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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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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4% 더 내고 2% 더 받는다…내년부터 세대별 차등 인상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인상된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은 4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낸 만큼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은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료율은 1998년 9%가 된 뒤 26년째 같은 수준이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이다. 직장인의 경우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가입자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다만 세대별로 보험료율이 차등 인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의 소득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연금개혁에서 논의되는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은 42%인데, 정부안은 이를 더 이상 낮추지 않고 유지하는 내용이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며,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정부안은 또 하나의 '모수(母數)'로 기금수익률 '1% 제고'도 제시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2056년인 기금 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해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더 튼튼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세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현재 월 최대 33만4810원인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월 40만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우선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상한 뒤, 2027년 전체 대상자(소득 하위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거주 요건(19세 이상 5년), 해외소득·재산 신고의무 신설 등을 통해 기초연금 제도의 내실화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생계급여 지급을 축소하는 방식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감액되는 방식이어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도 기금 고갈로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도 국민연금법이 연급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더 명확히 할 계획이다.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기대여명 또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다만 의무가입기간만 늘어날 경우 60대 초반의 소득 공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군복무·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군복무 크레딧은 군 복무자에게, 출산 크레딧은 출산 시 가입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크레딧은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가 대상이지만, 이를 첫 아이부터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완화해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의 대상과 지원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하는 '다층 연금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영세사업장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등에 대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현물이전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률 개선을 꾀한다.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 등으로 가입자 확대를 유도하고,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물가 안정 확신’ vs ‘채용 둔화 위험’…美연준위원들, 금리인하 필요한 이유 제각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이유는 서로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몇몇 연준 인사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 같지만 대부분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에 표를 던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인 크리스틴 포브스는 “다른 지표와 위험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같은 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앞으로 나오는 지표들을 토대로 0.25%포인트 혹은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도파로 평가되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물가 상승세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콜린스 총재는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가고 있다고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콜린스 총재는 지역에서 고물가 폐해에 관해 계속 듣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금리인하에 관해 점진적이고 체계적 접근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처럼 일자리 증가세 둔화 우려는 거의 없고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다는 확신은 더 커진다는 견해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도 공유한다. 하커 총재는 지난달 금리인하를 0.25%포인트로 시작해서 신중한 속도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 경제학자 출신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고용시장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데일리 총재는 물가 압박이 완화되는 데 안도감을 표했지만, 고용에 하방 위험만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까지 고용시장 냉각을 초래한 것이 해고 확대가 아니라 채용 둔화임을 보여주는 지표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를 '채용과 해고 감소 모드'라고 부르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경제학자인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은 이사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이미 무게추가 움직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공고 수가 감소해서 실업률이 급등할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도 눈여겨보는 항목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현장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다. 보스틱 총재는 한동안은 4분기에 한 차례만 인하하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달 말에는 고용시장에서 불필요한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전보다 금리를 더 빨리 인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기업인들이 7월(FOMC 때)에 뭔가 해야 했다고 말하는데, 1월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지난달 말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데 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질 차입비용이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은 상황에선 이는 과도한 압박인데, 고용시장이 이미 모든 측면에서 냉각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선 이달 연준 금리 인하 폭은 6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 위험을 더 우려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지표가 나오면 큰 폭 금리인하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살 과티에리는 “고용보고서는 늘 중요한 지표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금리 관련성이 커졌다"며 “연준의 정책 결정 시에 다음 고용보고서뿐 아니라 앞으로 보고서도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초점 전환으로 투자자들은 고용 지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채권시장에서 연준 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3개월간 고용지표 발표 후 변동 폭이 소비자 물가 지표 때에 비해 거의 3배에 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 옛날이여’ 주가 폭락 인텔, 美 다우지수서 탈락 위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인텔이 올해 주가가 60% 떨어지며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점 등을 들어 이처럼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은 시가총액이 859억달러(115조3000억원)로 쪼그라들며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이 기간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약 20%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2021년만 해도 인텔 매출이 3배 규모였는데 이제는 절반에 불과하다. 