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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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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앞두고 에어컨 특수 온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면서 AI 기능을 앞세운 주요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가정용 에어컨 일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6월 중순보다 약 한 달 앞당겨진 기록이다. LG전자도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집계 대상은 일반 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 무풍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창문형, 시스템에어컨 등 가정용 제품이다. 5일간 1분에 7대 이상씩 팔려나간 셈이다. 지난주 삼성전자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가정용 일반 에어컨의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두 업체 모두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능 탑재 가정용 일반 에어컨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비스포크 AI 무풍 클래식, AI 무풍콤보 벽걸이, AI Q9000 등 4개 라인업의 2025년형 AI 에어컨을 출시했다. 신제품에는 AI가 자동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AI 쾌적' 기능과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AI 절약모드'가 탑재됐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와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땀나네", “오늘도 열대야네" 같은 일상적인 표현만으로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AI 바람'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이용 패턴과 공간 구조를 학습해 맞춤형 냉방을 제공하며, “내가 좋아하는 온도 알지?"라는 말에도 반응해 온도를 맞춰준다. 에어컨 구독 서비스 이용 고객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에어컨 구독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구독을 이용하면 제품 상태 점검, 필터 교체, UV 살균 등 전문 케어 서비스와 무상 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두 업체 모두 생산 체제를 조기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0일 이상 앞당겨 에어컨 생산라인 풀가동을 시작했고, 4천700여 명의 에어컨 설치 전담팀을 조기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경남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 3월부터 풀가동 중이며 설치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에어컨·세탁기·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광고에는 과거 에어컨 모델이었던 김연아가 다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주거 환경과 사용 목적에 맞춰 벽걸이·창호형·이동식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판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대차 아이오닉, 4년 만에 글로벌 판매 50만대 돌파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이 출시 4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 등 아이오닉 시리즈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까지 총 51만4588대를 기록했다. 2021년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출시된 지 4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아이오닉 시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6만5906대로 시작해 2022년 11만4548대, 2023년 16만9812대로 매년 판매량이 늘며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영향으로 12만1375대 판매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아이오닉 시리즈 판매량은 1만63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증가했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해외 판매 비중은 77.8%(40만545대)로, 내수 판매 22.2%(11만4043대)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오닉 시리즈 10대 중 8대가 해외에서 팔리는 셈이다. 차종별로는 가장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가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5N(8729대)을 포함해 총 40만7607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했다. 아이오닉6과 아이오닉9는 각각 10만4458대, 2523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인기 요인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높은 경쟁력이 꼽힌다.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 시리즈는 동급 차량 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18분 만에 배터리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3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차', '2023 싱가포르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아이오닉6도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올랐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가 승용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6의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와 고성능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N라인'의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아이오닉9의 판매를 향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성 강화 및 판매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 인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재계의 판이 바뀐다’…에너지로 재설계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에너지는 힘이다. 그리고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이 힘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쓰기도 한다. 재계의 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넘어,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과 유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LG, SK, 포스코, 한화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차전지·수소·원전 등 고부가 신사업을 지주회사 체제 강화, 계열사 지배력 유지,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단순 사업 확장의 틀을 넘어, 에너지 사업의 분사와 상장, 지주사 투자 연결, 합병 등을 통해 그룹의 핵심 지배 경로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LG그룹은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2022년 상장시켰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2차전지 시장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LG화학을 통해 에너지사업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고정시키는 전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도 LG화학이 81.84%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인 (주)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그룹 내 최대 성장 동력이 된 이후에도, LG그룹 총수일가와 지주사는 배터리 사업의 성과를 직접 지배구조에 반영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유지한 셈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의 상장과 분리를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계열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고안한 사례다. 