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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직매립 금지 3개월 만에 한시적 허용…불가피했나 논란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이 소각되지 않고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민간소각장에서 처리하기보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해 직매립 금지 시행 3개월 만에 다시 인천으로 반입하는 모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위원회에서 공공소각장 정비 기간 동안 수도권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을 직매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직매립은 오는 23일부터 다시 실시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는 각 시설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소각장당 약 1개월이 소요된다고 전해진다. 기후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소각한 뒤 발생한 잔재물만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할 수 있었다. 다만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 중단 등의 경우에는 기후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통해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민간소각시설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단지 민간소각시설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이유로 직매립을 허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민간소각업계는 여전히 처리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직매립 예외적 적용에 대해 이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인천 지역에서도 쓰레기 대란이 임박한 상황이 아닌 만큼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두고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당초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인천시에 강한 요구로 2016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공공소각장 확충 지연 등의 이유로 지자체 협의를 거쳐 올해로 10년 미뤄졌다. 그럼에도 시행 3개월 만에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다시 예외를 허용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 허용된 직매립 물량 16만3000톤은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다만 민간소각장은 서울 공공소각장과 달리 경기·충청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의존도를 높일 경우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각 처리 역시 인천 직매립처럼 생활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수도권 3개 시·도는 직매립량을 최근 3년 평균 공공소각시설 정비 기간 동안 매립량(18만1000톤) 대비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시·도별 허용 물량은 서울 8만2335톤, 인천 3만5566톤, 경기 4만5415톤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도 주식처럼 사고 판다”…도쿄서 확인한 ESS 시장의 ‘폭발력’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지난 17일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회가 열린 일본 도쿄의 빅사이트. 전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컨테이너 형태의 설비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태양광 옆에 설치되는 에너지저장장치(BESS)다. 현장에서 만난 LS ELECTRIC 관계자는 일본 전력시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ESS에 저장된 전기를 주식처럼 사고팝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축전소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구조는 단순하다. △낮 시간 → 태양광 전력 저장 △저녁 피크 → 전력 판매 △가격차로 수익 확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이 쌀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판매하는 구조가 기본"이라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ESS"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거래가 단순 전력회사가 아니라 민간 중심 시장에서 이뤄진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거래 구조'다. 일본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가 핵심 역할을 한다. 어그리게이터는 다수의 ESS와 분산형 전원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 전력시장에서 대신 거래해주는 중개 사업자로, 일종의 '전력 증권사' 역할을 한다. 개별 사업자는 ESS를 설치한 뒤 이를 어그리게이터에 맡기면, 어그리게이터가 전력 가격 변동에 맞춰 전기를 사고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배분하는 구조다. 특히 전력이 저렴할 때 충전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피크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일본에서는 ESS가 단순한 계통 보조 설비를 넘어 '투자형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 설명을 정리하면 △개인·사업자가 ESS 설치→△어그리게이터에 위탁→△실시간 가격 기반 거래 수행→△수익 분배 구조다. 일본 업체 관계자는 “증권회사처럼 전력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라며 “이 때문에 ESS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2MW·8MWh 규모 ESS 기준 △설치비 약 40억 원 △월 수익 약 4억 원 수준 사례도 있다"며 “전력이 '투자 상품'으로 작동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ESS 설치 규모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활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이 전기요금 절감과 계통 보조 중심의 '설비 확산형 시장'이라면, 일본은 전력 가격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 기반형 ESS 산업'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대비가 뚜렷하다. 일본은 ESS 전체 누적 설치 용량이 약 1~2GW 수준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보급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계통연계형은 0.2~0.3GW 수준에 불과해 실제 전력시장 활용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초기 성장 시장'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ESS 누적 설치 용량이 약 6~7GW 수준(산업용·계통용 포함)에 이르며 설비 보급 자체는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피크저감, 수요관리, 계통 보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일본처럼 전력 거래 기반 수익 모델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제 막 제주도에서 중앙계약시장 실증이 시작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설비 보급은 앞섰지만 시장 모델은 정체된 구조', 일본은 '보급은 초기지만 시장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과 한국의 ESS 시장 규모는 이미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일본 ESS 시장은 약 93억 달러(약 12조 원) 수준으로, 약 3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시장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계통 안정화나 피크저감 중심의 제한된 활용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기술이 아니라 시장 설계와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국 역시 전력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ESS 산업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6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약 20% 수준에서 3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ESS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계통 안정화 △가격 차익 거래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본에서 축전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일본 시장에서 △2021년부터 사업 진출 △약 100MW 규모 실적 확보 △한국 기업 중 최대 수준과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변압기 △차단기 △ESS 시스템 등 패키지 공급 역량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인허가·납기 문제로 4~5년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2년 내 공급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GW까지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력시장 구조가 산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일본은 △시장 개방 → △민간 투자 활성화 → △ESS 급성장 구조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 중심 → △제한적 시장 → △성장 정체 양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논쟁을 넘어 '전력시장 설계'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전력시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연독점사업자의 의무