이날은 뉴욕 증시에서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전반적으로 투매가 벌어진 가운데 인텔도 주가가 8.8% 하락했다. 로이터는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면 평판이 훼손되고 주가에는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오픈AI 투자 기회를 놓친 후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밀려나면서 입지가 축소됐고 TSMC에 맞서서 힘을 실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손실이 늘었다. 지난달 2분기 16억1100만달러 순손실이라는 암울한 실적을 발표하며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배당 중단, 직원 약 15%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인텔의 전직 이사들은 너무 미미하고 늦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칼슨 그룹의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인 라이언 데트릭은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빠지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며, 최근 부진한 실적은 마지막 압박"이라고 말했다. 서밋 인사이츠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킨가이 찬은 시장 수요가 인텔에 유리하지 않고, 제품 로드맵에도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UBS 증권에 따르면 7월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전월 대비 11.1% 감소했고. 5년 및 10년 평균보다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이달 중순 이사회를 개최하고 불필요한 사업 정리와 자본 지출 축소를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엔 애초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온 프로그래머블 칩(programmable chip) 사업부 알테라 등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20억 달러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일시 또는 완전히 중단하는 방안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우지수를 관리하는 S&P는 인텔 제외 가능성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우지수는 S&P500지수와 달리 주가 수준을 고려하는데 현재 인텔은 지수 내 가중치가 0.3%로, 가장 영향력이 낮은 종목이다. 인텔에 투자하는 가벨리 펀즈의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류타 마키노는 엔비디아가 대신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올해 들어 160% 뛰었다. 다만 다우지수는 다소 안정적인 종목을 선호하는데 엔비디아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도 후보라고 시노부스 트러스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대니얼 모건이 전했다. TI 주가는 올해 들어 20% 뛰며 다우지수 종목 평균과 비슷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타이태닉 명장면 ‘백허그’ 난간 무너졌다…심해에 가라앉은 모습보니

1912년 빙산 충돌로 침몰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타이태닉호의 독점 인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민간기업 'RMS 타이태닉'은 지난 7월 12일부터 20여일간 진행한 심해 타이태닉호 탐사에서 촬영된 사진을 전날 공개했다. 이 회사가 타이태닉호 심해 탐사에 나선 것은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탐사에는 사람을 태운 잠수정 대신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로봇이 동원돼 타이태닉호 잔해 현장을 촬영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타이태닉호 침몰을 다룬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 주인공 잭과 로즈가 '백허그'(뒤에서 하는 포옹)를 한 장소로 유명한 뱃머리의 난간이 최근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공개됐던 다른 탐사 사진에서는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뱃머리 난간은 2년 사이 부식이 진행돼 일부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RMS 타이태닉 관계자는 탐사팀이 난간의 부패 사실을 확인하고 슬퍼했다면서 “이는 타이태닉의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우리의 책무를 강화시켰다"고 밝혔다. 1986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아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던 다이애나 동상을 40여년만에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로마 신화에서 사냥의 여신인 다이애나의 모습을 본뜬 청동 조각상은 타이태닉호의 일등석 라운지 안에 전시되어 있던 것으로, 침몰 당시 라운지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선박 외부로 튕겨 나갔다. 이번에 발견된 다이애나 동상은 여전히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채로 해저 모래바닥에 처박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탐사를 진행한 RMS 타이태닉은 타이태닉호 잔해 유물 채취 허가를 두고 미국 정부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1987년부터 탐사를 통해 5000점이 넘는 타이태닉호 유물을 회수해 일부는 판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타이태닉호 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잔해에서 유물을 회수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2017년 난파선을 인양하거나 현장을 물리적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20년 RMS 타이태닉이 타이태닉호 잔해를 절단해 배 안에 있던 무선 전보기를 회수하겠다는 탐사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 당국은 이 회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의 제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탐사 및 유물 회수 의지를 밝혀왔던 RMS 타이태닉은 지난해 타이태닉호 탐사 관광에 나섰던 잠수정 한 대가 폭발해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로는 유인 탐사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發 금융시장 충격 안 끝났다?…“긴축 파장 몇년간 지속”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충격으로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이같은 '일본발 충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로 선회한 만큼 해외투자에 나선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티 로웨 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채권 총괄은 보고서를 통해 “매파적인 일본은행과 미국 경제둔화 우려로 지난달 5일 엔화 수요가 급증했었지만 투자자들은 글로벌 주식, 통화, 채권 등이 폭락한 근본적인 뿌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외 투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후세인 총괄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글로벌 증시 폭락의) 핑곗거리로 삼는 것은 커져가는 추세의 시작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긴축이 글로벌 자본 흐름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아 향후 몇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일본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면 생명보험사, 연기금 등 일본 거대 투자자들이 해외 우량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다시 몰릴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일본은행의 긴축으로 해외 자산(주식·채권)을 매각하고 일본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블룸버그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명의 애널리스트 중 절반 가량은 GPIF가 일본 주식 비중을 현재(25%)보다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GPIF가 해외 주식과 채권을 비중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30%, 48%에 달했다. GPIF가 굴리는 자금이 막대한 만큼 주식을 소폭 매수하더라도 이에 따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GPIF는 250조엔 가량을 운용하는 세계 2위 연기금이다. 블룸버그는 주식 비중이 5%포인트 확대된다는 것은 10조엔이 넘는 순매수라고 전했다. NLI리서치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 전략가는 “GPIF의 어떠한 움직임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GPIF가 일본주식 비중을 25%로 끌어올린 적은 10년 전이었다"고 말했다. GPIF는 자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 등을 고려해 5년마다 포트폴리오를 설정한다. 마지막 조정은 2020년 3월이었다. 당시 GPIF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기조로 일본 국채 비중을 35%에서 25%로 축소한 반면 해외 국채 비중을 15%에서 25%로 확대했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4일 오전 11시 13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5.25엔을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흐른다면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병원 ‘응급실 구인난’ 심각…연봉 4억원에도 의사 구하기 힘들다

