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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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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타일 신경 쓰다 ‘나노입자’에 건강 해칠라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헤어 케어 제품이 실내 공기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특히, 열을 가하는 헤어 스타일링과 특정 헤어 스트레이트너 제품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그 유해물질이 몸에 쌓일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퍼듀 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헤어 스트레이트너, 고데기, 웨이브 기기 등 열을 사용하는 헤어 스타일링 활동은 6~500 nm (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mm) 크기의 아주 미세한 나노 입자를 공기 중으로 대량으로 배출한다. 헤어 스타일링 기기 표면 온도가 화씨 300도(약 148.9°C)를 초과할 때, 실내 나노 입자 농도는 cm³당 최저 1만개에서 10만 개 이상으로 급증한다. 화씨 360도(약 182.2°C) 이상에서는 대부분(95% 이상)이 100 nm 미만의 초미세 입자로 구성된다. 이러한 나노 입자는 주로 헤어 케어 제품(크림, 로션, 세럼 등)에 포함된 고리형 실록산(siloxane) 및 다양한 저휘발성 성분이 열에 의해 휘발되고, 이후 핵 생성 및 응축·응집을 통해 형성된다. 연구팀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몸속에 쌓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헤어 스타일링은 대개 코와 입 가까이에서 이루어지므로, 고농도의 나노 입자에 단시간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모델링한 결과, 단 한 번의 헤어 스타일링 작업으로 100억 개 이상의 나노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쌓일 수도 있다. 특히 폐 영역에 가장 많은 양이 침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나노 입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 부담 증가와 관련된 심혈관 및 호흡기 병리 생리학적 바이오마커에 악영향을 미치고, 염증 반응이나 섬유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질병의 존재, 진행 정도, 치료 반응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혈액·조직·체액 속 분자나 특징)를 말한다. 연구팀은 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나노 입자 농도 감소가 느려져 추가적인 노출 위험이 증가한다"면서 “긴 머리카락을 스타일링할 경우 짧은 머리카락보다 70% 더 많은 나노 입자 흡입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無) 포름알데히드'라고 광고하는 글리옥실산(glyoxylic acid) 함유 헤어 스트레이트너 제품이 급성 신장 손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우려를 낳고 있다. 헤어스트레이트너 제품은 머리카락을 열이나 화학적 방법으로 펴서 곧게 만드는 제품(혹은 기구)을 말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연구팀이 '임상 독성학(Clincal Toxicology)'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글리옥실산은 체내에 흡수된 후 주로 옥살산(oxalate)으로 바뀌게 된다. 옥살산은 신장 세뇨관에 수산화칼슘(calcium oxalate) 결정으로 침착되어 급성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글리옥실산 노출 후 환자들은 메스꺼움·구토·복통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일부는 두피 발진과 쇠약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13명의 여성 환자 중 12명(92%)에서 급성 신장 손상이 진단됐고, 11명 중 3명(27%)의 소변 검사에서 수산화칼슘 결정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헤어스트레이트너 제품을 사용할 때는 글리옥실산이 포함된 제품의 사용을 가급적 피하거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열 기반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사용할 때는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사용하여 실내 환기를 충분히 하고,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의료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헤어 스트레이트닝 시술 후 메스꺼움·구토·복통·두피발진과 같은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양날의 칼’ 미국산 LNG, 국내 CO2 감축 기여했지만 화석연료 고착 우려도

미국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가 한국의 석탄 대체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5~2022년을 대상으로 한 비교분석에서 한국은 석탄을 미국에서 수입한 LNG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연소 부문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약 78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줄였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지질과학과와 영국 런던대학 금융경영대학원 등의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사전 공개 사이트(SSRN prepri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LNG의 채굴과 운반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는 전(全)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실제 감축량은 약 5000만~5500만톤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미국산 LNG가 2021년에만 2000만톤 이상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2021년 국가 전체 배출량 7억4100만톤의 2.7%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이 기간 중 에너지 구조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1차 에너지에서 석탄 비중은 2015년 28.2%에서 2022년 24.1%로 줄었다. 대신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2021년에는 미국산 LNG가 국가 1차 에너지 공급의 최대 3.9%까지 차지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국과 인도·영국 상황과 비교했다. 인도의 경우 LNG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넘지 않았고, 미국산 LNG의 누적 감축효과는 에너지 연소 기준으로 약 860만톤에 그쳤다. 전과정 기준으로는 약 19만4000톤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2021~2022 가격충격 시 LNG 수입이 급감했고, 석탄 복귀 현상이 관찰됐다. 영국은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수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을 재수출(re-export)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실제 영국내 감축효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더 많이 수입하면 감축효과 사라질 수도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미국산 LNG에 대한 장기적 확대는 '화석연료 고착(lock-in)'과 다른 감축 기회의 손실, 가격·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장기 인프라·계약이 늘어나면 '가스 고착'으로 재생에너지 투자와 무탄소 전환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지정학적 리스크(가격 급등·공급 충격)가 수입국의 소비·무역·전력비용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한국이 더 많은 LNG를 수입하게 될 경우 한계효과의 감소가 우려된다. 