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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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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기후신호등] 글로벌 111개 기업의 기후 피해액 28조달러…기업 책임 묻는 시대 오나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기업의 책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개별 기업이 수십 년 전에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과거부터 배출해온 온실가스가 기후 재난을 악화시키고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개별 기업이 그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별 배출이 특정 기후 재난과 경제적 손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법적·재정적 책임 논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 배출, 어떻게 기후 재난으로 연결되나 새로운 과학적 접근은 '종단적 인과관계 분석(end-to-end attribution)'이라 불린다. 이 방식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시작해 기후 변화와 기후 재난, 그리고 경제적 피해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첫째, 각 기업의 배출량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계산한다. 지난 4월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방법이 소개됐다. 논문에서는 전 세계 111개 대기업을 선정해 100년 이상 축적된 배출량을 합산한 뒤, 기후모델을 통해 1850~2020년 사이 기후 요소에 미친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만약 그 배출이 없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but for)'라는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둘째, 이렇게 추산된 온난화 기여도를 폭염과 같은 특정 재난에 연결했다. '감소된 복잡성 기후 모델(RCM)'을 활용해 기업별 배출이 1991~2020년 폭염 발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고, 특히 연중 가장 더운 5일(Tx5d)의 기온 상승에 대한 기업별 기여도를 정밀하게 계산했다. 셋째, 재난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치로 계산했다.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폭염이 초래한 소득 손실, 농업 수확량 감소, 사망률 증가, 국내총생산(GDP) 둔화 등을 추적했다.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의 연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111개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이 1991~2020년 전 세계 폭염과 국내총생산(GDP) 손실에 끼친 영향을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1850~2020년 사이 총 CO2 및 CH4 배출량에 기여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1991~2020년 사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8340억달러(1169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990~202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1%당 폭염으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은 약 5000억달러(약 701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 1톤당 약 29.07달러(약 4만2000원)의 손실 책임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셰브론의 온실가스 배출이 1998년 인도 폭염에서만 19억달러 손실을 초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111개 기업 배출로 인한 피해액은 28조달러(약 3경8864조원)에 달했고, 상위 5개 기업이 발생한 전체 피해의 35%를 차지했다. 상위 5대 배출 기업으로 인해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연간 GDP 감소가 1%를 넘어선 반면, 5개 기업의 본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은 극심한 더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한편, 이 방법론의 등장은 기업의 기후 책임을 추상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쳤던 수준에서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실증적 증거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처 논문이 드러낸 '기업 책임의 무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 연구팀이 이달 초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연구팀은 180개의 '탄소 주요 기업(carbon majors)'을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다. 이 '탄소 주요 기업'에는 대형 화석 연료 및 시멘트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람코, 가즈프롬과 같은 국영 기업, 중국의 석탄 생산 등과 같이 국가 단위의 생산 활동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2000~2023년 발생한 213건 폭염을 분석한 결과, 약 25%는 '인간 배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배출은 53건의 폭염 발생 가능성을 1만 배 이상 높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이 연구는 '특정 기업의 배출이 특정 재난을 어떻게 심화시켰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4월 논문이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 집중했다면, 9월에 발표된 이 논문은 개별 기업의 배출량이 특정 폭염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피해 액수보다는 폭염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증가시켰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향후 호수 산성화, 해수면 상승, 산불, 가뭄 등 다른 물리적 위험에 대해서도 유사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폭염만 기준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됐는데, 홍수·가뭄·산불 등까지 포함하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로 초래한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1980년대부터 이미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계속 배출하다간 큰 코 다친다 한국 역시 이 논의에서 비켜갈 수 없다. 1990~2022년 한국의 누적 배출량은 약 203억톤으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기후솔루션은 4월 네이처 논문의 방법론을 한국에 적용했는데,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모두 5800억달러(약 7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상위 10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2011~2023년 국내 10대 기업은 41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 전체 배출량의 43.5%를 차지했다. 누적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별 피해 유발 규모를 산출한 결과, 이들 기업로 인해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1196억달러(약 161조원)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이 꼽은 국내 10대 주요 배출기업은 △주식회사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현대제철 주식회사 △삼성전자 주식회사 △쌍용C&E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기업별로는 포스코가 281억달러(38조원),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가 합계로 729억달러(98조원)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계산됐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전망이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는 시나리오(CurPol)대로면 2025~2050년 배출량은 178억톤, 피해액 5189억달러(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반면, 탄소중립(Net-zero)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108억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피해액 가운데 3142억달러(424조원)을 줄일 수 있다. 기후솔루션 임소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것을 넘어, 정책과 소송,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기업의 책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기업 책임 논의에 불을 붙이다 국제법적 차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 대응을 모든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면서, “국가는 자국 기업과 개인의 배출을 감독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놨다.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사법기구가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내놓은 공식 견해라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권고는 각국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규제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국가가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면 국제적 책임의 1차 피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를 법적 리스크로 간주해, 감축 로드맵이 부실한 기업에는 자본 비용을 높이고 계약에서 명확한 감축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소송 사례도 등장했다. 