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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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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로 무장···車 산업 영향력 키우는 LG그룹

LG그룹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전장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부품 등 새로운 매출처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2030년 매출 100조원 비전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지목했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LG전자는 기존 고객 외 방대한 충전 인프라를 보유한 차지포인트를 고객사로 추가 확보하게 된다. 차지포인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북미 최대 전기차 충전 사업자다. 북미 외 유럽 16개국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LG전자와 차지포인트의 협력은 새로운 충전 사업 기회 발굴에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사업도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중국 CATL(30.6%)에 이은 2위다. 중국 BYD(10.6%) 등이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0위권 업체들의 비중이 전체의 94%에 달한다. 상위 5위 업체 비중도 78.4%에 달해 이른바 톱티어(top-tier)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게 특징이다. LG엔솔은 미국 대선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전쟁' 등 시장 동향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LG이노텍·LG마그나 등의 전장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연이어 확보하며 회사 영업이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13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출범 10년만에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LG그룹의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는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은 지난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찾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LG는 벤츠 본사 뵈블링겐 공장 내 이노베르크 전시장에서 'LG 테크데이 2024'를 열고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해 벤츠 측에 전장 제품을 소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테크쇼에는 △전기차 배터리 △오토매틱스 △전기차 구동 장치 △차량용 디스플레이 △차량용 헤드 램프 △레이다·라이다를 비롯한 차량용 센서 등 LG그룹의 전장 부품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이 전시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년째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 LG전자의 차량용 조명 자회사 ZKW는 독일 레하우 오토모티브와 함께 조명·센서 등을 통합한 '지능형 차량 전면부'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며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특히 전장 사업은 그간 확보해 온 수주 잔고가 점진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전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하고,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 역량 확보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의 결단’ SK그룹 사업·지배구조 확 바꾼다

“모두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갑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한 말이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했다. SK그룹이 사업·지배구조를 확 바꾸고 과감하게 리더십을 교체하며 재정비에 나선다. 주요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고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 최 회장이 결단을 내린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리밸런싱 방향을 논의한다. SK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계열사별로 사업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SK E&S는 액화 천연 가스(LNG)·수소·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부터 신 재생 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거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SK그룹 구조 조정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해 중복 투자 기능 일원화 및 효율화에 나섰다. 같은 맥락에서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을 조기에 교체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SK온에서도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되는 등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실탄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이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대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그룹의 고민은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타긴 했지만 배터리·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을 펼치며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또 한번 미국 출장길에 올라 빅테크 기업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인프라 담당 사장 등이 동행하는 만큼 미래 산업에 대한 구상을 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에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의선 매직’ 미래 신사업서 존재감 높이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전기차,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협의체를 이끌며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가 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고 수준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업에서 성과를 낸 뒤 이를 성장 산업에 재투자하는 '정의선 매직'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선임됐다. 지난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수소에 대한 비전과 장기적인 포부를 가진 기업들이 모여 청정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협의체다. 출범 당시 13개 회원사였던 수소위원회는 현재 20여개국 140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 일본 토요타 등도 멤버사다. 장 사장은 기존 산지브 람바 린데 CEO와 함께 새로운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위원회가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수천가지 수소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장 사장은 앞으로 현대차가 국제 표준을 주도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오닉 5, EV6 등이 각종 '올해의 차'를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최근에는 아이오닉 5 N이 고성능 모델 비교평가에서도 왕좌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최근 독일 '아우토 자이퉁'과 영국 '카 매거진'이 공동주관한 평가에서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엘레트라 R,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니노 파리나, 루시드 에어드림 퍼포먼스 등을 누른 결과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아가 EV3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에 시동을 건 가운데 현대차는 이르면 연내 아이오닉 9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 역량을 모아 로봇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슈퍼널 등 자회사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는 '정의선 매직'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본업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양산,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양산,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세계 최초 양산 등 수소 분야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정 회장은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CES 미디어 콘퍼런스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지금이 아닌 우리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기차 부문 성과 역시 정 회장이 전용 플랫폼 개발을 일찍부터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발 빠르게 'E-GMP' 플랫폼을 구축하고 아이오닉 5 등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복합위기’ 극복 바쁜데···재계 덮친 ‘反기업 법안’ 리스크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바쁜 재계가 '반(反)기업 법안' 추진에 대한 부담도 떠안게 됐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전 대비 더욱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보완 등 재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재계에 따르면 범야권은 최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다. 해고·실업자 등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 삭제됐다는 점 정도가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내용과 다르다. 기업에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됐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상법 개정 관련 논의에 물꼬를 튼 이후에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 발의 관련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금번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며 “이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용종속관계가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받게 되는 등 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44.4%)거나 '철회·취소하겠다'(8.5%)는 기업이 절반 이상(52.9%)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안과 함께 배임죄 수정·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재계가 원하는 법안 추진은 요원하다. 