이미 석탄에서 대체 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이행된 상태라면, 추가 LNG는 새로이 석탄을 폐지해 추가 감축을 만들기보다는 전력 수요의 피크 보강이나 열병합·산업용 연료 전환 같은 한정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위 LNG당 감축 기여(탄소 저감 효율)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산 공급량이 늘면 공급망 전과정(채굴→액화→운송)의 누출·에너지 집약도가 전체 배출 프로파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공급망 관리가 약하면 연소 부분에서 얻은 '감축 효과'가 전과정 기준에서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추가 수입은 무역수지와 산업 전력비에 부담을 주며, 특히 장기계약·고정비가 확대되면 높은 국제가에 취약해진다. 2021~2022년 사례에서 보듯 가격 급등은 수입량·공급·산업가동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책적 이유로 일부 흡수했지만 재정·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LNG 터미널·가스발전·송배전 등 인프라 투자는 수십 년 지속되는 자본집약적 자산이다. 이러한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 무탄소 대안으로의 전환 신호(phase-out schedule)가 약해져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논문은 “LNG는 '조건부로 유효한 전환 연료'라면서도 장기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더 많은 LNG를 수입해야 한다면 최근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2028년부터 10년간 연 330만톤씩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물량은 약 564만톤인데, 여기에 연간 330만톤이 추가되면 총 수입량은 연간 약 900만톤 수준이 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미국산 LNG 추가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기후 정책 측면에서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이 가능할 것으로 제안했다. ▶조달·계약 조건에 전과정 탄소기준 도입: 수입 LNG에 대해 '전과정 배출계수(life-cycle emissions)' 기준을 적용해, 메탄 누출 감시·저감 이력이 확인된 공급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LNG 인프라 '수소(또는 저탄소 연료) 전환 준비' 규정화: 신설 터미널·재기화 설비는 수소·암모니아 혼소·저탄소 연료 처리가능성을 갖추도록 설계 기준을 의무화하면 장기 고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명확한 'LNG 단계적 축소(Glide-path)' 공표: LNG를 일시적 브리지로 남기려면 정부가 구체적 시한과 조건(재생 확대 목표 달성 시 감축 비율 등) 을 제시해야 투자자·사업자가 미래 리스크를 감안해 의사결정할 수 있다. ▶가격·공급 충격 완충을 위한 금융·헤지 메커니즘 마련: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국가 단위의 가격 정책, 비축가스 운영 계획, 장기계약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메탄 누출 감시·규제 강화를 통한 공급사별 '저메탄' 인증 도입: 공급국·수출사별 메탄 배출 관리를 구매조건으로 계약화하면 전과정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수요관리(수요반응) 가속으로 LNG 의존도 장기적으로 축소: LNG 확대가 재생투자를 잠식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입찰·민간투자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연구팀 논문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LNG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음을 제시하면서도 전과정 회계, 공급망 메탄, 가격·지정학적 불안정, 그리고 인프라 고착이라는 리스크가 함께 존재함을 경고했다. 즉, 미국산 LNG 확대가 '무조건 선(善)'이 아니며, 정책 설계와 계약·입지·기술에서의 세심한 안전 장치 없이 수입을 늘리면 오히려 장기적 탈탄소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폭염과 가뭄의 악순환…그 치명적인 사슬

올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의 폭염일수(낮최고기온 33℃ 이상)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강원 영동 지역은 올여름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여름철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저다. 가뭄은 점차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갈 기세다. 지난 4일 환경부는 안동·임하댐의 가뭄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강원도 삼척·정선·태백에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단계가 '주의'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가뭄단계가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flash droughts)'은 극심한 폭염과 결합할 때 그 피해가 훨씬 커지고, 폭염 역시 가뭄으로 인해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원대 전자⋅AI시스템공학과 김병식 교수는 강릉 지역의 가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과 7월 25일을 전후해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evapotranspiration index, SPEI)'가 급감, 돌발 가뭄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7일 본지에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돌발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뭄과 폭염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가뭄이 폭염을 악화시킨다 가뭄은 폭염의 강도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토양 수분 부족이 지표면의 에너지 분배 방식을 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토양에 수분이 충분할 때는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을 통해 많은 양의 '잠열(latent heat)'이 대기로 방출된다. 잠열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열(에너지)을 말하는데, 수증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투입되면서 주변은 온도는 오히려 내려간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해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 식물은 잎의 기공을 닫아 증산 작용을 줄이고, 토양 자체의 증발도 감소한다. 이로 인해 잠열의 방출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sensible heat)의 형태로 에너지가 지표면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수분이 부족할 때 방출된 에너지(현열)는 그대로 주변 공기를 끌어올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온도가 더욱 가열되어 폭염이 심화된다. 