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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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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확대 판결, AI 도입 가속화하나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의 AI(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임금 확대로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AI 도입을 통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호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의 도입을 앞당겨 현재 근로자들의 근로 기회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통상임금 판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 AI다. AI를 도입하면 인력 감원이 가능하거나 감원이 없이도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85.7%가 업무시간 감소를 경험했다. 직원들의 39%는 주당 10시간 이상 업무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업무 자동화를 함께 활용한 기업들은 44%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 그러다보니 AI를 도입해 업무 자동화를 이루는 분야의 야간근무와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초과근무가 감소할 경우 통상임금 인상으로 인한 수당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 아예 해당 인력이 담당하는 분야 전체를 AI가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에게 반가울 소식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도입 등으로 향후 5년 내 8.5%, 10년 내 13.9%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14.7%, 운수·물류업은 21.9%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전체 근로자의 19.1%가 AI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다.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에 다른 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직과 대면 서비스직은 AI 대체 가능성이 21~40%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은 일자리 상실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반복 직무, 사무직, 판매직 등은 AI 대체 가능성이 61~80%에 달한다. 디자인과 코딩, 정보 처리 등 AI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대체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례도 많다. 주요 IT기업은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AI의 도입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838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신입 공채 규모가 1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994명을 뽑았던 카카오는 올해 아예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AI 기반 챗봇과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콜센터 인력을 200명 이상 대폭 축소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AI를 통한 데이터 수집과 노동 통제도 문제다. 실시간으로 노동자의 움직임이 데이터화되면서 노동 감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의 도입 자체는 대세인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의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60조 투자 vs 2조 적자…용인 클러스터 ‘우려’

삼성전자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첫 공장을 2030년 말까지 가동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공장들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황에서 새로운 부지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특화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팹 6기가 가장 중요한 시설이며, 이를 필두로 최대 150개의 협력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160만명의 고용 창출과 400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면서 2026년 12월 착공해 2030년 말 첫 번째 반도체 제조공장 가동을 목표로 제시했다. 728만㎡ 규모에 360조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를 시행할 삼성전자의 상황이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는 건설 중인 공장들의 공사 일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착공한 미국 테일러 공장의 경우 당초 2024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였으나 2026년으로 연기됐다. 공사 진행률은 지난해 말 기준 59.7%에 그쳤다. 현지 주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국내 평택캠퍼스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 2021년 시작한 P4와 P5 공장의 클린룸 공사가 올해 1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파운드리 생산라인 일부는 '콜드 셧다운'(설비 전원 완전 중단) 상태다. 공사 인력도 최대 7만명에서 현재 1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미 부지가 준비된 상태에서 팹을 짓는 테일러나 평택 공장도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약 2조원,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져 시장점유율 차이가 50.8% 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 순위를 두고 파운드리 투자를 운영 중"이라며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각종 지원도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염불이다. 정부는 클러스터 내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1조8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로 했으며, 도로·용수·전력 인프라도 2030년 첫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투자 집행이 계획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투자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0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일러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을 키우려는 열망이 크다"면서도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 힘들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의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증설보다는 기존 라인의 전환이 우선이다. 평택과 기흥 등에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투자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첫 가동 목표는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실제 투자 집행 시기는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주주보호’ 상법개정 추진에 경제계 vs 시민단체 ‘팽팽’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과 일반 주주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모여 상법 개정과 주주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의 등 8개 경제단체와 참여연대는 27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등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양측은 합병가액 산정기준이나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 신주배정 등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나 주주 보호의무 신설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주주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주주보호 의무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도 “4대 자본거래 외에도 주주이익 침해 행위가 있어 일반원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대표는 “근본적 치료를 위해선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천 부회장은 “지배주주 사익편취 문제를 개별 규제로 대응하는 건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독일·일본도 이사의 의무는 회사에 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현행법상으로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해 상법 개정 없이 해석론과 판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모든 주주의 이익 고려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하다"며 반대했고, 최승재 세종대 교수도 “총주주 이익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못하게 되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세미나를 계기로 주주보호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개선에 ‘통 큰 성과급’ 지급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성과급을 정상화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모두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27일 삼성전자는 사내에 2024년 사업부별 OPI 예상 지급률을 공지했다. DS 부문의 OPI 예상 지급률은 12~16%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0%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OPI 지급 규모를 현재 산정 중이며, 내년 1월 지급 시점에 최종 공지할 계획이다. DS 부문은 지난해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2023년도분 OPI가 0%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업황이 회복되며 매출 약 109조원, 영업이익 약 16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모리 부문은 2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일 DS 부문 메모리사업부의 하반기 TAI를 기본급의 200%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DS 부문 역대 최대 규모로, 2013년 하반기 MX사업부가 받은 수준과 동일하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메모리사업부의 TAI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실적 개선이 주된 요인이다. 메모리 부문은 작년 10조원의 적자에서 올해는 20조원 내외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 회복과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다른 사업부의 경우 대부분 작년보다 낮은 성과급이 책정됐다.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OPI 예상 지급률은 40~44%로, 작년 50%보다 낮아졌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도 작년 43%보다 낮은 22~27%로 책정됐다. 생활가전(DA) 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는 각각 7~9%의 OPI가 책정됐다. 이는 작년 12%보다 낮은 수준이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36~40%, 삼성전기는 4~5%로 책정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아 DS 부문 전 직원에게 200만원의 위기극복 격려금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직원들의 동기부여, 사기 진작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이 단순한 실적 개선 평가를 넘어선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AI 반도체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과 격려금을 동시에 지급하며 핵심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내년 삼성전자 DS부문의 성과급은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2025년 DS부문의 영업이익을 18조5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16조원 대비 소폭 상승하는 수준이다. 특히 엔비디아향 HBM3E 양산 공급 지연과 중국 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 DRAM 수급 악화 등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적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폭탄이 된 ‘고환율’…삼성전자 부품 손실만 조단위

