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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상주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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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커머스 정산주기 단축, ‘선의의 규제’가 초래할 역풍

이커머스 정산주기 단축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제가 오히려 유통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직매입 중심의 유통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산 기간을 일률적으로 60일에서 20일로 줄이면, 중소 납품업체 생존율 급락·독과점 심화·소비자 후생 감소 등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정산주기 단축 규제의 경제적 영향' 토론회에서 발표된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산주기 단축은 보호 대상인 중소 납품업체에 정작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유병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정산주기를 60일에서 20일로 단축할 경우, 발주량 감소로 인해 플랫폼 파트너업체 생존율은 1년 뒤 평균 74% 수준으로 추락하며, 자금력이 취약한 하위 50% 플랫폼에서는 생존율이 48%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입점·납품업체 피해액은 연간 최대 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 구조적 부작용도 심각하다. 대형 납품업체와 소상공인 간 격차를 나타내는 시장 양극화 지수는 약 2.4배 확대되고, 이커머스 시장 집중도를 나타내는 HHI(독점화 지수)는 16.45% 상승해 독과점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직매입형 플랫폼은 정산 압박이 매입량 축소로 직결되며, 총거래액(GMV) 감소 폭이 중개형 대비 13.9%p 더 크게 나타났다. 그 결과 직매입형 피해액은 약 7.7조 원으로, 중개형의 1.9조 원 대비 4배 이상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는 정산주기 단축이 “선의의 규제가 오히려 고비용 구조를 낳아 중소기업을 더 먼저 퇴출시키는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직매입 거래는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소업체가 선호해왔으나, 정산 기간 단축은 유통업체의 현금흐름 부담을 키워 결국 매입 축소 → 납품 감소 → 재고 리스크 중소업체 전가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률적 규제보다 정산주기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는 “운전자본 여력과 플랫폼 모델에 따라 정산주기를 차별화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롱테일'을 자르는 결과가 된다"며 “직매입·중개 모델별 차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자칫 소비자에게도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품 다양성 축소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소비자 후생은 약 8% 감소, 누적 손실액은 최대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도입 취지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획일적 정산 규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잉 처방"이라며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주문했다. “정산의 공정성"이 아니라 “정산의 적정성"이 핵심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라지만, 그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키고 더 큰 문제만 발생시킨다면, 그 규제는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삼는 것과 진배없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간] 감정의 시간을 읽는 기술

우리는 매일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산다. 아침 출근길의 짜증, 회의 중의 초조함, 늦은 밤 문득 찾아오는 허무함까지.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와 하루를 흔들지만, 그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도형 박사는 신간 '감정시계'를 통해 묻는다. “감정에도 시간이 있을까요?" 이 책은 감정을 통제하거나 억누르라는 식의 조언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은 순환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랜 임상 경험과 뇌과학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감정이 일정한 리듬과 패턴을 가지고 흐른다고 말한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조차 사실은 오랜 시간 쌓인 흐름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감정의 흐름을 '감정시계'라 부른다. 감정에도 리듬이 있다 책에 따르면 감정은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불안, 분노, 우울, 기쁨 모두 생리적 리듬과 환경적 요인,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맞물려 일정한 순환을 이룬다. 예컨대 불안은 새로운 자극이 생길 때마다 활성화되며, 분노는 억눌린 감정이 특정 시점에 응축되어 폭발한다. 저자는 이런 감정의 '시간표'를 읽는 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분노의 시침은 오래전의 상처를 가리키고, 슬픔의 분침은 관계의 단절을 기록한다"는 문장은, 감정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 보지 않는 저자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 강도형 박사는 감정을 조절의 대상이 아닌 해석의 대상으로 본다.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 대신 “그 감정이 왜 지금 오는가를 알아차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환자 상담 중에도 “당신의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감정시계》는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그 흐름을 관찰하고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는 심리학적 나침반이다. 과학과 문학의 경계에서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의학적 통찰과 문학적 서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문장은 따뜻하고 섬세하다. “감정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온도와 호흡을 가진다"라는 표현에서처럼, 저자의 글은 과학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다. 