이를 '토양 수분-온도 결합(soil moisture-temperature coupling)' 또는 '육지-대기 피드백(land-atmosphere feedback)'이라고 부른다. ◇온난화가 가뭄 피해를 키운다 19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고해상도 전 지구 가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뭄 심각성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뭄 심화의 핵심 동력은 바로 '대기 증발 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 AED)'의 증가다. AED는 대기 조건(온도·습도· 바람·일사량 등)에 의해 잠재적으로 증발산될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지닐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AED가 증가하면, 토양과 식생으로부터의 증발이 촉진돼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AED의 증가는 전 지구적 가뭄의 심각성을 평균 40%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가뭄 피해 면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2년) 전 세계 가뭄 피해 면적은 1981-2017년 대비 평균 74% 확장됐고, 이 중 58%가 AED 증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2년은 기록적인 해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30%가 중간 정도 또는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중 42%가 AED 증가 때문으로 지목됐다. 유럽의 경우 2022년에는 육지 면적의 82%가 가뭄을 겪었는데, 50%는 중간 정도 혹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는 강수량이 35% 줄어든 것과 AED가 40%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서부 및 남아메리카의 건조 지대에서는 AED가 가뭄 추세에 최대 65% 기여하는 등 그 영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아프리카는 가뭄 추세의 44%, 호주는 51%에 AED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가뭄의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고리 최근의 상황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더위를 낳고 극심한 더위는 가뭄을, 가뭄이 다시 폭염을 부추기는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돌발 가뭄이 발생하는 것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극심한 더위로 인한 AED 증가가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대기기후과학연구소는 지난 6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돌발 가뭄을 폭염 관련성에 따라 구분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compound heat flash droughts, CHFDs)'은 극심한 더위를 동반하는 돌발 가뭄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非) 폭염 돌발 가뭄(non-heat flash droughts, NHFDs)'으로 분류했다. NHFDs와 비교했을 때 CHFDs는 피해 정도가 최대 90.8% 더 심각하며, 회복 시간도 8.3%에서 최대 114.3% 더 길다고 보고됐다. CHFDs는 증발산이 심하고 토양 수분을 극심하게 고갈시키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뭄으로 인해 건조해진 토양은 지표면 냉각 효과를 감소시켜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도 한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면 잠열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 형태로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는 온도가 더 상승하고 AED가 더 높아지는 '양(+)의 되먹임 루프(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해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3년 여름 중국 북부 폭염-가뭄 사례 2012년 미국, 2010년 러시아, 2015년 남아프리카, 2018년 호주 동부, 2022년 중국 남부 등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이 농업 및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뭄-폭염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2023년 여름 중국 북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사례다. 2023년 6월 22~24일 이 지역의 일(日)최고기온은 35°C를 넘어섰고, 64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 폭염은 대기 순환(이상 고기압)과 토양 수분-온도 결합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3년 폭염이 발생하기 전, 5월부터 6월 초까지 중국 북부의 누적 강수량은 197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러한 이른 건조한 토양 조건은 육지-대기 되먹임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상 고기압으로 인한 하강 기류가 공기를 가열하면서 폭염이 촉발됐고, 이에 건조한 토양은 증발 냉각을 감소시키고 현열 방출을 증가시켜 폭염의 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표층 열 방출 증가 → 총 구름량 감소 → 토양 수분 증발 강화 → 잠열 방출 감소 → 현열 방출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돌발 가뭄 피해 국내 사례도 국내에서도 2022~2023년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은 돌발 가뭄으로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강원대 김병식 교수팀은 최근 한국방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원도 지역의 11개 기상관측소의 2015~202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가뭄과 일반가뭄의 발생특성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39회의 돌발가뭄과 96회의 일반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강원도 지역의 돌발가뭄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것이 분석됐다. 김 교수는 4주 이내에 SPEI가 -2 이상 급감하고 최종 지수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돌발 가뭄의 발생이 기상학적, 증발산 조건 그리고 지형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생태계 및 식량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폭염과 가뭄의 연쇄 작용은 전 세계 생태계와 식량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은 생태계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경작지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져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은 식생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탄소 흡수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토양 수분 고갈과 산림 화재 증가, 나무 고사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농작물의 주요 성장 시기와 가뭄이 발생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작물은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농업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는데, 중국·인도·인도네시아와 같은 취약 국가들이 복합 폭염 돌발 가뭄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한 인구 및 농업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돌발 가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기온 상승에 따른 대기 증발 수요(AED)의 증가는 미래의 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심각한 가뭄을 유발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2023년 중국 북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온도가 '일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대로 중국 북부의 경우 세기 말에는 육지-대기 결합의 영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없지는 않다. 