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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기범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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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니텍]③ LBO 시도 확인…MBK의 홈플러스 인수 수법과 유사

KT 손자회사 이니텍의 M&A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와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하려던 상황이 확인됐다. 차입매수(이하 LBO)다. LBO가 일각에서 MBK의 기습 회생신청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로 공격적인 M&A 방식이다 보니 이니텍 M&A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이몬제이앤컴퍼니(이하 사이몬)는 이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LS증권을 통해 400억 원의 인수금융 조달을 시도했다. 다만, LS증권은 검토만 했을 뿐 실제로 금융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LS증권 관계자는 “검토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고 사이몬 측은 “LS증권에서 투자확약서(LOC)는 받았으나 현 상황이 소란스러워 LS에서 인수금융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M&A에서 인수금융은 자연스러운 자금 조달 기법이다. 다만, 사이몬 측이 이니텍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자금 조달을 할 계획임이 확인되었다는 점이 특이 사항이다. 소위 LBO라고 하는 인수 기법이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이니텍)의 자산이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활용하여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이다. 만약 차입비율이 매우 높거나, 담보 제공에 대한 수수료를 적정하게 지급하지 않는다면 '배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공격적인 인수기법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일 기습 회생 신청을 한 MBK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다. 지난 2015년 아시아 1위 사모펀드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는 총 7조 2000억 원의 홈플러스 인수자금 중 약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는 홈플러스의 체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됐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직후인 2016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지출한 이자비용 합계는 총 2조 9329억 원, 같은 기간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총 4713억 원이었다. 결국 벌어들인 돈보다 빚으로 인한 이자가 2조 5000억 원 가량이나 더 많았고 이를 갚기 위해 기존 점포 등 자산을 팔아야 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홈플러스 사태의 주요 원인 4가지 중 하나로 과도한 차입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LBO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는 자기 돈을 적게 쓰고 홈플러스가 자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와 직원들이 빚과 이자를 떠안는 구조"라며 “(LBO는) 사기에 가까운 기법"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에서도 차입매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처럼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경영하는 방식은 결국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차입매수 방식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니텍 노조 측도 유사한 입장이다. 지난 18일 오후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매각계약금 조달과정에서부터 자금력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인수에 참가한 사모펀드와 투자파트너 간 갈등이 확인됐음에도 KT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KT가 오직 돈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자금출처나 경영계획, 경영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투기자본에 건실한 기업을 팔아먹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여러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는 건 KT에서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MBK의 차입매수 방식이 전국민적으로 관심받는 상황에서 이니텍 인수주체가 어떻게 자금 조달해 매각주체인 KT와 노조를 안심시킬지 여부도 딜 클로징의 주요 포인트로 부상 중"이라고 분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위기의 이니텍]② 사이몬의 표적된 ‘현금 1000억’ 곳간

현금이 넘치는 상장사는 매력있다. 여기에 사업 역시 제대로 진행된다면 더욱 매력적인 회사가 된다. 이니텍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매물로 출회된 이후 코스닥 업계에서는 호시탐탐 노리는 곳이 많았다. 최적의 껍데기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이달 31일에 있을 주주총회에 임무영, 이상준, 오종봉, 김철균, 차행전 등의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이 상정됐다. 5명의 후보는 사이몬제이앤컴퍼니(이하 사이몬) 측 인사로 전해지고 있다. 사이몬과 로이투자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맺어 인수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양 측은 사이가 멀어졌고, 계약금을 납부한 사이몬이 주도적으로 딜 클로징을 진행 중이다. 신규 이사 후보 중 이니텍의 주 사업 부문인 금융IT와 보안사업 경력이 있는 자는 없다. 우선, 임무영과 차행전 후보는 변호사다. 임무영 변호사는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와 같은 정치적인 활동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차행전 후보는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변호사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당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에 불복하면서 대리인으로 선임되었다가 취소되었던 해프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종봉 이사 후보는 24년 1월까지 나노캠텍의 이사였는데 나노캠텍은 소재 전문 기업이다.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에 종사한 것이다. 이상준 이사 후보는 PVC제품 제조사인 센트럴바이오에서 2019년 6월 4일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12월 9일 사임했다. 