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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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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보다 내연차에 가깝다”…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배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흔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친환경차'로 인식된다. 배터리를 충전해 일정 거리를 전기로 달리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기름을 태우는 엔진을 가동해 주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서 PHEV의 환경 성능은 예상보다 크게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보다는 내연차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최근 '공정한 경쟁을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유틸리티 팩터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경제지역(EEA)에서 2021~2023년 등록된 PHEV의 실제 운행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인증값과 실제 배출량 차이 커 핵심은 PHEV의 공식 이산화탄소(CO₂) 인증 방식이다. PHEV는 시험 과정에서 전기모드와 엔진모드로 주행한 결과를 단순 평균하는 것이 아니라, 유틸리티 팩터(UF)​라는 값을 적용해 두 주행모드의 배출량을 합산한다. 문제는 이 UF가 차량의 전기주행거리가 길수록 실제 도로에서도 더 많은 거리를 전기로 달릴 것으로 가정한다는 데 있다. 즉, 배터리가 커지고 전기주행거리가 늘어나면 인증상 CO₂ 배출량은 크게 낮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자가 얼마나 자주 충전하는지, 전기 주행거리가 몇 %를 차지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ICCT가 EEA의 실제 운행자료를 분석한 결과, PHEV의 실제 CO₂ 배출량은 공식 인증값보다 훨씬 높았다. 2021년에는 실제 배출량이 인증값의 3.5배, 2023년에는 무려 4.6배​에 달했다. 반면 실제 도로에서 PHEV가 전기모드로 주행한 비중은 2021년 약 26%에서 2023년 약 17%로 오히려 낮아졌다. 그 결과 PHEV의 실제 CO₂ 배출량은 순수한 내연기관차보다 약 18% 낮은 수준에 그쳤다. 적어도 실제 운행만 놓고 보면 '전기차에 가까운 친환경차'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충전하지 않는 PHEV'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PHEV의 환경성은 결국 얼마나 충전하고, 얼마나 전기로 달리느냐​에 달려 있다. 매일 충전해 출퇴근 대부분을 전기로 주행하는 PHEV라면 엔진 사용이 크게 줄어들어 환경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충전을 거의 하지 않고 장거리 주행을 주로 한다면 오히려 무거운 배터리까지 싣고 엔진으로 달리게 돼 연비가 낮아진다. 따라서 같은 PHEV라도 실제 사용 방식에 따라 연료 소비와 CO₂ 배출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ICCT가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차량의 기술적 성능만으로 친환경성을 판단해 인증값을 낮추는 것보다, 실제 운행에서 나타나는 전기주행 비중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PHEV 자체가 '나쁜 차'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분석을 두고 PHEV가 전기차보다 환경성이 나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보고서가 직접 비교한 핵심은 PHEV의 공식 인증값과 실제 도로 배출량의 차이다. ICCT는 “PHEV의 친환경성을 평가할 때 배터리 용량이나 전기주행거리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충전 행태와 전기주행 비중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PHEV의 환경성을 결정하는 것은 차량의 제원만이 아니라 운전자의 실제 사용 방식인 셈이다. 이에 따라 PHEV의 인증 과정에 적용되는 UF를 실제 운전자들의 운행자료에 맞게 조정하고, 변화하는 운행 특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폭염 늘어나니, 고금리 대출도 늘었다… 기후 재난이 부른 ‘부채의 덫’[기후신호등]

지구온난화로 세계 각국에서 폭염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폭염은 이제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 '소리 없는 재난'으로 자리잡았다. 태풍·홍수와 달리 눈에 보이는 흔적은 남기지 않지만 취약계층의 생명을 조용히 앗아가기 때문이다. 올여름 유럽은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고 한국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잠정 집계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온열질환자는 3959명이 발생했고,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여름, 이제 '폭염의 계절'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전국 최고기온 평균은 30.2℃(역대 5위)로 평년(1991~2020년 평균) 28.5℃보다 1.7℃ 높았다. 최근 고온 현상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전국적으로도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폭염 발생일수가 2001~2010년에는 연평균이 10일 미만이었으나, 2021년 이후에는 연평균이 20일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이 1986년 27.2℃에서 2026년 30.5℃로 약 3.3℃ 높아졌다. 특히 8월 평균 최고기온은 28.3℃에서 32.0℃로 3.7℃ 상승했다.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날이 1986년에는 서울에서 하루도 없었지만, 1994년에는 15일, 2018년 22일, 2025년 13일, 2026년 7일을 기록했다. ◇고령층·야외 노동자에게 집중된 폭염 피해 폭염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았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1394명으로 전체의 35.3%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866명(21.9%)으로 가장 많았고, 무직자 679명(17.2%),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295명(7.5%) 순이었다. 온열질환은 특히 야외에서 많이 발생했다. 실외 발생 환자는 2964명으로 75.1%였으며, 실외 작업장이 1039명(26.3%), 논밭 495명(12.5%), 길가 468명(11.9%)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염=야외 활동'이라는 공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내 발생 환자도 985명(24.9%)이나 됐으며, 집에서 발생한 경우가 351명(8.9%), 실내 작업장이 326명(8.3%)이었다. 냉방시설이 부족하거나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가정 역시 폭염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폭염도 지역마다 피해 양상 달라 폭염 피해는 지역의 인구구조와 산업 특성에 따라 크게 달랐다. 질병관리청 수도권질병대응센터 연구팀이 서울·인천·경기·강원의 2025년 온열질환 발생 특성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강원권에서 1808명의 온열질환자와 11명의 추정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환자의 37.6%를 차지했고, 길가와 운동장·공원 등에서 발생한 환자가 46.0%에 달했다. 특히 오전 시간대 발생 비중이 높아 고령층의 아침 산책이나 이동 중 폭염 노출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와 인천은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근로현장형 피해가 두드러졌다. 경기에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28.9%를 차지했다. 