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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홈런 친 SK가스, ‘LNG벙커링’으로 백투백 노린다

SK가스가 발전사업으로 실적 홈런을 날렸다. SK가스는 LNG(액화천연가스)사업에 진출한 김에 이를 더 확장해 LNG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LNG벙커링사업으로 다시 한번 홈런을 노리고 있다. 4일 SK가스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9502억원, 영업이익 1735억원, 당기순이익 112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12.5%, 영업이익은 303.3%, 당기순이익은 53.7% 증가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액 5조6576억원, 영업이익 4070억원, 당기순이익 2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147.3%, 89.9% 증가했다. SK가스는 발전사업에서 대박을 쳤다. 3분기 사업별 실적을 보면 LPG사업은 매출 1조6953억원, 영업이익 9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114.3% 증가했다. 발전사업(울산지피에스)은 매출 2549억원, 영업이익 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3.5%, 1만5634% 증가했다. SK가스의 발전법인인 울산지피에스(지분 99.48%)는 지난해 12월부터 상업가동했다. 발전설비용량 1.2GW이며, 세계 최초로 LNG와 LPG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NG를 직수입으로 공급해 타 발전소보다 경제성 높은 전력생산을 할 수 있다. 건설에는 총 1조4120억원이 투입됐다. SK가스는 발전사업과 연계해 한국석유공사와 LNG 및 석유제품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분은 SK가스 47.6%, 한국석유공사 52.4%이다. SK가스는 발전사업 홈런에 이어 또 다른 홈런을 준비하고 있다. LNG벙커링 사업이다. LNG벙커링이란 쉽게 말해 바다 위 주유소이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바다 위에서 연료를 주입하는 것이다. 대형 선박들은 정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바다 위에서 벙커링선박을 이용해 연료를 충전한다. SK가스는 LNG벙커링 사업을 위해 올해 2월 100% 자회사 에코마린퓨얼솔루션을 설립했다. 회사의 영위업종은 운송장비용 연료 소매업이다. SK가스 이 사업을 위해 △올해 1월 HJ중공업과 선박(1만8000cbm) 신조 및 H-라인과 용선계약 체결 △2월 회사 설립 △4월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자 자격 취득 △9월 현대글로비스와 장기 연료공급계약 체결 △2027년 말 벙커링선박 인도 받아 본사업 개시 예정이다. 2028년부터는 2번째 선박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가스의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이 있는 울산항은 국내 최대이자 세계 7위 규모의 부산항에 근접해 있으며, 울산항에도 자동차운반선 등 수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는 벙커링 전용부두가 이미 구축돼 있어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선박연료의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가 늘고 있다. DNV 및 클락손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는 LNG추진선 879대, 메탄올 95대 등 총 974대이며 2028년까지 LNG추진선은 1344대, 메탄올은 317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가스는 IR자료를 통해 “해양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연료 전환은 필수이며, 친환경 연료 중 LNG가 메탄올 및 암모니아보다 경제성, 수급, 안전성 등에서 우위"라고 설명했다. SK가스는 계열사 SK어드밴스드에 대해 사업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SK어드밴스드는 LPG(프로판)를 기반으로 폴리프로필렌(PP) 계열 석유화학 기초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액 2908억원, 영업손실 624억원, 당기순손실 839억원을 기록했다. SK가스는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회사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가스 관계자는 “현재 SK어드밴스드와 관련해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대성그룹, ‘AI는 바이오’ 주제로 2025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개최

대성그룹(회장 김영훈)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5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DAESUNG HAEGANG SCIENCE FORUM)'을 개최했다. 8회째를 맞은 올해 포럼은 '인공지능 시대의 바이오 혁신(Bio-Innovation in the AI Era)'을 주제로 열렸다.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기술 융합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와 미래 발전 방향을 조망했다. 최근 생명공학분야에서 AI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역할이 확대되어 게놈 설계와 단백질 구조 예측 등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신약 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바이오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와 상용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며, 개인 맞춤형 의료를 실현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 더 큰 틀에서의 과학기술계 변혁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올해 포럼에는 KAIST 연구부총장이자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상엽 교수가 기조연사로 나섰다. 그는 세계 산업생명공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시스템대사공학 연구 분야의 창시자다. 이 교수는 '공학생물을 위한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제, 공학생물학 연구·개발에 AI를 활용하는 실제 전략과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필립 김(Philip M. Kim) 교수가 '펩타이드 디자인(Peptide Design):AI로 단백질을 설계하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AI로 자연에 없는 단백질과 펩타이드 구조를 설계했으며, 특히 구글의 알파폴드(AlphaFold)를 뛰어넘는 펩플로우(PepFlow)라는 혁신적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 정밀한 신약 설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디지털 의료 플랫폼 기업, 카카오헬스케어의 황희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 동력, AI와 빅데이터'를 주제로 AI와 빅데이터가 이끄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실제 적용 방안을 다뤘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교수는 '바이오산업에서의 AI (AI for Bio-Industry)'를 주제로 발표했다. AI가 지능형 연구 협력자로서 진화 단계별로 어떻게 바이오 혁신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장 교수는 서울대학교 AI 연구원(AIIS) 원장을 역임한, 우리나라 AI 연구와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다. 