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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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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산모빌리티쇼] ‘경형 전기차’ 선보인 현대차···시장 판도 바꿀까

현대자동차가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경차를 기반으로 제작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완충시 315km를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춰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참여 브랜드 중 최대 면적인 2580㎡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전기차·수소 등 미래 기술력을 선보였다. 전시 차량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세계 최초로 공개된 캐스퍼 일렉트릭 3대였다. 현대차 측은 캐스퍼 일렉트릭이 독보적인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차는 기존 캐스퍼 대비 230mm 길어진 전장과 15mm 넓어진 전폭을 갖췄다. 턴시그널 램프는 픽셀그래픽이 적용돼 전기차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전면 그릴부엔 회로기판을 연상시키는 서킷보드 스타일의 블랙그릴을 적용했다. 기존 모델 대비 180mm 증대된 휠베이스는 고속 주행 안정성 향상과 함께 2열 레그룸 공간을 더욱 여유롭게 했다고 업체 측은 소개했다. 트렁크부 길이 역시 100mm 길어져 기존 233L 대비 47L이 늘어난 화물공간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49kWh급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15인치 기준 315km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달성하고 120kW급 충전기로 10%에서 80%까지 단 30분만에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또 차량 내부는 물론 외부로 220V 전원을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기능을 장착했다. 차별화된 전기차 사용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키 2 터치 △터치센서 도어 핸들 △i-Pedal 모드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등도 넣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다음달 항속형 모델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추후 기본형과 크로스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실내 시승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참여 고객은 인스트럭터가 최대 40km/h의 속도로 70m의 실내 트랙을 주행하는 차량에 탑승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상품성을 직관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아울러 부산모빌리티쇼 기간인 다음달 7일까지 부산역 광장에서 아이오닉 5와 함께 캐스퍼 일렉트릭의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다음달 12일부터 21일까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앞에서 캐스퍼 일렉트릭 대고객 체험 전시를 운영하고, 내방객 중 현장이벤트 1등에게는 캐스퍼 일렉트릭 1대를 증정할 계획이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현대차관을 찾아준 관람객에게 세계 최초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어 나갈 캐스퍼 일렉트릭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아 역시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EV3, EV6, EV9 등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아는 전시 콘셉트를 '고객 중심, 사람 중심,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기아의 움직임'으로 설정하고 고객 선택지를 넓혀가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했다. 기아는 지난달 공개한 전용 콤팩트 SUV 전기차 EV3와 EV6, EV9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구매, 충전, 관리 등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갈 길 먼 최저임금 논의···경영계 애탄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경영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업종별 임금 차등적용 등을 두고 노동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인상폭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은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등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이 무더기로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불확실성이 또 생겼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26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5차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의부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이 논의됐지만 노동계가 이를 '레드라인'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 최저임금 취지를 완전히 무너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급여력'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고율 인상 누적과 일률적 적용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현재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숙박업과 음식업은 주휴수당까지 반영하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미만율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심의 기간이 역대 최장이었던 작년보다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이 27일까지지만 아직 구분 적용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이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도 제시가 안된 상태다. 다급해진 소상공인들은 거리로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소상공인 2000여명은 전날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구분적용'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기준 소공연 회장 직무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티는 동안 50% 이상 늘어난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이 소상공인의 숨을 죄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부담까지 가중되면 소상공인은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음식·숙박업의 경우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까지 하락하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한계 업종에 구분적용에 필요한 과학적인 통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들을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54.4%)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43.4%) 또는 '인하'(11.0%)해야 한다고 답했다. 적정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결(43.4%), 1% 이상 3% 미만(17.2%), 3% 이상 6% 미만(13.4%), 인하(11.0%), 6% 이상 9% 미만(8.2%)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변동폭은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동 조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 자영업자의 절반(48.0%)은 현재도 이미 고용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9.8%, 3~6% 미만 인상 시 11.4%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최저임금 차별적용시도 즉각 중단과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 내수부진 장기화 등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돼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경영 애로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논의가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이혼소송 탄원서’ 장남과 다정한 모습 포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장남 인근 씨와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최 회장과 인근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 앞에서 함께 있는 사진 3장이 올라왔다. 인근 씨가 최 회장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등 다정한 모습이 연출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지 6일이 지난 시점이다. 인근 씨는 앞서 지난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에 친누나인 윤정·민정 씨와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 회장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생인 인근 씨는 2014년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쳤다.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그룹에 들어왔다. 현재 SK E&S의 북미 에너지솔루션 사업 법인 '패스키(PassKey)'에서 일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산업계 ‘夏鬪 공포’에 휩싸여…강성노조 행보에 촉각

