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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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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48시간’…여야 지도부 ‘이곳’으로 모였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1∼2%포인트(p) 차로 당락이 갈릴 수 있는 격전지를 중심으로 부동층 공략에 화력을 집중한 반면, 국민의힘은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이 열세 지역인 제주까지 방문해 '전국 일주'를 완성하는 광폭 행보로 맞불을 놓았다. 사전투표율이 지방선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양당은 각각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원론'과 '독재 견제론'을 마지막 메시지로 내세우며 표심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충남 박수현 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마지막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충북 괴산을 돌며 '핀셋 지원 유세'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투표하면 이긴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 않고 투표소에서 나온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한 반헌법·반민주 세력을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주기'와 '내란 청산'의 장으로 규정하고,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날 마지막 선대위 회의가 열린 충남은 여야 모두에게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중도층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전국 선거 판세를 가늠할 민심의 풍향계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11일 동안 충남 15개 시군 중 9개 지역을 돌며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고 했다. 이시종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는 1∼2%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가려지며, 그 1∼2%포인트가 오늘과 내일 결정된다"며 부동층 공략을 향한 막판 총력전을 주문했다. 이에 맞서 장 위원장은 '열세 지역'인 제주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다. 그는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찾아 “6월 3일 이후 재판 취소, 세금 폭탄, 연임, 개헌 이런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함에 반드시 엄중한 심판을 해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 위원장이 불리한 판세에도 제주행을 강행한 것은 전국적인 투표 붐을 일으키기 위한 '전국 일주' 완성 차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대표 재직 시절 이후 처음 있는 행보다. 이날 오후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야 지도부는 즉각 유세 기조를 전환했다. 정 위원장은 충북 괴산 유세 도중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인명 피해가 6명으로 추정되는데 불길 속에서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전국 민주당 후보에게 로고송·율동 금지를 긴급 지시했다. 이어 추가 지시를 통해 “전국의 모든 후보들은 유세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국 후보들은 예정된 공개 유세 일정을 취소하거나 최소화했다. 장동혁 대표도 제주 유세 중 페이스북에 “정부는 조속한 사고 수습과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면 중단은 아니었으나 장 위원장이 “로고송 사용과 율동을 자제하고 차분한 선거운동을 진행하라"고 전국 후보들에게 당부했다. 양 대표는 각각 진행 중이던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사전투표 역대 최고 23.51%…여야 “유리한 신호”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전 6시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종전 최고치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62%)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개 선거구 사전투표는 최종 24.12%로 마감됐다. 전체 유권자 226만7121명 가운데 54만6757명이 투표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란 세력에 대한 정치적 심판과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뒷받침 의지를 국민께서 담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인 장동혁 대표는 “지역·연령대별로 세밀하게 분석해야 해 어느 당에 유리한지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남은 사흘은 메시지 발신과 투표율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율과 최종 투표율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 교수는 “2014년 지방선거에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매회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022년에는 사전투표율이 전회보다 높았음에도 최종 투표율은 역대 끝에서 두 번째였다"며 “이번 최종 투표율도 지방선거 평균(55.5%)에 비춰보면 50%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20.62%로 전회보다 올랐음에도 최종 투표율은 오히려 9.3%포인트 빠진 50.9%에 그쳤다. 사전투표제가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기보다 본투표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선거 전 마지막 휴일인 이날 여야 지도부는 각자의 전략 요충지를 누비며 막판 표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인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구례를 찾아 장길선 구례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전날 완도·진도·장흥·순천에 이어 이틀 연속 전남에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정 대표는 진한 호남 사투리로 “그라제"를 연신 외치며 “완도·진도·장흥·순천에 계신 분들이 '우리가 어디 간당가, 민주당이지. 