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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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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10월말 경주서 만난다…‘판’ 커진 APE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첫 미·중 대면 무대가 한국에서 마련되는 셈이다. 21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APEC 참석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결정된 분위기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7일 연설에서 “경주 APEC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이 만날 것"이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17일 중국과의 외교장관 회담 뒤 “시 주석의 방한이 확실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이 이를 약속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내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에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자리로, 향후 세계 안보와 통상 질서의 흐름을 가늠할 중대 무대가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은 다자 경제 협의체를 무대로 자국의 통상 전략을 적극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상호관세 정책을 강조하며 기존 통상 질서의 변화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자유로운 국제무역 질서' 수호를 앞세워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맞물려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양자 회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순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느 회담이 먼저 열리느냐에 따라 후속 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와 같은 안보 협력 의제가 먼저 논의되면 중국이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돌발 발언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중국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최근 관세 협상,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등 현안을 거론하며 한국을 자국 쪽으로 견인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방적 괴롭힘이 횡행하는 정세 속에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화의 수혜자로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역시 “한중 양국이 APEC에서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는 논조를 내보냈다. 또 경주에서 미·중 정상이 첫 대면 양자 회담을 가질지도 관심사다. 관세와 무역 현안을 두고 갈등을 이어온 양측이 이번 APEC에서 정상 간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경주 APEC을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첫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베이징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공을 들이고 있어, 미·중 회담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잼코노미]시동 건 주 4.5일제…‘월화수목토일일’ 될까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숙제로 꼽혀온 장시간 노동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많이 일하고도 생산성은 낮다"는 진단 속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하면서다. 한국의 전통적인 '월화수목금토일' 근무가 '월화수목토토일'로 바뀌면서, 노동시간 단축·생산성 향상·삶의 질 개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몬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많이 일하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국제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겠나"라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 워라밸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 길게 보면 일자리 늘리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소년공 시절 휴일이 늘어났던 경험을 언급하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는 점은 미안하다"고 말해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 4.5일제나 주 4일제를 제도화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2년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주 4일제를 시행했다. 반면 여전히 주 5일제가 표준인 국가도 많다. 대만은 일부 기업이 주 4.5일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주 5일·주 40시간 근무가 기본이며, 미국 역시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일·40시간을 '풀타임' 근무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노동법상 주 5일·44시간 근무를 표준으로 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평균보다 132시간 길다.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는 콜롬비아·멕시코·코스타리카·칠레·이스라엘 등 5곳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31개국 중 노동시간은 세 번째로 많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20번째로 적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생산성 혁신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이 근로자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 경제 활력마저 저해한다는 지적이 주 4.5일제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도 논의의 배경이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에 달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30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5%,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 감소와 연금·복지 부담 증가는 물론 성장 둔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를 결합해 노동시간은 줄이면서 장기 근속과 일자리 나눔을 동시에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생산성 하락과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주 4.5일제가 정년 연장과 결합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연장하면 5년 후 60~64세 고령 근로자 고용 비용이 30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해외 생산이나 자동화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입장이 팽팽하다. 