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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여론조사] 공휴일 무공해차 전용차로 도입 ‘찬성 46.8% vs 반대 45.2%’ 팽팽

주말·공휴일에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가 이용할 수 있는 전용차로 도입을 놓고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국민 4명 중 1명은 향후 5년 내 무공해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일 실시한 '자동차 구매 및 무공해차 전용차로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 전용차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6.8%(매우 찬성 16.0%·찬성하는 편 30.8%), '반대한다'는 응답이 45.2%(반대하는 편 23.2%·매우 반대 22.0%)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51.9%), 40대(50.2%), 60대(51.9%), 70대(50.4%)에서 절반 이상이 전용차로 도입에 찬성했다. 반면 30대(37.3%)와 50대(39.4%)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다소 우세했다. 치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에서는 반대가 49.6%로 찬성(37.6%)보다 12.0%포인트(p) 더 높게 집계돼, 대도시 지역의 교통 혼잡 우려가 찬반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유럽연합(EU)과 유사하게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공해차(전기차, 수소차 등)에 대한 자동차세·법인세 혜택 등 인센티브를 신설하여 2035년까지 전체 등록 차량의 35%를 무공해차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이 주춤하면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 업계는 무공해차의 버스전용차로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를 누적 420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전기차는 82만2081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의 누적 보급량을 기준으로 하면 앞으로 5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무공해차 전용차로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전용차로가 허용될 경우 무공해차 구매 의향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36.5%, '변화 없다'는 41.1%, '오히려 감소할 것'은 12.2%로 나타났다. 구매 의향이 증가한다와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했다. 무공해차 구매 유도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추가 지원책으로는 '취득세·자동차세 등 세금 감면 확대'(44.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충전요금 할인 확대'(16.8%),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8.7%),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7.0%) 순이었다. 특히 40대(50.9%)와 광주·전라권(53.1%) 응답자에서 세금 감면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무공해차 전용차로 도입이 일반 차량의 교통 혼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악화될 것'(32.4%)이 '완화될 것'(21.0%)보다 높게 나타났다. '변화 없다'(32.2%)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향후 5년 내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국민 가운데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구매하겠다는 비율은 25.8%로 집계됐다.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차는 30.7%, 구매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43.4%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38.6%)와 60대(26.9%)에서 무공해차 구매 의향이 평균보다 높았고,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권(41.5%)과 제주(40.6%)에서 적극적인 구매 의향이 나타났다. 반면,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서울(18.1%)은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13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한 무선 자동응답조사 방식(RDD)으로 실시했다. 전체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p)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5 국감] 산자위, 에너지 공공기관 감사 취소…이철규 위원장 “에너지공기업 감사 제대로 안될 것” 일갈

2025년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으로 이관된 에너지 공공기관들에 대한 감사가 전격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오후 9시 50분 경 감사를 잠시 중단하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한전KDN, 한국지역난방공사, 발전5사 등의 19개 기관의 감사 계획을 철회하는 의결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산자중기위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전과 한수원만 원전 수출 분야에 한정해 감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감사 일정은 기존 17일에서 20일로 변경됐다. 이번 조치는 기존 산업부 소관이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이들 기관의 감사 소관 상임위가 환노위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과 상임위별 위원 정수 조정 없이 조직개편만 단행되면서, 국정감사에 대비해온 산자위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이 헛수고를 한 셈이 된 것은 물론, 환노위 보좌진들은 불과 1~2주 만에 감사를 준비해야 하는 비효율적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철규 산자중기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서 “이때까지 해당 기관들을 담당해왔던 위원들이 당연히 환노위로 가서 감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국회 상임위 정수 조정은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조직개편만 단행해 혼란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금년도 에너지 공공기관 관련 국감은 사실상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실제 환노위 측 보좌진들에 따르면 “어떤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환노위로 넘어오는지조차 9월 말까지도 확정되지 않아 질의 준비를 할 수 없었다"며 “갑작스럽게 국감을 맡게 된 기관도 있고, 기존 준비하던 복지·노동·환경 공공기관 감사와 병행하느라 자료 분석과 증인 채택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기사를 통해, 상임위 간 소관 조정이 확정되지 않아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어느 상임위에서 감사를 받을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전한 바 있다. 피감 공공기관에서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감 일정 변경이 빈번해 결국 산자위와 환노위 양측 다 감사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추석 연휴에도 하나도 못 쉬었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이번 사태는 결국 국회법 개정 지연이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원회별 소관 부처를 명시하고 있어, 정부조직 개편 시 반드시 법 개정과 정수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여당 주도로 조직개편만 먼저 단행되면서 정작 국정감사라는 국회의 감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향후 교섭단체 간 협의와 국회법 개정 없이는 이같은 혼선은 내년 국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임위 기능을 무시한 조직개편의 후폭풍"이라고 평가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서왕진 의원 “美 정부, 韓 원전 수출 전반 개입…체코 이어 사우디까지 압력 행사”

