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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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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포커스] 동유럽에서 핵전쟁 벌어지면…전 지구 식량시스템 붕괴

지난 26일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곳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서 벌어진 러-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해 왔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유럽이 핵 충돌의 위험지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술핵이나 소규모 핵 사용을 '제한적 핵전쟁'으로 표현하며, 그 피해가 특정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핵전쟁은 결코 국지전에 머물지 않으며, 단 몇 개의 핵탄두만으로도 전 지구적 기후 붕괴와 식량 위기, 장기적인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수학·통계학과와 물리·천문학과 연구진은 지난 22일 동유럽 핵분쟁이 전 지구 기후와 방사능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계열의 국제저널인 'njp 클린 에너지'에 발표했다. ◇태양빛 잃은 지구, 핵겨울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연구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15킬로톤(kt)급 핵폭탄 100개가 폭발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15kt이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규모다. 이 경우 약 5테라그램(Tg), 즉 약 500만 톤의 검은 탄소(Black Carbon)가 성층권으로 유입된다. 이 검은 탄소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태양빛을 흡수하고 지구의 복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기후 교란 물질이다. 성층권에 도달한 검은 탄소는 태양광을 흡수해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그 열로 인해 연기 구름은 더욱 높은 고도로 상승한다. 이렇게 올라간 입자는 비에 씻겨 내려오지 않고 수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 전체를 뒤덮는다. 그 결과 북반구 평균 기온은 사고 발생 1년 안에 약 1℃ 하락한다. 특히 대륙 내부 지역의 충격은 훨씬 크다. 러시아는 평균 5℃, 미국은 약 4℃의 급격한 기온 하락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히 겨울이 길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농업 생산, 수자원 공급, 생태계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기후 위기다. ◇식량 시스템의 붕괴, 핵전쟁은 기근으로 이어진다 기온 하락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햇빛과 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미국 전역에서 ㎡당 약 30W가 감소한다. 햇빛이 줄어들면 작물의 광합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곡물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한다. 강수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북반구 중위도 농경지의 강수량은 평균 40% 감소하며, 일부 지역은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특히 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은 농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흉작이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식량 부족은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빈곤 국가의 기근, 대규모 난민 발생, 국제 분쟁 확산으로 연결된다. 핵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전장이 아니라 식탁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후 교란이 열대수렴대(ITCZ)를 남쪽으로 밀어내며 전 지구적 물 순환을 왜곡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시스템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전쟁은 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느린 붕괴다. ◇방사능은 국경을 넘는다…즉각적 피폭과 장기 오염 핵폭발 직후의 방사능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폭발 후 48시간 이내에 약 100만 명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을 유발하는 1시버트(Sv, 방사능 단위)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가운데 약 17만 명은 중증 방사선 질환을 겪게 되며, 특히 10시버트 이상의 치명적인 선량을 직접 받는 약 8만 명은 적절한 의료 조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 치명적 수준인 5시버트 이상의 방사능 오염 구역은 약 3500㎢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장기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은 성층권의 대기 순환을 타고 적도를 넘어 남반구까지 확산된다. 연구진은 사고 발생 10년 후 방출된 낙진의 약 40%가 남반구에 퇴적될 것으로 분석했다. 핵전쟁은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흉부 X-레이 1회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은 약 0.1 mSv(밀리시버트(1 mSv = 1000분의 1 Sv)이고, CT 촬영도 1회 당 수 mSv~수십 mSv 정도에 노출된다. 일반인(방사선 작업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시한 권고 기준은 연간 1다. X선·CT 검사처럼 의료 목적으로 노출되는것 외에 추가로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을 말하고, 보통 이 기준 이하일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보통 한 번에 약 1시버트(Sv), 즉 1000mSv 이상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착각…핵무기는 결코 국지적이지 않다 이번 엑스터대학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유럽에서 핵탄두 100개가 사용되는 순간, 그것은 특정 국가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기후 재난이 된다는 것이다. 식량 안보는 무너지고, 기후 시스템은 흔들리며, 방사능 오염은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경제적 충격과 정치적 불안정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사실상 문명 전체의 위기로 확장된다.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문명 파괴 장치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핵 억제와 군비 통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무기의 사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류적 행위다. 40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재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을 단순히 과거의 역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얻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신호등] 유럽 식민지배의 ‘보이지 않는 유산’…사라진 언어, 무너진 생태계

21세기 인류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는 이 위기의 뿌리가 단지 산업화나 현대 경제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역사적 과정, 즉 식민지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한 국제 공동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최근 '사람과 자연(People and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식민지배가 오늘날의 생태계와 문화 다양성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유럽 식민세력의 지배 기간이 길수록,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이 동시에 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 종이 사라질 수 있다"… 이미 시작된 붕괴 현재 지구 생태계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생물 멸종 속도는 인간이 지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이전과 비교해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추정도 제시된다. 언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최소 40%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으며, 지난 500년 동안 수천 개의 언어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생물 다양성 위기와 언어의 소멸이라는 두 현상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연구진은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다. 