이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 시기에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토양 수분도 증가해 육지-대기 결합의 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미래에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면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적응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가뭄에 취약한 경작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탄생하면… ‘계’에서 출발해 거대부처로 팽창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1962년 2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한 발언이다. 울산 공업탑에도 새겨져 있는 이 말은 당시 한국인들이 그린 미래 모습이었다. 인구증가와 도시화, 산업 발전으로 '공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7년 2월 1일 보건사회부 위생국에 '환경위생과'를 설치해 공해 문제를 담당하게 했다. 환경위생과의 '공해계'가 지금 환경부의 모태다. 이 작은 '계'가 지난 58년 동안 '검은 연기'를 잡으며 거대 조직으로 끊임없이 성장했다. 7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포함됐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가 맡게 되는 것이다. 정부 내 환경 조직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다시 50년 전 보사부 시절로 돌아가면, 1975년 8월 보사부 내 위생국이 환경위생국으로 이름을 바꿨고, 대기보전과와 수질보전과도 생겼다. 1977년 3월에는 환경관리실로 확대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잡았던 1980년 1월 정부는 보사부 내에 환경관리관실을 보사부 외청인 환경청으로 승격, 독립시켰다. 10년이 지난 1990년 1월 환경처로 확대됐고, 조경식 초대 장관이 부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년여 뒤인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오염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로 당시 허남훈 장관과 한수생 차관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시련도 겪었다. 1994년 초 다시 낙동강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1994년 5월 당시 건설부와 보사부가 갖고 있던 수돗물 수질 관리와 지방상수도 업무를 환경처가 넘겨 받았다. 이처럼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1994년 12월에는 환경처에서 환경부로 개편됐다. 부로 승격되면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더 큰 위상을 갖게 됐고, 훈령·규칙보다 더 강한 부령(部令)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1998년에는 국립공원 관리 업무를 내무부로부터, 야생동물 관리 업무를 산림청에서 넘겨받았다. 대신 해양 환경 업무은 1996년 해양수산부로 넘겨줬다. 2008년에는 잦은 오보로 기상청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눈 밖에 났는데, 이 바람에 기상청이 과학기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게 됐다. 지난 2018년 환경부는 오랜 숙원이던 수자원 보전·이용 및 개발 기능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이관받았다. 홍수 등 하천관리와 광역상수도 업무까지 환경부가 담당하게 되면서 물관리 업무 일원화가 마무리됐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총괄·운영 기능도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 분야까지 넘겨받게 되면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거대 부처가 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기후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따로 떼내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산지에, 바다에, 농지에 풍력 터빈과 태양광 페널을 설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처 내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송전망 건설도 과제다. 지금까지 산업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과 환경부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서로 맞서면서 균형을 맞춰 왔는데, 한 부처로 합쳐지게 되면 자칫 한쪽으로 기울어질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브레이크 기능이나 엑셀러레이터 기능이 상호 다른 역할을 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맞춰야 사고 없이 달려가는데,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정권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땨라 다른 한쪽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 수질·수자원 업무가 통합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전국 곳곳에 댐을 짓겠다고 나서는 등 수자원 문제에 너무 치우치면서 개발부처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처 정체성 위기를 겪기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영향평가 등 심판을 맡아야 할 부처가 개발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야 했다. 한편, 환경부 예산은 1997년에는 1조802억원으로 정부 예산 대비 1.1% 수준이었는데, 20년 전인 2005년에는 2조8557억원, 정부 예산의 1.71%로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환경부 예산이 6조 7183억 원으로, 정부 예산의 1.79%를 차지했다. 올해는 환경부의 2025년 예산 규모(예산안 기준)는 약 14조 8000억 원인데, 정부예산 673조원의 2.2%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16조원 규모의 환경부 예산안을 편성(전체 정부 예산의 2.2%)했는데,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로 이관된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예산 규모는 지금 환경부보다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파킨슨병, 단백질이 뇌세포를 뚫고 구멍 낸 게 원인?