농촌 특성이 강한 강원은 농림어업 종사자의 비중이 14.5%로 높았고, 논밭에서 한낮 농작업을 하다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폭염 대응 역시 지역 맞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령층이 많은 도시는 오전 순찰과 경로당 중심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산업지역은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수분 공급을 집중 점검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서는 한낮 농작업을 줄이고 이·통장 등을 활용한 고령 농업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사회적 취약성이 폭염 피해 키워" 폭염 피해는 기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북대 이효정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응용통계연구소,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과 함께 전국 219개 시·군·구의 기후·인구·의료·노동환경 등 18개 변수를 분석한 결과, 온열질환 발생에는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고령화, 독거노인, 취약 노동자 등 사회적 요인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와 독거노인, 취약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성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반면 기온과 습도 등 열 환경의 영향은 지역별 차이가 상대적으로 컸다. 고위험 '핫스팟' 지역에서는 사회적 취약성이 온열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다. 고령층은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은 냉방비 부담과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폭염에 더 취약하다. 같은 35℃라도 누구에게나 같은 위험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료 접근성과 전력 사용량은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노동 취약성은 건설현장과 산업단지 등 야외 노동이 많은 지역에서 강하게 작용했다. 따라서 폭염 대응에서도 기온 지도뿐 아니라 고령화·주거·노동·의료 접근성 등 사회적 취약성 지도를 함께 활용해 '가장 약한 고리'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 ◇“기온 몇 도냐보다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가 중요" 폭염 대응도 기상청의 기온 특보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채여라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팀은 최근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사람이 실제 경험하는 열 스트레스와 작업환경, 건강 상태 등을 반영한 '수요자 중심 폭염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인천지역 건설·제조·배달 노동자 30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착용 기기로 실증조사를 진행했다. 심박수와 현장 기상정보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작업자의 생리적 부담이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같은 기온에 노출돼도 작업 강도와 휴식시간, 수분 섭취, 건강 상태에 따라 실제 열 스트레스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른 폭염'이다. 봄과 초여름에는 인체가 아직 고온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 한여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도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계절별 인체 적응 수준까지 고려해 폭염 대응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상·노출·생체정보 수집 △체감 영향 분석 △위험집단 세분화 △대상별 맞춤 대응 △효과 평가와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5단계 '체감형 폭염 대응체계'를 제시했다. 폭염 특보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실제로 위험한지를 파악해 필요한 사람에게 휴식·냉방·수분 공급 등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어컨, 가장 강력한 생명줄이자 기후 딜레마 폭염 속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수단은 냉방이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 적절한 실내 냉방은 핵심적인 폭염 적응수단이다.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발표한 연구는 가정용 에어컨의 생명 보호 효과를 수치로 보여줬다. 연구팀은 2010~2020년 미국 본토 3108개 카운티의 약 3000만 건의 사망 기록과 지역별 기온, 가정의 에어컨 사용 수준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정용 에어컨 사용으로 폭염 기인 사망이 연간 약 5267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에어컨이 폭염 적응의 효과가 빠르고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에어컨을 사용할 경제적 여력이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때문에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는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폭염 적응정책은 냉방기기 보급을 넘어 냉방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냉방 복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동시에 에어컨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역설도 발생한다. 노후주택 단열 개선과 고효율 냉방기 보급,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도시숲과 가로수, 쿨루프, 옥상녹화 등으로 도시의 열 자체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저소득층 재정 파탄 낸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의 사한 시에 교수 등은 “극단적인 폭염이 저소득층 가구의 재정을 위협하고 고금리 대출의 악순환에 빠뜨린다"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미국의 미시적 대출 데이터와 위성 관측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낮 평균기온이 33℃를 초과하는 극한 폭염일수가 한 달에 약 2일 증가하면 고금리 소액대출(Payday loan)의 신청 수요가 약 0.4% 증가했다. 폭염으로 야외 노동자의 작업시간이 줄면서 소득이 평균 0.15% 감소하는 데다 냉방비와 온열질환 치료비 같은 추가 지출이 발생한 결과다. 대출 수요는 늘었지만 대출기관은 신규 신용 공급을 0.32% 줄였고, 기존 대출의 채무불이행률도 평소보다 약 3% 증가했다. 특히 폭염으로 당월 대출을 1% 늘린 가구는 이후 3개월 동안 대출 규모를 3.1% 추가로 늘리는 등 장기적인 '부채의 덫'에 빠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폭염이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소득과 주거, 에너지, 금융까지 연쇄적으로 충격을 주는 사회경제적 재난이라는 의미다. ◇폭염 대응도 '기후정의' 관점에서 접근을 치솟는 기온, 늘어나는 온열질환자는 폭염이 이미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건강·복지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완화'와 함께 이미 닥친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적응'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폭염 사망을 줄이려면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기상특보만으로는 부족하다. 폭염 예보가 나오면 고령자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미리 파악해 전화나 방문으로 건강상태와 냉방 여부를 확인하는 능동적인 건강관리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건설·농업 등 야외 노동 현장에서는 '물·그늘·휴식(Water, Rest, Shade)' 원칙을 적용하고, 지역사회에는 무더위쉼터와 냉방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도시의 열 자체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도시숲과 가로수, 그늘막, 쿨루프, 옥상녹화 등 생활권 단위의 미기후 개선은 에어컨 의존도를 낮추면서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냉방을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용 에어컨이 폭염 기인 사망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취약계층의 냉방비 지원과 노후주택 단열 개선, 고효율 냉방기 보급 등 '냉방 복지'가 폭염 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기후환경과 인구구조, 노동조건, 주거환경, 냉방 접근성까지 분석해 가장 취약한 곳에 자원과 서비스를 집중하는 '체감형·수요자 중심 기후적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 문제 이슈별로 관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기-기후 통합 관리를”