바로 '생물문화 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과 언어·문화 다양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토착 언어는 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식, 약용 식물 활용법,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 방식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의 상실이 아니라 생태 지식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176개국 분석… “식민지배 기간이 핵심 변수" 연구팀은 전 세계 176개국을 대상으로 생물과 언어의 위협 수준을 동시에 분석했다. 생물다양성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Red List) 데이터를 활용해 양서류·조류·포유류·파충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언어 다양성은 전 세계 6921개 언어를 포함한 '민족학(Ethnologue)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적색 목록 지수(Red List Index, RLI)'를 활용, 각 국가의 위협 수준을 0과 1 사이의 값으로 환산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낮고, 0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진은 다양한 변수—도시화, 농업, 경제 수준, 교육 수준, 기후 조건—를 함께 분석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도출됐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모두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변수는 '유럽 식민세력의 점유 기간(occupation time)'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식민지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 다양성 위협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회귀계수 -0.21, p=0.004), 생물다양성 위협 역시 강하게 증가했다(회귀계수 -0.18, p=0.001). 두 요소를 합친 생물문화 다양성 위협도 증가했다(회귀계수 -0.10, p=0.033). 이 수치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식민지배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문화 모두를 훼손하는 구조적 원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왜 식민지배는 두 영역을 동시에 파괴했나 식민지배가 생물과 언어를 동시에 파괴한 이유는 그 구조에 있다. 식민주의는 단순한 정치 지배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환경을 총체적으로 재편하는 시스템이었다. 먼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식민지배는 대규모 자원 착취를 동반했다. 설탕·면화·고무와 같은 상품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숲과 초지가 농지로 전환됐고, 이는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단절로 이어졌다. 또한 유럽에서 유입된 외래종은 토착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대형 포유류와 조류는 식량·모피·장식품 등의 목적으로 대량 사냥됐다.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도 상황은 유사했다. 식민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는 전쟁과 질병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강제 이주와 토지 수탈로 공동체 기반이 붕괴됐다. 여기에 더해 교육과 행정에서 토착 언어 사용이 금지되고 제국 언어가 강요되면서 언어 소멸이 가속화됐다. 결국 식민지배는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동시에 해체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과거"… 수십 년 지속되는 '지연 효과' 이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개념은 '지연 효과(time-lag)'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식민지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위협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생태계와 문화 시스템이 한 번 붕괴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에 담긴 전통 지식도 함께 사라지며, 멸종된 종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또한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 역시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경로를 따라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과거의 인간 활동이 현재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례: 식민지배가 남긴 생태와 언어의 상처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전 지구적 통계 분석을 수행했지만, 유럽 식민주의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한국의 역사에도 그래도 적용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동일한 역사적 인식과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식민 지배라는 대규모 사회·정치적 사건이 지배 주체와 상관없이 생태계와 문화에 장기적인 지연 효과를 남긴다는 연구의 핵심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는 대규모 생태 파괴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호랑이의 박멸이다. 일본 제국은 '유해조수 구제'라는 명목으로 포획 보상금을 지급하고 군경과 사냥꾼을 동원해 조직적인 사냥을 벌였다. 그 결과 조선호랑이는 20세기 중반 사실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산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총독부와 일본 학계는 '연구'와 '개발'을 명분으로 백두대간 일대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30년 이상 체계적으로 벌목했다. 이는 단순한 산림 이용을 넘어, 식민지 경제 구조에 맞춘 자원 수탈이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억압도 심각했다. 창씨개명 정책을 통해 한국인의 이름이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뀌었고, 학교와 공공 영역에서는 한국어 사용이 금지됐다. 이는 언어 다양성 억압의 전형적인 사례로, 연구에서 지적된 식민지 동화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21세기엔 다국적 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의 마르셀 야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지난해 5월 '글로벌 환경 저널(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환경 갈등을 유발하는 100여 개의 글로벌 대기업, 이른바 '슈퍼갈등기업(superconflictive companies)'을 고발했다. 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세계 최대 환경 갈등 데이터베이스인 '환경정의 아틀라스 세계지도 (Global Atlas of Environmental Justice, EJAtlas)'의 데이터를 활용해, 총 3388건의 환경 분쟁과 함께 이에 연루된 5589개 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2%에 불과한 104개 기업이 전체 갈등의 무려 20%에 연루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금·은·리튬 등의 광물과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채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 세계 환경 갈등 가운데 5분의 1을 이들 100여 개 다국적 기업이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다국적 기업과 거대 자본이 중저소득 국가에 진출해 자원을 개발하는 방식은 과거 식민지배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광산 개발, 플랜테이션 농업,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은 열대우림과 자연 서식지를 빠르게 농지와 산업용지로 전환시키며,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개발이 현지 생계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위한 수출 구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 식민지 시기의 원자재 수탈 경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식민지배가 정치·군사적 강제에 기반했다면, 오늘날은 시장과 투자, 고용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통해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인한 공동체 해체와 도시화, 노동 이동은 소수 언어의 약화를 불러오는 간접적 효과까지 낳고 있어, 현대의 자원 개발 역시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 다양성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생태와 문화는 하나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의 연구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특히 토착 공동체가 관리하는 지역은 전 세계 육지의 약 30%를 차지하며, 보호구역의 최소 40%가 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생태계 보전과 문화 보전이 동일한 기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종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 자체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 연구진은 향후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토지 및 자원 관리권을 강화할 것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교육과 정책을 펼칠 것 △집약 농업과 무분별한 도시화를 제한할 것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과 언어 보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고려하는 정책 설계다. 