특히 '감정의 사계절' 장에서는, 감정이 반복되는 패턴을 계절의 변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분노의 여름, 슬픔의 겨울, 희망의 봄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그의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 리듬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를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 '감정시계'는 단순한 심리 교양서가 아니다. 감정을 '나의 시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철학서이며, 동시에 관계의 언어를 되돌아보게 하는 치유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감정에는 예민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는 둔감하다. 이 책은 바로 그 무심함을 깨운다. “당신의 감정은 당신을 지키기 위해 생겨난 시간의 흔적입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곧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감정의 시침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방향도 읽을 수 있다. 강도형 박사의 《감정시계》는 그렇게 말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감정시계는 몇 시입니까?"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청주미래누리터-리버스캠퍼스, 청년을 위한 미디어·라이브러리 교육 협력 MOU 체결

대학생연합단체 리버스캠퍼스와 청주미래누리터가 청년과 대학생,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미디어 및 라이브커머스 교육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24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청주미래누리터 내에 미디어센터를 조성하여 대학생과 청년들이 영상 제작과 라이브커머스 분야의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창업 역량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일반 시민에게도 교육과 혜택을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리버스캠퍼스는 전국 대학생들이 연합한 단체로, 청년들의 문화·교육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청주 지역을 거점으로 한 실질적인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특히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유통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주미래누리터 나운영 센터장은 “청년과 대학생들이 미디어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리버스캠퍼스 사무총장 김정훈은 “이번 협약을 통해 청년들의 창업과 꿈을 실현하고, 대학생과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육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MOU 체결은 청년 창업 활성화와 지역 사회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청주미래누리터는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와 맞춤형 기업 지원을 통해 기업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간] 명성은 모래성…위기 관리의 핵심은 ‘겸허·전략’

명성은 모래성이다. 모래알 하나 하나를 집어 모래성을 만들 듯 명성은 아주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들여 형성된다. 사람의 입에서 언론의 평가로 이어지고, 그 평가도 검증에 검증을 거쳐 명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명성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작은 파도만 들이쳐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평판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두 사람만 거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평판을 무너뜨리는 말은 바이러스처럼 무섭게 확산한다. 매일 매순간 평판이 무너지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사소하게 여겼던 일이 한 순간에 기업의 존립을 흔들고, 개인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힌다. 조직 전체가 흔들려 문은 닫는 기업도 있고, 치욕과 불명예는 물론 법적 처벌을 받는 개인도 있다. 굴지의 기업인들, 고위 공직자들, 유명 정치인이나 셀럽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렇게 평판이란 게 무섭다. 언론은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등에서 명성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은 실시간 감시를 받는다. 마치 투명한 유리 상자 속에 갇힌 것처럼 공사를 막론하고 생활이 노출된다. 그렇게 노출된 정보 중에 한 터럭만 잘못 알려지면 평판은 깨지고 만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위기관리 자문을 맡고 있는 김왕기 저자에 따르면, 명성이 중요한 사람 중에 아직도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억울하다", “이건 다 관행이었다"라고 주장하며 사태를 축소하거나 부정하기 급급하다 위기를 악화시킨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조금만 더 겸허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례를 목격하며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위기를 교통사고에 비유한다. '가벼운 접촉으로 끝날 수도, 한순간에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순간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 사고에 부닥치면, 상당수는 그 상황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는커녕 포크레인으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버리곤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라", “문제가 생기면 CEO가 바로 직접 나서라"와 같은 조언은 수많은 책과 논문, 강연에 단골로 등장하며 이미 상식으로 굳어졌다. 필자 역시 '위기관리 10계명'과 같은 지침을 강의나 자문을 통해 널리 소개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막상 일이 닥치면 그 모든 매뉴얼과 노하우가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고, 조직은 내부적으로 갈등에 휩싸인다. 기자들이 몰려들고 여론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고 사방에서 문의가 쏟아지는 등 어수선해지지만, 대응 방향을 잡기는커녕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조언은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부족하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누구나 교통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교통사고가 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실수를 연발하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김왕기 저자는 위기관리의 본질이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태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라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 방식, 마음가짐과 행동, 준비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 위기를 보는 시선과 대응의 변화, 즉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돕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저자는 '4장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서 이렇게 방안을 제시한다. 