이날 포럼의 좌장은 KAIST 연구처장이자 공학생물학대학원 석좌교수인 조병관 교수가 맡아 전체 세션을 진행했으며, 신진 과학자 세션에서는 △진상락 영남대학교 교수가 '합성생물학 기반 고효율 C1 가스 활용 미생물 개발' △이상민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인공지능 기반 기능성 단백질 설계'를 주제로 각자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 “AI와 바이오의 융합으로 생명공학분야에서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들이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한편, K-바이오테크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성그룹은 자회사 대성창투를 통해 AI·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며 미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 중 (주)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으며,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AI 신약 개발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큐리에이터(Qureator)는 인체조직칩과 AI 기술을 융합해 실제 인체 질병 환경을 정밀 재현함으로써 임상 실패율을 크게 낮추고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한밤중 잠깨우는 지진재난문자 개편‥·피해가능성 낮은 지역 소리 안울려

지진 재난문자가 피해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는 스마트폰에서 큰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다음 달부터 개편된다. 지난 2월 7일 새벽 충주에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 당시, 규모 2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177개 시·군·구에 긴급재난문자가 송출됐는데, 과한 경보라는 지적에서다. 대신 지진 발생 인근 지역에 지진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새로운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가 내년부터 운영된다. 연혁진 기상청 지진화산국장은 4일 정책 브리핑을 열고 지진 예보 서비스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파의 속도 차이를 이용해, 이동 속도가 느리고 피해가 큰 S파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감지되는 P파를 자동 분석해 지진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S파가 도달하기 5~10초 전에 지진조기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기상청은 다음달부터 지역별 진도에 따라 긴급재난과 안전안내로 지진 재난문자를 구분해 발송한다. 지난 2월 7일 충주 지진 당시 새벽 시간에 진앙에서 멀리 떨어져 지진 영향이 거의 없는 지역에까지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돼, 국민의 실제 체감과 동떨어진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에는 최대 예상진도가 4 이상일 경우, 예상진도 2 이상인 모든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으나, 앞으로는 달라진다. 예상진도 3 이상 지역에는 기존처럼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를, 예상진도 2 지역에는 경보음이 없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충주 지진 당시에는 177개 시·군·구에 긴급재난문자가 송출됐다. 그러나 변경된 제도를 적용받았다면 단 4곳에만 긴급재난문자가, 54개 지역에는 안전안내문자가 발송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진해일 발생 시에는 현재의 지진해일 예측 기반 특보기준에 더해 실시간 관측값을 반영한 특보를 마련하고, 지진해일 변동 추세(상승‧하강‧종료)에 따라 주기적으로 보다 상세한 지진해일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지진해일 높이 예상값이 특보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지진해일 정보 전달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지진 조기경보는 지진 관측 후 통보까지 5~10초가 소요되는데, 지진 발생(진앙) 인근 지역에 지진 정보를 더 빠르게 알릴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 철도 등과 관련된 36개 국가 주요 시설에 시범 운영 중인 지진현장경보를 기존의 지진 조기경보와 병합한 새로운 조기경보체계를 내년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최대 5초 빠른 지진 조기경보(3~5초 소요)를 구현함으로써, 흔들림을 먼저 느낀 후 경보를 받는 지진경보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와 송전망 딜레마上]AI 3대 강국 속도전…‘에너지 고속도로’ 탄력

AI 수요 폭증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즉 전력망 혁신을 부추기고 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이후 한국이 AI·반도체 핵심 허브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투자발표까지 더해지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력망·송전 인프라 혁신도 신속하게 추진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주에서 마무리된 2025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국이 AI·반도체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됐다. 행사 기간 중 젠슨 황 NVIDIA(엔비디아) CEO의 한국 방문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GPU 공급 및 공동 투자 계획 발표도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한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 진입'이라는 속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이 현실로 작동하려면 전력의 공급 체계, 즉 송전·전원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전력 인프라 혁신, 즉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없이는 투자 속도와 산업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채 산업 확장만 앞선다면 경쟁력 확보는 허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동안 발전설비는 18.7%가량 늘어난 반면 송전선로 확충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고속도로'나 '대형 발전소의 대량 전력'을 실어나르는 송전망이 부족하다고 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765kV 송전망과 345kV 송전망을 포괄하는 초고압 기간 송전망이다. 특히, 대용량 전력 수송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765kV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다. 에너지 고속도로의 목표는 먼 지역(주로 해상 풍력, 태양광 단지)이나 대형 발전소(원자력 등)에서 생산한 대량의 전력을 수도권이나 대규모 산업단지로 손실을 최소화하며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다. 765kV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가장 높은 전압 레벨로, 가장 많은 양의 전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장거리 송전할 수 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345kV 대비 송전 용량이 약 3.4배 크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망 확충이 필요할 때 765kV 건설이 핵심이 된다. 현재 국내에 건설 중인 대규모 반도체 생산설비와 AI 데이터센터에는 이같은 전력망이 발전원으로부터 연결돼야 한다. 