그라제, 같은 식구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눈물 나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난 부모도 내 부모, 못난 부모도 내 부모 아닌가"라며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시려면 '미우나 고우나' 하는 심정으로 기호 1번에 투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번 지선에서 조국혁신당·무소속 후보와 호남 표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 대표는 유세 내내 집토끼 단속에 공을 들이며 “호남이 부모와 같다면 민주당이 '효도 정치'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구례 유세를 마친 뒤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충청권으로 이동해 중원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장 대표는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연남동·성수동·강남역 일대를 차례로 돌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가로 이재명과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며 “우리의 투표로 이재명 폭주를 멈춰세우자"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번 선거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지키는 선거"라며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오늘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3곳으로 일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막판 유세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도 나란히 등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해운대 일대 교회와 시장을 찾으며 보수 결집에 힘을 보탰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 오세훈 후보와 청계천을 동행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구 칠성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충북·대전·충남, 경남 진주, 울산·부산까지 강행군을 이어왔다. 74세의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의 잇단 악수에 팔이 아파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과 수성못 일대에서 추경호 후보 유세를 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표 독려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구를 인용하며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출된 공직자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일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다"며 “투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 울산 HD현대중공업(13일)을 시작으로 대구 군위(15일)·경북 안동(18~19일)·경남 김해(23일)·창원(26일)·부산(27일)까지 동남권 일정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힘싣기’ vs ‘李 독주견제’…사전투표 첫날 여야 총출동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이 7.02%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아침 6시부터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중 313만4398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 사전투표 동시간대 투표율(6.26%)과 견줘 0.76%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라남도(14.5%)가 가장 높았고, 전북특별자치도(7.62%)가 뒤를 이었다. 대구(5.46%)가 가장 낮았으며, 서울은 6.58%, 부산은 6.4%를 기록했다.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전국 3571개 사전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모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6월 3일 본투표 때는 주민등록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전국 대부분 유권자는 7장의 투표용지를 받으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 유권자는 8장을 받는다. 사전투표가 시작되자 여야 지도부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아침 일찍 마포구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뒤 “서울을 이기면 전국을 이긴다"며 서울 탈환 의지를 밝혔다. 이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이번 지방선거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선거"라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국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 기호 1번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는 국민들께서도 민주당에 투표해 달라"며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투자 성과를 체감하며 기분 좋게 계좌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민주당 기호 1번에 힘을 모아달라"고 말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한병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로 5일 연속 호남을 찾았다.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선전으로 비상등이 켜진 전북 표심 단속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전북 남원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와 함께 전주 유세에 합류했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온라인 지지층 결집에도 공을 들였다.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는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시작으로 추미애(경기지사)·전재수(부산시장)·김경수(경남지사)·이원택(전북지사)·박수현(충남지사) 등 광역단체장 후보 9명이 잇따라 출연해 지지층의 투표 참여와 후원을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폭주하는 정권을 향해 매서운 민심의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사전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세종과 경기를 찾아 유세에 집중했다. 전날 접전 양상의 충남·대전을 순회한 데 이어 이날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세종·경기를 직접 챙긴 것이다. 장 위원장은 세종 조치원읍에서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 유세차에 올라 “대한민국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까지 몇 센티미터(㎝) 남지 않았다"며 “투표장에 가서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물은 1도가 부족하면 끓지 않는다"며 막판 결집을 거듭 촉구하면서, “우리가 1%로 진다면, 10표 차이, 1표 차이로 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지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며 “금리·환율이 올라 국민과 기업이 아우성치는데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민의 고통을 '성공의 비용'이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건 나라가 아니다. 70년간 피와 눈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30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방선거 이후 세금과 전월세·이자 폭탄이 국민들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해 온 서울시장 양당 후보들도 이날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치고 유세를 재개했다.