홍보, 법무, 인사 등 관련 부서의 직원 중 소통 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아 위기관리 책임자로 지정할 수 있다. 물론 수준 높은 전문가이면 좋겠지만, 최소한의 소양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충분하다. 이 사람이 예를 들어 한국PR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의 워크숍 등에 참가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면 된다. 이 담당자가 기본적인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게 하고, 정기적인 사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 직원의 위기 인식 수준을 높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내부에서 육성된 담당자는 위기 발생 시에 가장 빛을 발한다. 외부 컨설턴트나 에이전시보다 내부 조직의 문화와 상황, 인력과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위기 상황이 되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내부 전문가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외부의 조언을 조직 상황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훨씬 더 비용 효율적이고 신속한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이 책은 언론과 정부기관을 거쳐 금융기관과 로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을 지닌 김왕기 저자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부딪힌 경험을 담아낸 살아있는 기록이자 실전 지침서이다. 위기관리, 특히 평판관리의 전문가인 저자는 위기관리가 단순한 법률 대응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평판관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징후를 읽는 법, 리더와 조직이 지녀야 할 덕목과 태도에 관한 통찰이 돋보인다. 위기 대응에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조직의 리더나 고위층, 위기에 노출되기 쉬운 개인과 기업은 무엇보다 먼저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인식이 바뀌면 대응이 달라지고, 대응이 달라지면 결과 역시 크게 바뀔 수 있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더욱 명료한 인식과 준비된 자세를 갖추고, 그 위협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 지은이_김왕기 언론계, 행정부, 금융기관을 거쳐 현재는 국내 대표 로펌에서 평판위기 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건과 위기 상황을 경험했다. 이 다층적인 경로를 통해 평판위기의 유형과 대응 방식, 사람들의 인식과 반응 그리고 그 한계와 오류를 깊이 있게 체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 기업,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위기관리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졸업 후 언론계에 입문해 30여 년간 주로 중앙일보 경제·산업·금융 분야의 기자,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 후 국무총리 공보실장으로 정부 안팎의 소통 업무를 담당했으며, KB금융지주 부사장 시절에는 그룹 차원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및 위기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 등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갈등 조정에 참여했고, 총리실 재직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국가 위기 상황에서 당정청(黨政靑) 고위급 TFT의 위기 수습에 참여했다. 국무총리 해외 순방 시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UN총회, 다보스(Davos) 포럼, OECD 이사회 등의 외교 현장과 UAE 원전(原電) 수주 활동에도 실무 기여를 했다. 현재 법무법인 (유)율촌에서 평판위기에 관한 원스톱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겸임교수 등으로 후학 양성에도 힘썼고,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인 'KB 굿잡'과 KB금융 공익재단 설립을 기획, 추진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뉴스취재와 기사쓰기》, 《한국 경제 설 땅이 없다》(공저), 《실록 6공경제》(공저) 등이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칼럼] BIFF 30년…생애 주기 거친 영화업, ‘근본부터 성장’ 방안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이니 꼭 30년 전 일이다. 영화감독이라는 분들이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들을 불렀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만든 박광수 감독과 '101번째 프로포즈'를 만든 오석근 감독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한쪽에 제대로 차려져 있지도 않은 사무실로 불렀다.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 열댓 명이 둘러앉았고, 본인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유명 감독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감독들은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구구절절 절실하게 호소했다. 당시엔 'PIFF'였다. 부산 표기를 'Pusan'으로 하던 때여서 그랬다. 오 감독은 “피프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고 “자원봉사를 할 학생들이 없다. 대학신문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기억한다. 박 감독은 대학신문 기자들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홍보 기사를 부탁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전방 산업이 되는 극장은 죄다 영세한 실정이었다.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는 쏟아지는데 보러 갈 극장이 너무 적었다. 영화의 재원이 되는 펀드를 포함해 후방 산업도 형성되지 못했다. 영화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산재한 영화관을 하나로 묶어 전방 산업을 형성하려는 한국 영화 산업계의 대형 마케팅 이벤트였다. 당시만 해도 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 같은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대학신문 기자라도 불러 홍보해야 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5년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멀티플렉스가 날로 늘어나고 영화마다, 감독마다 뭉칫돈으로 펀딩을 받았다. 