이후 폐기물 비즈니스 쪽에 집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역시 제조업이 주력인 셈이다. 비투엔의 이사로 지난 1월부터 재직 중인 김철균 이사 후보는 도청, 대통령실 등 관가 쪽의 이력이 눈에 띄는 인물이다. ◇풍부한 곳간 '눈길' 이사 후보의 이력상 금융IT와 보안사업 경력이 있는 자가 없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이니텍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기존 사업은 KT 출신의 이사진이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니텍의 활용 방안은 주 사업이 아닐 것으로 추론된다. 이니텍은 현금(유동화 쉬운 자산 포함)은 많고 그 이외의 자산과 부채는 거의 없는 회사다. 1184억원의 자산 중 1010억원이 현금, 단기금융자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산의 85%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채는 73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재무제표를 갖는 회사에 경영진이 바뀐다면 향후 타법인 출자는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트렌드에 맞는 회사, 오너들의 기존 회사를 인수할 공산이 크다. 코스닥 회사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이사들의 이력과 회사 현금 보유량을 고려할 때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관계자가 있을 공산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최적의 '쉘'=이니텍 이니텍은 곳간으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껍데기로서의 가치도 있다. 껍데기 회사는 적당한 매출과 손익을 통해 회사의 볼륨을 키워주고, 신사업을 위한 현금이 풍부할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이니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88억원과 2억3000만원이다.(감사 받지 않은 손익계산서 기준). 시장 퇴출 우려를 없앨만한 매출이 나오면서 손익분기점(BEP)은 맞추고 있다. 이는 부실 상장사 퇴출 대상에서 자유롭고, 관리종목 우려도 거의 없다는 의미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이니텍은 쉘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좋기에 절대 인수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어떤 후보가 오더라도 자금 출처에 대한 분명한 확인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이몬 측에 인수 후 통합 과정에 대해 문의하려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MBK의 기습 회생 신청, 무서운 후폭풍이 온다

2012년 9월 26일 오전. 모 대형금융사 임원의 입에서 “당했다"는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웅진이 '워크아웃' 대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당시 웅진은 극동건설의 부실이 계열사 전체로 전이되면서 그룹이 존속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웅진은 '워크아웃'을 검토했으나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언에 따라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 태평양은 웅진그룹에 왜 워크아웃 대신 회생 신청을 추천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극동건설만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이 실행되면 필연적으로 대주주 무상감자와 같은 절차는 거치겠지만 금융채권 뿐만 아니라 상거래채권 등 모든 채권이 조정된다. 또 회생계획안이 실행되기 전까지 기존 주주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긴급한 사안도 처리할 수 있다. 모 금융사 임원 입에서 '당했다'라고 외칠만큼 한계기업에게 회생은 달콤하다.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이 동결되었으며, 워크아웃처럼 금융권에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MBK의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도 이와 유사하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당했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메리츠 그룹은 부동산 담보가 있어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정한 채무재조정은 불가피할거라고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경우, 홈플러스를 사기죄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금융사,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한 그룹사에 대해 철퇴를 꺼내든다. 여기에 유통업이란 특수성이 고려되어 피해자가 양산될 경우에는 행정 기관과 여론까지도 동참하곤 한다. 국회는 긴급 현안 질의나 국정 감사를,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금융사는 거래 중단을, 여론은 비판을 통해 기습 회생 신청 그룹사를 압박한다. 오너들은 법원에 불려가곤 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걸어왔던 길이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과거처럼 아시아 1위 사모펀드로서 MBK란 이름이 '신용의 상징'이던 시절은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한 번 깨진 신용은 수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많은 청년들의 롤모델이었던 김병주란 이름 역시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출연으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것에 집중해야할 전망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위기의 이니텍]① 자산 1억 사이몬의 840억 모으기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이하 PEF)인 사이몬제이앤컴퍼니(이하 사이몬)가 대규모 자금 모집에 나섰다. 컨소시엄인 서울 프라이빗에쿼티(PE)와 로이투자파트너스(이하 로이) 등과 사이가 틀어지며 자체적으로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녹록지 않다. 특히 기관전용 PEF로 자금을 순조롭게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이몬과 로이는 KT 손자회사인 이니텍의 지분 취득에 관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이들은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및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상 지위를 이전하여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특수목적회사(SPC)에 SPA 상 지위를 이전하기 위해 사이몬은 대규모 자금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이몬 컨소시엄은 이니텍의 기업가치로 1250억원를 제시했고, 그 중 지분57%를 인수하고자 하며 그 대가로 841억원을 지불할 예정이다. 사이몬은 지난해 5월 생겨난 법인으로 이번 M&A 이전에 특별한 딜을 하지 않아 트랙레코드가 전무하다. 또한 규모도 작다. 관련 공시에 따르면 사이몬의 총자산은 1억 원에 불과하다. 