식민지배와 같은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위기를 만든 만큼, 이를 무시한 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결국 식민지배는 끝난 역사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라져가는 언어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은 그 흔적을 지금도 증언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연자본포럼 3세션] 포스코, 경영진 평가에 기후 성과 연계…“강력한 탈탄소 실행”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마지막 순서인 세션 3에서는 '지속가능 공시 성공적 안착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세션에서는 국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동향과 기업들의 실무적 대응 전략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날 토론 좌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박필주 ESG인프라지원단장이 맡았다. 주제 발표에 나선 삼일회계법인 권미엽 파트너, 포스코홀딩스 오재희 리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남희 ESG경영지원실장 등 전문가 3인은 공시가 단순한 규제 이행을 넘어 자본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는 핵심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션 3은 국내외 공시 기준의 이론(삼일회계법인), 기업의 실제 이행(포스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 체계(환경산업기술원)가 어우러져 참석자들로부터 '네이처 포지티브' 시대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실무 로드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본시장의 시그널과 경영진의 핵심 의사결정"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자본시장이 기업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와 기회의 메시지를 데이터로 증명했다. 권 파트너는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2°C 상승할 경우 아세안 지역의 국내총생산(GDP)가 약 37% 감소하고, 아시아 전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거시경제적 위기를 경고했다. 권 파트너는 이러한 비재무적 리스크가 어떻게 실제 재무 변수인 자본비용을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 ESG 등급 기업과 최고 등급 기업 간의 자본비용 격차는 신흥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ESG 등급이 2등급 이상 상승한 기업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약 1.1%p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 성과가 기업의 부도 리스크를 낮추고 채권자의 요구수익률을 하락시키는 선행 지표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부도 위험이 낮아지면 자금을 빌려주는 채권자(은행, 채권 투자자 등)는 그만큼 낮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타인자본비용(Kd)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권 파트너는 특히 실무적인 대응 방안으로 '재무제표 표준 CoA(Chart of Accounts) 라이브러리' 수립을 제안했다. 기업은 기후 위험의 고유 영향과 대응 전략의 영향을 영업·투자·재무·결산 활동별로 세분화해 회계 계정과목에 맵핑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투자 타이밍과 규모를 숫자로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의 기후 공시 (IFRS S2) 기준에 따라 기후 성과를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 및 보상 체계에 연계하고,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시하는 전사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포스코, 기후 성과를 경영진 보상과 연계" 두 번째 발표자인 오재희 포스코홀딩스 리더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 겪는 공시의 무게와 전략적 활용법을 상세히 공유했다. 오 리더는 기후 공시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강력한 '자본 배분의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공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이 직면한 기후 리스크, 즉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개선해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에 기꺼이 투자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오 리더는 포스코가 직면한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를 정책·기술·시장·평판의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바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면 시행 △국내 배출권 유상할당량 확대에 따른 규제 비용 증가 △수소환원제철(HyREX)과 같은 저탄소 기술로의 대체에 따른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지출 △기존 고로(高爐, 용광로) 설비의 좌초자산화 위험 등인데, 포스코는 이들 리스크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안가에 위치한 제철소의 특성상 폭우와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물리적 위험에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CP) 수립과 차수벽 강화 사례도 공유했다. 특히 포스코는 기후 성과를 경영진의 보상 지표와 직접 연계해 탈탄소 전략의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리더는 “미래 재무 영향도는 변수가 많아 산출 결과의 범위가 넓게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내부 탄소가격제 등을 활용해 투자 검토 단계에서부터 탄소 비용을 반영함으로써 자본이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정보공개제도를 통한 산업계 ESG 공시 지원"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남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인프라를 소개했다. 김 실장은 환경정보공개제도가 기업의 자발적인 녹색경영 의지를 높이고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를 갖춘 핵심 제도임을 설명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현재 약 2000여 개 회사, 5000여 개 사업장의 환경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네이버페이 증권 등 금융 포털과 연계해 투자자들이 모바일에서도 쉽게 기업의 환경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기업들이 입력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류 평가, 현장 확인, 정밀 검증으로 이어지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수행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데이터가 30% 이상 차이 날 경우 증감 사유를 확인하는 등 데이터 정합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의 협력사들이 겪는 스코프(Scope 3)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급망 협력사에 대한 1:1 맞춤형 컨설팅과 환경정보 등록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코프3 배출량은 원료의 채취나 부품의 공급, 생산된 제품의 운송, 폐기 등 공급망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김 실장은 “전과정평가(LCI)와 관련해 2028년까지 국가 데이터베이스(DB)를 새로 1000여 개 구축해서 국제 플랫폼(GLAD)에 등록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환경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공공 인프라를 탄탄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산업기술원은 업종별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안내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조선업과 제약업종의 안내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조직 경계 산정 사례집'도 최근 발간했다. ☞기업의 기후리스크 기후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위협은 크게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홍수, 가뭄, 폭염 등)이 기업 운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극한 강우(extreme rainfall)로 인한 인프라 손상, 생산 중단, 공급망 교란 위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환 리스크 (Transition Risk)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시장, 기술 변화로 인한 잠재적 손실을 발한다. 