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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원승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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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유기업에 ‘관세·부가세’ 9개월 납부유예

정부가 원유 수입 정유기업의 관세와 수입 부가세를 최대 9개월 간 납부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나프타 공급 제한에 따라 의료기기 원료를 우선 공급하고, 의료용 기기의 매점매석도 14일부터 금지한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국 공급망 애로 사항 관련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에틸렌 등 공급망법상 위기품목도 긴급수급조정조치·매점매석 금지도 추진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석유화학 기초유분 7개 품목인 에틸렌 등을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아스팔트는 공정 순연·발주 시기 조정 등 공사 시기 조정을 통해 수요를 관리하기로 했다. 레미콘 혼화제는 시장교란 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매점매석 행위를 점검한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라 공공 계약단가에 원자재 상승분을 포함해 조정할 수 있도록 '공공 계약 지원 조치'도 실시한다. 또 원유 적기 수입 지원 목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한국석유공사에 여신한도 30억달러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형일 차관은 “이란 전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최단기간 내 집행하고, 물가·경기 하방 위험을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주요 해외국에 파견된 재경관들을 통해 해외국들의 대응 정책을 보고 받고, 우리 정책에 적용가능한 사례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허장 재경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재경관들과 영상회의를 열어 중동 상황에 대한 주요국 대응 현황을 점검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경관은 현재 미국, 일본 등 13개국, 14개 공관에 파견돼 재정경제·금융 분야 협력, 주요 정책 동향 정보수집 등 대외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재경관들은 원자재 가격·수급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요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가격 안정화 정책, 수급 안정 대책 등을 보고했다. 특히 주요국들이 추진 중인 국내생산과 수출제한, 비축유 방출, 에너지 절약 등 수입 다변화 정책을 소개했다. 실제로 나프타의 경우 일본은 미국·남미 등 중동 외 국가로의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로부터 원유 직수입을 추진 중이다. 허장 차관은 “앞으로 재경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국의 동향 및 정책사례를 신속히 보고해 달라"며 “주요국 대응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우리 정책에 적용가능한 사례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첫 ‘전략경제자문단’ 출범…AI·로보틱스 등 6개 과제 발굴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략 산업 발굴과 대응을 위해 첫 '전략경제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의 위원장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맡는다. 재정경제부는 전략산업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경제자문단 총괄위원회'를 출범한다고 13일 밝혔다. 반도체와 AI·로보틱스, 바이오, 에너지, 방산, 우주·양자 등 6개 분과의 기업·학계·국책연구기관 전문가 47명으로 구성됐다. 처음으로 구성된 전략경제자문단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기술패권 경쟁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략산업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와 세제 지원, 인재 육성, 공공수요 창출 등 산업별 특성에 맞게 최적의 정책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AI·바이오·방산·우주 등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우리 경제 체제를 혁신하고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첨단기술이 시장과 산업으로 연결돼 제2의 엔비디아, 팔란티어 같은 혁신기업이 끊임없이 나오는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위원장도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로 시작된 '인식(Perception) AI 시대'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AI 산업은 공학도 중심의 'AI 모델 개발시대'에서 24시간 디지털 AI 비서가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제조 AI 혁신국가,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장의 중추국가, AI 융합을 통한 세계 최고의 AI 경제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들의 역량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각 분과위원장 등 참석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상황에서 AI 전환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향후 정기적으로 자문단 회의를 열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전략산업의 혁신적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61.9%…1주 만에 다시 반등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전주보다 0.7%포인트(p) 오른 61.9%를 기록하며 1주 만에 다시 반등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5주째 6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휴전 합의 기대로 환율이 1500원대 아래로 하락하고, 증시가 안정되는 등 대외 여건 개선이 국정 신뢰도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4월 2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1.9%(매우 잘함 47.3%, 잘하는 편 14.6%)로 지난 주 대비 0.7%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32.8%(매우 잘못함 23.9%, 잘못하는 편 8.9%)로 0.5%p 하락했다. 긍·부정 격차는 29.1%p로 축소됐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3%였다. 리얼미터는 “중동 휴전 합의 기대에 따른 환율 하락과 증시 안정, 대북 무인기 사건 사과를 통한 안보 관리와 고유가 위기 속 자영업자·물류업계 지원 등 민생 대응이 더해져 지지율 소폭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이 57.7%로 3.8%p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대구·경북 46.1%로 2.6%p, 인천·경기 64.7%로 2.3%p 순으로 올랐다. 반면 대전·세종·충청은 3.1%p 내린 62.1%를, 서울은 2.8%p 하락한 56.3%를 각각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50대에서 지지율이 상승했고, 20대는 내렸다. 50대가 78.9%로 5.6%p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40대도 72.6%로 1.6%p 올랐다. 반면 20대는 41.8%로 4.8%p 하락했다. 70대도 56.1%로 1.3%p 소폭 내렸다. 직업별로는 민생 지원책 대상인 자영업이 65.1%로 10%p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가정주부도 65.7%로 5.7%p 올랐다. 