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전 8시20분 배우자와 함께 중구 소공동 행정복합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정 후보는 “박빙이겠지만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투표율에 대해서는 “진영 내 결집이 이뤄져 60%에 가까운 투표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오전 8시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아내 송현옥 세종대 교수와 함께 투표했다. 오 후보는 “서울이 미래로 가느냐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이기면 그동안 미뤄뒀던 정권 독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세에 대해서는 “정원오 후보는 정체 상태고 나는 상승세"라며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초접전 양상인 대구에서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모두 이날 오전 배우자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쳤다. 부산 북갑에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투표를 끝냈다. 하 후보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사전투표장에 나선 것을 두고 한 후보는 “혼자서 투표도 못하는 후보는 북구를 이끌 수 없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회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투표소를 찾았다. 이 대통령 부부는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전입 신고한 인천 계양을 주소지로 투표에 참여했다. 여야 모두 접전 지역이 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부산·울산·경남·대구·전북 등 접전지 6곳 판단이 지금도 유지된다"며 “많이 투표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동산·고물가·세금 등 민생 현안을 고리로 중도층 공략에 나서는 한편 “투표율이 높으면 무조건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며 지지층 결집을 독려했다. 여야 모두 사전투표를 적극 권장하고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인 만큼 지지층 결집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의뢰로 지난 24~25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유권자 78.1%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직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은 과거부터 사전투표율이 높았고, 지금 여론조사에서도 사전투표 희망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후보들이 토론을 피하는 등 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전투표로 승부를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일부 있지만 대놓고 만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지지층을 사전투표장으로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독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GTX·서소문·굿당·칸쿤”…‘네거티브’로 끝난 서울시장 첫 TV토론회

28일 오후 11시에 열린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첫 TV토론회에서 여야 후보들은 '주거 공급 실적', 'GTX 철근 누락 은폐' 등을 주제로 상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서소문·수서 공사 현장 사망 사고가 토론 직전 발생한 탓에 '안전 행정 실패' 공방이 시작부터 나왔고, '반칙' '거짓말' '유착' 등 거친 표현이 난무하는 격렬한 네거티브전이 이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후보는 시작 발언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정조준했다. 권 후보는 “서소문 고가차도, 수서역 부근 공사 현장 등 서울시에서 이번 주에만 노동자 6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며 “오세훈 후보는 무슨 낯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GTX 철근 누락을 서울시가 보고받고도 5개월이나 숨겼다. 알고도 묵인했다면 범죄, 정말 몰랐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어느 쪽이든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어 “철도공단과 국토교통부가 보강 작업을 통해 안전하다고 인지하고 5월 4일부터 90여 회 시험 운행을 마쳤다"며 “선거전이 불리해지자 민주당이 주도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거짓말이면 당선 무효가 된다. 보고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고 재차 압박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GTX 철근 누락 관련 문제를 재차 꺼냈다. 정 후보는 “서울시 담당 본부장은 중대 과실이 아니라며 보고도 안 했다고 하는데, 국토부 국장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장관과 차관에게 대면 보고했다"며 “6개월 가까이 보고가 안 된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담당 본부장 판단처럼 일반적인 부실 시공이냐, 중대한 부실 시공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 후보가 “보완 가능하냐, 시험 운행을 할 정도로 안전하냐가 핵심"이라며 답변을 피하자, 정 후보는 “명확하게 말씀을 못하는 게 안전 불감증"이라며 “오세훈 후보는 아직도 삼성역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오 후보는 “지금 자꾸 그것을 선거용 소재로 쓰고 있기 때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90회 시험 운행까지 마친 상태"라고 맞받았다. 