브리핑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냉난방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히트펌프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유럽 냉난방의 약 70%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히트펌프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비싼 초기 비용(CAPEX)과 운영 비용(OPEX)이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유럽 내 80개 이상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력체 'Heat Pump Accelerator Platform(HPAP)'은 올해 '히트펌프 비용 감축 기회(Cost reduction opportunities for heat pump)' 보고서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돌파구를 제시했다. 유럽이 주목한 첫 번째 해결책은 시공 과정의 효율화다. 현장에서 배관을 복잡하게 연결하는 기존 방식은 인건비 상승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공장에서 이미 최적의 세팅을 마친 '박스 패키지형(Plug-and-Play)' 제품을 공급해 현장 설치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아울러 시스템 설계, 인허가 신청, 고객 소통 등 행정 절차 전반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해 오류와 비용을 최적화하는 '시공 업무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가스보일러 등 기존 업계 인력들이 히트펌프 시공 숙련공으로 조기 전환될 수 있도록 교육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시장 경쟁 유도책도 병행하고 있다. 히트펌프의 높은 에너지 효율에도 불구하고 가스요금 대비 높은 전기요금은 소비자가 전환을 주저하게 만드는 장벽이다. 유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세제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 화석연료에는 탄소세를 무겁게 부과하는 반면, 히트펌프에 쓰이는 전기는 세율을 최소화하고 제품 판매 및 시공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를 태양광 수준인 0%까지 감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조금 지원 문턱도 낮췄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BEG 프로그램'을 통해 노후 화석연료 난방설비를 히트펌프로 교체할 때 비용의 최대 70%까지 파격적으로 보조하고 있다. EU 차원에서는 이러한 회원국별 모범사례를 공유해 보조금 확대와 절차 간소화를 전방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가스보일러 대비 높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가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만큼, 유럽의 이 같은 다각적 비용 절감 대책을 국내 상황에 맞춰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은 난방용 히트펌프를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생산부터 설치·운영 전 과정에 걸친 정밀한 비용 분석과 데이터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기 위해서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히트펌프 전용 요금 체계'를 마련하고, 초기 비용 부담을 완화할 구독 서비스 안착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아파트 중심의 국내 주거 특성을 고려해 신축 건물 및 공동주택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수열·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지원 사업의 세부 실행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바다로 눈 돌린 태양광…신성이엔지·에스에너지, 해상 모듈 선점 ‘시동’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바다 위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모듈 개발 사업에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 달성을 위해 해상도 주요 설치 구역으로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2일 신성이엔지와 에스에너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하는 '해상 환경 고내구성 태양광 모듈 개발 및 실증'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한다. 이번 사업은 2026년 4월부터 2029년 3월까지 36개월간 진행되며 정부 지원금 90억원과 민간 부담금 약 39억원 등 총 129억원이 투입된다. 산·학·연 12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며 해상 전용 고내구성 태양광 모듈 개발과 새만금 내해 실증, KS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해상 태양광에 주목하는 이유는 육상 부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내해와 간척호의 태양광 설치 잠재량은 약 10.2GW로 추산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육상뿐 아니라 해상 공간 활용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이엔지는 이번 과제에서 소재·부품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상용 모듈로 구현하는 공정 기술 개발을 맡는다. 이를 통해 해상 태양광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과 실증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과제는 단순한 신제품 개발을 넘어 향후 국내 해상 태양광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의미도 갖는다. 해상 환경은 일반 육상 태양광 설비보다 훨씬 가혹해 염해에 의한 부식과 강풍, 높은 습도 등에 대한 내구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정부는 새만금 내해 실증을 통해 실제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해상 태양광 표준 마련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신성이엔지는 해상 태양광 외에도 태양광 모듈 재활용·재사용 체계 구축을 위한 AI 기반 전주기 이력관리 기술 개발과 저온 공정·제로버스바 셀 적용 모듈 공정 기술 개발 등 국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재활용 과제는 폐모듈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며, 저온 공정 과제는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상용화를 위한 기반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신성이엔지는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솔라스킨, 영농형 태양광, 해상 전용 모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며 설치 환경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육상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건물과 농지, 수면, 해상 등으로 태양광 설치 공간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스에너지는 11개 연구기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9년까지 염해와 강풍 등 극한 환경에서도 3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내구성 태양광 모듈 개발에 나선다. 목표 효율은 24.3% 수준으로, 향후 새만금 재생에너지 허브 구축 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해상 태양광 보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현재 연구개발(R&D)들은 3~5년 뒤 시장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와 더불어 여러 방면으로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100GW, 탄소중립, 폐모듈 자원순환 등 정부 정책 방향과 함께 태양광 산업이 나아갈 길을 기업 차원에서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반도체 지방 유치, RE100 압박 아닌 ‘인센티브’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 지역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력과 용수 소비가 거대한 전공정(Fab)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패키징 공장을 비수도권에 분산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패키징 공장의 호남 투자는 RE100 때문에 수도권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아니라, 기업이 지방균형발전을 고려해 신규 투자를 분산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반가운 소식의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를 빌미로 “수도권에서는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자체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RE100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잘못된 팩트에 기반한 주장이다. 