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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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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선박유 없인 수출길 막혀”…선·화주 상생과 벙커링 거점 확보, 해운 탈탄소 ‘열쇠’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국가 수출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복잡한 배출 계수 산정과 폭등하는 연료비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와 관련해 선주와 화주의 실질적인 비용 분담 논리와 함께 다가올 친환경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아시아 벙커링 거점을 선점하려는 인프라 확충 전략을 심도있게 다루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 서울 가든 호텔에서는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사협력센터(KMC)와 울산항만공사(UPA)가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서는 선박용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규제 대응책과 현실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이 화두에 올랐다. ◇패러다임 바뀐 IMO 규제…선·화주 비용 분담으로 돌파구 찾는다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IMO의 환경 규제 방식은 과거 선박 안정성 중심의 특정 기술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지던 규칙 기반(Rule-based)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국가 간 공정한 전환을 포괄하는 전략 기반(Strategy-based) 규제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단기 조치인 탄소 집약도 지수(CII) 역시 개별 선박과 선종별 운항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며 전면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혼합 바이오 연료의 배출 계수 산정 방식이 기존 에너지 기준에서 실제 벙커링 단위와 일치하는 '질량 가중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발열량이 낮은 바이오 연료의 특성 때문에 화석 연료 비중이 과대 계산되던 통계적 왜곡을 바로잡은 조치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이 인증되지 않은 바이오 성분은 명확히 화석 연료로 분류해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과 규제 신뢰성을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첫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황대중 한국해사협력센터 해양환경팀장은 “단순히 규정 이행 여부만 확인하던 1차원적인 규제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2028년 도입될 중기 조치를 앞두고 경제적 요소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온실 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전과정 배출 계수 요건과 지속 가능성 인증의 한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도 첨예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화석 연료와 섞어 쓰는 혼합 연료가 주로 쓰이는데, 가중 평균된 온실 가스 집약도 수치만으로는 IMO의 넷제로 보상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바이오 혼합 연료 전체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하의 배출 계수를 충족하는 순수 바이오 성분 자체의 감축분만큼은 친환경 연료(ZNZ·Zero and Near Zero Emission Fuel)로 인정해 별도의 보상 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환경 단체는 ZNZ 보상을 장기 유망 연료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의견 차를 드러냈다. 물리적 이동 없이 인증서만 거래하는 '북앤클레임' 방식 역시 이중 계산이나 특정 지역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교한 규칙 설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승만 한국선급 수석은 “연료 전주기 정보 라벨 검증 과정에서 선사의 민감한 영업 데이터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집계 데이터를 엄격히 보호하고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변화에 맞춰 선사들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의 개조 없이 즉각적인 탄소 감축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가 명확한 수단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2~3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향후 육상·항공 산업과의 원료 쟁탈전에 따른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약점이다. 연간 3억 톤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글로벌 선박 연료 수요를 단일 바이오 연료만으로 감당하며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극심한 연료 공급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장기 공급 계약은 물론, 메탄올·에탄올·바이오 액화 천연 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중 연료 선대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서대식 HMM 기술혁신연구소 책임은 “특정 친환경 연료 하나에만 목을 매는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며 “다변화된 선대 믹스 전략만이 해운사의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고 설파했다. 선사의 탈탄소 압박은 화물을 맡기는 화주에게도 직접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녹색산업 규제 강화에 따른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자동차의 전과정 평가에 해상 운송 배출량을 포함시켜 아시아산 차량의 보조금 획득을 사실상 차단했다. 특히 빈 배로 운항하는 공선항차 비율이 높은 자동차 운반선은 탄소 집약도가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산출된다. 탄소 운송 배출량이 보조금 지급을 판가름하는 핵심 단계로 부상하면서 탄소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 협의체는 운항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해상 운송 배출계수 개발과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막대한 친환경 연료 전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감축 실적을 원하는 화주에게만 이를 떼어 배분하는 '스플릿 리포팅' 방식이 새로운 밸류체인 상생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 변재남 현대글로비스 환경경영팀장 “친환경 벙커링은 선사만의 과제가 아니고 화주와 선사가 비용과 실적을 투명하게 나누는 연대가 정착돼야만 수출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무탄소 시대…벙커링 거점 선점 나선 항만과 산업계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다가올 친환경 선박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항만 인프라도 빠르게 재편 중이다.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뜻하는 벙커링 활성화를 위해, 454만 KL 규모의 압도적인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보유한 울산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이미 바이오 연료·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다품종 친환경 연료의 벙커링 실적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동차 운반선이 바이오 혼합연료를 급유할 경우 척당 최대 1000만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선박의 항만 사용료를 대폭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배상희 울산항만공사 물류전략실 차장은 “2027년까지 벙커링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용 항만시설을 대폭 확대해 동남권 친환경 벙커링 생태계의 중심축을 완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체 연료인 메탄올과 에탄올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장벽은 사실상 사라져 관련 추진선의 운항·발주 물량은 이미 450여 척을 넘어섰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저탄소 연료 가격과 상류에서의 안정적 원료 공급망 확보가 