주거 안정 대책을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 양 후보는 공급 실적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정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취임 후 매년 8만 호씩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착공 기준 실제 공급은 3만 9000호에 그쳤다"며 “본인 약속의 절반도 못 지키면서 왜 전임자와 정부 탓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구역 389곳을 해제해 놓고 떠났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원상복귀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으로 구역 지정에 5년 걸리던 것을 2년 6개월로 단축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가 “공공 재개발, 도심공공복합사업, 리모델링 등 세 가지 사업은 왜 외면했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오 후보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이라며 “일정 물량은 진도가 나가고 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아기씨 굿당' 토지 기부채납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해당 의혹은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당시 행당7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48억원 규모의 이른바 '굿당 건물'을 신축한 뒤 이를 기부채납 받기로 해놓고, 완공 이후에는 건물 대신 현금 기부채납을 요구해 재개발 조합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오 후보는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아기씨 굿당 땅을 구청에서 조합의 기부채납으로 안내했다는데 조합장이 배임으로 구속돼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행당 7구역 어린이집 문제도 거론하며 “공무원 실수로 17억원을 반환하면서 7000만 원을 이자로 물었는데 해당 공무원을 징계했느냐"고 압박했다. 정 후보는 “아기씨 굿당 결정은 2008년 한나라당 구청장 시절에 이뤄진 것"이라며 “제가 취임 후 기부채납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고 조합과 해당 측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덮개공원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가 조합에 허가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구해 놓고 같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오 후보가 거듭 징계 여부를 물어붙이자 정 후보는 “반칙하지 마십시오. 제 시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오 후보는 “틀린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라며 말을 끊었다. 정 후보가 “왜 끊고 반칙을 하십니까"라고 항의하는 사이 오 후보는 “앞에서 다 거짓말을 해 놓고"라고 받아쳤고, 결국 사회자가 직접 개입해 토론을 중단시켜야 했다. 또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칸쿤 해외 출장' 논란도 꺼내들었다. 이에 정 후보는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부하며 활동하는 이사들이며 계약 절차는 법에 따라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하면서 “재탕 삼탕이고 주제와 관계없는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이어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 선거를 하자고 요청했는데, 한편으로는 정책 선거를 하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토론 기회가 오늘 하루밖에 없고 내일이 사전 선거일"이라며 “정책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TV 토론 제안을 계속 회피한 것은 정 후보"라고 받아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읽지도 않는 공보물, 외벽 덮는 현수막”…지선이 남긴 ‘환경 청구서’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 지난 25일 배달된 선거 공보물이 이틀이 지나도록 우편함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216세대 규모의 이 건물에서 오후 2시 기준 106개의 공보물 봉투가 수거되지 않은 채였다. 우편함 한쪽에는 봉투째 쌓인 공보물 19개가 별도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선거공보물이라 함부로 버리기도 애매하다"며 “언제 다 치울지 아직 결정 못 했다"고 했다. 같은날 강서구 화곡역 인근 '화곡빌딩' 외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이 6층부터 9층까지 4개 층을 뒤덮고 있었다. 맞은편 빌딩 4층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이 창문 두 개를 가린 채 걸려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30분간 화곡역 사거리 신호등 4개 방향을 오간 보행자 760명 중 오세훈 현수막 쪽으로 시선을 준 사람은 7명에 그쳤다. 정원오 현수막을 본 시민은 단 3명이었다. 발산동에 사는 김모(30)씨는 “현수막 지금 처음 봤다. 나무에 가려져 눈에 잘 안 띈다"고 했다. 우장산동에 사는 최모(62)씨는 “오세훈, 정원오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굳이 저렇게 크게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읽히지도 않는 공보물과 건물 외벽을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 최종 등록 후보자는 총 7829명으로 저마다 얼굴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 경쟁이 불붙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이 환경 청구서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이번 6·3 지방선거 공보물은 24일까지 발송돼 각 가정에 배달됐다. 서울 지역의 경우 한 세대에 배달된 공보물만 34개에 달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정원오·오세훈), 강서구청장 6장(진교훈·김진선), 교육감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한만중·조전혁·정근식)씩 들어 있었다. 거대 정당 후보는 고급 용지로 최대 분량을 채웠지만,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흑백 단면이나 명함 크기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공보물은 5억 8000만 부로, 한데 모으면 여의도 면적의 10배(2.9㎢)에 달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 선거도 규모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공보물을 제대로 읽는 유권자는 드물다. 서대문구에 사는 강승민(27)씨는 “19대 대선부터 수많은 공보물을 받았지만 한 번도 뜯어본 적 없다"며 “바로 버릴 때도 있고, 관리인이 수거하실 때까지 우편함에 꽂아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올해 2~3월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 활용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충 훑어봄'이 52.2%로 가장 많았다. '봉투째 버린다'는 응답도 18.8%, '읽지 않음'도 17.5%였다. 자세히 읽는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또 초대형 현수막이 선거운동 기간 전국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에 설치하는 현수막의 규격과 수량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빈틈을 파고들듯 후보들은 도심 건물 외벽을 통째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북구갑에서는 총 9층짜리 건물 1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6~8층 외벽을 현수막으로 뒤덮었다. 