한국의 원전 수출 과정 전반에 걸쳐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웨스팅하우스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외교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 수주전 당시부터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미 정부의 일방적 개입 정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2024년 8월 미 에너지부는 한국형 원전에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전력공사(CEZ)의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였으며, 동시에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제소했던 시기와 겹친다. 이 판정은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양국 외교관계와 원자력 협력 체계를 고려할 때 한수원에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수원은 그 결정 이후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듬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영구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비밀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판정의 구체적 내용은 외교상 이유를 들어 공개되지 않았다. 서 의원은 “미국 정부가 체코 수주전에서 자국 기업의 이해를 위해 정책적으로 개입했다"며 “대미 협상에서 이미 드러난 불공정 통상 관행이 원전 분야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 사업에도 미국이 자국 기업의 모델(AP-1000)을 밀어붙이기 위해 한국에 노형 변경 및 공동수주를 압박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 원전 입찰을 준비하던 한전이 APR-1400(한국형 원전)으로 제안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미국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로 변경을 요구했으며, 심지어 트럼프-이재명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는 올해 말 입찰이 예상되며, 미국의 개입 정황이 구체화될 경우 체코 원전 협상 때와 유사한 '불공정 동맹형 계약'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원전 수출이라는 외형적 성과에만 급급해 경제·통상 주권을 포기했다"며 “미국의 편파적 개입을 용인한 결과가 바로 이번 웨스팅하우스 비밀협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불공정 계약과 자국기업 편들기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공기업과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또한 “체코 원전 협상과 WEC(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컴퍼니) 비밀협정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김정관 장관 “체코 원전, 정상 계약…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아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3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 수출 논란과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산업 현안에 대해 모두 국익을 위한 사업들이었다며 직접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체코 원전 계약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여러 비판이 있지만 당시에도 말씀드렸듯이 정상적인 계약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시장에서 원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 측면이 있고, 체코 새 정부 출범 후 추가 원전 두세기에 대한 협상도 예정돼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값어치 있는 협상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의 '웨스팅하우스 불리한 지재권 합의'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계약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미 간 신뢰와 원자력 협정이라는 큰 틀에서 국익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 “우리의 수출 역사는 기술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격이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극복해온 역사"라며 “체코 원전도 그런 현실적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일부 정치권이 제기한 “전임 정부가 체코 수출 성사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에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수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김 장관이 미국과의 신뢰 및 원전 외교의 현실론을 강조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같은 자리에서 김 장관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 과 관련해 “추진 과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원 개발 역사는 지고지난(至高至難)의 과정"이라며 “하나의 시추가 실패했다고 해서 전체 사업을 실패로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동해 가스전도 11번, 남미 가이아나 유전은 13번 시도 끝에 성공했다"며 “수십 번의 시도를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게 자원개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장관은 “절차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충분히 공개 가능한 자료를 비공개로 처리한 점, 또 1인 기업 성격이 강한 자문사 '엑트지오'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해당 사업의 국가 예산 추가 투입은 중단하되, 한국석유공사가 외국 자본을 유치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미 국제 입찰을 마감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세부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이날 국감 전반에서 “산업통상 정책은 단기 성과보다 국익과 신뢰를 축으로 한 긴 호흡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체코 원전, 대왕고래 프로젝트 모두 산업의 저력을 시험하는 과정이며, 기술력과 외교력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수도권대체매립지 공모에 민간 2곳 응모…인천 민주당 의원들 “정부·인천시 총력 다해야”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새 매립지 공모가 네 번째 시도 끝에 처음으로 응모자를 배출했으나, 구체적 후보지 확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인천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인천시에 대체매립지 선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된 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 공모에는 민간 2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1~3차 공모는 모두 무응모로 끝났다. 정부는 이번 공모에서 부지 규모 기준을 완화하고, 주민 동의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유치 인센티브(최대 3000억원 수준)를 확대하는 등 문턱을 낮췄다. 응모지는 아직 해당 기초지자체의 동의를 받지 않아 구체적 위치와 명칭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과 지자체 간 협의 난항 등으로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찾는 이유는 인천에서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3-1공구가 설계상 올해까지 포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이 매립장의 사용을 올해를 끝으로 종료하길 원하고 있다. 앞서 2015년 인천시·서울시·경기도·환경부 등 4자는 3-1공구까지만 공동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지 못할 경우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약 106만 ㎡) 범위 내에서 더 사용하자는 단서 조항을 뒀다. 모경종·이용우·허종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세 번의 무산 끝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과거의 실패한 방식으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며 인천시의 책임 강화, 4자 협의체의 공동 대책 수립, 정부의 신속하고 투명한 검토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의원들이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에는 대체매립지 선정이 지연될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를 일부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의원들은 “인천시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책임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2015년 4자 합의에 담긴 잔여부지 사용 조항은 독소 조항으로, 합의 이행이 완전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정복 인천시장은 과거의 합의 틀을 벗어나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전제로 서울·경기·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체매립지 조성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공백기 