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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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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FMM 없앤 ‘FLiPP’으로 기술 해자”…IT OLED 시장 직접 연다

경쟁사들이 IT용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라인 투자에 나서는 동안 신중론을 유지해 온 LG디스플레이가 '판을 바꾸는' 공정 기술을 꺼내 들었다. 10여 년간 중소형 OLED 생산의 표준으로 여겨진 파인메탈마스크(FMM)를 공정에서 아예 없앤 차세대 픽셀 패터닝 기술 'FLiPP(플립)'이다. 신규 설비 대신 기존 8세대 화이트 OLED(WOLED) 인프라를 활용해 성능과 원가를 동시에 잡고, 아직 개화하지 않은 IT OLED 시장을 직접 열겠다는 구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8일 국내외 언론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FLiPP 온라인 테크 세미나'를 열고 기술 개발 과정과 강점을 공개했다. 최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 플립 프로젝트를 주도한 조흥렬 차세대 디스플레이 담당(상무), 김응용 FLiPP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플립(FMM-Less innovative Pixel Patterning)은 FMM 대신 포토리소그래피 기술로 화소를 만든다. 기판 전체에 유기 발광재료를 증착한 뒤, 남길 부분은 봉지(인캡) 공정으로 보호막을 씌우고 불필요한 부분은 지워내는 방식이다. 이 '증착→봉지→포토 패터닝' 과정을 적·녹·청 색상별로 반복해 하나의 RGB 픽셀을 완성한다. 수분과 화학물질에 취약한 유기물을 보호하면서 정밀하게 식각하는 것이 핵심 난제였다. FMM이 사라지면서 성능이 크게 올랐다. 픽셀 사이 금속판이 차지하던 공간이 줄면서 개구율이 기존 42%에서 65%로 약 55% 높아졌다. 이를 통해 FMM 대비 휘도를 1.6배 높이거나, 수명을 2.4배 늘리거나, 소비전력을 13% 줄일 수 있다. 최 CTO는 “향상된 개구율을 휘도에 쓸지 수명에 쓸지는 고객사가 제품 콘셉트에 맞춰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녹·청 소자를 개별 최적화할 수 있어 색재현율과 시야각도 개선된다. 조 상무는 “플립 싱글 구조가 FMM 텐덤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플립에 텐덤을 더하면 차이는 상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산성은 '원장을 자르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다. FMM 방식은 마스크 중앙부 처짐 탓에 8세대 원장을 반으로 자르는 하프컷 공정이 필수다. 플립은 원장을 통째로 쓴다. 23.5인치 패널 기준 면취 효율은 75%에서 93% 이상으로 높아져 생산성이 약 24% 개선된다. 유기물 재료 효율은 40%에서 74%로 1.9배 뛴다. 증착 방식도 FMM의 클러스터 방식 대신 유리 원장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WOLED의 인라인 방식을 채택해 공정 시간을 약 40% 단축했다. 이론상 하나의 원장에서 1인치대 웨어러블부터 100인치 이상 TV, VR·AR용 패널까지 생산할 수 있는 '원 플랫폼'이 가능하다. 해상도는 도전 목표로 1000ppi까지 보고 있다. 원가 경쟁력도 강조했다. 김 위원은 “FMM은 마스크 제작·관리·스페어 비용에 마스크 처짐이나 이물로 인한 고질적 불량 비용까지 더하면 한 모델에 연간 수백억 원이 든다"며 “이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CTO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8.6세대 신규 투자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조 상무는 “기존 설비 중 그대로 쓸 설비와 개조할 설비, 새로 사야 할 설비를 향후 1년간 구분하는 작업을 거칠 것"이라며 “FMM보다는 확실히 싸다"고 말했다. 적용은 태블릿·노트북·모니터 등 IT 제품부터다. 스마트폰은 기존 FMM 라인, 대형은 WOLED 라인을 유지하고 플립과 병행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양산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 CTO는 “현재 기술 개발 단계로 양산 시기를 결정하기에는 이르다"며 “고객사가 정해져야 하는 만큼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IT OLED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밝혀온 것과 관련해서는 “기술과 가격 문제를 FMM으로는 풀기 어려웠다"며 “성숙한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플립으로 IT 시장을 열어가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경쟁사 기술과의 차별화도 분명히 했다. 일본 JDI의 'eLEAP', 중국 비전옥스의 'ViP' 등 FMM을 쓰지 않는 유사 기술이 있지만, 조 상무는 “콘셉트가 유사한 것과 기술·성능이 유사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8세대 원장으로 구현하는 회사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본격 개발은 지난해 7월 시작했으며, 가로 2.2m·세로 2.5m 크기 유리 원장의 중앙부터 가장자리까지 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 CTO는 “FLiPP은 LG디스플레이가 OLED 연구 시작 이래 22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응축된 최고의 기술"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가 도전하기 어렵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해자(垓子) 역할을 하고,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분기 영업익 100조’ 새 역사 쓴 삼성…엔비디아 추월도 눈앞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거두며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고지를 밟았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맞물린 결과로, 엔비디아·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700억원)보다 782.50%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전년 동기(86조600억원) 대비 126.59% 늘었다. 