같은 건물 3~5층은 정명희 후보 현수막이 차지하며 9층 건물 전체가 사실상 선거 광고판으로 변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6층짜리 건물의 3~5층을 현수막으로 덮었다. 캠프들도 딜레마를 인정한다. 한 지역 선거 캠프 관계자는 “SNS나 유튜브는 실제 유권자가 아닌 사람이 볼 가능성도 크고, 각 집으로 들어가는 공보물을 얼마나 많이 보겠냐 싶지만 후보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현수막이 도로 미관을 해치고 환경파괴 우려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후보와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분량 안에서는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다. 지난해 전국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53t은 재활용되지 못했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가 주성분이어서 매립해도 잘 썩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재활용 비용이 소각비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싸 실제로는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상태가 나쁜 것들은 소각 처리한다. 매립은 환경적으로 좋지 않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이 공보물의 환경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보물·투표용지·벽보 인쇄에 쓰인 종이만 1만 2853t이었다. 종이 1t 생산에 30년생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선거 한 번에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공보물에 쓰이는 코팅 종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일반 폐기물로 처리된다. 여기에 종잇값·인쇄비·우편 배달 비용에 수작업 포장 인건비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대의 세금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없이는 이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국민 세금으로 현수막을 이렇게 남발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가 작심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친환경 현수막'이란 없다. 피해가 덜할 뿐이지, 안 만드는 것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다"며 현수막 허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낭비되는 현수막과 공보물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관행적으로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보물 재질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고, 필요한 유권자만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당신들이 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2030 ‘무당층’의 고백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무교로 서울시일자리센터 입구에는 '채용중심 취업지원 프로그램', '생성형 AI 활용 교육', '청년취업사관학교'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이력서와 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든 청년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토익학원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던 대학생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토익 준비를 병행 중이다. 지지 정당을 묻자 “청년 공약이 제 일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 4일 하며 사무·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반째다. 월세 55만원에 식비·교통비·자격증 응시료까지 더하면 매달 최소 130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알바를 늘리면 생활비는 되는데 자기소개서 쓸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월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청년 가운데 지지 정당을 확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에게 선거는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기보다 멀리 있는 정치 일정에 가까웠다. 본지가 2030 청년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은 26명, 70.3%에 달했다. 반면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명으로 97.3%였다.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 아니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가 33명, 89.2%였다.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50만~80만원이라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만~100만원 8명, 100만~150만원 6명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은 식비(24명)였고, 여가·문화비(13명), 교통비(12명)가 뒤를 이었다. 무당층인 이유로는 '이념 싸움이 피로해서'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당 모두에 실망해서' 11명, '청년 공약이 체감되지 않아서' 9명 순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문모(23)씨는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식비,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는 계속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청년 공약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4)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한다. 앞뒤 출퇴근에만 두 시간이 더 걸린다. 취업 준비 7개월 차인 그는 “월세 지원 확대나 취업 준비 비용 공약이 나오면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 마련이 취업 준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직 3년 차인 서울 용산구의 직장인 조모(27)씨는 “근로소득이 청년 지원 기준에서 조금씩 초과돼 대부분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공약은 '청년 일자리 확대'가 24명(64.9%)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전세사기·주거 불안 대책(17명), 생활비·물가 지원(14명), 청년 월세 지원(11명) 순이었다. 