산업계가 '하투(夏鬪)' 공포에 떨고 있다. 주요 기업에 '강성 노조'가 출범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이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글로벌 관세전쟁, 주요국 선거 리스크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 긴장감이 감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6년만에 노조가 파업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전체 조합원(4만316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4만1461명(투표율 96.06%)이 투표하고 3만8829명(재적 대비 89.97%, 투표자 대비 93.65%)이 찬성표를 던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올해 교섭에서 노사 양측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하투 성사 여부는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오는 2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파업 여부와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등을 제안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격차가 큰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별도 요구안으로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원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고임금 저효율' 구조에 발목 잡힌 현대차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면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 노조 역시 올해 강경한 자세로 교섭에 임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기본급 인상 폭 등에서 이견이 커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철강 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금속노조가 중심이 돼 다음달 10일 1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포스코, HD현대, 한화오션 등 개별 기업들도 각종 소송전과 여론전이 난무하며 협상과 별개로 노사간 날을 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상견례부터 파행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다. 한화오션은 노조 출범 후 첫 임단협이라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철강사들의 협상에서도 정년 연장이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HD현대 등 노조가 정년 만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이 최근 정년을 만 61세에서 62세로 높이기로 합의하면서 그 후폭풍이 어떤 방향으로 불지도 주목된다. 임금 협상을 재개하며 조용해진 듯했던 삼성 노조에서는 여러 가지 뇌관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삼성 초기업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노사협의회 선거 규정과 선출 방식을 대폭 변경해 불법 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교섭을 빠르게 매듭짓기 위해 현재의 자율교섭 대신 중노위의 조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만큼 교섭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가 더 강경한 태도로 돌변할 여지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지난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을 실시했다. 지난 13일 노사 양측은 임금협상 파행 이후 2주 만에 대화를 재개했다. 산업계는 올해 임금협상 분위기가 예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 등 주요 기업에서 강성 노조가 출범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 기존에는 깊이 있게 논의한 적 없는 안건들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관세전쟁이 벌어지고있고 미국 등 주요국에서 선거 이후 어떤 정책이 펼쳐질지 알기 힘들어 경영 관련 불확실성도 높는 상황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장남 신유열, 日 롯데홀딩스 이사후보…신동주는 반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 이사 후보에 올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26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사내 이사 후보로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에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동빈 이사 해임, 이사의 결격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 등이 포함된 주주제안서와 사전 질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질의서에는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역할 및 책임과 시가총액 감소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 한국 롯데그룹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책임 등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에 대한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책임과 입장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신동주 회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9차례 신동빈 회장의 해임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부결됐다. 이번이 10번째 시도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에 개인 지분 1.77%와 대표로 있는 광윤사 지분 28.14%를 들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1대 주주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불어오는 계열사 합병 바람···몸집 키워 경쟁력 높인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간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이종간 결합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더는 차원이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유망한 사업 부문을 분할시켜 자금을 유치하는 게 유행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별 사업 구조 조정 방향을 논의한다. 이미 사업 비효율로 부담이 가중되자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력 계열사간 합병 등 굵직한 결정에 윤곽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SK그룹을 둘러싼 수많은 '합병설'이 돌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SK E&S는 액화천연 가스(LNG)·수소·재생 에너지 분야 기업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 달성과 동시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에 대한 지원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SK(주)가 가지고 있는 산업용 가스 부문 자회사들을 SK에코플랜트와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간 결합이긴 하지만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거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하는 것 등도 SK그룹 구조 조정안으로 재계에서 거론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가능성을 최대한 열고 계열사간 합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동시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력사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효율적으로 승계하는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회사는 정 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19.9%)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8년 '지배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현대모비스 A/S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에는 합병 비율 문제로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차원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존재감이 높아진 만큼 상황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에서 투자 부문을 분할·합병해 지주회사 또는 지배회사를 만드는 안도 증권가에서 얘기된다. 다만 이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교통정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진그룹 역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는 최근 화물 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각사 아래에 있는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주목된다. 이들이 '메가 LCC'로 거듭날 경우 출혈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가에서도 계열사 합병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9월1일 자회사 현대쇼핑과 소규모 합병을 진행한다. 현대홈쇼핑 자회사 현대퓨처넷은 현대아이티앤을 흡수한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1일자로 이마트가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품기로 했다. 동원F&B는 온라인 유통사업 부문 자회사인 동원디어푸드를 합병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은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미중 무역갈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전쟁, 각종 전쟁과 글로벌 '선거 리스크'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체력을 기르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웰푸드르 출범시키거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 사례 등도 비슷한 맥락의 결정으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공격적인 투자 유치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석유화학 등 일부는 업황 전망도 어둡다"며 “뭉쳐야 사는 경영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첨단 기술로 무장···車 산업 영향력 키우는 LG그룹