물론 사이몬이 양수자들에게 계약금을 치르며 자산이 늘어나긴 했지만, 2월 28일 이전의 사이몬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면 사이몬은 자신보다 840배 큰 회사를 인수 시도 중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딜 클로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사이몬에게 요구되는 핵심은 결국 펀딩이다. 로이 및 서울PE와의 관계도 틀어지다 보니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금 여력에 대한 의문은 상당하다. 서울PE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주주간약정서 해제통지 이후 돌려받아야 할 실사보증금 및 이행보증금으로 납입한 25.5억 원에 대해서도 되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기관들의 허들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도 물음표다. 등기에 따르면 사이몬은 기관전용 사모펀드이다. 2021년 자본시장법과 하위 법규가 바뀌어서 이제 사모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구분된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규제 강도가 약한 대신 기관투자자 및 이에 준하는 자들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즉, PEF에 출자 가능한 기관투자자는 △국가·한국은행·금융회사·특수법인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공제회 등 △금융투자잔고 100억 원(비상장사는 5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주권상장법인 등으로 제한된다. 자금 조달 난이도가 상당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신생 PE에게 자금 조달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법 변경 이후 난이도는 상당히 올랐다"고 전했다. 당연히 사이몬의 자금조달 가능 여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하다 보니 시장에서는 법에 정한 자금으로 조달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코스닥 시장에 잔뼈가 굵은 관계자는 “이니텍 M&A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처음 선정할 때부터 혼탁했다"면서 “자본시장에서 문제가 된 세력들의 자금,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국내 굵직한 사건을 일으킨 자금 등이 인수 자금으로 섞여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위기의 MBK]④ 진화 힘든 ‘홈플 사태’, 김병주 성공신화 몰락 위기

아시아1위 사모펀드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위기다. 고려아연 적대적 M&A로 대기업이 함께 일하기 껄그러운 PEF가 됐다. 여기에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으로 민심은 추락했고, 국회 청문회도 앞두고 있다. 는 위기감이 돌고 있는 MBK와 관련해 그들의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두루 살펴보며 MBK를 조망하고자 한다. 2023년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김병주 MBK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넘어서 1위를 차지했고, 2024년에는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수많은 청년들의 롤모델이었고, 그의 성공신화는 시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으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습 회생 신청을 한 경우, 그룹의 수장들은 검찰에 출석하고 실형을 선고받곤 했다.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 예정이다. 증인 명단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정무위는 증인으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선정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그는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1963년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열두 살 때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미국 유학을 떠났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명문 하버포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경력을 시작해 M&A 분야에서 실력을 쌓았고, 살로먼 브라더스로 이직해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로 승진했다. 1998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4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주도하며 국가적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1999년,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의 제안으로 칼라일 아시아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한미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 칼라일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직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캐나다 공공연금투자위원회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16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을 무대로 과감한 투자 결정과 성공적인 매각으로 아시아 사모펀드 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그의 자산은 날로 커져갔고, 2023년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우뚝섰다. 포브스에 따르면 한국 자산가 순위에서 그는 자산 97억 달러(약 13조 3300억원)를 기록, 80억 달러(11조 4400억원)를 기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쳤다. 성공신화를 달려온 그이지만 앞으로의 길은 상당히 곤혹스러울 전망이다. 회생 신청을 한 그룹사 수장들은 모두 상당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봤기에 다양한 국내 기관들이 명분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두 회장 모두 국정감사에 출석을 요구받았고, 두 회장 모두 검찰로부터 소환을 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법정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다만, 윤석금 회장은 사재를 출연한 점이 참작돼 구속은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한 수장들은 회생 때와 큰 온도 차를 보였다. 금호그룹의 경우, 2009년 박삼구 회장 당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그는 이듬해 복귀했다. 그것도 채권단의 요구에 '전문경영인'으로 복귀한 것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어려움에 빠져 재무구조개선계획을 냈던 두산그룹의 경우, 박정원 회장이 현재까지도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약속했던 사재출연까지 실천해 '구조조정'의 선례가 됐다. 박 회장의 선제적이고 책임 있는 모습에 당시 시장에서 많은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으로 MBK의 평판은 상당히 훼손되었고 과거 MBK로 돌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김병주 회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재 출연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과 책임 있는 변제가 이뤄진다면 김 회장의 명예는 유지될 수 있다"면서 “MBK의 발표는 있었지만 실천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실천이 안된다면 사법적인 문제까지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현대로템, 고조되는 유럽의 전운 속 높아지는 주가