독일 RWE를 상대로 한 페루 농부의 배상 청구는 기각됐지만, 법원은 기업 배출이 피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쉘(Shell)에 대해 구체적 감축 명령은 취소했으나, 대기업이 기후위기를 억제할 '사회적 주의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기업 책임이 법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 기후 재해가 누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0건 이상의 기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오리건주의 한 카운티는 2021년 태평양 쪽 북서부 지역의 폭염과 그로 인한 경제 손실과 건강 비용을 증폭시켰다는 이유로 여러 화석 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와 로드아일랜드주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책임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구가 계속되고, 기후 재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연구가 점점 더 정교하고 치밀해진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도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상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언젠가는 올 수도 있다. 새로 개발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 배출의 흔적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피해를 수치로 환산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는 기후 책임 논의에 새로운 법적 동력을 부여했다. 이제 기후 대응은 단순한 환경적 의무가 아닌 기업 생존의 조건이다. 배출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머지않아 그것이 법정에서 기업 책임을 묻는 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런 날을 대비해서 기업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며, 감축 정책의 성패에 따라 수백조 원 규모의 손실을 피하거나 떠안을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솔루션 조정호 연구원은 “특정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폭염 등 기후 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이러한 연구는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에게도 배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온난화가 몰고온 하늘 길 삼중고…항공산업 부담 커진다

기후변화가 항공산업의 수익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해지고, 완만한 이륙으로 인해 소음 갈등은 늘어나고, 상공에서는 난기류까지 급증하는 바람에 항공사는 물론 공항 운영사와 정부 모두에 새로운 경제적 부담이 쌓이고 있다. 이러한 '삼중고(三重苦)'가 앞으로 항공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승객을 줄일까, 활주로를 연장할까 항공기의 이륙 성능은 온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공기 밀도가 낮아져 추력과 양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항공기는 더 긴 활주로와 더 많은 가속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레딩대학 기상학과의 조니 윌리엄스 교수팀은 기후변화가 항공기 이륙 필요 거리(TODR)와 최대 이륙 질량(MTOM)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지난 4월 국제학술지 '항공우주(Aerospace)'에 발표했다. 논문은 2060년대 중반 유럽 30개 공항에서 이륙 거리가 50~100m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민항대학교 항공기상학과 연구팀은 중국 내 공항을 대상으로 비슷한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 2023년 1월 국제 저널인 '대기(Atmospher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은 “2070년대 여름철 보잉 737-800은 113~222m 추가 활주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활주로가 부족하면 항공사들은 탑재 중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곧 승객 감축이나 화물 축소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유럽 연구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항공편당 평균 승객 5명분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쿤밍 공항은 연간 2일 수준이던 중량 제한이 2070년대에는 48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문제는 신공항 건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3500m)가 장래 기후 조건에 충분할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주로 연장은 사후에 시도하면 수천억 원의 추가 건설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주변 지형·환경 규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 늘어나는 소음 갈등, 커지는 보상 비용 기온 상승은 단순히 이륙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기가 낮은 각도로 천천히 상승하면 저고도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공항 주변의 소음 범위가 넓어진다. 영국 레딩대학 윌리엄스 교수팀은 지난 10일 '항공우주(Aerospa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 30개 공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21세기 중반 항공기의 평균 상승 각도가 1~3% 감소하고, 폭염 시에는 최대 7.5% 감소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음 노출 인구는 최대 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런던 시티 공항만 보더라도 추가로 2,500명이 소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공항 운영기관의 소음 보상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김포·김해 등 도심 인근 공항은 이미 매년 수백억 원대 보상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소음 범위가 넓어지면 이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의 증가는 주민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사회적 비용까지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예측 불가능한 난기류, 치솟는 운영 비용 상공에서의 청천 난기류(CAT) 증가는 항공사에 막대한 비용을 청구한다.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보험금과 법적 배상을 유발하고, 기체가 손상될 경우 정비·수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달 레딩대학 연구팀은 '대기과학저널(Journal of the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26개 기후모델을 사용해 지구온난화가 항공기 순항 고도(약 3만5000피트, 약 1만668m)의 제트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2015~2100년 사이에 윈드 시어(wind shear,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급격히 변하는 현상)가 16~27% 증가하고, 대기는 10~20%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CAT가 발생할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심각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CAT가 1979~2023년 사이 55% 증가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09~2021년 난기류로 인해 승객 30명과 승무원 116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미국 연구응용연구소(Research Applications Laboratory)에 따르면, 난기류로 인해 미국 항공사들은 연간 1억 5천만~5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난기류를 '항공 안전 핵심 리스크'로 지정했고, 일부 기후 모델은 CAT 발생이 갈수록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경고한다. 이는 곧 운항 스케줄 지연, 연료 추가 소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항공사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에서는 2만 피트(약 6km) 이상에서 항공장비로 관측한 난기류(EDR)가 2019~2024년 사이 13.3배 급증했다. 기내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인 '보통' 수준 이상의 난기류도 6배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항공사에서 난기류로 승객이나 승무원이 중상을 입은 사고는 총 5건이었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21세기 후반에는 난기류가 과거(1970~2014년)보다 최대 178%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 한국 공항 정책, 경제적 리스크 간과 기후변화가 불러올 항공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활주로 연장은 건설비용 급증으로, 소음 범위 확대는 민원과 보상비 증가로, 난기류의 급증은 보험료·연료비·정비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늘길의 삼중고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성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항공사와 공항은 ▶기후변화를 고려한 인프라 선제 투자 ▶저소음·고효율 항공기 개발 ▶정밀 난기류 예측 시스템 도입 ▶친환경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 감축 등 경제적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지역 균형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소규모 지방공항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활주로 길이가 짧은 소형 공항은 기후변화 시대에 경제적 리스크가 가장 큰 시설이다. 예를 들어 2000~2500m 활주로를 가진 소규모 공항은 여름철 고온 조건에서 중형 항공기의 만재 이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해당 공항의 운영 적자와 국고 지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기후변화 변수까지 고려한 장기 경제성 검토가 부족하다면,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공항이 가까운 미래에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경제 효과 뒤엔 탁한 연기…불꽃축제의 두 얼굴