LG그룹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전장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부품 등 새로운 매출처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2030년 매출 100조원 비전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지목했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LG전자는 기존 고객 외 방대한 충전 인프라를 보유한 차지포인트를 고객사로 추가 확보하게 된다. 차지포인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북미 최대 전기차 충전 사업자다. 북미 외 유럽 16개국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LG전자와 차지포인트의 협력은 새로운 충전 사업 기회 발굴에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사업도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중국 CATL(30.6%)에 이은 2위다. 중국 BYD(10.6%) 등이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0위권 업체들의 비중이 전체의 94%에 달한다. 상위 5위 업체 비중도 78.4%에 달해 이른바 톱티어(top-tier)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게 특징이다. LG엔솔은 미국 대선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전쟁' 등 시장 동향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LG이노텍·LG마그나 등의 전장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연이어 확보하며 회사 영업이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13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출범 10년만에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LG그룹의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는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은 지난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찾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LG는 벤츠 본사 뵈블링겐 공장 내 이노베르크 전시장에서 'LG 테크데이 2024'를 열고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해 벤츠 측에 전장 제품을 소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테크쇼에는 △전기차 배터리 △오토매틱스 △전기차 구동 장치 △차량용 디스플레이 △차량용 헤드 램프 △레이다·라이다를 비롯한 차량용 센서 등 LG그룹의 전장 부품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이 전시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년째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 LG전자의 차량용 조명 자회사 ZKW는 독일 레하우 오토모티브와 함께 조명·센서 등을 통합한 '지능형 차량 전면부'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며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특히 전장 사업은 그간 확보해 온 수주 잔고가 점진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전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하고,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 역량 확보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의 결단’ SK그룹 사업·지배구조 확 바꾼다

“모두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갑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한 말이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했다. SK그룹이 사업·지배구조를 확 바꾸고 과감하게 리더십을 교체하며 재정비에 나선다. 주요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고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 최 회장이 결단을 내린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리밸런싱 방향을 논의한다. SK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계열사별로 사업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SK E&S는 액화 천연 가스(LNG)·수소·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부터 신 재생 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거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SK그룹 구조 조정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해 중복 투자 기능 일원화 및 효율화에 나섰다. 같은 맥락에서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을 조기에 교체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SK온에서도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되는 등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실탄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이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대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그룹의 고민은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타긴 했지만 배터리·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을 펼치며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또 한번 미국 출장길에 올라 빅테크 기업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인프라 담당 사장 등이 동행하는 만큼 미래 산업에 대한 구상을 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에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의선 매직’ 미래 신사업서 존재감 높이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전기차,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협의체를 이끌며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가 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고 수준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업에서 성과를 낸 뒤 이를 성장 산업에 재투자하는 '정의선 매직'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선임됐다. 지난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수소에 대한 비전과 장기적인 포부를 가진 기업들이 모여 청정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협의체다. 출범 당시 13개 회원사였던 수소위원회는 현재 20여개국 140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 일본 토요타 등도 멤버사다. 장 사장은 기존 산지브 람바 린데 CEO와 함께 새로운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위원회가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수천가지 수소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장 사장은 앞으로 현대차가 국제 표준을 주도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오닉 5, EV6 등이 각종 '올해의 차'를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최근에는 아이오닉 5 N이 고성능 모델 비교평가에서도 왕좌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최근 독일 '아우토 자이퉁'과 영국 '카 매거진'이 공동주관한 평가에서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엘레트라 R,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니노 파리나, 루시드 에어드림 퍼포먼스 등을 누른 결과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아가 EV3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에 시동을 건 가운데 현대차는 이르면 연내 아이오닉 9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 역량을 모아 로봇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슈퍼널 등 자회사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는 '정의선 매직'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본업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양산,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양산,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세계 최초 양산 등 수소 분야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정 회장은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CES 미디어 콘퍼런스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지금이 아닌 우리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기차 부문 성과 역시 정 회장이 전용 플랫폼 개발을 일찍부터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발 빠르게 'E-GMP' 플랫폼을 구축하고 아이오닉 5 등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복합위기’ 극복 바쁜데···재계 덮친 ‘反기업 법안’ 리스크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바쁜 재계가 '반(反)기업 법안' 추진에 대한 부담도 떠안게 됐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전 대비 더욱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보완 등 재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재계에 따르면 범야권은 최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다. 해고·실업자 등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 삭제됐다는 점 정도가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내용과 다르다. 기업에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됐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상법 개정 관련 논의에 물꼬를 튼 이후에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 발의 관련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금번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며 “이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용종속관계가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받게 되는 등 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44.4%)거나 '철회·취소하겠다'(8.5%)는 기업이 절반 이상(52.9%)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안과 함께 배임죄 수정·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재계가 원하는 법안 추진은 요원하다. 이미 수개월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계는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각종 정책리스크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포퓰리즘 정책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업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린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좌파동맹 신민중전선(NFP)은 최저임금 14%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본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은 동결하겠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은 '횡재세' 도입을 예고했다. 전세계 시장에 재화를 수출하고 생산 거점을 마련해둔 우리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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