반면 학생 38.6%로 9.9%p, 농림어업 61.5%로 2.7%p 각각 내렸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0.7%p 상승한 50.6%를 기록했다. 3주 만에 반등하며 과반 지지율을 회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3%p 내린 30%로 3주 만에 하락했다. 양당 격차는 전주 18.6%p에서 20.6%p로 벌어지며, 10주 연속 오차범위 밖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0.5%p 오른 3.3%였고,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0.5%p 오르며 각각 2.8%, 2%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0.2%p 하락한 8.0%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더불어민주당은 중동 휴전 기대에 따른 대외 경제 회복세와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확정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공천 갈등이 공개 충돌로 번지며 당내 혼란이 부각되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경북 지역은 경북의 이철우-김재원 간 충돌과 대구 주호영의 컷오프 논란이 맞물리며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이달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률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관급공사 계약금 ‘90일 제한’ 없앤다…자재값 즉시 반영

정부가 국가 발주공사 계약시 중동 사태로 급등한 유류·나프타 등 건설자재 가격을 바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계약금 조정은 계약 후 90일이 지나야 할 수 있다. 정부는 기간 제한을 없애 건설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사 원가 즉시 반영 등이 담긴 '중동전쟁 관련 공공계약 지원 조치'를 밝혔다.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건설 원자재 수급난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역 내 관급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건설자재의 기초 원료인 원유, 나프타 등의 공급이 줄면서 자재 생산가격이 올라 납품 지연,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세종시의 도로 포장재(아스콘) 생산업체를 찾아 “중동 원유 수급 문제로 아스콘을 포함한 건설자재 전반에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관계부처가 건설 자재 생산관리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국가계약법상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 관련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계약금 조정이 필요할 경우 계약체결일 90일 이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아스콘 등 특정 자재 가격 급등 시 '단품 물가 변동 조정제도'를 활용해 해당 자재만 따로 계약 금액 조정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 특정 자재가 전체 공사비의 0.5% 이상 차지하고, 가격이 15% 이상 오르면 전체 물가 상승률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별도로 계약금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계약 체결 이후 90일이 지나고 전체 물가가 3% 이상 상승해야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90일 이내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가격 상승분을 즉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원자재 수급 차질로 계약 이행이 지연될 경우 납품 기한을 연장하고, 지체상금도 면제한다. 정부의 발주 공사 입찰 참여 시 보증금 납부도 면제해 건설업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공공 계약시 공사 원가를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주요 건설자재 가격 모니터링 주기도 단축된다. 이전까지 반기별로 해 왔던 가격조사 주기는 직전 대비 가격이 5% 이상 상승하면 수시로 공사원가에 반영해 조달청 홈페이지 '나라장터' 등에 공시한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유류·나프타 관련 자재는 조달청이 주별로 관리하기로 했다.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철강재·석고보드·목재·밸브 등 1500개 주요 자재는 월별로, 기타 자재는 관련 협회 통보 시 자체 조사를 거쳐 상시 관리한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의 신속히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물가 변동 증액 징후도 매월 나라장터에 공고할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핵심품목의 수급, 가격동향과 산업별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며 “공급망 핫라인을 통해 현장의 애로 해소를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 결정…“휴전에도 국제 유가 변동성 커”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을 지난 2차 때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2주 간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같아진다. 3차 최고가격은 10일 0시부터 적용된다. 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3차 최고가격 동결은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제유가의 변동성, 수요 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자원안보 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수요 관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 민생 물가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가격 형성의 시작점이 되는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둬 주유소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다. 이렇게 산정된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해 2주마다 조정된다. 정부는 이번 3차 최고가격 동결 관련해 미국과 이란의 2주 간 휴전 합의에도 국제 석유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일 국제유가는 10%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브렌트유의 경우 전장보다 14.52달러(13.29%) 하락한 배럴당 94.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8.54달러(16.41%) 내린 94.41달러에 마감했다. 이후 로이터 등 해외 통신사의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중단 보도가 나오자 9일 7시 기준(현지 시간) 유가는 브렌트유 2.1%, WTI 2.4% 등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원유 공급 부족에 따라 지난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등 수요 억제책으로 관리 중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 가격 상한선을 다시 올리면 시장 혼란과 함께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동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통해 1차 때(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최고가격제 시행 후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리터당 2000원대에 육박한 점도 동결 결정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4.4원 상승한 2017.8원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도 리터당 2002원으로 전날보다 5.5원 올랐다. 전국 주유소 또한 휘발유 기준 평균 가격은 1981.8원으로 전날보다 4.0원 올랐다. 경유 평균 가격은 1973.9원으로 4.4원 각각 상승했다. 정부는 최근 경유 가격 상승세도 주목했다. 서울 지역 평균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8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2006.4원을 기록한 후 3년 8개월 만이다. 