오는 9월 27일 화려한 불꽃이 서울 여의도 밤하늘을 수놓는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행사,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감탄을 자아내며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불꽃은 서울의 가을밤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러나 화려한 불꽃축제 뒤에는 대기오염과 생태계 피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운다. ◇지역경제에 활력…295억 원 효과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지닌다. 문화관광진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행사만 해도 약 295억원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관람객이 몰린 영등포구 여의도와 인근 마포·용산·동작구에서는 숙박·교통·식음료 업종 매출이 급증했고, 배달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었다.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임시 고용 창출 효과도 뒤따랐다. 서현철 문화관광진흥연구원 이사장은 불꽃축제를 주최하는 ㈜한화와의 인터뷰에서 “불꽃축제는 관광객에게 강렬한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자, 서울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해외 3대 불꽃축제(몬트리올·오마가리·시드니)에 견줄 만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올해 행사장을 찾을 100만 인파의 안전을 위해 경찰·소방과 함께 '종합안전본부'를 운영하고, 인파 관리 인력을 작년보다 13% 늘리기로 했다. 여의도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지하철 증회 및 버스 우회 운행도 준비했다. ◇화려한 불꽃, 치명적 대기오염 그러나 불꽃이 남기는 것은 단순한 추억만이 아니다. 불꽃이 터질 때 내뿜는 연기는 사실상 초미세먼지(PM2.5)와 중금속 덩어리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등 연구팀이 2023년 축제 당시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불과 1시간 만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31~36배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PM10) 역시 '매우 나쁨' 기준을 2.5배 초과했다. 불꽃 색을 내는 바륨·구리·납 같은 중금속은 공기 중에 확산된 뒤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장기간 생태계에 남는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노약자·호흡기 질환자들에게 특히 위험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된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은 충격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불꽃놀이가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한 신종 대기오염 물질 '아민(amines)'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춘제(春節, 음력설) 기간 불꽃놀이 지역의 대기를 분석한 결과, 아민 농도가 평소보다 3~12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노메틸아민과 에틸아민이 다량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민은 초미세먼지를 생성·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스모그와 연무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발견은 불꽃놀이 규제 및 관리 정책의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대기오염 논란 벌어져 2023년 7월 미국 뉴욕에서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직후 불꽃놀이 인근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세제곱미터당 3000마이크로그램(µg)까지 치솟았다. 이는 뉴욕시의 일일 평균 농도(15µg/m³)나 산불 당시 최고 농도(460µg/m³)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대기질은 불꽃놀이 종료 후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최대 12시간이 걸렸다. 불꽃놀이 후 이스트 강물 샘플에서는 불꽃의 색을 내는 데 사용되는 납·니켈 등 중금속 수치가 행사 전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디트로이트 (Detroit)에서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다음 날 아침 공기질지수(AQI)는 '매우 건강에 해로움' 수준인 214를 기록했다. 브리검 영 대학교(BYU) 연구팀은 유타주 워새치 프론트 지역의 대기오염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불꽃놀이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했다. ◇불꽃놀이 오염물질이 시민 건강을 위협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풀러턴 캠퍼스 연구에 따르면 불꽃놀이를 통해 바륨·크롬·구리·스트론튬·납 등 높은 농도의 중금속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불꽃놀이는 특히 바륨과 구리 같은 중금속을 다량 배출하며, 이러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천식, 폐렴,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꽃놀이는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미세 입자상 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다. 이 입자들은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위협이 된다. 인체 내에서 산화 작용을 일으켜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사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불꽃놀이는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2년 미국에서는 불꽃놀이로 인해 약 3만1302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불꽃놀이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약 1000만달러(약 14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동물도 고통 불꽃축제는 동물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강력한 폭발음과 섬광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호주 커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야생동물의 이동이나 번식 시기와 겹칠 경우 개체 수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철새 이동 시기에 벌어지는 불꽃놀이는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에게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네덜란드 연구에 따르면, 새해 불꽃놀이 직후에는 평소보다 1000배 많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며 에너지를 소모했고, 거위 같은 큰 새들은 패닉 상태로 비행하다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서는 불꽃놀이로 인한 충격으로 새끼 레서판다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신년 맞이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고, 아예 불꽃놀이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불꽃놀이가 폭발할 때 배출되는 과염소산염(perchlorate), 중금속 등 유해 화학 물질은 대기뿐만 아니라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러한 오염 물질은 생태계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토양의 비옥도를 감소시켜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 ◇축제의 미래, 대안을 모색할 때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시민들에게 감각적 즐거움과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피해를 남긴다. 특히 중국팀의 연구에서 드러난 '아민' 배출 사실은 불꽃놀이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요구한다. 해외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심장 및 폐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할 경우 N95나 KN95 마스크를 착용해 연기 흡입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친환경 대안으로 저소음·저공해 불꽃, 드론·레이저 쇼 등을 제안한다. 불꽃축제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경제 효과와 환경·생명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기후 피해 2030~2060년 최대 200조원…수도권에 집중