손이 떨리고 몸이 굳는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은 아직도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단백질이 있다. 바로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이다. ◇원래는 신경세포의 '도우미' 알파-시뉴클레인은 모든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모노머(단량체)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시냅스 소포(작은 주머니)의 이동과 신경전달물질 방출 조절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신호를 담은 소포가 제자리에 도착해 제때 비워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통정리 요원 같은 셈이다. 보통 여러 개의 모노머가 모여 큰 응집체인 섬유(fibril)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루이 소체(Lewy body)'가 바로 이런 섬유성 응집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관찰되는 섬유소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섬유가 되지 못한 중간 단계의 비정상적인 응집체, 즉 올리고머(oligomer, 몇 개의 단량체가 결합한 형태)가 훨씬 더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독성 올리고머 덴마크와 중국 연구진은 최근 미국화학회(ASC)의 '나노(Nano)'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독성 올리고머가 실제로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 소포체를 이용해 단일 소포 추적(single-vesicle tracking) 기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α-시뉴클레인 올리고머는 세포막에 먼저 달라붙고, 부분적으로 박힌 뒤, 결국 완전한 통로를 만들어 작은 분자가 드나드는 구멍을 형성한다는 3단계 모델을 확인했다. 구멍이 계속 열려 있다면 세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하게 된다. 하지만 세포에 생긴 구멍은 고정된 것은 아니고, 작은 회전문처럼 끊임없이 열리고 닫힌다. 그래서 세포가 빨리 죽지는 않는다. ◇왜 환자에게만 문제가 생기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조건도 드러났다. 음전하를 띤 인지질이 풍부한 막, 특히 신경 말단 소포나 미토콘드리아 막이 취약했다. 또 막이 굽어 있는 곳에서는 단백질이 잘 달라붙었지만, 실제 구멍은 오히려 평평한 막에서 더 잘 생겼다. 여기에 산화 스트레스 같은 세포 환경이 겹치면 올리고머 형성이 촉진될 수 있다. α-시뉴클레인 유전자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몇 개의 모노머가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독성 올리고머로 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은 유전자 돌연변이, 노화, 산화 스트레스, 지질 조성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촉발된다. 결국 단백질이 원래 맡은 역할에서 벗어나, 뇌세포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 가능성과 과제 연구진은 또 올리고머에 달라붙는 나노바디(nanobody, 작은 항체 단백질 조각)가 구멍 형성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촉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올리고머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나노바디가 세포 구멍이 형성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라면서 “하지만 질병 초기 단계에서 올리고머를 검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신경 손상이 발생한 후에야 진단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발병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 뇌세포가 아니라 인공 소포체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따라서 사람의 뇌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과는 파킨슨병 연구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삼척엔 호우경보…가뭄 심한 강릉엔 비 ‘찔끔’

4일 강원 영동에 비가 내렸지만, 정작 가뭄이 심한 강릉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중부지방 북쪽으로 기압골이 지나가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속초에는 18.8㎜의 강수량을 기록했지만, 강릉에는 2.1㎜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특히 강원 남부의 삼척에는 1시간 강수량이 40㎜를 웃돌며 호우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비구름이 유독 가뭄이 심한 강릉만 비껴간 셈이다. 강릉에서는 주말에도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상청은 “주말인 6∼7일에도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으나 강원 영동에는 강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토요일인 6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남해상에 이른 가운데 우리나라 북쪽으로 저기압이 지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겠고, 오전에 중서부부터 비가 산발적으로 내릴 전망이다. 본격적인 비는 6일 밤 중서부지방부터 시작되겠고, 전국적으로 비가 확산한 후 7일 오후 중부지방부터 점차 그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한편, 환경부는 영남권 식수원인 안동댐과 임하댐의 가뭄단계가 '주의'로 격상됨에 따라 용수 비축 대책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안동댐과 임하댐 같은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안동댐과 임하댐은 도수로로 연결돼 하나의 댐처럼 운영되는데. 두 댐의 저수량은 4일 기준 8억5590만톤으로 예년 이맘때의 85% 수준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안동댐 유역에는 예년 강수량(861㎜)의 71% 수준인 610㎜의 비만 내렸다. 