예를 들어, 로운 탄소 규제(정책), 녹색 기술 등장(기술), 소비자 수요 변화(시장)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연자본포럼 2세션] “자연자본은 소모품 아닌 기업 생존의 기초 자산”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제2 세션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업과 생물다양성: TNFD와 지속가능경영'을 주제로 한 이 세션에는 150여 명의 기업·시민사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는 국립생태원 주우영 팀장, SDG연구소 이아선 컨설팅본부장, 국립생태원 임정철 탄소흡수연구팀장이 맡았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손실이 초래할 거대한 경제적 위기를 경고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기준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가 주도하는 공시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이를 어떻게 자산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자연 보전과 훼손 유발 자본 흐름, 극단적 불균형"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주우영 국립생태원 ESG경영본부 팀장은 '기후를 넘어 자연자본으로: TNFD와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제목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글로벌 규제 지형의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주 팀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5% 이상인 약 44조 달러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125조~145조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인 '자금 흐름의 불균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주 팀장에 따르면, 현재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금 흐름(약 7조3000억 달러)은 보전 자금(약 2200억 달러)의 무려 33배에 달한다. 자연 보전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데 압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러한 재정 상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 활동의 근간인 자연자본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주 팀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0년(1970~2020년) 동안 척추동물 개체군 크기, 즉 숫자가 평균 73% 감소하는 등 생물다양성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 팀장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자연 파괴를 줄이는 '순손실 방지(No Net Loss)'를 넘어, 2030년까지 자연 상태를 회복의 길로 돌려놓고 2050년까지 완전히 회복시키자는 목표다. 그는 일본(201개)과 영국(82개) 등 해외 선도 기업들이 이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가입하는 등 자연자본 공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입 기업은 아직 12개사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인 LEAP 방법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EAP은 Locate(위치 파악, 자연과의 접점 식별), Evaluate (의존도 및 영향 평가), Assess(리스크와 기회 분석), Prepare(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국내 기업 TNFD 준수율 21%" 두 번째 발표자인 이아선 SDG연구소 본부장은 국내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민낯과 도전 과제를 짚었다. SDG는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의미한다. SDG연구소가 2025년 8~9월 사이 코스피(KOSPI) 상장사 849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24 회계연도(FY2024) 기준으로 TNFD 관련 공시를 수행한 기업은 91개사에 그쳤다. 더욱이 공시의 질적 측면에서도 아직 한계가 뚜렷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TNFD 권고안 준수율은 평균 21% 수준"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72~86%)이 자사 사업장 위치와 자연의 접점을 파악하는 위치 파악(Locate)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식별된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으로 연결하거나(Assess 8%), 실제 전환 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단계(Prepare, 20% 미만)는 TNFD 공시에 참여한 기업 중에서도 일부에 불괴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세 가지 실행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자연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한 금액 대신 범위(Range)'로라도 제시해 투자자의 해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신규 설비 투자나 공급망 다변화 등 기존의 경영 활동을 자연 리스크 대응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연 리스크 영향 평가가 없으면 신규 투자를 승인하지 않는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에 자연 이슈를 내재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탄소중립,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하라" 마지막 발표자인 임정철 국립생태원 팀장은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재무적 자본으로 정의하고 발표를 이어갔다. 임 팀장은 “탄소중립은 더 이상 배출을 줄이는 '감축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실체적 '자산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국가 탄소흡수원 정책이 산림(Green Carbon)에 편중돼 있으나, 산림 노령화로 인해 2050년이면 온실가스 흡수량이 현재의 25% 수준인 연간 1400만톤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 팀장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틸 카본(Teal Carbon)', 즉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녹색의 그린카본(green carbon)은 산림 탄소 흡수와 저장을, 청색의 블루카본(blue carbon)은 연안습지와 해조류를 의미한다면, 짙은 청록색의 틸카본은 내륙습지와 토양의 탄소 흡수와 저장을 가리킨다. 습지는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토양 구조를 통해 미생물에 의한 분해 없이 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격리한다. 내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탄소 저장량을 산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정되면 이러한 자연 기반의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의 자산 가치는 대대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륙습지는 탄소중립 시대에 '저평가된 우량 자산'으로 강조되고 있다. 임 팀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만송정' 사례와 같은 상리 생태학적(Co-existence, 공존)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과 같은 마을숲은 지역사회와 공생하며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공동 자산이다. 기업의 복원 활동도 이와 같이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모델로 추진될 때 자산의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이 사업장 인근의 훼손된 생태계를 직접 복원하고, 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연계해 '탄소 상쇄' 같은 인센티브를 받는 선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경영으로 진화하는 기업만이 미래 자본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접화군생은 섞이고(接), 변화하며(化), 함께 모여(群), 번성함(生)을 뜻한다.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경영으로 진화하고, 자연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제2세션 참석자들은 “생물다양성 보존이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을 넘어, TNFD 공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필수 도구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인간 사회와 경제 활동에 다양한 서비스(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 생태계의 자산 가치를 말한다. 식물, 동물, 공기, 물, 토양 및 광물과 같이 인간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 가능 및 재생 불가능한 자연자원의 저장량(Stock)을 의미한다. 