동안의 폐기물 처리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며 “이번 공모는 어렵게 얻은 결과인 만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밀실 행정이나 시간 끌기로 신뢰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앞으로 공모 적격 여부를 검토해 후보지를 선정한 뒤, 지자체 협의를 거쳐 최종 입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반대와 주민 여론, 정치적 변수 등이 얽혀 있어 실제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5 국감] 산업부 “RE100 산업단지 내년 착공…2030년 가동 목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을 뒷받침할 RE100 산업단지를 2026년 착공해 2030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관련 특별법 제정과 부지 조성에 착수, 산업·에너지 전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업무 보고에서 “기업의 RE100 달성과 지역 균형성장,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가동 중이며, 특별법 제정안 마련 → 2026년 조성 착수 → 2030년 가동 완료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당 산업단지는 태양광·풍력 등 지역별 재생에너지 자립 기반과 전력 인프라, 그리고 AI·스마트그리드 기술을 결합한 '에너지 자립형 첨단 제조 클러스터'로 설계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프라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RE100 산단이 지역 성장의 거점이자 한국형 녹색산업 전략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산업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생산성 하락, 중국의 추격 등 복합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조업 AI 전환(M.AX: 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RE100 산단 조성 두 축을 제시했다. 그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를 보급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고, 친환경 전환을 위한 RE100 산단을 병행해 산업구조 전반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해 “35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 조성 방안에 대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합리적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미국의 농산물 검역,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통상 리스크 요인을 지속 관리하며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통상 질서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RE100 산단 계획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한국 제조업의 친환경 전환·분산형 전력체계 구축·지역균형성장을 모두 포괄하는 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RE100 산단을 중심으로, '에너지 고속도로'(송전망 확충)·'AI 팩토리' 정책 등과 연계해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빠른 피드백 담당할 ‘정책조정위’ 설치 필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추석 연휴를 보내고 14일 국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합 부처로서의 면모를 보일 전망이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름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라는 긴 이름으로 바꿨다. 출범 전부터 기후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수질·대기 등의 환경 부문)과 기름(석유·석탄·가스·원전 등 에너지 부문)이 합쳐졌으니 쉽게 융합될 수 없고 정책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후부가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중 딜레마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 서로 얽혀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 부처에서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어느 하나를 앞세우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반발이나 부작용이 터져나올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을" 주문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부의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이자 규제부서의 환경 담당 차관 등이 한 부처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했다. 기후부 내에서 격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장관이 '재생에너지 우선', '화석에너지 감축 속도 조절', '원자력 진흥', '생태계 보존'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싣는 발언 한마디에 조직 전체가 한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민간 조직도 아니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에서 인사권자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하기엔 개인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관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다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장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물과 물이 만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후부 공무원, 환경부에서 온 공무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깊이 있게 토론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나온 길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던 하천·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왔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세미나 주제가 '통합물관리 2.0시대의 물시설·정보·산업의 통합 연계'였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기존의 물관리 시설, 물정보, 물산업은 개별 구축·관리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어 분절된 시스템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과 기름이 아닌, 물과 물이 만났지만, 7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됐다는 얘기다. 물 관련법 정비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사실 두 조직이 만났을 때는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다. 두 조직 구성원을 가까운 곳에, 혹은 한 공간에 밀어 넣는 것이 물리적 통합이라고 하면 그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 더 노력하면 사람들을 뒤섞을 수 있다. 인사 발령을 통해 조직을 뒤섞을 수 있다. 그게 생물학적 통합이다. 최종적으로는 법과 제도,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내야 한다. 물과 기름이 만났으니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레드팀' 있었지만 댐 건설 정책 강행 이 대통령의 답변처럼 부처 내에서 융합이 되지 않더라도 갑론을박은 가능하다. 지난 2023년 환경부에서는 차관이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레드팀'을 구성해 운영한 적이 있다. 업무혁신 아이디어와 환경 이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전담 조직(TF)이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파격적인 승진까지 제시했지만, TF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런 레드팀이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반대하는 14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김성환 장관은 환경부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14개 댐 가운데 7개 댐의 건설을 취소했고, 나머지 7개 댐은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아가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기후부에서 이런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차관의 노력이나 레드팀의 노력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형태의 부처 내 거버넌스 필요 환경부 고위관료 출신인 한 인사는 “섣부른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처에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기후부 내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후 외부로 공개한 뒤 사회 여론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긴 주기의 의견수렴 과정이 아닌, 부처 차원의 정책 결정 전에 짧은 주기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지속위)라는 게 만들어졌다. 