여당은 과로사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주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과로사 방지법은 노동시간 단축 사업장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선 때 약속드린 주4일제 시대로 가는 길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 포괄임금 폐지, 연차휴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실노동시간단축 패키지 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은 주 4.5일제 도입이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격차가 이미 큰 상황에서 4.5일제가 시행되면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과 거대 노조 소속 고임금 근로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해당 사안을 국정과제로 포함한 만큼 논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도 곧바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법제처는 지난 17일 '국정과제 입법계획'을 공개하며 올해 안에 '실노동시간 단축지원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세액공제와 신규 고용 인건비 지원을 제공해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 협의를 거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특히 생산성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 고용이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보다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특검 칼끝에 흔들리는 국힘…장외집회로 맞서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간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특검 수사가 여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검 출범 이후 현역 의원이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인 만큼, 여권 사법 리스크의 현실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상현·추경호·이철규 의원 등 최소 10명이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당내에서는 “다음은 누구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란·김건희·채 상병 등 3대 특검 출범 이후 현역 의원이 처음으로 법정 구속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인 국민의힘 의원은 김선교 의원(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윤상현·윤한홍·조은희 의원(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추경호 의원(내란 동조 의혹), 임종득·이철규 의원(채해병 수사 무마 의혹) 등 8명에 달한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이미 나경원·송언석 등 5명이 의원직 상실형을 구형받은 상태여서 사법 리스크가 당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아도 의원직이 상실된다.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검찰의 구형량을 고려할 때, 최소 10명의 의원이 의석을 잃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권 의원 구속을 이재명 정부의 개헌 전략과 맞물린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검 수사를 고리로 야당 의원 추가 구속이 현실화되면, 개헌 저지선인 100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다. 나아가 극단적으로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만약 보수 진영이 궤멸 위기에 처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개헌을 밀어붙일 것이란 시나리오다. 실제 정부가 전날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안을 포함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가 구속된 지난 17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갖고 “특검을 통해 몰아붙이고 있는 야당 탄압, 야당 말살, 정당 해산 프레임, 패스트트랙 사건 구형,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이 모든 것들이 향하고 있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결국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헌 저지선이 실제로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들의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데다, 의원직 상실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1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보궐선거 일정상 여러 건이 동시에 최종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 해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구·경북·강원 등 국민의힘 전통 강세 지역에 몰려 있어, 설사 의원직을 잃더라도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국민의힘이 의석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장외 투쟁으로,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6년 만에 다시 거리 정치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집회에서는 영남과 충청 등 전통적 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결집한 민심을 발판 삼아,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과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장외 투쟁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추석 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24∼25일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며 충청권 민심을 공략한 뒤, 곧바로 27일께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두고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 일대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특히 서울 집회는 25일 본회의 일정과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언한 대로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경우, '헌정 위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장외 여론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극우 성향 집회와의 혼선은 피하려는 모습이다. 장외 투쟁이 자칫 '아스팔트 극우'로 비칠 경우 범여권의 '내란 종식' 공세에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민심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앙당은 협조 공문에서 “당협 명의 피켓 외에 규탄대회 성격과 무관한 피켓이나 깃발은 일절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며 사실상 '윤어게인' 구호 사용을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對與) 공세와 함께 지역 현안 해결 의지를 내세워 '정책 정당' 이미지를 부각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부산에서 가덕신공항 건설과 해양수산부 이전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대구·대전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체제 정비에도 속도를 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나경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총괄기획단과 정희용 사무총장이 이끄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각각 출범시키며 선거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청년 주거·일자리, 해킹 문제 근본적 대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월세 지원 확대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같은 미시정책과 함께 청년의 삶 전반을 포괄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청년의 어려움은 장기간 누적된 경제·사회적 문제들이 악화되며 빚어진 구조적 위기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번 주를 청년 주간으로 지정했다. 