전국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봉 4억원을 내건 병원도 쉽게 의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구인전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계약직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긴급 채용하는 재공고를 내고 오는 13일까지 원서를 받기로 했다. 연봉은 4억원이며, 계약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들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여러 차례 냈다. 지난 7월부터는 아예 채용 공고문에 연봉을 4억원으로 못박으며 구인하는 중이다. 인력 부족에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3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인근 대형병원에서 4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면서 사직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충주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 측은 이들에게 연봉 인상을 제시했으나, 2명만 이를 받아들이고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14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이들 가운데 4명이 사의를 밝혔으나, 병원 측의 설득 끝에 사직을 보류하고 업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사직과 이직이 잇따르자 수도권과 지역병원 간 '인력 불균형'도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달 21일 기준 1484명으로, 지난해 4분기 1418명에 비해 66명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공공병원이나 지역병원을 중심으로 사직이 잇따르면서 지역사회 응급의료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대병원은 최근 2년간 16차례에 걸쳐 응급실에서 근무할 의사를 채용 중이며, 지금도 7월부터 6명 모집 공고를 내 지원을 받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누적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피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이 보조하더라도 이들은 진료하거나 처방을 할 수가 없어 실질적인 업무를 나눠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일반의, 전공의를 포함한 전체 의사 인력은 평시 대비 73.4%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는 지난해 4분기 591명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54명으로 무려 537명 줄었으며, 일반의 및 인턴은 243명에서 35명으로 188명 급감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에 사직을 고려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나날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응급의학과 자체의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아무리 고연봉을 제시해도 쉽게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고, 더욱이 지역의 경우 근무는 물론 정주 여건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구인난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골드만의 돌변 “구리 가격 크게 안오른다…금값 주목해야”

'구리값 강세론'으로 유명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년 구리 가격 전망치를 돌연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사만다 다트와 단 스트류벤 등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점점 더 실망스러운 중국의 경제 회복으로 예상됐던 구리 가격의 상승 랠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기대했던 구리 재고의 급감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내년 구리값 전망치를 톤당 1만100달러로 종전 전망치보다 무려 5000달러 가까이 낮췄다. 또 올 연말에 도달될 것으로 예상했던 전망치인 1만2000달러는 2025년 이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9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IB들 사이에선 구리 가격이 승승장구할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월 골드만삭스는 “2025년에 구리 가격이 1만5000달러로 재평가될 것이란 우리의 확신이 더 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씨티그룹도 지난 5월 “향후 12~18개월에 걸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2000달러, 혹은 1만5000달러까지 오르는 경로에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재고가 계속 쌓이자 골드만삭스의 견해가 바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제조 및 수출이 역풍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부진한 원자재 수요와 중국의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리스크로 인해 원자재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선별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알루미늄 가격전망치를 기존 톤당 2850달러에서 2540달러로 낮췄고 철광석과 니켈에 대해서도 약세론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가장 강한 원자재는 바로 금"이라며 국제금값이 내년 초 온스당 2700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중앙은행들의 수요로 금 시장에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527.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해리스·트럼프 美 노동절 맞아 표심 구애…“반노조” vs “모두 고통받아”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노동절인 2일(현지시간) 앞다퉈 노동자 표심 공략에 집중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유세에서 노동조합이 미국의 발전과 중산층 확대에 기여했다면서 “노조가 강해야 미국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막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연방기구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 파괴자를 임명했다고 비판하고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조직할 자유가 있는 미래를 위해 싸운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프로법'을 통과시키고 노조 파괴를 영원히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법(PRO Act)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에 이어 미국 철강산업의 중심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유세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반대를 천명하면서 US스틸이 미국 기업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미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성 있는 제조업체다. 먼저 연설한 바이든 대통령이 “US스틸은 미국 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가세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주 5일 노동', 급여 인상, 안전한 직장 환경 등 미국 근로자들이 누리는 것들과 관련해 “노조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억만장자와 대기업 감세, 저소득층 의료보험 혜택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 감축 등에 나설 것이라면서 “우리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방문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위스콘신주와 함께 대선 승패를 결정할 핵심 경합주로 꼽히며 노동조합에 소속된 유권자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개 주를 가져간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고, 2020년 대선 때는 친(親)노조 성향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부 되찾아왔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는 반(反)노조 구사대(스캡·scab)"라고 비판하는 광고판을 설치했다. 