홍수기 시작 이후 강수량은 293㎜로 예년 같은 기간 강수량(551㎜)의 절반에 머물렀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탄산가스 빠진 따뜻한 사이다’처럼…더워진 바다 CO₂ 흡수량 줄었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4분의 1을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늦춰주는 해양이지만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CO₂를 흡수하는 양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폭염(marine heatwave)로 기록적인 바닷물 온도가 상승했던 지난 2023년 해양의 CO₂ 흡수량이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3년에 전세계 해양 표층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북대서양 등 여러 해역에서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특히 열대 태평양은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수온이 많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관측망의 해양 CO₂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해수온도의 급격한 상승이 해양의 CO₂ 흡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3년 전 세계 비(非)극지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예상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는 약 0.28 페타그램 탄소(PgC, 1PgC=10억 톤 탄소)가 줄었다. 이는 대기 중으로 추가로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방출된 효과와 맞먹는다. 한국이 2024년 배출한 CO₂ 양 6억9158만톤의 1.4배 수준이다. 세계 해양은 매년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흡수해 지구 기후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있다. 해양이 없었다면 대기 중 CO₂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고, 지구 온난화는 이미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1.5℃ 마지노선을 크게 초과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매년 약 9~10 PgC의 탄소를 화석연료와 산업 활동으로 배출한다. 이 중 약 25%인 2.3~2.5 PgC를 바다가 흡수하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해왔다. 과학자들은 2023년 해양의 CO₂ 흡수량 감소 원인을 바다 표면 수온 상승에서 찾는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CO₂를 잘 녹이지 못한다. 기체는 물이 따뜻할수록 덜 녹는다. 사이다를 데우면 탄산 가스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2023년의 경우 북반구 아열대와 아한대 바다에서 CO₂ 방출(outgassing)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평소 CO₂를 많이 배출하는 열대 동태평양의 경우 2023년에 오히려 CO₂ 흡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열대 동태평양 해역에서 해류가 역전돼 따뜻한 표층수가 남미 연안에 쌓이고, 깊은 바다의 차갑고 CO₂가 풍부한 해수가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해 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엘니뇨는 해수 온도를 높이는 작용을 함에도 불구하고 CO₂ 흡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해양이 CO₂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것이 단순하지만 않다고 말한다. 온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온 상승으로 인한 CO₂ 용해도 감소만 고려한다면, 2023년 고온으로 인한 CO₂ 방출량은 10배 이상 증가했어야 하고, 그렇게 됐다면 전 세계 해양 탄소 흡수원이 거의 완전히 붕괴되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흡수원이 10%만 감소했다. 연구팀은 수층이 안정적인 상태, 즉 성층화 현상로 인해 CO₂가 풍부한 물이 심층에서 표층으로 상승하는 것이 막혔고, 한편으로는 식물플랑크톤이 DIC를 흡수해 심해로 지속적으로 운반하면서 표층의 CO₂를 줄인 덕분에 대기 중의 CO₂가 흡수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빛이 닿는 층의 광합성 생물이 CO₂를 흡수하고 성장한 후 죽어 심해로 가라앉는 과정을 '생물학적 펌프'라고 한다. 취리히 연방공과대 환경물리학 교수인 니콜라스 그루버는 “결과적으로 2023년의 극심한 기온에 대한 해양의 반응은 온도로 인한 가스 방출과 용존 CO₂의 흡수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직은 해양이 여전히 많은 CO₂를 흡수하고는 있지만, 이 중요한 탄소 흡수원의 미래에 어떻게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나 더 극단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 이어질 경우, 바다의 탄소 흡수 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기록적인 고온 이후 전 세계 해양은 거의 식지 않았고 지구는 계속해서 온난화되고 있다. 해양폭염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바다가 더 이상 안정적인 '지구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올여름 기온 역대 최고…서울 열대야 118년만에 최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가 높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상청은 4일 여름 기상 특성 발표를 통해 “올여름(6~8월)은 짧은 장마철과 함께 더위가 일찍 시작됐고, 무더위와 집중 호우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 ℃로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 ℃)보다 0.1 ℃ 높아 역대 최고 1위를 경신했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보다는 2℃ 높았다. 여름철 평균기온 3위는 25.3℃를 기록했던 2018년이다. 특히 올여름은 6월 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다. 장마철 이후인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달가량 일찍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일찍 확장한 데다 대기 상층에서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6월 말에 이른 더위가 나타났다"라면서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여름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다. 2018년의 31일과 1994년 28.5일에 이어 역대 3위다. 전국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평년보다 9일 많았고, 역대 4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의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8년만에 가장 많았다. 한편, 올여름은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여름철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이 적었고, 강수량은 619.7㎜로 평년(727.3㎜) 대비 85.1%에 그쳤다. 다만 강수가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7월 중순과 8월 전반에는 극값을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했다. 