이어 그는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선 단기 처방을 통해 정책의 효능감을 높이고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동시에 뒤따라야 한다"며 “예를 든다면 양대 핵심 청년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주거 문제와 일자리 문제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청년 문제의식과 관점이 청년 정책에 온전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절차나 제도를 잘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주역이자 회복과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청년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청년들의 고통과 불안을 덜고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든든한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무주택 청년 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만 19~34세 무주택 독립거주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를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당초 연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지속 추진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장기 미취업 청년 발굴·회복 지원 △AI 시대 구직 기회 확대 △재직 청년에게 기본권이 보장된 일터와 성장 환경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안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해킹 사건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주요 통신사와 금융기관 해킹으로 국민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갈수록 진화하는 해킹 범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겠다"며 “보안 없이는 디지털 전환, AI 강국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해킹 피해 최소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국장 복귀는 지능순 되게 해야…불공정·불투명 거래 없앨 것”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장(국내 증시)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기도록 만들어야겠다"며 불공정 거래 근절과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서 그는 “대선 후보 때 정권 교체만으로도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 것이라 했는데 실제 그렇게 돼 다행스럽다"며 “경제 지휘봉을 잡고 보니 자본시장 정상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란 게 합리성이 생명이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라든지, 불투명한 경영이라든지 비합리적 의사결정 이런 게 없어야 하지 않겠냐. 주가조작이나 아니면 불공정 공시 등 이런 것은 없애야겠단 생각을 했고, 꽤 진척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을 통한 구조적 불합리 개선과 합리적 경제정책 추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의지가 실현되고 있는데 몇 가지 조치만 추가하면 그런 구조적인 불합리를 개선하는 게 끝날 거 같다"면서 “합리적 경제정책을 제시해서 비전을 뚜렷하게 해 예측 가능하게 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부 변수 관리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안정시키고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자본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한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돈은 지금까지는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이게 국가 경제를 불안정하게 한다"며 “금융 정책에서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게 생산적 영역으로 물꼬를 틀 수 있게 바꾸는 것인데, 당장 성과는 나지 않겠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이것도 자본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유효한 투자 수단으로서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리서치센터장들이 합리적 분석을 통해 투자 기회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국부 확대와 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 회장을 비롯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무,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상무, 조수홍 NH투자증권 상무, 김동원 KB증권 상무, 윤석모 삼성증권 상무, 이종형 키움증권 이사,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상무, 김영일 대신증권 상무, 윤여철 유안타증권 상무,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상무, 노근창 현대차증권 전무, 이승훈 IBK투자증권 상무, 최광혁 LS증권 이사, 최도연 SK증권 상무, 김혜은 모간스탠리증권 상무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페라리·에쿠스 몰면서 탄소중립 외치는 국회의원들

“2030년까지 국회 차량을 전부 무공해차로 바꾸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언식'에서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탄소중립을 다짐했다. 국회가 매년 배출하는 2만2871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몰고 다니는 건 2016년식 올뉴카니발 디젤(배기량 2199cc)이다. 1km 주행 때 1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간 1만3000km를 주행할 경우 연간 2.3t을 내뿜는다. 국회의원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경제가 국회 공직자윤리시스템(PET)에 공개된 22대 국회의원의 본인 명의 자동차 등록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기차·수소차를 보유한 의원은 단 8명(2.7%)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갖춘 의원도 21명(7.0%)에 그쳤다. 반면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 승용차·SUV를 몰고 있는 의원은 61명(20.3%)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개별 사례를 보면 극명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로 3900cc 페라리를 보유했다. 여기에 벤츠 SL400(3000cc)까지 배우자 명의로 등록돼 있어 단연 '최고 배기량 의원'으로 꼽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식 제네시스(3342cc)와 카니발(2199cc)을 처분하고 2021년식 제네시스(3778cc)를 새로 들였다. 배우자 명의 그랜저(2999cc)까지 합치면, 탄소중립보다는 '배기량 업그레이드'에 가까운 선택이다. 김윤덕 의원(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박형수·배준영·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3778cc급 제네시스·에쿠스·EQ900 등을 몰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에쿠스(3778cc)에 더해 2019년식 카니발 리무진(2199cc), 2020년식 GV80(3470cc)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를 모는 이들도 있긴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본인 차량이 없고, 배우자 명의의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처분해 2024년식 전기차 아이오닉5로 교체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환경부 장관)은 2019년 니로EV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아이오닉5를 몰고 있다. 이학영·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수소차 넥쏘를,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2022년식 GV70 전기차를 보유했다. 선언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아이들과 손을 맞잡은 퍼포먼스와 의원회관 주차장에 즐비한 '검은색 대형 세단'은 이율배반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잼코노미]“경영 잘 못했다고 감옥?”…수십년 논란 배임죄, 폐지 급물살

