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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상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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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차 미싱 장인 “직장은 유일한 배울 기회, 그래서 살아남을 기회였다”[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②]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나는 8시간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왜 4시간만 일하라고 하는지 속상했습니다." 고영기(70)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눈썹이 오르내리고, 입꼬리가 여러 번 굳었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곁에 앉은 딸 인경씨가 아버지의 손짓과 표정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말로 옮겼다. 고 씨는 2022년 라에리의류사업단에 입사했다. 올해로 5년째 작업복과 유니폼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입사 첫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고령의 노동자가 하루를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면접관의 얼굴에 비쳤다. 회사는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실습'을 제안했다. 고씨에게는 아쉬운 시작이었다. 3개월 뒤, 회사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고씨를 지켜본 회사는 “8시간 근무하셔도 되겠네요"라고 전했다. 라에리에서는 고씨의 나이도, 청각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씨는 지금까지 하루 8시간씩 미싱을 잡는다. 고씨는 손끝 기술로 3개월만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고씨는 네 살 무렵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고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싱을 처음 시작했다. 구두·목공·자수·인쇄·봉제까지 두루 거쳤지만, 미싱이 가장 그의 적성에 맞았다. 미싱은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범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손을 눈으로 쫓아 따라하며 미싱을 배웠다. 손끝이 순서를 기억하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해냈다. 고씨는 '미싱은 청력보다 시력과 손끝의 감각이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에는 양복점에서 옷 한 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짓는 법을 익혔다. 골프웨어 공장, 작업복 공장을 거치는 동안 손끝의 기술은 조금씩 더 정교해졌다. 새 일감을 맡을 때도 고씨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계약이 들어오면 작업 방식을 먼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따라 해보며 처음 호흡을 맞춘다. 고씨는 '작업 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생산해나가는 일이어서 전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런 고씨지만 직업교육을 받을 고등학교를 찾기까지는 굴곡이 많았다. 대전원명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당시 학교에는 고등교육과정이 없었다. 고씨는 대전에서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농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는 고등교육과정이 있는 농학교를 수소문했다. 그 끝에 닿은 곳이 서울농학교였다. 고씨는 그곳에서 처음 미싱을 잡았다. 고씨는 '아버지의 관심 덕분에 적성을 찾고 이를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버지가 찾아준 기회가 미싱 경력 50년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청각장애인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씨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배우고, ​배운 기술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을 잇는 길이 넓어져야 한다'고 했다. 사는 곳에 따라 교육 기회도 달라진다. 교육부의 '2025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 특수학교는 전국 12곳(서울 4곳, 경기 2곳, 부산·대구·인천·울산·충북·전북 각 1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7곳이 집중돼 있다. 고씨의 삶에서 미싱을 빼고는 스스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 “아직도 일하느냐"고 물을 때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50년 넘게 일한 미싱사입니다.' 이름보다 먼저 꺼내는 소개다. ​ 그는 앞으로도 '80세까지 미싱을 잡고 싶다'고 했다. 왜 하필 80세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떠오른 숫자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몸이 허락하는 마지막 날까지 미싱을 잡고 싶다는 바람이다. 옆에 있던 아내 이씨는 곧바로 “나는 그 80이라는 숫자가 정말 싫다"며 “일하다가 죽을 거냐. 부부가 함께 추억도 만들고 여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맞받았다. 평생 미싱 앞을 지켜온 남편이 이제는 자신과도 더 많은 시간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고씨에게 일은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다. 고씨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꼽은 순간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때다.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도 보람차게 무사히 잘 보냈구나'라고 생각한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현재 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집에서도 이전보다 밝아졌다고 말했다. 고씨는 말한다. '청각장애인에게 왜 직업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은 비장애인에게 왜 직장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원선 인턴기자