특히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3538.7원으로, 한국 평균(1815.8원)의 2배에 달한다. 양 실장은 “경유의 경우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민과 어업인 등 생계형 수요자가 많고, 민생 물가 전반에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크게 국제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시차가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3차 최고가격 동결 후에도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총 4851개 주유소에 대해 특별 점검한 결과 가짜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85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공공기관 등과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매일 모니터링 중"이라며 “석유가 변동성 등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신중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최고가격제는 인위적 가격 억제책인만큼 시한을 두고 종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길어질수록 정유사 손실 보전에 따른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물량 축소 등으로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가 지속될수록 국민들은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당장 가서 연료를 가득 채우다보니 공급은 줄고 수요는 급증하는 왜곡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시행하겠다는 기한, 일몰에 대한 메시지를 미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피해지원금 해외 사례 공개…‘포퓰리즘’ 논란 의식했나

정부가 해외 국가의 고유가 취약계층 지원 사례를 공개한 것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이 시점에 정부가 해외 주요국들의 고유가 지원 사례를 들고 나온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들의 고유가 대응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지원 사례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언급했고, 기획예산처가 같은 날 해외 사례를 들며 “고유가 피해 취약계층 지원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획처는 '월간 해외재정동향'을 소개하며 “주요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민생피해 최소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며 “주요 내용으로 우선 연료비 상승에 취약한 소비자들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은 등유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된 취약가정을 위해 총 5240만 파운드(1036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뉴질랜드는 저소득 가구에 매주 50뉴질랜드달러(4만3000원) 지원을, 스웨덴은 전기·가스 소비량에 비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우리 정부도 고유가 피해지원금, 농어민유가연동보조금 등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경안' 중 직접 현금성 지원인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4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추경 총액의 18%로 단일 사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에 거주하고,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구조다. 당초 상대적으로 고유가 부담이 큰 취약계층 중심의 '핀셋 지원'이 예상됐지만 중산층으로 직접 지원금이 확대됐다. 사실상 30%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에게 나눠주는 현금성 지원이란 비판 속에 포퓰리즘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부인한 대통령 발언이 있던 날, 정부가 고유가 지원금 해외 사례를 공개하자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만이 아닌 사실상 대부분 국민을 현금 지원한다는 건데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 재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국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했고, 나중에 혜택을 보지 못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시안적 현금성 지원보다 위기 상황이니 고통 분담을 위해 아껴 쓰자 같은 대국민 캠페인으로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면서 요금 동결, 연료비 보전 등의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이라 하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돈 풀기식 단기책보다 물량 부족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을 찾고, 나프타 대신 종이를 활용하는 등 탈(脫) 나프타 방식의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주요국 고유가 대응 사례 발표가 포퓰리즘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개인에 따라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고유가 대응 관련 여러 정책을 모니터링 중에 민생 지원과 에너지 보조금 등도 있어 국민들 참고 차원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기업·소비자 심리’도 얼어붙었다…KDI, “경기 하방 위험 확대”

중동 전쟁 여파로 기업과 소비자 심리지수가 동시 하락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류비 등 비용 상승에 기업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가 상승이 물가에 파급되면서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KDI는 '경제동향 4월호'에서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을 보여왔던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경제동향을 통해 중동 사태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는데 KDI는 '위험 확대'란 표현으로 경고 수위를 더 높였다. KDI는 3월 들어 기업심리지수와 함께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한 점을 짚었다. 지표로 보면, 3월 들어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이 제조업(77→71)과 비제조업(74→70)에서 모두 하락했다. 정유업계 전망 지표도 악화되고 있어 향후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심리도 악화되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7.0로 전월대비(112.1) 큰 폭으로 하락했다. KDI는 “유가 상승이 물가에 점차 파급되면서 향후 소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중동 전쟁 이후 석유류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전월(2%)보다 높은 2.2%를 기록했다. KDI는 “아직 2%대 물가안정목표 수준이지만,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이 향후 석유류외 품목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투자와 수출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KDI는 설비투자의 경우 불확실성 확대로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는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 수요 축소로 향후 여건이 다소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3월 들어 경제불확실성지수(EPU)도 228.13로 전월(172.73) 대비 