향후 LG화학이 추가 지분 매각이나 자회사 신주 발행을 단행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통로는 유지된다. SK그룹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SK온을 설립했다. 이후 2024년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55.91% 까지 확대됐다. 이 구조는 단순한 에너지 부문 재편이 아니라, SK㈜가 배터리와 LNG, 도시가스, 친환경 발전까지 포괄하는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지주사-핵심 사업' 재설계 작업이었다. 특히 SK온은 아직 상장 전 상태지만, 향후 IPO가 실현되더라도 SK㈜ → SK이노베이션 → SK온이라는 지배 흐름이 고정돼 있어, 그룹의 전략적 통제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SK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외부 자본 유치는 추진하면서도 핵심 사업군의 경영권은 지주사 경로 아래 놓이도록 설계한 셈이다. SK온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분을 실제로 넘기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맡긴 뒤, 주가 상승분(차익)을 외부 투자자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 역시 지주사 지배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무적 부담을 조정하려는 설계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그룹의 방산·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핵심은 인수 주체가 김동관 부회장 중심 계열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태양광, 수소, 해상풍력 등 에너지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조선사업 인수로 해당 산업군 지배 기반을 확대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원전 EPC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사업을 맡으며, 형제 간 신사업 중심의 역할 분담이 지배구조 차원의 체제 설계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신사업이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총수일가 후계 구도 내에서 사업적 정당성과 권한을 배분하는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룹 내 신사업 성공 여부가 경영능력 입증과 후계 정당성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POSCO홀딩스로 전환하며, 철강·2차전지·수소 등 각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퓨처엠(2차전지 소재)은 핵심 자회사로 육성되었고, POSCO홀딩스는 약 5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과거 포스코가 철강 중심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지주회사가 그룹 전략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면서 개별 자회사는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분산 통제를 강화한 모델이다. 포스코퓨처엠의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POSCO홀딩스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재무적 뒷받침이 명확히 수반되는 지주회사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향후 수소사업 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한국퓨얼셀(연료전지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한 경험이 있고, 향후 수소부문이 일정 수준의 외형을 갖추면 지주회사 산하 수소전문 자회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향후 성장 속도에 따라 지배구조 재설계를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유보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2025년 현재 에너지 신사업은 대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일 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설계·안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사 출자, 계열사 합병 등은 겉으로는 성장과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로 유지, 총수 일가의 간접 지배력 확보, 세대교체 기반 마련이라는 목적 아래 설계되고 있다. 이 흐름은 2차전지, 수소, 원전 등 고부가 에너지 산업이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지배 전략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는 이제 단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몇몇 그룹의 특수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일반적 진화 경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순환출자나 내부지분 확대로 지배력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신사업을 분할해 상장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지주회사-자회사 간 지배 연결망을 설계하는 구조적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제 회피와 자금 유입, 경영권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신사업은 지배구조 전략의 '최적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성패는 단지 시장성과 기술력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어떤 지배 구조로 안착시킬 것인가, 그룹 전략 속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한국 재계에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과제"라며 “결국 에너지 신사업은 사업 전략인 동시에 지배 전략이며, 세대 교체의 증명 도구"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홈플러스 사태’ ABSTB 해명에도 의혹 풀리지 않는 타임라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회피가 계속되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화증권(ABSTB) 상환 불이행, 투자자 피해 발생 등으로 금융당국의 수사까지 이어지자 MBK 측은 “사전 인지나 구조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 중이다. 그러나 유동화 구조의 실질, 타임라인상 정황, 카드 계열사 지원 흐름 등을 고려하면, 해당 해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태의 중심에는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있다. 이는 홈플러스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매출채권을 간접적으로 유동화해 투자자에게 판매된 상품으로, 현재 약 900억원에 달하는 상환 지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개인 투자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정보 비대칭'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상당하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ABSTB 손실 사태와 관련해 “신영증권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 규명돼야 한다"며 신영증권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와 주주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했으며, 회생절차 또한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홈플러스는 “ABSTB는 신영증권이 설립한 SPC가 발행했으며, 자신들은 발행 구조나 판매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조를 살펴보면 홈플러스는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해야 할 채무를 유예받고, 이 채무의 현금흐름을 카드사가 SPC에 넘긴다. SPC는 이 참가권을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하고, 이를 신영증권이 총액 인수 후 일반 투자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지급 능력과 신용도가 ABSTB의 실질적 안전성을 좌우하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SPC가 발행 주체라는 법적 외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의 상환 능력을 근거로 투자 결정을 내린 셈이다. 