먼저 반도체 측면에서는 경기 용인시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해당 클러스터는 지난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고, 총 면적 728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약 36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SK 하이닉스는 이 클러스터 내 첫 공장(fab)을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데이터센터 측면에서도 대형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인천·경기 지역에서 신규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있으며, 미국의 Amazon Web Services(AWS)가 한국에 대한 투자액으로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또한 전라남도에는 3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있다. 이처럼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은 산업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았지만, 여기에는 전력 공급이라는 근본조건이 따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전부터 '에너지 고속도로(energy expresswa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고압직류송전(HVDC) 등 차세대 송전기술을 활용해, 장거리·대용량·저손실 전기를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인프라 구축 계획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송전선로 길이를 현재 약 3만7169 circuit km에서 4만8592 circuit km로 약 3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단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AI·데이터센터·반도체처럼 24시간 고품질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다. 산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생존조건이며 반도체 공장도 대형 전력 수요처로, 전력 가격·안정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이 AI 인프라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이유 중 하나는 전원믹스와 송전망의 상대적 우위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송전망이 빠르게 확충되지 않거나 전원믹스가 불안정해질 경우 투자가 지연되고 사업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반도체·AI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에너지 정책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탈가스 기조가 여전히 강하며, 이러한 전원전략이 고출력·연중가동 산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송전망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난·요금상승' 등 비용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의 에너지계획 수립에서 반도체·AI 전력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자 규모만큼 전력 수요를 전망하고 전원·송전 인프라 동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통해 서부해안·남부권 등 반도체·AI 클러스터 인접 지역 위주로 HVDC 전송망을 우선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기저부하인 원전·가스·수소 연계 전원 확보, 송전망 구성 최적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각의 반도체 팹, AI 데이터센터마다 지리·전력조건 다른 만큼 맞춤형 인프라 구축, 고전력 수요처를 위한 전력상품·계약체계 정비, 탄소배출 저감까지 고려한 시장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수소의날 기념식 개최, 김서영 하이리움산업·이두순 두산퓨얼셀 대표 산업포장 수상

제4회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와 이두순 두산퓨얼셀 대표가 최고 포상인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 한국수소연합 주관으로 수소 분야 산·학·연 관계자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의 날 기념식이 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수소의 날 기념식은 수소경제 확산에 대한 국민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 수소산업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소경제 활성화 및 수소산업 진흥에 기여한 34명의 유공자에게 포상이 수여됐다.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이사는 국내 최초로 극저온 액화수소 저장·운송 기술을 국산화하고, 수소 드론·충전소·액화기 등 전주기 제품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두순 두산퓨얼셀 대표이사는 수소연료전지의 국산화와 함께 국내에 총 777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공급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밖에 인천광역시가 대통령 표창을, 이임철 아이지이 실장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추진 중으로, 수소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라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써 그 역할이 크다"며 “정부는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나가고, 민간의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을 정책적‧제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수소연합 회장은 “수소는 정부가 강조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일관성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동떨어진 한국의 에너지 ‘패스트 트랙’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열고 99개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하는 '패스트 트랙'을 지정했다. 송전망은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 인프라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기피시설로 분류되면서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송전망 건설 지연이 탄소중립 목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전력망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난 9월 26일 시행했다. 전력망 특별법이 시행되면 국무총리 주재 전력망위원회가 지정한 전력망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자체별로 받아야 하는 각종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게 된다. 이는 재생에너지 송전망을 늘리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서도 고려했던 방식이다. 그러나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과 일리노이주의 마이크 퀴글리 하원의원은 아예 주요 송전선로 경로 승인 권한을 FERC라는 단일 연방기관에 부여하는 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주와 지방정부 의사결정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그만큼 송전설 건설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정부가 미리 송전선 건설 위치를 파악하고 승인 절차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한 패스트 트랙인 '스피드 투 파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지만 잘 살펴보면 한국과는 다른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에너지부가 7월 발표한 '전력망 신뢰성과 보안 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을 계속 폐쇄하고 추가 기저 용량(firm capacity)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광역 정전사고가 100배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미국 제조업 회복과 AI 경쟁은 24시간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석탄과 가스 같은 기저부하 폐쇄를 강요했던 과거 행정부의 위험한 에너지 감축 정책을 계속하면 안 된다고 기술했다. 