직전 최대 기록이던 2분기 실적(매출 171조5000억원·영업이익 89조4900억원)과 비교해도 매출은 13.70%, 영업이익은 20.01% 증가해 한 분기 만에 기록을 다시 썼다.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성과급 충당금을 빼고도 100조원을 넘긴 성적이다. 1~3분기 누적 실적도 가파르게 불어났다. 누적 매출은 500조3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39조7700억원)보다 108.69% 늘었다. 누적 영업이익은 254조1300억원으로 1년 전(23조5300억원)의 10배가 넘는 980.03%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날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 1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 안에서는 D램 사업이 약 80조원, 낸드 사업이 3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률은 D램이 약 80%, 낸드가 70~75% 수준으로 메모리 전체 이익률이 7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확대되며 D램·낸드 등 메모리 전반의 공급이 달리자 가격 오름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HBM 판매가 늘면서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가격 지표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 평균 가격은 26달러로 6개월 연속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 평균 가격 역시 30.6달러로 21개월째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힌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6세대)를 양산 출하했고, 약 4개월 만에 관련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유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하반기 HBM4 출하가 본격화하면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HBM4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이 한 제품 안에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첫 세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 경쟁력과 실적을 모두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삼성전자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이번 영업이익은 엔비디아(637억달러·85조4000억원)와 애플(509억달러·68조2000억원)이 각각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세계 민간기업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710억달러(95조원)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단 얘기다. 이번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추정한 잠정치다. 결산이 끝나기 전에 투자자 편의를 위해 미리 공개한 수치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확정 실적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승인 시점에 3분기 실적을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는 경영 현황 등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을 미리 받고 있으며, 콘퍼런스콜에서 관심이 높은 사안을 골라 답변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아파트 난방이 바뀐다…삼성·LG가 꺼낸 ‘보일러 없는 집’

화석연료를 태우는 보일러 대신 공기 중의 열을 끌어와 집을 데우는 '난방 전기화' 경쟁에 국내 가전 양강이 나란히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히트펌프를 앞세워 단독주택을 넘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까지 시장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함께 내놨다. 삼성전자는 냉방·난방·온수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올인원' 제품을, LG전자는 에너지 생산부터 소비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자립형 주거모델'을 각각 앞세웠다. ◇ “2027년까지 공급 기반 구축…2028∼2029년 전국 보급"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국민보고회에서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무탄소 주거 혁신을 위한 아파트용 냉난방 히트펌프 제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사장은 “정부의 난방 전기화 정책에 발맞춰 내년까지 국내 공급 기반을 구축하고, 2028∼2029년 전국 단위 보급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며 “2030년부터는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과 보급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주거공간의 GX 확산' 분야 대표 기업으로 참여한 LG전자의 이재성 ES사업본부장(사장)은 화석연료 중심의 난방 체계를 고효율 히트펌프로 바꾸고, 에너지 생산·저장·소비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주거공간 GX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히트펌프 생산 기반을 키울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주거 유형별 히트펌프 전환과 에너지 관리 방식을 표준화해 공공임대주택부터 신축·기축 공동주택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소비하는 에너지만큼 스스로 생산해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 제로(Net Zero)' 주거단지 모델 확산이다. 두 회사는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방안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설비 투자와 핵심 부품 국산화로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 기반을 다진다. 