즉, 경제적 실질상 홈플러스는 기초자산의 제공자이자 유동화 구조의 핵심 축이었다. 홈플러스는 카드사에 연 12~16%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기업입장에선 자금 조달 편의성을 극대화한 수단이었고, 투자자 입장에선 홈플러스의 신용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하는 구조였다. 신용등급 하락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개운하지 못하다.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정 통보를 받았고, 그 즉시 이의신청과 재무구조 보완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MBK도 같은 날 1000억원 규모의 신용공여 약정과 RCPS 조건 변경 등을 신속히 제시했다. 이는 명목상 '예측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상충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MBK가 공식 통보 시점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MBK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을 인지하고 2월 28일 오후부터 회생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청일은 3월 4일이며 그 사이 임원회의 및 이사회 결의가 토요일(3월 1일)과 대체공휴일(3월 3일)에 이뤄졌으며, 서울회생법원은 단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는 평균 47일이 소요되는 일반 회생 개시 절차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다. 또한 MBK는 2023년에 이미 유통업체 회생절차에 대해 외부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MBK 측은 이를 '일회성' 자문이라 설명했지만, 비상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 검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이다. MBK의 계열사 롯데카드를 통한 간접 지원 의혹도 있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홈플러스의 기업구매카드 거래에서 롯데카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었고, 관련 매출채권은 2024년에만 7953억원에 달했다. 이 중 43%는 유동화하지 않고 롯데카드가 직접 보유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으로 인해 500억원대 미회수 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카드사가 채권을 전량 유동화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카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MBK가 계열사를 활용해 홈플러스에 비정상적 자금 지원 또는 리스크 이전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현재 금융당국은 MBK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 및 회생 절차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조사 중이다. 일부에서는 동양그룹 CP 사태와 구조적 유사성을 지적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구조를 넘어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법적 책임뿐 아니라, 대주주로서의 윤리적·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는 MBK의 향후 국내외 투자 신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태양광 발전 패러다임 전환…SK이터닉스 ‘구조화’ 눈길

수익성이 낮고 변동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SK이터닉스가 '구조화'를 통한 수익 확보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단과와 판매가가 정부의 정책에 좌우되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뚜렷했다. SK이터닉스는 이런 태양광 사업에서 '구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SK이터닉스는 전국 65건의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된 자산과 계약 권리를 다른 회사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829억2000만원이다. 이 자산을 넘겨받는 회사는 '솔라닉스2호 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발전소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묶어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공시 내용을 보면, SK이터닉스는 2개의 발전소 설비를 넘기고(계약금 90%, 잔금 10%), 나머지 63건은 전력을 팔 수 있는 계약상의 권리를 넘긴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에 약 248억원을 27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6.05%다. 즉, 자산을 넘기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태양광 사업을 구조화한 사례다. 전국에 흩어진 작은 태양광 발전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방식이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수료와 용역비, 투자수익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솔라닉스1호' 모델부터 태양광 구조화를 시도했다. 당시 SK이터닉스는 전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약 4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단지를 구성했다. 이 발전소들은 모두 SPC에 편입됐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의 일부 지분(약 19%)만 갖고, 나머지는 SK가스와 금융회사들이 투자했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발전소들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역할에 따라 SK이터닉스는 '개발 용역비'라는 이름의 수익을 받는다. 또, SPC가 발전한 전기를 기업에 팔 때 SK이터닉스가 거래를 중개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받는다. 이 밖에 SPC 지분에서 나오는 수익과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수익으로 잡힌다. 실제로 솔라닉스1호에서는 개발 용역비로 약 102억원을 받았고, 전기를 팔아서 연간 약 65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방식이 나타난 배경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크게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싶어졌다. 또 RE100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직접 구매(PPA 계약)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구조화된 SPC는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SPC와 계약을 맺고, 20년에서 30년 동안 전력을 고정된 조건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요금 불확실성을 줄이고, 탄소배출량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소를 가진 소규모 사업자 입장에서도, SPC에 자산이나 권리를 넘기고 정해진 수익을 받는 구조는 일정한 장점이 있다. SK이터닉스는 이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익을 확보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본 효율성이다. 솔라닉스1호 사례에서 SK이터닉스는 1억7000만원만 출자했지만, 전체 SPC 자산은 760억원 규모였다. 즉, 적은 자본으로 큰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번 솔라닉스2호 역시 SK가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자금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러 발전소를 묶어 하나의 SPC에서 운영하면 발전량이 고르지 않더라도 위험이 분산된다. 