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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비율을 개선하고 영업을 잘하면 주가가 오르고 회사는 성장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엄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도한 주주들은 결국 손절하고, 회사도 무너집니다."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했던 한 기업 회장이 내뱉은 개탄이다. 그는 수년 전 20년 가까이 비상장사를 키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그는 회사를 매각하고 시장을 떠났지만, 당시 그가 경험한 코스닥 업계의 풍경은 상장사가 사적 이익의 도구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자본시장은 본질적으로 모든 주주가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일부 기업은 비상장사를 동원해 상장사의 자금을 빼내거나, 사주 개인의 자금줄처럼 활용한다. 주주총회 의장을 독점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사주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물론 모든 상장사가 이런 관행에 얽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례는 시장 신뢰를 갉아먹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전가한다. 자본시장 개혁과 제도적 보완이 꾸준히 논의되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에 소수주주들이 환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을 수없이 목격하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주주총회 의장이 회사 측 인사에게 자동 귀속되는 구조 속에서 절차적 불공정은 반복됐고, 위임장 제도의 불투명성은 사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표심을 쌓아주는 통로로 활용됐다. 알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경영권 분쟁을 다뤄본 다수의 법조인들은 “사측의 '불법 주총이라도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의 행위도 현장에서 종종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상법에 반하는 정관을 미리 신설해 두면,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회사는 그 사이 시간을 벌 수 있다. 게다가 여러 판례에서 상법보다 정관을 우선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주의 권리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왔다. 여기에 더해 사주의 배임·횡령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상장사 자금이 사주 개인의 호주머니처럼 쓰였음에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남긴다. 법을 위반해도 실질적인 대가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위법에 대한 실효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자본시장 개혁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09-30 17:52 장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