반면 여야 청년 공약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가 17명,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가 2명으로 전체의 51.4%가 체감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상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서'와 '취업·주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서'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67만원을 낸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30만~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해 죽을 맛"이라며 “청년 공약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당이든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내놓지도 마라. 당신들이 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취업준비 5개월 차인 이모(25)씨는 “청년은 공약용 표어로만 남아있다"고 했다. 취업준비 1년 차인 장모(29)씨도 “이념 싸움이 피곤하다. 민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흠 잡기가 많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무당층이 느는 이유로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데서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청년실업을 비롯해 새로운 바람과 갈망이 있는데 여야 어느 쪽도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청년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정치적 방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미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이 정치 무관심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 참여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일자리, 경제 등 실질적인 이슈를 많이 제시하고 혜택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파업 막았더니 후폭풍”...삼성 계열사, 보상체계 흔들린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후폭풍이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공개되자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는 “왜 우리만 빠지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은 이미 올해 초 2026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협상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달성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연봉 1억원 기준)은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5000만원에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총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DS 공통 재원(40%) 배분 구조에 따라 특별경영성과급만으로 최소 1억6000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통 OPI까지 더하면 2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자 부서도 억대"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허탈감과 박탈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평소 삼성전자에 비해 처우가 뒤떨어진다는 의미로 '삼성후자(後者)'라며 자조해 온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의 임금 인상률은 각각 6.2%, 4.0%, 5.9%로 삼성전자(6.2%)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성과급 산정 방식 자체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OPI 제도(최대 연봉의 50%)의 산정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 10%로 바꾸기로 합의했으나, 계열사들은 여전히 EVA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과거 흑자를 내고도 OPI 비율이 낮았던 계열사일수록 반발 기류가 강하다. 삼성전기의 경우 2023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에 그쳤다. 신입사원 초봉 기준으로 약 50만원 수준이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도 OPI 지급률은 5∼6%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5000억원 안팎의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가 더욱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으로 지난해 OPI '0'을 기록한 삼성SDI도 적자 사업부까지 챙기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내부 동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 노사 간 성과급 제도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하반기 성과급 대체 보상제도 도입 등을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OPI 산정 방식을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로 변경하기 위한 임직원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사례가 그룹 전반의 노사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파업 압박을 통한 요구 관철' 사례가 이어지면서 계열사 노조들도 조직 확대와 연대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뒤 현재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파업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존 3.0%였던 임금 인상률을 4.3%로 높여 교섭을 타결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은행도 아닌데 4200억 굴린다”...스타벅스는 왜 금융규제 비켜가나

고객 돈 4200억원을 미리 받아 운용하면서도 금융당국 규제는 받지 않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업 구조를 두고 제도 공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을 기반으로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전국 직영 매장이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이는 '단일 가맹점' 구조로 분류되면서 전자금융업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어서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스타벅스 같은 대형 직영 플랫폼은 제도 밖에 남겨지면서 금융당국 감독 체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불충전금 잔액은 4275억631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950억8377만원)보다 325억원(8.22%) 늘어난 규모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스타벅스 앱이나 카드에 미리 넣어두는 금액이다. 