“기후변화 문제나 대기오염 같은 여러 환경문제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APCEH)의 조슬린 모트 박사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린 에어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통합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PCEH는 서울 종로구에서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서태평양 지역의 환경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포럼은 '제7회 푸른하늘 맑은 공기의 날'을 맞아 (사)세계맑은공기기후연맹(GACA, 이사장 김윤신)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 주최했다. 행사 주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함께 지키는 맑은 공기, 함께 이루는 기후적응'이었다. 모트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서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150만명의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WHO의 초미세먼지(PM2.5) 기준 (연평균 권고 기준 5㎍/㎥)이 달성된다면 110만 명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태평양 지역 인구의 99%가 국가 환경기준이 설정된 곳에서 살고 있지만, 국가별 기준이 WHO 기준보다 훨씬 느슨하고, 그런 국가 기준 마저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폭염(기후변화)가 대기오염에 영향을 주고, 대기오염이 다시 기후에 영향을 준다"면서 “적절한 정책을 펼치면 맑은 공기와 온실가스 감축, 더 나은 건강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문제가 다양한 리스크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 잘 된 정책은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모트 박사는 “각국이 대기정책을 수립하고 예측(조기경보 등)·보호(취약계층 보호 등)·학습(결과 모니터링과 개선 등) 등의 단계를 통해 이행한다면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오염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령층, 실외 노동자 등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최경호 환경보건학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송지현 한국대기환경학회장(세종대 교수), 류재근 일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아주대 이재영 교수, 고려대 전성우 교수,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이종한 기후환경정책담당관 등과 해외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푸른 하늘의 날(9월 7일)' 은 우리나라가 주도해서 채택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다. 지난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푸른 하늘의 날'을 최초로 제안하였고, 그해 12월 제74차 유엔총회에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을 채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유정에 CO₂ 넣어 원유 채굴…기후 해법인가, 석유산업 승부수인가

기름이 고갈돼 가는 노후 유전에 이산화탄소(CO₂)를 집어넣어 남은 원유를 더 뽑아내는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면서 CO₂를 지하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탄소 석유'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추가로 채굴한 석유를 태울 때 발생할 온실가스까지 생각하면 이것이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미국 휴스턴대 에너지 분야 연구진은 최근 '노후 유전의 재활성화: CO₂-EOR의 기회와 과제 (Revitalization of Mature Oil Fields: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of CO₂-EOR)'라는 제목의 백서를 통해 미국 노후 유전의 재개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CO₂-EOR는 CO₂ 주입 원유 회수 증진 기술(CO₂ Enhanced Oil Recovery)을 말한다. ◇남은 석유 4140억 배럴…1370억 배럴은 추가 생산 가능 백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재래식 유전에는 지금까지 생산되지 않은 원유가 약 4140억 배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CO₂-EOR 기술 적용에 기술적으로 유리한 자원이 2840억 배럴, 실제 회수가 가능한 자원이 약 137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CO₂-EOR은 고압의 CO₂를 유전에 주입해 원유의 점도를 낮추고 유층의 압력을 유지하면서 지하에 남아 있는 원유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 과정에서 회수된 CO₂는 다시 분리해 주입할 수 있다.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백서가 소개한 텍사스 새크록(SACROC) 유전은 1974년부터 CO₂-EOR을 시작했고 7500만t 이상의 CO₂를 지하에 저장했다. 콜로라도 랭글리 유전도 1986년부터 2200만t을 저장했다. 캐나다 웨이번 유전에서는 2001년부터 3000만t 이상이 저장됐다. 백서는 이들 사업에서 장기간 모니터링 결과 누출이 매우 적었거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노후 유전을 활용한 장기 CO₂ 저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CO₂도 '실어 나르는 상품'이라는 것 그러나 CO₂-EOR은 단순히 '버려질 CO₂를 유정에 넣는 기술'이 아니다. CO₂를 포집한 뒤 압축하고 유전까지 운송할 인프라가 필요하다. 주입시설과 생산 과정에서 회수된 CO₂를 다시 압축·재순환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백서가 사례로 든 와이오밍주 솔트크리크 유전은 CO₂-EOR을 위해 약 200㎞의 CO₂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1000개가 넘는 유정의 상태를 조사하고 기록에 없던 유정까지 찾아냈고, 지상 생산시설도 재건해야 했다. 그 결과 5600만 배럴 이상의 추가 원유를 생산하고 3200만t 이상의 CO₂를 저장했다. 이처럼 CO₂-EOR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석유 생산량만 볼 수 없다. CO₂ 포집·압축·운송·주입·재순환과 유정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백서 역시 포집과 운송, 유전 재개발, 운영, 탄소 모니터링·검증(MMV), 세액공제 등을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꼽는다. ◇노후 유정은 '탄소 저장고'이면서 잠재적 누출 통로 특히 오래된 유정은 CO₂ 저장의 아킬레스건이다. 과거에 건설된 유정의 시멘트와 케이싱이 현재의 저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서가 인용한 연구에서는 캐나다 앨버타의 31만6439개 유정을 조사한 결과 4.6%에서 시멘트 부족, 부식, 케이싱 파손, 유정 누출 등 누출 위험이 확인됐다. CO₂가 지하수나 지층수와 만나 탄산이 되면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의 성능을 저하시켜 미세한 틈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정 상태 조사, 재시공, 압력시험,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 백서는 2024년 미국 일리노이주 ADM 디케이터 저장시설에서 잠재적인 유체 누출이 발견돼 작업이 중단된 사례도 소개했다. 기존 유정을 CO₂ 저장에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장기간 안전성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탄소 석유'이지 '탄소중립 석유'는 아니다 CO₂-EOR의 가장 큰 논쟁거리는 결국 이것이다. CO₂를 지하에 저장했다고 해서 그 원유가 탄소중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CO₂-EOR은 생산 과정에서 CO₂를 저장함으로써 원유 1배럴당 탄소집약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추가로 생산한 원유가 정유되고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에서 연료로 사용되면 탄소는 다시 대기로 배출된다. 액체 상태의 고밀도 탄소인 원유를 빼내고 기체 상태의 저밀도 탄소인 CO₂를 저장한다면, 땅속에 묻힌 탄소의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생산 과정의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것과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순배출이 없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CO₂-EOR을 '탄소중립 석유'라고 부르는 데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백서 역시 경제성의 핵심이 결국 추가 석유 생산에 따른 수익이라고 인정한다. 