32%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PU는 언론 보도를 분석해 경제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계량화한 지표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KDI에 따르면,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장 높고, 2022년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와 함께 경제 전반의 불안 심리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KDI 분석이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제 심리가 악화되지 않도록 부처별 대응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를 두고 부처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쟁이 수개월 이상 길어진다면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는 더욱 확산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전쟁 장기화 전망이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물가와 소비, 수출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비축유 확보 등 단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수출시장과 공급망 다변화 등 복합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지난해 나라빚 1300조 ‘역대 최대치’…GDP 대비 49%

지난해 국가채무가 전년보다 129조 원 늘어난 1300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는 1304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결산(1175조 원)보다 129조 4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당초 예산상 전망치(1301조 9000억 원)보다 2조 6000억 원 늘었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2016∼2018년 600조 원대에서 2019년 723조 2000억 원으로 증가한 뒤,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846조 6000억 원, 2021년 970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어 2022년 1067조 4000억 원으로 첫 1000조 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49%로 전년(46%)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라빚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 원인으로 지난해 말 계엄에 따른 내수 회복, 민생 안정 지원 등 적극적 재정 지출을 꼽았다. 황순관 재정경제부 국고실장은 “작년에는 계엄 여파에 따른 내수 위축, 미국발 통상환경 급변 등 대내외 충격이 동시에 닥친 해"라며 “정부는 총지출을 줄이는 소극적 재정 운용보다 두 차례의 추경 편성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폭인 54조 6000억 원(8.1%) 늘어난 728조 원이 편성됐으며, 이에 따른 국가채무도 1413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 데 이어, 전쟁 장기화로 올 하반기에 2차 추경이 이뤄질 경우 지출 증가에 따라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523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하고, 2028년 1664조 3000억 원, 2029년 1788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는 1268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고채 발행 확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127조 원 늘었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36조 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조 5000억 원 증가했다. 1인당 국가채무(국가채무 총액을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 5111만 7000명으로 나눈 값)는 2554만원으로 추산돼 전년 대비 280만 원 가량 늘었다.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까지 포함한 국가부채는 2771조 6000억 원으로 전년(2585조 7000억 원)보다 18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수입은 637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조 원, 총지출은 684조 1000억 원으로 46조 1000억 원 각각 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6조 7000억 원 적자가 났다. 특히 한 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해 2년 연속 100조 원대를 넘어섰다. 적자 폭은 2022년 117조 원, 2020년 112조 원, 2024년 104조 8000억 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다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전년(4.1%)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주식 시장 활성화로 양도소득세 등 세수 증가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봤다. 황 실장은 재정 우려에 대해 “경제 성장 견인과 세입 기반 확충,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었다"며 “적극 재정을 통해 과감하게 쓸 데는 쓰고 아낄 때는 지출구조를 통해 아끼는 것이 재정 기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기적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출 확대에 따른 엄격한 재정 건전성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비율만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예산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돼 재정 부담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유가 영향’ 물가, 4월부터 더 오른다…해외 IB “5∼9월 3% 웃돌 것”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여파가 국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4월부터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한국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3일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지난 1월 2%로 내려온 뒤 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0.2%p 높아졌다. 에너지 위기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두바이유의 배럴당 월평균 가격은 2월 68.4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87.9% 급등했다. 상세 지표를 보면, 경유(17%), 등유(10.5%), 휘발유(8%) 등 주요 유종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데이터처는 또 유류할증료 상향 조정으로 국제 항공료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 전반을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주마다 조정되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지난달 27일부터 유종 가격이 210원씩 인상됐는데,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유가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물가도 상승했다.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18.8을 기록,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의 117.30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률은 2.7%로, 2023년 10월(3.6%)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내구재(2%), 섬유제품(2.2%) 등 항목의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이 5.6%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5%p 낮췄다. 