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친가상자산 워딩으로 오름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트럼프의 미중 무역갈등 이후 급락해, 오름폭을 대부분 반납하고 1비트코인 당 9만 달러 선까지 후퇴했다. /CRAISEE(크레이시)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7개월 만에 처음으로 9만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면서 대표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상승장을 견인했던 정책·수급 동력이 모두 약해지면서 시장에서 더 이상 가격을 끌어올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20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경 비트코인 시세가 8만8000달러까지 밀린 뒤 소폭 반등해서 오전 7시 기준 9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시장을 뒤흔든 '레버리지 청산 사태'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31.7% 하락했다. 친(親)가상자산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올해 들어 30% 이상 급등했던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올해 가상자산의 상승과 하락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비록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친가상자산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 디지털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3월에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고 장기 보유를 선언하는 행정 명령에도 서명했다. 지난 4월 미국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4400달러 선까지 밀렸지만, 이후 반등을 거듭해 지난달 초 12만6250달러를 넘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서 약세장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했다. 지난달 초 미·중 무역갈등이 희토류를 둘러싼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투매가 일어나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간 빚을 내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주문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연쇄 급락장이 펼쳐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미중 관세 쇼크와 대규모 강제 청산으로 급락한 이후 금리 인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가격은 작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달부터 큰 폭의 조정을 겪는 배경에는 유동성 축소가 있다. 지난 12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43일 만에 종료됐지만,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셧다운이 발생하면 정부 지출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관세 등 수입은 그대로 들어오면서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가 빠르게 늘어난다. 정부 계좌에 돈이 쌓이면 시중에 풀려야 할 단기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마른다.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문제는 가상자산이 달러 강세 국면에서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자산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은 기업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도 '유동성 축소 → 달러 강세 → 위험자산 디레버리징' 흐름이 반복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많이 쌓여 있던 시장 구조도 급락세를 키웠다. 특히 유동성이 얇은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롱 포지션이 연쇄 청산되면서 지난달 10일 하루에만 19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가격이 떨어지자 청산이 발생하고, 청산이 쏟아지며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유민 연구원은 “10월 초 레버리지 청산으로 유동성도 크게 줄었다"며 “적은 매도량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내러티브보다는 매수, 매도 유동성과 가격 경로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요인은 가상자산 사이클 자체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은 통상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약 1년~1년6개월 사이에 최고점을 찍은 뒤 조정기에 들어간다. 지난해 4월 4차 반감기가 지나간 점을 고려하면 1년 6개월이 지난 올해 10월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셧다운 해제 기대감이 유동성 우려를 완화시키며 시장이 단기 반등했지만, 이는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내러티브나 정책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견인했던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정책 △비트코인 비축(DAT) 기업들의 적극적인 매수세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달러 약세 등 다섯 가지 축이 모두 제약을 받으면서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한 배경을 두고 '하락장 진입' 여부가 논란이지만, 전문가들은 상승을 이끌 동력이 없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하락장 진입보다 상승 모멘텀 부재가 하락 원인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며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유동성이 줄어들고, 연준 위원 간 내분이 표면화하면서 12월 금리인하 관련 비관적 전망이 나오자 지난주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CPI 자료가 나오기로 했던 13일 밤 10시30분(한국시각) 경부터 하락폭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단기 모멘텀을 잃은 비트코인이 작년 말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위험 회피, 선호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매수 명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기 모멘텀이 급격히 식어버렸다"며 “연간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구간으로 주간 가격이 9만3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기관 운용 규칙과 퀀트 알고리즘에 의한 매도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이 과거 약세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서준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18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전 약세장은 (가상자산) 기술·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위기감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규제는 산업을 누르기보다 성장과 함께 진화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기관투자자가 가상자산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며 “하버드 대학 기금 포트폴리오에서 IBIT(블랙록 비트코인 ETF)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도 “대형 고래들 지갑이 빠지고 금융기관을 포함해서 기관이 시장에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하락장이) 불안이 불안을 만드는 측면이 있어서 시장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11-20 10:13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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