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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이사회가 인수제안을 받으면 그 내용과 판단 이유를 공시하도록 하는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을 두고 '진지한 인수제안' 정의와 공시 의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사회의 의견 표명을 의무화하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쟁점은 공개매수 이전 단계의 '진지한 인수제안'이었다. 이를 법률로 정의할 수 있는지, 허위 제안이 불공정거래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지가 논란이 됐다. 인수제안이 이사회가 아닌 지배주주에게 향하는 국내 소유구조에서 공시 의무가 제대로 작동할지를 두고도 시각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김남근·김현정·박홍배 의원과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베어허그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지난 9월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을 대표 발의(개정안)한 오기형 의원은 개회사에서 “11월 법안소위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 그동안 논의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공개매수에 앞선 인수제안을 어디까지 공시 대상으로 볼지였다.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제안을 받은 이사회가 접수 내용과 검토 계획을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에 맡겼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매수 단계와 그 이전 단계를 나눠 봐야 한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공개매수는 신고서가 접수되면 철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 전에 회사에 인수하겠다고 한 제안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 그중 정말 진지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도 진지한 인수제안을 법률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경영진과 작전세력이 결탁하면 불공정거래로 처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진지한 인수제안이었기 때문에 공시했다'는 면죄부가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안이 철회되거나 협상이 결렬됐을 때 후속 공시를 어떻게 의무화할지도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그 사이 오른 주가에 주식을 산 투자자의 피해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과제로 꼽았다. 금융당국도 비슷한 고민을 내비쳤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인수제안 공시 의무를 언제부터 부과할지 전문가 의견을 들었을 때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제안이 섣불리 공개돼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무 현장에서는 공시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철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지한 때'를 가능한 한 구체화해야 언제 공시 의무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구속력 없이 오가는 초기 제안까지 즉시 공시하게 해 중구난방으로 퍼지는 것이 과연 모두에게 이익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공시를 미루거나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자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심혜섭 변호사는 대안을 제시했다. 매수가격, 거래조건, 인수 후 경영방침, 자금조달계획 등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춘 제안을 '진지한 인수제안'으로 보고 세부 요건은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것이다. 공시 사유는 세 시점으로 나눴다. 이사회가 이런 제안을 인지한 때, 검토 결과를 확정한 때,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때다. 공개매수 단계의 의견표명 의무화에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대상 회사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제출된 공개매수신고서는 113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사회가 의견을 밝힌 경우는 18건(15.9%)에 그쳤다. 반대 의견 3건은 모두 경영권 분쟁 상황의 적대적 공개매수였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개정 상법이 시행된 뒤에는 38건 중 13건(34.2%)으로 표명 비율이 높아졌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공개매수 단계의 의견표명을 모두 의무화하고 있다"며 “의무화에 매우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처럼 대상회사가 공개매수자에게 공개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절차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의 초점을 이사회의 의무에 맞췄다. 김 교수는 “베어허그 입법의 본질은 베어허그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베어허그 상황에서 이사회에 어떤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라고 했다. 그 법이론적 근거로는 2025년 7월 도입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들었다. 이사의 책임 범위에는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공개매수에 반대했는데 이후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소유구조에서 베어허그가 작동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렸다. 황 연구위원은 개정안이 인수제안이 이사회로 간다는 것을 전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등 내부 지분율은 평균 42.39%에 이른다. 그만큼 인수희망자는 이사회가 아니라 지배주주에게 제안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공시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PBR 하위 30개사의 평균 내부 지분율이 55.25%로 오히려 더 높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 “베어허그가 그 자체로 저PBR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좌장인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M&A는 지배주주 지분을 사는 형태가 90% 이상"이라고 짚었다. 심 변호사는 지배주주 존재보다 공정한 인수제도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어허그는 독자적인 제도가 아니라 전략"이라며 “공정한 인수제도를 만들면 베어허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재계는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은 저PBR 해소라는 정책 취지에는 경제계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모범규준이나 행동지침 형태로 먼저 시행해 실효성을 검증한 뒤 법제화 여부와 수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공시 의무만 도입되면 공격과 방어의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송 팀장은 몇 가지 보완책도 제안했다. 