할리우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 기술도 한국에서 개발됐다. 2010년 국제신문 영화담당 기자로 다시 PIFF를 찾았다. 배우와 감독은 해운대 뒷골목 어묵집과 포장마차에서 저마다 기자를 불러 만나 영화산업의 활황을 자축했다. 만취한 한 유명 배우는 “황금사자든 아카데미든 우리가 다 휩쓸 거야. 두고 봐"라고 했다. 그는 이유를 “투자금 단위가 달라졌어. 찍기만 하면 돈이 되잖아"라고 설명했다. CGV가 멀티플렉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CJ는 영화의 전후방 산업을 모두 차지하고, 영화산업을 '사실상 수직계열화'했다. 영화인은 CGV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산업은 영화관을 중심으로 독점에 빠졌다. 천만영화든, 쪽박영화든 내용과 관계없이 CJ가 정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고 또 15년이 흘렀다. 영원할 것 같던 영화업의 전방산업이 교체됐다. 영화관을 OTT와 대형 TV가 대체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관을 찾기보다 휴대전화나 홈시어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OTT 업체가 투자를 늘리면서 '영화업'은 '단회 영상콘텐츠업'으로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BIFF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는데, 정부도 영화 산업이 근본부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배 가까이 늘렸다. 영화 산업은 생애주기를 한 차례 겪었다. 투자자에게 매칭펀드 재원을 주거나,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배우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것만으로는 산업의 근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 대통령이 영화 산업의 '근본부터 성장'에는 이유가 있을터, 그 방안에 산업 구조적 변화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이슈+] 홈플러스 이어 롯데카드도…FI MBK, 손만 대면 구설수

롯데카드가 297만 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역대급' 해킹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의 근본적 배경으로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FI(재무적 투자자) 경영방식이 지목되고 있다. 기업 인수 후 수익 극대화 등에 매진해 롯데카드 보안 투자를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지난 3월 발발한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MBK의 기업 관리 능력과 방식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어떻게 됐든 '수익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경영 방향에 대해 정관계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번 롯데카드 해킹은 정보 유출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유출된 데이터 규모는 297만 명의 정보 약 200GB다. 그중 28만 명은 카드번호·비밀번호 2자리·CVC번호까지 노출됐다. 온라인 결제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대규모 부정 사용 위험으로 볼 수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 무형자산은 2019년 MBK가 인수한 당시 2,17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05억 원으로 줄었다. 무형자산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산을 분류한 계정으로 주로 상표권과 특허권, IT 투자 등을 포함한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한카드가 400억 원, 현대카드가 250억 원, 국민카드가 400억 원의 무형자산을 늘린 것과 대비된다.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투자가 일관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19년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를 약 1조 3,8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투자가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뒤 2021년 137억 원의 보안 관련 투자를 집행했다. 이듬해엔 관련 투자가 88억 원으로 약 35% 급감했다. 지난해는 116억 9,000만 원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21년과 비교하면 14.7% 감소한 수준이다. IT 예산 대비 보안 투자 비중도 롯데카드는 2021년 12%에서 2022년 10%, 2023년 8%로 줄었다. 2023년 기준 신한카드 9.3%, KB국민카드 9.2%, 삼성카드 8.7%인 것과 비교하면 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다. 줄어든 보안 투자 비중은 MBK에 인수된 이후 롯데카드가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MBK 측은 “2020년 이후 5년간 1,500억 원가량의 IT 투자가 집행됐는데, 이 중 절반이 보안 투자 관련"이라며 “기업가치를 높여서 투자해야 하는 사모펀드(PEF)가 카드사 보안 관련 투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국은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롯데카드) 조사 결과에 따라 위규사항 확인 시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정 제재를 취할 방침"이라며 “금융권 해킹 등 침해사고에 대해 매우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드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롯데카드의 해킹 사고 등이) 단기 실적에 치중해 장기 투자에 소홀한 결과는 아닌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MBK의 롯데카드 경영도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 MBK파트너스에서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이진하 MBK파트너스 부사장이 2019년 10월 기타비상무이사로 롯데카드 이사회에 진입한 뒤 6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이미 홈플러스 단기채 발행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인 만큼 이번 롯데카드 사태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3조 원에 롯데카드를 시장에 내놨다가 실패했고, 지난 5월 희망 가격을 낮췄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롯데카드 매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보호 예산의 상대적 비중의 감소는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라며 “사모펀드 인수 이후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앞서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의 원인이 MBK라는 기사감도 작용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비공개 