여전히 보급의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는 저탄소 연료의 대규모 생산을 이끌어내려면 투자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환경 규제가 확고한 잣대로 작용해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 신호를 보내야만 에너지 기업들의 대규모 공급망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임재훈 DNV 수석은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저탄소 연료 생산 프로젝트를 실제 해운 시장의 공급 물량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은 결국 해운업계의 확실한 구매 의지와 규제 동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친환경 추진선 발주량의 8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점한 LNG는 과도기적 브릿지 연료를 넘어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여러 기준들을 고려할 때 LNG가 확실한 경쟁력이 있으며, 기존 LNG 벙커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기존 LNG 추진선은 물리적인 엔진 개조 없이 바이오가스 기반의 Bio-LNG를 그대로 섞어 쓸 수 있어 2039년 이후의 중장기 탈탄소 규제까지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가스는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국내 최대인 1만 DWT급 벙커링 전용 부두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27년부터는 자사의 1만8000 CBM급 벙커링 전용 선박을 투입해 화물 하역과 연료 급유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 작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미홍 SK가스 팀장은 “부산항의 컨테이너선과 울산항의 자동차선 수요가 밀집된 지정학적 강점을 극대화해 싱가포르나 중국 등 경쟁 국가와의 벙커링 인프라 격차를 벌리겠다"고 공언했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 기자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통합’ 대한항공-아시아나의 꼴사나운 ‘조종사 감정 싸움’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계약을 체결해 통합의 진짜 9부 능선을 넘었다. 올해 12월 17일 '메가 캐리어(Carrier)'의 출범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국가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항공기의 심장부인 칵핏(조종실)에서는 참담하고 볼썽사나운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양사 조종사 노동조합을 비롯한 비행 자원들 사이에서 출신을 따지며 서로를 배척하는 '꼴 사나운' 감정싸움이 임계점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양사 조종사들 간에 “상대방과는 같은 조종석에 앉기도 싫다"는 노골적인 적대감마저 공공연히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직급 산정과 임금 격차 등을 둘러싼 이해 다툼이 극단적인 기 싸움으로 번진 결과다. 이를 거대기업 통합 과정에서 흔히 겪는 '노노 갈등'이나 직장인들의 텃세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고도 3만피트 상공, 성인 두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폐쇄된 콕핏 안에서 벌어지는 조종사 간 반목은 수백 명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만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화약고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위험천만한 밥그릇 싸움이 얼마나 끔찍한 대참사를 초래할 수 있는지는 학계의 연구 결과들이 과학적으로 명백히 경고하고 있다. 먼저 '국내 헬리콥터 조종사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인적 오류와 잠재적 사고 및 준사고 조건 간 관계에 관한 연구(염경진·김규왕, 2024)'에 따르면, 조직 내 갈등이나 대인관계에서 유발되는 조종사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해 의도적으로 소통을 단절하는 '조직 침묵'은 치명적인 '인적 오류(Human Error)'를 낳고, 이는 잠재적 대형 사고로 직결된다. 출신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좁은 조종실에서 서로 입을 닫고 필수적인 크로스 체크를 방기한다면 관제탑의 중요 지시를 놓치거나 기체의 이상징후를 무시하는 가능성을 높여 결국 추락의 뇌관을 건드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대 항공 안전의 뼈대인 '조종실 자원 관리(CRM)' 시스템 역시 이들의 감정 싸움 앞에 무용지물이 될 위기다. '국내 항공사 운항 승무원 안전 문화 인식도 비교 연구(김현덕, 2024)'는 대형 항공사(FSC) 비행 안전의 핵심 척도로 '동료의 안전 수행(Colleague commitment to safety)'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조종사 간의 '협력 및 참여'를 꼽았다. 내가 혐오하고 믿지 못하는 동료와 비상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겠는가. 상호 불신이 팽배한 조종석에서 안전을 위한 능동적 소통과 위기 대처 능력이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더욱 개탄스러운 사실은 이 살벌한 편 가르기의 독버섯이 객실 승무원들에게까지 깊숙이 번져 있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의 요란한 기 싸움에 조명받지 못하고 가려져 있을 뿐, 객실 내부의 알력 다툼도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직장인 게시판 등에서는 벌써부터 양사 승무원들이 서로의 사내 문화를 조롱하며 원색적인 비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기내 화재나 비상 착륙 상황 시 승객을 90초 이내에 탈출시켜야 하는 찰나의 순간은 전적으로 객실 승무원들의 일사불란한 팀워크에 달려 있다. 유니폼과 기수를 따지며 평소에도 으르렁대는 조직이 비상 시 내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 화려한 제복 속에 감춰진 이들의 옹졸한 민낯을 보며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윤리는 남아 있는가. '공군 공중 근무자의 소명 의식과 비행 안전 행동의 관계(송민성 등, 2023)' 연구는 비행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내적 동기로 투철한 '소명 의식(Calling)'과 이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의무감(Moral Duty)'을 강조한다. 타인의 생명을 온전히 목적지까지 지켜내겠다는 숭고한 소명의식은 온데간데없이 내 밥그릇과 알량한 자존심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작금의 행태는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도덕적 해이다. 기업 합병은 해외 경쟁 당국의 서류 승인 도장만 받아내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섞이는 진정한 화학적 결합(PMI) 없이 물리적 합병만 강행한다면 '통합 대한항공'은 위태로운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양사 임직원들은 제복의 명예를 걸고 이 소아적 감정싸움을 당장 멈춰야 한다. 당신들이 조종실과 갤리에서 서로 삿대질하고 패를 갈라 싸우는 동안 도대체 승객의 비행 안전이라는 진짜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비싼 항공권료를 지불하는 승객들은 운항에 투입되는 조종사·객실 승무원들의 출신이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항공 출신인지, 그대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다쳤는지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다. 승객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태롭고 꼴 사나운 감정 싸움을 당장 접어야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방사청, 해 넘긴 대통령 지휘 헬리콥터 도입 사업 8~9월 결론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지휘 헬기-II) 도입 사업의 기종 선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해를 넘겨 장기화한 가운데 오는 8~9월경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환율 여파 등으로 총 사업비가 9000억 원에 육박해 정부는 입찰 경쟁에 참여한 방산 기업들을 상대로 기술 이전과 국내 항공 정비(MRO) 물량 배정 등 절충 교역(오프셋) 조건을 두고 치열한 막판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14일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당국은 노후화된 현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VH-92 3대를 대체하기 위한 2차 사업 제안서를 바탕으로 현재 정밀 검토와 시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신조기들을 상업 구매(DCS) 방식으로 들여온다는 점에서 당초 방산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제안서 마감 직후 신속한 사업자 선정을 점쳤다. 