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기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도입을 천명한 가운데 공동재보험을 활용해 대응하려는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의 활발한 거래를 위한 규제 완화도 이뤄지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NH농협손해보험을 비롯한 기업들은 공동재보험 출재를 검토 중이다. 이는 원수보험사가 인수한 보험계약 일부를 재보험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미국·유럽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고액사고·자연재해 관련 손실을 보상하는 일반 재보험과 달리 원수보험사가 보험 및 금리리스크 등을 재보험사로 넘기는 것이 특징으로, 재보험사는 위험을 떠안는 대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삼성생명·신한라이프·동양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이 듀레이션 갭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동재보험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으나, 최근에는 올 3월 한화손해보험이 코리안리재보험과 500억원 규모의 자산이전형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은데 이어 메리츠화재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손보사들의 주목도 받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기존 킥스 비율 보다 일정한 수치를 달성하는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요구자본(분모)을 줄이거나 가용자본(분자)를 늘리면 향상된다. 보험사들이 수백~수천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가용자본을 늘렸던 이유다. 그러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비롯한 기본자본이 분자로 들어간다. DB손해보험의 신종자본증권처럼 일부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초대형사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이 결국 부채라는 점도 언급된다. 가입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험금을 확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자부담도 증가하는 탓이다.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명분으로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경기 부진으로 장기상품 유지를 어려워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탓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힘들고,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부채가 확대된 탓에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인 보험사는 5곳(푸본현대생명·KDB생명·MG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iM라이프)으로 전분기말 대비 1곳 늘어났다.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은 유상증자를 통한 '수혈'이 예정됐지만, 근본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과 같은 제도를 운용하는 곳에서는 50~70%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면 이들 5개사와 하나손해보험·흥국화재·DB생명·ABL생명·동양생명·NH농협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뿐 아니라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등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업계 상위권에 위치한 기업도 쉽사리 대응할 수 있는 규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MG손보 재매각이 실패하면 일부 계약을 이전 받아야 하는 현대해상으로서는 요구자본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올 3분기를 기점으로 일임식 자산유보형 계약 모델이 활성화되면 공동재보험 분야가 한층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임식 자산유보형 계약은 부채를 재보험사에 이전하고 자산이 원수사에 유보되는 점은 기존 방식과 같지만, 재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지시하는 것은 다르다. 외국계 재보험사로서는 국내에서 보험계약에 상응하는 자산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게 된다. 원수사 쪽에서는 스위스리·RGA 등의 국내 진출 가속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험계약을 넘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많아지고 재보험료 경쟁에 따른 경제적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도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로서 별도 조직 구성 등 역량을 강화하는 중으로, 향후에도 공동재보험 계약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로 장기선도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부채가 더욱 불어나는 만큼 요구자본을 줄일 수 있는 공동재보험 계약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킥스 도입 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들이 경과조치 기간 이후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025-09-14 16:03 나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