휴스턴대의 경제모델에서는 유가와 추가 원유 생산성이 사업 순현재가치(NPV)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45Q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도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NPV는 사업에 앞으로 발생할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초기 투자비용을 뺀 금액으로, 0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45Q 세액공제는 미국의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45Q 조항에 따라 포집·저장하거나 활용하는 이산화탄소 1t당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고민과 선택: '어떤' 미국산 원유를 살 것인가 에너지 안보와 대외 통상 압력 속에서 한국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구매를 늘려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수입량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어떤 미국산 원유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미국산 원유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탄소발자국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압파쇄를 거친 셰일오일인지, 기존 노후 유전에 CO₂를 주입해 생산한 CO₂-EOR 원유인지, 혹은 생산 공정에서 메탄 누출과 플레어링(Flaring)을 얼마나 통제했는지에 따라 원유의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는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국내 정유업계는 단순히 '가격과 품질'이라는 전통적 거래 기준을 넘어, 생산부터 수송에 이르는 전 과정평가(LCA) 기반의 탄소집약도를 비교·검토하는 '기후 연계형 원유 조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원유 1배럴이 생산되어 최종 소비되기까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전 주기적 온실가스의 총량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CO₂-EOR 원유라 할지라도 포집원의 성격(산업용 포집 또는 직접 공기 포집), 압축·운송 과정의 배출량, 지중 격리의 안전성과 영구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만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한편, CO₂-EOR 원유가 다른 원유보다 가격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액 공제 혜택과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른 '소비 단계의 징벌적 탄소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적인 경제성은 오히려 다른 원유보다 우수할 수도 있다. ◇LCA, 대미 에너지 협상의 강력한 외교적 카드 이러한 LCA 기반의 엄격한 탄소 검증 기준은 단순한 환경적 규제를 넘어 미국과의 통상 및 에너지 협상에서 강력한 실리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우리는 탄소발자국이 가장 낮은 친환경 원유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명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환경 규범에 부합하면서도, 미국의 통상 압박을 유연하게 받아치는 세련된 무역 외교 전략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기업들로 하여금 메탄 누출을 차단하고, 공정 효율을 개선하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더 안전하게 지중 격리하도록 강력한 시장 압박과 유인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CO₂-EOR 기술이 화석연료 소비 자체를 원천적으로 종식하는 근본적인 기후 해법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기술적 비용을 투입해 석유 생산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다는 기후 진영의 거센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완전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도달하기 전까지 화석연료 수입을 당장 멈추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가장 탄소 배출이 적은 화석연료를 지혜롭게 선택하는 것' 또한 현실적이고 강력한 기후 에너지 정책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UN 보고서 “지구 기온 ‘1.5도 방어선’ 수년 내 깨진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수년 내에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치인 1.5°C 방어선(임계온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류가 마주할 기후 위험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엄중한 경고가 나왔다. 유엔 산하 환경 전문기구인 UNEP가 발표한 새 보고서 '오버슈트 제한(Limiting Overshoot)'는 방어선을 넘어 상승한 기온을 다시 낮춰 파리 협정의 전 지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로를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오버슈트, 정점 및 하강(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다. 이 경로는 임계 온도를 넘어서는 기간과 규모를 최소화한 뒤, 최대한 빠르게 기온을 다시 1.5°C 미만으로 돌려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올여름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치명적인 홍수는 앞으로 닥칠 기후 재앙의 경고"라며 “1.5°C 이상의 기온 오버슈트를 가능한 한 작고 짧게 만들기 위해 인류는 더 큰 야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할 것이라는 경고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유엔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1.5°C 목표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은 처음이다. ◇기온 오버슈트,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임계점' 경고 보고서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지구 기온 상승 폭은 최대 1.8°C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정점을 예측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1.5°C를 초과하게 되면 기온이 소폭 상승할 때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 생태계 상실, 소도서국 및 저지대 연안 도시의 침수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된다. 또한 식량 안보, 수자원 공급, 보건, 경제 인프라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보고서는 기온 초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규모 빙하의 불안정화 △아마존 우림의 황폐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따뜻한 표층수를 북쪽으로, 차가운 심층수를 남쪽으로 이동시켜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해류계) 붕괴 등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s)'을 넘어설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정점 후 하강'을 위한 열쇠: 메탄 감축과 탄소 제거(CDR) 이 경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메탄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감축해 기온 상승 정점 자체를 낮추어야 한다. 이후 넷제로(Net-Zero)를 넘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배출(Net-negative emissions) 상태를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신중하게 통제된 이산화탄소 제거(CDR)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다만, CDR 기술은 기온 정점 자체가 2°C 미만으로 억제되고 모든 잔류 배출량이 감축될 때만 신뢰할 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 건전성, 형평성, 규모 관리를 위한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적응력 강화와 정의로운 전환 마련 시급 UNEP는 기온 정점을 낮추는 '완화' 대책과 함께, 기후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적응' 조치가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화와 적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자연 기반 냉각 등의 조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비선형적이고 돌발적인 기후 위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적응 체계가 요구된다. 