이미 수개월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계는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각종 정책리스크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포퓰리즘 정책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업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린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좌파동맹 신민중전선(NFP)은 최저임금 14%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본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은 동결하겠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은 '횡재세' 도입을 예고했다. 전세계 시장에 재화를 수출하고 생산 거점을 마련해둔 우리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경영 고민’ 각양각색···활로 찾기 바쁘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복합위기 시대' 각기 다른 고민을 하며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활을 거는가 하면 '글로벌 관세전쟁', '소송 리스크' 등 변수에 대비하는 경우도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20일까지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부별 현황을 체크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12월 열린다. 각 부문장 주재 아래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다. 회의를 통해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18일에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 19일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20일 전사 등 순으로 글로벌 전략협의회가 열린다. 사업부별 중점 추진전략과 지역별 목표달성 전략,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활성화 전략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부문장을 맡은 뒤 처음 열리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판매전략회의는 오는 25일 화성사업장에서 열린다. 현장에는 핵심 인원 120여명이 참석한다. SK그룹 역시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총출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기아는 매년 상·하반기 국내서 두차례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한다. 자율적 토론 방식으로 경영 현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 상반기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중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어 그룹의 경영 상황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재해 주요 사업군의 지속 성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이 '100일 현장 경영'을 끝낸 만큼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 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초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열었다.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에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다음 해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고객 가치 제고와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하는 사업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재계는 각 그룹사들이 각기 다른 '경영 고민'을 하는 와중에 최고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는 작업에 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냈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등 사업에서는 원하는 만큼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부문은 수장을 교체했고, 이재용 회장은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최근 리더십에 변화를 주는 등 사업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관련 리스크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상황이다. 전날 최 회장 측이 2심 재판부 판결에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며 분위기가 반전되긴 했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통상 환경 변화라는 대변혁의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이어져온 '관세전쟁'에 유럽연합(EU)이 끼어들며 상황이 복잡해진 만큼 계산기를 더욱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이들은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더 빠르게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리튬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케미칼 등 주력 사업 내실을 다지고 바이오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기술이 미래” 美 실리콘밸리 향한다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도심을 누빈다. 이용자들은 익숙한 듯 운전자가 없는 차에 타고 내린다. 애플,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해 첨단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홍보한다. 각종 로봇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시작점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 풍경이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혁신의 요람'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총수가 직접 출장길에 올라 '현장 경영'을 펼치거나 기술·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기술이 미래'라는 판단 아래 빅테크들과 협력을 도모하거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2주간 펼쳐진 미국 출장 당시 상당 시간을 실리콘밸리에 머물렀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팔로 알토 지역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가 방한했을 당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한 지 4개월 만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이번 미팅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2011년 저커버그 CEO 자택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현재까지 8번 미팅을 가질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10일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났다. 이들은 AI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칩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얘기했다. 퀄컴은 삼성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AI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4월 실리콘밸리를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났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이번 회동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K텔레콤의 AI 사업 등과 관련한 시너지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이르면 이달 중 실리콘밸리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현지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12일 실리콘밸리에서 열었다. 회사는 파운드리,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징(AVP·첨단 조립)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살린 '원스톱 서비스' 강화를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기술 우군 확보' 차원에서 '제3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를 개최했다.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는 현대모비스 북미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거점인 모비스 벤처스 실리콘밸리(MVSV)가 주관해 매년 개최하는 투자 설명회다. 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와 업계 투자자, 글로벌 완성차 현지 투자 담당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참석자들에게 전동화 차량 플랫폼에 최적화된 제동, 조향 등 샤시 부품 기술력을 선보이고 배터리 시스템, PE시스템(동력전달 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실리콘밸리가 AI 시대에 접어들며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까지 이르는 해당 지역에는 애플, 구글, 메타, 엔비디아, X 등 본사가 몰려있다. 이들은 반도체부터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AI 혁명'을 주도하며 전세계 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개 숙인 최태원 “재산분할서 명백한 오류 발견…상고 결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재산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는 SK그룹과 최 회장 법률대리인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발견된 오류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뿐 아니라 SK그룹 모든 구성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 측은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짚었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게 핵심이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은 65대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와 관련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다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일침했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최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했다. 최 회장 측은 이 과정에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각각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100배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이 같은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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