면담을 통해 김병주 회장을 압박해 15개의 홈플러스 점포 폐쇄를 일단 중단시켰지만, 사안은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깁병주 회장과의 비공개 면담에 동석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관련) 현재 매수 협상을 하고 있고, 11월 10일 전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라며"(홈플러스가) 매수되면 그 매수인이 폐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건부 약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웡은 “(김 회장은) 현재 재무적인 어려움이 있어 몇 가지 조건이 이야기돼야 폐점을 안 할 수 있다고 한다"라며 “기업에서 물품 공급을 제대로 안 해주고 있는 문제의 해결이 조건 중 하나인데, 산자부 등 정부가 중재해 협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공개 면담의 일부 내용을 밝혔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대금을 떼일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물품 공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를 사실상 강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MBK가 충분한 사재출연 등 희생과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데 책임을 회피할 퇴로만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에 고용유지와 폐점 등 홈플러스 매각을 둘러싼 여러 조건을 놓고 제대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MBK가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역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MBK는 지난해 9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래 1년 넘게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익을 우선하는 FI가 일반 소비재와 다른 기간산업 경영에 관여하게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주요 산업 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상당수의 전략 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몽골, 자원개발 협력 위한 포럼 22일 서울 개최

몽골의 주요 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국과 몽골 민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포럼과 친교행사가 오는 22, 23일 열린다. 몽골정부와 몽골 국영기업 '에르데네스 몽골 LLC'는 오는 2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포럼을 열어 몽골 광업정책을 설명한다고 밝혔다. 포럼 세션은 '몽골 광업 정책과 중요 광물', '경제협력과 투자 환경', '광업 산업 콤플렉스 및 프로젝트 발표'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포럼에는 남-오소르 오츠랄 몽골 제1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 공오르 담딘남 몽골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아나르 바트-이레드이 몽골경제개발부 투자정책국 장, 산자아 나란초 그트 에르데네스 몽골 CEO, 산치 그도르지 후켈바타르 몽골 산업 광물부 지질정책국 국장, 둘람도르지 토그톡수렌 에르데네스 크리티컬 미네랄스 국영기업 대표, 바타르차브 르하 그바자브 몽골상공회의소회장 등 몽골 정부와 국영기업, 경제계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에르데네스 몽골 LLC는 2007년 2월 22일 광물 개발을 위해 정부에 의해 설립됐다. 한국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 사장,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 서경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중요광물실장, 이재언 삼성물산 대표 이사, 전호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한다. MOU 서명식 참여기업은 ▲에르데네스 몽골 그룹- KOMIR ▲에르데네스 몽골 그룹-전북대학교 ▲에르데네스 골드 리소스 LLC-삼성물산 ▲에르데네스몽골그룹-KIGAM ▲몽골개발은행-한국투자증권이다. 포럼 다음날인 23일 오후 5시에는 한몽자원개발포럼 주최 리셉션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 서래나루 마리나파크에서 열린다. 몽골 정부, 기업, 정계 주요 인사들과 한국 정부 및 경제 리더들이 친교를 쌓는 이날 리셉션은 한태성 한몽자원개발포럼 의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다. 한국측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한다. 몽골측에서는 남-오소르 오츠탈 경제부총리, 공오르 담딘남 광산부 장관이 축사를 한다. 한태성 한몽자원개발포럼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9월4일 오흐나 후렐스후 몽골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몽골과 선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호혜적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며 “이번 행사가 자원부국인 몽골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 한몽자원개발포럼 김지영 사무처장(010-5350-1370)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고려아연 적대적M&A 1년…MBK·영풍 ‘흔들’ 고려아연 ‘우위’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기습 공개매수로 시작(지난해 9월13일)한 고려아연 적대적M&A가 만 1년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두 번의 주주총회가 있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주총을 통해 MBK·영풍과의 이사회 구도를 11대 4로 만들었다. 최 회장 측의 판정승, MBK·영풍의 판정패다. 하지만 MBK·영풍은 내우외환에도 적대적M&A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내년 3월 있을 정기주총도 양측간 대결의 장이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19명이다. 4명은 법원에 의한 직무정지 상태다. 실제 이사로 활동하는 인원은 15명이다. 이 가운데 6명(최윤범·정태웅·장형진·황덕남·김도현·이민호)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은 본인 추천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과 주주 설득 작업 경쟁 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의 평가는 일단 최 회장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최 회장 측 인물들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이사회가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롯데카드 사태로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영풍은 계속된 환경오염과 대규모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MBK·영풍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더 진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게르마늄을 공급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미국이 원활하게 관세협상을 타결짓는 데 고려아연이 단초가 된 것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또 다른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지난 6월부터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 시작해 중국의 수출통제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실적도 좋아졌다. 