수원 CS 아카데미의 'EHS 히트펌프 전담 교육장'에서는 배관 시공·설치·시운전·사후 관리 실습 교육으로 전문 엔지니어를 길러낸다. LG전자는 기존 보일러 산업 종사자의 전환을 지원하고, 농어촌 등 에너지 취약지역에 히트펌프 보급을 늘려 난방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 실외기 하나-공기열 보일러, 아파트 난방의 미래 이날 두 회사는 각자의 대표 제품과 실증 현황도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EHS 올인원'은 실외기 1대로 공기 냉방과 바닥난방, 급탕을 모두 해결한다. 에어컨과 보일러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 실외기 공간이 좁은 아파트에 맞췄다. 대형 빌딩 공조에 주로 쓰이던 '열회수' 기술을 적용해 여름철 냉방 때 나오는 폐열로 온수를 만든다. 스마트싱스 앱으로 냉난방과 온수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 향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와의 연계도 넓힐 계획이다. LG전자의 '써마브이(Therma V)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열을 이용해 쓰는 전력의 최대 4∼5배에 이르는 열에너지를 만들어낸다. LG전자는 2011년 이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 국내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거용 일체형 제품을 공급했다. 히트펌프와 가전,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 ESS, 태양광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도 대표 모델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분산에너지특구 내 주거단지 조성사업 참여를 추진한다. 실증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8월부터 제주시 도남동의 실제 거주 단독주택에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 사용 편의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에는 아파트와 같은 환경을 꾸려 전력 소비량과 운전 소음을 측정한다. 주요 건설사들과는 평형별 냉난방 수요, 온수 공급량, 실외기실 규격을 반영한 시공 표준을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개발공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주민이 실제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히트펌프를 적용하는 실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쌓은 운전 데이터로 공공임대·리모델링·신축 단지에 적용할 '보일러 없는 아파트'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6년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에서는 전체 2460가구 중 877가구(약 36%)를 맡아 참여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가전업계가 아파트 난방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정부의 난방 전기화 정책이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 t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독주택 지원과 함께 공동주택 보급을 위한 제도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韓 다시 찾은 리사 수…이번엔 NPU·삼성 파운드리 동맹 넓히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의 리사 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데 이어 삼성전자와의 추가 회동도 예정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첫 방한 때 메모리 동맹을 다졌다면, 이번에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수 CEO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면담했다. 이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기업 14곳과 간담회를 열며 방한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자리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과기정통부와 AMD가 맺은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신경망처리장치(NPU)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메모리·스토리지, 네트워크, 클라우드, AI 모델 등 AI 인프라 전 분야의 기업이 참석했다.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딥엑스, 모빌린트, 망고부스트, 파네시아, 디노티시아, 모레, 노타AI, 래블업, 파두, 엘리스그룹, 업스테이지 등이다. 핵심은 AMD의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와 국산 AI 반도체를 묶은 '이기종(異機種) 컴퓨팅 인프라'다. 이기종 컴퓨팅은 서로 다른 칩을 AI 서비스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조합해 연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양측은 이 인프라를 국내 실증 사업과 연계해 구축하고, 해외에서도 쓸 수 있는 레퍼런스 모델로 키우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AMD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ROCm(록엠)' 생태계에 참여하는 방안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7월 MOU에 담긴 AMD AI연구센터(CoE) 연내 설립과 AI·인공지능전환(AX) 분야 대학원 인재 양성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수 CEO는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꼽으며 “개방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생태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다시 마주 앉는 삼성…HBM4 넘어 '파운드리'까지 가나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삼성전자와의 재회동이다. 수 CEO 일행은 이번 방한 기간 삼성전자 측과도 별도로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관계가 본궤도에 오른 건 지난 3월 수 CEO의 첫 방한 때다. 