수년간의 기후 행동 지연으로 인해 향후 기온을 다시 1.5°C 미만으로 되돌리더라도 일부 피해와 환경 변화는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공동체가 이주를 강요받거나 생계 수단을 바꿔야 하는 심각한 재조정 과정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정의와 권력,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포용적인 거버넌스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 지도자들 “지금 당장 행동해야"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 이 보고서와 관련 “1.5°C 위에 머무는 한 좋은 결과는 결코 없다. 극심한 폭염이 증명하듯 기후 영향은 더 빠르고 강력하며 오래 지속될 것이다. 이제 기후 행동에 두 배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온난화가 지속될수록 태평양 이웃 국가들이 전선에서 가장 먼저 가혹한 피해를 입는다"면서 “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야망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UNEP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제시된 '오버슈트, 정점 및 하강' 경로가 새로운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이지만, 결코 다음 세대에게 떠넘겨서는 안 되며 지금 당장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만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목표를 넘어섰다가 다시 내려오는 오버슈트의 세계에서는, 최종 온도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이 그 선을 넘었는가가 결정적"이라면서 “오버슈트의 시간이 길어지고 높이가 커질수록 커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젊은 세대와 아이 세대가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한 앞당겨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공기청정기 켜니 뇌도 맑아졌다…40대 이상 인지기능 12% 향상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호흡기와 심혈관계뿐 아니라 인지기능 보호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40세 이상 성인은 가정에서 고효율 미립자 공기(HEPA. 헤파) 필터를 장착한 공기 청정기를 한 달간 사용한 뒤 실행기능과 정신적 유연성을 평가한 인지검사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헬스센터 공중보건학과와 노화센터, 터프츠대학교 공중보건·지역사회 의학과 등의 연구팀은 HEPA 공기청정기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고속도로 인근 주민 119명 대상 실험 연구팀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의 고속도로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교차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고속도로에서 200m 이내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으로, 최종적으로 119명에 대해 인지기능 검사까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거실과 침실에서 한 달간 실제 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한 뒤 한 달의 중단 기간을 거치고, 다시 한 달 동안 가짜 필터를 넣어 사용했다. 일부 참가자는 순서를 반대로 진행했다. 같은 사람이 HEPA와 가짜 필터 환경을 모두 경험하도록 해 개인별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 실내 공기질을 측정한 19개 가구에서는 HEPA 필터 사용 시 초미세먼지(PM2.5, 지름이 2.5㎛ 이하인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5.2㎍(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에서 2.5㎍로 52% 감소했다. 극초미세입자(UFP, 지름이 0.1㎛ 이하인 입자)도 ㎤당 6925개에서 4706개로 32% 줄었다. 이는 외부 미세먼지가 심한 상황에서도 실내 입자상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40세 이상에서 실행기능 개선 연구진은 공기질 개선이 인지기능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트레일 메이킹 검사(Trail Making Test)'를 실시했다. 숫자와 문자를 정해진 순서대로 연결하게 해 뇌의 실행기능, 정신적 유연성, 주의력 등을 평가하는 인지기능 검사다. A파트는 시각적 기억과 운동속도 등을, B파트는 실행기능과 정신적 유연성을 평가한다. 전체 참가자를 분석했을 때는 HEPA 사용군과 가짜 필터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령별 분석에서는 40세 이상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40세 이상 참가자 50명은 HEPA 필터를 사용한 뒤 B파트를 평균 54.0초에 완료했다. 가짜 필터 사용 후의 61.4초보다 약 12% 빠른 기록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2). 반면 40세 미만에서는 유의한 개선이 없었고, A파트에서도 연령대와 관계없이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HEPA를 통해 미세먼지 노출을 줄였을 때 40세 이상 성인의 실행기능과 정신적 유연성을 평가하는 검사에서 단기간의 개선이 관찰됐다는 의미다. 다만, '공기청정기를 켜면 뇌가 젊어진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미세먼지 줄이면 뇌 기능에도 영향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미세먼지 노출이 뇌의 백질(白質)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질은 뇌의 여러 영역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로, 신경 신호가 뇌 안에서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조직이다.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의 백질 변화는 정신적 유연성과 실행기능에 관여하는 뇌 기능과 관련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HEPA 사용 후 개선된 영역 역시 실행기능과 정신적 유연성을 평가하는 B파트였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가 HEPA와 가짜 필터를 모두 경험하는 교차시험 방식으로 진행돼 개인별 차이를 줄였고, 실내 체류시간과 스트레스 수준, 검사 당시 외부 기온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보정했다. 다만 인지검사를 반복하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학습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연구 대상이 건강한 성인에 한정됐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기존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장기간의 미세먼지 노출과 인지기능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HEPA 필터 헤파(HEPA, High-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는 공기 중 미세한 입자상 오염물질을 높은 효율로 걸러내는 고효율 미립자 공기필터다. 미세먼지(PM2.5)뿐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극초미세입자(UFP) 등 다양한 입자를 포집해 실내 공기 중 입자 농도를 낮출 수 있다. HEPA 필터는 기본적으로 입자상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이므로 이산화질소나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기체상 오염물질까지 제거하지는 못한다. 헤파는 특정 회사의 상표명이 아니라 필터의 성능·등급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용어로, H13 또는 H14 등 세부 등급에 따라 입자 제거 효율에서 차이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155GW 태양광 목표의 열쇠, ‘농사 지으며 전기 파는’ 영농형 태양광 [기후 리포트]