재정경제·외교통상·행정자치·건설교통·환경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미니 내각' 수준의 거대한 위원회였는데,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는 게 위원회의 목표였다. 이 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때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강등돼 운영돼 왔다. 다양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환경부 내의 지속위가 새로 출범한 기후부 내에서 의견 조정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지속위는 지난해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뀌었다. 다만 김대중 정부 때처럼 큰 역할은 없어지고, 유엔에 제출할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형식적인 자문위원회로 그쳐서는 안 돼 이에 따라 기존 환경부에 있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문위원회 같은 것을 고쳐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새 거버넌스는 기존 위원회와는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가 생길 때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만드는 일회성, 이벤트성 자문회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정책결정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작은 노사정위원회 같은 것을 기후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도 같다. 회의도 가능하면 월 1~2회로 자주 열어야 한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회의록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한다. 모든 중대 정책은 이 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를 거친 다음, 그 심의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된 다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태훈 전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장(중앙대 명예교수)은 “프랑스의 생태환경부 같이 대부처의 운영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고, 자문위에서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제6회 에너지통상포럼, 탄소중립 시대 CCUS와 수소 역할 조명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민간LNG산업협회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제6회 에너지통상포럼이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에는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 등 100여 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며,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과 방향'을 주제로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기후 대응 압력 강화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첫 발표는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감축량평가연구단장이 '탄소중립 시대, CCUS와 수소의 역할'을 주제로 천연가스 탄소감축의 핵심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에 대해 알아보고, 수소경제 확산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 고윤성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제주도 2035 탄소중립 이행 전략과 수소 모델'을 발표하며, 제주도의 특화된 탄소중립 실행 계획과 수소 생산·수송·활용 전략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정기석 삼성물산 에너지기술팀장(상무)이 '수소와 LNG 밸류체인 국내 사업 전략'을 주제로, 수소와 LNG의 상호 보완적 역할과 국내외 프로젝트 사례, 향후 산업 전략을 제시한다. 발표 이후에는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과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본부장이 참여해 발표 내용을 종합 정리하고,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둘러싼 쟁점과 대응 방안을 심층적으로 토론한다. 에너지통상포럼은 2024년 출범 첫해에는 분기별 총 4차례 개최되었으며, 올해부터는 상·하반기 2회 정례 개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제6회 포럼은 탄소중립, 수소, LNG를 핵심 의제로 삼아 한국의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2025 국감] 기후부 국감서 재생에너지 확대·신규댐 철회 쟁점 부각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대상 첫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수자원 정책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과 신규 댐 사업 절반 철회 방침이 집중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현재 누적 약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최소 10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기존에 수립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목표치인 78GW보다 약 22GW 상향된 목표다. 야당 측은 국감에서 100GW 목표가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 원전 정책은 소홀히 하고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가져올 정책은 아닌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위축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지적하며 기후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한편,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는 지난 정부가 발표한 14개 '기후대응댐' 후보지 가운데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명칭도 '기후대응댐'에서 '신규댐'으로 변경했다. 중단 대상에는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천) 등이 포함됐다. 기후부는 이 결정으로 사업비가 기존 4조7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약 2조원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부는 철회 배경으로 홍수·가뭄 대응 실효성이 낮고, 지역 주민 동의나 대안 검토가 부족했다는 내부 평가를 제시했다. 여당은 지난 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에서 기후부가 신규댐 철회를 두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 역시 신규댐 철회 방침을 밝히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되돌아볼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재자연화와 전기차 보급 둔화도 국감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4대강 유역별 협의체를 복원해 공론화 절차를 거쳐 일부 보를 개방하거나 철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농업용수 확보·홍수 관리·수질 안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복원 범위와 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77만4878대로 집계됐다. 신규 등록 증가율은 2021년 71.5%에서 지난해 25.8%로 급락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420만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분석된다. 국감에서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배출권거래제 운영 방향도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2035년 NDC 후보 시나리오로 2018년 대비 48~67% 감축 범위를 제시했다. 산업계는 48%를, 환경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취지를 반영해 67%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환경단체 주장에 따라 67%를, 야당에서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48%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기후부는 배출권에 대해서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및 기업 부담 과중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윤병효의 에·바·다] 에너지 고속도로? 