한국의 대표 제조업체들이 15년 만의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과거 수출기업의 '단골 호재'로 여겨졌던 고환율이 이제는 기업 실적을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 환율은 달러 강세 기조보다 원화 약세 기조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역(逆) 환율 효과'가 심화되고 있다. 26일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서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정치적 불확실성, 트럼프 재선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은 당분간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최근 환율 움짐임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은 고환율 대응을 위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5년 만에 해외법인 총괄 9명을 전원 소집해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최근 3개월간 환율이 10% 이상 급등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60조~70조원에 달하는 부품 매입액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조 단위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고환율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사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때마다 332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미국 인디애나주에 5조9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건설 예정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의 투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같은 달러 가격에 제품을 팔아도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나는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현지 통화로 제품을 팔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달러로 구매하는 '역(逆) 환율 효과'에 노출된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수뇌부가 총출동한 경영회의에서 해외 출장비를 20% 줄이고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지역의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해상운임 상승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운 만큼, 고정비 절감으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내년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반도체 핵심 장비의 가격이 대당 2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공장 건설 등 미국 투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고환율 등 리스크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LG전자도 지난 20일 조주완 사장 주관으로 300여 명의 경영진이 참석하는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하고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비한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이 어려워진다"며 “특히 원화 약세로 인한 고환율은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장점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 비용 증가라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한국 기업경기전망 역대급 ‘바닥’…내년 ‘불황 먹구름’ 짙어져

기업들의 신년 전망이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의 기업심리 하락이 감지된 가운데 제조업과 비제조업 전반에서 극심한 불황이 예고됐다. 기업들은 2025년 초 국내 경기가 역대급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025년 1월 전망치가 84.6을 기록하며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97.3)과 비교해 12.7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로,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20년 4월(△25.1p)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더욱이 BSI가 기준선을 밑돈 기간이 2년 10개월째 이어지며 1975년 조사 시작 이래 최장기 부진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 모두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제조업은 올해 3월(100.5) 잠시 기준선을 웃돈 뒤 4월부터 다시 하락해 10개월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비제조업도 지난달 긍정적 전망(105.1)을 보였으나 한 달 만에 20.2포인트나 급락하며 기준선을 크게 하회했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는 전자 및 통신장비(105.3)만이 유일하게 호조를 전망했고, 의약품(100.0)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은 모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53.8)과 비금속 소재 및 제품(78.6), 식음료 및 담배(82.4)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경공업 전반의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비제조업에서도 운수 및 창고(103.8)만이 호조를 전망했으며, 전기·가스·수도(100)와 여가·숙박 및 외식(100)을 제외한 건설(68.2),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78.6), 정보통신(81.3), 도·소매(83.3) 등 대다수 업종이 부진을 예상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주택시장 침체와 공공사업 발주 감소 등이 겹치며 극심한 부진이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내수(88.6)와 수출(90.2), 투자(89.4) 등 주요 부문이 7개월 연속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는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의 최저치를, 수출은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투자 부문도 2023년 4월(88.6) 이후 2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다. 고용 전망도 90.0을 기록하며 부진이 예상됐다.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61.5)과 목재·가구 및 종이(75.0),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75.9) 등 제조업 전반에서 고용 위축이 예상돼 일자리 시장의 한파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입법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업종별 매출액 순 600대 기업 중 369개사가 응답해 61.5%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中 레거시 반도체 규제 강화…한국엔 ‘양날의 검’