스캡(scab)은 회사가 파업 중인 조합원을 대체하기 위해 고용한 비조합원 노동자를 뜻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날 유세 일정이 없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재임 중에 공정한 무역 협상을 하고 노동자 지원 정책을 펼쳤다면서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 첫 임기 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큰 성공을 이뤘다"면서 “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모든 노동자와 기업이 번영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 때 성과와 관련,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협상을 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과시키고 기업과 노동자에게 번영을 위한 도구를 제공했다"면서 “우리는 직업 훈련 및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우리는 노동자 덕분에 경제 강국이 됐으나 카멀라와 바이든은 모든 것을 후퇴(undone)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 동지 아래 모든 미국인은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에 높은 기름값, 교통비 상승,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나약하고 실패한 리더십 아래 계속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황 심각” 폭스바겐 공장폐쇄…유럽 車업계로 불똥튀나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한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독일 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볼프스부르크·브라운슈바이크·잘츠기터 등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지난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39년 폭스바겐 설립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은 없다.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계획은 수년 동안 과잉생산과 경쟁력 저하를 무시한 데 따른 결과라며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해럴드 핸드릭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매우 어려운 지정학적 세계에 살고 있는데 유럽은 이러한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미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저스트 오토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안 나오는 공장을 30개 넘게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유럽 제조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5분의 1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전기차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없애자 유럽은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느린 지역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는 물론 비야디(BYD)와 폭스바겐의 중국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 소유의 MG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유럽 시장에 진출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합쳐도 테슬라가 두 배 이상 크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징후도 조금씩 늘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기차 피아트 500 등의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다. 스텔란티스 이탈리아 공장의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36% 급감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가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 공급중단,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등으로 유럽 업계가 내연기관차 공장을 유지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의 모리츠 크로넨버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폭스바겐의 비용절감 계획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회를 놓친 결과"라고 꼬집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회의 땅’ 美 ESS 시장…韓 배터리 새 돌파구 될까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에 이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는 미국 ESS 설치량이 사상 처음으로 10기가와트(GW)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실적 반등 기회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개발업체들이 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자 올해 미국에서 유틸리티급 ESS 설치량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에너지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와 미 청정전력협회(ACP)가 발표한 최신 '미 에너지 저장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에서 1265메가와트(MW)의 ESS가 새로 설치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84% 급등한 수치이며 1분기 기준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보고서는 이어 올해 미국에서 12.9GW의 ESS가 새로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미국 연간 ESS 설치량이 사상 처음으로 10GW선을 웃돌게 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2028년까지 총 62.2GW의 ESS가 새로 설치될 것이라고 우드매켄지는 예측했다. 미국 정부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내놨다. EI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신규 ESS 설치량은 4.2GW로 집계됐는데 올 하반기에는 10.8GW의 ESS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예정됐다. EIA의 이같은 예측이 현실화되면 올해 미국에서 15GW의 ESS가 새로 추가돼 미국 ESS 설비용량은 올 연말까지 30GW를 넘어선다. 이처럼 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은 IRA로 꼽힌다. IRA는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30%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데 부품 등이 자국에서 조달되거나 ESS가 저소득 지역 또는 에너지 전환에 영향받는 지역에 설치되면 추가 혜택을 준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와 연계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ESS가 설치돼도 IRA 혜택 대상이다. 이 때문에 유틸리티급 ESS 시설이 급증하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와중에 배터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ESS 성장을 견인시킨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ACP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평균 비용이 지난해 키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10년전인 kWh당 780달러 대비 대폭 감소했다. 글로벌 ESS 선두 기업인 플루언스 에너지의 존 자후라닉 아메리카 담당 회장은 “배터리와 ESS 비용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목격하고 있다"며 “특히 원재료 비용 감소, 생산 규모 확대, 둔화된 전기차 수요 대비 과잉된 공급이 배터리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미국에서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블룸버그NEF는 글로벌 ESS 시장이 매년 21%씩 성장해 2030년 시장 규모가 137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태양광과 풍력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9%, 7%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NEF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ESS 비용 하락의 주역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활용한 ESS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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