수 CEO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차세대 AI 메모리·컴퓨팅 기술 협력을 넓히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어 서울 용산구 승지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함께하며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Instinct) MI455X'에 탑재될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앞서 2월 1c(10나노급 6세대) D램에 파운드리 4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다이를 결합한 HBM4를 양산해 고객사에 출하하기 시작했다. 협력은 GPU용 HBM을 넘어 서버용 메모리로도 이어졌다. AMD의 6세대 서버용 CPU '에픽(EPYC)'과 랙 스케일 AI 플랫폼 '헬리오스(Helios)'에 들어갈 차세대 DDR5 솔루션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관심은 파운드리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 MOU 발표 당시 AMD 차세대 제품의 위탁생산 협력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전 부회장은 “HBM4와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부터 최첨단 파운드리·패키징까지 삼성은 AMD의 AI 로드맵을 지원할 수 있는 턴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공급을 출발점으로 위탁생산과 첨단 패키징까지 협력을 넓힐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AMD로서도 생산능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수 CEO는 방한 직전 대만에서 TSMC, 폭스콘 등을 만난 뒤 로이터에 “2027년에는 공급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며 “확실히 더 많은 공급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요 급증에 맞춰 파트너사와의 계획 기간을 1~2년에서 3~5년으로 늘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첨단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의 5·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연말까지 사실상 완전가동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 칩 수요가 몰리는 3나노에서 공급 제약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가 AMD의 중장기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추가 수주를 따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MD로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삼성 파운드리가 추가 물량을 가져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을 앞세워 빅테크 고객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 깜짝 발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미국을 자주 오가며 이미 수시로 회동해 온 데다, 수 CEO도 일정상 한국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LG전자, 3분기 누적 영업익 4조 돌파…AI·로봇 투자 속도

LG전자가 중동 전쟁 등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10% 넘게 끌어올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쌓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0조원, 4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LG전자는 본업에서 거둔 이익을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과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8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었다는 잠정실적을 7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9% 증가한 23조827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성장은 주력사업이 시장 지위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하면서 가능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지역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도 외형 확대가 이어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매출보다 컸다. 생활가전이 B2C에서, 전장이 B2B에서 각각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고, TV 사업도 전년보다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전사 차원의 원가구조 개선에 매출 확대로 인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매출이 늘수록 고정비 부담이 줄어 이익이 더 크게 증가하는 현상)가 더해지면서 물류비·재료비 인상과 고정비 증가분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LG전자는 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71조3807억원으로 전년보다 9.2% 늘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4조346억원으로 55.9% 급증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원을 동시에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생활가전(HS) 사업은 프리미엄과 볼륨존(중간 가격대)을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고, 가전구독·온라인·B2B 판매 비중을 늘려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제조와 물류 부문의 운영 효율화를 지속하면서 견조한 수익구조도 지켜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은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고 신흥시장 매출이 확대되면서 