자연자본이 인간과 경제에 주는 혜택, 즉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식량, 깨끗한 물, 목재,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탄소 흡수(기후 조절), 수질 정화, 홍수 및 질병 조절 등 조절 서비스 △광합성, 토양 형성, 생물다양성 유지 등 지지 서비스 △경관 감상, 휴양, 교육적 혜택 등 문화 서비스 등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NFD)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의존도·영향 측정하고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국제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출범했다. 기후 관련 공시인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TCFD)를 모델로 삼았다. 기업이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TNFD 권고안은 거버넌스,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측정지표 및 실천목표라는 4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연과의 공존은 미래 경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정부가 국내 기업을 위한 한국형 자연자본 공시 지침을 마련하고,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구의 날'인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축사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총리는 서면 축사에서 “자연과의 공존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이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정부는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극 지원하고, 한국형 공시 지침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녹색금융과 연구개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으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관리에 대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연자본은 동식물, 공기, 물, 토양 등 인류에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비재생 자연자원과 환경자산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자본의 경제적 가치와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정부·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막식에서는 자연자본을 둘러싼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선구 에너지경제신문 사장은 개회사에서 “자연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 회복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라고 말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축사에서 ESG의 의미를 보다 확장해 해석했다. 그는 “ESG는 단순한 윤리 경영이나 탄소 감축을 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자연자본은 기업 활동의 근간이자 관리 대상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변화가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기업은 자연 훼손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복원을 통해 순증을 이루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순증)' 전략을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재무관련 자연정보공개 협의체(TNFD)'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공시 기준인 TNFD가 생물다양성 지표와 직접 연계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자연 의존도와 영향도를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전은 탄소 흡수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기후 대응과도 긴밀히 연결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개회식 강연에서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박기영 국장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 중인 국내외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탄소 흡수 효율이 높은 방글라데시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과 AI 및 드론 기술을 결합해 토착 식물의 회복력을 높이는 '그린웨이브'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공동대표는 하천 생태계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생물다양성 ESG 활동의 실제 사례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과제를 소개했다. 염 대표는 서울 중랑천 생추어리 조성 및 충북 미호강 미호종개 복원 성과를 설명했다. (주)땡스카본의 김해원 대표는 TNFD와 데이터를 활용해 자연과 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기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로 측정하고 '떼르(Terre)' 플랫폼과 같은 구조를 통해 증명해야 글로벌 규제 속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역설했다. 포럼에서는 총 3개 세션이 진행됐는데, 자연자본 공시의 실무적 대응 전략이 공유됐다. 세션 1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 이재호 연구관이 글로벌 공시 동향을, 김미현 SK증권 상무가 국내 금융권 최초의 TNFD 시범 보고서 사례를 발표했다. 김 상무는 “자연자본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자본"이라고 지적했다. 세션 2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 GBF)'와 기업 대응 전략, 국내 상장사 849개사의 TNFD 공시 현황 분석이 발표됐다. 이어 기업이 직접 생태계 복원에 참여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세션 3에서는 삼일PwC, 포스코홀딩스 등 기업 사례를 통해 자연자본 공시가 단순 규제가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임이 강조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시 지원 인프라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ESG 공시의 흐름이 탄소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을 통해 자연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관련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회계기준원이 공시 초안을 발표하는 등 제도화가 진행 중이다. 한 참석자는 “기업이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전환하는 방향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네이처 포지티브 경영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오존 핫스폿’으로 지목된 수도권·광양만권

국내에서 오존 농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 지역으로 수도권과 전남 광양만권이 지목됐다. 경기 중부는 최근 5년(2021~2025년) 평균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22.2일로 가장 많았고, 전남 여수(20.6일), 순천(20.0일), 서울·경기 남부(17.6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여수·순천·광양은 별도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연재)과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송지현)가 공동 주최한 '제1차 대기환경 정책발전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7일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오존 관리 정책 진단 및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7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 포럼의 첫 번째 일정이다. ◇“오존은 배출지와 농도 지역이 다르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오존 문제의 핵심으로 '공간적 불일치'를 지목했다. 오존을 생성하는 전구물질은 특정 지역에서 배출되지만, 실제 고농도 오존은 기상 조건과 이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존 주의보 발령일수와 전구물질 배출량을 종합 분석해 수도권과 광양만권을 대표적인 '핫스폿'으로 제시했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산업단지와 발전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오염원 특성도 지역별로 다르다. 