봄철 생산량 증가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13.5% 급락했다. 반면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4.4% 올랐다. 가공식품은 작년 동월보다 1.6% 상승했다. 전월(2.1%)보다 상승 폭이 낮아지며 2024년 11월(1.3%) 이후 1년 4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출고가가 인하되며 설탕(-3.1%)이 하락 전환했고, 밀가루도 2.3% 떨어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6.6% 하락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물가 상승 압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3달러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KIEP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쟁이 조기에 종료될 경우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유가가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 가량 추산됐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전쟁이 장기화되면 세계 원유 생산량이 10% 감소해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86% 오른 배럴당 11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송하윤 KIEP 국제거시팀 부연구위원은 “수입 에너지 비용 증가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순수입국의 물가·경상수지에 상당한 압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중동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려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7%로 0.9%p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발표 예정인 세계 경제 전망에서 중동 전쟁과 고유가 국면을 반영해 물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IB들도 국내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2%에서 3월 말 2.4%로 0.4%p 높아졌다. 한국은행 전망치(2.2%)보다 0.2%p 높다. HSBC(2.1%→2.3%), 골드만삭스(1.9%→2.4%), 노무라(2.1%→2.4%), 바클리(1.9%→2.5%), JP모건(1.7%→2.6%), 씨티(1.9%→2.6%) 등이 각각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의 전망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위기경보 ‘경계’…정부, ‘비축유 맞교환’에 ‘생활필수품 생산’ 명령도

2일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서 정부는 정유사에 비축유를 먼저 제공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시행한다. 비닐 등 생활필수품 부족에 대비해 제조 기업에 품목 생산 명령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미국산 원유를 포함한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4월 대체 물량이 현재 5000만 배럴 내외로 판단된다"며 “5월 물량도 변동은 있지만 상당한 물량이 확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축유 스와프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것은 지난 18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된 지 불과 2주 만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될 위험이 커지면서 원유 도입에 비상이 걸린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치솟고, 나프타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산업부는 위기경보 격상의 주요 배경에 대해 “지난달 초 호르무즈 해협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국내에 들어온 뒤로, 열흘 넘게 호르무즈발 원유 도입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국내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7척, 총 1400만배럴 규모로 파악됐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도 조달 차질이 발생하고, 국내 원유 재고가 20% 이상 감소하면서 산업 전반에 영향이 가사회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여기에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선언으로 홍해도 봉쇄될 위험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원유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가 막히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지 원유 생산·수송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5월 두 달간 '비축유 스와프'를 운영해 원유 수급을 관리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도입 물량을 전제로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공급하고, 이후 해당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상환받는 방식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업계의 도입 차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해외 공관과 코트라 무역관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물량도 확보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본격 도입한다. 특히 미국산 원유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실장은 “정부 비축유 중 중동산 비중이 높지만 2000만 배럴 이상 확보돼 있어 6월까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얼마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느냐, 중동 사태가 언제 정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비닐봉투·수액제 포장재 등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제품의 공급 차질도 막기 위해 민간 기업에 필수품 생산 명령도 내릴 방침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천재지변, 긴급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로 물가 급등, 공급 부족 등의 현상이 나타날 때 정부가 민간 기업에 물품 생산을 명령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때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필수품 생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원유와 함께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대한 공급망 관리도 강화된다.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7일 나프타를 수출 제한 품목으로 지정한 뒤 기업의 생산과 도입, 판매, 재고 등 모든 사항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는 고위급 등의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원유·나프타 대체 수입선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 나프타 수입 긴급 확대를 요청했다. 대체 공급선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받지 않는 중동 국가를 비롯해 미국, 카자흐스탄, 그리스, 알제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영향이 6월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산 원유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에너지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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