전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 스마트TV 운영체제인 webOS 플랫폼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프리미엄 판매 비중을 높이고 경쟁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전장(VS) 사업은 쌓아둔 수주잔고가 순조롭게 매출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커진 것도 수익성을 높여, B2B 분야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LG전자는 본업의 탄탄한 이익 창출력을 미래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거점을 고도화하고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피지컬 AI의 대표 분야인 로보틱스에서는 서울 양재에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경남 창원에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양산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냉난방공조(ES) 사업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수준에 머물렀다. 수익성은 전년보다 소폭 뒷걸음질했다. 신사업 투자가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규 생산능력 확보 등 미래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사업 인력을 충원하면서 관련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번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른 예상치다. LG전자는 이달 말 열리는 실적설명회에서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벽 끝 ‘틈새’까지…로보락, 프리미엄 ‘F25 울트라 스팀 젠2’ 선보인다

로보락이 오는 12일 프리미엄 진공 물걸레 청소기 '로보락 F25 울트라 스팀 젠2(F25 Ultra Steam Gen 2)'를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7일 로보락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F25 시리즈가 쌓아온 스팀·고온수 청소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이다. 기존 라인업은 두 갈래였다. 스팀으로 찌든 때를 공략하는 'F25 스팀'과, 스팀과 고온수를 함께 써 다양한 생활 오염에 대응하는 'F25 울트라'다. 신제품은 두 제품의 장점을 바탕으로 스팀 분사량과 가장자리 청소, 사용 시간을 전반적으로 보강했다. 로보락 관계자는 “F25 시리즈를 통해 발전시켜 온 스팀과 고온수 청소 기술을 한층 고도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스팀 세기다. 새로 적용한 'VaporFlow 2.0 터보 스팀 청소' 기술은 터보 모드에서 분당 최대 5000㎎의 스팀을 뿜어낸다. 이전 세대보다 분사량이 2.5배 많다. 고온 스팀을 많이 쏟아내 바닥에 눌어붙어 굳은 오염까지 분해해 없앤다는 설명이다. 주방 기름때처럼 끈적한 오염에는 고온수를 쓴다. 'WaveFlow' 기능으로 최대 90도의 물을 롤러 전체에 고르게 흘려보내 기름때와 잔여물을 닦아낸다. 위생 성능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ÜV SÜD(티유브이 슈드) 시험에서 확인했다. 스팀 모드에서 바닥의 주요 박테리아는 99.9999% 이상 제거됐다. 꽃가루와 반려동물 비듬, 집먼지 진드기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99.9% 이상 줄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청소 범위다. 'SensEdge AI 로보틱 암'은 벽과 맞닿은 세 면 가장자리 끝까지 밀착해 틈새를 닦는다. 본체를 180도까지 눕힐 수 있는 'FlatReach 2.0'을 적용해 낮은 가구 밑도 쉽게 청소할 수 있다. 밀고 당기는 손동작에 바로 반응하는 'SlideTech 2.0'으로 조작감도 가볍게 만들었다. 한 번 충전하면 자동 모드 기준 최대 100분 동안 쓸 수 있어 넓은 집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청소 뒤 관리 부담도 줄였다. 롤러를 자동으로 세척한 뒤 고온으로 말려 위생적으로 관리해 준다. 상어 이빨 모양의 'JawScrapers' 구조는 머리카락이 롤러에 감기는 것을 줄이고 남은 물기와 먼지를 긁어낸다. 로보락은 출시를 기념해 오는 12일부터 18일까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기간 제품을 사는 고객에게는 전용 클리너와 필터를 사은품으로 준다. 로보락 관계자는 “더 강력해진 스팀 성능과 정교한 가장자리 청소, 편리한 관리 기능으로 완성도 높은 바닥 청소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서버 확산에 MLCC도 ‘슈퍼사이클’…삼성전기 LTA 3.9조

삼성전기가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2900억원(2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계약을 맺으며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이번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으로, 공시 기준 올해 체결한 6번째 장기공급계약(LTA)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5월부터 이번 계약까지 실리콘 캐패시터와 AI서버용 MLCC, 인덕터를 합쳐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연이어 맺으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런 계약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AI 서버용 MLCC 특유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이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원활한 동작을 돕고 부품 간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인데, AI 서버용은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을 견뎌야 하는 만큼 고용량과 고신뢰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삼성전기는 이를 구현하는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의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며 시장 입지를 넓혀왔다. 