한국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지속할 경우 이러한 피해 규모는 앞으로 수십 배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구와 자산이 집중된 수도권이 전체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나 기후 리스크가 국가경제에 대한 커다란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유종현 교수와 서울시립대 최미희 연구원이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발표한 '한국의 지역별 기후변화 피해비용 및 탄소의 사회적 비용 추정' 논문에 따르면, 2030~2060년 한국이 입을 기후변화 피해는 현재가치로 87조원(최소 26조~최대 200조원)으로 추산됐다. ◇2030~2060년 수도권 피해만 최대 114조원 연구팀이 기후변화 피해 비용을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 경기도·서울·인천 등 수도권의 피해 규모가 전체의 57%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2030~2040년에는 연평균 2조원(연간 최대 5조원), 2040~2060년에는 연평균 13조원(연간 최대 38조원)의 피해가 전망됐다. 경기도는 경제·인구 자산이 집중돼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향후에도 이러한 취약 자산의 증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인구 및 경제 자산이 집중된 서울과 인천의 피해비용도 높게 나타났다. 서울은 2030~2040년에는 연평균 1조 원(연간 최대 3조원), 2040~2060년에는 연평균 5조원(연간 최대 15조원)으로 추정됐다. 인천은 2030~2040년 연평균 1조원(연간 최대 2조원), 2040~2060년 연평균 4조원(연간 최대 12조원)으로 전망됐다. 다만 경기도와 비교해 서울의 경우 빠른 인구 감소 전망이, 인천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 규모로 인해 경기도보다 피해비용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추정됐다. 2030~2040년 수도권 피해액을 합치면 연평균 4조원, 연간 최대 10조원 규모이다. 하지만 2040~2060년엔 수도권 피해액이 연평균 22조원, 연간 최대 65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한국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2030~2060년 전체로는 수도권 피해규모가 52조원(최소 17조~11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구와 부산도 각각 2030~2040년 연평균 4000억원(최대 1조원), 2040~2060년 연평균 2조원(최대 5조원)의 비교적 높은 피해 비용이 추산됐다. ◇기후변화 충격은 대전·광주가 더 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기후변화 피해비용 비율이 2030~2040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0.0 ~ 0.5% 구간에 분포하였으나, 2040 ~ 2060년에 이르면 0.5 ~ 2.3%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평균은 4배 이상 증가했다. 2040~2060년에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3개 지역이 GRDP 대비 피해비용 비율이 1%를 초과했다. 2030~2040년에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였던 충북(0.16%)이 2040~2060년에는 0.74%로 상승했고, 울산은 0.14%에서 0.65%로, 전북은 0.12%에서 0.54%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절대 피해액은 수도권이 크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기후변화 피해로 인한 충격은 대전·광주가 더 컸다. 2040~2060년 기후변화 피해비용 비중은 대전(2.34%), 광주(2.09%), 인천(2.06%), 세종(2.03%)의 순이었다. 대전은 전북(0.54%)과 비교하면 약 4.3배나 됐다. ◇탄소 1톤의 피해비용…경기도 4199원 vs 전북 94원 지역별 탄소의 사회적 비용은 1톤의 탄소배출이 해당 지역 내에서 초래하는 장기적 한계 피해 비용을 의미한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 산출은 시·도별 연간 피해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후 시·도별 비중을 산출하고, 이를 가중치로 사용해 국가 전체의 탄소 사회적 비용을 시·도별로 배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현재가치 산정을 위해 2025년 기준 연 3%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탄소 1톤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지역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는 이산화탄소 1톤(tCO₂)당 4199원이었고, 서울은 1885원, 인천 1398원이었다. 이에 비해 전북은 94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경기도에서 탄소 1톤을 줄일 때 얻는 편익은 전북보다 45배 크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지역별 탄소세·배출권 가격 차등 적용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어떻게 분석했나: 확률 모델로 미래 리스크 반영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지역별 경제적 피해를 확률적으로 산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단순히 특정 조건에서만 계산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국 17개 시·도의 피해 규모를 예측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피해 비용 산정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됐다. 첫째, 미래 사회·경제·기후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인구와 1인당 소득 전망, 온실가스 배출 변화,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를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 예측하는 과정이다. 둘째, 강수량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 상승보다 강수량 증가가 경제 성장에 더 부정적 영향을 주며, 강수량이 늘면 지역 경제성장률이 감소한다는 한국은행 분석을 적용했다. 기온 상승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분석에서 제외했다. 셋째, 최종 피해 비용을 계산한다. '기후변화가 없었을 경우의 지역 경제 규모'와 '기후변화로 성장률이 둔화된 지역 경제 규모'의 차이를 피해 비용으로 본다. 즉, 성장하지 못한 차액이 곧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되는 셈이다. 이 방식으로 산출된 결과는 확률 분포 형태로 제시된다. 예컨대 “경기도는 2040~2060년에 연평균 13조 원(최소 2조~최대 38조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와 같은 식이다. 연구진은 “단순 평균 예측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한 위험 관리 지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피해 발생 우려" 연구는 피해액의 분포가 우측으로 긴 꼬리 형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낮은 확률이지만, 발생하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극단적 피해(tail risk)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등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전국에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과 대전·광주 등 취약 지역에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지역별 탄소 1톤의 사회적 피해비용을 바탕으로 예산 분배나 탄소세 등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제안했다. 아울러 극단적 위험에 대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평균 피해액만 보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모든 지역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적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후 리스크는 기업 실적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안보 이슈'"라며, “지금까지의 전국 단일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별 맞춤 대응과 차등적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쓰레기 종량제 30년…성공적 평가받지만, 비용 현실화는 숙제

1995년 1월 전국에서 동시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30년간 폐기물 관리 혁신을 이끈 쓰레기 종량제는 생활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촉진에 지대한 공헌을 하며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종량제는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환경정책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생활양식과 폐기물 배출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폐기물협회가 환경부에 최근 제출한 '쓰레기 종량제 30년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종량제 30년의 성과와 중장기 발전 방안을 살펴본다. ◇“환경 보호와 경제적 가치 창출" 성과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 배출에 따른 처리 비용을 부담케 해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로 1995년 전면적으로 시행됐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쓰레기 종량제 규격봉투를 제작 판매하며, 이미 봉투에는 규격에 따라 쓰레기 처리 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따로 비용을 낼 필요는 없다. 쓰레기 종량제는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종량제의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생활폐기물 발생 감량 효과: 종량제는 시행 이후 29년간(1995년~2023년) 생활폐기물 발생량 가운데 총 1억 6226만여 톤을 줄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1998년에는 1994년 대비 34.3% 감량이라는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배출량을 1994년 대비 21.3% 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0개국의 폐기물 발생량 증가율을 고려했을 때, 종량제가 없었다면 약 3억 톤의 폐기물이 더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활용 가능 폐기물 분리배출 증가: 종량제 도입에 따른 봉투값 부담으로 시민들은 분리배출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1996~2023년 28년 동안 약 2억400만 톤의 재활용 가능 폐기물이 분리배출됐다. 이는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43%에 달하는 수치로, 재활용품이 약 1억2000만 톤, 음식물류 폐기물이 약 8000만 톤을 차지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량은 2009년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음식물류 폐기물은 2016년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활용량 증가: 분리배출 증가는 실제 재활용량의 확대로 이어졌다. 종량제 시행 이후 29년간 1억 4000만 톤의 생활폐기물이 추가로 재활용됐다. ▶매립량 및 처분량 감소: 매립되는 쓰레기 양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29년간(1995년~2023년)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모두 3억 7000만 톤 줄었다. 소각과 매립을 합친 총 처분량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약 3억 톤가량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제적 성과: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가치도 창출했다. 