일각에서는 VH-92 역시 시코르스키가 제작한 만큼 정비나 교육 시스템 등 운용 측면에서의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S-92A+가 무난히 선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시코르스키 측 역시 자사의 최신형 S-92A+가 현용 한국 대통령·미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 원(Marine One)'과 같은 플랫폼이라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수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코르스키가 과거부터 국내에서 UH-60 블랙 호크 운용과 MRO 생태계를 국내 업체들과 탄탄히 구축해 온 경험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벨과 레오나르도 등 일부 업체의 입찰 포기로 미국 록히드 마틴의 헬리콥터 사업 자회사 시코르스키는 단독 응찰했다. 때문에 조기 선정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후 7개월째 장고가 이어져 공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오리무중이던 사업 일정을 두고 방사청은 올해 하반기 중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시사했다. 선정 지연·향후 일정과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제안서를 접수해 논의·검토 중인 단계"라며 “엄격한 시험 평가 과정을 거치고 테스트에 합격해야 계약을 위한 추가 협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선정 시점에 대해선 “오는 8월에서 9월 사이에 내용이 구체화가 되면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3분기 내 후보 확정 등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당 2000억 넘는 'VIP 헬기'의 실체…핵심은 'MRO·절충 교역' 기종 선정이 작년에서 올해로 지연된 결정적 배경에는 막대한 국세가 투입되는 만큼 국내 방산 생태계로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치밀한 협상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위기관리센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최고도의 지휘 통제(C4I) 장비는 물론, 적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을 교란하는 최첨단 전자전 방어 시스템 탑재·통합 비용이 수반된다. 과거 사업 심의 단계에서 8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던 예산은 최근 가파른 환율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실제 도입 총 사업비가 급격히 뛰어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비를 소폭 늘려 9000억원으로 잡아도 산술적으로 대당 도입 단가만 2250억 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는 국가 최중요 인물인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질 특수 하드웨어와 장기 군수 지원 생태계가 묶인 '초대형 패키지 딜'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입찰에 정통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총 예산을 도입 대수인 4로 나눠 대당 기체 가격으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부품 제작 물량의 국내 배정과 국내 주요 항공 기업들이 MRO 정비 물량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조건인 절충 교역 여부가 평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형 계약을 지렛대 삼아 방위산업 국익을 챙기려는 정부의 고도화된 협상이 사업 장기화의 주된 이유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결정될 사업이 밀린 것이 맞고, 올해 안으로는 최종 사업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 기술 이전이나 부품 제작 물량 배정 등 다각적인 조건이 방사청과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종사협회,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불거진 시니어리티 갈등에 ‘중립’ 선언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준비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시니어리티(Seniority, 연공 서열)와 경력 인정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사단법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가 개별 노조 간 갈등에 철저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노사 고유의 영역인 갈등 사안에 협회가 개입하기보다는 전체 조종사의 보편적 권익 신장과 비행 안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협회 개입을 종용하는 특정 단체의 위압적인 요구에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조종사 사회의 화합을 촉구했다. 14일 조종사협회는 “최근 항공사 통합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발언과 관련, 항공 안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며 조종사 사회의 화합과 협회 본연의 역할에 대한 원칙을 밝힌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는 우선 자신들이 민법 제32조에 의거해 국내 민간 항공 조종사 전체를 대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임을 강조하며 특정 항공사나 단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출신과 소속을 불문하고 모든 조종사가 비행 안전과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협회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조종사 간 시니어리티 및 경력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각 항공사 노사 간 협상이나 노동조합 연맹 차원에서 다뤄야 할 고유 영역"이라고 규정했다. 협회는 항공 정책 수립과 법 제도 개선 등을 위해 활동하는 기구인 만큼 개별 노조 간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을 협회의 입장 표명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자칫 조종사 사회 내 갈등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표명했다. 해당 주체들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다수 회원을 보유한 특정 단체로부터 수신한 공문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냈다. 해당 공문에는 '거취 전반에 대한 재검토', '신뢰 관계 훼손' 등 협회를 향한 압박성 표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특정 단체의 규모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해진 법과 정관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라고 반박하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 “조종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위압적인 태도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숙한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노조 간 갈등과 거리를 둔 협회는 제11대 및 12대 집행부를 주축으로 본연의 과업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협회가 조종사들의 보편적 권익 신장을 위해 추진 중인 주요 활동은 △항공승무원 비과세 제도 개선을 통한 실질 소득 증대 △항공 사고 조사 활동을 통한 원인 규명·재발 방지 중심의 선제적 안전 체계 구축 △항공 시설 기준 검토·관제 절차 개선을 통한 교통 관리 체계 강화 △비행 근무 시간·피로 관리 제도 개선을 통한 운항 안전 체계 확립 △조종사 정신 건강 관리 체계 구축·신체 검사 제도 합리적 개선 △국내외 민간 항공 관련 기관·기구들과의 교류 및 협력 등 총 6가지다. 협회 관계자는 끝으로 “지금은 '통합'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조종사 사회가 분열될 때가 아니라 전체 조종사의 위상 강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연의 과업에 매진하며 국내 민간 항공 조종사들이 출신과 소속을 넘어 '비행 안전'이라는 하나의 가치 아래 화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그 길에 변함없이 동참하겠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공시] 대한항공 “아시아나 주식 매수 대금 1조원 넘으면 흡수 합병 무산 가능성” 언급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초대형 '글로벌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이 종속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전격 흡수 합병하며 오는 12월 17일 관련 절차에 최종 마침표를 찍는다. 