현재 10여 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도 추가 공급계약을 논의하며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공급이 까다로운 탓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업체 자체가 많지 않다. AI 서버용 MLCC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넘는 탑재량(서버 랙 기준 최대 60만 개)을 요구하는 데다, 초소형·초고용량과 고온·고전압, 휨 강도까지 함께 충족해야 해 기술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그 결과 삼성전기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을 확보하며 글로벌 선두권을 지키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AI 서버용 MLCC 시장이 2025년 14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연평균 약 3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시장 성장과 함께 고성능 MLCC에 대한 고객 요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AI용 MLCC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6 국감] 삼성·SK 베테랑 27명 中 CXMT로…“반도체 팹 통째로 옮긴 수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핵심 기술인력이 최소 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인재 확보 대상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어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양산 인력으로까지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균 15.4년 베테랑 27명, 팹 통째로 넘어갔다…26명은 이미 퇴사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 등을 통해 CXMT 내 국내 인력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고연차 기술인력 최소 27명이 CXMT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출신별로는 삼성전자 23명, SK하이닉스 8명이다. 두 회사를 모두 거친 인력이 4명이다. 의원실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중국 '천인계획'의 KAIST 교수 149명 포섭 시도 정황과 출연연 연구원 포섭 시도를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그 후속이다. 이들의 국내 대기업 근속 연수를 합하면 415.9년으로, 1인당 평균 15.4년에 이른다. 20년 넘게 양산 현장을 이끈 수석·임원급(PL)도 6명 포함됐다. 경력만큼 눈에 띄는 것은 직무 구성이다. 가장 많은 8명은 회로설계·레이아웃 인력으로, D램 셀·코어와 I/O 회로, HBM 설계를 맡았다. 1x D램 소자 개발과 라인 표준화를 담당한 공정통합 인력은 7명이었다. 식각·CVD·확산·메탈 공정 장비를 다루는 단위공정 인력과 인라인 계측, TCAD·TEM 기반 불량분석을 맡은 수율·결함분석 인력은 각각 4명이었다. HBM용 웨이퍼레벨패키징(WLP)과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설계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인력 2명도 있었다. 클린룸 레이아웃과 제조자동화(CIM) 인프라 구축을 맡은 팹 기획 인력도 1명 포함됐다. 설계부터 공정, 수율, 패키징, 공장 인프라까지 반도체 공장 하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직무가 고루 갖춰진 셈이다. 의원실이 이를 단순한 개별 이직이 아니라 공장을 통째로 옮긴 것과 같은 '턴키(Turn-key)'형 이동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에는 범용(레거시) D램을 넘어 HBM 설계와 TSV 패키징 인력까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이 CXMT에 머문 기간은 평균 2.9년에 그쳤다. 27명 중 26명이 이미 회사를 떠났고 현재 재직자는 1명뿐이다. 공장 구축과 공정 안정화 단계에서 현장 노하우만 흡수한 뒤 계약을 끝내는 단기 활용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반도체 기술은 설계도뿐 아니라 20년, 30년 동안 축적한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 그 자체"라고 말했다. ◇ 전직금지 피해 '징검다리 이직'…퇴출 뒤엔 화웨이·SMIC로 이직 경로도 정교해졌다. 27명 중 15명(56%)은 곧바로 CXMT로 가지 않고 중간 기착지를 거쳤다. 장비·소재 협력사, 국내 팹리스, 중국·외국계 반도체 회사, 대학 연구교수, 중개성 업체 등이다. 통상 1~2년인 국내 기업의 전직 금지 약정을 피하려는 우회로로 풀이된다. 퇴사 후 6개월 이내 직행한 인력은 9명이었다. 1년 반 이상 공백기를 둔 뒤 합류한 인력은 3명이었다. CXMT를 떠난 뒤의 행선지도 문제다. 퇴사자 26명 중 7명이 화웨이 홍콩연구소, SMIC, 하이실리콘, 청두가오전 등 중국 내 다른 반도체 기업으로 다시 옮겼다. 한국 기술이 CXMT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중국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연쇄 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인력은 6명, 미국행은 2명이다. 나머지 11명은 이후 경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 '연봉 2배·주택·자녀 교육비'…링크드인 DM으로 파고든 헤드헌터 포섭은 주로 링크드인 메시지로 이뤄졌다. 의원실이 확보한 메시지에 따르면 2024년 5월 한 외국계 서치펌 소속 헤드헌터는 국내 엔지니어에게 “고객사는 CXMT"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 본딩 경력을 갖춘 전문가~디렉터급 시니어 후보를 찾는다고 접근했다. 글로벌 인력업체 중국법인 소속 다른 헤드헌터는 '정부 지원이 탄탄한 중국 첨단 패키징 기업'의 해외 인재 채용을 제안했다. 이사와 생활 정착, 업무용 통역 지원도 내걸었다. 조건은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8월 한국어로 오간 대화에서 헤드헌터는 “연봉은 현재보다 60%에서 2배까지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3년 또는 5년 고용 보장과 3년 뒤 6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매달 임대주택 비용과 자녀 교육비 지원도 약속했다. 근무지로는 CXMT 본사가 있는 허페이(合肥)를 언급했다. 이런 보상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 자금이 있다. 