수도권은 교통과 생활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충남과 광양만권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산림에서 배출되는 자연발생 VOCs(BVOCs)까지 더해지면서 오존이 생성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김 교수는 “국내 대부분 지역이 VOCs에 민감한 구조를 보이는 만큼, 단순한 총량 감축이 아니라 지역별 민감도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산업 VOCs가 절반"…정밀 관리 필요 광운대 환경공학과 유경선 교수는 오존 생성의 핵심 물질인 VOCs의 배출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3년 기준 VOCs 배출은 가정·상업용 유기용제가 25.6%, 건축용 도장시설이 22.4%를 차지해 두 부문만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VOCs 배출량은 2019년 99만6000톤에서 2023년 88만6000톤으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오존 증가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오존 생성 기여도가 높은 고반응성 VOCs를 선별해 관리하고, 사업장별 배출량을 화학물질 종류별로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굴뚝 자동측정기와 원격 측정 기술을 활용한 실측 기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만 줄이면 오히려 악화" 한국환경연구원(KEI) 대기환경연구실 심창섭 박사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오존 농도는 1997년 0.019ppm에서 2025년 0.033ppm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최근 5년간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NOx 배출량은 2016년 118만 톤에서 2022년 77만5000톤으로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오존 농도는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NOx 감소로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약해지면서 대기 중 잔류 오존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심 박사는 △도심 VOCs 우선 감축 △메탄 등 단기체류 기후오염물질(SLCFs) 통합 관리 △고농도 지역 시공간 분리 관리 △정기적 정책 평가 △동북아 공동 대응 등 '5대 통합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광양만, 오존주의보 오전에만 73%, 집중 조사중"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박정후 연구관은 국내 오존 현황과 함께 남부지역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광양만권에서는 오존주의보의 73%가 오전 시간대에 발령되는 특이 현상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오존은 오후에 농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패턴이다. 과학원은 2025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광양만권을 대상으로 집중 관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다음달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6주 이상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항공기 1대, 이동측정차량 5대, 20여 종 이상의 첨단 장비가 투입돼 VOCs 최대 216종을 포함한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오존 생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예보 모델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오염"…정책 전환 요구 전문가들은 오존이 단순한 대기오염을 넘어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환경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존은 온실가스로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1000에 달하며, 전체 기후변화 영향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농도 오존은 호흡기 자극과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생태계 피해까지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름철(5~8월)에는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60일 이상에 달하는 등 고농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4회 오존 예보를 실시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배출 사업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통해 2032년까지 오존 관리 목표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학술토론회는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국내 대기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면서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오존을 비롯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2일 지구의 날] 한계 도달한 지구…국가 단위론 해결 못하는 수준

22일은 지구의 날. 1970년 미국에서 처음 행사를 개최한 지 56주년을 맞았다. 인류 활동이 지구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 보고,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할 방법을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는 기후·에너지 위기를 걱정하고 있지만, 현재 지구가 직면한 위기는 기후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기후 위기 외에도 종다양성의 붕괴, 심화되는 물 부족, 그리고 통제 불능 수준으로 증가하는 폐기물 문제도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각각의 실태와 전망, 대응 과제를 짚어본다. ◇종다양성 위기: “육지 80% 영향권" 종다양성 상실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 기반인 생태계 서비스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스튜어트 핌 교수팀이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관측 자료 기준으로 지구 육지의 약 80%가 이미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은 농업 용지로 전환된 상태다. 특히 전 세계 육상 생물종의 약 3분의 2가 서식하는 열대우림의 파괴는 종다양성 감소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 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은 전 세계 척추동물 개체군 변화를 추적해 '살아있는 지구 지수(LPI)'를 산출해 발표하는데, 1970년 대비 각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적으로 73%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수치는 일부 지역과 종에서의 급격한 감소가 반영된 결과로, 생태계 전반의 압박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듀크대 연구팀은 LPI가 제시하는 '73% 개체군 감소' 같은 수치가 경고 효과는 크지만, 현장의 실제 변화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지역별·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 보전' 접근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수자원 위기: '데이제로 가뭄' 현실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 부족은 새로운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과 부산대 통합기후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은 '데이제로 가뭄(DZD)'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경고한다. 이는 강수 부족과 수요 증가가 겹치며 저수지가 완전히 고갈되는 극한 상황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수준에 도달할 경우, 전 세계 인구 약 9%인 7억5000만 명 이상이 이러한 극단적 물 부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중해 연안, 남아프리카, 북미 일부 지역은 2030년대에 이미 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 부문의 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동북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재 생산 과정에서 소비되는 '블루 워터'는 1995년 251억㎥에서 2021년 507억㎥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철강 생산이 약 39.4%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물 위기 대응을 위해 △지구 온난화 억제 △하수 재이용 및 해수 담수화 확대 △소재 소비 절감 등 '물-소재 넥서스' 기반의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위기: 순환경제 전환 시급 폐기물 문제는 인류 경제 활동이 남긴 가장 가시적인 부담이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폐기물의 모든 것(What a waste) 3.0'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도시 고형 폐기물 발생량은 25억6000만 톤이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38억6000만 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간된 개정판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폐기물 발생량은 124%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리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 세계 폐기물의 약 30%는 수거되지 않거나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홍수, 질병 확산, 해양 오염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이다. 플라스틱의 경우 연간 발생량의 29%인 약 9300만 톤이 부적절하게 관리되고, 이 중 65%는 일회용 제품이다.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도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이산화탄소 환산(CO₂e)톤으로 약 12억8000만 톤가 배출됐는데, 대부분은 메탄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한다. 