생활폐기물 발생량 감소에 따른 수집·운반 및 처리비용 절감과 재활용품 분리배출 증가에 따른 유상 가치 증대를 통해 29년간 총 45조 458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했다. 이 중 처리비용 절감액이 40조 9206억 원을 차지했고, 재활용 증가로 인한 유상 가치는 4조 1252억 원으로 추산됐다. ▶환경적 성과 및 국토 보전: 매립량 감소는 수질오염물질 배출량 감소와 매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져 환경 보호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매립량 감소로 인해 서울시 면적(605㎢)의 11.6%에 해당하는 약 70㎢(약 7000만㎡)에 달하는 국토를 보전하는 효과도 얻었다. ◇“부피 대신 중량 기준 수수료 부과 필요" 지난 30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종량제는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제점과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재증가 추세: 초기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택배 및 배달문화 확산, 1회용품 사용 증가, 폐합성수지류 및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 증가 등 변화된 생활습관과 소비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1회용 종량제 비닐봉투 사용 문제: 종량제 비닐봉투로 인해 연간 약 2만 톤의 비닐(2022년 기준)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탈플라스틱 정책과 1회용 봉투 사용 규제 강화 등 정책 목표와 상충된다. ▶부피 기준 수수료의 비합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은 중량에 따라 산정되지만, 종량제 봉투는 부피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배출량과 처리 비용이 비례하지 않아 '원인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낮은 주민부담률: 1993년 종량제 시행 지침 수립 당시 2001년까지 주민부담률 100%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2023년 기준 전체 주민부담률은 27.2%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민 반대, 지방의회 승인 등의 절차적 어려움으로 인해 수수료 인상 및 현실화가 쉽지 않아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명확한 폐기물 분류 기준: 음식물류 폐기물의 분류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또한, 사업장 비배출 시설계 폐기물(공장에서 사무실·창고·영업장 등 생산라인 밖에서 발생하는 생활계 폐기물, 1일 300kg 미만) 및 공사장 생활폐기물(5톤 미만)의 분류 기준도 모호해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지자체의 수거·처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단독주택 및 상가지역의 혼합배출: 문앞 또는 준거점 배출 방식으로 관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 음식물, 재활용 폐기물이 혼합 배출돼 미관을 해치고, 악취 발생과 무단투기 유발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수거차량 선진화: 청소차량의 안전 문제, 수거 효율성, 친환경성 등이 개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대형폐기물을 집안에서 지정 수거장소로 운반하는 '대형폐기물 내림 서비스' 이용 시 시민들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감량 목표 설정 필요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종량제 개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종량제 수수료 현실화 및 합리적 산정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주민부담률을 산정할 때 일반, 음식물, 재활용, 대형, 공사장 등 주민이 배출하는 모든 생활폐기물에 대한 처리 비용을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속적인 폐기물 감량을 위해서는 생활폐기물 종류별로 발생량 추이를 정밀 분석하고, 1회용품 사용 억제, 다회용기 사용 등 실천적인 감량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1회용 종량제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고, 종량제 요금 부과를 중량 측정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종량제 봉투에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품질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단독주택 및 상가지역의 혼합배출과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매일 수거 또는 요일제 분리 배출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분리배출함 및 중량 측정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쓰레기 종량제는 지난 30년간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이제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그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온실가스 계속 내뿜으면 2100년 한반도 기온 7℃까지 오른다

지난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 ℃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 ℃)보다 0.1 ℃ 높아 역대 최고 1위를 경신했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보다는 2℃나 높았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의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8년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다면 2100년 무렵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워지고, 기상 재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이같은 예측을 토대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 대책 마련 등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5년 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2023년부터 100여 명의 전문가가 작성에 참여했다. 기상청이 '기후위기 과학적 근거' 부분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기후위기 영향 및 적응' 부분을 맡았다. 보고서는 우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가 한반도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5ppm씩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빨랐다. 보고서는 온실기체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 '고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7℃까지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극한호우와 더불어 강수량도 늘어나 대도시가 침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탈탄소 전환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30% 달성하며,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도시 기후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투수성 포장, 옥상 녹화, 빗물 정원 같은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홍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도시 침수를 줄여야 한다. ▶농업·수산업의 적응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온 저항성 품종 개발, 스마트팜·스마트양식 기술 보급, 병해충 조기 탐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자연기반해법(NBS)을 도입해야 한다. 훼손된 산림·습지를 회복하고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기후와 보건 정책을 결합해야 한다. 폭염 취약계층 지원, 감염병 감시체계 강화, 공공 냉방 인프라 확충 등 기후 위기 대응와 국민 건강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후보고서 발간 기념 포럼'에서 보고서 주요 저자들은 보고서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가 전체 기후 건강 피해의 60~80%를 차지하는 만큼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와 정신 건강 문제, 기후변화와 고령화 문제도 함께 살피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는 산불로 인한 송배전망 단절, 태풍으로 인한 공장 침수 등 복합재난으로 이어진다"면서 “폭염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안전사고 발생을 늘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각 지역의 역량을 고려한 지역 중심의 맞춤형 적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심화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량적·과학적 평가기법을 고도화하고, 지역 수요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박태원 교수는 “보다 알찬 보고서를 위해서 2030 평가보고서는 작성 기간을 이번 보고서보다 1년 정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등을 제공하고, 다음 보고서에는 북한의 기후위기 상황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뚫린 커다란 구멍…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2014년 여름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 반도(Yamal Peninsula).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한 조종사가 땅 위에 거대한 원형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름이 수십 m, 깊이 50m에 달하는 검은 구덩이. 마치 누군가 땅속에서 거대한 포탄을 쏘아 올린 듯 흙과 얼음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이후 10년간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대형 구멍(Giant Emission Crater, GEC)'이 여덟 개나 더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곧 이 현상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누가, 아니 무엇이 이 거대한 구멍을 만든 것일까?" ◇1막. 첫 번째 용의자 ― 기후변화 첫 번째로 지목된 용의자는 바로 지구 온난화였다. 실제로 구멍이 발견되기 직전, 야말 반도는 평균보다 4℃나 높은 이상 고온을 기록했다. 