전국에 이미 깔려 있다…“바로 가스관”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이재명 정부가 국토 남부에 쏠려 있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수도권까지 끌어오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하지만 최대 일백조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송전탑 등 송전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도 떨어지고 환경론자들의 반대도 심해 실제 건설로 이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미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돼 있다고 말한다. 바로 가스관이다. 잉여 전력은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로 전환이 가능하고, 수소는 이미 깔려 있는 가스관에 혼입해 일반 가스 소비처에 공급할 수 있다. 10% 혼입 실증을 마쳤고, 20% 혼입 실증이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가 막힌다면 국도나 다른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지, 새로운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것은 심각한 낭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첫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전력망위원회)를 열고 99개 송전선로·변전소 구축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해 전력망특별법에 따라 인허가 특례를 부여하고 도로와 함께 건설하는 방식을 적용해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기로 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정부는 서해안을 시작으로 추후 남해안, 동해안까지 전국적으로 U자형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남부 등 해안쪽에 집중 설치됐거나 설치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수요지로 공급해 에너지 대전환과 RE100 및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다. 우선 총사업비용으로 100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정부의 11차 장기 송변전 설치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국 송전망 구축에 72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송전망에는 배전망이 따라 붙는데, 최근 한전이 발표한 1차 배전망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필요 비용은 10조2000억원이다. 현재 기준으로 전국 송배전망 구축에 드는 비용만 83조원이며,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이보다 확장된 개념인 것을 감안하면 총사업비는 10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전은 돈이 없다.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원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송배전망 구축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정부도 세수부족으로 예산이 없다. 민간에 송배전망 구축을 맡기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전기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차 송전망 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송전선로 2만5587C-km를 새로 구축하고, 변전소도 391개나 신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송전탑 수는 2015년 4만947개에서 2024년 4만951개로 10년 동안 단 4개밖에 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밀양 사태 이후로 송전탑 설치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변전소 건설 역시 최근 하남시의 불허 사태만 보더라도, 주민 민원에 부딪혀 단 한개조차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정훈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에너지가 있는 곳에 기업이 와야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에너지 고속도로는 신중한 재검토를 요청합니다"라며 “데이터센터 유치해 놓고, 대기업이 들어설 RE100 산단을 지정해 놓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설치해서 전남이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가져간다? 이것은 이율배반이고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 전기만 생산하고 수도권이 그 전기를 가져다 쓴다? 균형발전 없는 서울공화국을 계속하자는 다짐에 다름 아니다. 에너지 고속도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시각으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밀양 사태 이후 송전망 건설이 불가능해지면서 나온 게 분산에너지 정책이다. 즉,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에너지 고속도로는 다시 송전망을 건설하자는 계획이다. 밀양 사태를 재연하자는 것인지,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굳이 송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미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가스관을 말한다. 잉여 전력은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로 전환이 가능하고, 이 수소는 가스관을 통해 전국 공급이 가능하다. 사람의 동맥에 해당하는 가스 주배관 길이만 5200km에 달하며,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공급관까지 하면 무려 6만km의 가스관이 전국에 깔려 있다. 한국가스공사 등 도시가스업계는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입하는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 혼입까지는 실증이 완료됐으며, 현재 가스공사 평택공급기지에서 20% 혼입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약 4000만톤 이상으로, 수소를 20% 혼입하면 연간 278만톤의 LNG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766만톤에 이른다. 이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63%에 해당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력계통의 출력 제어량은 164.4GWh이다. 이는 전년 13.2GWh보다 무려 약 12.5배나 증가한 것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될수록 출력 제어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은 잉여 전력에 따른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대규모 송전망 구축 계획인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비용문제, 송전탑 등 송전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 문제, 환경론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기간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아예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것이지만 이 방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방법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실제로 새만금에 구축될 예정인 RE100 산업단지에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법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어 “다만, 여기에 공급되는 전력과 수소에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화석연료도 일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이름을 굳이 'RE100'으로 한정시켜 에너지 사용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송전망 에너지 고속도로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현실적 문제가 큰 만큼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수전해 설비의 에너지 효율은 약 55%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송배전 손실률은 2021년 기준 약 3.5%로, 미국(5.1%), 독일(6.8%), 일본(4.7%)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자체만 놓고 보면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술 확보와 주민수용성 문제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고, 정권 역점 사업인 만큼 집권 초기에 착공하지 못하면 결국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수소 등 플랜B도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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