이로써 1988년 창립 이래 38년간 대한민국 하늘길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를 흡수 합병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합병으로 존속 회사는 '㈜대한항공'으로 남으며, 피인수 기업인 기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해산된다. 공시에 명시된 양사의 실질적인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6일이다. 이튿날인 12월 17일에는 관할 법원에 합병 등기를 진행한다. 또한 상법 규정에 따라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합병 종료 보고 총회 역시 12월 17일 당일 '합병 종료 보고 이사회 결의 및 공고'로 갈음함으로써 이날을 기점으로 실질적이고 법적인 모든 통합 절차를 최종 완료할 예정이다. ◇기업 가치 도합 10조 넘어…신주 2033만 주 발행 시장의 가장 큰 이목이 쏠렸던 합병 비율은 현행 자본시장법령상 기준주가 산술 평균(최근 1개월, 1주일, 최근일 종가 가중산술평균)에 따라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최종 산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공시된 법인 가치는 존속 회사인 대한항공이 약 9조 3561억 원, 소멸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약 1조4322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합병 비율에 따라, 대한항공은 보통주 2033만 7721주의 신주를 새롭게 발행해 소멸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에게 비율대로 교부한다. 주식 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1주 미만의 단주에 대해서는 상장일 종가를 기준으로 매각 대금을 현금 지급하는 것 외에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별도의 합병 교부금은 없다. 합병 목적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경영 자원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과 사업 경쟁력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가 최우선 목표"라며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해 존속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 토대를 다지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소규모 합병' 속도전…합병 최종 뇌관은 '1조 원' 양사의 합병 승인 절차는 각기 다른 트랙을 밟는다. 소멸이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결의한다. 채권자 이의 제출 기간은 8월 13일부터 9월 14일까지 한 달간이다. 반면 존속 회사가 될 대한항공은 덩치가 커 신주 발행 규모가 전체 주식의 10%를 넘지 않아 주주총회를 이사회 결의로 대체하는 상법상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속도전을 편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 자사 주주에게는 주식 매수 청구권이 별도로 부여되지 않는다. 단, 대한항공 발행 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합병 공고일로부터 2주 내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할 경우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어 일반 합병으로 선회해야 한다. 이번 합병의 최종 성사를 가를 최대 변수이자 '숨은 뇌관'은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규모다. 이번 합병 계약서에는 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른 일종의 '계약 해제 조건'이 뚜렷하게 명문화됐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에게 부여되는 주식 매수 예정 가격은 7030원으로 책정됐다. 만약 주주들의 이탈이 거세져 두 항공사가 지급해야 할 주식 매수 대금 합계액이 '1조 원'을 초과할 경우 두 항공사는 각각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 진행 여부를 중지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서면 통지 하나만으로 계약을 즉각 해제할 수 있다. 막대한 현금 유출로 인한 재무적 타격을 방어하기 위한 안전 장치인 동시에 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5년을 끌어온 합병이 막판에 무산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주식 매수를 원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회사 측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하고, 주총 당일인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대금 지급 예정일은 10월 1일이다. ◇규제 문턱 넘고 '메가 LCC' 출범 등 지배 구조 연쇄 개편 예고 국내외 규제 당국의 인허가 문턱도 넘어야 한다. 개정 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미 모자(母子) 회사 관계로 묶인 양사 간 합병은 국내 기업 결합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베트남 등 신고 요건에 해당하는 일부 해외 경쟁 당국에는 조속히 기업 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항공사업법에 따라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합병 인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므로 사측은 이사회 결의 직후 당국에 인가 신청서를 발 빠르게 제출했다. 양사의 본체 결합에 발맞춰 산하 계열사들의 대대적인 연쇄 지배 구조 개편도 공식화됐다. 양사는 공시를 통해 “저비용 항공(LCC) 자회사들과 지원 사업 부문 자회사 간 동종 사업 중복 운영에 따른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을 포함한 다양한 효율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향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산하 LCC들을 하나로 묶는 아시아 탑 티어급 거대 '통합 LCC'의 출범 등 매머드급 재편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합병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적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해 운영했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합병 비율 산정 방식·소수 주주 보호 방안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적정성 검토 절차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D-219, 아시아나 법인 소멸 ‘카운트 다운’…합병 본계약 체결,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공식 출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품고 ​오는 12월 17일 대한민국 하늘길을 하나로 이을 초대형 항공사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난다. 대한항공은 관계 당국의 규제를 엄수하며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정기 이사회를 개최해 양사 간 합병 계약 체결 안건을 전격 승인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14일 합병 본계약을 맺고 대한민국 항공업계의 지형을 바꿀 통합 항공사 출범 일자를 대내외에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통합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다. 이번 본계약은 지난 2020년 11월 17일 양사가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무려 5년 6개월여 만에 이뤄낸 역사적인 결실이다. ​◇위기를 넘어선 대도약…공적 자금 3조6000억 원 '전액 상환' 쾌거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여객 수요 급감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와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혀 회생 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에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국가 항공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막고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총 3조6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정책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국가 항공산업을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대한항공은 험난한 인수·합병 추진 과정 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원받은 공적 자금을 전액 상환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국내 항공 산업의 선제적 구조 조정을 성료한 대한항공은 이번 통합을 발판 삼아 글로벌 항공 시장 내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굳건히 다질 방침이다. ​◇근로자 일체 100% 포괄 승계…합병 비율, 1:0.2736432 확정 이번 합병 계약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모든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는 물론 근로자 일체를 예외 없이 100% 온전히 승계하게 된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령에 의한 기준 시가에 따라 '대한항공 1 : 아시아나항공 0.2736432'으로 명확히 산정됐다. 