또한 에너지부가 원자력규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첨단 원자로 분야 시범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절차로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 분야 일정 단축을 위해 '3년 이내 임계 도달'을 목표로 하는 '패스트 트랙'을 실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변신은 좀 더 극적이다. 마크 카니 총리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 확장 승인을 패스트 트랙에 올려놓았다. 카니는 이 프로젝트가 캐나다를 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만드는데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 선언했다. 사실 그는 유엔 기후 특사로 활동하며 은행·투자자·보험사 연합체인 '글래스고 탄소중립 금융연합(GFANZ)'을 공동 설립했던 넷제로 전사였다. 하지만 캐나다 총리 취임 후 전임 트뤼도가 실시했던 탄소세, 전기화 의무 정책을 폐지했고 산하단체 넷제로뱅킹얼라이언스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탈퇴한 후 10월 공식 운영을 중단했다. 또한 SMR, 핵심 광물을 위한 광산개발도 패스트 트랙에 올려놓았다. 영국 보수당은 정권 재탈환 시 기후변화법 폐기를 선언했는데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로 설정했던 당으로서는 극적인 변화다. 케미 바데녹 보수당 대표는 탄소중립 정책이 경제를 파산시키고 있으며 제조업과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독일 메르츠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5월 공급망법 폐기를 요구했으며 폰데어라이엔이 소속되어있는 정당 그룹 유럽 국민당 대표 만프레드 베버 또한 내연기관차 금지 폐지를 비롯해 탄소중립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모두 에너지 위기 후 급등한 에너지 비용과 제조업 경쟁력 상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재 넷제로 폐기를 선언한 극우 정당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갈수록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는 지난해 '에너지 위기 이후 EU, 미국 탄소중립 동향과 향후 전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 백래시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한국과 서구 주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은 다소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 차이가 어떤 결론으로 흘러갈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슈] AI·반도체 APEC이 드러낸 ‘에너지 현실’…정부 탈원전·탈가스 기조 재점검 필요

지난 주말 경주에서 막을 내린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안보가 서로 맞물린 새로운 시대로의 방향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이번 APEC을 통해 AI 인프라 확대와 핵잠수함·원자력 협력,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 역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며 산업 기반 자원이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편 한국 정부는 APEC 기간과 맞물린 국정감사에서 '기후·탄소 중심'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탈원전·탈가스' 방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3일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이번 APEC을 계기로 드러난 세계의 흐름은 “탄소보다 전력, 이상보다 실용"에 초점이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준 만큼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I 산업, 반도체 슈퍼사이클, 핵잠수함 연료 협력 등 한국의 주요 전략 산업이 모두 '전력공급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방한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과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협력 공식화는 AI 반도체 산업이 다시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지난 정부부터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도 이같은 흐름을 미리 대비한 사업이다. 문제는 AI 산업의 확장은 곧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무정전 전력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탄소중립에는 강점이 있지만 안정적인 고품질 전력 공급에는 간헐성이라는 약점이 뚜렷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한국이 AI 인프라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안정적인 전력망과 다양한 전원 믹스 구조 덕분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탈가스 병행 기조는 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경쟁력의 본질이 '전력 품질'이라는 점에서 정책 방향이 산업 현실과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다시 LNG와 원전, 소형모듈원전(SMR)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단지에 필요한 24시간 전력공급을 위해선 단기 대응성·기저 안정성·분산형 유연성을 모두 갖춘 전원이 필요하다. LNG 발전은 단기간 착공이 가능하고 기동·정지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형 원전 또한 기저 부하 유지 전원이자 무탄소 고효율 전원이다. 개발 중인 SMR은 산업단지·도시형 열병합·수소 생산 등 융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미국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과 SMR을 대량 수주했다. 한국도 이번 관세협상을 통해 미국산 LNG를 대거 수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전과 탄소중립 논리를 이유로 원전과 LNG 신규 사업이 동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는 곧 양국 간 협력은 물론 AI 산업용 전력 공급 불확실성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연료 기술협력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전 업계는 즉각 “군사용 핵연료는 안전하고 발전용은 위험하다는 논리는 모순"이라며 지적했다. 핵잠수함 추진체계는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이는 민수용 원자력의 연료주기와 직접 맞닿아 있다. 