지난해 한 해 새로 충전된 1조7497억원에서 사용·환불액 1조7172억원을 뺀 325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0년 이후 이 선불충전금을 은행 예치금과 신탁 등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해 최근까지 약 408억원의 이자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는 받지 않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발행처와 사용처가 다른 경우에만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정해 금융당국의 등록·감독 대상으로 분류한다. 스타벅스는 발행처와 사용처가 모두 스타벅스코리아로, 전국 매장을 직영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법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의 선불충전금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아니라, 선결제를 받는 '동네 식당'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환불 규정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선불카드 잔액을 돌려받으려면 잔액의 60% 이상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 대기업이지만 골목상권 수준의 규제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꾸준이 제기됐다. 앞서 국회는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를 강화한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스타벅스 등 대형 직영 기업을 규제망에 포함할지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제3자 선불금 사용 가능성이 작다는 점, 멤버십·포인트 등 제도 전반에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였다. 또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은 전자상거래법상 선수금 규제를 적용받는다. 해당 법령은 선수금의 최소 10% 이상에 대해 상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선불금의 94.1%인 4024억5997만원을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법적 의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전체 잔액 중 약 251억원은 보증보험에 반영되지 않았고, 선불금 운용 현황 등 세부 내역은 공시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자금 규모가 커진 만큼 전금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 미사용 스타벅스 코리아 카드 잔액 반환 지급명령을 신청한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의 전금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전자금융거래법상 조치를 취할 것이냐,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을 적용할 것이냐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규모를 이유로 한 규제 강화에는 신중론도 내놨다. 양 변호사는 “액수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법률 이슈가 생기는 건 아니다"며 “1억이든 400억이든 동일한 상태라면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게 맞고, 사업을 열심히 할수록 규제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는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아 통화 대체 효과가 크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에서만 쓸 수 있어 동일한 방식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다른 지류형·선불형 상품권 사업자들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이후 정부 압박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타벅스 카드 약관에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포함돼 있는지를 점검 중이다. 탈퇴 시 잔액 유무와 관계없이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를 모두 해지하도록 한 약관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아울러 60% 이상 사용 시에만 잔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개정 여부도 살피고 있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금융권으로도 번졌다. NH농협은행은 논란 직후 올원뱅크 앱에서 NC다이노스 경기 승패 적중 시 지급하던 스타벅스 쿠폰을 다른 업체 사은품으로 교체했다. 광주은행은 본점 각 부서와 영업점에서 진행하던 스타벅스 관련 행사를 중단했고, 신한카드는 '스타벅스 신한카드' 출시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전금법상 스타벅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요인은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권 전반의 선불충전금 리스크를 점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민주 압승 vs 국힘 반란”…전문가 6인이 본 6·3 ‘진짜 판세’ [창간기획]

6·3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여야 격전지 판세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가 6명에게 현재 판세를 물은 결과, 민주당 우세 9~14곳·국민의힘 우세 2~7곳을 점쳤다. 대진표 완성 직후와 비교해 접전 지역이 늘었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지만 구도 전망은 엇갈렸다. 서울·부산·대구를 공통 경합지로 꼽았으며, TK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은 '거여(巨與) 견제론'과 '보수 단일화' 여부가 남은 최대 변수로 지목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우세 9곳, 국민의힘 우세 7곳으로 가장 박빙의 구도를 전망했다. 그는 “서쪽은 민주당 우세가 확연하고,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강원·서울까지 국민의힘이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가 샤이 보수를 캐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진표 완성 직후와 비교해 “그때만 해도 경북만 우세했는데 지금은 접전 지역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부울경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야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데 지금은 그 범위 안"이라며 국민의힘 근소 우세를 점쳤고, 강원도도 “7%포인트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그 정도로는 민주당이 이기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대구·부산·서울이 동시에 접전이라는 건 성립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영남에 서울까지 내주면 전체에서 앞서도 타격"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우세 12곳, 국민의힘 우세 4곳을 최소 가능 구도로 봤다. 