이사회가 찬성·반대·중립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고르게 하기보다 미국처럼 '의견 유보'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사들의 형사상 배임 리스크까지 포괄하는 면책 조항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미정 과장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의식과 관행이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주주 충실의무 가이드라인이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7 17:24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대안(정무위안)이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학계·투자업계·법조계에서 나왔다. 인수인이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와 발행주식 50%+1주까지만 공개매수하면 되는 '부분매수'가 함께 허용되면서, 지배주주는 지분 전량을 팔고 일반주주는 남은 물량만 나눠 갖는 구조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이사 충실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주제로 57차 세미나를 열었다. 정무위안은 지난달 17일 정무위,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달 1일 본회의에는 오르지 못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공동성명을 내고 처리 보류를 요청하면서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어렵게 이사 충실의무가 도입됐는데 정무위안은 오히려 충실의무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공개매수는 지배권이 넘어갈 때 누구에게 얼마나 팔 기회를 주느냐 문제"라며 정무위안이 이 질문에 잘못 답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반주주 전원 응모를 가정해 계산했다. 그 결과 코스피200에 속한 기업 가운데 지배주주가 있는 186개사의 평균 지분율(44.3%)을 기준으로 하면 일반주주는 보유 주식의 약 10.2%만 팔 수 있다. 지배주주가 50% 넘게 파는 거래에선 공개매수 물량이 아예 없다. 이 교수는 “지배권을 넘길지는 이미 지배주주가 다 결정했고 주주들은 아무런 의사 표현도 못 한다"며 “남은 물량을 가지고 시혜적으로 '당신들 것도 좀 사줄게' 하는 정도"라고 꼬집었다. 해외 제도와 비교해선 “전부매수도 안분매수도 아닌, 아주 안 좋은 요소만 골라낸 형태"라고 평가했다. 영국·유럽연합(EU) 등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나머지 주식 전부를 같은 값에 사도록 하고,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되 지배주주도 공개매수로만 팔게 한다. 이 교수는 “정무위안은 두 모델의 절충이 아니라, 두 모델이 각각 갖춘 보호장치를 모두 뺀 형태"라고 말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한샘 사례를 들었다. 한샘 2대주주였던 테톤캐피탈은 2021년 창업주 일가가 시가의 약 1.9배에 경영권을 넘길 때 지분을 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소송에서도 모두 졌다. 김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 주식 전체가 아니라 일반주주 지분만 저평가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무위안이 오히려 시장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법 개정 이후 소액주주 지분까지 100% 사주는 거래가 꽤 늘던 추세였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도 전체 주식을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시장 전체로는 안 좋은 결론이 나버린다"고 덧붙였다. 이종은 법무법인 넥서스 변호사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의 우회로를 짚었다. 인수인이 우호 투자자와 지분을 나눠 각자 25% 미만을 취득하면 의무가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보유로 묶어 합산하면 된다는 반론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공동보유 여부는 금융당국이나 법원의 사후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을 생각하면 선행매수가 이미 진행되고 주주 피해가 가시화된 뒤에야 시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회 보상'도 문제로 꼽았다. 가격이 같아도 인수인이 지배주주의 자산을 비싸게 사주거나 채무를 떠안는 식으로 별도 이익을 주는 경우다. 그는 홍콩이 이런 특별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이익을 공개매수가격에 반영하게 한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어 “법률안 단계에서 시정되거나 적어도 하위 규정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선행매수와 50%+1주만 사도록 하는 건 의무공개매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50%+1이라고 하지만 지배주주 지분을 생각하면 사실은 10%를 공개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수 범위를 100%로 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일반주주만의 결의로 의무를 면제하는 '화이트워시' 예외를 두고, 공개매수가격은 최대주주 매수가보다 높게 법률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거래 위축 우려에는 37개국 618건을 분석해 의무공개매수 도입 후 인수거래가 줄었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반면 이 교수는 전부매수 강제에도 비용이 있다고 봤다. 인수인 수익률이 낮아지고,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 수준으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른 사례를 들었다. 원칙은 전부매수로 하되 일반주주가 승인하면 예외를 열어두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대상회사 독립이사 위원회가 실사 허용과 공개매수 찬반을 결의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선행매수는 위원회와 이해관계 없는 일반주주(MoM)가 모두 승인할 때만 허용하자는 안도 내놨다. 이 교수는 “지금의 비교 대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주주충실이 작동하는 상태여야 한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3 09:02 최태현 기자 cth@ekn.kr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이하 정무위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하는 '선행매수'를 허용해 일반주주는 지배주주보다 적은 비율을 헐값에 팔게 된다고 참여 운용사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같은 가격에 파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와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 라이프자산운용 이채원 의장 등이 발표했다. 운용사들은 전날 국회에도 공동성명을 전달했다. 다만 법안이 지난 2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서 요구가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0월 1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참여 운용사들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할 수 있는 '선행매수'를 허용한 점이 정무위안의 핵심 문제라고 짚었다.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가진 회사를 예로 들면,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 40%를 먼저 사면 나머지 60%를 가진 일반주주에서 10%+1주만 더 사면 되는 구조다. 일반주주가 모두 공개매수에 응모해도 보유주식의 약 6분의 1밖에 팔지 못한다. 인수자가 사는 물량의 80%는 지배주주 몫이다. 