이에 따라 합병 후 존속 법인인 대한항공의 자본금은 약 1017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 시가 산출 방식은 최근 1개월간 가중 산술 평균 종가와 최근 1주일 간 가중 산술 평균 종가를 더하고, 이에 이사회 전일 종가를 합친 값을 3으로 나눈 값이다. ◇빈틈없는 행정 절차 돌입…안전 운항 체계 완벽 이관에 속도전 대한항공은 14일 본계약 체결 직후 신속하게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공식 신청한다. 이어 다가오는 6월 중에는 통합에 따른 항공 안전 관련 준수 조건 및 제한 사항을 담은 '운영 기준(OpSpecs, Operations Specifications) 변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존속 회사인 대한항공의 기존 운항 증명(AOC·Air Operator Certificate)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안전 운항 시스템 전반을 대한항공 운영 체계 내로 완벽히 흡수하기 위한 필수 법적·행정적 절차다. 국내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면 해외 항공 당국을 대상으로도 운영 기준 변경 등 필요한 제반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간다. ​경영권 통합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월 경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 결의한다. 반면 이번 합병이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하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총 개최 당일 이사회 결의만으로 주주총회를 갈음해 절차적 효율성과 신속성을 극대화한다. ​◇투명성과 공정성 입증…철저한 주주 권익 보호 조치 가동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자본시장과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된 중대 사안인 만큼 철저한 주주 권익 보호에 나섰다. 개정 상법에 따른 '주주 충실 의무'를 엄수함과 동시에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 규범 가이드 라인'이 권고하는 공정성 강화 조치를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했다. ​구체적으로 자사 ESG위원회가 특별위원회 기능을 전담해 이번 합병의 거래 조건 공정성 등을 별도로 심층 심의했다. 또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합병 가액(비율) 산정 방식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검토하고, 전반적인 절차의 적정성과 주주 이익 보호 체계 전반을 강도 높게 검증받았다. 대한항공은 주주들에게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기 위해 향후 증권 신고서 내에 이 같은 공정성 강화 조치 수행 내역과 결과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기재할 방침이다. ◇매머드급 인프라 확충·서비스 혁신…“초일류 글로벌 항공사 도약" 통합 대한항공은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의 진검승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안전 운항'과 '고객 서비스 향상'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복 노선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신규 노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고객의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아울러 △공항 라운지 전면 리뉴얼 △기내식 대대적 개편 △공항 터미널 이전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왔다. 초미의 관심사인 '양사 마일리지 통합안' 역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세밀하게 협의 중이며, 확정되는 즉시 고객들에게 신속히 안내할 예정이다. ​통합 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단과 노선, 인력을 완벽히 통제하기 위한 안전 인프라도 선제적으로 확충했다. 서울 강서구 본사의 종합 통제 센터(OCC)를 비롯, 객실 훈련 센터·항공 의료 센터의 최신화 리모델링을 마치고 고도화된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합 직후 발생할 수 있는 일말의 운항 혼선을 원천 차단하고 안전한 비행을 제공하기 위해 양사 운항승무원 훈련 프로그램의 표준화도 완료했다. 나아가 엔진 테스트 셀(ETC)·신(新) 엔진 정비 공장과 인천국제공항 인근 대규모 정비 격납고 등 매머드급 항공기 정비 시설의 확장·신축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통합 항공사 출범은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보존과 인천공항 허브 기능 강화,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 확대라는 막강한 시너지를 내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노사, 통합 아시아나와 조종사 서열 정리 ‘공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조종사 서열(Seniority) 통합'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선 가운데 노사 간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데에 대해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엑스 컨벤션 센터 401호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간담회를 열고 사측이 제시한 서열 통합안의 문제점과 노조 차원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현장에 120여명이 모였고, 이 중 90% 가량은 부기장이었다.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중계해 간담회에는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부기장급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질의응답을 통해 서열 통합 기준에 대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당초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쟁의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시니어리티(서열) 공청회 설명 △투쟁에 대한 향후 계획 설명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 고소·고발 설명 등을 안건으로 한 4차 임시 대의원회를 대의원과 상무집행위원들을 대상으로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5층 대강당에서 개최할 계획이었다. 오후에는 공청회를 열어 사측과 의견을 교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측이 참여를 일방적으로 거부해 무산됐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의 의견에 대해선 형식적인 답변만을 내놓는 설명회를 강행하려 한다"며 사측의 통합안이 대한항공 조종사들에게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오늘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노조의 안건을 지속 검토할 것"이라며 “이달 중 노조의 입장과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발표하는 방안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공식 기자 간담회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즉각적인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인 단계로 당장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며, 금일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대한항공 사측은 승진과 결부돼 있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과의 서열 문제를 두고 양사 입사일이 기준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 사측은 “서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자 했지만 행사의 형식을 둘러싼 상호간 입장 차이가 커 자리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고 표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발 2천원짜리 ‘빛의 방패’…한화시스템의 레이저 무기 ‘초격차 위용’ [심층기획]