미국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 급증을 견제하기 위한 추가 규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산 기초칩(레거시 또는 성숙 노드 반도체)에 대한 301조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의료기기, 가전제품, 산업용 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레거시 반도체가 대상이며, 현재 25%인 관세율을 2025년까지 50%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레거시 반도체 생산 확대가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지난 1분기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3월 단일 월 기준 362억개를 생산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능력이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의 31%에서 2027년까지 3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관련 규제 수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복합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한국 기업들을 압박해온 중국의 저가 공세가 약화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한국 기업 대비 30~50% 낮은 가격으로 레거시 반도체를 공급해왔다. 일부 제품의 경우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사례도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생산기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만들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을 생산 중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때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중국이 미국의 규제에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갈륨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응한 바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업계의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실리콘 웨이퍼용 실리콘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2년 68.8%에서 2023년 75.4%로 증가했으며, 특수가스와 화학원료 등 기타 핵심 소재의 의존도도 50%를 상회하고 있다. 한편 이번 301조 조사는 조사 기간이 대략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사 결과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나올 전망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율 인상뿐 아니라 수입 제한이나 '컴포넌트 관세' 부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컴포넌트 관세는 최종 제품에 포함된 중국산 반도체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중국산 반도체가 포함된 완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기지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건설과 함께 기흥캠퍼스에 NRD-K 건설을 추진하며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 공장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나설 예정이며, 미국 내 패키징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런 투자의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수월해질 수는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생산기지 운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전략적 선택도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중국 생산기지의 축소나 이전이 필요할 경우 대규모 투자비용과 함께 기술 유출 우려도 고려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 헬스케어 법인 청산…설립 3년만에 사업 종료

디지털 헬스케어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했던 롯데그룹의 도전이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롯데헬스케어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 회사는 이달 31일부로 모든 서비스를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청산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2022년 4월 자본금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이후 5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2년에는 매출이 전무한 가운데 판매비와관리비로만 112억원을 지출해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판관비는 231억원으로 급증해 2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직원 채용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급여는 2022년 24억원에서 2023년 75억원으로 207.3% 늘었고, 복리후생비도 4억원에서 1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급수수료도 매년 70억원 안팎을 기록했으며, 광고선전비는 7000만원에서 29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롯데는 이같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개인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지속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시니어타운과 푸드테크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호텔롯데는 지난 50년간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심형 실버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을 선보일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내년 1월 부산 기장의 'VL 라우어'를 시작으로, 10월에는 서울 마곡에 'VL 르웨스트'를 잇달아 오픈하며 시니어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편 롯데헬스케어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그룹 계열사 유관 부서로의 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 직원이 이동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추가적인 계열사 이동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LG전자 ‘실적 쇼크’에 ‘멕시코 리스크’까지 ‘이중고’

LG전자가 4분기 실적 급감과 미국 시장에서의 구조적 위기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증권가는 4분기 영업이익이 최악의 경우 2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트럼프의 멕시코산 제품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한 북미 생산기지의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LG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중이다. 키움증권은 LG전자의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8% 감소한 3148억원, 매출은 1% 증가한 22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238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456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이 증권가의 공통된 우려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노트북, 모니터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의 적자 전환이다. LCD 패널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구조 악화가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해상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영업·마케팅 비용 집행이 수익성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가전사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글로벌 소비재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해상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해상운임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월 말 기준 1769.54에서 6월 말 3714.32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 2135.0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4분기 이후 전망도 북활실성이 더 크다.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LG전자의 북미 생산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에서 TV와 냉장고 등 주력 가전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LG전자의 북미 생산 전략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멕시코 공장에서는 TV와 냉장고 등 기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이원화 체제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해 구축한 생산 체계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고 이에 대응하려면 LG전자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럴 경우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따른 대규모 투자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19%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현지 브랜드인 GE(18%), 월풀(15%) 등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LG전자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현지 테네시 지역 부지에 공장동을 3개 더 지을 공간이 충분하며, 통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이에 대응 하기 위한 추가 투자는 회사에 부담을 안길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기조가 기본적으로 자국을 우대하는 것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고비용의 구조조정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반도체 업황 악화”…마이크론 실적 쇼크에 삼성도 ‘불안’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리라는 마이크론의 '고백'에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민 중인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19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7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9억8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마이크론 주가는 16% 이상 급락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 하향은 PC와 스마트폰 등 전반적인 소비자 시장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자동차용 반도체와 산업용 반도체 수요마저 약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도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특히 PC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PC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진 영향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시장의 부진은 더욱 우려스러운 신호다. 그동안 이 부문은 소비자 시장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이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공장 자동화 투자도 지연되면서다. 이는 반도체 업계 전반의 수요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증권가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의 4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분기별 실적 개선 폭은 둔화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는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원인이 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원대로 낮췄다. 한 달 전만 해도 5조원대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력 격차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삼성전자의 고부가가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의 적자도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 미디어텍 등에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마이크론과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세트 사업이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향후 모바일 사업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으며 TV와 가전 사업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과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강도 혁신이 이뤄져야 실적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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