최근 발표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안에서 정부는 2040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를 155기가와트(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목표가 커질수록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라는 국토 문제가 커진다. 산지 태양광은 환경 훼손 논란으로 확대가 어려워졌고, 농지로 향하는 태양광은 농민과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해법으로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이 주목받고 있다. 농지를 발전소로 전환하는 대신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 그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식량 생산을 유지하면서 농가에 안정적인 발전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지상형 태양광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55GW의 벽은 '땅'이다 제12차 전기본 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사업용 태양광 87GW를 확보하고 2040년에는 사업용 태양광을 155.3GW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지상형 태양광만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연간 수 GW의 신규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매년 수십㎢의 토지가 필요하다. 산지 개발을 줄이면 농지와 평지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지 태양광 신규 보급 비중은 2017년 약 40%에서 최근 3%대로 급감했다. 산지 태양광에 대한 환경 훼손 논란과 입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태양광 개발 수요가 상대적으로 평지와 농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에서도 갈등이 만만치 않다. 외지 개발업체가 농민으로부터 농지를 임차하거나 매입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지가 장기간 발전시설 용도로 묶이고 농업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업 수익은 개발업체가 가져가는 반면 경관 훼손, 토지 이용 변화, 주변 농지의 가치 하락 등 부담은 지역 주민이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시설이 주거지나 축사, 도로 등에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를 정하는 이격거리 규제를 둘러싸고 지자체와 사업자, 주민 간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농민단체의 반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농촌이 도시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발전시설 입지로만 취급되고, 정작 발전사업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외부 자본이 가져가는 구조라면 농민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사와 발전' 결합하니 정치적 갈등도 낮아져 영농형 태양광의 사회적 수용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ürich)와 취리히응용과학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영농형 태양광이 토지 기반 태양광에 대한 정치적 양극화와 지역 반대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위스 성인 2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지상형 태양광에는 보수 성향 주민과 농촌 주민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컸지만 영농형 태양광에는 보수층의 지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주민 수용성을 좌우한 것은 이념보다 사업 설계였다. 연구진은 △농작물 수확량 감소 최소화 △지역 농민·주민 중심의 소유 구조 △경관을 고려한 소규모·분산형 개발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수확량 감소가 5% 미만일 때 지지가 크게 높아졌고, 외부 투자자보다 농민이나 주민협동조합 등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수용성이 높아졌다. ◇한국도 특별법…'농사가 우선' 원칙 세워야 국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의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공포돼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은 농업과 발전의 병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실증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의 농업적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들깨와 참깨 등은 일정 수준의 차광 조건에서도 생육과 수확량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작물로 평가된다. 특히 한여름 강한 일사와 고온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태양광 패널이 일부 햇빛을 차단하면서 토양 수분 증발과 작물의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광을 선호하는 녹차의 경우에는 오히려 생육 환경이 개선돼 생산량이 증가한 실증 사례도 보고됐다. 녹차는 강한 햇빛을 그대로 받기보다 일정 정도 그늘이 지는 환경에서 잎의 품질과 생육이 좋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작물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물별 광합성 특성과 적정 일사량에 맞춰 패널의 높이·간격·차광률을 설계한다면, 농업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는다면 농민 10만명이 100kW씩 참여해 10GW를 생산하는 '햇빛연금' 모델도 가능하다. 다만 핵심은 외부 자본의 농지 개발이 아니라 실제 농민이 사업의 주체가 되고 농업 생산을 우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태양광 155GW의 진짜 병목은 '전력망' 영농형 태양광에도 넘기 어려운 장벽이 있다. 바로 송배전망이다. 태양광이 집중된 호남·영남 남부지역에서는 발전설비 증가에 비해 송전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규 발전사업의 계통 접속이 지연되거나 발전량이 제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155GW 목표의 성패는 태양광 패널을 얼마나 빨리 설치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민이 수익을 얻고,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며, 생산된 전기를 소비지까지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그 해법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12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농사가 우선이고 발전은 그 위에 얹는 것'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전력망 투자를 서둘러야 155GW라는 목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정확한 정보로 기후 대응 이끈다”…‘기후아고라’ 출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국내외 주요 정보와 우수 보도를 한곳에서 살펴보고 시민·언론인·전문가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온라인 공론장 '기후아고라'​가 출범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부설 저널리즘연구소(소장 제정임 교수)는 31일 기후위기 대응과 정확한 기후·에너지 보도를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 '기후아고라'(agoraforclimate.org)​를 공식 공개했다. 기후아고라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언론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기후보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우수 보도와 최신 연구자료, 팩트체크, 언론인 교육 콘텐츠 등을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곳곳의 기후재난이 출범 배경 제정임 소장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네팔 북중부 트리슐리강 일대에서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며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날 산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토석류가 강변 마을을 휩쓸어 수천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추가 규명이 필요하지만 “그 배경에 기후위기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등의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태와 홍수, 물 부족에 따른 식량난과 분쟁, 난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 소장은 최근 직접 방문한 중국 윈난성 리장의 옥룡설산도 사례로 들었다. 