출근이 유일한 외출…닫힌 공장 문 앞에서 그의 세상도 닫혔다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①]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서울 미아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20분. 골목 안쪽 깊숙히 들어서야 봉제 공장이 보인다. 2급 지적장애인 김토미 씨(50)의 일터다. 김 씨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사뿐히 타오른다. 김씨 귀밑으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김 씨는 응암동에서 온다. 삼양역에서 내리려면 3번 환승을 해야한다. “삼양역(우이신설선)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지 않아요?" 기자가 묻자 김 씨는 '헤헤' 웃기만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신경자 팀장(완성팀·72)이 귀띔했다. “지하철 환승하는 법을 10년 가르쳤는데 2번이 최대야. 그 이상은 못 외워." 김 씨 지능은 7살 수준이다. 보호자 없이 밖에 나가기 힘들다. 출근길도 수백 번을 왕복하며 겨우 외웠다. 평소 다니던 길에 문제가 생기면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전동차가 고장 나 운행을 멈췄는데도 내리지 못할 정도다. 외출은 김 씨에게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김 씨는 출근을 멈추지 않는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던 지난달 27일. 이날도 김 씨는 출근했다. 문은 닫혀있었다. 김 씨는 한참이나 문을 바라봤다. 문을 밀어보고 닫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말없이 돌아섰다. 공장 문은 지난 5월 20일부터 닫혀있었다. 이 공장은 국방부의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들자 지난 5월부터 3달간 무급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을 몇번이고 알려줬지만 김 씨는 주에 한 번은 공장을 찾는다. 출근이 유일한 외출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시다(조수)'로 일한다. 군용 방상내피, 이른바 '깔깔이' 제작을 돕는다. 이 공장 '최고참' '에이스'로 불린다. “출근이 좋으냐"고 물었다. “집에선 라디오만 들어요. 회사가 훨씬 좋아요. 군인 옷 만드는 게 재밌어요." 김 씨는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 김 씨는 2012년 이 공장에 입사했다. 처음엔 하루 종일 구석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일하다 말고 집으로 가겠다며 짐을 싸기도 했다. 회사엔 동료이자 선생님같은 팀장님들이 있다. 그런 김 씨를 여러 팀장들은 두고 보지 않았다. '헬렌 켈러를 가르친 설리반 선생님의 마음'이라고 했다. 검은색, 군청색, 파란색 등 색이 비슷한 실을 구분해 재단사에게 건네주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한인자 팀장(생산1팀·63)은 “지금은 원단이 떨어지면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가져다 준다. 공장에서 눈치가 제일 빠르다"며 김 씨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설리반 선생님들'은 늘 김 씨가 걱정이다. 김 씨는 봉제 공장으로 출근하던 길에 생리가 터진 적 있다. 바지 엉덩이 부분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생겼다. 피가 줄줄 샜다. 김 씨는 피가 묻은 채 회사에 출근했다. 한 팀장이 뛰어나왔다. 한 팀장은 김 씨 손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피를 닦고 생리대를 붙여줬다. 그는 “내가 토미 속옷까지 갈아입혔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 뒤로 한 팀장은 김 씨에게 생리대 가는 법을 알려줬다. 월경이 멈추기 전까지 몇번이고 반복했다. 공장은 김 씨의 '세상'이다. 공장이 멈추면 김 씨의 세상도 닫힌다. 김 씨가 휴업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한 팀장은 “토미가 요즘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일상을 보고하는데, 어머니랑 개천 걷는 거 말고는 별 다른 일이 없다. '언니 나 하루종일 집에서 라디오 들었어. 그런데 회사 문 언제 열어?' 이렇게 꼭 출근하고 싶단 얘기를 덧붙인다"고 말했다. 공장이 다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옷 만들기, 포장하기 같은 업무를 말하던 김 씨는 인터뷰에 동석한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 슬쩍 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손톱이 살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언니들이랑 봉숭아 물들이고 싶어요." 공장엔 김 씨의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이 공장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최기준(가명·20대)씨도 있다. 최씨는 제빵·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보다 공장 일이 훨씬 즐겁단다. 최 씨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이 느리다, 제대로 빵을 못 만든다고 구박 받았어요. 그런데 공장에서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최 씨에겐 틱 장애가 있다. 수시로 '억'하는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반복한다. 자의로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동료들은 최 씨의 틱 장애를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힘이 좋고 시야가 넓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최 씨는 공장의 물류 작업을 도맡는다. 무거운 안감을 2층으로 올릴 때, 다른 직원이 한두 단을 들 동안 최 씨 혼자 서너 단을 어깨에 올린다. 무겁지 않냐고 묻자 최 씨는 되려 활짝 웃었다. “대표님한테 칭찬 받으면 옷판이랑 우라(안감) 만든 거 올리는 일 하나도 안 힘들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계단을 뛰어다니며 우라를 옮기는 최 씨를 김현섭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대표가 멈춰세웠다. 김 대표는 최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 계단에서 쿵쿵 뛰면 무릎 나간다, 젊을 땐 괜찮아도 나중에 무릎 안 좋아져"라고 걱정을 건넸다. 