건설적인 국가 대사를 논하기 위해서는 RE100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RE100은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의 주도로 시작된 자발적 캠페인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서 핵심은 RE100이 전기를 발전소에서 공장까지 물리적으로 직접 끌어다 써야 인증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RE100의 이행 수단은 다양하다. 한국전력에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제3자 및 직접 PPA(전력구매계약),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그리고 자가발전 등이 있다. 즉, RE100은 '글로벌 회계 및 인증 체계'에 가깝다. 호남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환경적 가치(REC)'를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장이 구매하면 RE100 달성으로 인정받는다. 공장의 지리적 위치와 RE100 달성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RE100 때문에 공장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사실은 국가와 기업별 전력 환경의 차이다. 애플,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RE100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엔비디아, 퀄컴, AMD, 브로드컴 같은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미루고 있다. 이들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자체 전력 소비량이 적다. 이들은 제조시설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RE100 이행 부담이 낮음에도 아직 가입을 유보하고 있다. 이들이 제품 생산을 맡기는 공급망(Scope 3)에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파운드리 제조 기업(Fab)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제조 기업들은 국가적 전력 인프라의 뒷받침 없이 독자적으로 RE100을 달성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마이크론 역시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못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기업과 국가의 현실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작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대목은 RE100을 가로막고 있는 국내 전력 시장의 구조적 모순이다. OECD 국가 중 한국과 멕시코는 전력 판매 경쟁이 가장 제한적인 국가에 속한다. 특히 한국전력이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막대한 제약이 따른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는 PPA의 송배전 요금은 기존 한전 요금보다 많게는 두 배까지 비싸다.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전력을 쓰고 싶어도 과도한 비용 장벽에 가로막히는 셈이다. 게다가 실시간 요금제가 정착되지 않아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시장에서 유연하게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남이나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남아돌아도 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출력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력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정작 전력이 필요한 곳으로 에너지를 보내지 못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지체와 병목현상이야말로 RE100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방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지역 소멸을 막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대기업의 지방 투자는 절실하다. 그러나 그 수단이 RE100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사실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RE100을 못 하니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식의 정치적 압박과 겁박은 기업의 경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도리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가 될 뿐이다. 지방이 기업을 유치하는 올바른 방법은 명확하다. 철저한 팩트를 바탕으로 논쟁하고, 기업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매력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 완화, 풍부한 용수 인프라, 그리고 호남의 청정 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기업을 오게 만드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치밀하고 유연한 '유인 정책'이다. bienns@ekn.kr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부담 커졌지만 요금 그대로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누적된 적자를 아직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발전 연료비까지 오르고 있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은 또다시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전력은 22일 3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은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항목이다. 연료비조정요금은 사용전력량에 연료비조정단가를 곱해 산정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에서 -5원 범위에서 결정되며 현재는 상한선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는 요금 인하요인인 kWh당 -3.4원이 발생했다. 실적연료비 469.03원/kg과 기준연료비 494.63원/kg의 차이인 -25.6원에서 변환계수 kWh당 0.1335kg을 곱한 금액이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큰 점을 감안해 +5원으로 정해졌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원이며, 하루평균 이자비만 120억원이 나가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연료비조정요금뿐 아니라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모두 현 수준이 유지되면서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동결이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용 전기요금은 12개 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은 6개 분기 연속 동결 상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발전 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LNG 수입단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국내 LNG 수입단가는 톤당 2월 507달러에서 5월 608달러로 상승했다. 환율까지 반영하면 톤당 수입가격은 약 74만원에서 91만원으로 23%가량 뛰었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연료비조정단가는 최대 +5원까지만 반영할 수 있어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렵다. 실제로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계속 상한선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전기요금은 억제되고 있지만 한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급등한 LNG 가격을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적자와 부채를 떠안았다.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2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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