자연독점산업을 경쟁에 맡기게 되면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서 생산하게 되어 평균생산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자연독점 사업의 경우 독점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독점사업자로 지정되고 나면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즉, 가격을 높게 받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핑계를 대며 공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자연독점사업의 경우 가격 규제와 보편적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독점 규제는 진입 규제, 가격 규제, 보편적 공급의무의 세 가지 규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연독점 규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있는 법은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그리고 집단에너지사업법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사업자 외에는 진입을 금지하는 진입 규제 규정은 사업에 대한 허가제(전기사업법 제7조, 도시가스사업법 제3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9조)를 통하여 나타나 있다. 가격 규제는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의 공급약관(제16조)으로, 도시가스사업법과 집단에너지사업법에서는 공급규정(각각 제20조 및 제17조)으로 규정된다. 보편적 공급은 공급의무라는 표현(전기사업법 제14조,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6조)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자연독점 사업자는 바로 한전이다. 발전자회사 6개를 통하여 발전설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배전과 판매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순수 독점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진입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한전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봐야 한다. 가격 규제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규제를 했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대로 그 원가를 보상받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부채다. 그러나 2022년의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뒤늦게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올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2천7백만이 넘는 주택용 수용가 대신 전체 수용가의 1.7% 수준의 산업용 수용가를 대상으로 급하게 올린 산업용 요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급의무 측면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가장 심각한 결과는 만성적인 송전망 공사의 지연이다. 물론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독점사업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입 규제는 한전이란 독점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혜는 그냥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가 특혜를 누리는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전력이 모자랐던 2010-2013년 기간 동안 정부와 한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석탄발전소를 빨리 지어달라고 5, 6차 전기본을 통해 부탁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는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송전망을 준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송전망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송전제약 지역에 대해 PPA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지만 아직 정부는 관련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중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 쟁점은 전력 직접거래와 PPA 허용 여부인데 담당부처는 한전의 독점사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급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때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ekn@ekn.kr

[기후 신호등] 인류세의 경고: ‘물 위기’ 넘어 ‘물 파산’의 시대 맞았다

22일은 점차 고갈되어 가는 수자원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2026년 인류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히 물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 및 보건 연구소(UNU-INWEH) 소속 카베 마다니 소장은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의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삶'이란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을 '물 위기(water crisis)'가 아닌 '물 파산(water bankruptcy)'로 정의했다. 이는 인류가 매년 자연이 보충해주는 수자원 '수입'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비함으로써, 지하수와 빙하라는 지구의 '비상 저금'까지 모두 탕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 신호등]에서는 기후변화와 물 문제의 필연적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의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국제적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기후변화와 물의 상관관계: 가속화되는 수문 순환의 붕괴 기후변화는 수자원 부족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력이다.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기온 상승은 증발산을 촉진해 토양의 습기를 앗아가고, 강수 패턴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인 순환을 가속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가뭄 전망: 더 건조해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추세, 영향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22년 유럽 본토의 가뭄 발생 가능성은 이전보다 20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1900년에서 2020년 사이 가뭄에 노출된 전 세계 지표면 면적은 두 배로 증가했고, 인류세의 수문 시스템은 과거의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ible)'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cene)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류가 지구 생태계 자체를 크게 변화시킨 탓에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수자원 보고서(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3)'에서 지구 기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빙권(氷圈, Cryosphere)의 손실이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만 전 세계 빙하 가운데 6000억톤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50년 사이 연간 손실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빙하와 눈은 하천 유량을 채우는 중요한 공급원인데, 이들이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홍수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억 