삼촌과 조카처럼 보인다. 공장은 온정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엄격하게 위계를 가르친다. 장애인 노동자가 집에서 보이는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서다. 최 씨 모친의 말이다. “집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 대표님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 제 핸드폰을 숨기기도 하고요. 전화를 하면 대표님이나 팀장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주시거든요. 제 말보다 더 따르는 것 같아요." 최 씨의 팔뚝은 모친의 허리만큼 굵다. 그런 최 씨가 힘을 쓰면 가족 중에선 이를 말릴 사람이 없다. 한 때 부친이 최 씨의 월급 통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자율이 더 높은 통장으로 아들의 돈을 옮겨주려 했다. 최 씨는 '아버지가 자기 돈을 뺏어간다'며 화를 냈다. 몸을 휘두르는 최 씨를 멈춘 것은 부친도 모친도 아니었다. 김 대표의 전화 한 통이었다. “기준이! 너 부모님 말 잘 들어야지!" 한 마디에 최 씨는 얌전해졌다. 최 씨도 '월급 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신경자 팀장은 출근을 할수록 장애인 노동자들의 상태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거거든요. 출퇴근도 정확하게 하고 밥도 제 때 먹고 손도 움직이고… 그것만 해요? 우리(상사)한테 혼나고 친구도 사귀죠. 그러면 확실히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뒤로 최 씨는 밤마다 엄마에게 통화를 조른다.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언제 출근하는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시간 외 근무 많이 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벌어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한테 치킨이랑 피자 사드릴 거예요." 3급 정신장애인 조성진(45) 씨는 공장의 마무리 담당이다. 날카로운 쪽가위로 얇은 원단 사이에 몇 가닥 튀어나온 실밥을 자르는 일을 한다. 손을 어설프게 놀리면 실 대신 원단을 찢는다. 다 만들어진 옷을 망칠 수 있다. 숙련하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9년 차 베테랑이 된 조 씨의 손끝은 정교하다. “장애인은 일 배우는 게 오래 걸려요. 비장애인이 보기엔 단순한 기술인데도 3년씩 걸리니까 재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회사가 문 닫으면 오갈 데가 없어요. 여기가 제 마지막 일터라는 마음으로 일해요." 조 씨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집이 있는 영등포에서 봉제 공장까진 지하철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조 씨는 새벽 출근을 고집한다. 안전한 출근을 위해서다. 조 씨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조 씨의 턱에 있는 보랏빛 반점을 손가락질하며 키득대던 사람을 홧김에 밀쳤다가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사고 없이 출근하기 위해선 최대한 사람이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좁아 거의 타지 않는다. 집에서 지하철역, 다시 역에서 회사까지 40분을 꼬박 걷는다. “그렇게까지 출근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탁자 끄트머리를 쳐다보고 있던 조 씨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재직증명서가 있어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제가 우리 집 가장이니까요." 조 씨는 특히 '가장'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조 씨 아버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조 씨는 70대 노모와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 둘을 홀로 보살핀다. 대출 이자를 내고,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는 돈은 공장의 월급봉투에서 나왔다. 정신장애인 조 씨를 가장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현재 조 씨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며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장애가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어요. 지금 이 상태로 어디 가겠어요? 공장 문 여는 것만 기다리고 있죠. 기본적인 생활, 먹고 자고 그런 생활조차도 어려워요." 2급 뇌병변장애인 정원철(50) 씨도 집안 생계를 책임진다. 정 씨는 아흔이 넘은 노부모와 1급 뇌병변장애인 형과 함께 산다. 4인 가족의 생활이 정 씨에게 달려있다. 정 씨는 후천적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장애가 생긴 7살 전까지 아역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장애 탓에 언어 전달이 어눌하고 손발 활용이 불편하다. 대신 숫자 감각만큼은 비장애인보다도 뛰어나다. 세자릿수 단위도 오차 없이 세어 박스에 옷을 넣는다. 정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진 않는다. 정 씨는 아직도 첫 월급의 순간을 기억한다. “부모님이 우리 아들 애 많이 썼다고 처음으로 인정해주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자식 같아요." 정 씨에게 출근이란 지금까지 받아 온 돌봄을 돌려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있는 기자에게 정 씨가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줬다. 지하철 퀵서비스 전화번호다. 정 씨는 공장이 휴업 중인 탓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택배 보내실 거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정 씨는 굽은 손으로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겨우 골라냈다. 한참이 걸렸다. 체온이 명함에 스몄다. 오렌지색 명함은 따뜻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유정 인턴기자

[데스크칼럼] 공중탕의 바보들