즉, 안보 목적으로는 핵기술을 활용하면서 발전용 원전은 억제하는 이중 기준이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한편 APEC 기간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차 “기후위기는 사기"라며 이달 10∼21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거짓말' 내지 '사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2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각국이 지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하기로 약속한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도 외국 지도자들에게 “이 녹색 사기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들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가디언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어 상식적인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녹색 사기'는 미국을 파멸시켰을 것"이라며 “그 정책은 우리 발밑에 묻힌 액체 금을 활용해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미국 가정과 기업의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기후보다 안보·산업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국의 '기후 우선' 기조가 국제 현실과 어긋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국들이 전력안보·산업경쟁력 회복을 내세우는 가운데 한국만이 '감축'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AI와 반도체 산업은 모두 에너지 인프라의 질에 의해 연결된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이상, 에너지정책은 산업·기술·안보의 기반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PEC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과 에너지의 현실이 재편되고 있음을 알린 국제적 신호탄"이라며 “한국이 'AI 초강국'을 외치며 나아가려면, 먼저 그 기반인 전력정책의 일관성과 실용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단상] 전기요금-연료비 연동제 미발동 논란 이젠 해결해야

매년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열리는 에너지 분야의 국정감사에서 매번 언급되지만 도무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다. 연료비 연동제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비가 크게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5년 전인 지난 2020년 국감에서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음해 1월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발동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2022년 12월 전력도매가격(SMP)이 월평균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67.6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뒤늦게 인상된 것이 kWh당 179.2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SMP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2021~2024년 동안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약 43조원에 달했고, 부채는 200조원까지 불어났다. SMP가 지난달 기준 kWh당 112.9원까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연료비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한 제도 미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눈치보기' 탓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언제나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물가 상승기에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가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요금 동결이 반복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설계상 독립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실제 발동 여부는 정부와 전기위원회의 정치적 눈치에 달려 있었다. 결국 한전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지난 2022년 국감에서 당시 정승일 한전 사장이 “요금인상 지연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고, 2023년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 사장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 국감에서 “러-우 전쟁 당시 에너지 수급 과정의 어려움이 국민 전기요금으로 곧바로 전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스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부채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전기요금 인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김 사장은 전기요금이 그동안 시장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기업이 한전 대신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력을 사는 전력직접구매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전력직접구매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전이라는 단일 구매 창구를 통하지 않고 발전사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시장 경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다. 지금처럼 요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한전은 희생양이 되고, 기업은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잃을 판이다. 반대로 연료비가 낮아지면 전기요금도 내려가면 될 일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내리면 요금도 내려가는 상식적인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니, 정작 연료비가 낮아진 지금은 전기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기후부가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고려로 제도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산업통상부 주최 ‘기후에너지체험전’ AI 메타버스 에너지체험 전시관 오픈

에너지를 온라인 가상현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 3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산업통상부가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기후에너지체험전'이 온라인에서 열린다. 올해 체험전의 주제는 'AI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전기 절약 체험'이다. 대한민국의 기후에너지와 K-POP의 만남을 통해 전기절약을 탐헌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기후에너지체험전은 전국 초·중학교 학생과 청소년, 일반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관기관인 체험전 사무국은 “AI 메타버스를 활용한 전시관이 기후에너지 지식을 쉽게 익히는 체험 공간으로, 참여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전기 절약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기후·환경·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의 장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원자력, 석유, 가스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특히 AI 메타버스 체험전은 K-POP 음악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카드뉴스와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성해 '보고 듣는' 기능을 강화했다. 