현대 전장(戰場)에서는 수천만원짜리 자폭 드론 군집을 막아내기 위해 한 발에 수십억 원짜리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군사비 비대칭 무기' 전략을 감수하고 있다. 이처럼 드론과 로켓, 미사일이 뒤섞여 날아오는 복합 공중위협이 일상화 된 전쟁터에서 각국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는 교환비가 맞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인 '레이저 무기(Laser Weapon)'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960년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이 세계 최초로 루비 레이저를 개발한 이후 '유도 방출로 인한 빛의 증폭'(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원리를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강대국들의 오랜 꿈이었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기에 사실상 회피(방어)가 불가능하고, 곡선을 그리는 탄도 궤적이 아닌 직진 경로 특성상 명중률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탄약 고갈의 공포 없이 전력만 공급하면 무한정 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레이저 무기 개발에 열외는 아니다. 영국의 최신 레이저 무기 '드래곤 파이어'가 1발당 약 1만7000원의 비용을 자랑하지만 한화시스템이 100% 국산화해 서울 용산에 실전 배치한 20킬로와트(㎾)급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의 1발당 사격 비용은 20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때문에 혁신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QY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2025년 7억4300만달러에서 연평균 20.35%씩 팽창해 오는 2031년 22억57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미 육군의 300㎾급 'IFPC-HEL'과 해군의 'HELIOS'를 이끄는 록히드마틴·보잉,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Iron Beam)'을 개발한 라파엘 등 전통의 방산 공룡들이 격돌하는 이 거대한 군수시장에서 한화시스템이 특허기술을 무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2월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0%가 집중된 중동의 심장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WDS 2026'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화시스템은 레이저 무기 '천광 블록-I'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고정형으로 실전 배치된 바 있는 천광은 기동성을 대폭 높인 차량 탑재형(블록-II)과 함정·항공기용(블록-III)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0㎾급 출력을 향한 '열(熱)과의 전쟁'…빛을 엮고 열을 식히다 한화시스템이 출원하고 확보한 방대한 기술 특허에는 이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점했는지를 보여주는 치열한 혁신의 궤적이 드러난다. 수 ㎞ 밖 표적의 외피를 순식간에 녹여버리려면 현재 전술 레이저의 주류인 '고체 광섬유(Fiber) 레이저'의 출력을 100㎾급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단일 광섬유 하나로 이 정도 출력을 내면 내부의 온도가 치솟아 굴절률이 뒤틀리는 '열 렌즈(Thermal lens)' 현상이 일어나 빛의 품질이 무너지거나 매질 자체가 타버린다. 결국 여러 가닥의 중간 출력 레이저를 하나로 묶는 '빔 결합' 기술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수백 개의 빔을 합칠 때 위상(빛의 파동)이나 주파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출력이 오히려 상쇄된다는 점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혼성 빔 결합' 특허를 완성했다. 빛의 파동을 일치시키는 '결맞음 빔결합', 서로 다른 파장을 프리즘 같은 회절격자로 묶어내는 '파장 제어 빔 결합', 그리고 수직·수평 편광을 합치는 '편광 결합'을 하나의 시스템에 계층적으로 연동시킨 것이다. 모든 채널을 한 번에 통제하면 제어기에 막대한 과부하가 걸리지만 이 세 가지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제어 부담을 획기적으로 분산시키고 고품질의 결합 빔을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됐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발생하는 맹렬한 고열은 무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열이 쌓이면 주변 공기가 가열돼 빛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열 번짐(Thermal Blooming)'이 일어난다. 특히, 굵은 대구경 광섬유들을 이어 붙이는 '융착부(Splicing)'에 발열이 집중되면 공기 입자 자체가 파괴되어 플라즈마화 되면서 레이저의 직진을 막아버리는 '에어 브레이크다운(Air Breakdown)' 현상까지 발생한다. 기존처럼 접착제로 붙이거나 단순 방열판을 대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한화시스템은 발상을 전환해 융착부 자체가 차가운 냉각수 유로에 직접 잠겨 흐르도록 만드는 '수냉식 직접 냉각' 특허를 고안했다. 펄펄 끓는 용광로의 심장에 얼음물을 붓듯, 극한의 열을 즉각 빼앗아 열 변형을 원천 차단했다. 동시에 빛이 강하게 집속되는 렌즈 시스템 구간을 아예 진공 상태(진공셀)로 만들어 에어 브레이크다운 현상마저 없앴다. 거대한 냉각 설비의 덩치를 줄인 공간 혁신도 눈부시다. 100㎾급 출력을 감당하려면 트레일러만 한 냉동기가 필요하지만 한화시스템은 상변화 물질(PCM)을 이용해 대기 시간 동안 차가운 에너지를 펜타데칸(Pentadecane) 같은 특수 물질에 미리 비축해 두는 '축냉식 냉각 장치'를 도입했다. 발사하는 짧은 순간에 비축된 냉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해 냉동기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여기에 수㎞에 달하는 증폭용 광섬유를 밖에서 안으로, 다시 안에서 밖으로 실타래를 얽듯 4중으로 겹쳐 꼬아버리는 '사중 나선 코일링' 기술을 더해 배선 공간을 압축했다. 납작하게 감긴 광섬유가 냉각 패널에 빈틈없이 밀착되어 열을 순식간에 식혀준다. 육중한 트럭에나 실리던 무기가 장갑차나 소형 전술차량에도 탑재될 수 있는 진정한 '기동형 레이저 무기'로 진화한 비결이다. ◇흔들리는 전장, '광학 노이즈 캔슬링'으로 바늘 구멍 뚫다 울퉁불퉁한 험지를 내달리는 기동 플랫폼 위에서 시속 수백㎞로 회피 기동하는 적 드론의 동전만 한 취약점을 수 초간 끈질기게 지져야 하는 레이저 무기에게 흔들림은 곧 요격 실패와 동의어다. 플랫폼의 미세한 진동이 수 ㎞ 밖에서는 수십 미터의 오차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차량 진동과 표적의 움직임을 하나의 고속 추적 거울(FSM)로 동시에 보정하려다 보니 연산 과부하로 렌즈가 구동 범위를 벗어나는 오류가 잦았다. 거울을 두 개로 나누어 쓰자니 거울끼리 움직임이 간섭되어 초점을 잃었다. 한화시스템은 이 난제를 '푸리에 영역 위상 정합(Fourier domain phase correlation)'이라는 고도의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카메라 영상에서 요동치는 배경 노이즈를 외부 소음을 상쇄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어폰처럼 걸러내고, 순수한 표적 중심부의 미세 이동량만 0.001초 단위로 발라내는 기술이다. 나아가 두 거울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미리 오차를 계산해 상쇄하는 '보상 행렬(Compensation Matrix)' 알고리즘을 주입했다. 두 거울이 유기적으로 동기화돼 출렁이는 전장 위에서도 표적을 자석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압도적 타격 능력을 완성했다. 거리에 따라 초점을 잃어버리는 렌즈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일반적인 비축(Off-axis) 반사망원경은 렌즈 축이 어긋나 있어 먼 곳은 잘 맞추지만, 500m 안팎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드론에는 빔의 초점이 흐려져(광학 수차 발생) 화력이 급감하는 맹점이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빛의 경로가 일치하는 '동축(On-axis) 쿠데 광학 시스템'을 설계하고, 부반사경을 오목 렌즈 형태로 만들어 빛을 렌즈 내부에서 두세 번에 걸쳐 완만하게 확산시킴으로써 광학 왜곡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수 킬로미터 밖 원거리부터 초근접 표적까지 모두 동일한 고품질의 빔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를 재는 레이저 거리측정기(LRF)와 야간 조명기를 빛을 굴절시키는 '광학 쐐기(Optical wedge)'라는 부품 하나로 통합해 렌즈 시스템의 군살을 빼냈다. 특히, 무거운 조명용 레이저를 따로 다는 대신 타격용 부반사경의 위치를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의 발산 각도를 넓힘으로써 타격용 레이저를 거대한 '조명기'로 대체해버리는 기발한 특허까지 적용했다. ◇“산 너머 쏘고, 셀 수 없이 많아지는 암호 경호의 수"…상식 파괴하는 비대칭 전술 한화시스템의 특허에는 현대전의 전술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차세대 아이디어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빛은 무조건 직진하기 때문에 산이나 건물, 지평선 너머에 숨은 적(비가시선 표적(NLOS, Non-Line-of-Sight))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 레이저 무기의 최대 약점인 가시선(LOS, Line of Sight) 한계다. 