부산에 공중목욕탕에서 겪은 일이다. 60대가 “와 이래 물이 차노(정치적 표현이 아니다)"라며 온수를 튼다. 탕 안에 있던 나(40대)는 잠자코 앉아있다. 10대는 “에잇"하며 탕 밖으로 나가 버린다. 목욕탕에 70대가 들어오니 60대는 “행님, 지가 물 데파놨습니더"라며 모신다. 70대가 “쪼매 덥네"라니 60대는 냉큼 냉수를 튼다. 80대가 들어온다. 70대가 “아재, 마차놨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 탕에 발가락만 넣은 80대가 “오야, 어?"라고 한다. 60대가 광속으로 냉수를 잠그고 온수를 튼다. 40대는 탕 밖으로 나갔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 모순에 시달렸다.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는 부동산에 자금이 집중돼 있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기업에 돈줄이 말랐다. 한국 주식과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늘 저평가 대상이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은 여전히 '70년 넘도록 아직 전쟁 중인 나라'였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부터 손봤다. 대출을 죄고 각종 관련 세율을 높였다. 시세 차익을 노린 아파트를 빨리 팔아라고 압박했다. 동시에 2000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를 50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증시 신뢰를 키우고 연이어 상법을 개정했다. 은행에 생산적 금융을 하라고 압박했고, 증권사에 모험자본 투자를 독려했다. 시장에 돈이 풀리니 주가는 올랐다. 대통령은 '주식해라'고 말한 적 없다. 그러나 부동산을 죄고 주식시장을 부양하면 사람들은 '아, 부동산을 팔고 그걸로 주식을 하라는 의미구나'라고 짐작한다. 그렇게 증시로 자금이 모이자 코스피는 목표로 제시한 5000을 훌쩍 넘겼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을 믿으며 지방선거에서 호응하는 한편, 돈을 들고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7천을 넘겼다. 코인을 팔아치우고, 전세 보증금을 빼서 '비싸지만 더 오를 주식'이라며 영혼까지 긁어모아 삼전닉스를 사들였다. AI 특수까지 이어졌다. 8천을 넘겼다. 삼전닉스 수익률에 눈이 높아진 시장통 김씨 아주머니도 오를 만큼 오른 삼전닉스 주식만으론 수익률이 탐탁찮다. 이럴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나왔다. 이제는 마이너스통장은 물론, 신용대출에 보험대출까지 내고, 오르지 않던 다른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똘똘한 삼전닉스 레버리지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지경이다. 삼전닉스와 반도체주 시총이 코스피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이런 기이한 경제는 반드시 망한다. 이 나라 경제 최고 전문가라는 'F4'는 이제서야 우려를 표한다.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느니, 드러누워서라도 말렸어야 한다느니, 상장폐지를 해야 한다느니, 증거금을 몇 배로 올려 거래를 줄여야 한다는 등 뒤늦게 레버리지를 잡을 변명만 해대고 있다. 아, 참! 서울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삼전닉스로 현금을 쥔 20대가 증시에 재투자할리 만무하다. 강남, 마포, 용산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려 하겠다. 그럼 부동산 정책도 결과가 좋을 것 같진 않다.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라는 말이 있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처음 제시한 경제학 개념이다. 정부의 어설픈 경제 정책과 무능을 비판하기 위한 비유다. 혼자 쓰는 샤워실과 공중탕은 다르다. 소수 마음대로 온냉을 거듭하면 다수는 탕에서 나가버린다. 공중탕에 노인만 남는 이유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넥센타이어 144만株 부산대에 기부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이 넥센타이어 지분 1.4%를 부산대학교에 기부한다. 넥센타이어는 7일 강 회장이 넥센타이어 보통주 144만5087주를 부산대 발전재단에 증여 형태로 기부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처분단가는 6920원으로 거래금액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 기부 주식은 전체 지분율의 약 1.4%로, 증여가 완료되면 강 회장의 넥센타이어 지분은 18.24%에서 16.85%로 감소하게 된다. 증여는 8월 10~14일 이뤄질 예정이다. 강 회장은 “대학이 지역사회, 기업과 함께 상생 발전을 하고, 국가균형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기에 부산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중 회장은 1939년 경남 진주 생으로 1970년대 중반 진주 이반성중학교 이사장을 맡아 육영·장학사업을 시작한 이래 50년 넘게 후원사업을 이어왔다. 넥센타이어는 강 회장이 현재까지 개인과 KNN문화재단, 넥센월석문화재단, 월석선도장학회 등 3개 문화장학재단을 통해 약 500억원을 후원해왔으며, 장학금 수혜 학생은 1만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앞서 모교인 동아대에도 발전기금으로 사재 150억원을 쾌척했다. 3년 전 별세한 부인 故 김양자 여사도 주식과 채권 등 100억원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MBK, 日서는 2조 엑싯·1조 투자…韓 홈플러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일본 시장에서 뚜렷한 투자 성과를 거두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일본의 대형 시니어케어(노인 요양) 지주회사인 '재팬웰빙'을 미국계 PEF 운용사인 어드벤트인터내셔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약 2000억 엔(한화 약 2조 원) 수준에 달하는 메가 딜로 평가받는다. 재팬웰빙은 MBK가 2021년 일본 현지 요양 서비스 기업인 '쓰쿠이'의 지분을 인수한 후, 차례로 또 다른 요양 기업 '소요카제'를 받아들여 2022년에 출범시킨 지주회사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고 기업결합(인수 후 통합·PMI)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후, 3~4년 만에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한 대표적인 랜드마크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로 꼽힌다. MBK의 일본 내 행보는 자금 회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회수한 재원과 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일본 내 우량 제조 기업을 새로 들이는 등 신규 투자 보폭도 대폭 넓히고 있다. MBK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로부터 일본의 알루미늄 패키징 전문 기업 '알테미라홀딩스'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최근 최종 마무리했다. 