지난 수십년간 논란이 됐던 '배임죄'가 다시 이슈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제도 전면 개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대통령은 '도돌이표'였던 그동안의 논란을 해소해 기업 활동의 자유 보장과 소액 주주 보호·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배임죄 폐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이러면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며 “대대적으로 고쳐보자. 대한민국에는 불필요한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이제는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되는 이 문제를 이제 공론화할 때도 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7월 열린 비상경제점검TF 제3차 회의에선 “배임죄 남용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경제형벌 합리화 TF' 가동을 선언했다. 현행법상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경법상 배임(이득액 5억 원 이상)으로 나뉜다. 이 중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적용되는 건 형법상 배임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가 처벌 요건이다. 법 해석 여하에 따라 기업 임원은 물론,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일반 직원까지도 배임죄의 주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아도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 배임으로 얻은 이득은 35년 전 규제대로 5억원만 넘어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더 무겁게 처벌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 수사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지만, 무죄가 적지 않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횡령·배임 사건의 1심 무죄율은 6.5%로, 전체 형사재판 평균(3.1%)의 두 배를 넘는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배임죄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범죄라는 지적도 꾸준하다. 독일과 일본에 유사 규정이 있으나, 기업 경영 판단에 대해선 면책 폭이 넓다. 독일은 이미 20여 년 전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제화했고, 일본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 가능하다. 미국·영국에는 배임죄를 직접 규정한 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횡령·사기죄로 기업인의 책임을 묻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배임죄로 감옥가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형법상 배임죄 개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에는 당내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합리화TF 단장은 “상법상 배임죄가 없어지는 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형법상 배임죄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다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배임죄 폐지가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남용 방지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과, 대주주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 역시 경제 개혁법안과 달리 친기업 성향으로 비칠 수 있는 배임죄 완화에는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기업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한 의견 수렴이 있었지만, '재벌 개혁'과 '주식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와중에 기업을 도와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회사 충실 의무'가 추가되면서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재계가 요구한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입법이 조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4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상법에서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고, 형법에는 '합리적 경영상 판단에 따른 손해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국의 배임죄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지 않고 판례로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경영진이 정당하게 내린 결정이라도 형사 책임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반면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고, 세부 유형별로 새롭게 규정하는 전면 개편은 행정부 차원의 판례 분석과 입법 정리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각에서는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고 10여 개 유형별로 새로 규정하자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전면 개편은 국회 차원의 논의만으로는 어렵고, 법무부가 판례를 분석해 대안을 정리하는 행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포함한 경제형벌 완화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약 3300건에 달하는 배임죄 관련 판결을 전수 분석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배임죄를 비롯한 1차 경제형벌 혁신 방안을 내놓고, 연말까지 후속 과제를 정리해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차 개편안에는 선의의 사업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형벌은 완화하는 대신 금전적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단순 신고·보고 누락 등 경미한 사안은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고, 시정명령 등 행정지도 조치를 우선 적용한 뒤에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될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원내대표 뺀 여야 ‘3+3 민생경제협의체’ 첫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3 민생경제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오는 19일 첫 회동에 나선다. 정치권에 따르면 17일 여야는 정책위의장·원내정책수석·정책위수석이 참여하는 실무형 협의체를 꾸려 민생 현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는 한정애 정책위의장, 최기상 정책위 사회수석부의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참여하고, 국민의힘에서는 김도읍 정책위의장, 박수영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협의체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여야 대표 오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한 사안의 후속 조치다. 대선 과정에서 공통으로 제시했던 민생 공약과 입법 과제를 함께 논의하며 협치를 모색한다는 취지다. 다만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당초 거론됐던 원내대표는 빠졌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노상원 수첩'을 언급한 뒤 국민의힘 의석에서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이 나왔고, 발언자로 송 원내대표가 지목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송 원내대표는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 제소 방침까지 세우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가 참여할 경우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정책위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송 원내대표의 발언이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애초 원내대표·정책위의장·정책수석이 참여하는 구성이었지만 민주당이 원내대표 제외를 제안해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④]날아간 국민 노후자금 9000억…사모펀드 ‘깜깜이 투자’ 고친다