천인계획의 후속 격인 '치밍(啓明) 프로그램'은 계약 완료 시 100만 위안(약 2억원)을 준다. 개인 연구비는 3년간 500만~800만 위안(약 10~16억원), 프로젝트 지원금은 최대 1억 위안(약 202억원)이다. 주택보조금, 자녀 무상교육, 영주권 신청 자격도 따라온다. 중국과학원 반도체연구소의 올해 해외 우수 청년과학자 모집 공고에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900만 위안 이상의 연구비와 100만 위안의 생활보조금, 배우자·자녀의 베이징 정착 지원이 명시돼 있다. ◇ CXMT 연구인력 3년 반 새 2.9배…美는 제재, 韓은 “단속 근거 없다" 인력 흡수는 CXMT의 덩치로 이어졌다. CXMT 투자설명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 연구개발(R&D) 인력은 2022년 말 2606명에서 올해 6월 말 7491명으로 2.9배(187.5%) 늘었다. 연도별로는 2023년 말 2891명, 2024년 말 4143명, 2025년 말 6259명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국내 R&D 인력은 8977명에서 1만118명으로 12.7% 증가했다. CXMT가 공개한 핵심기술인력 5명 중 3명도 삼성전자·마이크론 출신이다. 미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2025년부터 CXMT를 '중국 군사기업(1260H)' 목록에 올렸다. 군민융합 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의원실에 낸 서면 답변에서 “해외 기업의 합법적 채용·헤드헌팅은 단속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 조사·단속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해마다 수백억원 규모다. 반면 인력 유출 방지 사업 예산은 '0원'이었다. 최 의원은 “반도체는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전략산업인데, 중국의 인재 확보가 대학과 연구기관을 넘어 이제 반도체 핵심 인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은 국방부가 직접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데 우리 정부는 우회 이직과 연쇄 유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인력이 어느 경쟁기업으로 옮기는지 정부가 파악·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 보상과 재취업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2026 국감] ‘상습 위반’ 대기업 지원하는 정부…산업부 산하기관 210억 지급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을 5회 이상 위반한 대기업 21곳 가운데 8곳이 산업통상부 산하기관에서 210억원이 넘는 직접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의 절반 이상은 KCC글라스 한 곳에 몰렸고, 담합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에 오히려 지원액이 늘어난 기업도 있었다. 반복 위반 기업이 정부 지원 과정에서 사실상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 산하기관에서 받은 '2021~2026년 대기업 대상 직접 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2021~2025년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횟수가 5회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21곳 가운데 8곳이 이 기간 모두 67건, 210억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배정분 38억8000만원을 빼도 2021~2025년 5년 동안 171억6500만원이 들어갔다. 기업별로는 KCC글라스가 119억1600만원(18건)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다. 이어 CJ대한통운 40억6100만원(4건), 효성중공업 29억8900만원(8건), KT 8억7500만원(8건), LG유플러스 6억4300만원(19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4억원(4건), SK텔레콤 1억원(1건), 대우건설 6100만원(5건) 순이었다. 지원 형태는 연구개발(R&D)이 171억6400만원으로 81.6%를 차지했다. 보조금은 38억5000만원, 출연금은 3100만원이었다. 기관별로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153억3400만원(57건)으로 대부분을 집행했고, 한국석유관리원 38억5000만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18억3000만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3100만원 순이었다. 지원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2021년 18억9300만원, 2022년 18억700만원이던 지원액은 2023년 23억8600만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67억79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지난해 43억원에 이어 올해도 38억8000만원이 배정됐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KCC글라스다. KCC글라스는 6년 내내 빠짐없이 지원을 받았다. 지원 사업은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10억8300만원)이 대부분이고,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자동차산업기술개발·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 사업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15억6000만원에서 2024년 22억400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 배정액은 30억7800만원으로 6년 중 가장 많다. 2024년부터는 본사와 별도로 여주공장과 전의공장 명의로도 지원이 이뤄졌다. KCC글라스는 2021년 8월 원심력콘크리트(PHC)파일 제조·판매사업자 24곳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해 과징금 88억9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담합이 적발된 그해에도 15억원이 넘는 R&D 자금이 지원됐고, 6년간 받은 지원금은 과징금보다 30억원 넘게 많다. 