알테미라홀딩스의 기업가치(EV) 기준 인수 금액은 약 1000억 엔대 초반으로, 한화로는 약 1조 1000억 원에서 1조 2000억 원 규모다. 알테미라는 알루미늄 캔, 포일, 압연 및 압출 제품 등을 폭넓게 생산하는 일본 내 선두 기업이다. 특히 폐음료캔의 수거부터 가공, 주조, 압연을 거쳐 최종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친환경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벽히 구축해 ESG 투자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의 대형 딜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MBK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자산의 회수 가능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곳이 국내 최대 골프장 운영사인 '골프존카운티'다. 지난 4월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골프존카운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구체적으로 보도됐다. 골프존카운티는 MBK가 지분 58.37%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현재 전국에 21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알짜 자산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국내 골프 인구 확대로 기업 가치가 크게 치솟은 만큼, MBK가 적절한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자산 최적화와 현금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처럼 화려한 글로벌 투자 성과와 막대한 자금 동원력 뒤에는 국내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 사태'라는 짙은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MBK가 운용하는 전체 자산(AUM)은 약 325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스스로를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소개해 왔다.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은 2026년 포브스 기준 한국 부자 순위 2위(추정 자산 99억 달러)에 오를 만큼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럼에도 대형 오프라인 마트의 업황 악화와 경영 부진 속에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조 단위 대박을 터뜨리고 조 단위 신규 투자를 이어가는 행보가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노동계, 채권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홈플러스 사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MBK 본사 앞으로 몰려가 고강도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요구는 홈플러스 실질적 주인인 MBK와 김병주 회장이 직접 책임자본을 출연하고 사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비대위 측은 “현재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회생하고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당장 수혈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주주인 MBK는 고작 1000억 원 수준의 지급보증을 서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진정으로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기존 채권자나 전단채 피해자보다 후순위로 담보를 잡거나 사재를 털어 진정성 있는 책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도 MBK의 독특한 지원 방식을 두고 대대적인 리스크 지적이 제기됐다. 홈플러스 금융 지원에 깊숙이 관여해 온 메리츠금융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며 MBK를 정면으로 정조준했다. 메리츠금융은 “MBK가 공언한 홈플러스 지원 규모 4000억 원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김병주 회장의 순수한 현금성 지원은 약 4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이어 “나머지 금액은 향후 최우선으로 돌려받는 공익채권 형태의 대출이거나 기존에 져야 했던 보증채무를 단순히 다른 형태로 대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메리츠금융은 이를 두고 “경영 실패에 따른 고통과 손실 부담은 전적으로 금융기관과 채권자 등 사회에 전가하면서, 투자 성공으로 얻은 수천억 원의 보수와 이익은 대주주와 투자자가 독식하는 전형적인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이자 시장 상식에 반하는 공정성 훼손"이라고 힐난했다.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MBK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과 함께 사모펀드 고유의 구조적 특성을 항변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그동안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와 회생을 위해 신규 자금 대여 및 수차례의 지급보증 등을 실행하며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법적·재무적 지원을 지속해 왔다"고 반박했다. 또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특정 국가(일본)의 포트폴리오를 매각해 벌어들인 이익을 다른 국가(한국)의 부실 기업에 임의로 교차 투입하는 것은 개별 펀드의 독립적 운용 구조와 출자자(LP) 간의 엄격한 계약(약정) 조건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즉, 일본 재팬웰빙을 팔아 생긴 2조 원은 해당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들에게 약정대로 분배되어야 하는 자금일 뿐, 한국 홈플러스의 소방수로 전용할 수 있는 프리캐시(여유 현금)가 아니라는 논리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메리츠, “홈플러스 정상화, 최대주주 MBK가 먼저 책임져야”…수익 사유화 비판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향해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채권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메리츠금융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운용자산 약 325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연간 수천억 원의 운용보수와 막대한 성과보수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브스 기준 한국 부자 순위 2위인 김병주 회장의 자산(추정 99억 달러)과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지급된 17억 달러의 분배금을 언급하며 MBK파트너스의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펀드 3호는 홈플러스 투자 부진에도 지난해 15.