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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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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11조원 ‘美 제련소’ 승부수…영풍 “사업엔 찬성, ‘신주 발행’은 꼼수” 강력 반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6 19:24

고려아연 “트럼프 정부 보증 퀀텀 점프 기회…반대 위한 반대 멈춰야”
美 상무부·전쟁부 장관 “국가 안보에 필수적…판도 바꿀 획기적 딜”
영풍 “전략적 제휴 환영…제3자 배정 유증은 경영권 방어용, 가처분”

영풍·고려아연 CI

▲영풍·고려아연 CI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총 11조 원 규모의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퀀텀점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예정인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가 회사의 미래 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결정적 기회임을 강조하며 영풍 측의 반대를 “적대적 M&A에 집착한 발목잡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약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자금 조달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미국 정부와 재무적 투자자가 담당하며, 당사는 10% 미만의 지분만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고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경제 안보의 승리'로 평가하며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미국은 항공우주·국방·인공 지능(AI) 등에 필수적인 13종의 전략 광물을 자국 내에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한다"며 “이는 지난 50년 간 쇠퇴한 미국 제련 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이를 “지정학적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고려아연은 이번 제련소가 2026년 착공해 2029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아연·연·동 등 기금속뿐만 아니라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 광물을 생산해 미국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풍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영풍은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동맹 강화와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통한 미국 내 경쟁력 제고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다는 것이다. 영풍이 문제 삼는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사업 투자가 목적이라기보다, 외국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여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 법인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주주배정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 대안이 있음에도 굳이 제3자 배정 방식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풍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업 협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되어 신주 발행이 중단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체제 하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러한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당시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와 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영풍 측 사외이사도 참석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방어하느라 불필요한 자금을 소진해 재무 구조가 악화됐는데, 이번 미국 정부 출자는 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영풍은 오로지 경영권 탈취에만 몰두해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한 기회를 발목 잡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반면 영풍은 “특정 개인(최 회장)의 이해 관계가 아닌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며 신주 발행 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와 1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걸린 이번 제련소 프로젝트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름에 따라 향후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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