경제적 손실 역시 크다. 동남아시아 중소득 국가에서는 미수거 폐기물로 인한 손실이 톤당 약 375달러에 달해, 적정 처리 비용을 상회한다. 세계은행은 보편적 폐기물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중소득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의 0.3~0.5%, 저소득 국가는 약 0.8% 수준의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확대, 제품 설계 단계에서의 폐기물 감축, 음식물 쓰레기 분리·퇴비화 등을 통해 '순환경제'로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지구가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수자원을 보존하며, 폐기물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문제는 종다양성, 물, 폐기물 문제는 서로 얽혀 있으며, 개별 이슈로 나눠 대응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미시건주립대 류젠궈 교수팀은 지난 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메타커플링(metacoupling)' 구조로 설명했다. 한 지역의 자원 소비와 정책이 전 지구적 연쇄 영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 국가가 울타리 내에서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문제에서 풀려날 수도 없다.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어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국제 저널 '거주가능한 행성(Habitable Planet)'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위스 쥐리히 연방공과대 연구팀은 “현재의 환경 위기는 단순한 '지속가능성'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존속 여부를 가르는 '존재론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간 사회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진화한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어, 자원 고갈, 기후 변화, 전쟁과 같은 자멸적 경로로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책과 사회 시스템은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만 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활동가 김보림 씨 ‘골드만 환경상’ 수상…국내 두번째 수상자

2026년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한국의 기후활동가 김보림(33)씨가 선정됐다. 아시아 지역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이번 수상은 한국 환경운동이 '세대 주도형 권리 투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골드만 환경상 재단은 20일 김씨 등 올해 수상자 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리처드와 로다 골드만 부부가 제정한 상으로, 매년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 씨의 수상 배경에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난 2020년부터 '헌법 소송'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점이 있다. 그는 청소년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핵심 활동가로서, 전국 청소년 원고단을 조직하고 법률가·연구자들과 협력해 국가의 기후정책을 헌법적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청소년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는 점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학적 기준에 미달해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 △장기 감축 경로가 부재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 등을 핵심 논거로 정리해 소송 전략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김 활동가는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사회적 의제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거리 집회와 학교 기반 캠페인을 통해 원고단을 확대했고, 기후과학 자료와 정책 분석을 결합한 대중 설명 활동을 병행했다. 또한 해외 청소년 기후소송 사례를 조사해 국내 법리에 맞게 재구성하며, 한국형 '기후 헌법소송' 모델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기존 기후정책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국가가 장기적 감축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는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은 한국 환경운동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995년 같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공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시민 환경운동의 기반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당시 상금을 환경센터 건립에 기부했다. 31년 만에 다시 한국 수상자가 나온 이번 사례는 '시민운동 1세대'에서 '기후권리 세대'로의 전환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수상자는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나이지리아의 이로로 탄시는 멸종위기 박쥐 서식지 보호 운동을 이끌었고, 영국의 세라 핀치는 화석연료 개발 전 기후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판결을 끌어냈다. 파푸아뉴기니의 테오닐라 로카 매트봅은 광산 피해 복구 약속을 받아냈으며, 미국의 알래나 아칵 헐리는 알래스카 대형 광산 개발을 저지했다. 콜롬비아의 유벨리스 모랄레스 블랑코는 수압파쇄 도입을 막아낸 공로로 선정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2일 ‘지구의 날’ 본사 주최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개막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이 지구의 날인 오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다. 이번 포럼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로 지구 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새로운 경영 과제로 부상한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공시와 생물다양성 보존 문제에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 학계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 약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1시 30분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개막 행사에서는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이 기조연설을 맡는다. 이 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온전한 생태계를 모방하는 '참조 정보(Reference information)' 기반의 과학적 복원이 탄소 흡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핵심이고, 이를 입증하는 정량적 데이터를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NFD) 공시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개회식에서는 또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과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주)땡스카본 김해원 대표 등의 사례 발표도 이어진다. 사례 발표에서는 국내외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 준비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이 단순한 사회공헌(CSR)을 넘어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적 가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훼손된 생태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기능을 회복했는지 측정하는 정밀한 모니터링 데이터가 기업의 공시 신뢰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설명하는 발표도 준비돼 있다. 본 포럼에서는 3개의 세션이 진행될 계획이다. 개회식에 이어 오후 3시부터 국립생물자원관 주관으로 '자연자본 공시와 측정동향'을 주제로 한 제1세션이 진행된다. 세션 1은 자연자본 공시가 자발적 참여를 넘어 국제회계기준과 연계된 글로벌 의무 제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최신 규제 동향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특히 SK증권의 TNFD 시범 보고서 발간 사례가 공유될 예정인데, 이는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이 '기후'에서 '자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제2 세션은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전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는 국립생태원 주관으로 열리며 '기업과 생물다양성'이 주제다. 