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메리츠금융은 “경영권을 보유해 온 최대주주가 금융 지원을 해온 채권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은 시장의 상식과 책임경영 원칙에 어긋난다"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MBK파트너스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금 지원 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사태는 대형 오프라인 마트의 업황 악화 속에서 지분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바이아웃'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며, 투자 성과를 둘러싼 자본시장 내 대형 금융사 간의 책임 공방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음은 메리츠금융그룹 입장문.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스스로를 동북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라고 소개해 왔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약 325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며, 업계 통상 수준의 기본 운용보수 1%이상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투자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익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의 추정 자산은 99억달러로 2026년 포브스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김 회장의 자산이 MBK파트너스를 통한 대형 인수합병(M&A)과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올해 3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달러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홈플러스가 포함된 바이아웃펀드 3호는 홈플러스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부담을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을 보유해 온 MBK파트너스야말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입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대한 금융 지원 과정에서 채권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투자 성과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와 함께 향유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따른 부담은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상식과 책임경영 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과 손실 부담이 선행돼야 합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투자 성과에 따른 이익을 누려왔습니다.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 있는 해결을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먼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 노력과 자금 지원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 칼럼] 삼전닉스를 쥔 ‘환상 속의 그대’

1년 전엔 '5천만 국민이 정치, 종교전문가'라고 했다. 누구든 정치가, 종교가 어떠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요즘 전문 분야가 달라졌다. '5천만이 주식전문가'다. 묻지 않아도 AI와 주식의 아름다운 미래에 대해 식견을 펼친다. 나는 묻지도 않았다. 주제는 단연 '삼전닉스'다. '자본시장부장이신데 몇 층에 들어가셨냐?' 'AI가 어쩌고 저쩌고인데 어떻게 전망하시냐'는 질문을 자주(최근엔 매번) 받는다. '주식 잘 안한다'고 답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길거리에 돈이 굴러다니는데 그걸 왜 안 주워?' '주식 초짜인 나도 어떻게 버는지 알겠는데? 바보인가'라는 투다. 집요하게 캐물어 오면 못 이겨 답한다. “6층에 들어가 견디다 급전이 필요해 9층에서 나갔다" 그러면 대부분 “안타깝다"고 말은 해준다. 그러나 능글한 표정에선 '나보다도 주식을 모르면서 증권부장을 하고 있구먼'이라는 의미가 잘 전달된다. AI에 대한 전망도 캐묻는다. “AI 발전 속도는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고, 그 발전이 어느 특이점을 만나면 반도체 수요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가 아니라 범용의 칩이 이를 대체하면 발주했던 반도체 물량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정도로 답한다.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중간에 말을 끊으며 “반도체는 3년 동안 수주할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 삼전닉스 끄떡 없다. 유튜브만 보면 다 나온다"란다. 표정을 보면 '내가 산 미국 Ai주식과 삼전닉스는 3년 동안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야'란 확신성 소망이 읽힌다. '삼전닉스신자' 앞에서 머쓱해질 때 이런 가사가 떠오른다.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 꼭 잘 될 거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라는 곡이다. 그때의 '아이들'이 이미 노년에 접어들고 있을 정도로 오래 전 노래다. 주가는 환상이고, 살고 있는 모습은 실물이다. 1년간 코스피 지수는 2000에서 현재 8500까지 급등했다. 지수가 약 4.25배 상승하는 동안 시총은 4000조원 이상(절대 자산) 늘었다. 그 4000조는 어디에서 왔나. 