발전소 한 곳이 문제가 생겨도 전체 수익 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안에 솔라닉스3호도 출범시킬 계획이며, 기업들로부터 PPA 계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태양광 산업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를 얼마나 잘 팔 수 있는지, 즉 어떻게 계약을 구성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거래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구조화 사업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도 연결된다. SK가스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SK E&S는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도 관련 분야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K이터닉스의 이번 구조화 사업이 그룹 내 다른 에너지 사업들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태양광 발전은 어떤 구조로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가가 중요한데 SK이터닉스는 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상법 vs 자본시장법…차기 대권의 지배구조 해법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요 정책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주요 후보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권 강화라는 목표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실현할 수단과 방식에서는 각 후보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익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자본시장법을 중심으로 시장 친화적인 유도책을 제시한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쪼개기 상장 제한 등 기존 경영 관행을 손질하는 상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단순히 소수주주 보호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1400만 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운다. 이 후보의 구상은 '경제민주화' 기조 아래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억제하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확립하겠다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상장사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최근 한진그룹과 LS그룹의 자사주를 활용한 의결권 부활 시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슈와 관련됐다. 쪼개기 상장 규제 역시 모회사 주주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추진된다. 해당 제도들이 모두 시행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 적잖은 지배구조 충격이 예상된다. 반면 재계는 이 같은 개정이 경영 판단 위축, 이사회의 책임 회피, 외국인 투자 유입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법 개정 시 상장사의 상장 유지 비용이 평균 12.8%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준법 부담과 불확실성 증대가 현실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후보의 안건은 재계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지배구조 관련 제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반대로 같은 이유로 일반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의 환영을 받는 공약이기도 하다. 김문수 후보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핵심은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 유인이다. 그는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공시 의무 강화, 그리고 대통령 해외 순방 시 IR(투자유치 활동)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김 후보는 시장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상장사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직접적인 기업 규제보다, 유인을 통한 환경 조성이 기업 경영 안정성과 주주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접근에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할 경우, 단순한 세제 유인보다 지배구조 투명성과 관련한 법제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의 정책은 단기 성과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의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 핵심 쟁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등 주주권 보호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가에 있다. 이는 곧 상법 개정이라는 강제적 수단을 택할지, 자본시장법 중심의 유인책에 의존할지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상법 개정안은 법률로 기업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구조적 개입'에 가깝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자율에 기반한 유도책으로 간접 효과를 기대한다. 후보 간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제도 선택을 넘어, 경제 철학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적 선택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투자자 보호 간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위메이드, 1~3회차 CB 조기상환에 이어 4회차 CB도 ‘리스크’

위메이드가 이미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의 조기상환을 결정한 가운데, 추가로 20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에 대해서도 상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4회차 CB는 전통적인 풋옵션 조항이 없지만, 특정 조건 발생 시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위믹스(WEMIX)에 대한 국내 주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해당 조항이 정한 '상환 청구 요건'을 실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위메이드는 또 다른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할 상황이다. 19일 위메이드는 지난 4월 18일 2022년 11월 발행한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을 조기상환한다. 이들 전환사채는 마이크로소프트,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 복수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모 발행된 물량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익 실현이 어려운 시점에는 풋옵션이 적극 행사되는 구조다. 특히 1~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약 4만948원이었는데, 상환 결정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약 2만4000원 수준으로 하회하고 있었다. 전환 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면 2023년 9월 발행된 제4회차 전환사채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인수한 물량으로, 전통적 풋옵션은 제외된 구조지만 상환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바로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 때문이다. 해당 CB는 위믹스 사업과 관련된 특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채권자가 만기 이전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SK플래닛은 위메이드와 전환사채 계약 체결 이후 위믹스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공동 사업을 추진해온 전략적 파트너다.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 연계까지 염두에 둔 협력 관계였지만,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당초 구상된 협업 구조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로 인해 SK플래닛이 전략적 연대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었으며, 계약상 조기상환 요건이 충족된 이상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환 요건 중 첫 번째 항목은 “위믹스 토큰이 국내 원화 마켓 또는 해외 달러 마켓에서 1곳 이상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이다. 