명이 식수원이 영구적으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자원 부족 및 수질 오염의 글로벌 핫스팟 실태 물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그 피해 정도는 지경학적 위치(geoeconomic location)와 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낸 '2023~2025년 전 세계 가뭄 취약지역 보고서'는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는 가장 작지만, 수자원 문제로 인한 고통은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에이몬 맥거크와 시카고대학교 네이선 넌 교수가 지난해 8월 '경제 연구 리뷰(Review of Economic Studies)' 저널에 발표한 '기후변화와 아프리카의 갈등' 논문에 따르면, 가뭄으로 목초지가 부족해진 유목민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정착 농민과의 자원 갈등이 벌어지고 끝내는 폭력적인 충돌을 야기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23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UNCCD 보고서는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강수량이 2050년까지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22년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류 운송 능력이 25~35%로 급감한 사례를 들면서, 물 문제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량 감소는 오염 물질의 농도를 높이고 수질을 악화시키는데, 2018년 가뭄 당시 라인강의 의약품 잔류물 농도는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로 인해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대도시는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매년 상당한 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이로 인해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홍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의 콜카타 시는 전체 면적의 92.56%가 지반 침하를 겪고 있고, 델리 시는 연간 15.19㎜에 달하는 침하율을 기록했다. 멕시코시티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공급되는 물의 40%가 누수로 사라지는 있다. UNCCD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시스템 용량이 39%까지 떨어져 도시의 물이 완전히 고갈되는 '데이 제로(Day Zero)' 직전까지 몰렸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미의 아마존 분지 역시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분홍돌고래 등 수많은 수중 동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숨겨진 물 소비: 산업 생산과 가상수 무역의 불평등 물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중국 둥베이(東北)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철강·시멘트·종이·플라스틱 등 주요 재료 생산을 위한 전 세계 '블루 워터' 사용량(물 발자국)은 1995년 251억 ㎥에서 2021년 507억 ㎥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블루워터(blue water)는 강·호수·지하수처럼 눈에 보이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상수(virtual water)' 무역을 통한 수자원의 착취와 불평등이다. 베이징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농업 무역에서의 물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물 집약적인 농산물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함으로써 자국의 물 부족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국가의 취약 계층은 자국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동안 정작 본인은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물 부정의(injustice)'를 겪고 있다. 국제 무역을 통해 가상수가 이동하는 양을 1995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공산품 생산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해결을 위한 기술적·전략적 대안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감소와 공급 다변화를 결합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연 기반 해결책(NbS)과 관리형 대수층 충전(MAR)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OECD 보고서는 강조한다. 습지를 복원하고, 투수성 지표면을 확대해 빗물이 지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하수 수위를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이라는 다각적 이득을 동시에 제공한다. UNCCD 보고서는 누수 차단 및 효율적 물 수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멕시코시티나 미국 일부 도시에서 발생하는 40~60%의 수돗물 누수율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 기술의 고도화할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사례처럼 하수를 고도로 정수해 공업용이나 식수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물 부족 국가의 필수 생존 전략이다. OECD 글로벌 가뭄 전망 보고서는 “다만,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농축된 소금물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정밀 농업을 도입하고, 가뭄 저항성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 담수 소비의 70~80%가 농업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물 소비가 적은 토착 작물을 육종하고 점적(點滴, drip)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여 농업용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점적 관개 시스템은 작물 뿌리 주변에만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공급하는 고효율 관개 방식이다. ◇국제사회 협력 방안: 초국경적 공유와 물 외교의 필요성 물은 국경 내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전 세계 수자원의 60%는 국경을 넘나드는 하천 유역(transboundary river basins)에 위치해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41~2050년 사이 전 세계 초국경 유역의 40%가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다양한 협력이 시급하다. UN대학교의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는 “초국경 수자원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44년 체결된 미국-멕시코 수자원 조약처럼 수십 년 전의 풍부했던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조약은 현재의 기후 현실에 맞지 않다. 변화된 하천 유량을 반영, 상·하류 국가 간의 이익을 공유하는 유연한 메커니즘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공유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상류 국가의 댐 건설이나 물 전용 현황이 하류 국가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도 가능하다. WMO 보고서는 “글로벌 수문 상태 및 전망 시스템(HydroSOS)과 같은 국제적 플랫폼에 모든 국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물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개도국이 기후 적응을 위한 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국은 기후 기금을 물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농산물 무역 등을 통해 개별 국가가 떠넘긴 '수문학적 부채'를 갚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게 '물 평등 보고서'의 시각이다. 부산대학교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교수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인류세 전례 없는 글로벌 물 부족의 첫 출현'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대 이전에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물 부족, 즉 '데이 제로 가뭄'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의 날을 맞아 인류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이미 지구의 자본을 상당 부분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윤리적 과업이라는 사실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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