예적금은 물론 마통 등 신용대출, 주담대, 보험 해약 등등 거의 모든 금융자원을 한데 끌어모은 거다. M2 대비 주식 시가총액 비율은 약 135% 정도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에 사는 아이들이 AI 발전 방향을 살짝 틀어버리면 이런 환상은 쉽게 깨진다. 투매가 일어나고 증시에서 실물 시장으로 현금이 쏟아져 나온다. 거대한 주가 차익이 부동산으로 넘어가면 그동안 대출규제로 잡아놨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다. 이에 더해 임금 수준이 올라가며 근원물가도 자극하게 된다. 금통위 점도표가 50bp 인상에 몰린 이유 중에 하나다. 물가 고삐를 쥐려면 금리를 크게 올릴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올리면 현재도 유동성 수혜를 입지 못한 다양한 섹터(시총 절반은 삼전닉스)는 돈줄이 더 꽉 막힐 수밖에 없다. 주식으로 돈은 벌었으되 물가로 까먹고, 유동성은 풍부해졌으되 기업에 자금은 마르게 된다. 지방선거까지 나온 증시 부양책이 '환상'을 채워줬다면 이제는 '살고 있는 모습'을 챙겨야 할 때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MBK, 美 로비스트 선임에 中 자본 논란…“특정 국가 영향력? 타당치 않아” 반박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MBK파트너스(MBK)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로비스트를 추가 선임하자 중국 국부펀드 출자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테네시주(州) 클라스빌에 74억 달러를 들여 핵심 광물 통합 제련소를 짓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MBK가 미국 내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방과 안보에 능통한 로비스트를 선임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과 미국 연방 상원의 로비공개법(LDA) 문서에 따르면, MBK 도쿄 사무소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로비업체인 '더 매키언 그룹(The McKeon Group)'을 신규 로비스트로 등록했다. 해당 문서에는 로비 목적이 'CFIUS 관련 사안 대응'으로 기재됐다. 더 매키언 그룹은 미 하원 군사위원장을 지낸 하워드 매키언이 이끄는 로비회사로, 국방·안보 분야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앞서 올해 2월에도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KICH)' 명의로 미국 대형 로펌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를 로비스트로 선임했다. 당시 등록 문서에는 '테네시 제련소 관련 외국인 투자'가 로비 목적으로 명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로비 강화가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통합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는 아연·연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게르마늄·갈륨 등 전략 광물과 반도체황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전략과 맞물린 사업이라는 평가다. CFIUS는 미국 재무부를 중심으로 국방부·국무부·상무부 등 주요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심사기구다.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와 기술 확보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며 필요시 거래 중단이나 무효화를 권고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핵심광물·반도체·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대중 견제를 강화하면서 심사 기준 역시 엄격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MBK 6호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출자한 사실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IC는 MBK 6호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을 출자했으며, 이는 전체 약정액의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MBK 부회장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자본 비중이 약 5%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계 자본과 연계된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모펀드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모두 최근 전략 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 심사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최근 MBK의 일본 공작기계 업체 마키노 밀링 머신(Makino Milling Machine) 인수 추진에 대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단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 자본의 기업 인수를 안보 이유로 제동 건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마키노의 공작기계 기술이 군수 분야로 전용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다만 MBK는 중국 자본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MBK는 최근 입장문에서 “일부 투자자(중국 국부펀드)의 출자 사실만으로 운용사의 의사결정이 특정 국가(중국)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MBK는 또 마키노 투자 과정에서 이미 CFIUS 심사를 거쳐 올해 1분기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BK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거래 구조, 투자자 구성, 운용사의 독립성 등을 종합 심사한 뒤 승인을 결정했다. MBK는 이를 근거로 “외부 영향 가능성이 차단된 독립적 GP(운용사) 구조임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분쟁이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모두 전략 기술과 공급망 문제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국내 M&A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연결된 사례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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