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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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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황금알’…글로벌 항공업계의 ‘좌석 연금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14 10:00

탑승률·수송 실적경쟁 접고 프리미엄석 비중 늘려 영익률 높이는 추세
프리미엄 이코노미, 일반석보다 공간 1.5배↑, 가격 2배↑ 실적 견인
델타·루프트한자 등 비즈니스·프리미엄 증설…고수익 수요 흡수 전략
일반석은 ‘촘촘하게’ 고밀도화…불편함 심리 자극 상위좌석 구매 유도

과거에는 이코노미 승객 수가 항공사 성장의 핵심이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프리미엄 좌석 믹스와 객단가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이코노미 승객 수가 항공사 성장의 핵심이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프리미엄 좌석 믹스와 객단가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정리=에너지경제신문

글로벌 항공업계가 기존의 탑승률 중심의 전략 대신 '한정된 기내공간의 재구성'에 눈을 돌려 가치 중심의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워 수익성을 올리는 탑승률 전략을 폐기하고 좌석당 수익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가치 중심'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기내공간 재구성 전략의 핵심은 프리미엄 좌석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일반 이코노미 좌석의 밀도를 높여 수익의 양극화를 꾀하는 데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연료비 상승 △공급망 붕괴에 따른 기재 도입 지연 △인건비 급등 등 글로벌 항공시장의 3중고 속에서 여객 수송량보다 객단가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끼 상품이 효자로"…수익성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14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항공업계 순이익은 약 366억 달러(약 5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항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항공사들의 치밀한 '좌석 혁신'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조종실과 가까운 높은 등급의 객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 과거 퍼스트(일등석)·비즈니스 클래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상징적 존재이거나 승객 유인을 위한 '미끼 상품'으로 여겨졌다. 막대한 설치 비용 대비 탑승률 변동성이 커 '계륵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최근 “항공사의 프리미엄 객실은 이제 확실한 '이익 센터(Profit Center)'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2024년 델타항공의 전체 매출 중 57%가 프리미엄 좌석과 로열티 프로그램에서 발생했다. 일반 이코노미 매출이 정체된 것과 달리 프리미엄 좌석 매출은 전년 대비 8%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항공사의 성장이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태우느냐'가 아닌 '어떤 좌석을 얼마나 비싸게 파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코로나18 팬데믹 이후 전세계 기업들이 업무비용 절감을 위해 장거리출장 규정을 비즈니스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하향 조정하는 기업 정책의 변화와 함께 개인 여행객들 역시 '블레저'(Bleisure:Business(업무)와 Leisure(여가)의 합성어)와 프리미엄 레저 트렌드 속에서 자비로 상위등급을 선택하는 업셀링(Up selling) 수요가 급증한 점도 프리미엄 객실의 수익 창출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면적당 수익률의 마법…왜 '프리미엄 이코노미'인가?

루프트한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대비 각각 33%, 6% 더 높은 단위 면적 수익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정리=에너지경제신문

▲루프트한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대비 각각 33%, 6% 더 높은 단위 면적 수익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정리=에너지경제신문

이러한 수익성 강화의 선봉장은 단연 '프리미엄 이코노미'다. 항공기 내부를 부동산에 비유할 때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단위 면적당 임대 수익이 가장 높은 '알짜 매물'이다.


항공업계 분석에 따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석 대비 약 40~50%의 공간을 더 차지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통상 2~3배 높게 책정된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경우,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 이코노미보다 ㎡당 수익성이 33% 높고, 심지어 비즈니스 클래스보다도 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석처럼 고가의 라운지나 코스 요리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 운영 비용(OPEX)은 낮은 반면, 마진율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루프트한자는 지난해까지 총 25억 유로(약 3조7000억 원)를 투입해 전사적 기내 프로덕트 쇄신 프로젝트 '알레그리스(Allegris)'를 가동했다. 뒷좌석 승객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쉘 내부에서 슬라이딩되는 '하드 쉘(Fixed Backshell)' 디자인을 채택하고 좌석 간격을 39인치(99.06㎝)로 늘려 프라이버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확실한 수익창출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델타항공의 승부수…퍼스트 줄이고 '실속' 채운다