최고봉이 5596m인 옥룡설산의 빙하수가 지역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지만, 빙하 면적이 온난화로 줄어들어 1950년대의 40%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더 줄면 나시족 전통문화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리장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라며 “너무 맑아 옥색으로 반짝이는 계곡물을 보니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여름 서울 일부 지역의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을 언급하며 “40도 기온이 흔한 여름이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제 소장은 반문했다. 이어 “지구촌 곳곳을 태우는 대형 산불, 전례 없는 가뭄, 더 강력해진 태풍과 홍수에서 누구도 마냥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mitigation)​와 이미 불가피해진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적응(adaptation)​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국내 현실은 여전히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제 소장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몰아세우며 석탄·석유·천연가스를 더 파내라고 외치고 있다"며 “국내에도 산업적 이해관계 등으로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대응은 가야 할 속도에 비해 미진하다"며 “앞에선 맹수가 달려오는데 뒤에선 탈출구가 닫히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제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게 하려면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엄중성과 긴박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 보도부터 팩트체크·교육까지 기후아고라는 크게 기후뉴스룸, 최신자료실, 팩트체크, 기후저널리즘스쿨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기후뉴스룸에서는 국내외 언론상을 받은 기후·에너지 보도와 전문가 검증을 거친 우수 보도를 선별해 소개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확산한다. 최신자료실에서는 기후과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비롯해 정부·국제기구·주요 연구기관이 발표하는 기후·에너지 보고서와 데이터를 핵심 내용 중심으로 제공한다. 기자와 PD 등 언론인들이 취재에 필요한 자료를 보다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팩트체크에서는 기후·에너지 분야의 허위조작정보와 왜곡된 주장을 검증한다. '리팩트', '사이언스피드백' 등 국내외 전문 검증기관과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팩트체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기후저널리즘스쿨은 현업 기자와 PD들이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후보도를 할 수 있도록 국내외 전문가 특강과 저널리즘 세미나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외 언론단체의 기후보도 가이드라인도 함께 소개한다. 향후에는 시민과 언론인, 전문가가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토론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제 소장은 “기후아고라는 한국의 기후저널리즘이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며 “국내외의 탁월한 기후·에너지 보도가 사장되지 않고 더 많은 시민에게 가 닿도록 우수 보도를 모아 전파하고, 최신 기후과학과 에너지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허위조작정보가 여론을 왜곡하지 않도록 팩트체크 결과를 발 빠르게 알리고, 일선 기자·PD들이 완성도 높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논의했던 광장을 뜻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동차 배출 초미세먼지, 암 환자 단기 사망위험 치명적 [환경포커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 PM2.5)가 일반 미세먼지보다 암 환자의 단기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교통 유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암 환자의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미세먼지가 암을 새로 발생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단기적인 사망위험과 대기오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8개국 암 사망 922만건 분석 호주 모나시 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호주·브라질·캐나다·칠레·한국·멕시코·뉴질랜드·태국 등 8개국의 2000~2019년 암 사망자료 922만3612건을 분석, 24개 주요 암종을 대상으로 사망 당일과 전날의 PM2.5 노출과 사망위험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전체 PM2.5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하면 암 사망위험은 0.77% 증가했다. 반면 교통 유래 PM2.5가 같은 폭으로 증가할 경우 사망위험은 3.87%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의 단기 사망위험 연관성이 전체 PM2.5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가장 주목할 결과는 농도와 건강영향 사이의 큰 차이다. 8개국에서 교통 유래 PM2.5는 전체 PM2.5 농도의 평균 14.72%에 불과했다. 그러나 PM2.5의 급성 노출과 관련된 암 사망 가운데 교통 유래 PM2.5가 차지하는 비중은 73.55%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약 11만1405건의 암 사망이 교통 유래 PM2.5와 관련된 것으로 추산했다. 교통 미세먼지에는 자동차 배기가스뿐 아니라 브레이크·타이어 마모와 도로 먼지 재비산 등에서 발생하는 입자도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입자의 구성과 극초미세입자 등이 상대적으로 큰 건강영향을 나타내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 암 사망 141만건도 분석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고, 한국도 중요한 분석 대상으로 포함됐다. 연구진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2000~2019년 한국의 암 사망 141만524건을 분석했다. 한국의 연구기간 평균 PM2.5 농도는 38.20㎍/㎥, 이 가운데 교통 유래 PM2.5는 5.20㎍/㎥​였다. 한국에서 전체 PM2.5가 10㎍/㎥ 증가할 경우 암 사망위험은 0.59%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는 같은 조건에서 3.63% 증가했다. 교통 유래 PM2.5와 관련된 한국의 암 사망자는 연구기간 동안 2만6877명으로 추산됐으며, 전체 암 사망의 1.91%에 해당했다. 전체 PM2.5의 급성 노출과 관련된 암 사망자는 3만2651명으로 추산됐다. 한국에서는 특히 대장·직장암이 교통 유래 PM2.5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전체 PM2.5의 경우 대장·직장암 외에도 간암, 폐암, 비인두암, 위암, 고환암에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미세먼지 총량 넘어 발생원 관리해야" 이번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교통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켜 사망시켰다"라고 하기보다는 “단기간 교통 미세먼지 노출이 암 환자의 사망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실제 노출량이 아니라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도시 대기오염 추정치를 사용했고, 교통 유래 PM2.5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개별 사례에서 입증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를 단순히 총량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오염원에서 나온 미세먼지인가가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교통 배출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오염원인 만큼, 교통 유래 미세먼지를 줄이고 급격한 노출을 낮추는 정책이 암 환자 등 취약계층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구밀집지역과 의료기관 주변의 교통오염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질 관리도 단순히 'PM2.5가 얼마나 많은가'를 넘어 '어디에서, 어떤 성분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복합 재난 시대…‘기후 리스크’ 관리 못하면 기업 생존 흔들린다