역대 최고 매출액을 경신하며 높은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7조6582억원을 올리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300억원을 보이며 전년동기 대비 16.9% 성장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등 최윤범 회장이 추진한 신사업들이 일제히 매출 및 이익 증가 혹은 흑자 전환 등을 나타내며 호조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올해 두 번째 자기주식 소각을 예고했다. 지난해 주주, 시장과 맺은 약속을 차질없이 지키겠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지난해 MBK·영풍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벌인 대항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약속 이행과 높은 주주환원율(2025년 상반기 기준 113.1%) 등으로 지난해 공개매수 직후 유상증자로 다소 떨어진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일 고려아연은 지난 6월 12일에 이어 자사주 68만10주를 소각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소각한 자사주는 136만20주다. 고려아연은 올 12월 68만10주를 추가 소각해 전체 발행주식의 9.85%(204만30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공개매수한 주식이다. MBK·영풍 측도 불안요소가 있다. 내년 3월 장형진 고문의 임기가 만료된다.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려면 이에 앞서 이사회의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 고려아연 측 이사들이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 상정을 반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MBK·영풍은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BK·영풍은 외면하고 있지만 최윤범 회장이 경영한 이후 고려아연은 '탄탄한 기업'에서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 도약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며 “지난해 MBK·영풍이 적대적M&A를 시도하며 그토록 비판한 최 회장의 신사업도 서서히 궤도에 오르며 이익을 내고 있어, MBK·영풍이 머쓱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 칼럼] AI! 나는 너를 못 믿겠다

'AI로 신문 기사를 수집해서, 과거 주가 변동 추세를 딥러닝으로 분석해서, 주가를 정확히 예측해서, 기계적으로 매매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라는 소문이 시장에 떠돈다. 펀드매니저보다 똑똑하고 횡령·조작도 못할 테니 인간보다 믿을 만하단다. 나는 그러나, AI가 하는 매매에 내 자산을 맡기고 싶지 않다. AI는 매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AI 개발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튜링 테스트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이 고안한 인공지능 평가 방법이다. 1950년 철학 저널 '마인드'에 게재한 '기계가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논문이 시초다. 테스트의 개념은 간단하다. 채팅으로 알 수 없는 상대방과 말을 주고받는데, 상대방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기계인 상대방은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다'라고 평가한다. 고릿적 인공지능 능력 평가 기준이지만 고전이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알고리듬을 작성해 보면,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한다. 인간은 질문이나 대답에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반응하는지, 얼마나 감정적인지 논리적인지, 얼마나 지식의 폭이 넓은지 좁은지 등등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심지어 인간이 어떤 말에 신경질을 내는지, 어떤 타이밍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등을 먼저 예상해 봐야 한다. 알고리듬을 짜다 보면 '인간은 왜 이 모양으로 불완전한가?'하는, 우리 종에 대한 회의마저 느껴진다. 물론 현재 인류를 휩쓸고 있는 AI 기술 수준을 보면, 튜링 테스트(1단계)쯤은 쉽게 통과한다. 최근까지 알려진 기술력으로 보면, 2단계 시청각(이미지나 음성 처리)도 통과한다. 갈겨쓴 손 글씨를 인식하거나 박보검 같은 연예인의 목소리를 합성해 내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 피싱에까지 영상통화가 사용되는 걸 보면 2단계는 이미 통과된 거다. 3단계는 화상전화를 통한 실시간 상호작용이라고 보면 된다. 학습 연산 속도에 달린 일이라, 통과가 멀지 않았다. 그래서 AI는 불안하다. AI의 시작점은 '뛰어난 지능'이 아니라 '인간 같은 지능'이라서다. 눈치 빠른 사용자는 AI 서비스를 사용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뭔가 잘하는 거 같은데, 한두 가지 꼭 빠뜨린다. 더욱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내 생각을 입력해야 한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결과물이 개선되는 것 같긴 한데 또 한두 가지 부족하다. 나는 분명히 기계에게 일을 시키는데, 결국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바이트를 소진하다 보면 어느새 페이월이 뜬다. 기계의 '의도된 실수'인데, AI가 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로직 중 하나다. 튜링 테스트가 AI 설계 철학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계처럼 완벽한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라 인간처럼 불완전한 결과물을 제출해야, 지능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사실 '완벽한 결과물'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AI 개발자들은 생성형 AI의 설계 철학을 두고 '아직도' 싸운다. AI를 인간처럼 만들었으니. 돈도 인간처럼 버는 거다. 불완전한 AI가 판타지로 활용된다. 기계에 자산을 맡겨두면 24시간 돈을 불려줄 것만 같다. 또 그럴 것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모두 헛소리다. AI는 학습 구조상 어떤 판단 근거로 매매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손실을 낸 기계는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기계를 만든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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