위믹스는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에 소속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태로, 이 요건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충족됐다. 상환 청구 시 별도의 사채권자 집회 없이 서면 통지만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구조상 일반적인 채권과 유사하게, 특정 조건이 맞춰지면 계약상의 권리가 즉시 현실화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4회차 CB에는 이 외에도 위믹스 관련 형사소송으로 인한 거래정지, 지식재산권 상실로 인한 손실, 가상자산 관련 규제 미이행 등의 상황도 상환 요건으로 포함돼 있다. 1~3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는 구조상 차이가 분명하다. 1~3회차는 복수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 전환사채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자 보호 조항이 폭넓게 포함돼 있었다. 반면 4회차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전략적 목적으로 인수한 구조로, 일반적인 풋옵션은 빠져 있지만 위믹스와 관련된 리스크 발생에 따라 선택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삽입돼 있다. 조건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으며, 트리거 발동 시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 없이 바로 실행 가능한 구조다. SK플래닛이 투자 성격을 전략적 관점에서 유지할지, 아니면 재무적 판단에 따라 조기 회수를 선택할지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위믹스 생태계에 대한 시장 신뢰가 급속히 약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위믹스는 빗썸에서 투자유의 공시된 상태로 거래 중이며 오는 6월 2일 거래 지원이 종료된다. 한편 위메이드는 2025년 1분기 기준 개별 재무제표에서 11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외형상 흑자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회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배당수익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위메이드는 영업손실 약 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분석에 따르면, 전기아이피에서 약 400억원, 위메이드맥스에서 1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이 유입됐으며, 나머지 700억원 이상은 위믹스코리아 등 비상장 자회사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형적인 내부 유보금 회수로,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유동성 확보 방식에 가깝다. 연결 기준 실적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2025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13억원에 달했다. 분기순손실은 206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블록체인 기반 수익이 사실상 정지된 가운데, 기존 게임 부문만으로는 전체 손익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등으로 유입된 현금의 상당부분은 CB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며 “위믹스에 대한 관리만 잘 됐더라도 주가 하락과 CB 조기 상환 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전 로펌과 43억 소송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과거 법률대리를 맡겼던 법무법인 바른과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은 성공보수 등 업무 보수 43억원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6일 바른이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바른 측은 조 전 부사장과 체결한 법률 업무 위임 약정에 따라 일부 업무에서 성과를 달성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한 보수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바른이 청구한 금액에 상응하는 수준의 법률 업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일부 시간제 보수 내역 외에 전체 위임 사무 중 실질적인 기여가 미미했고, 보수 지급 조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또 바른이 청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공동상속인들과 관련된 내부 전략과 목표를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른은 협박이 아니라 성공보수 청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설명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양측이 지난해 하반기 결별한 이후 제기된 것이다. 바른은 '형제의 난' 시기부터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를 맡아왔으며, 지난해 9월 설립된 단빛재단과 관련된 법률 자문도 제공했지만 이후 계약은 종료됐다. 조 전 부사장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바른이 아닌 다른 로펌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바른은 올해 1월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16억원 규모의 주식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은 해당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단빛재단은 조 전 부사장이 상속받은 자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으며, 자산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공익사업 실적은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재단 측은 이사진 구성을 완료하고 사업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반도체 매출지도, 삼성은 ‘세계’로 SK는 ‘미국’으로 그린다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의 매출 분포를 놓고 시장의 해석이 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글로벌 공급 회복과 메모리 반등의 수혜를 입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매출을 견인한 지역과 전략은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는 지역별 매출을 고르게 분산시키며 안정감을 보여준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향 수출 급증에 의존하는 구조를 드러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총 매출은 79조1405억원, SK하이닉스는 17조6391억원을 기록했다. 숫자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지만, 더 주목할 대목은 매출의 '출처'다.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22.3%, 중국 16.3%, 유럽 10.4%, 아시아 및 기타 13.6%, 국내 11.0%로 비교적 균형 있게 분포돼 있다. 각 지역이 전체 매출의 10~20%를 고르게 차지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나 단일 시장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비중이 무려 72.5%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4분의 3이 한 국가에서 발생한 셈이다. 그 외 지역은 중국 15.3%, 아시아(중국 제외) 7.1%, 유럽 2.5%, 국내는 2.5%로 매우 제한적이다. 수치상으로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출 특화형 반도체 기업의 전형이다. 양사의 지역별 매출 추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매출 비중이 상승한 배경에는 AI 서버 수요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NVIDIA, AMD, Google 등)을 고객으로 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대폭 확대하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전 분기 대비 미국향 매출은 배 가까이 급증했고, 전체 비중 역시 50.8%에서 72.5%로 2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분기 실적 반등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국은 양사 모두 부진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비중이 전기 31.1%에서 23.3%, 이번 분기엔 16.3%까지 떨어졌고, SK하이닉스 역시 32.9%에서 15.3%로 반토막 났다. 