더운 여름과 따뜻한 겨울은 동토층(영구동토)을 녹이고, 땅속에 갇혀 있던 메탄(CH4)가스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빙하가 녹으면서 메탄이 빠져나가 폭발을 일으킨 게 아닐까?" 과학자들은 이런 추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곧 의문이 제기됐다. 지구 전체 북극권은 다 같이 따뜻해지고 있는데, 왜 유독 야말·기단(Gydan) 반도에서만 이런 구멍이 생겨난 것일까? ◇2막. 두 번째 용의자 ― 메탄 하이드레이트 다음으로 등장한 용의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hydrate). 얼음 속에 갇힌 가스 덩어리다. 기온이 오르면 하이드레이트가 녹아 메탄이 풀려난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폭발을 일으킬 만큼의 압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험에 따르면, 얼음과 가스가 균형을 이루는 압력은 20~25 바(bar) 정도인데, 실제 구덩이에서 흙과 얼음이 수백 m 밖까지 날아가려면 30 bar 이상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결국 “하이드레이트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내리게 됐다. ◇3막. 세 번째 용의자 ― 지하 깊은 가스 그러자 새로운 용의자가 떠올랐다. 바로 지하 깊은 곳의 천연가스다. 야말반도는 세계 최대 가스전이 자리 잡은 지역. 땅속에서 끊임없이 가스와 열이 위로 치밀어 오르고 있다. 연구진은 가설을 세우게 된다. 지하에서 올라온 가스가 동토층 아래에 갇힌다. 동토층은 뚜껑처럼 가스를 막고, 위에는 얼음과 흙이 덮여 압력이 점점 쌓인다. 기후변화로 호수·강이 생기면서 얼음층이 더 얇아지고 약해진다. 결국 임계점을 넘으면… “꽝!"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 이 시나리오는 실제 관측된 현상과 가장 잘 들어맞았다. 폭발 후에는 구덩이가 물로 차올라 호수처럼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동토지형으로 위장된다. 그래서 과거에도 수많은 구멍이 생겼지만, 지금은 호수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4막. 미스터리의 결론 과학자들의 최종 판정은 이렇다. 단순히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아 생긴 것이 아니다. 지하 천연가스가 동토층 아래에 축적되고, 기후변화가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즉, 범인은 지하 가스 + 기후변화의 공모였던 셈이다. ◇5막. 남은 수수께끼 하지만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왜 하필 이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가? 앞으로 북극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가? 동토층 속에 잠들어 있는 1,700억 톤의 탄소가 한꺼번에 풀려나면 지구 기후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들은 아직 열린 채로 남아 있다. ◇에필로그 시베리아의 거대한 구멍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신호탄처럼 보인다. “내 속에서 갇혀 있던 가스가 깨어나고 있다. 더 이상 기후를 흔들지 말라." 과학자들이 추적한 미스터리는 결국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깊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 구멍이 어디서,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미스터리를 풀 열쇠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Hellevang, H. 등 2025. Formation of giant Siberian gas emission craters (GEC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https://doi.org/10.1016/j.scitotenv.2025.180042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매일 겪는 기후 위기: 한반도의 현실과 해법은

지난 19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한국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2000여 편의 논문 등)을 종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 현재의 충격, 미래 전망, 그리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 기후 재난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위험 수위 돌파 한반도에서 최근 10년(2013~2022) 동안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율은 연평균 2.5ppm으로 그 이전 10년(2003~2012)의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빠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11ppb, 1.1ppb의 연평균 농도 증가율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4년 안면도와 울릉도, 제주(고산리) 기후관측소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8~431ppm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 지구 평균보다 5~8ppm 높다. 매년 약 3.4ppm씩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의 한계선인 450ppm까지 불과 6~7년밖에 남지 않았다. 메탄도 심각하다. 안면도에서 관측된 메탄 농도는 2030ppb로, 전 세계 평균보다 약 100ppb 높았다.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다른 온실가스도 모두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가스는 각각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대기에 남아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한반도는 얼마나 더워졌나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1912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지표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40% 이상 빠른 속도다. 100년 넘게 쌓인 온난화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반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8℃ 이상 더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 평균 상승폭(1.2℃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봄과 겨울철의 온난화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100년 전보다 3℃ 가까이 상승했고, 눈 내리는 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원 산간 지역에서조차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잦아졌고, 겨울 스포츠 산업과 산림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 미래 전망: 지금보다 7℃ 더 뜨거워질 수도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AR6)기반의 공유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단기(2021~2040년 이전) 및 장기(2081~2100년) 기후 전망을 제시했다. 온실기체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단기적으로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간 및 높은 배출 시나리오(SSP2-4.5, SSP3-7.0)에서도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81-2100년 장기적 전망에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1.5°C를 초과해 SSP1-2.6에서 1.8°C, SSP2-4.5에서 2.7°C, SSP3-7.0에서 3.6°C, SSP5-8.5에서는 4.4°C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는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기온이 7℃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난다. 5일 단위 최대 강수량은 31% 증가해, 서울 같은 대도시는 매년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바다의 경고: 뜨거워지고 높아지는 해역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변화는 육지 못지않게 심각하다. 1968~2023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7℃)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특히 동해에서는 표층 수온이 196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9℃ 상승했고, 중층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울릉분지에서는 최근 18년간 중층 수온이 1.075℃ 상승하는 등 심층 및 중층 해수의 열, 염분, 산소 특성 변화가 관측됐다. 해양 극한 현상도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해양열파는 해수온이 과거 평균 대비 매우 높게 오르는 현상으로, 국내 해역에서 특히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1982~2020년 동안 동해는 전 세계 해역 중 해양열파 누적강도가 세 번째로 높았으며, 여름철 발생일수는 다른 계절보다 65% 이상 많았다. 해수면 상승도 빠르다. 동해 일부 해역은 연평균 7㎜ 이상 해수면 상승을 기록하며, 세계 평균(3.7㎜)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2100년까지 해수면은 최대 82㎝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연안 지역이 침수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천·군산·부산 등 항만과 어촌 마을은 장기적으로 거주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일상화된 극한기상 기후위기는 평균 기온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체감하는 극한 날씨로 나타난다. 2025년 여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보였다. 기후 보고서가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기온 상승이 가파르고 극한호우도 심해지고 있다. ▶폭염: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폭염 일수는 15.6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0년대 평균(7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8년과 2023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 40℃를 넘는 날이 잇달아 발생했다. ▶열대야: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폭염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1970년대 연평균 2.5일에서 최근 10년간 20일 이상으로 늘었다. ▶집중호우: 강수 패턴이 변해 6월 강수량은 줄고, 7~8월에는 국지성 호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장마 시작일과 2차 장마 시작일이 모두 앞당겨지면서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호우 빈도가 증가했다. 