증권사들이 현대로템에 대해 두 달째 목표주가를 연일 높이고 있다. 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 조성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7일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대로템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4곳이 모두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달과 유사한 흐름으로, 2월 신규로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를 제외하고 모든 증권사가 목표가를 높였다. 2월 6일 실적 발표 이후 외부 환경 역시 우호적으로 개선되며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목표주가 상향의 주된 배경은 '실적'이다. 현대로템의 2024년 4분기 매출액은 1조4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7% 증가했다. 매출이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익의 질적인 측면 역시 대폭 개선된 수치다. 1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1분기 연결 기준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2574억원과 1811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15%, 305.15% 증가한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로템의 2025년 1분기 매출액이 1조3415억원, 영업이익이 21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목표주가 9만6000원에서 45.8% 증가한 수치이다. 14일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5년 1분기 폴란드향 K2GF 인도량은 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79.4% 증가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376.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K2GF의 납품이 순항하고 있으며, 반복생산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효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유럽의 재무장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NATO 국가들의 국방예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럽 내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주 금액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란드향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이 몇 차례 순연되었지만 마무리 단계로 알려지고 있다"며 “특히 K2 전차 PL버전(폴란드 측이 요구한 사양 반영)과 장애물 개척 전차와 같은 계열 전차 등이 반영되어 수주금액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공개가 어려운 일부 중동 국가, 우리나라 4차 물량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수치 이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페루 수주, 루마니아 협상, 중동 및 인도 마케팅 등을 통해 수주 플로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계약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과 함께 현지 생산 거점이 마련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위기의 MBK]① ‘기습 회생신청’에 평판 추락한 MBK… 십자포화 대기 중

아시아1위 사모펀드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위기다. 고려아연 적대적 M&A로 대기업이 함께 일하기 껄그러운 PEF가 됐다. 여기에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으로 민심은 추락했고, 국회 청문회도 앞두고 있다. 는 위기감이 돌고 있는 MBK와 관련해 그들의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두루 살펴보며 MBK를 조망하고자 한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으로 MBK의 평판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워크아웃이 아닌 회생을 바로 신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기업의 직접 회생 신청은 사회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다. 이 같은 일을 한 재벌 총수는 사정기관과 국회에 타깃이 됐다.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 예정이다. 증인 명단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정무위는 증인으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선정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회장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의 기습 회생 신청은 큰 파장을 일으킨다. 우선, 수만 명의 채권자들이 손실을 본다. 직원들의 대량 해고와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각 주체마다 소송전도 불가피하다. 그렇기에 정부와 금융기관은 기업이 어려워지더라도 워크아웃을 선호한다. 워크아웃은 우선 상거래채무가 제외되기에 피해자 범위가 축소된다. 기업회생과 달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서로 '협의'하여 진행하는 사적 구제수단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회생은 상거래채무도 개시 직후 상환이 중지된다. 피해자 범위가 상당하다. 또한 법원 주관으로 이뤄지고, 법적 강제력이 있어 채무자인 홈플러스가 채권자에게 끌려다니는 일은 워크아웃보다 적다. 기업회생이 워크아웃보다 다각도로 곤경에 빠진 기업에 유리하다 보니 회생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문제다. 수많은 국민의 피해는 국내 기관들이 움직일 명분이 된다. 2010년대 동양그룹, 웅진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현 전 회장, 윤석금 회장은 국회와 사정기관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두 회장 모두 국정감사에 출석을 요구받았다. 현 전 회장은 출석을, 윤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두 회장 모두 검찰로부터 소환을 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법정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다만, 윤석금 회장은 사재를 출연한 점이 참작돼 구속은 피할 수 있었다. 