한화시스템은 반사 거울과 짐벌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드론)를 하늘에 띄우는 기발한 '빔 경로 변경 장치' 전술을 특허로 냈다. 지상의 레이저 무기가 공중의 아군 드론 반사경을 맞추면 드론이 표적 간의 3차원 위치를 계산해 반사경의 '법선 벡터(Normal Vector, 반사각)'를 실시간으로 미세 조정한다. 사각지대의 적에게 빛을 '당구 쿠션' 치듯 튕겨 내리꽂는 것이다. 은폐된 적을 타격하면서도 아군의 발사 원점은 숨길 수 있는 혁신적 전술이다. 실전 배치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안전'과 '통신 보안' 문제 역시 치밀한 화학과 광학의 융합으로 잠재웠다. 기존 1㎛ 파장의 고출력 레이저는 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에 부딪혀 산란될 경우 이를 바라본 아군이나 민간인의 망막을 태워 영구 실명을 유발할 위험이 컸다. 이는 UN의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위반 소지까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를 피하려면 인체에 닿아도 각막과 수정체에서 흡수되어 망막까지 투과되지 않는 1.5㎛ 이상의 '눈 안전 파장(Eye-safe)'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존 대구경 라만 광섬유를 쓰면 파장이 길어지기 전 빛이 찢어지고 왜곡되는 '영분산(Zero-dispersion)' 지점을 통과하며 빔이 망가지는 한계가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광섬유에 '이산화 게르마늄'을 50~80%라는 극한의 비율로 특수 첨가해 영분산 지점을 아예 1.6㎛ 장파장 대역 너머로 이동시켰다. 시력을 보호하면서도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급 고출력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적의 해킹과 역추적을 막는 통신 보안 기술도 압도적이다. 아군 전투기나 정밀 유도 무기에 표적의 위치를 점 찍어 알려주는 '레이저 표적 지시기'는 기존에 레이저 빛의 깜빡임(펄스) 간격만을 조절해 암호화(PIM)를 했다. 이는 경우의 수가 24개에 불과해 적군이 쉽게 패턴을 읽어내고 아군의 위치를 역추적할 위험이 컸다. 한화시스템은 KTP(Kotassium-Titanyl-Phosphate)·KDP(Kinetic Data Processor) 같은 비선형 결정(OPO, Optical Parametric Oscillator) 파장 변환기를 결합해 펄스의 간격뿐만 아니라 펄스마다 빛의 '파장(색깔)'까지 무작위로 섞어 쏘는 '다중 파장 펄스 변조(WDM-PIM,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Protocol Independent Multicast)' 특허를 냈다. 적군 입장에서는 시간과 색깔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풀어야 하므로, 암호 해독 경우의 수가 단숨에 천문학적으로 폭증한다. 전장에서의 해킹을 원천 차단한 '언크래커블(Uncrackable)' 시스템을 빛으로 구현한 셈이다. ◇보병이 메고 쏘는 '모듈형 레이저 소총'…다층 방공망의 룰 세터로 이러한 극한의 소형화와 열 제어·정밀 조준 기술이 향하는 궁극적인 종착점은 보병 개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휴대용 레이저 무기'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확보한 특허에 따르면 집채만 한 거대한 레이저 시스템을 △레이저 발진기 △빔 집속기 △제어 영상 처리기 △냉각기 △전원 공급기 등 각각 80㎏ 이하의 '도수 운반'이 가능한 5개의 조립식 모듈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나 고층 빌딩 옥상으로 병사들이 모듈을 들고 올라가 즉석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쓸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와 냉각기는 병사가 '백팩'처럼 등에 메고, 레이저 발사기는 익숙한 '소총' 형태로 손에 들고 쏜다. 이때 보병이 험지에서 들고 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친 호흡과 손떨림마저 총기 손잡이에 내장된 3축 가속도 및 자이로 센서가 감지해 낸다. 센서가 물리적 떨림을 읽어내면 '역진 연산 좌표' 알고리즘이 멤스(MEMS) 기반의 압전 액추에이터를 구동해 총기 내부의 타격용 반사 거울을 0.001초 만에 흔들림의 역방향으로 꺾어(틸팅) 보정한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고 쏴도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담보하는 '스마트 레이저 소총'의 개념이 완성된 것이다. 보병 한 명이 움직이는 든든한 방공망이 되며, 국가 중요 시설을 지키는 대테러 무기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레이저 무기에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기상 조건에 열에너지를 뺏겨 위력이 반감되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군집 드론을 상대로는 한 대씩 순차적으로 요격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같은 연유로 현대전에서 레이저는 단일 무기체계로 쓰이기보다 전자기파 무기와 전자전, 전통적 대공화망이 겹겹이 방어막을 치는 소위 '다층 복합 방호 체계'의 핵심 정밀 타격 자산으로 통합될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3㎞ 밖에서는 재밍으로 적의 회로를 마비시키고 2㎞ 내로 진입한 표적은 그물형 드론으로 포획하며, 최종 방어선인 1㎞ 내외에서 고출력 레이저가 잔존 위협을 정밀하게 태워버리는 빈틈없는 무기체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통해 현지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열망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WDS 2026에서 차세대 레이다·AI 복합 솔루션과 함께 첨단 레이저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백 건의 촘촘한 특허와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로써 날씨·조준·부피·가시선 등 물리적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하며 솟아오른 한화시스템의 '빛의 무기'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룰 세터(Rule Setter)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전쟁·곡물 출하로 운임↑…글로벌 해운 ‘순풍’

미-이란 전쟁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선사들의 할증료 인상, 남미지역 곡물출하 성수기 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의 '주간 해운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건화물선(Drybulk)은 남미지역 곡물 성수기와 케이프선의 견조함이 시장을 이끌었고, 컨테이너선은 비수기임에도 선사들의 적극적인 운임 방어와 할증료 도입으로 상승했다. 유조선 시장은 이란의 아랍에미리트(UAE) 항만 공격으로 중동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건화물선, 남미 곡물 피크·양대 수역 수요가 견인한 상승장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건화물선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8일 기준 발틱운임지수(BDI)는 전주 대비 248p(9.1%) 상승한 2978p를 기록하며 3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KOBC 건화물선 종합지수(KDCI) 역시 10.5% 오른 2만8692달러를 기록했다. 선형별로 대형선인 케이프(Cape)는 고점 인식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도 서호주 항로에서 마이너 광업사들의 활발한 운송(용선)계약 체결 여파로 운임이 올랐다. 중국 노동절 이후 철강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원료 구매 심리가 회복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선물(FFA)시장은 5·6월물이 강력한 백워데이션(현물 고평가) 구조를 보이며 2분기 말 하향 안정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형선인 파나막스(Panamax)는 남미 대두 피크 시즌 유지와 북미 옥수수 수출 급증이 지수를 강하게 견인했다. 수프라막스(Supramax) 역시 대서양 곡물 항로 강세와 아시아 석탄 수요가 맞물리며 지지력을 유지했다. ◇컨테이너선, 비수기 뚫은 선사들의 '할증료' 승부수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42.81p 상승한 1954.21을,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2p 오른 2194를 기록했다. 비수기 진입으로 실질적인 화물 수요가 둔화됐음에도 운임 상승을 주도한 것은 미주와 남미 등 장거리 원양노선이었다. 주요 선사들이 비상연료 할증료(EFS)와 성수기 할증료(PSS)를 적극 도입한 결과다. 실제로 선사 MSC는 아시아-미주 동안노선의 EFS를 FEU당 430달러에서 644달러로 대폭 인상했고, CMA-CGM은 이달 1일부로 아시아-북미 전 노선에 FEU당 2000달러의 PSS를 전격 도입했다. 중동 항로는 미국-이란 간 협상 소식에도 이란의 CMA-CGM 컨테이너선 공격과 HMM 운영 화물선·고속정 위협 등 보안 사고가 이어지며 우회운항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과 관련된 굵직한 소식도 전해졌다. 