설령 주식 일부를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팔더라도 일반주주에 남은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두 개의 가격을 법제화한 것으로 지금까지 추구하던 자본시장 개혁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정무위안대로 선행매수를 허용하게 되면 기존에 통과된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추진 중인 베어허그 제도 모두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만 먼저 주식을 전량 팔 수 있다면 공평대우 원칙이 필요한 순간에 예외로 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여당은 최근 M&A를 활성화해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경영권 거래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다만 정무위안의 선행매수를 적용하면 이사회를 건너뛰고 인수자가 지배주주와 직접 협상해 경영권 지분만 먼저 사는 기존 관행을 허용하는 셈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일반주주 보호가 가장 필요한 경영권 변경의 순간에 이를 직접 다루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다른 제도 방향과 어긋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정무위안에 포함된 선행매수는 해외 입법례나 시장 관행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무공개매수제와 관련된 해외 입법례는 모든 주주가 같은 공개매수에 참여하거나, 선행매수 후 잔여주식 전부에 매수 제안을 의무화해 일반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지분이 30% 넘는 취득은 공개매수로 하게 해 선행매수를 막는다. 영국·유럽연합·홍콩·싱가포르는 원칙적으로 선행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남은 주식 전부를 매수 제안하도록 해 지배주주 지분만 사고 끝낼 수 없게 한다. 국내 시장 관행도 법적 의무가 없지만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매각 기회를 주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에코마케팅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창환 대표는 “제한된 수량만 매수해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이 도입되면 인수자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에 맞춰 거래를 설계할 것"이라며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는 법이 시장의 주주 보호 수준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9-30 15:41 최태현 기자 cth@ekn.kr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법 시행 전에 지배주주 지분율을 '50%+1주' 위로 미리 채워두려는 움직임이 자본시장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상장회사 경영권이 바뀔 때 일반주주도 최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여야가 정기국회 내 처리에 합의한 만큼 연내 통과 가능성이 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지배주주들이 장내매수와 부분 공개매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동원해 지분율을 '50%+1주'로 일제히 맞추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1997년 도입됐다가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이듬해 폐지됐다. 이번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을 사들여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거나,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려 할 경우 공개매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공개매수 대상은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발행주식총수의 '50%+1주'까지다. 청약이 목표치에 못 미치면 응모한 주식만 사들이면 된다. 공개매수 물량 산정에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권리행사분도 포함되지만,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추가 매수와 부실 징후·회생절차 기업 인수 등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당초 정부와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잔여지분 전부를 공개매수 대상으로 하는 '100%안'을 추진했지만, 여야는 인수자 부담을 고려해 '50%+1주' 선에서 절충했다. 제도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경영권 인수를 노리는 사모펀드(PEF)업계다. 기업가치 1조원인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종전 지분 30% 기준 3000억원 안팎에서 '50%+1주' 기준 5000억원가량으로 급증한다.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낮춰 잡는 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처음 제시하는 인수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려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상장사 대신 비상장사 인수로 눈을 돌리는 PEF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액주주 보호를 요구해온 쪽도 이번 개정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7일 논평에서 '50%+1주' 부분매수를 “'반쪽'이 아니라 '나쁜 제도'"라고 규정하며 “보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입법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지배주주가 이미 과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일반주주는 이번 개정안으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나눠 받거나 회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분율이 과반에 못 미치는 기업 역시, 최대주주는 지분 전량을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안분비례로 일부만 매각할 수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고 봤다. 포럼은 또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과반에 못 미치는 지배주주들이 장내매수와 부분 공개매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동원해 지분율을 '50%+1주'로 일제히 맞추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배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일반주주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 리파인의 2대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은 최근 최대주주 측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지분 30%를 공개매수하려는 배경에 '50%+1주 확보로 향후 공개매수 없는 경영권 매각이 가능해진다'는 문구가 투자설명서에 담겼다며, 입법 회피 목적의 사전 대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럼은 해외 사례도 비교했다. 영국·유럽연합(EU)·홍콩·싱가포르는 지배권을 넘길 때 잔여주식 전부를 공개매수하도록 강제한다. 미국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로 강압적 인수를 통제한다. 세계 각국의 제도가 이 두 갈래로 수렴했다는 것이다. 포럼은 그 중간 지점인 부분 의무공개매수를 선진국 흐름과 동떨어진 별개의 나쁜 제도라고 진단했다. 보완책도 제시했다. 하나는 지배주주도 공개매수를 통해서만 지분을 팔게 하는 '안분매수'다. 다른 하나는 부분매수 성립을 독립주주 과반 승인에 걸고, 반대 주주에게도 같은 조건의 매각 기회를 주는 '투표와 매각의 분리'다. 정무위 표결에서도 이견이 드러났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상정된 의무공개매수제는 허울뿐이고 기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업계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직 검토가 더 필요한 설익은 제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기권했다. 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최종 의결 과정에서 이 같은 보완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9-19 15:01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