김병주 MBK 회장과 MBK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무당국은 MBK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MBK파트너스에 직원을 보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보통 담당한다. 특별한 혐의점을 잡아내 조사하는 방식이다. MBK 관계자는 “2015년과 2020년에도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5년마다 하는 정기적 세무조사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조사4국이 특별 조사 수준으로 MBK파트너스의 탈세 혐의를 살펴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습 회생 신청한 그룹사를 국가 기관이 사정없이 난도질한 이유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이를 쉽게 내버려둔다면 유사 사례가 나타나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여지가 있으니 그간 본보기로 삼아 매우 엄격하게 다뤄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MBK가 사모펀드라고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대기업"이라면서 “앞으로 MBK는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고려아연 ‘다시 200만원 가나?’…벌써부터 다음 임시주총에 관심 쏠려

경영권 분쟁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고려아연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주주들의 시선은 이미 주주명부가 폐쇄된 정기 주주총회가 아니라 다음 임시 주주총회로 향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22만원 오른 10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 69만6000원이던 주가가 3일 만에 53.7% 상승해 100만원을 상회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6일 주가 240만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또 다시 200만원 선까지 주가가 오를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은 법원 판결 결과가 나온 7일 이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법원은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안건 중 임시의장 선임의 건은 인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고려아연에 전적으로 유리한 결과는 아니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단행한 상호주 보유를 이유로 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해외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이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상법 369조 3항은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상 규정하고 있는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할 수 있는데, SMC가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가 아님은 명백하다"며 “SMC는 유한회사의 성격을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MBK·영풍 측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이 40.97%로 회복되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1-1호)을 제외한 ▲이사 수 상한 설정(1-2호) ▲액면분할(1-4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1-6호) ▲배당기준일 변경(1-7호) ▲분기배당 도입(1-8호) 의안은 모두 효력을 잃었다.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고려아연 측 이사들의 직무집행 효력도 정지되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고 양측의 세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중투표제로 인해 어느 한쪽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어려워졌으며, 언젠가 MBK·영풍 연합의 이사진 합류는 사실상 확정이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MBK가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BK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 파트너스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영풍·MBK 파트너스가 정기주주총회 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으며, 주주총회마다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MBK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법원에서 주총 의장 선임에 관해서는 최회장 측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의장의 권한은 매우 강력하다. 고려아연은 또 한 번 반격을 준비했다. 유한회사라고 판단받은 SMC의 지분을 주식회사 SMH에 현물배당한 것. 이로써 다시 한 번 상호주로 묶여 이번 정총에서 의결권이 제한될 전망이다. 물론 MBK가 즉각 가처분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MBK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최회장 측에 유리한 요소다. 국민연금이 MBK를 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오랜시간 상법을 담당한 변호사는 “판사도 사람인지라 여론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MBK를 둘러싼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SMH를 통한 의결권 제한은 파훼법이 분명히 존재하는 방법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MH를 통해 고려아연이 반격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방편"이라면서 “설사 승소하더라도 다음 임시주총부터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주장이 충돌하는 지점도 발견된다. MBK는 “연결고리인 SMH는 정기주주총회 기준일(2024년 12월 31일)에 영풍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SMH가 영풍 주식 10%를 초과해 취득한 현 시점에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되어 주가가 상당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상당히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라면서 “장기적인 변수는 MBK의 훼손된 평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기습 회생신청하면서 산업은행을 위시한 금융권과의 거래가 상당히 힘들어졌다"면서 “홈플러스 회생 개시의 파장이 더욱 커진다면 고려아연 주총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특징주] 고려아연, 일시적 상호주 제한 효과… 약보합 횡보 중