기후위기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폭우·가뭄·폭염·산불 등을 각각 하나의 자연재해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복합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26일 네팔 히말라야 트리슐리강 유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돌발홍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빙하와 암석의 붕괴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했고 도로·교량·주택은 물론 수력발전시설까지 피해를 입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한 어퍼 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9명이 실종됐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홍수'로 보기 어렵다. 기후변화가 빙하·암석 붕괴를 불렀고, 하천 급격한 수위 상승이 토석류·홍수로 이어진 전형적인 연쇄재난이다. ◇기후재난은 이제 '하나씩' 오지 않는다 복합재난은 네팔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6년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이 확산되고 주요 하천의 수위까지 크게 떨어졌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서유럽의 2026년 6~7월 평균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고온·건조한 조건이 극심한 산불을 키웠다. 유럽의 주요 강인 라인·다뉴브·루아르·포강 등에서도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수운과 농업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강의 수량이 줄면서 발전소 냉각수와 산업용수 확보에도 문제가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단순히 '더운 여름'이 아니다. 산불로 공장이나 송전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가뭄으로 공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으며, 하천 수위 저하로 물류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하나의 기후현상이 여러 생산요소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올여름 남부지방에서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지적으로 극한호우가 쏟아지는 등 서로 상반된 극한현상이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에서 교차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의 10%인 150㎜가 1시간에 쏟아지는 상황도 나타난다. 이제 기업은 '올해 비가 많이 올까, 적게 올까'를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뭄과 폭우가 동시에 기업활동을 위협할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포항제철소 침수는 대표적 기후 리스크 사례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도 중요한 사례다.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의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가 포스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 생산이 중단되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철강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리스크는 공장 하나의 자산손실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가져야 할 관심은 단순 공장 침수만이 아니라, 전력과 용수가 끊기면 공급망 어느 부분까지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핵심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항만이나 도로가 막히면 제품을 어떻게 운송할 것인가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반도체 공장은 침수에 취약할 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서남권 등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면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위험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안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극한호우가 발생했을 때 공장 자체는 안전하더라도 변전소·송전망·취수시설·도로가 침수되면 생산은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뭄이 지속되면 취수량이 제한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전소의 냉각수 확보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TCFD식 시나리오 분석,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해야 이제 기후 대응은 환경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생산·구매·투자·안전 부서가 함께 관리해야 할 전사적 리스크​다.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가 발전시킨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다. TCFD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와 사업에 미치는 위험과 기회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국제적 기후 공시 체계를 말한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별로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기후 공시에 포함하라는 게 TCFD의 권고다. 기업은 △극한호우와 홍수 △장기 가뭄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전력망 장애 △공급업체 생산 중단 등을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가 매출·영업이익·자산가치·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야 한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발전소, 도로, 철도, 댐 등의 개발사업에서는 재해영향평가를 기후리스크 관리의 첫 관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과거 최대 강우량만으로 미래의 위험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래 강우 강도의 변화와 가뭄, 산사태, 토석류, 해수면 상승, 만조와 폭우의 결합 등 복합적인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의 경우 현지 정부의 인허가와 법정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 발생 시 근로자가 실제로 대피할 수 있는 조기경보와 대피훈련을 갖춰야 한다. 보험 역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보험은 마지막 방어선이다. 위험한 입지를 피하고, 방재시설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한 뒤 남은 위험을 보험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2018년 국내 기업이 건설하던 라오스의 댐 유실 사고와 2022년 포항제철소 침수, 2026년 유럽의 폭염·가뭄·산불 등과 더불어 이번 네팔의 참사는 기후위기 시대 인프라가 직면한 위험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사업의 경제성을 계산할 때 건설비와 인건비, 에너지가격, 시장수요를 분석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기후리스크 비용과 복합재난에 따른 생산중단 비용, 공급망 차질 비용, 보험비용, 적응 투자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리스크가 기상 변화를 넘어 점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고, 기업들도 철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리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분석해서 리스크를 판정하고 이를 대응계획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물건을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이른바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이 새로운 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후리스크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사업은 아무리 높은 수익성을 제시해도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사업계획서와 투자심의서 첫 장에는 매출 전망뿐 아니라 기후위험 지도와 복합재난 시나리오가 함께 올라와야 할 때가 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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