세션 2에서는 국내 상장사들의 TNFD 권고안 준수율이 평균 21%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식별된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과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륙습지와 같이 저평가된 탄소흡수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여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 목표를 달성하는 자연자본 자산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지속가능한 공시 성공적 안착 방안'이 주제인 제3 세션은 의원회의실에서 오후 3시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주관으로 열린다. 세션 3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성과가 기업의 자본비용 절감과 부도 리스크 감소로 이어지는 강력한 '투자의 언어'이자 자본 배분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내부 탄소가격제 등 선도적인 공시 대응 사례와 함께, 환경산업기술원이 추진하는 공시 인프라 강화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 로드맵이 상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행사 참가 사전 접수는 지난 17일 마감됐으나, 개막식과 제1세션 등은 현장 접수 후 참가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12차 전기본의 뜨거운 감자 ‘LNG’…“역할 재정의 필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 연말까지 수립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오는 2040년까지 15년 간 우리나라가 사용할 전력량을 예측하고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기초 자료가 된다. 지난해 2월에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58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서 2038년 약 735.1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오는 22일 개최할 예정인 국민 대토론회에서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결과(잠정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11차 전기본보다 전력 수요-공급을 낮게 전망할 수도, 높게 전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목표와 국가 경제성장 전략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사실상의 국가 미래 설계도에 가깝다. 특히, 전력 수요에 따라 전원 믹스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 변수인 만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현재의 한국 에너지 정책 경로가 국제 기준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을 12차 전기본 수립에 반영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LNG"…글로벌 기준과의 구조적 괴리 현재 전력 계획에서 가장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부분은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다.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엄지용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 아이 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리협정(1.5~2℃ 목표)을 충족하는 글로벌 시나리오에 맞춘다고 하면, 2050년 국내 가스 발전 용량은 29.4GW(기가와트, 1GW=100만 kW)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시나리오들의 중앙값 기준). 그러나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미 2038년에 69.2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실질적인 부조화'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전력 정책이 국제적 탈탄소 경로와 충분히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LNG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 가격이 급등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 이후 가스 발전 용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LNG를 장기적인 주력 전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이행하기 위한 '제한적 교량 연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LNG 발전소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홍익대 상경학부 김수이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1990~2023년까지의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공급이 1%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는 0.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은 공급이 1% 늘어날 때 GDP가 0.097% 증가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 증가할 때 GDP 증가는 0.0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으로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5%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핵심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지목된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국가 산업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 전략이 필요하고, 풍력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국산 장비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존의 공급의무화(RPS) 중심 정책에 더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하는 등 정책 수단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원자력, 이념 아닌 데이터로 접근해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학교와 터키 니샨타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원자력 에너지 소비가 1% 증가할 경우 생태발자국이 0.0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녹색성장은 1% 증가 시 생태발자국을 0.107%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원자력이 환경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의 정합성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의 원전 용량은 2023년 기준 24.7GW인 반면, 파리협정 준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중앙값은 2050년 기준으로 16.3GW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수준보다는 현저히 높다. 글로벌 기준에서 원전 확대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은 비용과 건설 기간, 사회적 수용성 등의 현실적 제약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이 반드시 글로벌 수준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제약도 적지 않다. 원전은 출력 조정이 제한적이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신규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투자 비용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여전히 변수다. 결국 12차 전기본에서 원자력 정책은 '확대냐 축소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계통 안정성과 탄소 감축 효과, 글로벌 경로와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신기술까지 반영한 통합적 에너지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전력계획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종합하면,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 공급 계획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기후 전략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의 논문들에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원 믹스를 구축하고, 원전은 보완적 역할로 활용하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 역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그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지만,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에 원전이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에너지원의 동시 확대는 단순한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에너지 저장장치·수요관리 등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한 과제다. 결국 12차 전기본의 핵심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어떤 에너지 구조 위에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 짓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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