고려아연의 주가가 약보합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난날 있었던 고려아연의 상호주 제한 전략이 일시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2만3000원 내린 104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7일 69만6000원이던 주가가 3일 만에 53.7% 상승해 100만원을 상회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은 법원 판결 결과가 나온 7일 이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법원은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안건 중 임시의장 선임의 건은 인용하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고려아연이 단행한 상호주 보유를 이유로 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집중투표제는 인정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중투표제로 인해 어느 한쪽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어려워졌으며, 언젠가 MBK·영풍 연합의 이사진 합류는 사실상 확정이다. 고려아연은 또 한 번 반격을 준비했다. 유한회사라고 판단받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를 그 모회사인 주식회사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배당한 것. 이로써 다시 한 번 상호주로 묶여 이번 정총에서 의결권이 제한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일시적이고 MBK가 가처분을 제기할 경우, 고려아연에 불리한 쟁점이 상당하다. MBK는 “연결고리인 SMH는 정기주주총회 기준일(2024년 12월 31일)에 영풍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SMH가 영풍 주식 10%를 초과해 취득한 현 시점에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서 고려아연의 논리적인 모순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회생 개시로 인해 추락한 MBK의 평판은 변수로 자리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상당히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라면서 “장기적인 변수는 MBK의 훼손된 평판"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지피클럽의 수상한 투자④] 사상 첫 연결 적자 기록…본업 부진과 M&A 실패 ‘이중고’

지피클럽은 골드만삭스로부터 750억원을 투자받아 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기업 중 9번째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 승승장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적은 악화하고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회사들은 인수 1년 만에 경찰조사, 세무조사를 받았다. 에너지경제는 지피클럽의 투자와 실적을 중심으로 지피클럽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지피클럽이 본업과 M&A로 인수한 계열사들이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내며 연결 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 경쟁력은 약화되는 가운데 M&A 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피클럽은 2023년 별도 기준 1997억원의 매출과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725억원의 매출과 415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할 때 각각 26.7%, 65%씩 감소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더욱 극적이다. 563억원에서 730억원 감소해 17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의 경우, 흑자폭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2018년 별도 기준 203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불과 5년새 95%가 감소한 14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중국향 화장품 수출이 활발했던 황금기를 지나가자 실적도 크게 축소된 것이다. 지피클럽은 제이엠솔루션(JMsolution)이라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알려진 뷰티 제품 전문 유통기업이다. 김정웅 대표는 처음에 중국 시장에서 게임 파라다이스(Game Paradise)라는 의미의 GP Club으로 게임 유통 사업을 시작했으나, 2016년 화장품 시장으로 진출하며 제이엠솔루션을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일명 '꿀광 마스크')는 출시 후 30억 장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피클럽은 2018년 1조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김정웅 대표의 처(妻)인 박옥 이사의 지분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750억원에 매각했다. 이 거래로 인해 지피클럽은 한국의 9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반열에 올랐다. 이 때가 지피클럽이 가장 빛났던 시기다. 2019년 이후 사드와 코로나19로 매출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8년 5137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매출은 △19년 4486억원 △20년 4016억 △21년 3443억 △22년 2722억 △23년 1997억원 등 가파른 감소세를 시현했다. 지피클럽은 크게 벌어들인 자금을 바탕으로 M&A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우선 중국 킹롱전기버스 공식 수입업체인 이온모터스다. 23년 인수한 이온모터스는 인수 이후 첫 사업연도에 13억 7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회사는 25년 1월 기준 연간 퇴사율 100%를 기록 중이고 대표번호는 숙박업체로 바뀌는 등 영업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22년 10월 인수한 한국미라클피플사도 마찬가지다. 당시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을 적정가치(지급액에서 영업권을 차감한 금액)보다 8.5배 더 높게 인수했다. 물론 사업시너지가 발생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미라클피플사는 이듬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악화됐다. 제이윙투어는 두 회사보다 더욱 심각하다. 여행업이 주업인 지피클럽의 자회사 제이윙투어는 설립한 지 1년 만에 세무조사를 받아 매출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받았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세무조사를 받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듬해 폐업 수순을 밟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피클럽은 본업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고, M&A한 기업들을 턴어라운드 시켜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갖고 있다"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야 유니콘기업의 위상을 되찾을 것인데 현재 상황으로는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범·장하은 기자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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