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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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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가스터빈 시대-②] 수소를 품은 K-터빈, 게임의 룰을 바꾼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8 06:08

두산에너빌, 세계 최초 400MW 대형급 수소전소 터빈 개발 중
한화임팩트·한화파워 80MW 중소형급 수소 전소 실증 성공
배출가스 중 CO₂ 실질적 0%, 탄소중립 핵심기술 확보 눈앞
“탈탄소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잡는 해법”, 기술공급국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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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 구축된 전용 시험장에서 380MW급 가스터빈에 대한 정격부하 성능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의 발전용 가스터빈 산업이 LNG 시대를 넘어 '수소 발전'이라는 글로벌 차세대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380MW급 초대형 H급 가스터빈 상용화와 한화임팩트·한화파워시스템의 80MW급 수소 전소(100%) 실증 성공은 서로 다른 기술 스케일에서 한국의 수소터빈 역량을 완성시키는 쌍두마차로 평가된다.


한국의 가스터빈 기술은 기존에는 외산 의존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두산은 대형급·초대형급에서, 한화는 중대형급에서 각각 수소 연소 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하며 한국 가스터빈 기술의 수직적 스펙트럼이 완성되고 있다.


두산은 '초대형급 수소터빈'이라는 대규모 발전 시장을, 한화는 '중대형급 수소터빈'이라는 실증–상용화 핵심 구간을 담당한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중대형–대형–초대형 전구간에서 수소터빈 생태계를 구축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보령신복합·안동복합 수주를 잇달아 확보한 두산에너빌리티의 380MW급 초대형 H급 가스터빈은 단순한 기자재 공급을 넘어, 국내 발전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형 수소터빈 상용화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LNG 발전과 수소 혼소·전소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가운데, 한국형 H급 가스터빈은 이제 '탈탄소와 산업경쟁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책임지는 전략 자원으로 떠올랐다.


380MW급 K-터빈, 국산화·표준화·확산의 본격적 궤도

두산의 가스터빈 개발사는 단순한 신기술 도전의 기록이 아니다. 2019년 국책 과제로 시작한 초기 모델(DGT6-300H S1·270MW)이 김포열병합 실증을 발판 삼아, 2023년에는 국내 산학연 340여 개 기관이 총력으로 참여한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모델'로 진화했다.




두산은 2023년 보령신복합(중부발전) 380MW급 H급 가스터빈의 첫 상업 수주, 2024년 안동복합 2호기(남부발전): 초대형 가스터빈 두 번째 상업 수주와 같은 성과를 쌓았다.


보령·안동 프로젝트는 두산의 초대형 H급 가스터빈이 단순 개발 단계를 넘어, 한국 발전사들의 주력 설비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는 미국·유럽의 GE·지멘스·MHPS 등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수소를 태운다" K-터빈, 수소 혼소·전소로의 확장

두산의 H급 가스터빈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LNG 고효율 모델이 아니라, 수소 발전 시대를 겨냥한 구조적 설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380MW급 H급 가스터빈은 연소기·노즐 일부 변경만으로 50% 수소 혼소 운전이 가능하며 LNG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구조다.


두산은 2027년 세계 최초 '40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 수소 연소(전소) 기술 확보로 E급 수소터빈 대비 연간 연료비 600억원 절감, 탄소 5만t 추가 감축을 기대하고 있다.


즉, 두산의 초대형 K-터빈은 현 시점 LNG 고효율 발전 → 단계적 수소 혼소 → 최종 수소 전소로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을 전제로 설계된 '전환 가능한 설비'다. 대형 복합발전의 미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터빈을 떠받치는 기술력: “K-터빈은 더 이상 복제품이 아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엔진과 동일한 기술 계열을 가진 '기계공학의 최고봉'이다. 초내열 합금·정밀주조·고압 압축기 등 다학제 기술 집약체다. 두산은 국책과제와 민간 R&D를 결합해 10년 이상 기술 축적을 이어왔다.


두산은 △1500℃ 이상 견디는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 △복잡한 형상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blade casting) 기술 △24:1까지 압축하는 고효율 축류 압축기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저NOx 연소기 기술 △핵심 부품을 통합 설계하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DTS 인수로 애프터마켓(정비·부품 교체) 역량까지 확보하며, GE·지멘스·MHPS가 독점하던 시장에 최초로 도전장을 낸 한국 기업이 됐다.


한화의 80MW 중대형 수소터빈…세계 최초 100% 전소 기술

한화임팩트·한화파워시스템은 대산사업장에서 80MW급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수소 60% 혼소 발전, 수소 100% 전소 실증에 성공했다.


이는 고온 화염 특성상 수소 비중이 높아질수록 배출량이 늘어나는 기존 문제를 극복한 기술이다. 한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연소기 기술 및 화염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80MW급은 향후 노후 LNG 가스터빈 리파워링(수명 연장 및 수소 전환) 시장에서 핵심 장비가 된다. 좌초위기 자산이던 LNG 터빈이 재생되며 청정수소발전 시장으로 편입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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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 내 위치한 수소터빈 실증 현장

LNG→수소로 전환, 정부 정책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보완을 위한 LNG, 특히 수소 혼소 발전량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두산의 380MW급 가스터빈은 바로 이 정책의 중심에 있는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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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산업통상부


정부 정책 로드맵은 수소 혼소 도입 → 대규모 수소 복합발전 확산 → 한국형 수소 전소 터빈 상용화 → 산업·지역 기반의 수소 생태계 구축이다. 즉, 수소터빈은 단순한 기자재가 아니라 한국 산업정책·전력정책의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특히 가스터빈은 전 세계적으로 몇 개 국가만이 보유한 전략 기술이며, 국가 안보와 전력주권의 핵심이다.


두산의 H급·수소터빈 개발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 구조를 바꿀 잠재력을 지닌 도약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터빈은 더 이상 복제품이 아니다. 수소를 태우는 K-터빈은 '탈탄소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잡는 해법"이라며 “정부의 수소 발전 정책과 두산의 기술 진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수입국'이 아니라 '기술 공급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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