또 실시간 대화형 AI 챗봇을 통해 에너지 관련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올해 체험전에는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가해 개별 전시관을 마련했다. 각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게임과 체험을 통해 에너지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기후에너지정책관, 천연가스관, 주제관 등 총 7개의 체험학습관이 운영된다. 전시관은 오는 14일까지 온라인(www.energyshowonline.co.kr)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현장] 쓰레기는 없고 재생에너지·국화꽃…‘재생의 땅’으로 거듭나는 수도권매립지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 가장 먼저 쓰레기를 묻었던 제1매립장입니다. 지금은 골프장이 조성돼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1매립장 옆에는 '자원순환에너지타운'이라는 폐기물가스 에너지화 시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도권매립지공사 현장 관계자는 지난 30일 인천광역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찾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수도권 인구 2500여만명이 버리던 쓰레기를 감당하던 매립지는 역사 속으로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과거 한때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던 부지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국화밭, 골프장이 자리잡았다. 매립의 흔적을 지우며 '도시의 상처'를 '지역 자산'으로 바꾸려는 수도권매립지공사의 고심도 곳곳에서 읽혔다. 1600만㎡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여의도의 5.5배)를 멀리서 보면 초록 언덕들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수십년 치 쓰레기가 잠들어 있다. 1매립장은 이미 골프장으로, 2매립장은 잡초와 나무가 자라나는 녹지로 변했다. 다만, 2매립장이 있던 언덕에 솟은 가스배출관이 여전히 이곳이 '쓰레기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1매립장 옆, 과거 석탄재가 묻혔던 부지는 이제 색색의 국화꽃으로 뒤덮였다. 황량했던 땅 위에는 노란 국화가 줄지어 피어 있었고, 연못 근처에서는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이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이 일대는 지금 야생화단지와 체육시설(수영장)로 탈바꿈해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따르면 골프장·야생화단지·체육시설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93만5797명으로, 2023년(58만8515명)보다 1.6배 가까이 늘었다. 폐기물 매립지였던 곳이 이제는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실제로 이 체육시설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수영·수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반면 3매립장에서는 여전히 매립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가고, 쓰레기 더미 위로는 음식물 찌꺼끼가 있는지 갈매기떼가 먹이를 찾아 몰려들었다. 작업장 가까이 다가가자 물을 뿌리며 쓰레기를 덮는 중장비들의 소음과 함께 매립장 특유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하지만 주변 도로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쓰레기 매립지라는 인식이 무색할 정도였다. 2매립장과 3-1매립장 사이로 시선을 돌리자 높은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매립된 폐기물이 썪으면서 나오는 가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50메가와트(MW)급 발전소다. 이 시설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05만8442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지난해 발전량은 18만8736MWh로, 설비용량 50MW임 감안하면 하루 평균 약 10시간가량 가동된 셈이다. 18만8736MWh는 4인 가구(연간 전력소비량 4000kWh) 기준 약 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매립가스 발전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25만7748MWh에서 지난해 18만8736MWh로 26.8%(6만9012MWh) 줄었다. 발전소 관계자는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과 음식물류 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이 생기면서 가스 사용처가 분산된 데다, 전체 폐기물 가스 발생량 자체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따르면 폐기물 반입량은 2020년 299만5000톤에서 지난해 107만2000톤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20년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도입과 2022년 건설폐기물 직반입금지 시행의 영향이다. 내년부터는 소각장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의 재만 매립될 예정이어서 매립량과 매립가스 발생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매립 수수료와 매립가스 발전 전력 판매로 수익을 내던 수도권매립지공사는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애초 2016년까지로 예정됐던 제3-1매립장 사용기한을 기약 없이 연장한 상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더라도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고 남을 재를 묻을 부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현재 대체매립지 입지 공모는 4차까지 진행돼 민간 2곳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폐기물 재만으로는 제3매립장도 수십년을 쓸 수 있기에, 제4매립장 부지는 활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제2매립장과 제4매립장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제2매립지 부지는 공원 및 체육시설, 제4매립지 부지에도 공원이나 소각장 건설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립지 주차장 등 유휴부지에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도 검토되고 있다. 공사는 또 매립지 운영 경험을 살려 지난 2021년 12월부터 몽골 매립장 온실가스 감축 국제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기간은 2036년 12월까지이며, 사업 규모는 145억4100만원, 온실가스 감축 예상량은 약 56만7000톤이다. 아울러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명칭을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바꾸고, 매립 중심에서 자원순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다만, 수도권매립지공사가 매립지 부지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송병억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매립 금지에 따라 공사의 새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무엇보다 주민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지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상생하는 공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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