지난 3월 홈플러스 부도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깜깜이 운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보고서·회계감사·공시 의무에서 벗어난 사모펀드가 공적 자금까지 흡수하면서도 책임 소재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사회적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유럽연합(EU)의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모펀드 공시와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운용보고서, 회계감사, 수시공시 등을 촘촘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가 수시로 펀드 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다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규모로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제한돼 있다는 이유로 운용 내역 보고나 투자자 설명, 감독기관 보고 의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운용사의 책임은 불분명하고, 수수료 구조조차 외부에서 알 수 없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다. MBK 측은 2015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전체 인수금 5조9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한국리테일투자'라는 SPC를 세우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전체의 85%인 6121억원(RCPS 5826억원·보통주 29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에 명시된 복리 조건에 따라 이자가 불어나면서 RCPS 잔액은 현재 약 1조1000억원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이자만도 약 9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RCPS는 원금 상환권과 주식 전환권이 결합된 상품이었지만, 국민연금이 보통주 전환에 동의하면서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상환권이 SPC에서 홈플러스로 이관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채권 성격이던 투자금은 주식으로 격하돼 변제 순위가 밀렸고,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6월 MBK가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295억원 규모 지분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공시·감사 의무가 없는 제도 탓이라고 본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지금 금융 당국은 MBK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지난 10년 동안 MBK가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전혀 모른다"며 “유럽에선 감독 기관에 이런 내용들이 보고되고, 필요한 내용들은 사모펀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개는커녕 관리·감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이미 사모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규제 필요성이 커지자 2011년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을 제정했다. 이 지침은 사모펀드에 대해 레버리지 한도 설정과 지속적 준수를 의무화하고, 감독기관에 투자자산·레버리지 수준·거래상대방 신용위험·유동성 위험·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투자자에게는 투자전략, 수탁자, 유동성 위험, 이해상충 여부, 펀드 구조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공시하도록 했다.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차대조표, 자산 내역, 수익·비용, 운용보수 구조, 배당 내역 등까지 공개한다. 미국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 운용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 'Form PE' 제출을 의무화해 펀드 자산 규모, 투자자 구성, 레버리지 현황, 운용 성과 등을 투자자와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운용 자산이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초과하는 PEF의 경우, 분기마다 투자 활동 내역과 부채 사용 현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도 '깜깜이 투자'의 대안으로 EU식 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창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MBK사모펀드규제법'은 EU 사모펀드규제지침(AIFMD)를 참고했다. 자산 현황, 위험 관리, 운용·성과 보수까지 감독기관 보고와 일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한 의원은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례보고서를 공개해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한국도 이제 깜깜이 펀드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사모펀드의 운용정보 공개 수준을 공모펀드와 동일하게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 작성·교부 △분기별 영업보고서 제출 △회계감사 △신탁업자의 자산보관·관리보고서 작성·교부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에도 펀드 회계감사와 신탁업자의 자산관리보고서 교부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도 지난 4월부터 검토해 온 법안에 기업 인수 후 24개월 동안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을 제한하고 차입매수(LBO)나 자산매각 시 LP와 금융위원회에 보고를 의무화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투자되는 사모펀드에는 해외 수준의 공시 강화가 필요하지만, 공모펀드와 같은 전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과보수나 자기자본 투입 규모 등은 부분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나, 투자 내역 전체를 완전 공개하면 사모펀드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3대 강국·성장펀드 100조”…이재명 정부 5년 청사진 확정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α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정치개혁 과제와 병행해 국가 경제 체질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이에 포함된 123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관리계획이 마련됐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의 뜻이 담긴 123대 국정과제를 나침반 삼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설정하고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 등 5대 목표 아래 국정과제를 마련한 바 있다. 확정된 국정과제 첫머리에는 정치 분야 과제인 개헌 추진이 포함됐다.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명시됐으며,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등이 논의 주제로 담겼다. 향후 국회에서 개헌안이 마련되면 정부가 의견을 제출하고, 개헌 논의 경과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 수사·기소 분리, 군의 정치적 개입 방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도 주요 개혁 과제로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남북 기본협정 체결 등을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AI 3대 강국 도약, AI·바이오 신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가속화, 100조원+α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 등이 추진된다. 균형발전 과제로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 서민·소상공인 채무조정, 공적 주택 공급,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OECD 수준 산업재해 감축 △청년 미래 적금 도입 △법적 정년 단계적 연장 △연금 사각지대 해소 △임금체불 근절 △K-컬처 수출 50조원 달성 △K-관광 3000만명 유치 등이 선정됐다. 정부는 범정부 추진 체계를 구축해 국정과제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과 범부처 협의체를 병행 운영하고, 법제처에 국정 입법상황실을 설치해 입법 과정을 밀착 관리한다. 국무조정실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입법이 법률 751건, 하위법령 215건 등 총 96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만 법률안 110건, 하위법령 66건이 제·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한다. '국정과제 소통광장'을 개설해 정부가 국민 의견에 신속히 답변하는 쌍방향 소통을 추진하고, 국민 만족도 조사와 민관 합동 현장점검도 병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국정과제 추진 성과 평가를 위한 업무평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정안도 확정했다. AI 활용 업무 혁신, 신산업 규제 합리화, 정책 디지털 소통 강화 등을 중점 평가하고, 평가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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