장마가 물러나는 날은 2000~2014년의 기간 동안 약 10일 늦춰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2020년 충청지역 기록적 폭우, 2022년 서울 강남 도심 침수, 2023년 경북 지역 산사태는 모두 이 같은 흐름의 단면이다. 2022년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태풍: 북태평양의 폭풍 수는 최근 증가하며 생애 주기가 길어졌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이선', 2022년 '힌남노'가 대표적 사례다. ▶가뭄: 여름철 폭염과 겹치면서 '폭염형 급성가뭄(돌발가뭄)'이 늘고 있다. 2022년 제주도의 경우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2022년 수도권에서 극한강수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남부 지방은 역대 최악의 기상 가뭄을 겪는 등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파: 극한저온현상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감소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 감소, 음의 북극진동 발달, 성층권 극와도 순환 약화, 우랄 블로킹의 빈도 증가 등에 기인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1973~2023년 한반도 한파일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의 사회·생태적 충격 ▶수자원: 지난 40년간 제주 지역 연강수량은 206㎜ 증가했지만, 충남은 120㎜ 감소했다.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며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늘고 있다. 물 부족에 있어서는 한강권의 임진강 하류와 주변 낙동강권역이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일찍 개화하는 식물 종의 개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고산 침엽수 구상나무는 집단 고사 중이며, 남방계 나비와 야생벌은 북상하고 있다. 반대로 양서류와 민물고기는 서식지를 잃고 있다. 외래종인 뉴트리아, 붉은불개미, 작은입배스의 서식지가 확대돼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 지난 40년간 매해 약 400㏊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발생면적과 피해액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는 강우, 지형, 지질, 식생 등의 자연적 요인과 토지이용, 산림관리, 벌목 등의 인위적 요인이 존재한다. 산불은 매해 약 4004㏊의 피해가 발생했고, 2020년대 피해면적이 2010년대보다 10배 증가했다. 산불 증가의 원인은 사회경제적 원인과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농업: 벼의 출수 한계기가 늦어지고 보리의 유수형성기가 빨라지는 등 이상기상의 피해가 발견됐다. 채소와 과수의 수량성과 품질도 낮아지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북상하거나 축소되고 있다. 사과 최대 산지인 충북 일부 지역은 앞으로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밭작물의 생산성과 품질도 이상기상으로 감소세다.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 병해충도 확산 중이다. ▶수산업: 수온 상승으로 명태는 거의 사라졌고, 오징어·고등어 어획량도 감소 중이다. 김·다시마 양식장은 고수온 피해로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고 있다.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의 어획량 변화는 최대 2923억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양식업 중에서는 멍게와 해조류가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보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018년 여름 한 해에만 4000명 이상 발생했다. 대기오염과 알레르기 질환, 감염병 확산도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말라리아 국내 연평균 환자 수는 2016~2019년 310명에서 2020~2023년 370명으로 늘었고, 특히 2023년에는 673명으로 급증했다. ◇결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한국은 이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은 더 이상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경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적응 전략을 강화한다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기후위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재이자, 우리의 미래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저출산·고령화 시대…“인구·기후 정책의 조화를”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생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사회·경제 구조뿐만 아니라,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 감소가 자연스레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 정부의 출산율 회복 정책이란 변수와 맞물리면서 훨씬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제 저널에는 한국의 인구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다룬 논문 2편이 발표됐다. 논문에서 전문가들은 인구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 인구 정책과 기후 정책 두 가지를 잘 살피고 조화를 이뤄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심화...온실가스 배출 구조의 지각변동 통계청은 국내 인구가 2024년 5175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 5131만명, 2072년 3622만명(1977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가 줄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지만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 특히 급격한 고령화가 가져올 가구별 탄소발자국(Household Carbon Footprint, HCF)의 구조적 변화라는 것이다. 일본 나가사키대학 석선희 교수와 리츠메이칸대학 연구팀은 최근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금처럼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BAU 시나리오) 2050년 한국의 총 가구 탄소발자국은 2020년 대비 7.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논문에서는 연령대별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망했는데, 50대 이하의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의 탄소 배출량은 가구수 감소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39세 이하 가구의 배출량은 60.8%가 줄고, 40대는 39.2%, 50대는 15.8%가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고령층의 탄소발자국은 2020년 대비 86.2%나 급증, 2050년에는 전체 가구 배출량의 거의 절반(49.7%)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고령층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이 40~50대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 및 식음료 부문에서 고령층의 탄소 배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고령층을 단순히 '소비자'로만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기대수명 증가와 불안정한 연금 구조로 인해 노동시장에 남아 '생산자'로서 경제 활동을 지속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4.1%에 달했다. 이러한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 증가는 그 자체로 탄소 배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산율 회복 정책, 탄소 배출 '리바운드' 효과 불러 정부는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을 목표로 강력한 인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출산율 회복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시 늘리는 '리바운드(rebound)'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 최상원 교수(지역학·공간분석학 통합전공)와 서울대 농업경제·농촌개발학과 브라이언 김 교수 연구팀은 “정부 목표대로 출산율이 회복되는 시나리오(FRR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2050년에는 기존 전망(BAU 시나리오)보다 인구는 약 181만 명, 가구는 약 11만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50년 한 해에만 총가구 탄소배출량이 약 13.5메가톤(Mt-CO2eq), 즉 1350만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인구와 환경(Population and Environment)' 저널에 발표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출산율 회복 정책으로 태어난 세대가 2050년 이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40~50대가 되면 배출량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육,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젊은 세대의 소비와 밀접한 부문에서 배출량 반등이 예상된다. ◇기후와 인구,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정책 조화 시급 현재 인구 정책과 기후 정책은 별개의 거버넌스 체계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고, 두 의제 간의 조정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정책을 조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하는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 ▶고령층이나 미래세대를 겨냥한 연령별 맞춤형 기후 정책 설계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산업 부문의 녹색 전환 ▶원격 근무나 공유 모빌리티 같은 저탄소 근무 형태 활성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가구의 부담을 줄이면서 감축을 유도하는 탄소 형평성(carbon equity) 관점의 정책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문을 작성한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탄소 배출 감축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저출생·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구 정책과 기후 정책의 칸막이를 허물고 통합적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4대강도, 벌꿀도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로 오염됐다