미중 기술 갈등, 현지 수요 위축, 수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아 타격이 제한적이었던 반면, 하이닉스는 중국 매출 급감에 따른 공백이 컸다. 유럽 시장 역시 양사의 전략 차이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약 10%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가전, 스마트폰, TV 등 세트 제품을 중심으로 유럽 내 브랜드 영향력과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구조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유럽 매출 비중은 2.5%에 그쳐 사실상 미개척 시장에 가깝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북미·중국·유럽·아시아 전역에 걸쳐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은 반면,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고객 집중형 수출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양사의 매출 지도는 각각의 전략적 성격을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생산기지 및 유통망, 전자제품·부품·전장 등 사업군의 다양성이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급격한 시장 변화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단일 제품군 중심의 구조이지만, 특정 고부가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통해 한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향 매출 확대는 단기 실적 반등의 동력이 되었지만, 지속성 측면에서는 시장과 고객의 편중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서버,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수요가 반도체 산업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으면서 양사 모두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 DDR5 등 고성능 메모리에서 업계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구조적 안정성을 어떻게 수익성으로 전환할지, SK하이닉스는 급성장 속에서 시장과 고객 다변화를 어떻게 이룰지가 관건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HBM 수요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집중도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반면 삼성은 파운드리 수주 확대만 가능하다면 통해 북미·아시아 매출 균형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상장 4수 SK엔무브, ‘전략 부재·시장 불신’ 해결해야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가 네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가운데 시장의 눈길이 따갑다. 이번에는 한국거래소가 사전 협의 단계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보다 명확히 하라고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SK엔무브가 과거 세 차례 IPO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철회한 전력이 있다는 점과 함께,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이 상장을 재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략 부재, 그리고 모회사 중심의 단기적 자금 조달 논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신뢰 회복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이번 IPO가 성사되기 위해선 단순한 실적 안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엔무브의 상장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과거 SK루브리컨츠 시절이던 2013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IPO를 추진했지만 모두 철회했다. 그 이유는 시기마다 달랐지만, 공통적으로는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기업가치 제시와 모회사(SK이노베이션)의 과도한 구주매출 계획, 윤활유 산업에 대한 성장성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13년 첫 시도는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급격히 악화된 실적이 원인이었다. 당시 SK루브리컨츠는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3230억원, 51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2년 4분기에는 277억원까지 급감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두 번째 시도였던 2015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자회사 IPO를 다시 추진한 사례다. 하지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매각 협상이 병행되며 혼란을 자초했다. 결국 기업가치 평가 논란과 IPO·M&A 병행 추진에 따른 시장 불신으로 상장은 무산됐다. 가장 최근 시도였던 2018년은 실적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당시 SK루브리컨츠는 연간 영업이익 504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기업가치 5조원대의 수준을 제시했지만, 공모가 희망밴드(10만1000~12만2000원)가 PER 기준 13~15배에 달해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반응이 나오자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2025년 들어 다시 IPO에 나선 SK엔무브는 과거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SK이노베이션이 7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30%는 IMM 크레딧앤솔루션(PEF)이 보유 중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IPO 수익의 상당 부분은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 형태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IPO의 핵심 목적이 여전히 '성장 투자 자금 확보'가 아닌, '모회사 및 투자자의 현금 회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 SK이노베이션은 IPO를 통해 최대 1조2500억원의 구주매출 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며, 이는 공모 총액의 80%에 달하는 비중이었다. 이는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주주의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가 이번 사전협의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적 우려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로부터 물적분할로 태어난 SK엔무브는 상장 시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주주의 가치 희석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복상장' 구조이며, 이는 최근 강화된 거래소 심사 기준과도 충돌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투자 확대, 재무구조 안정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엔무브 상장은 재무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과거 세 차례의 철회 사례에서 보듯, 자회사 IPO가 단기적 수단으로 반복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국거래소가 이번에 투자자 보호를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다. 단순히 재무지표와 실적 수준을 넘어서, IPO 목적의 정당성, 자금 사용계획, 상장 이후 시장가치 관리 방안까지 포함한 명확한 청사진이 요구되는 시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이미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며 “"SK엔무브의 상장이 성사되기 위해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재무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 전략과 투명한 상장 구조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이번 시도 역시 반복된 실패의 한 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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