특히 7월 16∼20일에는 찬 공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200∼7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고, 서산·산청 등에서는 1시간 최다강수량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내렸다. 8월 3일에는 서해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전남 무안과 함평에, 13일에는 수도권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내려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를 넘기도 했다. 이에 비해 4월부터 기상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강원 영동지역은 올여름 강수량도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고,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3일 적었다. 강원 영동지역의 여름철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기상청은 “다른 지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강원영동은 태백산맥이 비구름을 막는 지형효과 탓에 강수량이 적었다"면서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 않은 것도 강원영동 지역 강수량이 적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여름철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3.8 ℃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해로 24℃를 기록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가뭄 재난’ 강릉시 물 부족 해결에 안간힘

계속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는 물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일 현재 14.5%까지 떨어지면서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금하는 강력한 제한급수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춘천에는 5.8㎜의 비가 내렸지만, 강릉(북강릉 지점)에서 관측된 강수량은 고작 0.6㎜에 그쳤다. 지난 3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뭄을 해갈할 수준이 못됐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하류 남대천에서 지하수를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난사태 선포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소방차는 지난달 31일부터 인근 지역과 강릉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물을 나르고 있지만 소방차가 하루에 운반하는 물은 고작 3000~4000톤에 불과하다. 평상시 20만 강릉 시민이 하루 10만톤 안팎을 사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전국 각 지자체에서 보내온 페트병 수돗물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강릉시는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가뭄 대책회의에서 중장기 대책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강릉시는 2023년부터 연곡천 유역에 지하 저류댐을 짓고, 지하에 모인 물을 상수원수로 해서 하루 1만8000톤의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저류댐 건설비 250억원을 포함해 모두 470억 원이 들어간다. 지난 7월 설계가 완료됐고, 공사는 올해 내에 시작해 2027년 말에 끝날 예정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1일 가뭄 재난 2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하루 1만5000톤 규모의 연곡정수장 시설을 3만2000톤으로 늘리기로 하고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곡정수장은 연곡천에서 더 취수하는데, 취수량을 늘려도 문제가 없다는 게 김 시장의 설명이다. 강릉시는 또 오봉저수지 바닥을 더 파내 물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바닥 평탄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수지의 유효저수량이 1430만톤인데, 여기에 630만톤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연곡정수장과 오봉저수지의 물을 사용하는 홍제 정수장을 연결해 오봉저수지 물이 부족할 경우 홍제정수장에서 연곡천의 물로 수돗물을 생산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대천 유역에도 지하저류댐을 건설해 하루 1만5000톤의 수돗물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처리수를 용수로 재이용하는 방안 등도 강구하고 있다. 한편, 강릉시는 1일 오후 열기로 했던 '시 승격 70주년 강릉 시민의 날' 기념행사를 가뭄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가뭄 재난’ 강릉, 인공강우·해수담수화도 힘들다…당분간 소방차·페트병 의존 불가피

강릉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30일 가뭄 피해가 본격화된 강원도 강릉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는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선포하는데,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선포할 수 있다. 가뭄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중에 자연재난에 속한다. 강원도 영동지방은 최근 3개월 동안 강수량이 평년의 36.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시기인 6~8월의 강수량이 이 정도여서 당장도 문제지만, 자칫 내년 장마철까지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페트병에 담긴 수돗물을 보내와 마시는 물은 해결한다지만, 설거지·화장실·목욕·세탁·청소 등 생활용수 부족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강릉시는 지하저류댐을 짓고 정수장을 확충해서 3만2000톤의 수돗물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몇 년이 걸리는 사업이라 당장은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인공강우나 해수담수화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도입 가능성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인공강우로 댐 채우기는 역부족 하늘에 구름 씨앗을 뿌리고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를 검토할 수 있지만, 국내 기술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국내에서는 가뭄이 심할 때 인공강우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다 가뭄이 끝나면 연구비를 삭감해 연구가 지연되는 역사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 4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강원 영동지방을 대상으로 지난 2022년에 실시했던 인공강우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한국기상학회가 발간하는 '아시아 태평양 대기 과학(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 저널에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항공기로 구름 씨앗을 뿌렸을 때 강수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모델링으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2022년 10월 4일 실험에서는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1.5톤의 염화나트륨(NaCl, 소금) 미세 분말 1.5톤을 오후 1시 48분부터 3시 20분 사이에 강릉 해안 부근 상공에 살포했다. 