효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5억400만원)과 KIAT 산업기술국제협력(14억8500만원)으로 모두 29억8900만원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2년 3억600만원, 2023년 5억5800만원, 2024년 7억1600만원으로 해마다 늘었고, 지난해 10억2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3억8200만원이 배정됐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3건, 116억4100만원이다. 세 건 모두 공공 발주 입찰 담합이었다. 통신 3사도 지원을 꾸준히 받았다. LG유플러스는 KEIT·KIAT의 자율주행·로봇·자동차·전자시스템·지식서비스·국제협력 등 6개 사업에서 19건, 6억4300만원을 받아 8개 기업 가운데 지원 건수가 가장 많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2800만원에서 지난해 2억6400만원으로 늘었다. KT는 로봇산업기술개발(7억6900만원)을 중심으로 8억7500만원을 받았고, 올해 배정액 2억7500만원이 6년 중 가장 많다. SK텔레콤은 2021년 소재부품기술개발 1억원을 받았다. 3사의 5년간 과징금은 1490억3800만원이다. SK텔레콤 602억6100만원(4건), KT 524억5600만원(3건), LG유플러스 363억2100만원(3건)이다. 반면 위반 횟수 1위인 현대리바트(62회)와 과징금이 가장 많은 쿠팡(1661억7000만원)을 비롯해 현대엘앤씨·네이버·카카오·한진·장금상선·중흥토건·미래에셋증권·GS리테일·호반산업·카카오엔터테인먼트·DL이앤씨 등 나머지 13곳은 같은 기간 산업부 산하기관의 직접 지원 실적이 없었다. 21곳 전체가 5년간 부과받은 과징금은 4607억원이다. 국가 R&D 사업 참여 제한은 연구부정이나 연구비 부정사용 등에 맞춰져 있어, 담합이나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았더라도 과제 선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향엽 의원은 “공정거래 질서를 거듭 훼손한 상습 '공정거래 빌런'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산업부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내고 돌아서면 다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라면 제재의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번엔 스팀”…로보락 신모델 12일 출시, 사전예약 혜택은

로보락이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S10 맥스V 울트라 스팀(S10 MaxV Ultra Steam)'을 오는 12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한다. 정식 출시에 앞서 11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다. 2일 로보락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됐다. 청소와 위생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기대 수준과 문턱이 많은 국내 주거 구조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에게 먼저 검증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핵심 기능은 스팀이다. 고온 스팀으로 물걸레질을 해 살균과 위생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주행 기술도 끌어올려 최대 8.8㎝ 높이의 이중 문턱을 넘을 수 있다. 300종이 넘는 사물을 인식해 피해 가는 기능도 넣었다. 세부 사양은 12일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로보락이 자신감을 보이는 근거는 국내 소비자 평가다. 로보락은 이날 '2026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로봇청소기 부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부문이 지난해 처음 생긴 이후 두 해 연속 1위다. KCSI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1992년 만든 고객만족도 조사로, 올해 35회째다.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 만족도와 재구매 의향, 브랜드 신뢰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로보락은 전반적 만족도 93.7점, 평가 요소 종합만족도 87.9점, 재구입 의향 90.2점을 받았다. 흡입력과 청소 구역 자유도, 사용 편의성, 저소음, 유지관리 편의성 항목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인증식에는 김청송 로보락코리아 지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로보락은 높은 평가의 배경으로 기술과 사후관리를 꼽는다. AI 기반 내비게이션과 센서로 모서리와 장애물 주변까지 꼼꼼하게 청소하도록 했다. 본체 세척과 필터 교환 같은 유지관리 과정도 자동화했다. 올해는 공식 AS센터 운영 시간을 늘리고, 직배수 스테이션 일부 모델에는 출장 AS를 새로 도입했다. 김 지사장은 앞으로 제품 경쟁력은 물론 구매 이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예약 혜택도 눈길을 끈다. 추첨으로 1명을 뽑아 신제품을 1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의 ( ) 순간' 사연 공모 이벤트도 연다. '청소는 맡기고, 여유는 켜세요'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여유 △새출발 △육아 △반려동물 △효도 5개 테마로 사연을 받는다. 테마별 1명씩 모두 5명에게 약 20만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준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 혜택이 더 붙는다. 사전예약 뒤 론칭 프로모션 기간에 제품을 사면 국내 조명 브랜드 일광전구와 협업한 한정판 '일광전구 X 로보락 에디션'을 받는다. 일광전구의 대표 조명 '스노우맨'을 로보락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만든 제품이다. 방문 설치, 펫 배변 흡입 안심보장, 이사 시 직배수 재설치 등을 묶은 '로보락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룸 로봇청소기장 10% 할인 쿠폰을 주고, 추첨으로 5명에게는 일룸 '베노' 로봇청소기장을 증정한다. 변수는 가격이다. 로보락은 아직 출고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과 사전예약 혜택의 세부 적용 조건은 12일 정식 출시 때 함께 발표된다. 출시 직전까지 가격을 밝히지 않고 이벤트로 관심부터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로보락코리아 관계자는 “100원 구매 기회와 한정판 굿즈까지 준비한 만큼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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