주요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하드웨어 비교. 정리=에너지경제신문

▲주요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하드웨어 비교. 정리=에너지경제신문

이에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은 기재 개조를 통한 수익 모델을 적극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은 북미 지역 좌석 공급 중 프리미엄 좌석 비중을 19%까지 끌어올렸다. 저비용 항고사(LCC) 업계도 가세했다. 에어프레미아는 42인치 간격의 '와이드 프리미엄' 좌석을 앞세워 장거리 노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일본 집에어(Zipair)는 풀 플랫 좌석을 LCC 가격에 제공하되 부가 서비스를 모두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입증했다.


해외의 다른 대형 항공사(FSC)들 역시 각자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맞춰 대규모 기재 개조에 돌입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약 2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해 120대 이상의 기단을 뜯어고치는 초대형 레트로핏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A380 1층 앞쪽 이코노미 좌석 88석을 과감히 없애고 그 자리에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56석을 채워 넣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올해 말까지 운항 노선을 99개 도시로 대폭 확대한다.


반면에 일본항공(JAL)은 경쟁사들과 달리 좌석 수를 줄이는 '저밀도 고수익'의 럭셔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신 주력 기종인 A350-1000에 42인치(약 107㎝)의 동급 최대 수준 좌석 간격과 세계 최초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하는 한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수를 기존 40석에서 24석으로 줄여 소수 충성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높은 운임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라진 1인치…수익성 방어 위한 이코노미 '고밀도화'

화려한 프리미엄 좌석 확대의 이면에는 일반 승객들이 감내해야 할 '고밀도화(Densification)'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좌석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전체 좌석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이코노미 구역을 더욱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실제로 장거리 주력기종인 보잉 777의 이코노미석은 과거 1열 9석(3-3-3 배열)에서 1열 10석(3-4-3 배열)으로 업계 표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랫동안 프리미엄 서비스를 고집하던 캐세이퍼시픽조차 재무적 압박과 타사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3-4-3 배열로의 전면 개조를 단행했다. 그 결과, 이코노미 좌석 폭은 18.5인치(46.99㎝)에서 17.2인치(43.69㎝)로 약 1.3인치(3.3㎝) 좁아져 항공기당 약 40석의 추가 좌석을 확보해 연간 수송 능력과 단위 비용(CASK)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극단적인 사례로 에어프랑스는 카리브해 등 레저 수요가 절대적인 노선에 투입하는 777 기종에 전체 좌석의 91%에 달하는 430석을 이코노미석에 할당해 총 472석이라는 초고밀도 레이아웃으로 운영 중이다. 영국항공 역시 개트윅 공항 거점의 레저 노선에 10열 배치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이러한 고밀도화는 승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고도의 마케팅 장치로도 작용한다. 10시간 넘게 좁아진 이코노미 좌석에서 불편함을 경험한 승객은 다음 여행에서 '차라리 돈을 좀 더 내더라도 편하게 가자'며 자발적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좁아진 이코노미석은 자체로 수익을 내는 동시에 상위 등급 좌석으로의 업셀링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에어프랑스의 초고밀도 777 기재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수익이 27%나 성장했다는 점은 좁아진 이코노미 환경이 역설적으로 상위 클래스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항공사들은 좁아진 좌석의 불편함을 대형화된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스크린과 기내 와이파이 도입 등 '디지털 보상'으로 상쇄하려 노력하고 있다.


향후 항공기 객실은 이처럼 '중간지대(프리미엄 이코노미)의 확장'과 '하단부(이코노미)의 효율화'라는 뚜렷한 양극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가격 책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기내공간을 얼마나 정교하게 분할해 각 승객층의 지불 의사를 최대한 이끌어내느냐에 글로벌 항공사들의 진정한 승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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