소금 분말에는 인산삼칼륨 5%가 포함됐다. 또, 오후 4시 29분부터 5시 27분 사이에는 기상청 항공기 나라호에 부착된 24개 염화칼슘(CaCl2) 연소탄을 태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날 6시간(오후 2~8시 사이) 누적 강수량을 추산했는데, 북강릉 지점에는 2.7㎜, 강릉 성산에는 4.4㎜, 대관령에는 0.9㎜의 비가 인공강우 덕분에 더 내렸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구름 씨앗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도(해발 고도 약 1.5㎞)에 구름 씨앗을 뿌리면 효과가 있다는 중요한 정보는 획득했으나, 이를 당장 강릉에 실용화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2020~2023년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을 종합하면 평균 증우량(늘어난 강우량)이 1.3㎜, 평균 영향 면적은 서울의 1.5배인 약 930㎢이다. 기상청은 2028년까지 항공기 여러 대를 동원해 구름씨를 연속해서 뿌리면서 증우량을 증가시키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기 3대로 총 6회 비행하면서 구름씨를 이어서 뿌리면 평균 증우량이 2.5~5.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금 강릉의 상황에서 인공강우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 저수지의 경우 유역면적이 109㎢이고, 여기에 내린 빗물 가운데 절반이 저수지로 들어온다고 가정하더라도 30㎜ 안팎의 강수량이 있어야 유효 저수량이 1430만톤인 오봉 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가뭄이 심하다면 비가 내려도 토양에 흡수되거나 곧바로 증발되기 쉽다. 한편, 미국에서는 수자원 확보와 우박 예방 등의 목적으로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고, 상업화된 기상 업체가 관련 기술을 확보해 외국에 진출하고 있다. 겨울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수자원 확보와 적설 증가를 위해 산악 구름을 대상으로 한 기상조절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비구름 소산을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항공기는 물론 대포와 로켓도 활용하고 있다. 1932년 세계 최초의 구름 연구소를 설립한 러시아는 90년 이상 인공강우를 연구해 구름 소산이나 우박 억제 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설, 돈·시간이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 가뭄대책회의에서 “혹시 바닷물을 담수화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느냐"며 가뭄 근본 대책으로 해수담수화 시설을 직접 언급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생각)해봤지만, 얻는 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물 부족 문제는 저수지를 계속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물이) 고갈될 텐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해수담수화 시설을 탑재한 선박이 있다면, 당장 강릉에 정박해 마실 물을 공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선박에 탑재한 해수담수화 시설의 규모는 많아야 하루 500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섬 주민의 물부족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인구가 20만명인 강릉 같은 도시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설치에 몇 년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부산 기장군에는 하루 생산량 4만5000톤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다. 2000억 원이 들어간 이 시설의 핵심은 역삼투(RO) 공정이다. 반투과막을 이용해 물에 녹아 있는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부산시는 2009년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해 기장군 5만 가구에 물을 공급하려 했지만, 인근 고리 원자력발전소 온배수 속의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유입을 우려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가동도 못했다. 결국 부산시는 기장, 일광지역 하수처리수를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로 보내 여과를 거친 뒤 동부산 산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시설을 활용하기로 했다. 강릉의 경우 원전 방류수 걱정도 없고, 동해·삼척·울진 쪽에서 전력을 끌어다 쓸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 대책회의에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 비용을) 계산해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는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수돗물 공급 확대 시간 걸려 강릉시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현재 저수율이 15%를 밑돌고 있다. 강릉시는 지하 저류댐을 건설하고, 연곡정수장 확장을 통해 수돗물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당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봉저수지 하류의 지하수를 퍼올려 거꾸로 저수지로 보내는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당분간은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로 물을 실어나르고, 다른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페트병 수돗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난사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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