그는 “15대1은 아니다"라며 “보수 결집이 일어난 건 사실이고, 투표 의향이 없었던 보수들이 투표를 생각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서울에 대해서는 “여당 다수 당선과 야당 다수 당선 응답이 40대 40으로 같아졌다"며 “여당의 견제는 필요하지만 야당으로서의 국민의힘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강원은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호남에 대해서는 “광주 서구·북구청장이 무투표 당선된 것 하나만 봐도 설명이 된다"며 별도 분석을 생략했다.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평균 투표율 55.5%를 넘긴 세 번 중 두 번은 민주당이, 한 번은 보수가 이겼다"며 “전체 투표율보다 4050 세대별 투표율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우세 14곳, 국민의힘 우세 2곳으로 봤다. 경상도 5곳(부산·울산·경남·경북·대구) 가운데 민주당이 2곳을 가져오면 선전, 3곳이면 대박, 1곳이면 기대 미달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는 2곳 정도 가능하고 잘하면 3곳도 가능하다"며 “부산과 경남은 아직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이라고 했다. 대구에 대해서는 “김부겸 당선 가능성은 딱 50%"라며 “숨어 있는 표까지 다 합쳤을 때 그렇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선거와 북구갑 보궐선거의 연동성을 강조하며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 부산 기류가 바뀐다"고 했다. 민주당의 TK 공략 전략에 대해서는 “부울경에서 선전하지 않고 TK만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TK 공략은 부울경을 자극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민주당 우세 7곳, 국민의힘 우세 2곳, 경합 7곳으로 분류했다. 민주당 우세로 광주·전북·전남·경기·제주·인천·대전을, 국민의힘 우세로 대구·경북을 꼽았다. 서울·부산·울산·경남·충남·충북·강원을 경합으로 봤다. 서울에 대해서는 “강남3구와 한강벨트 자산가 계층,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공고해지고 있다"며 “오세훈 후보의 4선 타이틀과 안정적인 시정 관리 능력이 여당 지지율 정체 속에서도 중도층에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에 대해서는 “행정체제 개편 이슈와 개혁신당 후보 완주 여부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라고 했다. TK에 대해서는 “보수 결집이 80% 이상의 강도로 작동할 것"이라며 “막판에는 전통 보수층이 대거 투표소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전 시나리오로는 “서울·강원·충남을 수성하고 영남권을 완벽하게 다지는 구도"를 제시했다. 투표율에 대해서는 “50%대 이하로 떨어지면 60대 이상 노년층 비중이 높아져 보수에 다소 유리하다"며 “높을수록 저연령층과 4050이 늘어 여당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15~20%를 차지하는 중도·부동층이 투표장에 가느냐,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모든 격전지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민주당 우세 13곳, 국민의힘 우세 3곳으로 전망하면서도 “TK가 이번 선거의 최대 경합 지역"이라며 “대구 여론조사가 막상 막하인데 변화의 조짐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TK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5~50% 근방으로 나오는데 이건 이재명 개인 효과이지 민주당 지지율이 아니다"라며 “김부겸 표와 대통령 지지율의 갭이 15~20%포인트 나오는 건 이재명 홈랜드(고향) 효과가 처음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부산은 “전재수가 이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해수부 이전 등 약속을 평가하는 이익 투표가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경남은 “무응답 제외 시 3~4%포인트 차이로 사실상 박빙"이라고 추정했다. 경기·인천은 “끝난 것"이라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경북을 국민의힘 우세, 대구를 경합으로 분류하며 민주당 우세 14~15곳, 국민의힘 우세 1~2곳을 전망했다. 그는 “대구 경북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대구가 민주당에 유리하면 15대1, 불리하면 14대2 구도"라고 했다. 그는 “대구가 제일 예측하기 힘든 지역"이라면서도 “김부겸 후보가 대단히 지혜로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얘기 없이 지역 일꾼·경제 활성화만 내세우는 전략이 보수 텃밭에서 파고들 여지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그는 “TK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었고, 한일 정상회담을 안동에서 한 것도 TK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다"며 “당의 이름이 아니라 개인기와 이재명 정부 두 가지로 하는 선거 운동"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대해서는 “해수부·HMM 이전 이슈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은 거여 견제론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엄경영 소장은 “장동혁 심판론이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고,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유권자들이 이재명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거여 견제론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지금의 선거 구도는 내란 세력 청산인데 이게 흔들리고 있다"며 “서울에서는 여당·야당 다수 당선 응답이 40대 40으로 같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견제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트리거로는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 프레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최진봉 교수는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는 결집 모멘텀을 만들 수 없다"며 “민주당이 실수를 해야 결집이 일어나는데, 지금 대통령이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제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가 리스크"라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선거 직전인 6월 1일로 당겨 잡은 것도, 안동 한일 정상회담도 보수 결집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요한 대표는 “민주당이 오만한 태도를 보이거나 승리를 장담하는 순간 중도층은 돌아선다"며 “삼성전자 파업이 실현될 경우 코스피 하락과 노란봉투법 입법 책임으로 여당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여부도 남은 변수로 거론됐다. 정한울 소장은 “남아 있는 큰 변수는 단일화"라며 “북구갑·평택 등 보궐선거에서 단일화가 이뤄지고 보수 혁신의 모습이 보이면 중도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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