독일 하팍-로이트(Hapag-Lloyd)는 이스라엘 선사 짐(ZIM) 주주들의 압도적 찬성(97%)으로 42억달러 규모의 인수안을 통과시키며 선복량 300만 TEU 이상의 초대형 선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아울러 머스크(Maersk)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전쟁이 종식될 경우 아시아-유럽 항로 운항시간 절감을 위해 홍해 및 수에즈 항로의 상업운항 복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AE 석유터미널 피격에 VLCC 반등…유가는 '휴전 기대'로 하락 글로벌 유조선 시장은 중동지역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 선종별 운임이 엇갈렸다. 5월 초 이란이 UAE 푸자이라항 석유터미널을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되며 중동-중국 구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단기급등 후 강보합세를 보였다. 수에즈막스(Suezmax) 역시 중동 긴장 고조로 서아프리카 등 대서양 수역의 대체 원유 수요가 몰리고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줄면서 강세를 탔다. 반면에 호르무즈 해협 외곽마저 위험에 노출되자 화주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아프라막스(Aframax)와 제품선(LR2, MR)은 용선활동 급감과 가용선박 증가로 운임이 하락했다. 한편, 해상운송 리스크 고조에도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주 대비 배럴당 6.52달러 하락한 95.42달러를 기록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전개하고 미국-이란 간 14개 항목에 달하는 휴전 양해각서(MOU)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원유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다만, 벙커유(선박 연료유) 가격은 푸자이라항 피격 여파로 싱가포르 등 주요 항만에서 일시급등하는 불안정한 장세를 보였다. ◇신조선가 '강세' 랠리, 중고선·해체선은 약세 전환 선박매매 시장에서는 신조선가(Newbuilding)가 전 선형에 걸쳐 랠리를 이어갔다. 18만 톤급 케이프선 신조선가는 7200만 달러, 31만 톤급 VLCC는 1억2746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와 달리, 5년 선령의 중고 선가는 선종별로 희비가 엇갈려 케이프와 수에즈막스 등은 전주 대비 상승했지만, 캄사르막스, 파나막스, VLCC 등은 하락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방글라데시 기준 인도 대륙의 선박 해체 가격은 벌커와 탱커 모두 전주 대비 톤당 5달러 하락(벌커 430달러, 탱커 435달러)하며 약세로 전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역대급 실적 최윤범號 고려아연, 美핵심광물 패권 노린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이른바 '퍼펙트 스톰'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질주를 거듭했다. 외형 성장을 넘어 압도적인 수익성까지 챙겨 본업의 고도화와 미래 신사업을 동시에 좇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 6조 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지난 6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8.4%, 영업이익은 무려 175.2% 급증한 실적이다. 분기 실적 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무려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이어갔고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12.3%로 껑충 뛰며 내실을 단단히 다졌다. 이번 호실적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최악의 대외 환경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는 이란 무력 충돌 우려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와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무기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수급 불안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금·은 등 귀금속의 판매량 증대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며, 핵심광물 부문의 매출 호조까지 더해져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여준 '지속 성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뚝심 있는 미래 전략을 꼽는다. 최 회장은 2022년 말 취임 이후 기존 제련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자원 순환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경영권 분쟁 등 내부적인 노이즈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된 이 비전은 이제 실제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궤도에 오른 신사업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올 1분기 구리(동) 판매량 증가와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자원순환 사업의 전초기지인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확고한 실적 성장세를 띠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완벽한 성공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막강한 기초체력을 확인한 고려아연의 시선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대륙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회장과 경영진이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현안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다. 이는 미국 정부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력과 북미 현지 네트워크가 결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핵심 광물 밸류 체인 내에서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지난달 테네시주에 위치한 니어스타USA 제련소 및 관계사 인수를 마무리 짓고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를 공식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 회장은 출범 기념식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과 경험, 최신 기술을 총망라해 세계 최고의 핵심광물 처리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천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성장의 근간에는 늘 '사람'과 '진심'이 있었다"며 “동료, 지역사회와 함께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위대한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광폭 행보에 미국 연방정부도 전폭적인 인허가 지원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최근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의 대형 인프라·자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FAST-41' 적용 대상으로 최종 지정됐다. 국내 여러 부처에 산재한 복잡한 인허가 심사를 통합 관리해 속도전을 가능케 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미국 인허가위원회에 따르면, FAST-41에 지정된 프로젝트는 최종 결정기록서(ROD) 발급까지 걸리는 기간이 비지정 사업 대비 평균 18개월이나 단축된다. 공기 단축이 곧 수익성 극대화로 직결되는 만큼 엄청난 날개를 단 셈이다. 시장과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전쟁 위기나 귀금속 가격 변동 등 단기적인 모멘텀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의 고속 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리 생산량 확대 등 빈틈없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향후 본격화될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시너지가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8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현재 비우호적인 거시 환경과 실적 모멘텀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고려아연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동 리스크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며, 아연·연·동 등 주력 품목의 실물 수급 차질이 오히려 가격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금속의 전략적 가치가 치솟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쥔 고려아연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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