한강 등 국내 주요 강과 벌꿀·꽃가루(화분)가 독성이 매우 강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NNIs)로 광범위하게 오염된 사실이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 전국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오염 실태를 최초로 보고한 이들 연구는 지금의 오염 상황이 심각한 생태학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급한 규제 및 관리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등 생태학적 위험에 규제 나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 중 하나로 유기인계·카바메이트계·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대체하며 전 세계 살충제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해충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AChRs)에 결합해 신경 신호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물 환경에서 높은 용해도와 잔류성을 보여 강·호수·지하수에서 흔히 검출되고 있다. 만성적인 노출은 수생 무척추동물, 특히 곤충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담수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벌꿀 및 화분 매개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벌을 죽이지 않더라도 아(亞)치사(sublethal) 효과로 ▶채집 행동 방해 ▶면역 반응 감소 ▶후각 기능 손상 ▶여왕벌 번식 억제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생물체에서 분자구조가 변형된 대사산물도 독성을 지니기도 한다. 생태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생태학적 위험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18년 이미다클로프리드· 클로티아니딘·티아메톡삼의 부분적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EU 수질관리기본지침(WFD)은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클로프리드·클로티아니딘·티아메톡삼·아세타미프리드 등 여러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를 '우려 물질'로 지정하고 환경수질기준(EQS)을 설정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화분 매개자 보호를 위해 개화기에는 사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시행했으며, 캐나다 유해생물관리청(PMRA)은 2023년까지 이미다클로프리드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다. 호주도 화분 매개자 위험성 평가를 등록 과정의 필수 요건으로 지정하고 노출 완화 지침을 도입했다. 반면 중국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에 대한 국가적 제한이 거의 없어 환경 중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심각한 수계 오염 실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에 대한 종합적인 전국 규모 데이터나 환경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창원대 환경공학과 전준호 교수팀은 최근 '유해 물질(Hazardous Material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및 그 대사산물 15종에 대한 전국 규모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2022~2023년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130개 지점에서 진행됐다. 이 조사에서 가장 자주 검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디노테퓨란(88.9%)·클로티아니딘(63.7%)·이미다클로프리드(56.5%)였다. 평균 농도는 디노테퓨란이 L당 121.2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로 가장 높았고, 클로티아니딘이 39.0 ng/L, 티아메톡삼 39 ng/L, 이미다클로프리드 38.6 ng/L 순이었다. 디노테퓨란은 국내 벼 재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총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ΣNNIs)는 4대강 전체에서 평균 122 ng/L이 검출돼 유럽 강(13~32 ng/L)보다 현저히 높았다. 미국의 일부 지역(최대 450 ng/L, 오대호 지류에서는 670 ng/L)이나 중국(6.6~307 ng/L, 일부 농업 지역에서는 1만7000 ng/L 초과)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는 남부지방 농업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주요 작물 재배 기간(5~9월)에 최고조에 달하는 등 뚜렷한 계절적 변동을 보였다. 살충제 살포와 강우, 지표면 빗물 유출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 유역별로는 영산강(평균 539 ng/L)과 낙동강(평균 347 ng/L)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농도가 높았는데, 넓은 농경지와 집중적인 농업 활동 때문으로 분석됐다. 클로티아니딘·이미다클로프리드· 디노테퓨란은 만성 독성 임계치를 빈번하게 초과해 수생태계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노테퓨란(88.9%)·클로티아니딘(63.7%)·이미다클로프리드(56.5%) 순으로 '예측 무영향 농도(PNEC)' 초과율이 높았다. ◇ 벌꿀 및 화분도 살충제로 오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후 및 탄소 순환 연구센터 김준태 선임연구원 등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벌꿀 및 화분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 실태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최초의 전국 규모 연구로, 2023~2024년 농업·산악·도시 지역에서 수집된 79개의 벌꿀 샘플과 27개의 화분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벌꿀 및 화분 샘플에서 최소 한 종류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검출돼 광범위하게 오염됐음을 시사했다. 벌꿀에서는 아세타미프리드(82%)·디노테퓨란(58%)·플로니카미드(52%)가 가장 빈번하게 검출됐다. 농업 지역의 벌꿀에서 플로니카미드(0.33~190 ng/g)·아세타미프리드(0.04~152 ng/g)·이미다클로프리드(0.24~27.8 ng/g) 농도가 가장 높았다. 화분에서는 아세타미프리드(96%)·디노테퓨란(96%)·5-하이드록시-이미다클로프리드(85%)가 높은 검출 빈도를 보였다. 화분에서는 산악 지역 샘플에서 아세타미프리드(0.2~260 ng/g) 농도가 가장 높았고, 농업 지역 샘플에서는 5-하이드록시-이미다클로프리드(6.4~94.3 ng/g)가 가장 높았다. 산악 지역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은 농업 지역으로부터 대기를 통해 날아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벌꿀 샘플의 경우 제주도에서 총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평균 농도(166 ng/g)가 가장 높았고, 전남(9.14 ng/g)이 가장 낮았다. 화분 샘플에서는 경북(140 ng/g)이 가장 높았으며, 전남(99.3 ng/g), 제주(88.9 ng/g)가 뒤를 이었다. 이는 지역별 살충제 사용 관행과 작물 유형의 차이를 반영한다. 한편, 연구팀은 화분 매개자(벌)의 생태학적 위험을 평가했는데, 클로티아니딘과 이미다클로프리드는 벌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샘플의 98%가 벌에게 건강 위험을 시사하는 아치사 효과 임계치(0.10 ng/g)를 초과했다. 이는 다른 살충제와 혼합 노출될 경우 벌의 사망률이 현저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벌꿀 섭취를 통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의 인체 건강 위험은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벌꿀 외 다른 식품(과일, 채소)을 통한 노출까지 고려할 경우 전체 노출은 더 높을 수 있어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티아클로프리드의 경우 어린이에게 잠재적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시급히 대책 마련해야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사람의 태반을 통과해 제대혈(탯줄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살충제 성분에 과다하게 노출된 경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선천성 심장 문제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중국 광저우 중산대학 연구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2022년 11월 발표). 2021년 기준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국내 판매액은 1426억 원으로 전체 살충제 판매의 22.7%에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에 대한 구체적인 환경 규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정책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 규제 강화 및 장기 모니터링 ▶디노테퓨란 등 고위험 물질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혼합 독성까지 고려하는 전략 필요 ▶지역별 오염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 수립 ▶급성 위험을 줄이기 위한 완충 지대 설정과 빗물 관리 등 예방적 조치 마련 ▶살충제의 표적이 아닌 다른 생물에 대한 영향, 대사산물의 독성 분석 등 추가 연구 등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적인 관리 전략을 통해 국내 수생태계와 화분 매개자, 나아가서 시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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